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59)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59화(259/439)
259―――――
맹수들과 친해지는 법
“내가, 내가 이러고 산다네···.”
중년의 고양이 남성이 훌쩍거리며 안아달라고 할 때마다 당장 꺼지라는 말이 튀어나갈 것 같은 것을 억지로 참아내느라 아주 고역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시온의 눈치 빠른 장모님, 유미가 그런 사위의 속마음을 알아차렸는지 그대로 거스 대왕의 귀를 낚아채고 말았다.
“끄어어어!”
“따라와, 이 망할 영감.”
“귀, 귀, 귀!
귀 떨어진다!
이 여자야!
제발 이러지 마!
귀는 아니 된단 말이다!”
다른 이도 아니고 묘은족의 수장이라는 대왕이 이런 모습이다.
이쯤 되면 다른 묘은족들이 상당히 한심스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볼 만도 한데, 정작 주변에 모여 있던 이들은 늘 보던 일이라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뚱한 모습이었다.
오히려 그들은 거스 대왕이나 그 아내인 유미보다는 시온 쪽이 더 신기하다는 눈치.
“냐앙.”
그에 리아가 갑자기 달려와서는 시온과 팔짱을 끼고서 자신의 옆으로 강하게 끌어당긴다.
이 인간 남자는 내 거니까 어떤 고양이도 지금부터 눈독 들이지 말라는 뜻으로.
“쳇.”
그러자 몇몇 여인들이 투덜거리며 자신들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몇몇은 사냥 훈련을 하러 가고, 또 몇몇은 햇볕이 들어오는 따스한 곳에서 일광욕을 하기 위해 향하고, 그렇게들 말이다.
“···뭔가 내 상상보다 훨씬 더 정신 사나운데.”
“원래 이래.
수인이라고 해서, 묘은족이라고 해서 다른 건 없어.
그냥 인간들보다 조금 더 날래고, 조금 더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뿐이야.”
조금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
시온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거스 대왕과 유미의 뒤를 따랐다.
“그래.
리아한테 소식을 들은 모양이군.
딱 시간을 맞춰서 이리 온 것을 보아하니.”
“그렇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 묘은족은 자네를 어느 정도 환영하겠지만, 월랑족이나 호비족은 불확실하네.
같은 수인이기는 하지만 그들에게 우리들의 생각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야.”
조금 전의 그 가벼운 모습은 또 어디로 내던졌는지, 거스 대왕은 무척이나 진지하고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의 말대로, 만약 이 회의가 묘은족끼리만 하는 것이었다면 시온이 참여한다고 해도 별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시온은 현 묘은족의 공주인 리아의 짝이니 동족이라고 봐도 무방했으니까.
하지만 다른 두 부족, 월랑과 호비는 다르다.
시온이 묘은족의 공식적인 손님이라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묘은족의 사정이지, 그들과는 다른 부족인 자신들의 사정이 아니다.
그를 반기는 것도, 그리고 적대하는 것도 결국 그들의 선택에 달린 일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너무 섣부른 짓이 아니었다 싶다만.”
유미가 우아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서는 시온과 리아를 쳐다본다.
그리고는 역시나 너무 섣부르게 일을 벌인 제 남편, 거스 대왕을 약간은 차가운 눈길로 노려보았고 말이다.
“월랑의 부족장과 호비의 대모를 부른 건 좋다, 이거야.
그 다음은?
전 생지랄 난리를 쳐서 월랑이고 호비고 놀라서 부족 회의를 수락했는데 그 다음은?
아무 것도 없잖아, 이 망할 영감탱이야.
불러놓고 그냥 인사 좀 하려고 불렀다, 라고 말이라도 할 생각이었냐고!”
“아니, 이 여편네야!
그만 좀 때려!
대왕님 죽겠다!”
“차라리 죽어, 이 화상아.
내가 너 때문에 제 명에 못 산다, 못 살어!”
“냐앙?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에요.
엄마, 아빠?”
리아조차 금시초문이라는 반응.
그에 유미는 더더욱 화가 난 얼굴을 하고는 거스 대왕의 입술을 잡아쥐었다.
“으으으읍!”
“얼씨구?
이제는 딸내미한테도 아무 설명도 안 한 거였어?
너 설마 그냥 ‘이 아빠가 부족 회의 소집했다!’ 라고 당당하게 말한 건 아니지?
이유도 없이 급하다고 하는 걸로?”
“지, 진짜에요?”
당황한 목소리로 리아가 그리 반문하니 거스 대왕은 눈치를 살피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덕분에 유미나 리아는 물론이고, 시온까지 ‘오, 시발.
신이시여.’ 라고 중얼거리며 얼굴을 감싸 쥐고 말았다.
‘아니, 염병!
난 또 적당한 핑계 좀 만들어놓고 다들 불렀다는 줄 알았잖아!’
절로 미치겠다, 라는 말이 튀어나오는데 아직 자신의 죄를 알지 못 하는 남자, 거스 대왕은 당당하게 소리친다.
“아무 이유도 없이 부른 건 아니다!
세상이 흉흉해서 이야기 좀 하자고 했고, 그래서 모이자고 한 거니까 말이야!”
“···이 망할 영감이?
그래서.
세상 흉흉해서 뭐.
시작이 있으면 과정이 있고 끝이 있어야지.
다른 생각은 안 하고 그냥 세상이 흉흉하니 우리끼리 모여서 수다나 좀 떨지, 이런 식이었던 거야?
정확한 주제가 뭐냐고, 주제가!”
아내의 날카로운 지적에 거스 대왕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는 ‘그런 건 그냥 세상 이야기 좀 하면서 자연스레 찾아가면 되는 거 아냐?’ 라고 말해서 아내의 속을 다시 한 번 뒤집어지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
저 정도면 거의 일부러 복장 터트리는 수준인데.
시온은 거스 대왕과 유미의 모습을 살피며 대현자이신 아버지가 했던 말씀을 떠올렸다.
―아내 말 들어서 이득은 없을 수 있어도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는다.
왜냐?
일단 바가지 긁힐 일은 없거든.
만약 바가지를 긁힌다면 그건 내가 잘못을 했든 안 했든 일단 빌어라.
당장 내일 아침부터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고 싶지 않다면.
―
항상 뼈와 살이 되는 교훈들임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며 시온이 슬쩍 입을 열었다.
“저, 거스 대왕님.”
“장인어른이라고 불러도 되네!”
“···.”
퍽!
바로 거스 대왕의 배를 후려치는 유미였다.
덕분에 쿨럭이며 배를 부여잡은 그는 말해보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아직 정해진 특별한 주제가 없다면 제가 더욱 관여하고 싶습니다만.”
“···가능하겠는가?
나는 상관하지 않겠지만 월랑의 대족장이나 호비족의 대모는 만만한 이들이 아니야.
특히나 호비족은 인간들을 특히 싫어해.
이유는 알고 있겠지?”
호비족은 수는 세 부족 중 가장 적지만 가장 뛰어난 전사들을 곧잘 배출하곤 했다.
이름부터가 알려주듯 묘은족이나 월랑족과는 다르게 훨씬 더 큰 맹수들의 집합체였는데, 인간들과 어느 정도 타협을 하며 나름 잘 살아가는 두 세력과는 달리 그들은 항상 인간들에게 적대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며 간혹 그들의 가축들을 사냥하기도 했다.
제발 그러지 말라고 묘은이나 월랑 측이 부탁을 하고 항의를 하기도 했다.
인간들도 불만 사항이 있으면 말로 하라고 여러 차례 경고를 했지만 잠깐 잦아드는 것이 전부였을 뿐 결국 항상 도돌이표 수준으로 반복될 뿐이었다.
‘그들이 인간에게 그렇게나 적의를 표하는 이유.
지금은 아니지만 과거 인간들이 아주 끔찍한 짓들을 저질러서였어.’
인간들은 아름답고 부드러우며 내구성도 좋고 희소성이 있는 호비족의 가죽을 원했다.
때문에 귀족들은 물론이고 왕실까지 눈을 감아주며 그들을 공격하는 노예상들을 후원하기도 했던 적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 더는 내분을 만들어서 이로울 것이 없다고 판단되었기에 이종족들에 대한 모든 적대 행위가 국가적으로 금지되었지만 이미 호되게 당한 기억이 있는 자들은 시간이 지나도 인간들에 대한 적개심을 버리지 못 했던 것이다.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간간히 가축들을 습격하는 정체불명의 무리가 있고, 그게 호비족이라는 소문도 나돌곤 하니까요.”
“다행히 잘 알고 있군.”
“하지만 그만큼 급한 사안이기도 합니다.
세상이 흉흉하여 이야기 좀 하다는 대왕님의 말과 비슷한 것으로 말이죠.”
“···정말 무슨 일이 있단 말인가?
난 그저 항상 인간들이 으레 벌이던 권력인지 뭔지 그거 싸움 때문에 시끄러운 줄 알았는데 말이야.”
“더 급한 문제입니다.
잘못하면 히스파냐는 물론이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이종족들 전부가 해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시온의 말에 거스 대왕과 유미는 물론이고 리아마저 ‘정말?’ 이라는 표정이다.
당연한 것이 여태 시온과 같이 있던 자신에게도 단 한 마디 말도 없었으니까.
‘미안, 리아.
하지만 어쩌겠니.
원래 세상사가 속고 속이는 게 일상이란다.’
속으로 그렇게 사과의 말을 전한 시온은 보일 수 있는 가장 진지하고, 심각하고, 침통한 표정과 목소리를 보이며 말을 이었다.
“제가 여태 알아보고 또 알아본 결과, 아무래도 요정들이 뭔가 계략을 꾸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들만이 빛의 후예들에게 신임을 받기 위해서 말입니다!”
―
사사삭―.
한낮이지만 깊은 숲속에는 그 햇빛마저 잘 들지 않아 어두운 기운이 역력했다.
그 사이로 수풀이 흔들리더니 곧 시뻘건 안광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일제히 전진한다.
크르르―.
듣기만 해도 보통의 인간들은 오금이 저려 그대로 쓰러질 것만 같은 흉성을 내지르며, 거대한 맹수들이 송곳니를 드러낸 채 입을 벌리고는···.
“···나 원, 참.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리 급하게 부족 회의를 소집한 건지.”
“부족장.묘은족의 대왕이 부족 회의를 소집한 건 처음 있는 일이 아닙니까?”
“내 말이 그 말이다.
마누라한테 하도 맞아서 대가리에 금이라도 갔나?”
아마 시온이 들었다면 ‘그거 참 가능성이 높은 말이군요.’ 라고 낄낄거렸을 지도 모르겠다.
인간 입장에서 보자면 개인지, 늑대인지, 그도 아니면 그것들보다 더 무서운 존재일지도 모를 맹수들이 훌쩍 개울을 건너뛰더니 금세 수인의 형태를 갖춰간다.
모두가 하나같이 시커먼 머리색과 눈동자를 지닌 이들이었는데, 외모나 말투들이 무척이나 거친 것이 모두가 일당백의 전사들 같은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세상이 흉흉하다는 거야 나도 들어서 알고는 있다.
하지만 이렇게 다급하게 부족 회의까지 소집할 정도였나?
혹시 묘은족은 우리 월랑이 알지 못 하는 어떤 소식이라도 가지고 있다는 건가?
빌어먹을, 뭘 알 수가 없으니.’
묘은과 월랑은 알게 모르게 경쟁 상대로 서로를 의식하고 있었다.
물론 죽자 살자 싸우며 으르렁거리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한쪽이 먼저 시비를 걸면 피하거나 무시하는 게 아니라 그래, 한 번 해보자 식으로 덤벼들 정도는 되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묘은족의 수장인 거스 대왕이 뭔가 알고 있는 눈치로 이렇게 급하게 회의를 요구했으니 월랑족의 부족장인 ‘하운드’ 로서는 상당히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끄응.
부하들이 지랄하면 좀 피곤해지는데.’
쩝, 하고 입맛을 다시며 한창 내달리던 하운드는, 문득 뭔가가 자신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바닥을 차면서 동시에 적당한 크기의 돌을 차올려 그 지점으로 그대로 차 넣었다.
슈우웅!···.
소리가 갑자기 사라는 것과 동시에, 거기에서 뭔가가 벼락처럼 달려들었다.
정말이지 눈 깜짝할 사이에 파고든 공격이었지만 하운드는 살짝 몸을 비틀어 그걸 피해내는 것과 동시에 가볍게 손으로 밀어내고는 입을 열었다.
“하마터면 진심으로 할 뻔 했잖습니까, 대모.
이런 식으로 자꾸 놀라게 하면 아무리 손녀라고 해도 다치게 할 수 있습니다.”
“···하하하!”
그러자 건너에서 한 노인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직후 두 볼에 줄무늬가 그려져 있는 수인 여럿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하운드에게 공격을 가했던 거대한 맹수는 공중에서 부드럽게 회전을 한 후 여인의 모습으로 변해서는 그 옆에 섰다.
“오랜만이군, 하운드.”
“그동안 무탈하셨소, 파울가님.”
“방금 전 행동은 사과드리겠습니다, 월랑의 부족장님.”
“되었다, 라프라.
아주 그냥 제 할머니를 닮아서는 성격까지 이상해.
아무튼 호비 쪽은 하나 같이 이해 불가능이라니까.”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월랑이나 호비 간에 그렇게 큰 적대감은 보이지 않았다.
항상 파벌이 갈려서 서로 싸워대는 요정들과는 달리, 그래도 수인들은 최소한 동족끼리는 어떻게든 잘 좀 살아보자, 라는 마인드가 있는 종족이 큰 이유였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까?”
“그래.”
“거 좀만 더 가면 회의 장소가 나올 텐데 굳이 여기서 잠복해서는 우리들을 상대로 이런 장난질을 칠 생각을 하다니.
진짜 대단하십니다, 예?
대단하셔.”
하운드의 투덜거림에도 호비족의 대모, 파울가는 그저 미소만 지으면서 발걸음을 재촉할 뿐이었다.
그렇게 월랑과 호비의 손님들이 회의 장소에 도달하자, 일대를 지키고 있던 묘은족 전사들이 일제히 물러서고 그 사이에서 거스 대왕과 리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거스 대왕.”
“하운드 부족장.”
“파울가 대모.”
서로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간단하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는 약속이라도 하듯 앞에 마련되어 있던 의자에 앉아서는 서로를 둘러본다.
“···?”
역시나 낯선 이가 있다는 걸 가장 먼저 알아차린 건 호비 쪽이었다.
그들은 묘은족 사이에서 자신들이 특히 싫어하는 한 종족의 냄새가 강하게 나는 것을 감지하고는 이게 뭐하는 짓이냐는 뜻으로 가볍게 울음소리를 내었다.
“아아, 진정들 하게.
그렇지 않아도 슬슬 소개하려던 참이었으니까 말이야.”
“소개?”
“내 사위님이야.
리아··· 그러니까, 예전에는 위니였지만 이제는 짝에게 새로이 이름을 받은 내 딸의 수컷이라는 소리지.”
그렇게 말하며 거스 대왕이 슬쩍 손짓을 해보였다.
직후 한 미청년이 살짝 앞으로 나서서는 우아한 동작으로 허리를 숙여 보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수인 여러분.
히스파냐에서 온 시온 클라우젠이라고 합니다.”
“인간?”
“인간이 왜 수인들의 회의에 등장한 거지?”
바로 호비족들이 불쾌감을 보인다.
월랑들도 그들만큼은 아니어도 확실히 이건 좀 아니지 않느냐는 뜻으로 거스 대왕을 바라본다.
그에 거스 대왕이 진정하라는 뜻으로 막 입을 열려는 찰나.
“귀하신 분들을 만났으니, 그에 따르는 귀한 대접을 해야겠군요.”
시온이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박수를 친다.
그러자 리아의 호위병이자 짐꾼이기도 했던 묘은족 여럿이 뭔가를 가득 들고 와서는 낑낑거리며 그들 앞에 내려놓는다.
“다시 한 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월랑의 부족장.그리고 호비의 대모님.”
시온이 그들에게 보인 선물은, 그 어떤 맹수라고 해도 결국에는 따를 수 밖에 없는 것.
바로 최고 품질의 고기, 종류도 다양하며 날것은 물론이고 적당히 익힌 것까지 전부 준비한 풀 코스 중의 풀 코스였다.
―동물이랑 친해지는 법은 간단하다.
먹는 거다.
먹는 걸로 친해지면 금방이야.
―
우쭈쭈 하며 시골집의 개들과 소통을 하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시온은 미소를 지었다.
―――――――작품 후기―――――――
고기는 사람도 맹수도 모두 좋아합니다
저도 고기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