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44)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44화(244/439)
244―――――
추락하는 모든 것은
히스파냐 역사상 왕위에 오르자마자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죄하는 왕이 나오게 생겼다.
다른 때도 아니고, 하필이면 왕의 자리에 오른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심지어 그를 위한 파티의 마지막 날에 모든 귀족들과 왕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불길함의 끝판 왕이라고 불리는 유성이 떨어졌다.
도저히 침묵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기에 바네사는 발 빠르게 대처했다.
아직 왕국의 혼란이 다 가시지 않은 시점에 너무 길게 파티를 열어 일종의 경고를 받은 것 같다며 앞으로는 자제하겠다는 뜻으로서 하늘에 사죄의 의식을 열기로 한 것이었다.
“어쩌겠는가.
나라의 불길한 일은 항상 왕의 잘못이거늘.
나라고 다를 리 없지.”
바네사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고 당혹스러운 일이었지만, 언젠가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스스로에게 경고를 했던 적이 있었기에 담담한 모습.
그녀는 시온을 앞에 두고 그리 중얼거리며 오늘 밤에 그 의식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
시온이 영 찝찝한 얼굴로 찻잔만 들여다보고 있자 오히려 바네사가 괜찮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미소를 짓는다.
“괜한 걱정은 말라고 말해두겠다, 시온 클라우젠 공자.
나라에 힘든 일이 생기면 원래 왕이 나서서 직접 자신의 죄를 사해달라고 빌며 이런 의식을 진행하곤 했었다.
당장 부왕께서도 초창기에 가뭄이 지속되어 왕국민들이 힘에 겨워하자 이런 방식으로 성난 민심을 달래셨고 정말로 얼마 후에 비가 내려 오히려 더 많은 힘을 얻으시기도 했지.”
“그 이야기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국왕께서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런 의식을 준비하셨던 건 아닐 겁니다.”
“으음?”
“아마도 비가 빠른 시일 내에 올 것을 아시고 그리 하셨겠죠.
원래 사람의 일이란 그런 법입니다.
하늘의 뜻을 미리 읽고 준비하여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할까요.”
바네사는 알지 못 하겠지만 시온은 알고 있다.
소설에서 지나가는 이야기로 김유현과 라이도의 대화 중 그런 부분이 있던 것이었다.
당시 계속되던 가뭄 후에 비가 온다는 걸 알고 있던 에드가 4세는 딱 적당한 시기를 이용하여 동요하는 민심을 단 한 번에 왕실에 충성하는 마음으로 바꾸어 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지 않나, 시온 공자.”
“···.”
“어제 자네도 보았겠지.
붉은 유성이 흉흉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이건 시간을 끌면 끌수록 왕실만 불리한 일이다.
그때와는 상황이 달라도 너무 달라.”
바네사는 한숨을 내뱉으며 찻잔을 만지작거렸다.
왕녀였을 당시는 하지도 않았을 고민으로 지금은 머리가 터질 듯 지끈거렸다.
자신의 아버지는 바로 이런 엄청난 무게를 견디며 그리 긴 시간을 버티신 것이구나.
이 압박감을 나라에 대한 걱정과 의무감으로 버티고 또 버티신 것이구나.
나도 그 분처럼 이겨낼 수 있을까, 아니.
이겨내야만 한다.
아버지를 위해서, 오라버니를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이 남자를 위해서.
자신을 누구보다 믿어준 시온을 위해서라도 현명하게 이 난관을 헤쳐 나가야만 했다.
“귀족들 반응은 어떻던가.”
“다들 쉬쉬하고는 있습니다만 좋지 않습니다.
하필이면 왕국에서 이름 좀 있다 하는 귀족들이 전부 몰린 날에 그 난리가 났으니 말입니다.”
“···왕성 분위기는?”
“···.”
왕의 질문에도 신하라는 자가 대답을 하지 못 한다.
그 신하가 왕에게 대놓고 반기를 드는 것이 아니라면, 차마 말로 하지 못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증거일 것이다.
“지체해서는 안 되겠군.
선대 분들이 하시던 대로 해가 떨어지고 별들이 반짝이는 때에 의식을 진행하는 수 외에는 없겠어.”
“정말 그 수 외에는 없을 듯 합니다.”
“의식을 치른다고 딱히 뾰족한 수가 생기는 건 아니지만 내가 왕국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낮은 자세로 낮은 곳에서 임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지.”
바네사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찻잔을 입가에 머금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시온은 다만 한숨을 내뱉으며 자신이라고 해서 별 뾰족한 수가 없다는 반응을 내보이고 있었다.
“말했지만 그대가 걱정할 일은 아니다.
이건 내가 이 자리에 오르기로 한 순간부터 오롯이 나에게 지워진 짐이니라.
이건 오직 나만이, 나만의 힘으로, 내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이다.
나를 도와주지 못 한다고 하여 자책할 필요도 없고 나 역시 그런 모습을 원하지는 않아.
내 말 뜻, 이해했는가?”
“···네, 이해했습니다.
여왕이시여.”
“그래.
그대는 다만 동부의 귀족들과 북쪽에서 온 손님을 잘 대해주다가 집으로 돌려보내면 되는 거야.
그게 자네가 나한테 해줄 수 있는 최선일세.”
시온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듯 바네사는 왕녀 때도 잘 짓지 않던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만 믿으라는 뜻을 내비쳤다.
여태까지는 그대가 나를 도왔지만 이제는 나 스스로 해 나가야 할 일들 천지이니 이제는 스스로 뚫고 나갈 것이라고, 그대가 걱정할 필요도 대신할 필요도 없다 말하면서.
“그래도 하루 내내 조금은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그대 덕분에 이리 웃는구나.
고맙다, 시온 클라우젠 공자.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만 이제는 나도 왕녀의 몸이 아니라 한 나라의 군주이기에 해야 할 일들이 많아.
남은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지.”
바네사의 말에 시온은 그리 하겠다는 듯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왕궁을 나섰다.
왕실 기사들의 배웅을 받으며 마차에 오르자 안에 타고 있던 릴리트가 슬쩍 입을 연다.
“어땠어?”
“뻔하죠.
그냥 내가 다 안고 가야 할 일이다.
내가 짊어질 일이니 그대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뭐 이런 식.”
“오오···.
혹여나 너한테 무슨 방도가 없겠냐고 징징거리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래도 여왕이라는 인식은 있는 모양이네?”
서큐버스 퀸의 장난기 섞인 말에 시온은 다만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애초에 바네사가 그런 여인이었으면 굳이 에라더 왕자를 그렇게 깔아뭉개면서까지 왕으로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남들은 자신이 바네사를 도왔다고 하지만 사실 시온은 항상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부분을 먼저 따지고, 이득이 된다고 결론이 나면 그 다음 이어질 다른 이점들을 생각했었다.
에라더 왕자는 이득보다는 손해가 더 많은 놈이기에 빠르게 손절을 한 것이었지만 바네사 왕녀도 그와 비슷하다고 판단되었다면 차라리 왕자 쪽을 선택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주인님.
바로 하이네스 상단으로 가면 될까요?”
“그래.
아마 지금쯤이면 내가 부탁한 걸 헬렌이 다 구해서 만들어 놓았을 거야.”
시온의 대답에 밖에 있던 리시키다가 출발 명령을 내리고 마차가 움직인다.
가끔 가다가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서 가만히 시온을 바라보고 있던 릴리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말 진행할 생각이야?”
“이제 와서 무를 생각 없습니다만.”
“아니, 그게··· 으음···.”
“왜 그러세요?”
“그게 통할까 싶어서.
요정들이 바보도 아니고 그런 짓을 한다고 네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줄 확률이 너무 낮잖아?
역으로 결속력만 더 강하게 만들 수도 있고.
마족들의 농간이라고 외치면서 말이야.”
릴리트의 걱정은 나름 타당한 것이었다.
실제로 시온도 이 일을 생각하면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오히려 뾰족귀들의 결속력만 더 강하게 만들어 최악의 상황 때는 모든 요정들이 마족과 결전을 벌이겠다고 지껄일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릴리트님.
요정들이 천족들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뭐죠?”
“···재수 없는 생김새?
아니면 절로 서있어도 나오는 후광?
아니면··· 아, 날개이려나?”
“전부 마족들과는 거리가 좀 멀죠.
특히나 후광이라던가 그 허연 날개, 마족들은 애초에 하얀 색과는 거리가 먼, 상당히 정직한 종족이지 않습니까?”
“시끄러워.
우리라고 검은색이나 빨간색 같이 칙칙한 느낌에 흉흉한 기분이 드는 색이 좋은 줄 알아?
애초에 우리 몸이 이런 식인데 뭐 어쩌라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습니까.
아무튼 그런 고정적인 이미지에 더해서 요정들이 스스로를 천족들의 종자라고 부르는 이유도 있죠?”
“아주 약간이기는 하지만 천족들의 힘을 이용할 수 있으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천족이 남기고 간 물건들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경우로 요정들은 자신들의 마을 경계에 일종의 알람 장치를 만들어 두었는데 천족들의 물건을 본 따 만든 것이라 자신들이 그렇게나 싫어하는 마족들의 접근을 알 수 있었다.
다른 종족들의 접근은 마을을 지키는 인원들이 항상 물 샐 틈 없는 경계를 펼치고 있으니 가장 최악의 적인 마족만 사전에 알고 방지하면 된다는 식으로 말이다.
“여태까지는 그 경계를 뚫고 들어가서 난리를 칠 만한 강자가 없었죠.
있다고 해도 요정들한테 굳이 찾아가서 해코지를 할 필요도 없었고요.”
“그렇지?”
“요정들이 천족들의 종자라서 그런지 재수도 없고 싸가지는 더 없고, 제 잘난 맛에 사는 놈들이란 건 릴리트님도 아주 잘 알고 계실 테고요?”
“그렇···지?”
그러면 된 겁니다.
시온은 그렇게 답하며 킥킥, 웃음을 내뱉었다.
웬만한 마족 정도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사악해 보이는 그 미소에 릴리트는 저도 모르게 ‘으으으!’ 하고 몸서리를 치며 몸을 떨 정도였다.
‘자존심이 강해도 너무 강한 이들을 박살내는 방법?
쉽지, 아주 쉬워.
그 자신감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충격을 줘서 다른 여러 가지의 경우는 전부 돌아보지 못 하게 만드는 거다.
자신들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길이니까.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하니까.’
위대하신 빛의 후예들이 남긴 물건으로 마족들을 사전에 감지하는 장치를 만들었다.
그리고 마을은 세상에서 천족 다음으로 강한 요정 전사들이 지키고 있다.
인간들 수 만 명이 몰려와도 능히 격퇴할 수 있는 그런 곳에, 그들은 결코 감당할 수 없는 ‘전술핵’ 이 떨어진다면.
‘과연 놈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위대하신 빛의 후예들이 남긴 물건에 이상이 있었다고 인정하며 천족 탓을 할까?
아니면 요정 전사들이 생각 외로 약하고 병신이어서 외부인에게 힘없이 전부 나가떨어졌다고 할까?
아니지, 만약 둘 다 아니라면···.’
자신들이 항거할 수 없는, 그 어떤 존재가 갑작스레 쳐들어와서 자신들마저 이 세상에서 정화해 버리려고 했다고 생각할까.
―
“여왕 전하.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원래라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위엄 돋고 화려한 의복을 걸쳐야 하는 이.
하지만 지금만큼은 즉위식 이전의 의식 때처럼 단출하다 못 해 초라하기까지 한 옷을 입고서 제단 앞에 ‘무릎’을 꿇고 자신의 잘못을 빌어야만 했다.
‘이건 신도, 하늘도, 빛의 후예들에게도 사죄를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은 한창 기쁜 때에 불길한 일을 겪은 왕국민들을 위로하는.
가장 높은 곳에,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가장 고귀한 자가 왕국의 모든 이들에게 자신을 믿고 따라와 달라는 무언의 손짓이다.
“가자꾸나.”
바네사의 말에 시종장은 침통한 표정을 숨기지 못 했다.
새로이 왕국의 지존이 되었음에도 시작부터 일이 이리 꼬이다니.
만약 신이 있다면 참으로 너무 하다 싶었고 빛의 후예라 하는 천족들에게는 그리도 성전에서 이탈한 것이 속이 꼬였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바네사는 그런 시종장과는 달리 너무나도 평온해 보였다.
오히려 하늘을 올라다보며 밤하늘이 참으로 아름답구나, 라고 말하더니 이번에는 아예 미소까지 지으며 자신을 여기까지 몰아붙인 어제 일을 장난스럽게 언급하기까지 했다.
“다행히 오늘도 유성이 떨어지는 일은 없군.”
덤덤한 여왕의 모습에 오히려 시종장과 왕실 기사들의 얼굴만 더욱 죽상이 되었다.
주변인들 모두가 침통한 기색을 숨기지 못 하는 와중에 오직 바네사만이 별 일 아니라는 듯 한 매우 아이러니한 상황.
여왕은 제단 앞에 서서는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이건 모두 왕국을 위한 길이니 아무 것도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또 말하며 대답도 돌아오지 않을, 받아들일 이도 없는 사과를 하기 위해 몸을 숙이려던 찰나였다.
“저, 전하?”
시종장의 멍한 기색이 가득 담긴 목소리에 바네사는 왜 그러냐는 듯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그에 시종장은 ‘어, 어어.’ 하고 어버버거리며 다만 하늘을 손으로 가리킬 뿐이었다.
“시종장, 도대체 왜 그러···.”
순간 바네사는, 자신이 꿈이라고 꾸고 있는 건가 싶었다.
도저히 인간의 눈으로, 머리로 받아들일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던 것이었다.
슈우우우―.
별이, 다시 하늘로 향하고 있다.
땅으로 추락했던 불덩이가 마치 어제 일은 거짓말이었다는 듯 유유히 하늘 저 멀리, 아주 먼 곳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저기 보세요!”
“어어?
뭐, 뭐야.
저거?”
왕성의 사람들도 상상도 하지 못 했던 일이 벌어지자 난리가 났다.
어제 있었던 일로 알게 모르게 조금은 침울해졌던 곳에, 어제와는 또 다른 의미의 소란스러움에 불이 붙은 것이었다.
한편, 내일이 되면 다들 자신들의 영지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던 귀족들도 무척 당황했다.
바로 어제, 그리고 오늘 오후까지만 해도 왕실과 왕국의 미래를 걱정하며 온갖 이야기를 하곤 했었는데 그걸 비웃듯 땅으로 떨어진 줄 알았던 불길이 다시 솟구치고 있었다!
“이게, 이게 말이 된답니까?”
“오늘 분명 전하께서 왕국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를 지낸다고 하셨지요.”
“설마 그 일 한 번에 바로 저 불온했던 것이 다시 원위치로 돌아간다고요···?
하하, 하하하!”
어제와 똑같이,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왕성을 지나 지평선 너머로 사라졌었던 불꽃은 다시 떠올라서 마치 되감기를 하듯 왕성의 하늘 위로 솟구치며 길고 긴 궤적을 남겨 간다.
“전하, 전하!”
“여왕이시여!”
시종장도, 왕실 기사들도 모두가 여왕 곁에 와서는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모두가 당신의 덕분이라고, 어제 있었던 일은 아마도 여왕에게 내려진 선대 왕실 분들의 일종의 시험이 아니었겠냐고.
그 시험에 만족스러운 답을 내놓았으니, 왕국에 있던 모든 불화를 저렇게 전부 껴안고 하늘 저 멀리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겠냐고 말한다.
“···.”
제 신하들의 감격에 겨운 말에도 바네사는 뭐라 답을 하지 못 했다.
상상치도 못 한 일이 벌어지는 이 상황에서, 갑자기 한 남자가 문득 떠오른 것이었다.
‘시온 클라우젠.’
설마, 설마 아니겠지?
이번에는 그대도 모르는 일이겠지?
정말 이번에도 그대가 날 도와주었다면 난 조금은 서운하다.
나 스스로도 이겨낼 수 있다고 했는데, 결국 끝까지 말을 듣지 않은 것이니까.
그러니 이번만큼은 그대도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하겠다.
만약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당장 그대를 불러 그대로 안고 싶으니까.
천천히 하늘 위로 사라져가는 불꽃을 바라보며, 바네사는 그렇게 기원했다.
“아아, 좋아요.
좋아―.”
그런 여왕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는, 그저 자신을 엿 먹이려고 한 놈들에 대한 적의만이 활활 불타오르는 시온은 얼굴 가득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낄낄거리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래, 이 우라질 놈들아.
진짜 제대로 한 번 놀아보자!”
비둘기야, 비둘기야, 비둘기야.
지금 상황이 억울하면 아예 왕성 한가운데에 그 유성인지 뭔지 떨어트리지 그랬어.
아, 그러면 조작이란 게 드러날 수도 있으니 그냥 멀리 사라지는 것으로 결론을 보기로 했나?
그거 참 유감이네.
세상일이 모르는 것 투성이잖아?
떨어지는 별이 갑자기 양력을 얻어서 추락하다 말고 멋지게 비상하며 너희들에게 엿이나 처먹으라고 할 수도 있는 일이지.
‘추락하는 모든 것은 정말 땅에 처박히는 걸 세상 모두가 보기 전까지 추락한 게 아니란다.
언제든 다시 떠올라서 하늘 위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지.’
자, 별을 띄웠으니 이제 다음으로 넘어가볼까.
너희 혹시 등가 교환의 법칙이라고 아는가 모르겠네.
내가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와 모욕감, 그리고 오늘 일을 위해 준비한 노력과 시간.
그걸 전부 너희가 적절하게 보상을 해줘야겠지?
‘너희들이 불꽃 하나 떨어트릴 때마다, 나는 전술핵 한 번 씩 투하한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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