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61)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61화(261/439)
261―――――
맹수들과 친해지는 법
“그런데, 거스.
이런 선물도 좋긴 하다만 우리들을 부른 이유가 있을 텐데.”
꽤나 우아하게 고기를 냠냠거리던 파울가가 은근한 어조로 입을 연다.
경계심을 놓고 시온이 내어준 최상급의 선물을 즐기면서도 목적은 잃지 않는 호비족의 대모.
그녀의 말에 거스 대왕은 한창 우적거리던 고기를 꿀꺽, 하고 삼키고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최근 들어서 우리가 머무는 이 땅의 인간 국가인 히스파냐가 많은 소란을 겪었지.
저 멀리 다른 인간 국가와 전쟁을 하고, 북쪽의 또 다른 인간 부족과 부딪치고, 그 와중에 이상한 꿍꿍이를 가지고 있던 귀족들을 잡아 족치고 남부의 도적인지 해적인지 하는 것들을 죽이고 말이야.
마지막으로 히스파냐의 지도자라는 왕이 바뀌었고.”
“그렇지.
그런데 그게 왜?”
“그게 왜, 가 전부가 아니야.
하운드.
좋지 않아, 좋지 않단 말이야.”
“도대체 무슨 소리지?
인간들의 일이랑 우리가 무슨 상관이 있다고?”
하운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그럴 만한 것이, 거스 대왕이 말한 현재 상황에 대한 이야기들은 결국 전부가 히스파냐 왕국과 관련된 것들이고 정작 수인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없다시피 한 것이었다.
월랑들과 호비족도 그런 하운드의 의견에 동의하며 거스 대왕을 바라본다.
그에 거스 대왕은 아주 자연스럽게 시온에게로 슬쩍 바통을 넘겼다.
“언뜻 보면 단순히 히스파냐 왕국, 그러니까 인간들의 일이라고 보일 수 있겠지만, 그 안에 더 큰 일이 숨겨져 있어서 그런 것입니다.
월랑족의 하운드님.”
“더 큰 일?
그게 뭔데.”
“수인들을 적대시하는 누군가들의 계략이 숨어있었다는 거죠.”
시온의 말에 파울가와 하운드, 호비족과 월랑족 전원이 행동을 멈추고는 그를 바라본다.
방금 한 말이 사실이냐는 듯, 그게 도대체 무슨 뜻으로 한 말이냐는 듯이.
“여러분들은 모르시겠지만, 전에 히스파냐의 왕궁이 어떤 이들에게 공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들 중 하나를 붙잡았는데 알고 보니 요정이더군요.”
“요정?”
“그 재수 없는 것들이 갑자기 인간들은 왜 공격을 한 거지?”
역시나 사이가 좋지 않은 두 종족답게, 바로 사방에서 불만이 가득한 울음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러면서 천하의 그 고귀하시다는 분들이 왜 쓸데없는 짓을 했을까 하고 조롱까지 하며 서로 깔깔거린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후 제 영지인 클라우젠 변경백령이 뒤에서 몬스터들의 공격을 받았는데 거기에 또 요정들이 관련되어 있었습니다.”
“···요정들이 꽤나 이상한 짓을 벌이는군.”
“하도 저들끼리 싸우다보니 이제는 머리에 하자라도 생긴 모양이죠, 대모.”
파울가와 하운드가 그렇게 한 마디를 주고받자 시온은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었고, 거스 대왕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뭔가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것인지 파울가가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말했다.
“반응이 이상하네, 거스.
마치 뭔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이야.”
“정확히는 나도 모르지만 그래도 이 회의 전에 시온 공자한테서 약간의 이야기를 들어서 말이야.”
“이야기라니?”
“클라우젠을 공격했던 요정들이 몬스터를 이용했다고는 말씀드렸지요, 파올가님?”
“그렇습니다, 시온 공자.”
“그들이 자신들의 소행을 수인들의 것처럼 바꾸려고 했다는 말을 듣는다면 어떻게 생각하시겠습니까?”
콰앙!
그 즉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이는 월랑족의 부족장, 하운드.
눈에서 시퍼런 안광을 줄기줄기 내뿜으며 거칠게 으르렁거리던 그는 그 말이 사실이냐고, 확실하냐고 시온에게 반문한다.
“제 말이 의심스러우실 수 있겠죠.
네, 이해합니다.
인간들이 수인들에게 한 짓들이 있으니 그 인간들 중 하나는 아니어도 같은 인간인 제가 의심을 받을 수밖에요.
하지만 이건 진짜입니다.
이미 클라우젠에는 자신들의 소행을 수인들의 짓으로 속이려던 요정 하나를 붙잡아두었습니다.
자백도 받아냈죠.
그리고 그 자백을 리아까지 들었습니다.”
시온의 말에 여태껏 뒤에 있던 리아가 슬쩍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자 호비족의 라프라가 반사적으로 반갑게 손을 들며 인사를 하려다가 자리가 자리인 만큼 빠르게 손을 내리고는 눈인사로 반가움을 대신했다.
리아 역시 그녀의 눈인사를 받아준 후 월랑족과 호비족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시온의 말은 사실이에요.
이건 묘은족의 공주이자, 번개의 선택을 받은 제가 확인한 사실입니다.
요정들이 우리 수인들에게 덤터기를 씌우고 뭔가를 저지르려 했어요.”
리아의 목소리는 확신에 가득 찬 상태였다.
사실 그럴 만한 것이, 리아가 자백을 했다는 요정을 보러 갔을 때에는 이미 그 요정이 ‘코에 탄산’ 이라는 무시무시한 고문을 받고 릴리트에 의해 정신까지 일부 세뇌 당해서 시온이 원하던 대답을 내놓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리아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사랑하는 남자의 거짓된 정보가 진실인 것으로 판단하고 그렇게 말하고 있을 뿐.
사실 그녀도 속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이미 요정들과 천족들의 불온한 움직임을 보고 들었기에 그들이 어떤 이상한 짓을 한다고 해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요정들이 갑자기 왜 우리 수인들을 걸고넘어진다는 겁니까, 시온 공자.”
파울가는 다른 수인들과는 달리 당황하거나 분노하지도 않은 채, 그저 담담하게 입을 열어서는 시온에게 의견을 구하고 있었다.
묘은족처럼 시온을 믿는다는 표정도 아니고, 월랑족처럼 요정들에 대한 적개심을 바로 드러내는 것도 아니다.
그저 시온 클라우젠, 당신의 말을 우리들이 어떻게 믿냐는 듯.
그걸 곧이곧대로 듣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는 듯 파울가는 안광을 번뜩이고 있었다.
“요정들이 수인들을 견제하기 위해서, 더 나아가 확실하게 제압해두기 위해서.
저는 그렇게 예상하고 있습니다.”
“견제?
제압?”
“예.
제가 알기로는 요정들과 대등하게 그 강함이나 아름다움을 지닌 종족이 수인이라고 들었는데.
제 말이 맞습니까, 여러분?”
은근히 수인들을 띄워주며 그게 사실이냐고 묻고 있다.
여기서 그 어떤 수인이 ‘그렇게 생각 안 한다.’ 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질문을 한 인간은 수인들이 알게 모르게 무시하는 인간이고, 비교 대상은 수인들을 맨날 깔보며 무슨 짐승 대하듯 하는 요정들이다.
“당연한 소리를.
그 재수 없는 요정들이 우리들과 엮이는 것 자체가 역겹다고 하지만, 그건 오히려 우리 수인들이 할 말이다.
우리는 그들보다 더 자유롭고, 더 고귀하며, 더 아름답단 말이다.
말 잘 했다, 인간.
아니, 시온 공자.”
월랑족의 하운드가 그리 말하니 다른 월랑족들이 ‘아오오오!’ 하고 울부짖는다.
그에 시온은 그래,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하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입을 열었다.
“요즘 들어서 대륙 상황이 뒤숭숭해지며 조만간 빛의 후예, 천족들이 다시금 등장할 거라는 말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그들을 가장 믿고 따라는 요정들도 움직이고 있는데 그 정도가 과한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천족들의 뒤를 따를 이들은 오직 요정들이면 충분하다고 여기면서 다른 종족들은 짐이라고 생각하더군요.”
“···요정들이 그럴 만도 하지요.”
“그들 입장에서 봤을 때 상대적으로 빛의 교리를 받아들이는 데에 소극적인 히스파냐는 불만스러운 곳이었을 겁니다.
해서 그에 대한 경고로 뭔가 위기를 주고 싶었겠죠.”
“···.”
“얼마 전에 성전에도 참전했습니다만, 내부 사정으로 급히 귀환하면서 그런 분위기가 더 심해졌을 겁니다.
역시나 인간들은 빛의 후예를, 빛의 교리를 따를 자격이 없다고 말이죠.
그럴 준비가 되지 않은 이들은 응당 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잠시 이야기를 멈춘 시온은 앞에 놓인 고기를 하나 집어서는 딱히 격식을 차리지 않은 채로 입에 넣고는 우물거렸다.
그런데도 풍기는 분위기나 비쳐지는 외모가 그의 자태를 무척이나 우아하고 고상하게 만들어주며 말을 하다 말고 왜 갑자기 뭘 먹느냐는 불만 제기조차 들어가게 만들어 버린다.
“현재 이웃 나라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빛의 후예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는 히스파냐에게 경고를 해야 한다고 말이죠.
여기저기서 터지는 불길한 징조가 그 증거라고 말입니다.”
“안타까운 소식이군요.
조금은 바보 같기도 하고.
그런데 그게 우리 수인들과 무슨 연관이 있다는 겁니까?
설마 히스파냐, 인간들의 나라를 위해 우리들의 힘을 빌려달라고 요청이라도 하려는 건가요?”
“비슷합니다.
정확히는, 얼떨결에 한 배에 타게 되었는데 같이 손잡고 열심히 살아보자는 것이지만요.”
그 말에 또 다시 자리에 모인 수인들이 의문 섞인 표정을 짓는다.
한 배를 탔다는 그의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제 사람 중에 요정들의 소식에 어느 정도 선이 닿아있는 이가 있습니다.
그 사람이 말하기를, 요정들의 마을 다수가 정체불명의 이에게 완전히 궤멸 당했다고 하더군요.”
“요정들의 마을이?”
“네.
그것도 조그마한 규모가 아니라, 최소한 수백이 넘게 거주하던 곳이 말입니다.”
그게 가능하냐, 라는 반응이 바로 튀어나온다.
요정들이 재수가 없다고는 해도 그만큼의 능력은 지닌 종족이다.
인간들 정도는 가볍게 압살하고 다른 이종족들도 어지간해서는 제압할 수 있는 실력자들.
그런데 그들이 미처 저항도 못 해보고 궤멸을 당했다는 건 이상해도 너무 이상했다.
“그리고 최근에 들은 정보인데, 요정들은 그 용의자로 수인들을 의심하고 있다고 합니다.”
“무슨?”
“그게 뭔 같잖은 소리야!”
바로 여기저기서 흉포한 괴성이 울려든다.
아니, 이것들은 말만 좀 세게 하면 바로 난리 지랄 염병을 하네.
시온은 속으로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이었다.
“인간들 따위가 설마 그럴 리는 없고, 마족들은 그 근처에 올 수도 없다고 하며 다른 이종족들은 그런 은밀함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결국 가장 확률이 높은 건 수인이다!
라는 것이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군요.
우리가 왜?”
“파울가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그럴 이유가 없지요.
누가 생각해도 그렇지만, 요정들이나 빛의 후예를 따르는 이들이 보기에는 그럴싸한 말입니다.
빛의 교리를 여전히 껄끄러워하는 히스파냐.
그리고 그 히스파냐와 꽤나 가까운 사이로 보이는 수인들.
모두가 요정들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들 아니겠습니까?”
꽤나 여러 차례 빙빙 돌린 말이었지만 그걸 파울가는 용케 알아들은 모양.
여태까지 짓고 있던 여유로운 표정은 전부 사라지고, 거기에 머무는 건 날카롭게 변한 눈매와 미소가 사라진 입술, 그리고 싸늘한 기운으로 가득한 눈동자였다.
“그러니까 시온 공자의 말은, 빛의 후예들이 원하는 일이라고 말하며 히스파냐를 압박하는 무리들의 뜻에 요정들이 편승해서 그들과 어느 정도 교류를 하던 우리 수인들까지 같이 몰아서 공격하거나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기세를 눌러두겠다, 라는 뜻을 품었다는 소리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그렇지 않고서야 히스파냐의 왕궁과 가장 중요한 방어선인 클라우젠은 흔들려고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빛의 후예들을 따르지 않고 빛의 교리를 따르지 않는다면 이런 흉흉한 일들이 계속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 흉흉한 일의 원흉은 다름 아닌 수인이다!
정도로요.”
당연한 말이지만 수인들과 요정들 사이는 최악 바로 직전의 단계이다.
사는 장소도 비슷하고, 빛의 후예라 하는 천족들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또한 비슷하다.
그리고 자존심이 강하고, 제 종족이 최고라 여기는 것도 똑같다.
‘다만 수인들은 뾰족귀들마냥 대놓고 나서서 빛의 후예들을 따르지 않는 자들을 다 잡아 족치겠다고 나서는 놈이 없다는 거지.
아직 갱생 가능성이 있는 교도라고 해야 할까.’
수인들이 천족들을 믿는 이유?
간단하다.
수인이 가장 원하는 건 동족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으며 먹을 것이 풍부한 지상 낙원.
그런 지상 낙원을 천족들이 가져다준다고 믿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천족이 가지고 올 게 지상 낙원이 아니라 지상 최대의 불쇼라는 걸 안다면 과연 수인들이 그 믿음을 그대로 유지 할 수 있을지는 안 봐도 훤하지.’
현재 천족과 요정들은 시온의 갖은 계략으로 인해 자신들이 원하던 수준의 반도 달성하지 못 한 상태다.
따라서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고, 결국 그 조급함은 과한 행동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말로는 설득이 완벽하게 되지 않는다면 말로서 균열을 야기하고, 그 균열에 증거라는 망치와 정을 들이대서 그대로 깨부수면 된다.
그 증거가 진짜이든 가짜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저 받아들이는 이가 그걸 진짜라고 믿게만 하면 그만이다.
“히스파냐가 혹여나 무너지면 그 틈을 타서 수인들까지 한 번에 몰아 불순한 뜻을 품었다고 몰아갈 수도 있습니다.
저는 바로 그것을 경고하기 위해 왔습니다.
마침 거스 대왕님께서 수인 회의를 소집했다기에 더 많은 분들이 제 예상을 들어주셨으면 했고 말이죠.”
“···요정들이 그런 짓까지 할 거라고 어떻게 확신하는 건가요, 시온 공자?”
그래, 저 질문이 왜 안 나오나 싶었다.
증거가 있다곤 하지만 대부분 심증이나 아주 살짝 연관만 있는 증거이지, 요정들이 수인들을 대놓고 치겠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이게 만약 인간들의 이간질이라면 보기 좋게 당할 수도 있으니 파울가가 저런 질문을 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운드를 비롯한 월랑족과 라프라를 비롯한 호비족들도 시온을 바라본다.
과연 어떤 대답을 내놓을 것이냐는 무언의 압박.
하지만 시온이 누구인가.
이미 이간질과 현란한 앞잡이질로 이놈이고 저놈이고 전부 사이를 갈라놓는 데에는 이골이 난, 타고 난 선동가이자 프로 날조 실력을 가진 이였다.
“만약 여러분이 그런 상황에 있었다면, 그렇게 해서 눈엣가시 같은 요정족들의 기세를 확 죽여 놓고 밟아놓을 수 있다면.
여러분들은 그렇게 하시지 않으셨을 겁니까?”
다시 말하지만 요정과 수인은 교류조차 거의 없을 정도로 사이가 더럽다.
그에 반해서 인간과 수인은 그래도 나름 괜찮은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 놈의 노예상 때문에 매번 서로가 얼굴을 붉히긴 했지만 최소한 인간과 수인은 서로를 원수라고 여기지는 않았으니까.
‘항상 자신들을 얕잡아보며 더럽다고 지껄이는 놈들이 그나마 자신들과 좀 친하게 지내던 이들과 싸잡아서는 절벽에서 밀어버리려 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
과연 누구를 의심할까.
자신을 밀 확률이 백 퍼센트를 넘어서서 천이고 만인 자들?
아니면 이러다가 같이 떨어지게 생긴 사람?
뻔하잖아.
당장 입장 바꿔서 생각하면 수인들도 그러겠지.’
어느 정도 당당하게 내놓을 수 있는 증거.
그리고 그걸 적절하게 조작해서 유리하게 변형할 수 있는 실력.
그 조작된 것을 마치 사실인 듯 스스로에게 암시를 걸어서 목소리 하나,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진실한 모습으로 말할 수 있는 완벽한 자기 제어.
무엇보다 상대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신뢰감을 느끼게 만드는 사기적인 외모.
이미 그것만으로도 충분한데 당장 둘의 사이가 더럽게 나쁘기까지 한다면.
‘둘 사이에 돌 하나만 던져도 알아서들 싸우기 마련이야.’
수인들이 히스파냐의 편에 서서 싸워줄 필요는 없다.
그냥 부탁 좀 하면 그거 들어주면 되고, 요정과 손잡고 뒤통수만 치지 않으면 된다.
소설에서 이종족과의 전쟁으로 히스파냐는 그나마 보유하고 있던 힘의 반절을 또 잃었다.
그리고 그 전쟁에서 이 자리에 모인 수인들의 실력자들.
거스 대왕과 대모 파울가, 하운드 부족장도 전부 목숨을 잃는다.
수인들은 철저하게 와해되고 완전히 엉망이 된 히스파냐의 땅에 신성 프러센과 누디아를 정화한 천족들과 요정들, 그리고 여전히 정신 못 차린 눈깔 돌아간 광신도들이 들어온다.
‘이번에는 그 반대로 해준다.
비둘기들, 그리고 뾰족귀들.
너희가 그리 고귀하다면, 그리도 위대한 종족이라면 어디 한 번 이 시련을 버텨봐.
내가 주는 이 시련을 버티면 너희가 진정한 선이자 정의인 거고, 버티지 못 한다면···.’
속으로 낄낄 웃어대며, 시온은 마지막 말은 나중에 그들에게 직접 해주기로 했다.
―――――――작품 후기―――――――
주인공은 절대 좋게 끝내줄 생각 따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