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48)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48화(248/439)
248―――――
고생은 주인공이 하고 악역은
혼약을 깰 거냐, 아니냐는 질문이 간 후.
쟌은 잠시 시온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한 가지만, 한 가지만 묻자.
시온.
나를 이용한다는 게 무슨 소리지?”
“말 그대로야.
북쪽 전사들을 이끄는 여인의 힘 좀 빌리자는 거지.”
“···우리 전사들의 힘을 빌린다고?”
시온이 고개를 끄덕이니 쟌은 이해를 하지 못 하겠다는 반응이다.
북쪽 전사들이 말을 잘 타고, 실력 하나만큼은 정말 뛰어난 이들이다.
쟌이 단순히 북쪽 출신이어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왕국도 북쪽 전사들의 강함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왕국에는 전사들과 견줄 수 있는 충분한 실력과 재능, 그리고 경험을 갖춘 이들이 없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수두룩하다.
당장 누디아와 인접하여 언제든 전시 태세로 들어갈 수 있는 클라우젠과 휘하 병사, 기사들이 있고 남부에도 해적과의 전투로 단련된 이들이 많다.
왕국 서쪽은 이종족과의 잦은 소규모 싸움에 이골이 난 자들로 도배되어 있는 상황.
“이해를 못 하겠다.
왕국이, 그대가 왜 우리 전사들의 힘을 빌린다는 건가?”
“아쉽게도 왕국은 수비에만 상당 부분 치중되어 있는 실정이야.
왕국 확장기 때는 몰라도 지금은 이 영토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이해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
침묵하고 있으면 만만하게 보일 뿐이니 선제공격에 나서야지.”
쟌이 무척이나 당황한 모습을 해 보인다.
갑자기 시온이 선제공격 운운하니 당연하게도 당황할 수밖에 없다.
왕국이, 그리고 시온이 도대체 어디를 공격한다는 건가?
“넌 모르겠지만 나는 상대적으로 좀 많이 맞아서.”
“···그대를 습격한 것 말고도 일이 더 있었다는 건가?”
“당장 며칠 전에 있었던 유성 사건도 아마 연관이 있을 듯 한데.
일단 물증은 없으니 넘어가기로 하고.
조만간 누디아를 한 번 크게 공격할 생각이야.”
“뭣?
전쟁이라도 벌인단 말이냐?”
“전쟁이라기보다는 조금 다른 개념이지.
아무튼 너희 북쪽 전사들의 힘을 빌릴 생각이다.”
시온의 너무나 솔직한 대답에 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 했다.
만약 저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국가적 비밀로 다루어야 할 사안인데 왕국의 사람도 아니고 저 머나먼 북쪽 사람에게 그 일을 말하는 이유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언제까지고 나한테 신세만 질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그리고 교역도 저번처럼 갑작스레 일이 꼬여서 끊길 수도 있는 일이지.
그렇다고 해서 북쪽 사람들이 무기를 놓고 땅을 개간해서 사는 일은 내가 생각해도 좀 어울리지 않고.”
“···그럴 만한 땅도 거의 없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조금 더 확실하게 해야지.
이를테면 왕국이 너희에게 빚을 지게 만들고 너희가 정당한 범위 내에서 ‘요청’을 하면 들어줄 수 있도록.”
“우리들이 왕국의 전쟁에 나서라는 말이구나.”
“전쟁 아니라니까 그러네.
아무튼 정당하게 보상을 받는다는 조건 하에서 말이야.”
히스파냐의 국경이 정해진 지도 백년이 훨씬 넘었다.
더 이상의 확장은 오히려 국가를 흔들 수도 있는 일이었기에 그 후로 왕국은 공격보다는 수비 측에 조금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의미에서 시온이 원하는 신속하면서도 빈틈을 제대로 파고드는 공격에는 왕국의 전술전략이 영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주로 돌격을 감행하는 이들은 기사들 같이 중무장한 이들이고, 아군의 측면을 보호하기 위한 경기병들이 있었으며 나머지는 보병들이 중심을 맡는다.
적들을 맞이해서 대규모 회전을 치르거나 방어 쪽 작전 진행에는 안성맞춤인 구성이었지만 그래서는 시온이 원하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기 어렵다.
‘내가 원하는 건 군대와 군대가 어느 한 지점에서 만나서 회전을 치르는 그림이 아니거든.’
그래서는 이쪽 출혈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누디아도 왕실은 썩어 문드러졌다지만 아직 귀족들 대부분은 멀쩡히 힘을 보유하고 있다.
더해서 그들 대다수가 빛의 교리에 심취한 이들이니 아마 죽을힘을 다해서 싸우려고 할 터.상대편을 아예 정복하고 땅을 차지하려는 목적이 아닌 시온으로서는 왕국의 군대를 엄청나게 소모하면서까지 일을 진행해서는 안 되었다.
당장 그 이후 신성 프러센과 천족들과의 싸움까지 생각한다면 더더욱.
“너희가 왕국에 잘하던 게 있을 텐데?
우리 쪽은 유인 및 섬멸이라고 하고.
너희는···.”
“망구다이를 말하는 건가?”
쟌의 대답에 시온은 정답, 이라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릴리트나 김유현, 리시키다와 리아, 루시아, 트리샤에게 해주었던 자신의 생각을 쟌에게도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시온의 이야기를 들은 쟌은 묘한 얼굴빛을 띠고는 잠시 의문이 서린 눈길로 시온을 쳐다본다.
“그게 정말 가능하다고 보나?”
“가능하게 만들려고 여태 준비한 것이 많거든.
북쪽 부족들과의 관계도 바로 이때를 준비한 일부이고.”
“···우리 부족들을 네 뜻대로 움직이기 위해서 계획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냐?”
“정답.”
쟌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간다.
차라리 거짓말이라도 한다면 모를까, 저렇게 아무 감정의 변화도 없이 이쪽의 자존심을 살살 긁을 수도 있는 말을 하니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자신과 부족을 이용하기 위해서 접근했다니, 이 얼마나 멍청하게 솔직한 대답이란 말인가.
“어이가 없군.
나와 부족원들을 이용하겠다고 그리 당당히 말하다니.”
“써먹기만 하고 버리지는 않을 테니까.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할 것이니 이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거지.
뒤에 켕기는 것이 있었다면 이렇게 말 못 해.”
“···.”
다른 이가 저런 말을 했다면 바로 옆에 놓여있던 칼로 목을 쳐버렸을 것이다.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늘어놓으며 자신들을 꾀어내려고 한다고 외치면서.
하지만 시온은 북쪽에서 했던 말들을 전부 지켰다.
그가 떠난 이후 정말 한 상단에 의해 부족원들이 필요로 하던 물건이 도착했고 얼마 뒤에는 몬스터들이 다시 등장해서 막혀있던 교역에도 비로소 숨통이 트였다.
이후 시온 덕분에 왕성까지 올 수 있었던 자신은 자그마치 히스파냐의 국왕 즉위식에까지 참석하며 북쪽의 사람들을 야만족이라고 우습게 여기던 이들에게 인식의 변화를 꾀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시온의 말을 따라서 손해를 보았던 것이 하나도 없었다.
“아까 말했지.
쟌, 당신이 욕심난다고.
다른 남자한테 주고 싶지 않다고.
이건 진심이야.
그러니 더더욱 그쪽이랑 척을 질 생각은 없어.”
“···.”
“솔직히 너나 부족들에게는 솔깃한 제안 아닐까?
그 용맹한 전사들이 언제까지고 몬스터만 잡으면서 사냥꾼 삶을 살아갈 수는 없잖아.
전사라 하면 응당 전장을 누비며 공을 세우고 그 이름을 온 세상에 떨쳐야 하지 않겠어?”
“그렇다.
하지만···.”
“그리고 이왕 떨칠 거 북쪽 부족들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히스파냐에까지 퍼지면 좋지.
야만족 소리 안 듣고, 북쪽의 부족들이 아쉬워서라도 이제부터는 대우도 달라질 테고 말이야.”
북쪽은 황량하다.
사람이 살기가 영 힘든 땅.
그럼에도 부족들은 고향을 등질 수 없다며 살아가고 있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신들이 이 너른 땅의 전사라는 자존심 하나만으로.
히스파냐와의 전쟁은 이제 불가능하니 더는 명예로운 전사가 나올 수 없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되던 찰나에 새로운 전장을 마련해주겠다?
심지어 싸우면 왕국이 보상을 해준다?
‘고민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왕국만 받아들인다면 부족원들은 환영할 것이다.
히스파냐가 얼마나 싸움질을 못 하기에 야만족이라고 깔보던 자신들에게 도움을 청하냐며 유쾌하게 웃을 것이고, 여태껏 뽐내지 못 한 재능을 아주 유감없이 발휘할 것이다.
“동맹이란 게 원래 같이 한 번 싸워야 좀 더 끈끈하게 맺어지는 법 아니겠어.
같은 전장에서 창칼 휘두르고, 뒹굴고, 다치고, 같이 밥 먹으면서 쌓이는 관계가 가장 확실하지.”
“···기회를 줄 때 아예 왕국이 우리들을 같이 묶어서 생각하게 만들라는 소리군.”
“그렇지.
스스로 공을 세우고, 스스로 권리를 찾아.
그리고 스스로 그 야만족이라는 이름을 떼버려.
그러면 잘난 왕국의 귀족들도 너희 전사들에게 놀라서 함부로 대하지 못 할 테니까.”
이용만 당하다가 버려질 수도 있다는 걱정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까 이용만 하다가는 역풍을 맞아서 왕국도 상당히 곤란해질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동시에, 왕국의 영웅이라는 시온이 북쪽 부족의 여인과 혼약을 맺었다는 소리가 나와도 ‘아니, 도대체 왜?’ 라는 반응보다 ‘그럴 만하다.’ 라는 반응이 나오게 해야 했다.
“이상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다.”
“···.”
“전부는 아니더라도 속이지도 않았고, 아주 솔직하게 다 말해주었어.
네가 단순히 외부의 손님이 아닌, 나와 언젠가 미래를 같이 할 여인이라고 생각하고 말이야.”
감미롭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미래를 같이 할 여인이 아니라고 답하면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언제든지 너와 북쪽의 부족들을 적대시 할 수도 있다는 협박이기도 했다.
그러니 생각 잘 해보고 다음 질문에 답하라는 뜻임을 쟌도 마침내 알아차렸다.
“···하하.
이런 무서운 남자가 다 있구나.
내게 부탁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협박을 하고 있던 것이었어.
내가 방심했다, 방심했구나.”
“한 사람이 잘못이지.
그래서 대답은?
정말 혼약을 깨자고 계속 말할 생각인가?”
여기까지 들어놓고 혼약을 깨자는 건 시온이 그리고 있는 그림을 망치겠다는 말과 다름없는 소리임을 쟌도 잘 알고 있었다.
단순히 왕국과 북쪽 부족들 간의 화합을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 속에 보통의 사람은 결코 생각할 수 없는 위험천만하면서도 꽤나 흥미로운 일들을 품고 있었다.
“한 가지만 더 물어봐도 되겠나?”
쟌의 물음에 시온은 슬쩍 검지 하나를 세워보였다.
이번 질문이 정말 마지막이라는 뜻, 그 이상은 없으니 반드시 대답을 하라는 말.
알았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인 쟌이 입을 열었다.
“그대가 말하는 앞으로 펼쳐질 그 전장.거기에서 나와 우리 부족들이 영광스러운 전투를 , 그리고 승리를 쟁취했다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화려하겠는가?”
역시나 몬스터 사냥이나 교역보다는 싸움과 약탈에 도가 튼 이들다운 질문.
시온은 당연한 소리를 한다는 뜻으로 살짝 입 꼬리를 올려보였다.
“···기대되는구나.”
“그 말은?”
“혼약을 깨자는 말은 없던 걸로 하겠다.
그대가 이리도 나를 필요로 한다는데 어쩌겠느냐.
자비로우신 이 몸이 그대의 부탁을 들어줘야지.
후후후.”
얼씨구, 자비는 무슨.
조금만 수틀려도 허리를 꺾어버리던 여자가?
그래도 요즘 봐서는 소설에서 보이던 것보다 확실히 유해진 면이 있다고 생각하는 시온이었다.
“그러면 혼약은 계속 유지되는 것으로 알고.”
“그래, 혼약은 계속 유지되는 것으로 알고···.”
이만 그대의 방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라고 말하려던 쟌은 그렇지 않아도 가까이 앉아있던 시온이 점점 더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자 슬쩍 몸을 뒤로 빼면서 그를 제지했다.
“···?”
“왜 자꾸 다가오는 것이냐?
부담스럽다, 너무 다가오지 마라.”
“혼약 계속 유지한다며.
그러면 그전에 확인 작업 들어가야지.”
“확인 작업···?”
“그래.
서로에게 서로의 것이라는 표시 남겨두는 거 말이야.”
“당최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만.”
이 여자가 왜 또 모르는 척, 아닌 척 빼는 것일까 싶은 시온은.
‘···설마, 아니지?’
그래, 진짜 아니겠지.
그냥 부끄러워서 저렇게 빼는 것이겠지.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 나이가 되도록 혼약까지 내걸면서 정작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수가···.
“쟌.
남자와 여자가 연을 맺고 한 집에서 살게 되면 어떻게 되지?”
“같이 잠을 잔다.”
“···아이는 어떻게 생기는 건지 알고 있어?”
“부, 부부가 잠이 든 사이에 독수리가 두고 가는 것이 아니었더냐?
난 그렇게 알고 있다만?”
“···.”
진짜 레게노다, 이건.
이 말 외에는 떠오르지도 않는다.
리시키다도, 루시아도, 리아도, 하다못해 트리샤도 알건 다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쟌이, 누님 포스 철철 내는 이 여자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쑥맥이라고?
‘차라리 알고 보니 무지막지하게 밝히는 변태라는 설정이 더 설득력이 있지!
아니, 시펄.
작가님 진짜 제정신이에요?
뭐냐고, 이 설정은!’
그러면 남녀가 결혼해서 무슨 일을 하고, 아이는 어떻게 생기는 건지도 모르고 혼인 동맹을 논했다는 소리인가?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지!
고기도 먹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역시 갈비보다는 삼겹살이지, 라고 떠드는 것보다 한 100배는 더 황당한 경우였다.
“저기, 쟌.
농담 말고 진짜로 그렇게 알고 있는 거야?
부모님이 그렇게 말씀을···.”
“아아,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릴 적 돌아가셨다.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도 잘 안 나는군.”
탈룰라 할 거면 깜빡이 정도는 켜고 들어와라.
후우, 한숨을 내뱉은 시온은 도대체 이걸 어찌 해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분위기도 적당하고, 시기도 괜찮고, 무엇보다 주변에 잔뜩 경계를 서고 있을 여인들도 대부분이 사라진 이 때가 적기였는데 정작 쟌 본인이 준비가 되어있기는커녕 아무 것도 모른단다.
“내가 뭘 잘못 알고 있는 건가, 시온?
유감스럽게도 나는 어릴 적부터 매일 같이 말을 달리고 창칼을 휘두르며 사람들을 이끌고 상대와 싸워 승리하는 법만을 익혔다.
남녀 사이에 관해서, 부부의 사이에 관해서는 잘 모른다.”
“그러면서 혼인 동맹을 제안한 거였어?”
“그건 시온, 그대가 알아서 해줄 거라고 판단했다.
그, 그리고!
와, 왕국의 귀족이라면 무식하고 야만스럽다는 우리 부족들보다 더 잘 알 거 아닌가!”
뭘 잘했다고 큰 소리세요, 누님.
라는 말이 목구멍 바로 아래까지 차오른 시온이었다.
그게 자랑이냐고 소리라도 치고 싶었는데 그런 슬픈 사정으로 인해서 현재의 상태가 된 것이라면 또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어쩌겠는가.
살아남기 위해 바빠서 성교육 따위는 받을 기회도 없었다는데.
부부가 그냥 같이 잠 좀 자는 사이고 아기는 독수리가 물어다 준다는데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그래, 차라리 잘 되었어.
이참에 여기서 나한테 맞춰서 교육 좀 시켜주지, 뭐.’
그렇게 생각하며 시온이 점점 다가가자 쟌은 더욱 당황해서는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다.
하지만 시온이 그런 쟌을 억지로 자리에 앉히고는 허벅지를 강하게 누르자 여인이 당황해서는 왜 이러냐고 버둥거린다.
“내가 알아서 해줄 거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왜 자꾸 도망가, 쟌 테무친?”
“아, 아니!
그거랑 지금이랑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이냐!
이렇게 자꾸 다가오면···.”
“혼약 안 깬다면서.
넌 내 것이 되고 나는 네 것이 된다, 이 부분에 이의 없는 거 아니었나?”
“그렇다만···.”
그렇다만··· 이 아니지, 이 여자야.
시온은 아예 쟌이 더는 도망치지 못 하게 다리와 팔을 붙잡고는 서로의 숨결이 얽히는 거리까지 도달해서는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왕국의 귀족이라면 뭐 좀 더 알겠다고 생각했다고 했지?”
“그, 그들이 자꾸 우리들을 야만족이라고 부르니까···.”
“좋아.
그러면 저번에 했던 왕국의 예법 교육에 이어서, 그 다음 교육에 들어가자고.”
“또?
혹시 내가 배우지 않은 예법이 더 있단 말이더냐?”
있지.
생활 예법이 아니라 침대 위에서의 예법이라고 불리는 게 문제지만.
“일단 첫 번째.
지금부터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무력 제압은 하지 않는다.
허리 접는 건 더더욱 금지.
몸에 힘 빼고 가만히 앉아있을 수 있도록.”
“···이렇게 말이냐?”
원래는 칸이라 불리던 여인이 이제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표정이 되어서 그야말로 무방비한 상태가 되어 상대를 바라본다.
다른 여인도 아니고 쟌 테무친이 저런 모습을 하고 있으니 정말 제대로 가르쳐주겠다는 교육열이 활활 불타오른다.
물론 타오르는 건 교육열뿐만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교육자로서 의무를 다 하는 것뿐이라고 당당히 외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온은 쟌을 안아들었다.
“아, 아?”
“무력 제압 없다고 했다.
가만히 있기로 했어.
허리 꺾기도 없는 거야.”
혹시나 일어날 수 있는 불행한 사태.
굳이 말하자면 제2의 에라더 왕자 사태를 미리 방지하고자 경고 사항을 재차 말하는 것도 잊지 않는 충실한 교육자, 시온 클라우젠이었다.
―――――――작품 후기―――――――
연휴 잘 보내세요!
추천 항상 환여어어어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