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36)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36화(236/439)
236―――――
즉위식
“왔는가?”
“···안색이 좋지 않아 보이는데, 괜찮으십니까?”
“난 괜찮네.
그냥 밤잠을 좀 설쳐서 피곤하다고만 해두지.”
왜 밤잠을 설쳤는지 이유를 묻지 않는 시온이었고, 또한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 바네사 왕녀.
하지만 이미 서로 그 이유를 알고 있고,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러는 것이리라.
‘에드가 4세의 상태가 어제 밤에 상당히 안 좋았나보군.’
그래도 아직 왕이 죽었다는 소식은 나오지 않았으니 한 차례 고비는 넘긴 모양.
에라더 왕자가 완전히 아웃이 된 마당에 이제 문제가 될 건 없었지만, 이런 타이밍에 갑작스레 왕이 죽어 버리면 마찰음이 날 수도 있음이었다.
“그보다 이른 아침부터 정말 미안하네.
내가 밤잠을 설쳤다고 그대까지 설친 건 아닐 텐데 말이야.
정말 미안하게 되었어.”
“아닙니다.
왕녀님께서 절 부르신다면 분명 나라의 중대사가 있다는 것인데 제가 아침이고 밤이고 가릴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시온의 말에 옆에 얌전히 서있던 쟌은 ‘내가 방금 뭘 들은 거지?’ 라는 표정이었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게으른 게 최고라느니, 아침에는 밥보다 잠이 최고라느니 하던 남자가 갑자기 돌변해서는 의무감에 가득 찬 얼굴로 저러고 있으니 확실히 놀랄 만도 했다.
하지만 그녀도 나름 사회생활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부족장이다.
그렇기에 괜한 딴지를 걸기보다는 조용히 바네사 왕녀와 시온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슬슬 가까워진 모양이군요.”
“그래, 이제는 정말 멀지 않은 때가 되었지.
그래서 하는 말인데···.”
바네사 왕녀가 슬쩍 고개를 돌려 옆에 앉아있던 쟌을 바라본다.
“쟌 테무친.
그대에게 부탁하고자 하는 일이 있어요.”
“부탁?”
“시온 클라우젠 공자와의 혼인 동맹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나중에 하고자 하는데.
혹시 마음이 상해서 그대가 먼저 발설하지는 말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이후 있을 일에 소란이 있을까 논란거리 하나를 나중으로 미루는 것으로 느껴지는데.
내 말이 맞나?”
“내 뜻대로 해준다면 그대와 북쪽의 부족들에게 ‘야만’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는 명분을 줄 수 있어요.
어떤가요?”
그러자 쟌의 얼굴에 흥미롭다는 반응이 한껏 가득해진다.
왕국 사람들이 북쪽의 부족들에게 그렇게나 지겹게도 부르는 명칭, 야만족.
어디 한 곳에 정착하여 농경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정해진 생활 구역, 즉 주택이 있는 것도 아니며 약간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예의나 격식이 없는 사람들이기에 왕국의 모든 이들은 북쪽의 황량한 땅에 사는 자들을 그리 부른다.
그 야만이란 말 때문에 그동안 부족들이 알게 모르게 받은 설움이 꽤나 되는 모양인지, 쟌은 전에 없던 표정을 지으며 어서 말해보라는 듯 바네사 왕녀를 쳐다보았다.
“얼마 뒤에 즉위식이 있을 겁니다.”
즉위식, 이라는 말에 쟌보다 시온이 더 놀라서는 홱!
하고 소리가 날 정도로 고개를 돌렸다.
그게 사실이냐는 듯 강렬한 시선으로 바네사 왕녀를 바라보니 그녀는 시온이 예상하는 그게 맞다는 뜻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 달.
그 안에 즉위식을 거행하여 히스파냐의 새로운 주인이 들어섰음을 알릴 거다.”
“···너무 빠른 거 아닙니까?”
“부왕 전하의 뜻이다.
젊은 것들이 제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당신과 같은 노쇠한 이들이 물러서야 할 때에 물러나야 한다고 말씀하시면서.”
“그래서 어제 왕녀님이 국왕 전하를 대신하여 거의 모든 역할을 대리했던 것이군요.”
“오라버니는 이미 처소에서 두문불출하고 있고 오라버니의 가장 큰 지지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이시크 백작가에서 어제 서신을 보내지 않았던가.
남부의 귀족들은 항상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고 있으며, 더해서 내 복귀를 반긴다고 말이다.
이게 무슨 뜻인지는 그대도 알겠지.”
공식 서신에서 굳이 바네사 왕녀를 언급한 이유는 딱 하나다.
자신들이 ‘배’를 갈아탔음을 거리낌 없이 공개하겠다는 소리.
에라더 왕자를 지지하던 남부의 귀족들이 이제는 바네사 왕녀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음을 알리는 나팔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쯤 되면 눈치를 못 채는 자들이 더 이상한 자들이다.
이미 내부에서 한바탕 폭풍이 일었고, 가장 중요한 자들이 저마다 결심을 하고는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으니 이제 곧 그 행동의 결과가 나타난다는 걸 말이다.”
차기 국왕 서열 1위로 논해지던 남자는 갑자기 입을 다물고 뒤로 물러서서 칩거에 들어갔고.
2위로 알려져 있던 바네사 왕녀는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마냥 왕실의 연회에서 이리저리 오고가며 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으려고 애쓴다.
에라더 왕자의 강력한 지지 세력인 남부의 귀족들, 특히 이시크 백작가는 갑자기 방향을 틀어 바네사 왕녀에게 무척이나 호의적인 모습을 ‘공식적’ 으로 보이고 있고.
이 모든 일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에드가 4세는 별 말 없이 다만 바네사 왕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은밀히 밀어주고 있음이 다 드러난다.
‘이 정도면 왕녀 말대로 눈치를 못 까는 새끼가 더 병신인 거지.’
이제 국왕의 뜻은 확실히 정해졌다.
자신의 뒤를 이을 자식은 바네사 왕녀임을, 히스파냐의 미래는 ‘여왕’ 이 책임을 질 것을.
“그 즉위식에 당신을 정식으로 초청하겠다는 겁니다, 쟌 테무친.”
“···진심인가?”
쟌의 두 눈이 좁혀지며 도통 믿을 수가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사실 그녀의 반응이 저럴 만도 한 것이, 일국의 국왕이 즉위하는 자리는 그것만으로도 무척이나 엄숙한 자국의 행사이기에 공식적으로 파견되는 외국의 사신들을 제외하곤 엄격하게 접근이 제한되었다.
정식 국가인 누디아나 신성 프러센의 사정이 그러할 진데 국가도 아니고 일개 부족들의 연합체에 예의나 격식은 차리지도 않는 야만족들을 즉위식에 초청한다는 것 자체가 바네사 왕녀에게는 모험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왕국의 귀족들이란 자들이 분명 반발할 터인데.
그런 중요한 자리에 야만족이 끼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이야.
당장 우리 부족들도 전사 임명식 때에는 그 의식을 통과하지 못 한 약자들을 내치면서 눈에 띄지 말라고 할 정도다.”
“물론 반발이 없을 수가 없겠죠.
정말 왕국의 권위를 생각하는 자부터 그냥 무조건 나의 뜻에 반대하고 싶어 하는 자들까지 수두룩할 거예요.
하지만 난 밀어붙일 겁니다.
쟌 테무친, 당신을 내가 왕의 자리에 오르는 그 자리에 ‘손님’ 으로 부를 거예요.
그러면 귀족들도 어쩔 수 없이 당신을 다르게 대할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북쪽 여러 부족들의 사회적 위상도 조금은 올라가겠죠.”
야만족이라고 불리는 자들의 수장을 즉위식에 손님으로 초청한다.
그건 이제 그들을 야만족이 아닌, 왕국과 비슷한 위치에 선 자들로 보겠다는 여왕의 의지.
당연히 군주의 뜻에 따르기 위해서라도 귀족들이나 왕국민들은 북쪽의 부족들을 야만족으로 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대하면, 자신들의 여왕이 야만족들을 제 일생 가장 중요한 자리에 부른 것이라고 스스로 제 왕을 모욕하는 꼴이 되니까 말이다.
“다만 귀족들의 반발을 최대한 억누르기 위해 즉위식 거행 전까지 쟌, 당신은 정말 조용히 지내야 합니다.
괜한 적의를 살 언행도 삼가야 하고요.”
“그래서 혼인 동맹 건을 나중에 언급하자고 말하는 거군.”
“그건 일부에요.
그보다 더 노력해야 할 겁니다.”
“노력이라 하면?”
“북쪽 사람들이 왕국과 평화를 원한다, 교류를 원한다, 서로의 영원한 번영을 기린다, 라는 느낌이 확실하게 담긴 언행.
왕국 한쪽만의 노력이 아닌 그대들 북쪽 사람들의 노력도 분명 필요하죠.”
“···무엇을 원하는 거지?”
“북쪽에서 하던 건, 여기서만큼은 버리세요.
비록 왕국의 귀족은 아니라고 하지만 어느 귀족보다도 더 귀족답게 구세요.
다른 왕국의 이들이 트집조차 잡을 수 없도록.”
쟌이 처음 왕국에 정식으로 발을 디뎠을 당시부터 제기되던 문제였다.
일개 부족장 정도 되는 여인이 너무 건방지다, 내지는 너무 뻣뻣하다.
강자인 걸 알고 자존심도 강한 건 잘 알지만 그래도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에 따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상대가 나에게 쏟는 적의를 줄이기 위해서는 적의를 품을 만한 이유를 만들지 않으면 된다.
그런 면에서 쟌은 북쪽에서만큼은 만점에 가까운 여인이었지만 왕국에서는 물고뜯기 딱 좋은 지랄 맞은 여인일 뿐이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저 말투 하나, 하나가 적을 만들기에 딱 좋다고 해야 할까.
“귀족답게 굴라···?”
“즉위식은 한 달 이내로 거행될 겁니다.
시간은 그 때까지.
사람을 붙여줄 테니 귀족들의 입에서 더는 야만족의 여인이니 뭐니 하는 소리가 나오지 않게 하세요, 쟌 테무친.
만약 마지막 점검 때도 나아진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잠시 뜸을 들인 바네사 왕녀는 눈동자에 쟌의 것만큼이나 싸늘한 기운을 담으며 말을 이었다.
“나도 더는 당신을 존중해줄 수 없어.”
먼 북쪽 땅에서 여기까지 와준 손님에게 해주는 주인의 충고이자 경고.
쟌은 바네사 왕녀의 변화에 그녀답지 않게 움찔, 하고 몸을 떨었다.
방금 전까지는 그저 그런 여인인 줄 알았는데, 자신보다 훨씬 약한 이에 지나지 않는데.
‘그런데, 이 싸늘한 기운은 도대체 무엇인지.’
역시 시온의 옆에는 하나 같이 무서운 이들만 가득하구나.
쟌은 그렇게 생각하며 그리 하겠노라고 소리 내어 대답했다.
그녀의 대답에 바네사 왕녀는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부디 쟌이 제 말을 잘 들어주기를 바란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두 남녀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아, 잠깐.”
“예?”
“시온 클라우젠 공자.
그대는 잠시 남게.
개인적으로 할 말이 있어서.”
바네사 왕녀의 말에 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시녀들이 그녀를 안내해서 잠시 기다릴 수 있는 공간으로 안내하고, 이제 안에는 시온과 바네사 왕녀 단 둘만이 남게 되었다.
“···.”
“···.”
어색한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다.
시온 입장에서는 신하라는 놈이 먼저 입을 열기가 좀 그랬고.
바네사 왕녀 입장에서는 여인이 말을 걸자니 왠지 모르게 부끄러웠던 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눈치만 살피며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까 고민하던 와중.
결국 먼저 나서기로 한 건 그래도 시온 쪽이었다.
“국왕 전하께서는 괜찮으십니까?”
“아.”
시온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올 줄은 미처 몰랐다는 듯, 바네사 왕녀가 탄식을 내뱉는다.
그녀는 잠시 멍하니 제 앞에 앉아있는 남자를 바라보다가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어제 밤에 잠깐 위중하시기는 했다.”
“···.”
“아마 연회장에서 너무 오래 있으셔서 몸에 무리가 가신 듯 하다.
다행히 고비는 한 번 넘겼다고들 하더군.
참으로 다행이지.
하마터면 흥겨운 파티 날이 침울한 장례식이 될 뻔 하지 않았는가.
아하하···.”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라는 말.
아마 그건 지금 바네사 왕녀에게 무엇보다 잘 어울리는 말일 것이다.
언제까지고 무쇠처럼 단단할 줄 알았던 부모가 순식간에 허물어져 내리는 것을 바라보는 자식의 마음은 겪어보지 않았기에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마 세상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과 다름이 없을 거라고 시온은 생각했다.
자신의 언변 하나만큼은 정말 뛰어나다고 자부하는 시온이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야 앞에 앉아있는 저 왕녀를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을까.
“혼인 동맹 말이야.
그게 모두 왕국을 위한 것이었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그로 인해 그대가 겪어야 할 불이익들도 전부 감당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했지.”
“물론입니다.”
“···허면 그 불이익, 저 여인 말고 내가 주면 안 되는 건가?”
“예?”
순간 바네사 왕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 했던 시온.
하지만 곧 그녀가 무슨 이야기를 이리 돌려 말하는 지 알 수 있었다.
애써 자신의 시선을 피하며, 초조해 죽겠다는 듯 손을 만지작거리는 것 하며, 온 몸 구석구석에 바짝 긴장 중이라는 기운이 역력했다.
“그냥 왕명 한 번으로 괜찮은 귀족과 저 여인의 혼사를 맡을 수도 있다.
굳이 그대가 아니더라도 대귀족 가문의 남자는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왕녀님.”
“솔직히 말해서 이대로 북쪽의 부족들과 원만한 관계가 유지만 된다면 굳이 혼인 동맹을 맺을 필요도 없지.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것으로 얽히다보면 이제는 아쉬워서라도 적대시 할 수 없으니까 말이야.”
“바네사 왕녀님.”
시온의 부름에 바네사 왕녀는 그제야 제정신을 차리고는 아, 하고 탄식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어떤 말을 했는지 자각하고는 두 눈을 감고 한숨을 쉰다.
“···미안하다.
이런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생각은 없었는데.”
“너무 초조해 하십니다.
방금 전 왕녀님께서도 말씀하셨다시피 혼인 동맹이 무조건 성사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닐 수도 있는데 말이죠.”
“그대라면 나보다는 쟌, 저 여인을 선택할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지만, 시온은 딱히 아니라고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정말 누군가가 쟌과 바네사 사이에서 혼인할 상대를 고르라고 한다면 시온은 조금의 고민 후 쟌을 꼽을 것이었다.
‘그게 내가 움직이는 데에 지장도 없고, 오히려 이용할 수 있는 카드가 많으니까.’
더해서 왕실과 엮이게 되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게 많은 견제가 들어온다.
약간의 과장을 하자면, 아마 앉아서 숨만 쉬어도 정적들이 사방에서 생겨날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여태까지 시온은 자신의 이미지를 ‘고난에서도 항상 승리하는 뛰어난 영웅’ 으로 만들어왔다.
고작 성인이 된 나이에 전장에 나서서 승리를 거둔 것.
적들이 몰려왔을 때 꾀를 써서 그들이 스스로 물러서게 만든 것.
마나를 전혀 쓸 수 없음에도 조금도 절망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것.
그야말로 완벽한 적지임에도 북쪽 야만족들을 진정시킨 것.
바닷사람들조차 힘겨워 한 해적들을 결국에는 전부 격퇴한 것.
모두가 왕국의 여러 사람들에게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그 뛰어남으로 능히 빛나 마침내 승리를 거둔 영웅으로 비쳐지는 장면들이었다.
‘원래 인간이란 고난을 겪으면서도 기어코 성공하는 자들을 응원하니까.’
그런데 그 영웅이, 더는 고난 속으로 뛰어들지 않고 든든한 울타리 뒤에 숨는 것처럼 보인다면 과연 그 누가 예전처럼 환호하고 응원하고 따르려고 하겠는가.
시온이 이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떤 공훈을 세웠는지는 더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 눈에 시온은 더는 고난 속에서 피어나는 꽃이나 빛이 아니라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해 스스로 안주를 선택한 이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솔직히 난 그걸 원하지만,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이렇게 개고생을 하는 거지만.’
멸망 예정인 이 땅에서 살아남으려면 저항을 해야 하고, 이왕 저항 할 거면 혼자가 아니라 여러 사람들을, 아니 아예 다른 이들 전부를 데리고 해야 함이 옳았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이끌기 위해서는, 힘들고 지쳐는 자리에 있어야만 했다.
‘질투가 아니라 동정심을 느끼게 해라.
그러면 너를 이용하려던 자들을 네가 이용할 수 있다.’
난 반드시 살아남을 거다.
내 사람들과 함께 끝까지.
다른 이들이 죽든 말든 상관 할 생각 없다.
난 악역이니까, 그 역할에 충실할 거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이 필요하다.
나와 함께 싸워주고, 나와 함께 저항하고, 그리고 나 대신 죽어줘야 하니까.
그러니까, 그들이 원하는 대로 영웅이 될 수밖에 없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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