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30)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30화(230/439)
230―――――
업보
이 상태로 발코니에 셋이 더 붙어있다가는 저 입 가벼운 귀족들이 무슨 개지랄을 떨지 두 눈에 훤히 보였기에 시온은 어떻게든 여기서 벗어나고자 했다.
하마터면 일생일대 최악의 위기가 될 뻔 했던 질문도 비록 스스로가 꽃 한 송이가 되는 비극을 맞이하기는 했지만 어떻게 잘 넘겼고, 남은 건 북부 야만부족과 히스파냐 왕국 간의 유대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니 파티장 안으로 들어가서 훈훈한 분위기 좀 보여주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뭐가 그리 급한지 모르겠군.
나와 바네사 왕녀는 여기서 이미 관계를 새로이 쌓고 있는 중인데 말이야.”
그런데 쟌은 딱히 파티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아니, 이 여자는 또 왜 협조를 안 하고 저러는 걸까 싶어 시온이 한 소리를 하려고 하는 와중에 이번에는 바네사 왕녀가 그를 제지하고 나섰다.
“원래 정치는 이런 으슥한 곳에서 해야 제 맛이지 않겠는가.
시온 클라우젠 공자.”
“하지만 보는 눈들이 워낙 많은 지라.”
“북쪽에서 온 손님도 여인이고, 나도 여인이니 둘이 뭔가 잘 맞는 구석을 발견했다고 치고 넘어가면 되겠지.”
“저는 여인이 아닙니다만?”
“그대는 그냥 두 여자의 시중을 드느라 불려왔다고 하면 되지 않겠는가?”
“···.”
뭔가 상당히 마음에 안 드는데, 어째 그게 맞는 것 같아 또 할 말이 없었다.
시온은 작은 한숨을 내뱉고는 ‘마실 거라도 가져다 드립니까?’ 라고 제대로 시중을 들으려는 찰나였다.
“그보다, 아까 전 그 말은 진심이었어.”
“예?”
“서운하다는 내 말.
혼인 동맹 건을 오늘에까지 말해주지 않은 것 말이야.”
“어, 아···.”
“내게 그 부분에 대해서 몇 번이고 말을 할 기회가 있지 않았는가.”
“죄송합니다, 왕녀님.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국왕 에드가 4세에게는 개인적으로 말을 해두었고, 리히텐 변경백에게도 이제는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 바네사 왕녀에게도 사실을 알려주어야 했다만, 시온은 그녀에게 혼인 동맹에 대해서 말을 한다면 여태까지 쌓아온 관계가 단숨에 허물어질까 우려했었다.
왕녀라고 하지만, 어찌 되었든 사람은 사람이다.
호감을 품은 이가 다른 이상한 사람과 이어진다는 소식에 서운함을 느끼고, 이유 모를 배신감을 느끼고, 결국에는 앙금을 품게 되는 것.
열길 세상일은 알아도 한 길 사람 마음은 모른다고 했다.
이해한다고,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결국 사람 마음은 언제 변할지 모르는 일.
‘혹여 바네사 왕녀가 적으로 돌아설까 피할 궁리만 하고 있었지.’
덤으로 다른 여인들과의 문제로 상당히 바빴고 말이다.
이건 명백한 자신의 실책임을 인정하면서 시온은 볼을 긁적였다.
“왜 내게는 그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는지, 이유를 물어도 되겠는가?”
“···.”
“곤란한 뭔가가 있다면 답하지 않아도 좋아.
다만···.”
“겁이 났습니다.
제가, 아무래도 겁이 났던 모양입니다.”
갑작스레 시온의 대답이, 그것도 전혀 예상치 못 했던 내용이 흘러나오자 바네사 왕녀는 물론이고 얌전히 옆에 서서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쟌까지 당혹감을 감추지 못 했다.
겁이 났다고?
저 남자가?
목숨이 무슨 9개라도 되는 것처럼 매사에 너무나 당당히 임하는 저런 사람도 ‘겁’ 이란 것을 먹는다고?
믿을 수가 없는데?
라는 감정을 숨기지 않은 채로 두 여인이 자신을 바라보자 시온은 이번에는 거짓 하나 없이 솔직하게 말을 해주기로 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바네사 왕녀님이 돌아설까 걱정했습니다.”
“내가?
내가 왜 돌아선다는 건가?”
“상의 없이 그런 중요한 일을 멋대로 결정하고, 이후 제가 왕녀님의 사람으로 들어가면 항상 큰 말썽거리로 작용할 부분이었으니까요.
원래 귀족들이 그런 부분은 잘도 물어서 더더욱 잘 물어뜯지 않습니까.
그 외에 다른 여러 가지 이유도 있었고 말이죠.”
여러 가지 이유, 라는 말에 바네사 왕녀가 시온을 빤히 쳐다본다.
혹시 저 남자도 은연중에 자신과 비슷한 뜻을 품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시온도 보다 더 가까이서 자신과 있고 싶은데 이런 저런 이유로 거기에 있지 못 하는 것을 자신이 알고 역으로 멀리할까 두려웠던 것일까?
“이번에는 시온, 그대가 실수한 것으로 보이는데.”
“쟌?”
“비록 얼마 보지는 않았지만, 왕녀는 고작 그런 이유로 제 사람을 버릴 정도는 아니야.
이런 말을 하기가 좀 그렇지만, 굳이 따지자면 나와 왕녀는 서로 비슷한 것 같거든.”
“그게 무슨 말이죠?”
“반드시 이루고 싶은 뭔가가 있고, 그 열망을 위해서하면 나 하나의 행복쯤은 접어둘 수 있는 결심과 그에 걸맞은 야망이 있다고 해야 할까?”
야망이라는 말에 바네사 왕녀가 계속해서 쟌을 쳐다본다.
그 ‘야망’ 이라는 것이 뭐냐는 질문임을 간파한 북쪽의 칸은 미소를 짓고는 당연한 게 아니냐는 듯 입을 연다.
“내 사람들이 더 행복하고 더 잘 사는 거지.
그걸 위해서 혼인 동맹을 할 수도 있는 거고, 그걸 위해서 혼인 동맹을 파기할 수도 있는 법이야.
그게 위에 서는 자의 책임, 그게 가장 높이 있는 자의 의무인 법이니까.”
“···나쁘지 않은 야망이네요.
조금은 힘들 수도 있겠고요.”
“원래 그런 법이지.
걱정 없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이니까.
북쪽에서는 그런 삶을 사는 것이 불가능하니까 말이야.”
그 말에 바네사 왕녀는 묘한 눈길로 쟌을 응시한다.
처음에는 그저 북쪽 야만 부족의 수장 정도로 인식하고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인물로 여겼다.
이런 자리에서까지 와서 예의 따위는 개한테나 줘버린 듯 한 언행.
무례하기 짝이 없고, 생긴 것만 반반할 뿐 할 줄 아는 건 그저 힘자랑이 전부인 야만 전사 따위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쟌은 그 시온 클라우젠이 혼인 동맹을 수락하게 만든 여인.
특히 자신보다 제 사람들을 더 챙기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 바네사 왕녀, 자신과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이 드니 그저 얼굴만 반반한 여인, 내지는 힘만 강하다고 생각했던 쟌이 달리 보이는 바네사 왕녀였다.
더해서 왕국이 곤란한 상황에 처해질 때 그들이 도움을 청한다면 응당 응하겠다는 북쪽 부족들의 약속이 그저 말뿐인, 허울만 좋은 소리가 아니라 진심이 묻어나는 맹세처럼 느껴졌다.
‘···뭐지.
갑자기 분위기 묘한데.’
조금 전까지 으르렁거리며 누가 더 우세한가 싸우려던 여인이 갑자기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끼며 이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거 더 나아가다는 장르가 이상한 방향으로 변질될 것 같아 시온은 급히 입을 열었다.
“바네사 왕녀님, 그리고 쟌 테무친.
이제 슬슬 파티장으로 돌아가시죠.
파티의 주축이 되어야 하는 두 분이 이렇게 자리를 비우면 귀족들이 상당히 난감해하지 않겠습니까?”
“실상 주인공은 그대처럼 보이던데, 시온 클라우젠 공자.”
“내가 느끼기에도 그랬다.
귀족들이라는 사람들의 눈길이 시온에게 더 쏠려있던데 말이야.”
그렇게 말한 두 여인은 합심하여 시온을 놀리고는 다시금 파티가 한창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바네사 왕녀와 쟌이 다시금 연회장으로 들어서자 귀족들은 에라더 왕자가 없는 바로 이 때 멀찍이서 파티를 바라보고 있는 국왕을 대신하여 실질적인 구심점이 되는 바네사 왕녀에게 조금씩 모여들었다.
‘빌어먹을.
드디어 탈출이다.’
귀족들에게 바네사와 쟌을 던져준 시온은 한숨을 내뱉으며 자신이 앉아있던 장소로 돌아왔다.
아쉽게도 볼코 후작은 다른 귀족들과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정신이 없어보였고, 잠깐이지만 혼자가 된 시온은 바로 이런 때에 도망칠 절호의 기회라 싶어 은근슬쩍 빠지려던 참이었다.
“주인님!
주인님, 주인님!”
“리시?”
“시키신 거 챙겨왔습니다!
최대한 빨리 다녀왔어요!”
“내가 뭘 시켰다고··· 아.”
이전에 있었던 사나대장부의 포부, 전쟁 영웅의 장엄한 그 마음가짐인지 뭔지.
에라더 왕자에게 하마터면 제대로 엿을 먹을 뻔 했던 이후 시온은 파티에 끌려간다 하면 무조건 류트를 지참하는 습관을 지니게 되었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것들이 꼭 시온만 나타나면 ‘류트는 안 튕기냐.’ 내지는 ‘노래 한 번 안 불러주시냐.’ 라는 말로 그를 귀찮게 했던 것이었다.
그런 연유로 이번에도 류트를 지참했는데, 갑작스레 북쪽의 손님 출현에 그 손님이 쟌이라고 하여 잠깐 정신을 판 사이에 류트를 마차에 놓고 온 것이었다.
해서 바네사 왕녀에게 끌려가기 전, 리시키다에게 류트를 가져다달라고 부탁했던 것이 떠오른 시온이었다.
“이번에도 노래 불러주시는 건가요?”
“계획에는 없어.
솔직히 말하자면 또 그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아.”
노래를 부르든, 류트를 튕기든 그런 짓은 되도록 사람이 없는 곳에서 하고 싶었다.
그게 아니라면 누디아와의 전투 때처럼 상대방을 열 받게 하는 용도로 써먹던가.
귀족들이 널린 파티에서는 정말 그만 좀 하고 싶은 시온이었다.
“그, 그런가요.
조금은 아쉽네요.”
“뭐가 아쉬워.
어차피 리시, 저는 원하면 내가 한 번씩은 꼭 불러주잖아.”
“저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주인님이 그저 영웅만 되는 게 아니라, 그렇게나 아름다우신 분이라는 걸 말이에요.”
“됐다.
그럴 생각이었다면 귀족 말고 음유시인을 하고 있었겠네.”
“힝···.”
이제는 애교까지 부리게 된 리시키다였다.
아무래도 이 녀석도 릴리트님한테 뭔가 특훈을 받은 것 같은데, 하고 시온이 슬쩍 떠보려는 질문을 하려던 참이었다.
“글쎄요.
나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한창 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바네사 왕녀가 평소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낸다.
그게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높인 것인지, 아니면 감정이 격해져 저도 모르게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건, 바네사 왕녀의 표정이 세상 진지했다는 것이었다.
“여태까지 북쪽과의 관계가 그리 좋지만은 않았죠.
이건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이렇게 언제 왕국으로 사람을 보냈습니까?
심지어 그 사람이 일개 전사도 아니고 부족장이라고 하면 나는 이번에는 북쪽의 부족들도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고 봅니다만.”
북쪽의 ‘야만’ 부족이 아닌, 그냥 부족이라고 칭하는 바네사 왕녀.
단순히 단어 하나를 뺐다고는 하지만 그 느낌 자체가 달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잠정적으로 적이라고 규정하던 세력들을 차기 국왕으로 거의 확실히 되는 이가 언제든 손을 잡을 수 있는 자들로 보고 있는 것이었다.
“저들의 마음이 돌아선다면 분명 어디선가 문제가 생긴 것이니 풀면 그만이고, 그냥 단순히 왕국을 배신한 것이라면 앞으로 더는 믿지 않으면 그만인 문제입니다.”
아무래도 귀족 중 누군가가 북쪽의 야만 부족들을 너무 대우해주거나, 신뢰했다가 무슨 문제가 생기면 큰일이 나지 않겠냐고 말한 모양이었다.
그에 바네사 왕녀는 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북쪽에서 온 손님이여, 그대가 직접 말하지 않았습니까?
약속을 하겠다고.
북쪽의 전사들은 그 약속을 함부로 어기는 자들입니까?”
“···약속만큼은 어기지 않는다.
이번에 왕국 측이 보인 호의에는 반드시 더 큰 호의로 답할 것이다.
이걸 어길시, 우리 부족 모두에게 차디찬 눈 폭풍이 덮쳐와 마땅한 벌을 받을 것이다.”
분위기가 너무 경직되었는데, 이래서는 화합이고 즐거운 분위기고, 파티고 뭐고 다 망가질 것 같잖아.
어떤 병신 새끼가 또 눈치 없이 그딴 말을 한 건지, 원.
시온은 속으로 투덜거리며 갑자기 이상한 분위기가 된 연회장을 어떻게 원상태로 돌려놓아야 할까 고민했다.
아니, 사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바로 이럴 때를 위해서 여태껏 준비한 브금 리스트가 있지 않은가.
‘또 음유시인으로 변신해야 한다니 조금 슬프지만.’
원래 진정한 영웅이란 풍류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겠는가.
시온은 리시키다를 향해 손을 내밀었고, 바로 손에 쥐어질 류트를···.
‘뭐야.’
류트 대신 무척이나 보드라운 뭔가가 손바닥에 닿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거기에는 ‘헤헤헤.’ 하고 미소를 지으며 시온의 손에 제 볼을 부비적거리고 있는 강아지 한 마리, 아니 리시키다가 자리하고 있었다.
“···리시.”
“아, 네.
네!”
“류트.”
“네, 넵!
류트!”
핫, 챠!
하고 류트를 내미는 리시키다.
귀족들 대부분의 관심이 한창 계속되는 토론에 집중되어 있을 바로 이때가 간만에 류트 좀 튕기는 제 손과 나름 괜찮다고 자부하는 목소리가 ‘열일’ 할 때였다.
가볍게 손을 푼 시온은 귀족들이 미처 자신이 류트를 든 사실을 눈치 채기도 전에 바로 줄을 튕기며 바로 이 순간을 위한 자신의 BGM을 공개했다.
―라랄랄라 랄라라랄 라랄랄라라랄···.
꽤나 열띤 대화가 오고 가는 도중에 갑자기 들려오는 산들거림.
그리고 거기에 맞춰 귓가를 간지럽히는 류트의 감미로운 소리에 귀족들이 고개를 돌린다.
“어어···.”
이미 저들은 시온에 의해 몇 번이고 조련을 당한 이들.
류트 소리가 들려오고 노래가 시작되면 자연스레 입을 다물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귀족들의 귀에 천사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미청년이 그 어떤 연회장의 악기 소리보다도 더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작은 가슴 가슴 마다 고운 사랑 모아
―우리 함께 만들어가요 아름다운 세상
:
―함께 있기에 아름다운 안개꽃처럼
―서로를 곱게 감싸줘요 모두 여기 모여
:
―작은 가슴 가슴 마다 고운 사랑 모아
―우리 함께 만들어가요 아름다운 세상
―작은 가슴 가슴 마다 고운 사랑 모아
―우리 함께 만들어가요 아름다운 세상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는 저 말을 그냥 말로 들었다면, 자리에 모인 귀족들은 하나 같이 코웃음을 치며 세상이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라고 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저 남자는 히스파냐 전체에 자신의 능력을 증명한 귀족이다.
동쪽의 제 고향에서, 북쪽의 광활한 대지에서, 그리고 남쪽의 너른 바다에서.
그 영웅이, 그리고 때로는 그 어떤 음유시인보다도 더 따스한 목소리로, 더 가슴을 울리는 노래를 부르는 낭만적인 청년이 오랜만에 류트를 튕기며 마치 호소하듯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 누구보다도 더 힘겹고 참혹한 모습을 보아온 사람이 저리 희망을 부른다면.
조금은 그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함께 노력하고 만들어간다면 그저 추상적인, 종교적인 뜻의 아름다운 세상이 아니라.
진짜 자신들의 손으로 뭔가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샤랄라라랄라 샤랄랄라 샤랄라랄라라···.
여태 피를 보는 현장에 있던 것이 나였으니, 또한 아이러니하게 평화를 노래해야 하는 것이 바로 그 현장에 있던 나일 것이다.
그래, 그게 바로 영웅이라 불리는 내 업보겠지.
마치 햇살과도 같은 내용과는 달리, 시온의 표정은 그렇게 슬퍼보였다.
“···.”
“···.”
시온의 그 모습을 바라보며 바네사 왕녀와 쟌 테무친.
서로가 참 비슷한 두 여인은 그 순간 역시나 참으로 비슷한 생각을 했다.
‘가지고 싶다.’
‘무조건 가진다.’
또 다시 제 무덤을 파는 업보를 저지르며, 시온은 속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동시에 과거의 자신, 정확히 말하자면 소설 밖의 자신에게 감사 인사를 표했다.
‘코인 노래방에서 쓴 돈이 비로소 힘을 발휘하는구나.
과거의 나, 고생했다!’
―――――――작품 후기―――――――
아름다운 세상―유리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