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53)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53화(253/439)
253―――――
우리 주인공이 달라졌어요!
“···이게 뭐지?”
반갑게 시온을 맞이한 바네사는 그가 내민 꽤나 두꺼운 분량의 보고서를 받아들고는 의문을 표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대충 내용을 살펴보니 그 안에서 보인 단어들, ‘선공’ 이나 ‘기습’ 같은 단어들이 보통 심각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현재 누디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시겠지요.”
“알다마다.
그걸 직접 느끼면서 히스파냐로 돌아온 나다.”
“아직까지 공식적인 언급이나 움직임은 없지만 이대로 시간이 더 흐르면 히스파냐에 대한 좋지 않은 민심을 이용해서 또 허튼 짓을 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리가 먼저 공격을 하자는 것인가?”
바네사의 질문에 시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또 다시 공격을 받는다면 이번에는 단순히 외부의 적을 막는 것만이 아니라 때를 노려서 내부를 혼란스럽게 하려는 이들과도 싸워야만 할 것이었다.
그리고 그 적들은, 분명 빛의 교리인지 뭔지를 떠들며 이 히스파냐 안에 마족의 추종자들이 가득하다고 주장하며 신성 프러센까지 개입하여 일을 더욱 키울 것이 분명했다.
‘히스파냐에게 선택하라는 거다.
그들 말마따나 정말로 왕국 내부에 있다는 마족 추종자들을 걸러내고 더 나아가서 왕국을 혼란케 한 자들의 근원을 제거하기 위해 다시금 성전을 일으키자고.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겠다고 맹세까지 하면서 말이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그냥 정말로 누디아와 신성 프러센을 이용해서 히스파냐를 공격하고, 그 영향으로 인간들의 힘이 약화되면 그들이 원하는 그림대로 흘러가는 것이다.
마족들에 대한 문제는 그 이후 마족 추종자들을 공격한다는 이유로 히스파냐를 쳤던 이들에게 스스로 올가미가 되어 그대로 필멸의 땅으로 밀고 들어가게 만드는 이유가 될 테고.
“생각을 좀 해봐야겠군.”
바로 허락할 것 같았던 바네사는 왠지 모르게 망설이는 느낌이었다.
시온이 왜 그러냐는 뜻으로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니 여왕은 탁자를 톡톡 두드리며 답했다.
“사실 왕국 내 분위기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현재도 잊을 만하면 자꾸만 원인 불명의 화재가 발생하고, 그 전에 이미 일을 치른 누디아는 우리 히스파냐가 성전에서 이탈한 것 때문에 빛의 후예들이 노하여 그런 일이 생긴 것이라고 한다.
그게 아니라면 마족 추종자가 있어서 그걸 경고하는 의미로 그러는 것이라고 말이다.”
“정말 그럴 생각이었다면 빛의 후계가 직접 나타나서 벌을 내렸을 텐데요.”
“빛의 교도들은 자신들을 단순한 교도라고만 생각지 않는다.
스스로가 빛의 교리를 따르는 교도들이자 동시에 빛을 더럽히고 그림자를 따르는 이들을 처단하는 심판자라고 여기지.”
그놈의 빛의 교리, 빛의 교리, 아주 지겨워 죽겠다.
온갖 미사어구에 좋은 말만 써두고 정작 자신들이 하는 짓은 하나 같이 쓰레기.
더해서 종국에는 전부를 불태워 죽이고 그 잿더미 위에 새로운 왕국을 세우겠다는, 상당히 끔찍하고 변태스러운 미래를 꿈꾸는 자들까지.
아주 환장할 놈들이었지만 아쉽게도 워낙 정치질에 유능하고 명분이나 이미지도 잘 쌓아놓은 비둘기들인지라 함부로 들이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전대 국왕께서 빛의 교단 세력이 누디아에서처럼 너무 과하게 넓어지는 것을 경계하시어 제게도 이런 저런 일을 내어주셨죠.”
“누디아는 빛의 교리에 대해서 신성 프러센만큼, 아니.
오히려 그 이상으로.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광적’ 으로 따르고 있다.
그들을 적대시하면 신성 프러센이나 자국의 빛의 교도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는 안 봐도 훤하지.”
히스파냐 왕실이 뭔가 켕기는 것이 있어서 선공을 나선다고 주장해도 그러려니 할 것이다.
성전에서 먼저 이탈한 왕국, 그리고 그 자리에 있었던 왕녀.
지금의 국왕.
그 직후 일어난 불길한 불길들과 마족 추종자들이 히스파냐 왕국에 섞여있다는 소문.
그러자 갑자기 누디아를 향해 선공을 가하는 그림이 그려지면 당연히 이쪽이 불리하다.
전쟁에는 명분이 필요하고, 그게 없으면 아군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서기를 꺼린다.
명분이 부족하다 못해 아예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이 때다 싶어서 숨 죽이고 있던 적들이 전부 일어나서는 정신없이 물어뜯게 된다.
“일단 이 사항은 천천히 살피도록 하지.
지금 당장은 그대와 이런 무거운 분위기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아.
최소한 요 얼마 정도는 말이다.”
바네사의 얼굴이 이전보다도 훨씬 더 좋지 않았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 한 듯 엉망에 초조한 기색이 얼굴 한가득이다.
그런 여왕을 바라보며 시온은 한 남자의 생명이 정말 꺼지기 직전까지 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고는 슬쩍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니다.
나라의 큰일을 잠깐이나마 뒤로 미루자는 내가 못난 것이다.
다만 지금은 내 머리가 워낙 무거운지라 딱히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 같지 않으니 이러는 것.
걱정마라.
요 며칠 내로 머리를 정리하여 자세히 이야기하도록 하자꾸나.”
“알겠습니다.”
아직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도는 아니니 조금의 여유 정도는 있다.
그동안 바네사를 몰아붙여서는 얻을 것이 없으니 시온은 조금 쉬어가자는 뜻에서, 안 그래도 무척이나 힘든 여인을 조금이나마 다른 고민에서 해방시켜주기 위해 더는 몰아붙이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여왕 전하.”
“다음에 다시 보도록 하지.”
여왕 앞에서 물러난 시온은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왕궁을 나섰다.
오늘은 마차 안에 같이 올라탄 리시키다가 그런 시온을 바라보며 조금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연다.
“주인님.
표정이 안 좋으십니다.”
“아무래도 얼마 안 가서 국가적으로 슬픈 일이 생길 것 같아.”
“···전 국왕께서 좋지 않으신 모양입니다.”
“애당초 그리 상황이 좋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암살이나 다른 이유가 아닌, 그냥 과로로 인한 피로 누적이 그 이유.
무엇보다 이미 몸의 상태가 몇 년 전부터 좋지 않았으니 시온이 이제 와서 노력한다고 해도 해봤자 몇 달의 수명을 더 늘릴 뿐 딱히 좋은 결과는 불러올 수 없었을 것이다.
모든 것을 붙잡을 수는 없고,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은 떠나게 두어야 한다.
전부를 잡으려고 했다가는 역으로 전부를 놓치게 된다.
그런 생각으로 이번에 백사병에 대한 미련도 버리고 그냥 다른 부분에 집중하기로 한 시온이 아닌가.
“그보다 아까 있었던 대련은 어땠어?”
“정신없었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빈틈을 찾으면서 날아드는 날카로운 공격들에 절로 식은땀이 흐르더군요.
하마터면 서로가 크게 다칠 뻔도 했습니다.”
“다치는 것까지는 수용해도 너무 크게 다치지는 말라고 했다.
기억하고 있지?”
“물론이죠.
제가 주인님의 명령을 어길 리가요.”
김유현과는 붙여도 1분도 지나지 않아서 승부가 나기 마련이다.
세상 혼자 진지함으로 무장한 김유현이 봐주는 것 하나 없이 그냥 박살을 내버리니 상대방 입장에서는 좋은 상대이면서도 동시에 나쁜 상대였다.
때문에 여인들은 김유현에게서 조금이라도 더 버티기 위해 서로 간에 무한 대련을 펼치며 부족한 점을 어떻게든 메우려고 노력 중이었다.
다만 서로가 확실한 실력자이니 조금만 과하게 나가거나 어긋나기만 해도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법이었다.
“그러고 보니 김유현에게 배운 게 도움은 좀 되었어?”
“처음에는 정말 검을 붙잡은 게 무서울 정도였습니다.
기사로서 이런 말을 하면 우습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만, 처음으로 그렇게 두려운 상대는 처음이었습니다.”
“···이해한다.”
나도 그 놈 처음 봤을 때 ‘아, 죽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거든.
아마 눈빛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놈을 말하라고 한다면 시온은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김유현을 꼽을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적응이 되어가니 제가 미처 보지 못 했던 뭔가가 보였습니다.
그걸 알아가고 조금씩이지만 제게 적용해보니 잠깐이라지만 김유현 경과 검을 섞을 수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왜 그 분이 저를 그리 거칠게 대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내가 살살 좀 하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아마 그랬다면 제가 그 시간동안 그만큼의 가르침을 얻을 수는 없었을 겁니다.”
확실히 리시키다도 이전보다 더 많이 성장했다.
당장 김유현이 알게 모르게 제자로 생각하며 검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신경 써주고 있는 모습을 보면 상급 기사에서 더 나아가 그 이상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한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았다.
“···주인님.
위에.”
슬쩍 검 손잡이에 손을 가져다 대었던 리시키다가 입을 열자 시온은 한숨을 내뱉었다.
저번에 쟌 때문에 충분히 데였을 만도 한데 결국 또 마차 위를 점거한 고양이 때문이었다.
“리아.
그만하고 내려오지 그래.”
시온의 말에 가벼운 움직임이 느껴지더니 갑자기 고양이 여인의 얼굴이 창문으로 불쑥!
하고 들어왔다.
그녀의 표정에는 ‘어떻게 눈치 챈 거지?’ 라는 기운이 가득했다.
“리시가 알려줬어.”
“냐앙.
난 또 시온이 알아차린 줄 알았네.
제법이라고 칭찬까지 하려고 했는데!”
“···또 뭔데, 내가 제발 부탁인데 방에 들어올 때에는 문을 이용하고 마차 위에는 올라가지 말라고 말을 했을 텐데 말이다.”
“김유현이 돌아왔어.”
김유현이 벌써 왔다고?
일을 시킨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지도에 표시되어 있던 요정들의 마을이 한 두 개가 아니었던 만큼 최소한 일주일 이상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온이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자 리아는 갑자기 이상한 표정을 해보였다.
그리고는 마치 각오하라는 듯 시온의 어깨를 토닥이기 시작했다.
“···뭔데?”
“일을 다 끝내고 돌아온 것 같지 않다, 냐앙.”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일을 다 끝내고 돌아온 게 아닌 것 같다니?”
“짐을 들고 돌아왔어.
상당히 상태가 안 좋은 짐말이야.”
갑자기 이건 또 무슨 소리인지.
짐이면 짐이지, 상당히 상태가 안 좋은 짐은 또 뭐란 말인가.
시온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마차가 별장에 도착했다.
리시키다가 문을 열자마자 시온은 재빠르게 마차에서 벗어나서 1층 현관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상당히 표정이 별로인 여인 하나가 서있었는데, 이전에 김유현과 함께 떠났던 트리샤임을 확인한 시온은 바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트리샤?
벌써 돌아온 거야?”
“네, 네.
으욱··· 너, 너무 급하게 와서 지금도 속이 별로 안 좋아요.”
트리샤가 왜 저러는지 시온도 알고 있다.
성흔의 힘 외에는 딱히 특별한 것이 없는지라 김유현이 무슨 돗자리 마냥 옆구리에 끼우고 다녔다는 것 말이다.
“일이 조금 꼬였어요.
불청객이 왔다고 해야 하나···.”
“···불청객?”
불청객, 이라는 말에 시온은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에 트리샤는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갑자기 왠 미친 여자가 저와 김유현을 보자마자 달려들었어요.
덕분에 저는 저 멀리로 던져졌고 그 직후 그 자리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렸고요.”
“그래서?”
“···사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그게 전부에요.
제 안의 불꽃이나 벼락이 전부 다가가지 말라고, 저기에 갔다가는 휘말린다고 경고해서요.
확실한 건 제가 돌아왔다는 거고 김유현도 같이 온 것.
그리고 저 말고도 다른 짐이 하나 더 왔다는 것이죠.”
어?
잠깐만.
그렇다면 설마 우리의 주인공이?
설마?
설마?
시온은 기대감을 품으며 김유현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장소로 바쁘게 내달렸다.
이런 일은 정말로 상상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설마 주인공 놈이, 아니 주인공 ‘님’이 자신의 텔레파시라도 알아듣고 목숨을 붙여둔 채로 데리고 온 것이란 말인가!
“김유현!”
“···시온 공자.”
반갑게 다음 말을 하려던 시온은, 그 자리에 우뚝 정지하고 말았다.
처음으로, 정말 처음으로 김유현의 온 몸에 상처가 가득한 모습을 본 것이다.
배에 꽤나 큰 상처를 입었는지 엄청난 양의 피가 묻어있는 상태.
여태 어떤 이와 상대를 하면서도 다치기는커녕 긁힌 상처조차 내지 않았던 남자가 지금은 온 몸에 피 칠갑을 한 채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건 것이다.
“···뭐야.
너 상태가.”
“걱정마십쇼.
치료는 했습니다.
그보다, 이것부터 좀 봐주시죠.
확인을 해야 할 것 같아서.”
그 말에 시온은 김유현이 가리고 있던 뭔가로 눈길을 돌렸다.
거기에는 절로 소름이 돋을 정도로 끔찍할 정도인, 핏덩어리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김유현.
이게 도대체 무슨···.”
“공자가 말씀하신 일을 진행하는 와중에 방해를 받았고, 교전했습니다.
그리고 생포해서 여기까지 끌고 왔습니다.
일단은 말이죠.”
“···.”
이게 생포라고?
이게?
시온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김유현이 산 채로 잡아왔다는 그 방해물은, 사지가 전부 잘린 채 몸통에 얼굴만 붙은 채로 가져와진 진짜 핏덩어리였던 것이다.
“죽지는 않았습니다.
숨은 붙여두었습니다.”
설마 그걸 자랑이라고 말하는 건가?
시온은 알 수가 없었다, 정말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공자가 걱정하시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한 번 보시죠.”
“···내가 보기에는 이미 죽은 시체 같은데?”
“단언컨대 아닙니다.
붙어본 제가 압니다.”
아니, 도대체 어떤 놈이 사지가 다 잘린 핏덩어리를 보고서 걱정하는 그런 일이 없다고 생각하냐고.
이 망할 주인공 놈아.
얼굴을 부여잡으며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시온은 애써 속을 가라앉히며 한 때는 용인 ‘이었던’ 것으로 슬쩍 다가갔다.
―――――――작품 후기―――――――
엑읔···.
늦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