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35)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35화(235/439)
235―――――
즉위식
반짝―.
“···.”
아침이다.
창문 사이로 비쳐 들어오는 햇빛에 시온은 ‘시발.’ 이라고 욕설을 내뱉었다.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그러는 건 절대 아니다.
이건 그냥 습관,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이 밝아오는 아침이 아니라면, 그냥 이렇게 잠에서 깨어나 푹신한 침대를 벗어나서 이불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다.
특히나 지금은 아니지만, 계절이 한겨울이면 이런 건 더더욱 심해졌다.
텅텅텅!―.
“해가 중천에 떴다!
어서 일어나거라, 시온!”
그렇지 않아도 지옥 같은 아침인데, 벌써부터 자신을 재촉하는 여인까지.
아주 골고루 환장하게 만드는 신박한 아침 알람이었다.
‘돌겠네, 진짜.
다른 건 몰라도 수면권은 보장 좀 해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시온은 문 밖에 서있는 여인이 참다 참다 문을 부수고 들어올까 잽싸게 세면을 마치고 대충 옷을 걸친 다음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왜 아침부터 그러는 거냐.
사람이 잠은 자고 살아야 하는 거 아냐?”
“사람이란 아침부터 몸을 움직여야 하는 법이다.
그대도 전쟁 영웅이라고 했으니 날 이해할 텐데?
어서 식사를 하고 함께 신체 연마에 박차를 가하는 거다.”
“···.”
쟌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시온은, 맞아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일단 한 번 질러보자는 생각으로 쟌의 옆구리를 기습적으로 찔렀다.
“억!”
애교라던가, 앙탈을 부릴 생각이었다면 저런 묵직한 소리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건 정말 아파서, 그리고 몸이 놀라서 내는 육성이다.
“끄으응···.”
‘아침’ 부터 낑낑대며 온 몸이 다 아파보이는 표정을 짓는 쟌을 바라보며, 시온은 쯔쯧하고 혀를 차곤 말했다.
“그러게 왜 덤볐어.
내가 경고했지?
북쪽에서 네가 마주한 모습은 그 괴물의 반의반도 되지 않는다고 말이야.”
“···솔직히 말하자면 믿을 수가 없기는 했다.
나 정도만 되어도 괴물이라 불려도 모자람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뛰어넘은 진정한 ‘괴물’ 있을 줄이야.”
질렸다는 듯이 한숨을 내뱉는 쟌.
아무래도 어제 있었던 김유현의 매타작이 상당히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어제 정말 난리도 아니었지.’
릴리트를 제외한 여인들과 김유현 혼자만의 대결.
그나마 별장이 대귀족 가문의 별장답게 부지에 여유도 있었고, 널찍한 연무장도 갖추고 있었기에 벌일 수 있었던 일이었다.
반은 진심, 정정하겠다.
반 넘게 진심으로 임하는 여인들과는 달리.
김유현은 목검 한 자루만으로 여인들을 상대하기로 했다.
100퍼센트 진심으로 하는 것이 아닌 가벼운 몸 풀기, 내지는 시험이라고 해야 하니 딱 이 정도가 적당하다면서 말이다.
‘그에 트리샤는 바로 지랄 발광을 하면서 죽이겠다고 했었지.’
반대로 김유현의 실력을 잘 알고 있는 루시아와 리시키다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눈치가 빠른 리아와 쟌은 그런 두 여인의 모습을 보고 ‘생각보다 저 남자가 훨씬 더 강하구나.’ 라고 생각한 듯 했었다.
‘생각해보니 김유현, 아직도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닐 텐데?
원래라면 지금쯤 쟌보다 조금 더 강한 수준, 그러니까 최상위 천족과는 아직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란 거지.’
그렇게 생각한 것이 김유현의 무위를 보기 전의 시온의 예상이었다.
하지만 잠시 후, 시온은 자신의 예상이 아예 어긋났음을 알 수 있었다.
“···미친.”
시작하자마자 트리샤는 미처 성흔을 사용해보기도 전에 김유현의 일격에 배를 부여잡고 그대로 쓰러졌다.
한 방, 한 방이 강력하긴 하지만 성흔의 힘을 발현시켜 조절하고 사용하는 것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약점을 놓치지 않은 것이었다.
가장 난적이 될 것이라고 여겼던 트리샤를 순식간에 제압하자마자 다음으로 김유현이 노린 상대는 상당히 성가시게 자신을 괴롭힐 확률이 높은 리아.
루시아와 리시키다의 협공을 가볍게 흘려보낸 김유현은 자신의 빈틈을 치고 들어오는 쟌의 공격을 아주 간발의 차로 피하며 동시에 그 뒤에 숨어서 때를 기다리던 리아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아마 그 직후, 떼껄룩의 냐오옹!
하는 애처로운 울음소리가 들렸지.’
역시나 속전속결로 한 명을 또 넉아웃 시킨 김유현.
리아는 커다란 나뭇가지에 걸려 절반으로 접힌 채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이제 남은 상대는 루시아와 리시키다, 그리고 쟌.
모두가 원거리 공격이 아닌 근거리에서 승부를 보는 타입이었기에 루시아는 머리를 굴려서 무투술 대신 재빠르게 마법으로 자신의 공격 방법을 전환했다.
그 판단에 조금은 감탄했다는 듯 탄성을 내뱉은 김유현이었지만, 딱 거기까지.
잠시 후 드러난 광경은 그야말로 처참했는데, 루시아는 대(大)자로 뻗어버렸고 리시키다는 아예 연무장 바깥으로 날아가 버렸으며, 쟌은 옆구리에 일격을 허용한 후 아예 땅바닥에 거꾸로 처박혔다.
―한 명, 한 명의 실력도 안 되는 마당에 이렇게 서로 손발까지 안 맞아서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되려고 당당히 말하는지 모르겠군.
한참 멀었다.
―
10분도 채 걸리지 않은 시간에 실력 검증을 끝낸 김유현은 되었냐는 듯 시온을 쳐다보았다.
거기서 더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냥 고생했다는 말 한 마디 해줄 뿐이었다.
‘어차피 서로 손발이 안 맞는 상대들이니 빠르게 귀찮은 상대부터 쳐내고 이후 하나씩 완벽하게 박살을 내놓는다.
말로는 간단해, 말로만.
정작 그걸 몸으로 실현하는 과정이 문제라고.’
트리샤야 실전 감각이 아직 떨어진다고는 해도 한 방의 화력은 무시 못 할 수준.
리아는 그 움직임만으로도 수백의 병사들을 가지고 놀았던 전적이 있으며 리시키다는 상급 기사로서 이미 충분한 무력을 보유하고 있고 루시아는 라이도에게서 마법과 무투술을 배웠다.
거기에 더해서 쟌은 원래 이때쯤의 김유현과 엇비슷하게 싸워 볼만 한 수준이었다.
정리하자면 그녀들이 이길 수는 없다고 해도 싸움이란 것을, 저항이란 것을 해볼 만은 하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김유현이 패배하지는 않아도 조금은 고전할 줄 알았는데, 이 무식하게 강한 주인곤 놈은 말 그대로 아주 박살을 내버렸다.
원래 소설 내용보다도 더 강해진 김유현을 바라보며 시온은 도대체 뭐지?
싶다가 ‘아!’ 하고 속으로 탄성을 내지르고 말았다.
‘맞아!
생각해보니 내가 저 놈 대신 온갖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잖아.
그러면 김유현이 소설 흐름보다도 몸의 회복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소리지!
원래는 딱 쟌보다 조금 더 강한 수준이었는데, 이 정도면 지금 당장 칠익 중 하나랑 싸워도 문제가 없겠는데?’
그동안 참 고생, 고생 해가며 수습한 일들이 비로소 빛을 발하는 시점이었다.
딱히 다른 곳에 몸도 마음도 상할 구석이 없었던 터라 새 살이 솟아나듯 솔솔 힘을 되찾은 김유현이 아주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김유현의 ‘팩트 폭격’ 이 종료되었고, 남은 건 저런 괴물 같은 남자가 다 있어.
라는 기운이 가득 담기 여인들의 눈빛이었다.
“오죽하면 악몽이란 걸 꿀 정도였다.”
“악몽?”
“땅바닥에 거꾸로 만 번은 처박히는 꿈.
덕분에 지금도 골이 다 울리는 것 같다.”
한숨을 내뱉으며 그리 중얼거리는 쟌이었다.
다른 이도 아니고 칸이라 불려야 할, 북부의 악몽이라고 일컬어져야 할 여인이 이제는 땅바닥에 처박히는 악몽을 꾸는 이가 된 것에 있어 조금은 우스우면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이유로 오늘부터 자체적으로 특훈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 땅에는 북쪽과 달리 마나가 풍부하니 게으름 피우지 않고 어떻게든 해본다면 그 괴물 같은 남자에게 더 가까워질 수도 있다.
어쩌면 유효타를 줄 수도 있고 말이야.”
“···.”
갑자기 쟌이 불쌍해졌다.
원래라면 김유현과 자웅을 겨루어서 왕국 측에게 북부의 악몽이라는 이름까지 얻는 여인인데.
이제는 예상보다도 급격히 강해진 주인공 때문에 왕국까지 와서 훈련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아침부터 꼭 이럴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어제 바네사 왕녀가 말하지 않았던가?
오늘 왕성으로 다시 오라고.”
“그랬지?”
“그러면 준비해야 하는 게 아닌가?”
“···이 아침부터 남의 집에 찾아가서 뭐하려고.
아무리 일러도 오전 시간대, 보통 같아서는 오후에 입궁한단 말이다, 이 성질 급한 여자야.”
시온의 핀잔에 쟌은 ‘그런가?
이상하군.
우리 부족들은 하루 일과를 이른 새벽부터 시작하고 해가 지기 전에 모든 일을 끝마치는 지라 오후에는 잘 움직이지 않는데.’ 라고 중얼거렸다.
다른 곳에 가면 다른 곳의 방식에 익숙해지는 것도 필요하다, 라는 식으로 충고를 해준 시온은 의도치 않게 이른 시간에 일어났으니 일단 나가보기로 했다.
“아침 식사도 안 하는 건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늦잠이거든.
그렇다면 아침밥을 먹을 시간이 과연 있을까?”
“···전쟁 영웅이라는 그대가, 왕국의 영웅이라는 남자가 이런 게으름뱅이라니.”
“뭘 모르시네.
원래 최고의 상관은 게으르지만 머리 하나는 비상한 사람이라고?”
이런 말이 있다.
최고로 쳐주는 상관은 게으르지만 머리가 아주 좋은 사람.
다음은 부지런하면서도 머리가 좋은 사람.
그 밑이 게으르면서 머리도 나쁜 사람.
그리고 최악의 상관은, 머리도 나쁜데 쓸데없이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괜한 짓으로 밑의 사람을 괴롭혀서 시작도 전에 힘이고 진이고 다 빼지 말라는 소리지.’
해서 시온은 항상 스스로 게으른 사람이 되고자 했다.
물론 머리까지 굳은 채로 몸이 게을러지는 건 아니지만!
“시온.
하나 궁금한 것이 있다.
그 김유현···?
이라는 남자에 관한 것인데.”
“너무 자세한 건 묻지 마.
나도 잘 모르니까.”
거짓말이다.
김유현에 대해서는 시온보다 잘 아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김유현 스스로도 모르는 자신에 대한 부분을 그는 알고 있다.
“듣자하니 귀하다고는 하지만 분명 마나를 다루는 것을 도와주어서 결과적으로 그 인간이 가진 힘을 크게 향상시켜주는 물건들이 있다고 들었다.”
“아, 마법 무구나 아티펙트들을 말하는 건가?”
“그렇게들 말하더군.”
“그런 게 네 말대로 귀하기는 하지만 확실히 존재하긴 하지.
그런데 그건 왜?”
“혹시 김유현, 그 남자가 그 물건들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서.”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뭔가 달랐다.
어제 부딪치면서, 북쪽에서 한 번 부딪치면서도 느낀 건데 비슷하면서도 묘하게 다른 느낌의 힘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역시 중반부 최고의 악역으로 불리던 쟌 다운 눈치였다.
딱 두 번 부딪쳤는데도 김유현이 사용하는 마나의 순환이 자신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낀 모양이었다.
‘당연하지.
김유현은 이곳의 마나를 자신이 무림에서 써먹던 방법으로 전환해서 사용하고 있으니까.
재료는 같은데 나오는 결과물이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지.’
그런 연유로 김유현은 이곳에서 사용되는 마법 무구나 아티펙트들을 절반 넘게 사용할 수가 없었다.
비유하자면 220V 짜리 콘센트에 110V 전선을 넣으려고 하는 꼴이라고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놈은 그냥 순수하게 제 힘으로 싸우고 있는 거야.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그 놈 아직 제 힘을 다 쓴 것도 아니고.”
“그건 알고 있다.
확실히 봐주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내가 약자라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이 끔찍하고 역겨웠는데도 뭘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지.”
“단순히 봐준 정도가 아니야.
아직 본래의 힘이 다 돌아오지도 않은 상태라고 해야지.”
“···이미 충분히 강한데도 그게 본 실력이 아닐뿐더러 힘도 다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시온의 말에 쟌은 기가 막히다는 듯 ‘하!’ 하고 탄식을 내뱉었다.
지금도 인간 기준에서는 괴물이라고 불릴 만한 실력자인데, 그게 다가 아니란다.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무시무시한 남자가 다 있는지!
“···동생이 남자는 잘 문 것 같군.”
“아, 그러고 보니 에오스는 잘 지내?”
“뭐지?
왜 내 동생에 대해서 묻는 거냐.
혹시 에오스에게 관심이 있는 거냐?
둘이 무슨 이야기를 따로 나눈 거지?
나와 만나기 전에 동생과 먼저 있지 않았더냐.
뭘 했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무슨 눈빛을···.”
“진정해, 진정!”
평소에는 한겨울을 대하고 있는 것처럼 차갑기 짝이 없는 여자가 갑자기 동생과 관련된 이야기로 나가자마자 무슨 랩이라도 하듯 속사포로 말을 쏘아댄다.
생각해보니 쟌이라는 이 여자, 묘하게 제 동생에게 경쟁 심리를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동생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언니로서 더 잘 해내야 한다는 중압감이 상당했던 듯 하다.
“첫째, 난 에오스한테 관심 없음.
둘째, 난 한참 잘 되어 가고 있는 남녀 관계 망칠 생각도 없음.
셋째, 난 쟌, 당신이 더 필요함.
됐어?
이제 쓸데없는 생각 마.”
괜한 오해로 이 무서운 누님이 또 이상한 헛짓거리를 하기 전에 미리 쐐기를 박아두는 시온.
덕분에 쟌은 ‘그, 그러면 다행이구나.’ 라고 중얼거리곤 마치 도망치듯 발걸음을 옮겼다.
같이 신체 단련을 하자고 할 때는 언제고 저리 도망치는 쟌을 바라보며 시온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아침부터 땀 뺄 일은 없겠네.
들어가서 잠이나 더 잘까.’
시온이 다시 몸을 돌려 방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현관 쪽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하나는 이 별장을 책임지는 클라우젠 백작가의 사람이고, 다른 한쪽은···.
“왕궁에서 보낸 전언입니다.
시간이 된다면 시온 클라우젠 공자는 바로 궁으로···.”
아무래도 왕궁에서 이 이른 아침에 사람을 보낸 모양이다.
대부분 공식 일정이 오전에 시작되는 것을 생각해보면 왕궁도 어지간히 급한 모양이었다.
‘원래 일찍 일어나는 새가 더 춥고 더 피곤하다고 그랬는데.’
한숨을 내뱉으며 방으로 들어가려던 발걸음을 돌려서 말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다가갔다.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 이른 아침 시간에 사람까지 보내서 자신을 찾는지 어디 한 번 들어나 보자!
라는 식이었다.
“지금 바로 가도 되는 건가?”
“시온 클라우젠 공자님!”
“공자님?”
왕궁에서 나온 이는 반가운 기색을 내보였고, 백작가의 사람은 당황한 모습.
아마 이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바깥을 활보하고 있는 시온의 모습을 처음 봐서 그랬을 것이리라.
“지금 바로 왕궁으로 가도 되는 거냐고 물었다만.”
“아, 예.
왕녀님께서 시간이 되신다면 바로 입궁하시라고 하셨습니다.”
시온은 고개를 끄덕이곤 백작가의 사람에게 쟌을 찾아오라고 지시했다.
그 여자가 원하던 대로, 아침 일찍부터 일정을 소화하게 생겼으니까 말이다.
―――――――작품 후기―――――――
추천은 항상 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