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34)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34화(234/439)
234―――――
업보
원래 시온의 방에 여인이 들어오면, 잠시 후 있을 거사로 인해 항상 후끈한 열기가 돌았다.
하지만 지금은 열기 대신 절로 소름이 돋아나는 한기가 쌩쌩 불고 있는 중이었다.
“···.”
“···.”
“···.”
리시키다의 호출, 정확히는 시온의 부름으로 인해 모든 여인들이 소집되었다.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모른 채 일단 내려온 루시아나 트리샤도 있었고, 이미 대충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던 릴리트도 한 자리에 모여 있는 상황.
침대도 좋지만 소파 위가 최고의 잠자리라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던 시온 덕분에 그의 방 안에는 기다란 소파가 두 개나 놓여 있었고, 덕분에 모인 여인들은 서로가 거리를 둔 채 거기에 앉거나 아니면 의자를 가져와서 앉아있는 중이었다.
“···.”
“···.”
그럼에도 여전히 침묵은 계속되었다.
정확히는 쟌을 빼고 나머지 여인들이 눈빛으로 뭔가를 주고받으며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말이다.
“···주인님께서 조금 늦으시네요.”
적 앞에서는 그 어떤 검보다도 더 날카로운 여기사이지만, 시온과 관련된 일에 관해서는 무척이나 부드럽고 착한 여자가 되는 리시키다가 결국 총대를 메고 입을 열었다.
다른 여인들에게 맡기기에는 미안하기도 하고, 시온이 자신에게 일을 맡겼으니 그가 올 때까지 어떻게든 이 얼어붙은 분위기를 풀어내고자 하는 의무감이 발동한 것이었다.
“저, 쟌 테무친님.
처음 보는 분들이 있으시죠?”
“···그렇군.
그대는 북쪽에서 봤었고 다른 두 여자도 마찬가지.
다만 조금 전의 들짐승···.”
들짐승이라는 말에 리아의 표정이 다시금 굳고, 트리샤가 쿡!
하고 웃음을 내뱉는다.
그에 릴리트가 그러지 말라며 트리샤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인상을 찡그린다.
“정정하도록 하지.
리아라고 하는 저 여인과 그 옆에 앉아있는, 꽤나 괜찮은 실력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무투가는 처음 보는군.”
그래도 쟌의 말에 의하면 ‘꽤나 괜찮은 실력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무투가’ 로 불리는 루시아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
최소한 리아처럼 들짐승 같은 단어로 표현되지는 않았으니까 말이다.
“루시아라고 해요.”
“쟌이라고 부르면 된다.”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또 다시 이어지는 침묵.
이미 쟌의 정체에 대해서, 왜 왕국에 왔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그녀가 북쪽에서 시온과 무슨 약속을 주고받았는지에 대해서 알고 있는 여인들은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아직 정확한 상황을 모르는 리아나 루시아만 ‘다들 너무 날이 서있는데?’ 라고 반응할 수밖에 없었고 말이다.
‘이렇게 여인들을 한 자리에 불러 다 모이게 한 건 분명 내게 원하는 뭔가가 있어서겠지.’
아마 쟌의 생각을 시온이 들었다면 ‘절대 아냐, 그냥 비둘기가 우리들의 적이라는 중대 사항을 발표하기 위해서 모이라고 한 거라고!’ 외쳤을 지도 모르겠다.
허나 무척이나 유감스럽게도, 쟌의 생각이 거기까지 닿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저 두 여인을 제외한 나머지는 내가 ‘누구’ 인지 잘 알겠지.”
쟌이 단순히 북쪽에서 온 손님, 내지는 북쪽 부족들의 수장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게 아니다.
시온과 자신이 무슨 관계에 있는지 알고 있지 않느냐는 일종의 광역 도발.
그에 바로 걸려든 쪽은 역시나 항상 활활 불타오르고 있는 트리샤였다.
“흥!
시온님을 힘으로 압박해서 얻어낸 말로만 된 약속 가지고 엄청 으스대네.”
그래도 화를 내기 보다는 그냥 가소롭다는 듯 중얼거리는 트리샤.
아무래도 이전에 있었던 시온의 ‘포상’ 으로 인해 최근 들어서 여유가 생기고, 조금은 넓은 아량을 가지게 된 것 같았다.
“그러게.
약속만 받아놓고 막상 진짜로 받은 건 하나도 없는 인간 주제에 말이야.”
어차피 혼자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
대신 절대 독점하려고 들지는 마라.
라는 부분을 강조하는 릴리트 입장에서도 혼인인지 뭔지 하는 것을 들먹이려고 하는 쟌은 그야말로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다른 곳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마나 함유량이 적은 땅, 말 그대로 버림받은 곳.
그런 지역에서 저렇게 강자가 된 것만으로도 인간의 기준을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
‘그래, 거기까지는 시온이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낄 만한 인간이라고 봐줄게.
하지만···.’
하지만, 강하다고 해서 자신을 압도할 만한 엄청난 힘을 가진 여인도 아니다.
자신이 정말 필살의 의지로 대한다면 얼마간의 사투 끝에 죽여 버릴 수도 있다.
리시키다처럼 시온을 향한 맹목적인 충성심을 가진 기사도 아니고, 루시아처럼 마법과 무투술이라는 두 가지 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다못해 리아처럼 귀여운 모습이나 트리샤처럼 톡 쏘는 맛을 지닌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그냥 정말 겨울과 같은 인간 여자,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으로 똘똘 뭉친 여인.
강하기에 그만큼이나 서로 섞이기가 힘든 여자가 시온 옆에 달라붙는 건 더는 사절하고 싶은 것이 릴리트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냐앙?
도대체 무슨 소리야?”
“그러게요.
다들 반응이 너무 날카롭네요.
북쪽에서 온 손님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이러다가 시온한테 혼날 수도 있는데 일단 다들 조심하는 게 어떨지요.”
“글쎄다?
루시아, 과연 네가 저 인간 여자의 정체를 알고서도 그럴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정체요?”
루시아의 반문에 릴리트는 놀라지 말라는 말을 먼저 해주고는 말을 이었다.
“시온이랑 결혼하겠대.”
“···네?”
“북쪽에서 제 부족들을 진정시키는 대가로 시온과의 혼인 동맹을 가져갔다고―.”
사실은 시온과 쟌이 먼저 나서서 혼인 동맹이라는 거대한 미끼로 북부 부족들과 전사들의 반발을 최소화한 것이었지만, 릴리트나 다른 여인들에게 그런 정치적인 부분은 필요 없었다.
그녀들의 눈에는 그저 저 북쪽의 야만 부족 여인이 갑자기 달려들어서는 마치 독수리가 채가는 것 마냥 시온을 날름 채갔다고 보일 뿐이었다.
“···.”
스르릉―.
다시금 시퍼런 칼날과도 같은 제 손톱을 뽑아내는 리아.
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이번에는 그 끝에 ‘파직!’ 하고 시퍼런 전류가 흐르고 있다는 점, 그리고 두 눈에 요사스러운 푸른빛이 감돌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하하.
릴리트 언니, 농이 지나치시네요.”
아하하, 하고 웃는 소리는 내는데 눈도, 표정도 전혀 웃고 있는 게 아닌 루시아까지.
설마 릴리트가 이런 저급한 장난질을 할 여인은 결코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는 리아와 루시아는 해명을 요구하듯 쟌을 쳐다보았다.
갑자기 찾아온 손님 주제에 어디 감히 자신들의 먹이를 채가려고 경고를 하는 듯이 말이다.
“이래서 밑의 사람들은 어찌 할 수 없는 것이군.
그대들의 주인인 시온이 무슨 생각으로 나와 그런 약속을 맺었는지는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불만만 제기하는 것인가?”
오히려 쟌은 꽤나 당당한 목소리로 그리 말하며 우아하게 다리를 꼬고서 여인들의 시선을 당당하게 받아내고 있었다.
그녀는 볼을 긁적이며 다른 여인들이 뭐라고 쏘아 붙이기 전에 바로 말을 이었다.
“어차피 지켜질 수 없는 약속이 될 확률이 높다는 건 그대들도 알고 있지 않나.”
“으엥?”
“에?”
“뭘 모르는 척들 하는 거지?
내가 왕국에서 그리도 말하는 야만족들의 수장이라고 해서 설마 머릿속까지 근육으로 가득 찼다고 생각했나?”
쟌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잠깐이지만 소리 내어 웃었다.
하지만 곧 그 웃음은 한겨울의 따스한 기운마냥 아주 잠깐 머물다가 사라졌고, 그녀의 얼굴에는 겨울의 무미건조함만이 남았다.
“혼인 동맹은 어디까지나 명분이다.
북쪽의 우리 부족들과 왕국이 맺은 이 동맹이 반드시 오래 갈 것이라는 명분.
그러니 다들 안심하고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거두고 자신들의 삶에 충실하며 서로에게 이빨을 드러내지 말라는 거지.”
“아아···.”
“여기사여, 그대가 한 번 말해보도록.
나와 같은 여자가, 왕국이 야만족이라 하는 여인이 왕국의 귀족과 이어진다고 하면 과연 다른 귀족들이 뭐라고 할 것 같은가?”
“···듣기 거북한 소리들이 많이 나올 거예요.”
귀족들의 생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리시키다가 그리 답한다.
그녀의 대답에 쟌은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두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지금보다도 관계가 더 가까워지고 이제는 서로 싸우는 것이 손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그대들이 뭐라 하지 않아도 내가 먼저 포기할 생각이니 너무 걱정들 말라고.”
전혀 생각지도 못 하고 있었던 부분.
쟌 스스로가 혼인 동맹을 확실히 밀고 갈 생각이 없다고 하니 리시키다나 트리샤, 릴리트는 상당히 당황하고 말았다.
“냐앙, 그러면 말이야.
쟌.”
다른 손톱은 집어넣은 채, 검지 쪽의 손톱만 내세운 리아가 슬쩍 입을 연다.
“시온에게는 정말 아무런 생각이 없는 거야?
혼인 동맹도 그냥 당신들의 사람들을 위해서 내놓은 것일 뿐, 개인적인 감정은 없는 거야?”
“그건···.”
리아의 질문에 쟌이 막 대답을 하려는 찰나.
멀리서 인기척이 느껴지자 쟌은 바로 입을 다물고는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듯이 평소의 차가운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다행이네.
난 또 벌써부터 칼부림이라도 하는 줄 알았는데.”
문이 열리며 시온과 김유현이 안으로 들어섰다.
시온은 혹 이 여자들이 벌써 한 바탕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척 앉아있는 건 아닌가 하고 방 여기저기에 설치해두었던 깨지기 쉬운 유리잔이나 화분들을 일일이 다 검사해보았다.
“우리가 뭐 맨날 싸우는 줄 아니?
다들 어린애도 아니고 말이야.”
“맞아, 맞아!”
“양심이 있으면 리아, 넌 최소한 가만히 있자.”
시온의 날카로운 경고에 바로 입을 다물고 마는 집냥이였다.
그래도 자신을 노리고 공격을 한 게 꽤나 분한지 투덜거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꽤나 귀여웠는지 루시아가 쿡쿡, 하고 웃음을 내뱉었다.
김유현이 문을 닫고, 혹여나 어디선가 엿듣는 이가 없는지 전부 확인한 후에 손짓을 해보이자 시온은 자신이 왜 이 인원들을 불러모았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기로 했다.
“이제부터 중요한 이야기 좀 하려고요.
다들 모이라고 한 이유는 바로···.”
“서열 정리야, 시온?”
“릴리트님, 저 지금만큼은 세상 진지합니다.”
“알겠어, 알겠어.
그렇게 정색하지 마.
안 어울리니까.
그래서, 그 중요한 이야기가 뭔데?”
“천족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더 나아가서 어쩌면 꽤나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천족, 이라는 단어가 흘러나오자 그래도 웃음기를 잃지 않고 있던 릴리트의 얼굴에서 그 기운이 싹 사라졌다.
이미 시온에게서 대충의 사실을 알고 있던 루시아는 올 것이 왔다는 표정.
그리고 이미 천족과 한바탕 하고 온 김유현과 리시키다는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냐아앙··· 분위기 이상해.”
“뭐야.
다들 왜 이래?
초상집 분위기잖아.”
다만 아직 정확한 상황을 모르는 리아와 트리샤는 눈치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쯤해서 슬슬 자신이 그리고 있는 그림을, 그리고 세상의 빛이라고 스스로를 일컫는 자들의 민낯을 어느 정도 알려주어야겠다고 시온은 생각했다.
‘처음에 이런 말을 했다면 무리수였겠지만.’
이제는 시온과 여자들 사이뿐만 아니라, 저들 사이에도 신뢰도가 어느 정도 구축되었다.
서로가 종족도 다르고 가진 힘도 다르며, 성격도 너무 다르다지만 결국 같은 목표를 두고 함께 나아가고 있기에 동료애가, 전우애가 피어날 수밖에 없다.
시온은 천천히 입을 열어 요정들이 왕성을 노렸던 것을 시작으로.
천족이라 불리는 자들이 자신을 습격하여 릴리트가 아니었다면 죽었을 수도 있었던 부분과.
클라우젠 영지를 노리던 요정들과 그 배후 세력.
신성 프러센의 배신자들을 자극하여 해적들을 다시금 일으켜 왕국을 혼란스럽게 한 것과.
마지막으로 리시키다와 김유현 앞에 나타나 그들과 싸웠던 천족의 이야기를 다 해주었다.
‘천족이 사실은 희대의 개새끼들이다.’ 라는 결론은 교묘하게 피해가면서.
그러나 그런 결론을 내놓을 수밖에 없도록 적절히 이야기를 섞고, 늘여가면서.
그렇게 해서 저들 스스로 천족이란 종족에 대한 호감도를 0으로 만들어버릴 때까지 말이다.
“그래,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
이 비둘기 새끼들.
겉만 허옇지 속은 아주 시꺼매!”
역시나 릴리트가 가장 먼저 씨근덕거리며 당장이라도 갈아 마셔버리겠다는 듯 분노한다.
트리샤는 다른 건 다 제쳐두고 ‘시온을 죽이려고 했다.’ 라는 부분에서 이미 반은 이성을 놓아버린 상태로 이를 악물고 있었고, 그건 리아나 루시아도 마찬가지였다.
리시키다는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저들만큼이나 분노하고 있었는데, 천족과 실제로 부딪쳐서 그들이 얼마나 강한지 직접 피부로 느껴보았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쟌은 전보다도 훨씬 더 차갑게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내가 듣기로 천족이란 종족은 인간들을 지켜주는 일종의 수호 세력이 아니었나?”
“히스파냐나 누디아, 신성 프러센에서는 그렇게들 인식하고 있지.”
“그대들에게는 그럴지 몰라도 우리 부족들에게는 그냥 허상에 불과한 자들이다.
그런 자들이 시온, 그대의 목숨까지 위협했다면 우리와는 당장 적이 되는 셈이지.
우리 북쪽의 부족들은 그대에게 빚을 졌으니 응당 그대를 적대시 하는 자들과 싸울 것이다.”
그래, 좋아.
역시 작업을 충분히 하고서 진실을 터트리니 부작용도 없고 좋구만.
시온은 그렇게 생각하며 천족이 사실은 희대의 개새끼들임, 이라는 자신의 이야기에도 별 반응 없이, 그저 천족들이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소식에만 분노하고 있는 이들을 바라보며 ‘됐다!’ 라고 작게 소리쳤다.
“시온,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천족들이 정말 인간들에게 적의를 가지고 행동한다면.
그 진실을 아무도 모르고 오직 너만이 알고 있다면 말이야.”
“다행히 바네사 왕녀도 천족이 뭔가 이상한 일을 꾸미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릴리트님.
저 혼자 싸우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천족들이 정말 ‘나쁜 짓’을 벌일지 확실한 건 아니니 일단 대비 정도만 해두는 편이 좋겠죠.”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천족을 먼저 칠 방도가 없다.
당장 나가서 천족 개새끼, 라고 외치면 빛의 교도들이 사죄하라고 몰려들 테니까 말이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 괜히 적의를 더 불태우기 보다는 의심에 기름과 장작을 더 끼얹고 불타오르게 만들며 그게 꺼지지만 않게 관리해주면 된다.
어차피 정상인이 거의 없는 조합이니, 천족에 대한 적개심을 쉽사리 거둘 이들도 아니었다.
“리시, 너 천족과 붙어봤다고 했지?”
“네, 릴리트님.”
“그리고 거의 패배 수준으로 지독하게 밀렸고 말이야.”
“···그렇습니다.”
“그래, 천족들이 괜히 자신들이 최고로 우월한 종족이라고 지껄이는 게 아니지.
여기서 확실히 말해두는데, 싸울 수 없다고 판단하면 나서지 마.
방해되니까.”
릴리트의 그 말은 괜히 싸우다가 죽지 말라는 걱정의 뜻도 담겨있었지만, 시온의 말대로 여기에는 정상인이 거의 없었던 터라 그 뜻이 이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 말, 상당히 거슬리는군.”
쟌을 시작으로 자리에 모여 있던 모든 여인들이 두 눈을 번쩍이며 자신은 결코 약하지 않다고 스스로를 어필한다.
당장 천족에게 패배했다고 봐도 무방한 리시키다까지 다음번에 싸우면 결코 지지 않겠다는 듯 강렬한 의지를 내뿜고 있었다.
“아니, 이것들이 고집은?
상대가 무슨 인간 따위인 줄 알아?
천족이야.
스스로를 빛의 후예라 부르고, 재수가 없긴 하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놈들!
까불다가 정말 죽는다니까?”
“저희 노력 엄청 했어요.
지금도 하고 있고요.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 도움이 되기 위해서.
릴리트 언니도 그거 잘 아시잖아요?”
“턱도 없어.
너희는 아직 멀었다니까?”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는 말이 있습니다, 릴리트님.”
“이 답답한 것들이?
좋아, 그렇게 자신만만한 녀석들은 내가 먼저 판단해볼게.
너희가 정말 천족과 싸울 수 있는 상태인지, 아니면 그냥 한 주먹거리인지 말이야.”
아니, 갑자기 분위기는 왜 또 이 지랄인데.
바로 조금 전까지 서로 으쌰으쌰 할 것만 같은 기운은 개한테나 줘버렸는지, 당장이라도 여기서 한바탕 할 것만 같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시온은 한숨을 내뱉으며 이럴 줄 알았다는 반응.
그는 슬쩍 고개를 돌려 김유현을 바라보았다.
네가 천족을 패퇴시켰으니 어떻게 잘 말 좀 해서 이 사태를 진정시켜보라는 뜻으로.
“···.”
김유현은 그런 시온의 뜻을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고는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여인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천족과 맞붙어서 싸워본 이로서 말하겠는데.”
“···?”
“당신들 더럽게 약하다.
지금 싸우면 무조건 죽는다.”
“뭐, 뭐라고요?”
“냐아앙?”
“그래도 나서고 싶다면 따라와라.
너희들이 전부 달려들어서 내게 상처 하나라도 낸다면 그 때는 이 말을 취소하도록 하지.”
아니, 시펄?
이 새끼가 지금 뭐하는 거야?
“좋아요, 유현.
제가 마법만 쓰다가 이제야 무투술 좀 한다고 가볍게 여기는 모양인데.”
“김유현 경.
제가 얼마나 무섭게 성장했는지 잘 아실 텐데요.”
“냐아앙!
이렇게 확, 확!
하고 그어줄 테다!”
“사람이 불에 타 죽는 게 가장 아프다고 하던데.”
“북쪽에서 잠깐 검 좀 부딪쳤다고 오만방자한 남자군.
승패는 병가지상사라고 했거늘.”
자리에 앉아있던 여인들이 우르르, 하고 죄다 일어선다.
이미 해는 떨어지고 달이 떠오른 상황임에도 당장 뛰쳐나갈 기세.
시온은 전혀 예상치 못 한 그림으로 상황이 커지자 장탄식을 내뱉고 말았다.
‘달밤에 체조도 아니고 갑자기 이게 뭔 지랄인데!’
김유현, 이 새끼는 말리라니까 지옥참마도를 쏘아 올리고 자빠졌네!
이런 염병!
―――――――작품 후기―――――――
울어라,,, 지옥 참마도,,,!
/일일 휴재 정말 죄송합니다···.
쉬다 오겠습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