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31)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31화(231/439)
231―――――
업보
“···해서 성전이 흐지부지되었고 현재는 인간들 전원이 본국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그리 보고를 하며 여인은 가늘게 몸을 떨었다.
이 순간을 위해서 성소에서 쉬지도 못 한 채 노력했을 동족들이 두 눈에 선한데, 결국 이 우매한 종족들은 고작 자신들의 헛된 욕망 따위에 이끌려 빛을 배신했다.
심지어 자칭 자신들의 종자라고 하는 요정들까지 여기저기서 일을 했다는데도 결과는 시원찮은 수준을 넘어서서 그냥 망한 정도였다.
“신성 프러센의 인간들이 딱히 큰 거부 반응 없이 포기했다고.”
“네.
아무래도 내부에 배신자들, 마족 추종자들이 있다고 판단해서 내부 정리부터 해야 함이 옳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신성 프러센에 마족 추종자들이 정말 있었나?”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감시자들이 몇인데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
여인의 말에 최상위 천족, 루는 턱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제 비서가 보고한 바에 따르면 히스파냐가 자신들을 뒤에서부터 혼란스럽게 하는 해적들과 신성 프러센의 연관을 찾았다며 성전에서 이탈할 것을 은근이 요구했고, 신성 프러센 역시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고 확신하는 듯 바로 원정군을 돌려서 내부 조사에 들어갔다고 했다.
‘분명 보고한 바에 따르면 도적들을 움직여서 혼란을 야기하고, 그렇게 하여 더 많은 교도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요정들의 의견에 따라 움직인 것일 텐데.
왜 갑자기 신성 프러센의 내부 배신자가 거론된 거지.’
설마 정말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던 인간들이 있었던 건가?
그리고 정말 우연히도 요정들의 계략과 그 시기가 맞아떨어져서 히스파냐가 성전에서 이탈할 최고의 이유를 던져주었고?
‘헛소리.’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건,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이상할 정도로 딱딱 들어맞았다.
우연이 아니다, 이건 누군가가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만든 연극이다.
누구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가 현재의 이 모든 상황을 만들었다.
기껏 선포한 성전을 단 두 달 만에 망가트려 없던 일로 해버린 것이나.
원래라면 신성 프러센 측에서 ‘빛의 뜻을 어기는 자들.’ 이라는 치욕적인 언사까지 들으며 집으로 돌아가야 함이 옳았던 히스파냐는 역으로 신성 프러센에게 ‘뒤에서 수상한 짓을 하는 자들.’ 이라고 중얼거리며 당당히 귀환하게 된 것.
그리고 주축이 되어서 움직여야 할 신성 프러센까지 별 말 없이 본국으로 돌려보낸 것까지.
‘누구지?
설마 최고위 마족들이 움직인 건가?
···아니, 아니다.
릴리트는 봉인되었고 바하무트가 날개를 잃은 시점에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설 녀석은 없어.
그나마 우리의 뜻을 꺾을 만한 녀석들은 저번 전쟁에서 전부 죽었으니까.’
가장 위협적인 적이라고 판단했던 최고위 마족들을 참살하기 위해, 천족들 역시 사활을 걸고서 싸움에 임했었다.
결과적으로 반수를 죽이는 데에 성공했지만 자신들의 피해 역시 너무나 컸기에 일단은 성소로 들어가 완전히 상해버린 몸을 회복하는 데에 주력했다.
‘일족의 수가 반 이하로 줄었다.
한 번 더 실패하면, 이대로 빛의 후예는 소멸한다.’
루는 그 부분에 대해서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늘의 뜻을 받들어 이 땅을 잿더미로 만들고 거기에서 새로운 씨앗이 돋게 만드는 것도 중요했지만 일단은 그 일을 해야 할 제 동족들이 그 때까지 살아남는 것이, 그리하여 마족들이나 빛의 뜻을 받아들이지 못 하는 모든 장애물들을 제거하는 것 역시 중요했다.
‘몸은 거의 돌아왔지만, 숫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번에 또 마족들과 전투를 치러 승부를 내지 못 하면 일족의 반이 또 사라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저 인간들조차 지워낼 수 없다.’
자신들이 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잠들어있던 사이.
그저 어리석고 약한 종족이라고만 생각하던 인간들은 무섭게 성장했다.
가장 짧은 수명, 가장 짧은 세대교체기를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변화에 민감하고 그 변화를 받아들여 순식간에 치고 오르는 무시무시한 종족들.
비록 현재 그 수는 적다하나 상위 천족들과 싸운다고 해도 능히 해낼 수 있는 인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다.
이대로 둔다면 마족들을 지워내고 인간들을 치려는 바로 그 때가 일족이 멸망하는 바로 그 날이 될 수도 있음을 루는 알아차렸다.
‘그래서 자의로 종자가 된 요정들과는 달리, 아무 것도 모르는 인간들에게 속삭여 그들 스스로 우리 일족의 노예가 되라고 설득했다.
실제로 꽤나 잘 먹혀들었고 말이야.’
요정들은 자신들의 뜻을 받들어 대륙에 충실히 위기감을 조성하고.
인간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여 스스로가 더 성장치 못 하게 만들고 피를 흘리게 만들어 서로 화합치 못 하게 한다.
모든 것은 일곱 번의 뿔피리가 세상에 널리 울려 퍼지는 그 날.
세상 모든 존재들이 기뻐하며 눈물을 흘리며 정화의 불꽃을 맞이하여 한 줌 재가 되고.
새로운 생명, 새로운 세상이 바로 거기에서 태어날 것이다.
“아, 그리고···.”
루의 비서가 전보다 더 조심스러운 기색으로 입을 연다.
뭔가 더 전할 내용이 있는데, 이걸 정말 전해야 하는지 고민이라는 표정.
“또 뭐가 있나?”
“그게 말입니다.”
“제대로 말해.
괜스레 시간 들여서 뭐가 좋아지는 게 아닌데.”
루의 말에 여인은 날개를 살짝 펄럭이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샤이엘라가 패배했고 큰 부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그 아이가 패배?
심지어 큰 부상을 입었다고?”
굳이 비유하자면 이번 일에서 현장 지휘관을 맡은 여인, 루의 여동생, 상위 천족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강자가 바로 샤이엘라다.
헌데 그녀가 패배한 것도 모자라서 아예 큰 부상까지 당했단다.
이 정도면 정말 최고위 마족이 비밀리에 제 영토를 벗어나 천족들을 뒤에서부터 공격하고 있다고 봐야 할 정도였다.
“상대가 누구였기에 그리 당한 거지?”
“그게··· 저···.”
루의 눈치를 보던 여비서는 침음을 내뱉고는 말을 이었다.
“이, 인간··· 이라고 합니다.”
“뭐?”
상위 천족이 인간에게 패할 수 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가능성이 꽤나 있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건 보통의 상위 천족들이나 그런 것이고, 샤이엘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원래는 최상위에 올라도 모자람이 없는 존재였으나 특유의 이상한 성향, 그리고 딱 절묘한 시점에 터진 성전에서 다른 상위 천족들을 케어해줄 상위 천족이 꼭 필요했다.
때문에 루는 상위 천족의 위치에 머물 이가 아님에도 그 자리에 머물고 있는 동생을 위해서 제 신창까지 건네주며 의지를 북돋아주었다.
“샤이엘라가 패퇴했다면 최소한 상대가 최고위 마족은 되어야 할 터.
헌데 인간에게 패배했다고?
혹시 뭔가 잘못 알려진 거 아닌가?
그게 아니라면 마족이 변장을 했다던가.”
“그럴 가능성을 염두하고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출신이 불분명하기는 하지만 행적들로 봤을 때 보통의 인간일 확률이 아주 높다고 합니다.”
그 말에 루는 경악을 금치 못 했다.
상위 천족뿐만 아니라 이제는 최상위 천족 바로 아래까지 인간들이 추격해왔다는 것이다.
현재 남은 일족의 수가 얼마 되지도 않는 상황에서 자신들이 보유한 최고의 패가 무력화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여태까지 그래도 여유를 가지고 있던 마음에 처음으로 조급함이 들었다.
“···성흔 보유자들을 찾는 작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안타깝게도 저번에 찾은 세 번째를 마지막으로 막혀있습니다.
그나마 그 3명도 신의 가호가 깃들어 간신히 이룩한 결과입니다.”
“좋지 않군.
아주 좋지 않아.”
신의 흔적이라 불리는 것들이 세상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음을 천족들도 알고 있다.
그들이 자신들의 반대편에 서서 그 힘을 사용하게 되면 최악의 적을 상대해야 하는 것이니, 천족들이 어떻게든 그 힘을 지닌 자들을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나마 요정 중 숲의 의지를 지닌 자는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이종족들은 감감 무소식이고, 무엇보다 가장 숫자가 많은 인간들 사이에 얼마나 더 많은 흔적들이 남아있을지 모르는 일이고.’
루는 원래 구상했던 대로 일을 계속 진행하다가는 자칫 완전히 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성전을 일으켜서 마족들을 인간들의 힘을 빌려 깨끗하게 정리하고, 이종족들의 반감을 부추겨 그 인간들을 공격하게 한 다음 모든 자들의 힘을 빼두고 강자들을 죽고 다치게 만든다.
그리고 더는 빛의 힘에 대항할 자들이 없어진 이 세상을 깨끗하게 불태우고, 정화한다.
원래 그것이 천족들이 원하는 그림이자 미래였고 아름다운 세상이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인간들이 꽤나 잘 움직이고 있었고 역으로 자신들의 계획은 전진하기는커녕 계속해서 뒤로 후퇴만 하는 중이었다.
“그 인간이 어디에서 왔다고 했었지?”
“히스파냐입니다.”
“히스파냐라고 한다면···.”
“밖에 있는 일족과 요정들의 보고에 따르면 빛의 교리를 가장 늦게 받아들여 교도 숫자가 가장 적고, 은연중에 빛의 교단을 밀어내려고 하는 기운도 보인다고 했습니다.”
“···신성 프러센이나 누디아 측에서 볼 때는 상당히 껄끄러운 존재일 수 있겠군.”
“누디아 쪽은 이미 왕성까지 저희가 장악했으니 신성 프러센과 다를 것이 없으니까요.”
빛이 저들을 적이라 단정지으면, 당장이라도 창칼을 들고서 성전을 외쳐줄 이들은 많다.
이전에는 그냥 대륙 여기저기에 불온한 기운을 불어넣어 그들 스스로 성전을 부르짖게 만들었지만, 자신들이 작정하고 어느 한 곳에 불꽃을 놓아준다면 거기로 몰려들 수도 있는 법이다.
혹여나 우리 일족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의심하는 자가 나올까 최대한 직접적인 관여나 뜻을 전달하는 것만큼은 피하고 있었다만.
루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제 앞에 펼쳐진 대륙의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원래는 대륙의 북쪽, 인간들에게는 필멸의 땅이라 불리며 자신의 일족들은 저주받은 곳이라 부르는 마족들의 고향에 꽂혀있던 창을, 루는 천천히 집어 들어서는 어딘가로 옮기기 시작했다.
“원래는 히스파냐까지 손에 넣고 움직이려 했으나, 인간들이 우리들의 예상을 벗어나도 너무 벗어났구나.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피를 볼 생각은 없었다만, 이렇게 된다면 별 수가 없겠지.”
달칵―.
필멸의 땅이 위치해있던 곳에 놓여있던 창이, 히스파냐로 옮겨갔다.
그리고는 그 지점을 정확히 집은 루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마족들을 지워내려 했던 계획을 변경하겠다.
저주받은 곳으로 향하던 모든 창칼을 거두고, 그 끝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거기가 목적지입니까?”
여인은 지도 위, 히스파냐를 가리켰다.
최상위 천족들의 리더 격인 루가 저렇게까지 말할 정도면 인간들이라는 존재들이, 히스파냐라는 그들의 집합체가 마족 이상으로 일족과 빛의 뜻에 위험한 자들이라는 것이었다.
“여태까지는 바람만 불어넣으며 불꽃이 일기를 바랐지만 이제는 아니다.
우리도 일어설 시간이 되었고, 이미 신성 프러센과 누디아에 있는 빛의 지지자들이 차고 넘치니 더는 망설일 필요가 없다.
걸림돌이 될 만한 존재를 뒤에 두고 마족을 칠 수는 없는 노릇.
불길한 빛을 히스파냐에 가득 집어넣고 그들을 대륙의 적으로 몰면 과연 빛을 따른다는 인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군.”
신성 프러센이나 누디아는 말할 것도 없고, 히스파냐 내부의 교도들도 자국 내부에 자신들과 뜻을 정반대로 가지는 자들이 있다고 하면 언제든 일어설 것이다.
빛의 교리가 그렇게 가르치고 있으니까, 빛의 후예들이 그걸 원하고 있으니까.
악을 단죄하고 불의를 심판하라, 그렇게 강조하고 있으니까!
“허면 루님.
진행하면 되겠습니까?”
“그래.
목표를 재설정해서 조금 더 직접적으로 행할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루님.
샤이엘라가 계속해서 다음 수행에 자신을 넣어달라고 청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끝을 내야 할 일이 있다고 합니다.”
“알 만 하지.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말릴 수도 없고, 말려도 듣지 않는다는 것도 전부 다 말이다.
루는 그렇게 하라는 답과 함께, 다만 부상이 어느 정도 치유되면 나서라는 주의 사항을 내려주었다.
어차피 막는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동생이 아니니, 차라리 이렇게 사전 주의사항을 주면 얼른 나서고 싶어서라도 제 몸 관리를 철저히 할 여인이었으니까 말이다.
‘이 녀석, 그 성향을 아직도 못 버리고 있는 것 같은데.’
샤이엘라가 인간에게 패했다는 부분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그녀도 미련한 자가 아니니 다시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자인지, 아니면 목숨을 헌납할 뿐일지는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자라면 당연히 앞에 나설 테고, 후자라면 이제부터 등장할 모든 것들을 이용해서 상대방의 힘을 빼둔 다음 그녀가 원하는 방향으로 요리를 할 것이다.
‘마족은 그 다음이다.
히스파냐를 제물로 대륙 전체를 피에 흥분하게 만들고, 그대로 필멸의 땅으로 부딪치게 만들어 서로를 불사르게 만들어주겠다.’
저들이 따르지 않으면 어쩔 것이냐고?
아니, 따를 수밖에 없다.
그게 자신들을 핑계로, 빛의 뜻을 빌미로 위에 군림하던 자들의 업보다.
진정한 빛의 후예들이, 진실한 빛의 뜻으로서 세상에 정화의 불꽃을 내리는데 과연 그걸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는 자가 세상천지 어디 있겠는가!
‘그래, 그게 인간들의 업보이고, 동시에 일족의 성스러운 일을 막아선 네놈들의 업보다.’
불어오는 바람에, 몰아치는 파도에 순응하며 그냥 힘을 빼면 될 것을.
감히 이 찬란한 불길을 막겠다고 멋모르고 막아선 네놈들의 업보다.
그리고 그 결정이 내려지고 얼마 후.
누디아에서부터 이상한 소문이 조금씩 퍼지기 시작했다.
―――――――작품 후기―――――――
(덥석) 추천···.
누르고 ···.
가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