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43)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43화(243/439)
243―――――
추락하는 모든 것은
“히스파냐의 국왕이 바뀌었소.
심지어 차기 국왕은 원래 예상되던 에라더 왕자가 아닌, 바네사 왕녀가 뒤를 이었지.
이게 무슨 뜻이겠소?
미처 새로운 왕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히스파냐를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는 것이오.”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신성 프러센 측에서는 이미 축하 사절을 보냈습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지 않습니까?”
“성전에 참전하자마자 군을 돌린 왕녀, 여왕이오.
신성 프러센이 호의적인 눈길로 바라볼 것 같소?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럴 확률이 아주 적을 것 같은데.”
누디아의 귀족 회의에서 벌어지는 격렬한 논의.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아이브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 침묵하고 있던 자들이 갑작스레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는 꼴을 보고 있자니 우스워서 견딜 수가 없던 것이었다.
히스파냐의 원정군이 자국으로 돌아가는 와중에 갑자기 일어난 화재로 인해 민심이 흉흉해질 때도 이상하게 침묵하던 이들이 갑자기 어느 기점을 시작으로 동시에 입을 열었다.
전부가 히스파냐에 대한 적의를 드러내며 돌려 말하고는 있지만 저들을 또 다시 공격하자는 말이었다.
‘1년도 안 돼서 세 번이나 히스파냐를 치겠다고?
정말 원수 관계라도 되고 싶은 건가?’
아이브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절대 가능할 수가 없다고 결론을 지었다.
첫 번째 싸움에서는 클라우젠과 얼굴을 맞대고 있는 바수라 백작령이 거의 무너졌다.
두 번째에서는 누디아의 정규군까지 투입되었으나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 한 채 흐지부지 되어 본국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얻는 것이 없는 전쟁은 안 하느니만 못 한 ‘자폭’ 에 가까운 무리수.
이쪽의 인적 자원과 물자를 소진하면서까지 군을 일으켰는데 땅 한 뼘 얻은 것이 없으니 앞으로 최소한 1년이 넘는 시간은 소진된 물자를 정비하느라 보내야 하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무슨 전쟁을 논하는 거지?
이걸 다른 귀족들과 왕국민들이 수긍할 거라고 생각하나?’
아이브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다.
더는 들을 가치도 없는, 매번 싸움만 주장하는 철없는 귀족들의 응답 없는 메아리라고 여기면서 말이다.
“단순히 우리 누디아가 히스파냐에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누디아 뿐만 아니라 신성 프러센도 알게 모르게 동요하고 있습니다.
히스파냐의 원정군이 성전에서 이탈하여 분위기를 완전히 망가트린 것부터 저들이 향하는 곳마다 불길한 불길이 치솟는 것까지.
마치 빛이 아닌 그림자를 추종하여 일어나는 저주처럼 말입니다.”
“말조심하시오!
히스파냐에도 빛의 교단이 엄연히 있소이다!”
“알고 있습니다.
그들 전부를 싸잡아서 의심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다만 사특한 이들이 히스파냐 일부를 점거하고 사악한 뜻을 펼치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 저주가 발생하는 것이고 이어서 더욱 불길한 징조가 나타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말하는 내용이나 목소리에서 묘하게 확신의 기운이 느껴진다.
아이브는 살짝 일으켰던 몸을 다시 의자에 앉히곤 열정적으로 말을 하고 있는 한 젊은 귀족 남성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별일이구나.
네가 남자에게 관심을 다 보일 때도 있고 말이다.”
“···그런 거 아닙니다, 아버지.”
“부정하지 말거라.
그게 당연한 것이다.
적어도 네 또래 때에는 말이다.”
남자의 장난스러운 목소리에 아이브는 볼만 살짝 부풀린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장난은 그만 해달라는 딸의 무언의 시위에 누디아의 재상, ‘에텔모 기 레스티온’ 은 조금은 난감한 기색이 서린 웃음을 내뱉으며 자리에 앉았다.
“왕께서는.”
아이브의 질문에 에텔모는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오늘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터이니 그냥 귀족 회의에서 최종 결과를 내려 보고를 하면 국왕은 아무 말도 없이 그렇게 하라고 도장이나 쾅, 하고 찍어줄 터였다.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아버지, 정말 국왕께서는 나라의 일에 관심이 없으시답니까?”
“그 분이 여인을 탐하는 거야 온 나라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재상의 입에서 그 정도 말이 나올 정도면 정말 끝장을 다 본 셈이었다.
아이브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한창 격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회의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늘따라 분위기가 묘하지 않느냐?”
“확실히 그렇습니다.
히스파냐에게 두 번이나 패한 후 전쟁의 앞글자도 말하지 않던 자들까지 갑자기 약속이라도 한 듯 히스파냐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정작 한다는 말은 누디아를 위해서가 아니라 빛의 뜻이 원하신다, 라는 논리를 펼치고 말이다.
내 말이 맞느냐?”
에텔모의 질문에 아이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디아에 빛의 교리가 들어 온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고, 거의 모든 왕국민들이 독실한 빛의 교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이들의 입에서 자꾸만 빛의 뜻이니, 그림자이니, 마족 추종자이니 하는 말들이 나오는 것이 아무래도 전쟁보다 더 큰 뭔가가 벌어질 것만 같았다.
“오늘 새벽에 히스파냐 측에서 첩보가 하나 들어왔다.”
“새벽에 말입니까?”
“그래.
어제 밤에 있었던 사건이라는데 그 일로 인해 현재 히스파냐의 분위기가 무척이나 흉흉하다고 하더구나.”
흉흉하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여왕이 즉위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하늘에서 붉은 유성이 떨어졌다.
흉흉한 소리까지 내면서.”
그 말에 아이브는 인상을 찡그리곤 ‘하필이면, 정확히 그 때에?’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참 많은 우연이, 말로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다른 때도 아니고 새로운 왕의 즉위를 축하하는 자리의 마지막 날.
어느 곳을 막론하고 불길하게 여기는 유성이 떨어졌다니?
“이런 저런 가능성이 있는 일이지 않습니까?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누군가가 마법으로 그런 장난을 했다거나 말입니다.”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지.
문제는 그런 뛰어난 수준을 지닌 마법사가 흔한 게 아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중요한 건 그 유성이 진짜 유성이 맞느냐, 아니냐가 아닐 거다.
하필이면 자리에 모인 내로라하는 귀족들과 왕성의 사람들이 그걸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는 것이지.”
그제야 아이브는 자국의 귀족들이 왜 오늘 유독 히스파냐에 대한 적의를 유감없이 드러내는지 알 수 있었다.
당장 왕국 내부에서부터 흔들릴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가운데 밖에서도 상대를 흔들면 얼마 못 가 스스로 무너질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확실히 이해는 가.’
확고한 왕권을 가지고 있는 왕조차도 왕성 근처에서 유성이 떨어지면 자신의 죄임을 인정하며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이나 모든 행사를 자제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일 정도다.
하물며 여왕이 즉위한지 며칠 되지도 않은 시점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흥겨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낭떠러지로 밀어버리는 수준의 사건이었다.
그나마 바네사가 왕녀일 당시 평이 그리 나쁘지도 않았고 지지층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닌, 역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터라 대놓고 반발하는 세력이 일지는 않을 것이다.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임은 분명했지만, 그럼에도 좋지 않은 분위기나 소문은 그들도 어찌 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전 국왕인 에드가 4세나 현 여왕인 바네사 모두가 빛의 교단을 수용하기는 하되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대신 그 힘이나 전파력을 알게 모르게 억누르고 있던 실정.
더해서 성전에서 가장 먼저 이탈한 쪽이 히스파냐이고 누디아의 땅에 정체불명의 화재를 몰고 다녔으며 자국에까지 그 불길이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유성이 떨어지기까지.
“그 모든 것이 빛의 후예들이 실망하고 분노하여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하더구나.”
“···그래서 저들이 누디아가 히스파냐에게 전쟁을 선포하는 것도 아니고, 먼저 자극을 하는 것도 아니라고 당당히 말하는 것이군요.”
“맞다.
우리가 나서는 게 아니라 히스파냐 내부가 먼저 흔들릴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니까.”
그렇게 말한 에텔모는 슬쩍 자신의 딸을 살폈다.
왕국의 재상이라는 자신보다도 더 머리가 좋은 아이였다.
아마 누디아 왕실이 제대로만 돌아갔으면 그는 망설임 없이 제 딸아이를 정계에 내보냈을 것이었지만 하필이면 그 왕이 여색을 과하게 탐하는 자라 자칫 아이브에게까지 그 마수가 뻗칠까 최대한 이쪽과는 담을 쌓게 만들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아이브는 자신의 이름으로는 딱히 별 다른 공을 세우지 않았지만, 그 뒤에서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두 번이나 전쟁에서 패한 누디아의 상태를 되돌리는 데에 누구보다도 지대한 공을 세웠다.
정계에 나서는 걸 스스로도 꺼려했기에 그녀는 약간의 변장에다가 인상만 달리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자신을 가릴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아이브는 체스킹이라는 이명까지 쓰며 누디아 재상의 딸이라는 것을 숨긴 채 자국이든 외국이든 어느 곳에서 활동할 수도 있었고 말이다.
‘항상 스스로에 대한 확실한 자신감이 있던 아이였다.
헌데 히스파냐에 가서 한 남자에게 체스 따위로 패배하고 온 날부터 묘하게 달라졌지.’
시온 클라우젠, 바로 직전까지도 별 다른 주목을 받지 못 하던 전형적인 애송이.
하지만 등장과 동시에 그야말로 폭풍을 몰고 온 예상 불가능의 청년.
사실 에텔모도 그 남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경계를 하고 있었다.
항상 반반 형식으로 흐르던 클라우젠과 바수라의 싸움을 순식간에 어그러트린 장본인.
그 거대한 가문의 후계자임에도 겁도 없이 최전선에 나서서 싸우다가 병사까지 제 손으로 구출해서는 누디아 군이 보는 앞에서 유유히 사라졌다는 말도 안 되는 소문의 인물.
심지어 이후 누디아 쪽이 역습에 들어가자 도개교를 내리는 상상도 못 할 수를 쓰면서 침략자들이 스스로의 의심을 못 이겨 물러나게까지 만들었다.
물론 유유히 사라졌다는 저 말을 시온이 들었다면 개소리 집어치워!
내가 염병, 얼마나 죽을 둥 살 둥 하면서 미친 듯이 뛰어다녔는데!
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을 것이다.
“네가 생각하기에는 어떠하냐.”
“무엇이 말입니까?”
“히스파냐가 정말 흔들릴 것 같으냐?
귀족들은 눈치를 보느라 입을 다물고 있다고 해도 민심까지 전부 막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느냐.
그들이 퍼트리는 소문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여기 있는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고, 히스파냐에도 분명 빛의 교단이 있으니 언제 어떤 방식으로 왕실을 압박할 지도 모르는 일이지.”
“···.”
에텔모는 가만히 제 딸의 답을 기다렸다.
단순히 자신의 딸이라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놓고 봤을 때 자신보다 두 배는 더 뛰어난 이가 바로 아이브였다.
그녀라면 자신이 놓치고, 누디아의 귀족들이 놓치고 있는 뭔가를 파악해서 아니다 싶을 땐 빠지는 게 최고라고 말해줄 인물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 모든 논의가 바보 같다고 생각합니다.”
“흠?”
딸아이의 대답에 에텔모는 의외라는 듯 눈썹을 치켜세웠다.
다른 경우라면 모를까, 이번에는 정말 히스파냐 왕실도 어찌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이미 유성은 떨어졌고 그 장면을 귀족들과 왕국민들이 봤으며 불길하다고 여기는 이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빛의 교도들이 곱지 않은 눈길로 왕실을 바라보며 이 모든 것이 빛의 교리를 왕실이 직접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빛의 후예들이 직접 경고하는 것이라고 압박까지 할 것이 두 눈에 훤히 보이는 상황.
“유성이 떨어졌든, 누디아나 히스파냐에서 원인불명의 화재가 나든, 그로 인해서 빛의 교도들이 어떤 소문을 퍼트리든.
히스파냐가 흔들리는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정말 그리 생각하느냐?”
“확신합니다.”
“···혹 그 남자 때문인 것이냐?”
시온 클라우젠, 아이브가 그렇게나 극찬하면서도 경계하던 남자.
이번에도 그를 생각하며 그런 대답을 하는 것일까.
에텔모의 질문에 아이브는 침착히 가라앉은 눈빛, 목소리로 자신과는 반대로 아주 과열된 양상을 띠고 있는 귀족 회의를 바라보며 답했다.
“제가 저번에 말씀드렸죠.
제가 현재 가장 경계하는 사람이라면 시온 클라우젠, 그 남자라고 말입니다.
다른 우수한 이들도 있지만 그만큼 위협적이지는 않다고 말이죠.”
“그리 말했다.”
“제가 그렇게 답한 이유도 기억하고 계신가요?”
아이브의 질문에 에텔모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지극히 평범한 뜻을 지닌 남자.
그러나 그 평범한 뜻과는 전혀 다른 재능을 가진 남자.
그 이질적인 차이로 인해 평소에는 그냥 그저 그런 남자일지 몰라도 누군가가 자신의 적으로 판명되는 순간 돌변한다고 했었다.”
“그렇습니다.
그게 바로 제가 그 남자를 경계하는 이유입니다.
그는 귀족이면서도 권력, 재물, 명예 따위를 위해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것들을 원했다면 진작 손에 쥘 수도 있었는데 여태까지 들어온 첩보를 통해 보자면 그런 낌새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흐음···.”
“그는 그냥 딱 현실에 안주하고 싶어 하는, 야망 따위는 없는 남자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그 야망보다도 더 무서운, 자신의 것에 대해서 선을 긋고 이건 넘지 말라고 경고를 하는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선을 넘었던 바수라 백작가, 히스파냐의 귀족들, 출현한 해적들, 그 전부가 어떻게 시온 클라우젠에게 무너졌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끄응, 하고 침음을 내뱉은 에텔모는 누디아의 귀족들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자신도 히스파냐와 영원히 척을 질 생각은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 귀족 회의에서 빛의 교리를 따르는 이들의 목소리가 너무 커졌다.
국왕도 여색을 탐하면서 은근히 빛의 교단을 챙기고 있었기에 재상인 에텔모조차도 그들을 함부로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때에 저들이 빛의 뜻이라며 히스파냐에 깃든 악한 자들을 추려내야 한다고 말하니 다른 귀족들고 맞장구를 치며, 혹은 눈치를 보면서도 동조를 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그러면 재상인 에텔모 자신은 뭘 하고 있느냐?
재상이란 직책도 빛의 교리가 누디아에 들어찬 이후에는 그저 명예직이 되어 버린 후였다.
그저 추상적인 종교에만 심취해서는 나라를 제대로 이끌 수 없다고 몇 번을 강조해도 이미 머리끝까지 빛에 잠식된 이들을 설득하는 것도, 막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두고 보세요.
조만간 재미난 소식이 다시 들려올 겁니다.
이번 일로 만약 자신에게 뭔가 해가 된다고 시온 클라우젠이 판단하고 움직인다면, 이건 빛의 교단에게 유용한 기회가 아니라 오히려 히스파냐에만 더 유용한 일이 될 테니 말입니다.”
단 일말의 의심도 느껴지지 않는,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였다.
그 말 이후 차가운 눈길로 빛의 교리 어쩌고 지껄이는 귀족들을 바라보며 역겹다는 눈빛을 하고 있는 아이브를 바라보며 에텔모는 갑자기 궁금해졌다.
도대체 그 시온 클라우젠이 어떤 남자였기에, 그 체스 한 판의 승부로 무엇을 느꼈기에 자신의 딸이 이리도 확신하고, 또 긴장을 하는 것인지 말이다.
‘언제 한 번 만나보고 싶긴 하군.
히스파냐의 귀족이라는 것이 조금 걸리기는 하다만, 그렇게나 뛰어난 이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하니 더더욱.’
에텔모는 그렇게 생각하며 아무래도 조만간 또 바빠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빛의 교리에 미친 귀족들이 또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며 멍청한 짓을 벌일지 모르니까 말이다.
―
“시온 공자님?”
“이른 아침부터 미안하다, 헬렌.
하지만 급히 부탁할 일이 있어서.”
“저야 언제 오시던 상관없습니다만, 갑자기 부탁하실 일이 무엇인지요?”
“지금은 끊어졌겠지만 요정들과 접선할 방법, 혹시 아직 남아있나?”
“···네?”
“다른 건 필요 없어.
그냥 한 번 만남만 가지고 놈들이 여기로 왔다가 다시 돌아가게 만들면 되는 일이야.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가, 갑자기 너무 갑작스러운 부탁을 하시네요.
이유를 여쭤 봐도 될까요?”
“놈들이 하는 짓 그대로 돌려주려고.”
너희만 이간질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본데.
이쪽이라고 그런 더럽고 옹졸한 수를 쓸 수가 없어서 안 쓴 게 아니란 걸 보여주마.
너희들이 하는 것 그 이상으로 아주 혹독하게 해줄게.
아이브의 걱정대로, 시온의 두 눈동자는 그야말로 광기로 번뜩이고 있었다.
추락하는 불꽃을 다시 하늘 위로 올리고, 동시에 전술핵을 날릴 때가 다가왔다.
―――――――작품 후기―――――――
( 덥석 ) 추천 ···.
누르고 ···.
가셔야 ···.
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