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54)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54화(254/439)
254―――――
우리 주인공이 달라졌어요!
시온이 천천히 핏덩어리 쪽으로 다가가는데, 가만히 서있던 김유현이 옆으로 다가오더니 슬쩍 검의 손잡이에 손을 올리고는 언제든 검을 뽑을 준비를 한다.
더해서 평소의 그 아무것도 아닌 표정이 아니라 상당히 날카로운 눈빛까지 띠고 있으니 시온은 절로 긴장이 확 들어서는 김유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뭐야.
왜 그러는데.”
“안전을 위한 겁니다.”
“안전?”
“네.
안전 말입니다.”
“···.”
아니, 사지 잘라놨는데 안전은 무슨 안전?
시온이 황당하다는 기색을 보이자 김유현은 고개를 저으며 시온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저기 누워있는 핏덩어리가 위험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그냥 무표정이 일상인 사람이 세상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도 이상했다.
도대체 이놈이 왜 이러는 것일까, 고민하며 용인 ‘이었던’ 것에 다가간 시온은.
‘···뭔데, 시바?’
하마터면 김유현의 허리춤에 있던 검을 뽑아서는 자신이 휘두를 뻔 했다.
분명 사지가 다 잘렸다면 몸 자체에 엄청난 충격이 가서 최소한 정신을 잃고 있고 있어야 하고, 보통이라면 거의 반죽음 상태로 되어 있어야 정상일 텐데.
그래서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시체처럼 그냥 누워있는 무엇이어야 정상인데.
자신이 마주한 건 무슨 갓 잡은 싱싱한 활어마냥 펄떡거리는 생물체였던 것이다.
“끄으읍!
으읍!”
핏발이 선 눈으로 당장이라도 상대를 향해 달려들 것 같이 괴성을 지르는 괴물.
아마 입에 물려둔 재갈이 아니었다면 쌍욕을 퍼부었거나, 아니면 그 틈 사이로도 보이는 송곳니로 자신이나 김유현을 물어뜯으려고 달려들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특히 어이가 없었던 것은, 김유현의 말에 따르면 사지를 아주 깔끔하게 다 잘랐다고 하는데 정작 두 팔이나 양 다리가 손목과 발목 바로 아래까지 다 있다는 점이었다.
“김유현.
딱 손목이랑 발목만 날려둔 거였어?”
시온이 그렇게 말하니, 김유현은 고개를 젓고는 답했다.
“팔은 팔꿈치 위까지 전부 쳐냈었고, 다리는 무릎 아래를 잘라냈었습니다.”
“뭐?
하지만 지금 상태는···.”
“여기로 끌고 오는 하루 만에 재생을 한 겁니다.”
“재생?”
“그나마 저 정도면 느리게 재생한 겁니다.
처음 저와 싸울 때에는 아무리 베고 베어도 싸우다 보면 어느 순간 멀쩡해져서는 또 달려들더군요.”
그러고 보니 용인족들의 수많은 특징 중에 하나로 엄청난 재생 능력이 있다고는 했다.
어디 베이거나 꿰뚫린 상처는 약간의 시간만 있다면 바로 원상 복구가 된다고.
하지만 그 용인들의 특성이 사지를 무슨 가지치기마냥 쑹덩쑹덩 잘라냄에도 하루 만에 회복이 된다고는 미처 생각지 못 했지만 말이다.
“···크아앗!
아하하!
뭐하는 거야, 인간!
싸움에서 진 년을 왜 안 죽여!
얼른 죽여!
아니면 내가 너를 죽인다!
그러니까 얼른 끝을 내.
아니면 내가 간다?
아하하하!
얼른, 얼른, 얼른!”
그 와중에 이빨로 그 굵은 밧줄을 기어코 끊어낸 여인이 괴성을 토해낸다.
온 몸에 피 칠갑을 한 채 그리 외치는 것도 상당히 무서웠지만, 시온 입장에서 가장 두려웠던 것은 그렇게 외치는 목소리에 분함이나 증오, 저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라 당장 죽을 수 있는 기대감, 그리고 조금만 더 있으면 몸을 완전히 회복해서 또 싸울 수 있다는 흥분감만 가득하다는 점이었다.
기가 막혔다.
어이가 없었다.
자신의 사지를 잘라내고 반죽음으로 몰고 간 적이 바로 제 눈앞에 서있는데도 어떻게 저리 환하게 웃으면서 소리칠 수가 있을까.
원래 다른 종족들이라면 분노가 가득 섞인 괴성을 내지르며 당장 찢어죽이겠다고 발악을 할 텐데 말이다.
“시끄러워.”
물론 김유현은 바로 가차 없이 그녀에게 다가가서는 그 입을 미친 듯이 발로 밟기 시작했다.
단순히 입 좀 다물라는 뜻이 아닌, 이대로 밟아서 죽여 버리겠다는 듯이 말이다.
으직!
퍽!
곧 피가 튀고 이가 부러져 나뒹굴며 이미 그녀가 흘린 피로 떡이 져있던 얼굴에는 새로이 흘린 피가 흥건해지며 또 다시 얼굴을 적신다.
하지만 정작 김유현에게 밟히고 있는 용인, 에카테리나는 치욕스럽다거나 분노하는 기색 따위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이 모든 것이 즐거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기색이었다.
“아하하!
큭, 죽이.
죽이라니까?
끅!
끄으으흑!
킥, 컥!”
“걱정 마라.
말 한 마디 떨어지면 네년같이 정신 나간 녀석 죽이는 건 일도 아니야.”
아무래도 에카테리나와 싸우며 상당히 고생을 했던 모양.
김유현은 평소의 그답지 않게 상당한 적의와 분노를 보이고 있었다.
확실히 용인의 그 말도 안 되는 재생 능력에 학을 뗀 듯 정말 밟아죽이겠다는, 이대로 으깨버리겠다는 듯 계속 짓밟는다.
“꺽!”
그러다가 정확히 목을 밟고서는 천천히 숨통을 억누르는 김유현.
에카테리나는 자신을 쓰러트린 적에게 곧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절로 기뻐졌는지 숨이 가빠져오는 순간에도 미소를 지으면서 그를 올려다보았다.
“어쩔까요.”
하지만 김유현은 제 발 밑에 깔린 용인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시온을 바라보며 그의 뜻을 물었다.
당신이 죽이라고 한다면 이대로 질식사를 시키든, 아니면 목을 부숴버리든 하겠다는 뜻.
하지만 애초 죽일 생각이었다면 저렇게 고생, 고생을 해가면서 데리고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조차 꽤나 큰 부상을 당하면서까지 사지를 잘라내는 선택을 하고, 그렇게 해서 굴러다니는 핏덩어리로 만든 다음 굳이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김유현은 시온에게 이 여자의 처분을 맡기려는 모양이었다.
“끄르륵···.”
“이 미친년 걱정은 마십쇼.
목을 반쯤 잘라냈었는데도 그걸 또 재생했습니다.
아마 몸통과 머리를 아예 분리하거나 심장을 적출해내지 않는 이상은 절대 죽지 않을 겁니다.”
“···그걸 도대체 어떻게 알아낸 거지?”
“계속 싸워봤습니다.
어디까지 베어도 재생할 수 있는지.
언제까지 싸우겠다고 덤비고 또 덤빌 수 있는지, 도대체 저 존재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그래서, 답은?”
“보시는 대로 사지를 자르고 피를 쏟게 만들어도 그것마저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재생합니다.
생포를 위해서는 재생하기 전에 최대한 빠르게 사지를 자르고 재생을 하기 전에 자르고, 또 자르고 하는 수가 전부였죠.
물론 그를 위해서 저도 약간의 대가는 치렀습니다.”
아마 그 ‘대가’ 라는 것이 복부에 있던 부상의 흔적일 것이다.
여태까지 누구에게도, 심지어 천족과도 싸우면서 큰 상처를 입지 않았던 김유현이 말이다.
하지만 죽인다는 것과 생포하는 것은 전혀 다른 개념의 일.
다른 상대도 아니고, 싸워서 죽이고 싸우다가 죽는 것이 일생의 목표라는 용인을 상대로는 죽이는 것보다 생포하는 것이 몇 배는 더 어려운 일임은 당연한 것이었다.
당장 소설에서 김유현도 그녀를 어떻게든 아군으로 끌어들이려고 했지만 힘에 달려 결국 죽이는 것으로 결말을 보지 않았던가.
‘그렇다는 건 지금의 김유현이 원래 소설에서의 김유현보다 몇 배는 더 강하다는 이야기다.’
뜻하지 않게 에카테리나, 백사병이 등장해서 전투력 측정기 노릇을 아주 제대로 해주었다.
전투에 미쳐 산다는 그 용인을, 웃으면서 수 천 수 만 명을 죽이던 그 ‘백사병’ 을 부상을 입기는 했지만 기어코 가지치기를 해내서 생포해 온 것.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사실 시온 입장에서는 주인공의 전투력 측정보다도 더 큰 이득을 얻었다.
바로 김유현이 자신의 판단보다 시온의 판단을 더 중요시 여기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
은근히 죽일 수 있는 상대였음에도 죽이지 않고 다른 누군가의 뜻을 물어보기 위해 굳이 고생을 해가면서 이런 일을 벌였다는 점이었다.
김유현의 무척이나 바람직한 변화.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시온에게 특히 바람직한 변화였다.
“일단 죽이지는 말고, 정신만 잃게 해.
확실히 입을 열면 또 시끄러우니까.”
“어렵지는 않습니다만 재생이 빠른 만큼 제정신을 차리는 것도 빠릅니다.
무엇보다 그때쯤이면 사지도 다 재생해서 또 싸울 상대를 찾을 것이고요.”
“···그렇다는 건.”
“해결 방법을 찾을 때까지는 제가 맡아서 계속 제압해야 한다는 겁니다.”
말이 좋아서 해결 방법이지, 결국 깨어날 때마다 사지를 자르고 다시 기절시켜서 계속 어느 한 곳에 가두어두겠다는 것이지 않은가.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짝이 없는 이야기였지만 사실 그 방법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시온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유현을 딱 에카테리나가 기절할 만큼 숨통을 조였다.
“끄윽, 끅!
주, 죽여···.”
끝까지 분노나 증오 따위의 감정 대신 이대로 죽는다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미친 여인.
마침내 싸움 그 자체에 미친 용인이 정신을 잃자 김유현은 ‘후우.’ 한숨을 내뱉었다.
그 한숨에 김유현 답지 않은, 상당히 피로한 기색이 꽤나 많이 묻어있었다.
“하다하다 이런 존재까지 있을 거라곤 미처 생각도 못 했습니다.”
“이해해.
이렇게 보고만 있어도 피곤해진다.”
“마치 혈강시··· 실례.
아무튼 이성 따위는 없이 그냥 죽고 죽이기 위해 사는 존재라고 해야 하나.
딱 느낌이 그랬습니다.”
정확해, 이 용인이라는 종족이 딱 그런 녀석들이야.
물론 네가 말하는 혈강시 마냥 눈앞에 보이는 생명체는 다 죽이는 존재가 아니라 강하다, 싸우고 싶다, 라는 판단이 드는 이들만 골라서 잡으러 다니는 종족이긴 하지만.
시온은 그 말은 속으로 내뱉으며 다만 김유현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만 끄덕였다.
“시온 공자.
저기 보세요.”
“무슨··· 아.”
분명 에카테리나는 김유현의 압박을 이기지 못 하고 기절했다.
제아무리 용인이라고 해도 일정 시간동안 숨을 못 쉬게 되어 의식이 흐릿해지면 그 결과로 정신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김유현의 검에 의해 잘린 팔이나 다리는 지금도 조금씩 재생이 되어 가고 있다.
분명 에카테리나 본인은 정신을 잃고 혀까지 빼문 채 쓰러졌는데 몸은 스스로, 알아서 원상태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대로 두면 왕성에서 난리가 날 겁니다.
아무래도 해결 방법을 찾기 전까지는 여기서 데리고 나가서 몇 번은 더 제압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괜찮겠어?
너도 꽤나 고생한 것 같은데 말이야.”
“다른 뾰족한 수가 없지 않습니까?
저 미친 것이 정상적인 몸 상태로 다시 일어나서 난리를 친다면 솔직히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이 몇 없을 겁니다.”
릴리트는 현재 자리를 비웠고, 나머지 인원들 중 그나마 쟌이 조금 가능성이 있다.
나머지 사람들이 나름 실력자이고, 빠른 성장을 하고 있다고 해도 애초에 궤를 달리하는 미친 종족.
전투의 달인이자 그야말로 노빠꾸 그 자체인 용족과 대등하게 싸우기에는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 에카테리나는 누구를 상대로 봐준다거나, 아니면 대련 같은 걸 아예 모른다.
그들에게 있어 싸움은 신성한 것이고 유일하게 상대방의 목숨을 취하거나 자신의 목숨을 내어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으니 무조건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
‘쟌도 조금은 위험할 수준이지.
무엇보다 에카테리나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저 말도 안 되는 재생 능력이 있으니까.
김유현처럼 사지를 잘라 버리고 제압을 하는 것이 유일한 길인데 저 김유현조차도 조금은 힘들어했던 일이다.’
시온은 생각을 정리하고는 역시 에카테리나를 맡을 인물은 김유현 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자각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러면서도 ‘미안하다.’ 라는 말, 그리고 ‘고맙다.’ 라는 예의상의 말을 잊지 않았다.
김유현이 에카테리나를 그냥 깔끔하게 제거하고 돌아왔다고 해도 할 말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주인공이 자신에게 확실한 적의를 품고 달려든 적을 굳이 제압해서 데려왔으니까.
우리 주인공이 달라졌어요!
아주 조금이지만 남 생각을 해주고 있어요!
이 무슨 어마어마한 장족의 발전이란 말입니까!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시온의 말에 김유현은 별 것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본래 그의 성격이라면 쿨하게 그건 그렇다고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을 텐데 말이다.
“김유현?”
“사실 그리 사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사과할 필요가 없다니?
“이런 말을 하면 제가 조금 이상해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싸우면서 상당히 즐거웠습니다.”
“···어?”
“원래는 그렇게 공격에 적중 당하면 어떤 강자라고 해도 더는 몸을 쓰지 못 하고 물러서거나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하지만 저 미친 여자는 달랐습니다.
말도 안 되는 그 재생 능력 덕분에 그녀 자신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마음껏 싸울 수 있었으니까 말이죠.”
“···.”
“으음.
뭐라고 해야 할까.
제게 상당한 위협이 되는 적은 아니지만 제 일격을 충분히 회피하거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고.
더해서 제 공격을 아무리 맞아도 버티고 또 버티면서 치고 들어오는 것 하며.
무엇보다 싸우면 싸울수록 즐거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웃어대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드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주인공이 달라졌다는 말은 취소해야 할 것 같다.
달라진 것처럼 보였는데, 그게 아니라 그냥 잠깐 그렇게 보였던 모양.
“요즘 들어서 스승님도 무료하다는데 아예 그분께 데리고 가서 저 여자를 제압하고 있을 만한 방법을 같이 알아봐야겠습니다.
아마 그 분 성격상 싸우고 싶다고 할 테지만···.”
“그건 제발 말려라.
라이도님이 예전의 몸 상태는 아닐 거 아냐.”
나이를 속일 수 있는 인간은 세상에서 딱 하나.
바로 시온 앞에 서있는 이 사기적인 스펙의 주인공, 김유현 뿐이다.
그 외에는 아무리 뛰어난 실력자, 엄청난 강자였다고 해도 세월을 이겨내지 못 하고 그 시간의 바람 속에 서서히 깎여나가기 마련이다.
라이도 역시 예전에는 아주 날아다녔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때만큼의 움직임이 나오지 않는다.
천족들과의 전투에서도 그들이 숫자로 밀어붙이니 처음에는 몰라도 결국에는 체력 문제가 그의 발목을 잡아서 종국에는 붙들 수 있는 최대한의 적들을 붙들고 자폭하는 것으로 조금이나마 김유현을 도우려고 하지 않았던가.
“아무튼 스승님이 뭐 하려고 하면 말리도록 하겠습니다.
어차피 이런 여자라면 두들겨 패는 것 말고도 다른 부분에서 스승님의 열의를 충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요.
이를테면 재생 전에 몸에 뭔가 수를 써서 재생이 끝나더라도 쉽게 움직일 수 없도록 한다거나.”
도대체 뭘 생각하는 건데?
왜 눈빛이 무슨 매드 사이언티스트마냥 번쩍이는 거냐고.
그렇게 질문을 하고 싶은 시온이었지만 차마 그걸 입 밖으로 내지는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