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38)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38화(238/439)
238―――――
즉위식
그대에게 내 옆을 맡길 생각이다, 라니?
시온은 지금 자신이 뭘 잘못 들었나 했다.
바네사 왕녀 스스로 그렇게 자신을 가지고 싶지만 가질 수 없다는 티를 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자신의 옆을 맡아달라고 할 생각이었다니?
“아아, 그런 웃긴 표정은 짓지 말거라.
무슨 다른 뜻을 가지고 돌려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즉위식 때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를 보좌하라는 뜻이니까 말이다.”
“아, 아아···.”
“자네 같이 영리한 이가 갑자기 바보처럼 반응하는군.
그런 모습을 보이면 더 괴롭히고 싶은데 말이다.
얼른 제정신 찾거라.”
애써 환하게 웃고 있지만, 바네사 왕녀의 얼굴에 약간의 아쉬움이 머물고 있는 것을 시온은 놓치지 않고 확인해내고 말았다.
말로는 저렇게 해도 아직까지 자신과의 관계에 대해서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미안, 바네사 왕녀.
하지만 나도 당신도 결코 반길 수가 없는 인연이라고.
포기해.’
선례가 생기면 후일의 좋은 명분이 된다.
때문에 그 명분을 막기 위해서 그런 선례가 없도록 하는 것이 높으신 분들의 행동 방식이다.
당장 시온 자신과 바네사 왕녀가 그렇다.
상황의 특수성 어쩌고 하면서 여왕과 대귀족 가문의 후계자가 이어진다면 후일 이걸 빌미로 악용할 수도 있는 자들이 꼭 나오기 마련이다.
대귀족 가문이 왕실의 외척 세력이 되는 것을 방지하고 권력의 경계에 걸쳐져 있는 귀족들에게 왕국에 대한 충성심을 보장하게 만들 수 있는 장치가 무력화되는 것이다.
이상, 여기까지가 시온이 바네사 왕녀의 곁을 거부하는 표면적인 이유.
혹은 히스파냐에 충성을 다하는 대귀족으로서의 모습이라고 한다면.
시온이 계속해서 바네사 왕녀와 거리를 두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왕실의 여인과 이어지면 다른 여인은 결코 들일 수 없다.
허락을 구한다고 해도 불가능하다.’
그렇다.
이게 가장 중요한 문제다.
릴리트부터 시작해서 몇 명의 여인이 오늘 밤이라도 시온의 방에 쳐들어가려고 때를 노리며 준비 중인데 갑자기 모든 여인들을 쳐내야 하는 상황이 온다?
그러면 그 때야말로 진정한 3차 세계 대전의 시작이다.
“즉위식 때 왕의 자리에 앉게 될 이는 그 자리로 향하기 전에 항상 치르는 의식이 있다.”
“의식이라 하시면?”
“비록 왕국에서 가장 높고 가장 고귀한 자가 되지만, 왕국의 가장 밑에 있는 이들을 위한다는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그 마음을 왕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 때만큼은 여태 입고 있던 휘황찬란한 옷을 벗어던지고 왕국민들이 입는 보통의 옷을 입고 맨발로서 왕성의 모든 길을 걷는 것이다.
그 어떤 초라한 꼴이 되더라도 왕국을 위해서 노력하고 희생하겠다는 왕실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지.”
그런 의식이 있다는 건 시온도 처음 듣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이것 역시 작가가 잡아놓은 일종의 설정인 모양인데, 소설에서는 바네사 왕녀가 여왕이 되지 않았기에 이런 즉위식의 일부도 직접적으로 설명되지 않았었다.
당연히 시온이 그 의식에 대해서 알 수가 없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그리고 그 의식을 할 때, 왕이 될 자는 자신의 옆에서 자신을 보좌해줄 이를 고른다.
가장 뛰어나고, 가장 충성심이 높은 이를 꼽지.
그게 기사이든 귀족이든, 심지어 일반 왕국민이든 상관없는 것이다.”
“곁을 지켜야 한다는 건 호위 목적도 있는 것이 아닙니까?
죄송하지만 저는···.”
“마나를 다루지 못 해서 약하다는, 그래서 내 옆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은 말라.
그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대의 이름을 추앙하는 자들이 아주 통곡을 하겠구나.”
왕실이 아닌 일개 귀족을 추앙하는 무리들을 이야기함에도 바네사 왕녀는 썩 유쾌하다는 반응이었다.
오히려 그 의식 때 자신의 옆을 시온이 지킨다는 생각에 꽤나 기대가 된다는 표정까지 짓고 있는 바네사 왕녀였다.
“한 달이라고 했지만 가능만 하다면 2주나 3주 후에 즉위식을 거행할 수도 있다.
그 전까지 부디 북쪽에서 온 손님에게 귀족으로서 갖추어야 할 예의범절을 확실히 주입시키도록 해라.”
“···혹시 쟌에게 귀족 작위를 내릴 생각이십니까?”
“몇몇 이들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짓이라고 생각하겠지.
북쪽의 사람들 또한 그저 이름만 있는, 허울뿐인 귀족 작위라고 하며 반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원래 그런 명분이 중요하다는 걸 나도 알고 있고, 그대도 알고 있으며 그 손님도 알고 있는 눈치 아니던가?”
그건 바네사 왕녀의 말이 맞다.
단순히 북쪽의 부족들 수장이라는 것보다 왕국에서 작위를 받은 독립적인 집단이라고 보면 아무래도 뭔가 더 있어 보이니까, 원래 세상사가 이름과 작위로 돌아가는 것이니까 말이다.
영지도 없고 특권도 없는, 그냥 이름뿐인 작위라고 해도 그만큼 히스파냐 왕실과는 밀접한 관계가 되었다는 방증이니 서로에게 창칼을 들이미는 것도 그만큼 모호해진다.
집단과 집단 간의 평화는 생각보다도 더 단순한 것들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평화가 깨지는 것도 생각보다 더 이상한 것이 시발점을 이룬다.
바네사 왕녀는 바로 그 사소한 것으로 쟌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었다.
어쩌다 보니 다시금 맺어진 이 평화를 해치지 말고 계속 이어가자는 뜻.
서로가 100퍼센트 만족할 수는 없어도 여태 이룬 것이 아쉬워 이상한 행동을 하지 말자고 말이다.
“워낙 드센 여인이라 말을 잘 들어먹을지 모르겠군요.”
“그대가 그리 말하니 조금은 웃기는군.”
“예?”
“곁에 있는 여인이 몇인데 그런 자신 없는 발언이란 말인가?
오히려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야 정상이 아닌가 싶은데.”
“그거랑 이거랑 조금 다른 문제 같습니다만···.”
“아니, 같은 문제다.
허니 쟌은 분명 그대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언제든 채갈 수 있다는 걸 그 여자도 알고 있을 테니까.
바네사 왕녀는 그 말은 입 바깥으로 내지 않은 채 시온에게 이만 물러나도 좋다고 말했다.
―
이후 시온은 여태 마주했던 그 어떤 일보다도 훨씬 더 어렵고 고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도대체 왜 존대를 써야 하는 것이지?
이 사람은 자작이고 그대는 후작에 준하는 변경백의 자식이라면 그대가 더 높은 이가 되는 게 아닌가?”
“난 아직 정식으로 그 가문의 주인이 된 게 아니고, 동시에 서로가 왕국의 귀족이니 최소한의 예의는 지킨다는 뜻에서 존대를 하는 거라고.”
“이해할 수 없다.
하나와 하나가 만나면 응당 위와 아래가 정해져야 하는 법인데 어찌 둘이 동등한 위치에 서려고 하는지 모르겠군.”
“후우···.”
“북쪽에서는 그 어떤 뛰어난 전사라고 해도 부족장의 자식들에게 부족장을 대하듯 깍듯이 굴어야만 한다.
그게 상대를 생각해주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냥 ‘그래, 알겠다.’ 라고 대답하고 넘어가면 좋을 것까지 시시콜콜 따지고 드는 쟌 덕분에 시온은 절로 흰머리가 생겨나는 기분이었다.
그도 아니라면 아예 머리카락이 숭덩숭덩 빠지고 있다던가.
‘아니, 시발!
그건 안 된다.
이제 고작 스물에 탈모는 아니라고, 시부럴!’
대현자이신 아버지도 어찌 할 수 없었던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씻으실 때마다 손에 몇 가닥씩 힘없이 뽑혀져 나오던 머리카락들.
아무리 붙잡고 싶어도, 붙잡으려고 정말 별의별 노력을 해도 결국 정수리에서부터 생겨나는 허여멀건 500원 짜리 동전, 그것을 막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탈모는 유전이라던데.
―
그 말을 듣고 나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또 관리를 하지 않았던가.
빗질을 하다가도 소중한 친구들이 무참히 쓸려나갈까 조심하고 또 조심했던 과거가 떠오르니 시온은 넉넉하다 못해 아주 풍성한 이 몸뚱이도 언제 그 저주빔에 맞을까 노심초사 하는 중이었다.
“제발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 넘어가면 안 되는 거냐?
모르거나 이해가 가지 않을 때 물어보라고 했다만 하나 말해줄 때마다 다섯 개씩 물어보면 사람 미친다니까?”
“하지만 어쩌란 말이냐.
궁금하단 말이다!
궁금하다고!”
무슨 에디슨도 아니고 왜 자꾸 이상한 거에 호기심을 가지냐고.
그냥 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제발.
이러다가 정말 탈모 오겠다.
시온은 진심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제 얼굴 부여잡았다.
이제야 겨우 귀족들의 작위에 대한 개념과 그에 따르는 예의, 그리고 왕실에 가져야 하는 알맞은 태도를 가르치고 있는데도 이 정도면 여기서 더 나아가 심화 과정으로 갈 때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어야 할까 참으로 걱정이 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즉위식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할 걸 그랬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요, 쟌 테무친님.
당장 그리 말했다가는 손해 보는 쪽이 누구라고 생각하는데?”
“···.”
시온의 날카로운 질문에 쟌은 입을 다물었다.
그 사실에 대해서는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바네사 왕녀가 자신을, 북쪽 야만 부족들의 수장이라는 여인을 자신의 즉위식에 초청하는 일이 왕녀로서는 꽤나 큰 모험을 하는 것임을.
그리고 그 초청이 자신에게 내밀어지는 바네사 왕녀의 큰 호의임을 말이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 말고 열심히 익혀라.
이거 왕녀님이나 너 뿐만 아니라 내 명예도 걸려있는 일이다.”
“그대의 명예도 걸려있다?”
“비록 귀족들이 야만족이라고 얕잡아 부르는 여인이라지만 거기에 자존심을 내세우며 분노하기보다는 미소를 내지으며 맞춰줄 줄 아는 사람, 자존심 강한 전사들의 수장이라고 해도 스스로를 낮추며 알게 모르게 왕국을 띄어주는 사람이라면 끝까지 적대시 할 수도 없겠지.
그런 여인이라면 비록 좀 부족하기는 해도 아무튼 간에 클라우젠의 새로운 주인과 조금은 어울리는 한 쌍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아질 테고 말이야.”
“···.”
“하지만 쟌, 네가 계속 멋대로 언행을 일삼으면 자연스레 평은 더욱 떨어지고 혼인 동맹 이야기를 꺼내놓으면 왕국의 영웅이라는 자가 그냥 외모에 넘어가서 멍청한 결정을 내렸다는 말이 나올걸?
이게 내 명예가 걸려있는 것과 다를 것이 뭐가 있겠어.”
그 말에 쟌은 입을 꾹 다물고는 물끄러미 시온을 쳐다보았다.
쟌의 시선이 워낙 강렬하고 부담스러웠기에 결국 버티다 못 한 시온이 도대체 왜 그리 쳐다보냐고 물으니 쟌은 헛기침을 하곤 그 이유를 말했다.
“···정말 생각이 있는 건가?”
“뭐가.”
“혼인 말이다.
나와의 그 혼인 동맹.
흐지부지할 생각이 아니라 정말 지킬 마음이 있냐고 묻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할 것이고, 짊어져야 할 위험 부담이 적다면 또한 할 수 있는 일이지.
애초에 그걸 이유로 왕국과 너희 부족들이 적대적인 관계를 중단한 것이니 지키려는 노력은 해야 하는 게 예의 아니겠어?”
“···그런가.”
쟌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전과는 다르게 상당히 진중한 모습으로 다시금 시온이 알려준, 상당히 정신 사납고 때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것 같은 예의에 대해서 복습하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영 별로인 모습을 보이다가 단박에 사람이 바뀌니 조금은 당황스러운 시온이었지만, 차라리 이런 방식이 낫겠다 싶어 그냥 두기로 결정을 내렸다.
동시에, 바네사 왕녀가 했던 ‘같은 문제다.
허니 쟌은 분명 그대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줄 것이다.’ 라는 말이 떠올라서 조금은 오소소 하고 소름이 돋기도 했고 말이다.
‘이제 스트레스 받을 일은 정말 없으려나.’
응, 없을 리가.
오전, 오후에 쟌 덕분에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저녁부터는 전혀 다른 종류의 분노.
정확히는 고구마를 한 2천개는 먹은 듯 한 답답함을 느껴야만 했던 시온이었다.
“···.”
“그러니까, 제가 전하고 싶은 말이.
그게···.”
“···.”
“에오스···?
에오스 양?
에오스 씨?
그도 아니면 에오스 버일러···.”
마음 같아서는 그냥 손에 들려있는 깃털 펜을 부러트리고는 방에서 뛰쳐나가고 싶은 것이 시온의 솔직한 속내였다.
5분도 아니고, 10분도 아니고, 자그마치 30분을 이러고 앉아있었다.
내용으로 고민하는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어떤 인사로 시작하는 것으로 고민하는 것도 아닌.
그냥 호칭에서부터 30분을 처먹고 있다는 소리였다.
‘···진짜 지랄 염병을 하고 있네.’
이 새끼가 이 정도로 쑥맥이었나?
그건 아니잖아.
너 이 새끼 분명 여자들 꽤나 많이 꼬였었잖아.
아닐 때도 있었지만 가끔은 여인네들 마음씨 캐치하는 눈치도 있었잖아.
그런데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냐.
혹시 사람이 열 받아서 언제 뒈지나 시험 중이니?
아니면 정말 탈모라도 오라고 저주라도 하고 있는 건가?
마음 같아서는 정말 욕 한 번 시원하게 박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이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필이면 김유현이다.
무력으로는 천족들도 괴물 취급을 하는 세계관 최강자에 자그마치 이 소설의 주인공.
주먹은 가깝고 칼은 더 가깝다는데, 이건 칼 수준이 아니라 전술핵이 바로 옆에 앉아서 ‘버튼 누를까 말까.’ 하고 고민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약한 놈이 죄인이다.
네가 약하다면 투덜거리면서 죽을 날 앞당기지 말고 알아서 기어라.’
가족들을 위해 세상의 쓴맛을 온 몸으로 버티고 나서 약주 한 잔을 걸치시며, 그렇게 말씀하시던 아버지의 씁쓸한 뒷모습이 생각나는 시온이었다.
“김유현.”
“···아, 예.
시온 공자.”
“가까운 사이라고 은근히 강조하고 싶다면 그냥 이름으로 써도 되고, 예의 좀 갖추고 싶으면 씨라고 하면 되고.
아니면 여자를 조금 들뜨게 하고 싶다면 양이라고 해도 좋지?
에오스 씨보다는 에오스 양이 조금 더 어리게 느껴지니까.”
업무용 미소까지 지으면서 무슨 상담원마냥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는 시온이었다.
그에 김유현은 ‘아아, 그렇게 말하신다면···.’ 이라고 하면서 결정을 내릴 것 같은 표정을 짓다가 또 고민 모드로 돌아가고 말았다.
‘···지저쓰.’
저놈 말을 아름다운 문구로 옮겨 적으려다가는 그냥 몇 달이라고 해도 모자를 것 같다.
당장 인사말 하나 적는 데에도 날밤을 까야 할 것 같은 느낌이 강렬하다.
‘참자, 참아.
우리 주인공 놈이 원래 세상에서는 상당히 소극적이고 조용한 놈이었으니까.
멘탈도 그리 강한 놈이 아니었는데 저렇게 잘 버틴 것만으로도 용하지.
여자 손 하나 잡는 데에도 별 지랄을 다 했던 놈이니 이 몸이 참아야지, 빌어먹을.’
후우, 하고 한숨을 내뱉은 시온은 김유현의 진짜 모습을 생각하며 참을 인자를 그렸다.
그러다가 문득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번 질러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만.
생각해보면 이놈 항상 조용했던 녀석에 그냥 되는대로 살던 놈이라 생각보다 많이 모르잖아?
그 당시에 너뷰트가 활성화된 것도 아니었고 말이야.’
무엇보다 김유현 성격 상 이런 부분에서는 죽어도 못 들이댄다.
누군가 답답해 돌아버리겠다며 강제로 등을 밀치지 않는다면 소설 속 루시아마냥 거의 끝에 와서 고백도 아니고 이도 저도 아닌 것으로 대충 넘기며 연인이 되는 고구마의 연속일 것이다.
‘유현아.
네가 너무 안쓰러워서 형이 이번에 제대로 도와주마.
원래는 너처럼 조심히 다가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 가다가 한 번은 노빠꾸로 찔러보는 것도 필요한 법이란다.’
시온은 김유현의 고민을 뒤로 하고, 에오스에게로 보낼 편지에 뭔가를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김유현의 뭘 적고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나만 믿어라.’ 라는 말로 그의 입을 막으면서 말이다.
‘인사말이고 호칭이고 다 제친다.
에오스라고 해서 쟌이랑 별 다를 거 없어.
소설에서도 자매가 서로 비슷하다고 했으니까 이상하게 돌려 말하는 것보다 그냥 정면으로 쏴 버리는게 답이지.
에오스가 김유현에게 호감이 없다면 또 몰라, 먼저 편지까지 보냈다면 이건 백 퍼센트를 넘어서서 이백, 아니 천, 아니 만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시온은 이 몸뚱이의 얼굴만큼이나 수려한 문체로 마치 그림을 그리듯 화려하게 내용들을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주 간단한 안부를 묻는 것으로, 그러나 그마저도 아주 짧게.
어차피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바로 이것이었으니까.
중간 중간에 이야기를 조금씩 추가하면서, 완벽하게 김유현의 이야기로 만든다.
―당신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믿기 어렵지만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어요.
―난 꿈에 사로잡혀 있었죠.
그리고 내 꿈이 현실이 되었어요.
―머나먼 곳으로 돌아와서야 깨달았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어요.
―내 인생의 매일을.
―그래요,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어요.
―
I was born to love you!
유현아, 이 노래를 몰라줘서 정말 고맙다!
―――――――작품 후기―――――――
I was born to love you―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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