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52)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52화(252/439)
252―――――
우리 주인공이 달라졌어요!
“어제부터 표정이 별로네요.
혹시 무슨 일 있어요, 시온?”
남들은 감히 말조차 붙이기 힘들다는 라이도를 아버지로 둔 덕분에 이번에도 그에게 가서 마법과 무투술 전부를 점검 받고 온 루시아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전보다 훨씬 더 나아졌다는 라이도의 말에 애써 기쁜 기색을 감추며 얼른 돌아가서 시온에게 말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별장에 돌아온 것이 어제 밤이었다.
릴리트도 없고, 리시키다는 태생이 기사라 시온의 주변 인물과 갈등을 겪는 것을 본능적으로 피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때문에 시온과 간만에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돌아왔는데, 리아가 먼저 와있는 걸 보고는 약간 실망했던 그녀였다.
‘뭐, 괜찮아.
그래도 시온이 누구를 선택할지는 모르는 일이니까.’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시온의 표정이 너무 엉망이었던지라 루시아는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는커녕 자신의 실력이 이전보다 훨씬 더 성장했다는 말도 하지 못 하고 말았다.
대체 저 남자가 왜 저런 반응일까 알 수가 없어 리시키다나 리아, 심지어 쟌에게까지 이유를 물었지만 하나 같이 돌아오는 대답은 ‘모르겠다.’ 라는 말 뿐.
‘아, 쟌님은 자신이 실수를 해서 그러는 것일 수도 있다고 했나?’
어찌 되었든 기분이 영 좋지 않아 보이기에 일단 내일 다시 말을 해보자 하고 하루를 보냈는데, 하루가 지나도 시온의 얼굴이 어제처럼 엉망이었던 것이다.
“조금, 아니 많이 걱정되는 일이 있어서.”
“그게 뭔데요?
혹시 릴리트 언니 때문에···.”
“루시아.
김유현에 대해서 하나 물을게 있어요.”
“유현이요?”
시온의 질문에 루시아는 두 눈을 깜빡이며 그를 쳐다보았다.
설마 이제 와서 그 남자랑 또 무슨 사이는 아니었는지 물어볼 인물은 아니다.
애초에 그 이야기에 대해서는 진작 정리가 끝나지 않았던가.
눈앞에 서있는 이 남자, 시온이 바보도 아니고 괜한 의심으로 사람의 신경을 살살 긁을 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건 루시아도 진작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갑자기 왜 유현에 대해서 묻는 거지?’
루시아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일단 질문을 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에 시온은 심히 골치가 아프다는 기색을 애써 지우며 입을 열었다.
“만약에 말이에요.
김유현이 무슨 일을 위해서 어딘가로 갔다 생각해요.
그러니까, 라이도님의 부탁으로 무슨 일을 하기 위해서.
그러다가 뜬금없이 이상한 ‘여자’ 가 나타나서 다짜고짜 공격을 한다면 어떻게 할 것 같아요?”
“···유현이요?
그를 여자가 공격한다고요?”
“네.
그렇게 생각한다면 과연 김유현은···.”
“죽이지 않을까요?”
이런 염병.
시온은 그 말이 목구멍 바로 밑까지 차올랐다.
이미 그런 대답이 나올 수도 있다는 건 어렴풋이.
아니, 거의 확신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도 루시아라면 유현과 함께 꽤 많은 시간을 보냈고, 혹시나 시온이 알지 못 하는 김유현의 뭔가 좋고 선한 면을 알고 있지는 않을까 했는데 그녀는 단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대답을 해버리고 말았다.
“호, 혹시 모르잖아요?
여자라서 일단 사정 좀 봐주고 한다거나.
아니면 이유를 물어보면서 상대가 정말 적인지, 아니면 그냥 싸우고 싶어서 안달이 난 미친 상대일지 파악을 한다거나.
뭐 그렇게 말이에요.”
“글쎄요.
시온도 이미 유현과 꽤 오랫동안 지내봐서 알지 않나요?
본성이 악한 이는 아닌데, 일단 자신에게 적의를 표하면 그게 뭐가 되었든 부숴놓고 생각하는 남자인데.”
“만약에 상대가 그래도 루시아만큼 아름다운 여인이라면···.”
“저번에 봤잖아요?
여인들이 우르르 하고 달려들었는데 나무 위에 접어버리지를 않나, 가차 없이 때려서 기절을 시키지를 않나, 심지어 땅바닥에 메다꽂아서는 무슨 채소 심듯 박아버리지를 않나.”
“···.”
“무, 물론 내 입으로 아름답다는 말을 하자니 조금 이상하지만 아무튼 시온 옆에 있는 이들이 하나같이 예쁘잖아요?
그런데 그 때, 유현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던가요?”
그러니까 한 마디로, 애초에 희망 따위는 없다는 것이었다.
경국지색, 절세미녀가 다가와서 부비부비를 하든 유혹을 하든 일단 자신에게 적의를 보이는 순간 여자고 남자고 상관없이 바로 몸통과 목을 서로 사맛디 아니하게 만들어준다는 말.
다른 이도 아니고 루시아의 증언이었으니 믿을 만한 정보임은 틀림없다.
동시에 시온이 원래 예상하던 김유현의 모습과도 틀린 부분이 거의 없다.
‘···아아, 시펄.
백사병은 갔습니다.
아아, 백사병은 갔습니다!’
라는 말이 절로 입가에서 아른거릴 정도였다.
이쯤 되면 차라리 미련을 버리는 것이 더 낫겠다만, 그래도 시온은 만에 하나.
정말로 만약이라도 기적이 일어나서 최소한 김유현과 백사병이 부딪치지 않는다거나 아니면 최소한 죽이지는 않을까 하는 일을 기도했다.
‘그래, 트리샤.
너도 있잖아.
네가 자칭 흑염룡인데 같은 용과, 같은 파충류잖아?
물론 생긴 건 둘 모두 인간이지만···.’
사실 믿을 게 트리샤 뿐이라면 이건 그냥 믿지 않는 게 더 빠를 지도 모르겠다.
김유현과 트리샤, 말 그대로 전술핵과 불벼락의 환상적인.
아니, 환장할 듀오인데 그 앞에서 뭐가 멀쩡하기를 비는 것인지 시온 본인조차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요?
혹시 뭐 유현과 만나서는 안 될 사람이라도 있나요?”
“아니, 그냥··· 그냥 김유현 앞에 상당히 골 때리는 누군가가 갈 것 같아서요.”
“그게 큰 문제라도 되는 건가요?”
“큰 문제죠.
김유현이 아니라 그 골 때리는 누군가에게.”
목숨을 걸고 처절하게 싸우는 건 용인들의 주특기다.
다른 종족들이 어찌 되었든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이기기 위해서, 를 목표로 잡는다면 용인들은 그냥 싸움 그 자체에 목표를 두는 상당히 특이한 종족.
정정하겠다.
그냥 완벽하게 제정신이 아닌 종족들이었다.
그야말로 진정한 전투종족, 다른 이들이 싸워주지 않으면 저들끼리라도 싸우는 자들.
부모자식도 서로가 강하다고 생각되면 일단 싸워보는 것이 당연한 순리.
그러니 종족들의 수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드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남은 용인들의 수는 기껏 해봐야 서넛.
그것도 불확실한 숫자다.
어쩌면 살아남은 이가 에카테리나 한 명 외에 없을 수도 있어.
소설 내용에서도 오직 그녀 하나만이 나서서 김유현과 싸우겠다고 염병을 하다가 결국 죽었으니까.’
그냥 싸우자고 들이대기만 하면 악역이 아니라 이상한 캐릭터로 남았을 것이다.
당시 김유현이 이상한 자와는 싸우고 싶은 마음도 없다고 거부하니 에카테리나는 그렇다면 싸울 이유를 만들어주겠다며 왕국 서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김유현의 말을 빌리자면 망할 용인족 하나에 의해 왕국의 상당량이 황폐화되었고 결국 최악의 사태가 오기 전에 그는 에카테리나를 제거하고야 말았다.
마지막 남은 용인을 어떻게든 설득해서 전력으로 넣었다면 꽤나 쓸 만한 카드가 되었을 텐데 아쉽게도 김유현은 딱 싸워주는 것 까지가 한계였다.
“으음···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시온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네요.”
“그렇긴 해요.
그냥 김유현과 트리샤가 알아서 해주기를 바랄 수밖에.”
한숨을 내뱉은 시온은, 문득 루시아가 뭔가를 기대하는 눈치인 것 같아 슬쩍 입을 열었다.
“난 그렇다 치고, 루시아는 뭐 할 말이라도 있나요?
어제부터 자꾸 눈치를 보는데.”
“아아··· 음, 제가 이전보다 더 강해진 것 같다고 아버지가 말씀해주셔서요.
아무래도 저번에 유현과 한 번 부딪친 이후로 부족한 것을 깨달았거든요.”
김유현과 대련을 했을 당시 루시아는 몇 합 만에 그대로 침몰해서는 대자로 뻗어버렸었다.
제 스승의 외동딸을 무참히 박살낸 김유현은 그런 루시아를 내려다보며 한 번, 한 번의 힘은 좋지만 속도나 정확성이 부족하다고 냉정하게 평가를 내렸다.
“그때 유현의 말을 듣고 이 정도면 조금은 시온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했는데 그 말을 듣고 느꼈어요.
유현 같은 사람이 있는데 나 정도의 실력을 지닌 이가 크게 도움이 될 수 없을 거라고요.
해서 노력 많이 했어요.
며칠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거쳐서요.”
“···고마워요.
솔직히 이대로만 따라 와줘도 나는 그저 고마울 뿐인데.”
사실 천족과의 싸움에서 전면에 내세울 이들로 점찍고 있는 이는 김유현이다.
거기에 보조를 해줄 이들로 쟌과 에카테리나, 그리고 그들의 뒤를 봐줄 인물로 트리샤와 릴리트를 넣어줄 생각이었다.
리아는 정면에서 상대와 싸워서는 제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기에 기습이나 측면을 노리는 방향으로 생각 중이었고 리시키다는 애초 호위 기사로 생각 중이었으니 전선에 내보낼 생각이 아직까지는 없었다.
‘사실 가장 모호한 것이 루시아였어.’
마법에 재능이 있다곤 하지만 라이도마냥 엄청난 실력은 아니고.
무투술도 이제 막 꽃을 피우려고 한다지만 천족들도 만만치 않게 강한 이들이다.
잠깐의 실수도 중상은 물론이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치명상을 얻을 수도 있었다.
차라리 원거리 지원을 맡길까도 했지만 그 정도의 마법으로는 솔직히 상위 천족들도 그냥 맞고서 다가올 정도에 불과했다.
“솔직히 고민 많이 했어요.
정말 천족이라는 존재들과 싸워야 한다면.
그들이 정말 우리 인간들의 적이라면··· 과연 내가 그들을 상대로 잘 해낼 수 있을까.”
“···.”
“원래처럼 마법을 사용한다면 안전할 수는 있어도 효과를 보기 어렵고, 근접전을 하자니 나보다 훨씬 강한 이를 상대로 싸울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도 있죠.”
“벌써 알고서 걱정하고 있었네요.”
“언젠가 아버지가 그러셨어요.
아쉽지만 넌 시온 곁에 있는 이들 중 가장 모호하다고.
시작부터 무투술에 집중한 것도 아니고 마법을 배우다가 돌아섰기 때문에 효과가 가장 미미할 수도 있다고요.
설사 무투술에 마법을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그만큼의 부작용이 있어서 화려한 움직임이나 기습적인 속공도 불가능할 거라고요.”
무투술에 있어 부족한 점을 마법의 무지막지한 화력으로 커버한다.
그게 현재 루시아의 싸움 방법이었고, 자신보다 약하거나 비슷한 이들에게는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그녀보다 강한 이들을 상대로는 통하지 않을 확률이 꽤나 높았다.
루시아가 마법을 적용하여 공격하기 전에 역으로 그녀의 공격을 분쇄하고 계속해서 몸에 직접적인 충격을 준다면 마법은커녕 주먹이나 발조차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물러날 생각은 없어요.
무슨 상관이에요.
어차피 나를 대신할 사람은 없잖아요?
말해봐요, 시온.
나만큼 무투술에 있어 훌륭한 스승을 가지고 그만큼의 재능을 가졌으며 마법도 웬만한 이들보다는 훨씬 강한 출력을 낼 수 있는 사람 말이에요.”
“없죠.”
“그러니까요.
더 노력해야죠.
시온의 말대로 그냥 오해이거나, 잘못 알았다면 정말 좋겠지만 천족이 정말 뭔가 다른 뜻을 품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뭔가를 하려고 한다면 그걸 아는 이들이 나서서 막아야겠죠.”
그렇게 말하며 루시아가 슬쩍 손을 들어 보인다.
붕대를 두른 손에는 이전보다도 상처가 더 많아졌지만 그만큼 더 강인해졌다.
무투술에 대해서는 정말 하나도 모르는 시온조차 루시아가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더 강해졌음을 어렴풋이 눈치를 챘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니까 시온은 시온대로 노력해줘요.
다른 곳에는 신경 쓰지 말고.
우리들도 당신을 위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노력을 하는 중이니까.”
역시 그 철벽 중의 철벽인 김유현조차 녹인 여인다웠다.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따스한 목소리로 말하는 루시아의 모습은 확실히 히로인이라고 불릴 만 했다.
‘···그래.
다른 것에 집중하느라 백사병을 너무 늦게 건드렸어.
후회가 되기는 하지만 사실 너무 위험 부담이 컸던 캐릭터라 차라리 이게 나을 지도 몰라.
어차피 김유현이 원래 예상보다도 훨씬 더 강해졌고, 아직은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언제든 훌륭한 칼날이 될 수 있는 이들이 많으니까.
잊자고, 잊어.’
시온은 그렇게 생각하며 미련을 털어버렸다.
김유현과 백사병이 부딪치지 않으면 좋겠지만, 기어코 부딪쳐서 사실상 마지막 남은 용인이 죽는다고 해도 이제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사람 인연이라는 게 그래도 만날 운명이만 만날 것이고, 그럴 운명이 아니라면 그냥 김유현이 단칼에 잘라버릴 것이다.
“냐앙!
루시아 왔어?”
제발 부탁 좀 했는데, 또 리아가 문이 아닌 창문으로 들어왔다.
여기가 2층이나 3층도 아니고, 1층인데도 굳이 저러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시온이 그러지 좀 말라고 잔소리를 하려는데, 그 뒤로 리시키다까지 얼굴을 쑥 들이민다.
“루시아님.
마침 대련 상대가 필요했는데 같이 하시겠어요?”
“저야 상관없는데, 리시키다님?
리아랑 하시는 거 아니었나요?”
“아, 1:1 상황이 아니라 3명이 서로 난전을 펼치는 느낌으로 해보려고 해요.
전장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모든 상황이 대비해서 준비를 하려고 해요.”
그 말에 루시아가 아, 하고 탄식을 내뱉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서로 힘내자는 말을 끝으로 루시아는 방을 나섰고, 그렇게 해서 리아와 리시키다, 그리고 루시아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별장 내부에 마련된 대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김유현은 잘 하고 있으려나.
릴리트님은 이제 어디쯤 가셨을지도 궁금하고.’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알아서 잘들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온은 왕궁에 한 번 찾아갈 준비를 했다.
이후 진행될 사안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현 국왕인 바네사의 협조와 허락이 필요하기도 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외부의 군세를 끌어들이는 건 국왕이 허락이 없으면 반역으로 보일 수도 있다.’
선빵은 때리는 놈이 최고고, 맞는 놈이 잘못이라고 했다.
여태 누디아 측이 매번 공격의 문을 열며 그에 대한 이점을 가져갔다면 이번에는 그걸 시온이 강제로 취해서는 마음대로 이용할 생각이었다.
언제까지만 막기만 하고, 버티기만 할 수는 없다.
최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이 항상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상황에서 맞는 것이었으니까.
시작부터 상대방의 기분을 엉망으로 만들어서 원하는 전장으로 끌어들여 원하는 방식으로 요리를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어차피 전면전으로 누디아를 먹을 생각은 없어.
미래에 적의 창이 될 전력을 우리가 먼저 갉아먹으면 그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쪽 전사들의 기마술이 반드시 필요하고.’
왕국의 북부를 그렇게도 괴롭히던 북쪽 전사들의 그 끔찍한 전술을 누디아가 접한다면 과연 어떤 반응일까, 시온은 너무나도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작품 후기―――――――
늦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