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62)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62화(262/439)
262―――――
맹수들과 친해지는 법
수인들이 꽤나 털털한 면이 있다고는 하지만, 요정들이 이렇게 대놓고 적대적으로 나오려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도 천하 태평할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름 신나게 앞에 놓인 고기들을 주워 먹던 이들이, 그중 몇몇은 날 것으로도 잘만 먹던 수인들이 침울한 기색이 되어서는 서로 침묵을 유지한다.
월랑족이나 호비족은 물론이고 심지어 묘은족의 거스 대왕까지 영 기운이 없어 보이는 상황.
‘하, 이것들이.
고기 앞에서 감히 저기압을 보이고 앉아있네?
이건 고기 앞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 녀석들아.’
누구를 먼저 일으켜 세워주는 것이 좋을까.
속으로 순서를 정해보던 시온은 거스 대왕만큼이나 털털한 면모를 지니고 있던 월랑족의 하운드로 정하고는 슬쩍 입을 열었다.
“그래도 히스파냐 쪽은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 중입니다.
만약 요정들이 아니라 수인 여러분들이 왕국에 적대적인 모습을 취했다면 더 곤란했을 테니까요.”
“···흠?”
“생각해보세요.
제 잘난 맛에 사는 그 자들이 이렇게 선물을 한 아름 들고 간다고 해서 어디 받아들일 자들입니까?
아마 허튼 짓거리 말라며 바로 내쫓겨날 겁니다.”
“···내쫓기기만 하면 다행이지.
아마 제 땅을 더럽혔다고 죽이려고 들걸?”
“선물은 선물대로 빼앗고 말이죠?
말로는 고귀하다고 하는데 정작 성질머리가 너무 더러워서 인간들조차 영 멀리하고 싶어 하는 종족답군요.
차라리 수인이 훨씬 낫겠습니다.”
역시 친해지는 데에 최고로 좋은 건 누군가를 같이 욕하는 것이라고 했던가.
은근슬쩍 시온이 요정을 까내리면서 동시에 수인들을 띄워주니 역시나 세 부족 중 칭찬에 가장 약하다는 월랑족들이 귀를 쫑긋거리며 반응을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요정들이 수인들을 말 그대로 개무시를 하는 와중에 자신들과 비슷한 생각을 품은 인간이 그 요정들을 욕해주고 있으니 기분이 좋은 모양.
“시온 클라우젠이라고 했던가?”
“그렇습니다.”
“확실히 뭘 좀 잘 알긴 하는군.
요정 같은 재수 옴 붙은 놈들보다야 수인이 백배는 낫다.”
“아, 그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시온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리 대답을 하니 하운드가 잠시 두 눈을 껌뻑이다가 그건 또 무슨 소리냐고 막 날카로운 목소리로 입을 열려는 찰나.
“백배 가지고 되겠습니까?
솔직히 말해서 천 배 정도는 되어야 인간들 입장에서도 고개를 끄덕일 만할 것 같은데요.”
“푸핫!
그래.
요정 따위보다야 수인이 천 배는 낫지!
크하하!”
살랑살랑―.
역시 인정받고 칭찬 받기를 가장 좋아하는 수인의 부족, 월랑족 다운 모습이었다.
풍차라도 돌아가듯 아주 붕붕 도는 꼬리에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기운이 가득 담긴 미소.
다른 건 몰라도 기쁜 모습만큼은 감출 수가 없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 하고 생각을 하며 시온은 월랑족부터 확실하게 사귀어두기로 했다.
“이야기가 좀 심각한 방향으로 흐르기는 했습니다만, 되도록 인간 선에서 끝내려고 합니다.
그래도 히스파냐와 나름 잘 지내준 수인인데 괜히 같이 피해를 보면 든든한 우방을 잃는 셈이니까 말이죠.
너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걱정은 무슨.
정말 요정들이 그딴 짓을 꾸미고 있다면 바로 전쟁이다.
빛의 후예들이 예뻐한다고 해서 그게 뭐 대단한 거라도 되는 줄 아나본데.”
“빛의 후예들의 총애를 받는다면 응당 그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말입니다.
오히려 다른 종족들을 깔보니 언젠가는 크게 데일 겁니다.”
“그렇지, 그렇지!
내 말이 그 말이야!”
역시 같이 욕해주니 호감도가 팍팍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시온이 가차 없이 요정 욕을 해주며 동시에 수인들의 자존심을 있는 힘껏 세워주니 월랑족들은 일제히 꼬리를 살랑거리며 굳어있던 몸을 어느 정도 푼 것으로 보였다.
‘이쯤에서 다시 추임새 좀 넣어줄 거스 대왕님 좀 자극해주고.’
그렇게 생각하며 거스 대왕을 돌아보는 시온.
무슨 일이냐고 묻는 듯한 눈빛에 그가 가장 좋아할 만한 대사를 읊어준다.
“이런 일은 수인들에게는 위기 축에도 끼지 못 하는 거 아니었습니까?
리아 말로는 요정들은 너무 귀하게 자라서 정작 위기 상황에서 힘을 쓰지 못 한다고 했는데요.”
“내 딸이 그런 이야기도 했던가?”
“네, 거스 대왕님.
그리고 이런 때에는 자신의 아버지가 훨씬 더 낫다고도 했습니다.”
뒤에서 ‘냐앙?’ 하는 소리가 슬쩍 들린다.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
라는 뜻이었지만 시온은 슬쩍 손을 저으며 나서지 말라는 뜻을 내비쳤고 다행히도 눈치가 빠른 리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뒤로 물러섰다.
“카핫!
간만에 딸내미가 맞는 말 좀 했구나!
녀석, 앞에서는 그렇게나 이 아비 혼내면서도 제 수컷 앞에서는 좋은 아빠라고 속삭이기라도 하는 거냐?”
그렇게 말하며 거스 대왕이 당장이라도 리아를 안고서 마구 볼 쓰다듬기를 할 기세.
당연히 리아는 식겁을 하며 다가오면 할퀴겠다!
하고 경고를 해보인다.
“냐앙!”
“하!
녀석.
제 수컷 앞이라고 또 그러는 거냐!”
“시끄러워요, 아빠.
제발 이런 자리에서만큼은 품위를 지켜달라고요!”
“내가 품위 지키면 동족들은 물론이고 월랑이나 호비족이 걱정할 거다.
곧 죽을 때가 되었나 하고 말이야.”
“그건 동감이야.”
“나도 그렇다.”
파울가와 하운드가 동시에 입을 여니 거스 대왕이 ‘어떠냐!
아빠 말이 맞지?’ 라고 말한다.
덕분에 리아는 물론이고 시온까지 뭐 이런 남자가 다 있을까, 하는 시선이 되고 말았지만.
“그런데 확실히 자네 딸과 시온 공자의 말이 맞아, 거스.
요정들 따위 보다야 차라리 네가 훨씬 낫지.
잘난 척만 하고 겁쟁이처럼 뒤에 숨어서 계략만 꾸미는 놈들이 내 주변에 있었다면 당장 찢어 죽였을 거야.”
나는 찔리지 않는다, 나는 뜨끔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시온은 속으로 그렇게 외치며 파울가의 말에 일체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요정들이 꾸미는 건 계략이지만, 자신이 벌이는 모든 일은 결국 이 대륙과 그 위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한 것이다.
저들이 말하는 어쩔 수 없는 희생이란 오히려 시온이 해야 할 말.
처가라고 할 수도 있는 수인들을 이용하는 건 썩 유쾌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수인들만 동원하는 것도 아니고, 당장 북쪽의 부족들이나 천족들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은둔을 선택한 마족들도 있다.
루시아의 아버지인 라이도도 열심히 부려먹고 있는 중이고 무엇보다 자신의 집이라고 할 수 있는 클라우젠 변경백령도 자신의 요청대로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나만 살자고 하는 일이 아니야.
물론 내가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일이긴 하지만 최소한 혼자 살아남겠다고 다른 사람들을 지옥으로 떠미는 건 아니잖아?’
그러니 양심에 찔릴 건 없다.
오히려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되면 다른 이들이 시온 자신에게 고개를 조아리고 살려줘서 고맙다고 해도 모자랄 판국이다!
“물론 여러분들도 그렇고, 히스파냐도 그렇겠지만 서로가 서로의 일에 관여치 않는 것이 모두에게 행복한 일이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해서 히스파냐는 되도록 왕국의 힘으로 이웃 나라와의 마찰 관계를 끝내고 더 나아가 조금 더 긴밀한 대화를 나눌 생각입니다.”
“좋네요.
싸움이 재미있다고는 해도 확실히 평화가 좋긴 하지요.”
파울가가 그리 말하며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시온이 말하는 그 긴밀한 대화가, 정말 말로 하는 대화가 아닌 주먹과 칼로 하는 몸의 대화라는 걸 그녀는 모르는 모양이었다.
“선물은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다들 더 즐기시죠.
그리고 따로 월랑족과 호비족들에게 보내는 선물들도 있으니 그건 돌아가실 때 가져가시면 될 겁니다.”
시온이 슬쩍 고갯짓을 하니 묘은족들이 또 뭔가를 한아름 들고 온다.
그 안에는 현재 각 부족의 지도자들이 즐기고 있는 선물보다는 조금 떨어지는 물건이지는 하지만, 충분히 선물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이 꽉꽉 들어차있었다.
그에 파울가는 오호, 하고 작은 탄성만 내지를 뿐이었지만 하운드나 월랑족은 이미 시온의 칭찬으로 인해 기분이 좋아진 마당에 부족들까지 챙겨주는 마음 씀씀이가 꽤나 마음에 들은 모양인지 더욱 더 열심히 꼬리를 치며 얼굴 가득 미소를 짓는다.
“확실히 인간이 요정보다 말이 통하기는 한단 말이야.
이 정도 성의는 보여야 최소한 뭔가를 해줄 마음이 들지.
제 잘난 맛에 사는 놈들은 언젠가 머리통 한 대 맞아서 거하게 깨지고 후회를 해야 정신을 차려.”
“그렇지요.
오죽하면 인간들도 요정들과는 교류를 거의 안 해도 수인들이랑은 상단들이 나서서 어느 정도 물건을 거래하고 있지 않습니까?”
월랑족은 거의 다 넘어왔다.
이제 남은 건 여전히 수인들의 회의에 인간이 끼어들어서는 마치 자신이 수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당당히 이야기하는 걸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라프라와 호비족들의 마음을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고민 정도는 할 수 있도록 돌려놓는 것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좋은 음식이나 흥겨운 자리보다는 역시 자신들이 조금 더 위에 있다는 확신, 내지는 인간들이 고개를 숙여주는 그림이리라.
“제가 공식적으로 수인들을 방문한 것이 아니니 제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이 왕국과 인간을 대변하는 것에는 분명 무리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제 말이라면 왕실도 진지하게 고려해보는 수준이니 여러분들에게 말장난이나 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겠지요.
내가 듣기로는 꽤나 많은 일들을 했다고 들었는데.”
“대모님께서 그리 말씀해주시니 다행이군요.
그런 의미에서, 비록 모든 일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일단 이렇게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시온은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하지만 확실한 몸짓으로 고개를 숙여 보였다.
정확히 호비족과 라프라 쪽을 향하는 시온의 사과에 거스 대왕과 리아는 당황하고, 하운드는 ‘으응?’ 하고 난감해하며 파울가는 제법이라는 듯 탄성을 내뱉는다.
“···어?”
그리고 호비족들과 라프라는 시온의 갑작스러운 사과에 당황한 듯 모호한 반응을 보인다.
이미 수인 측 지도자들의 호감까지 산 인물이 갑자기 사과를 해오니 확실히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앞으로 히스파냐의 눈길을 피해서 자꾸 다른 이종족들을 해하는 자들을 철저히 찾아내고 더욱 철저하게 박살낼 겁니다.
아실지는 모르겠지만 히스파냐의 대귀족이라는 카슈가르도 이종족 노예들을 데리고 있었기에 왕명을 거역하고 나라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했다고 판단, 가문 전체를 없애버렸습니다.”
“사실이에요.
제가 들었거든요.”
리아가 슬쩍 사실이라고 말해주니 인간 세상에서 ‘대귀족’ 이라는 것이 가지는 힘을 잘 알고 있는 수인들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대충 경고만 하고 넘어갈 줄 알았는데, 아예 싹 밀어버렸다고 하니 인간들이 확실히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생각을 품은 모양이었다.
‘정확히는 왕권이 강해졌고, 거기에 더해서 왕권을 받쳐주는 클라우젠 변경백령의 후계자가 워낙 입지가 넓어져서 그 힘까지 빌린 것으로 일어난 결과이지만.’
시온은 천천히 몸을 바로 하고는 라프라를 쳐다보았다.
비록 공식적인 사과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여전히 인간이란 종족에게 희미하게나마 적개심을 가지고 있던 이들에게는 충분한 환기가 되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의외네요.
인간들은 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를 죽기보다 더 싫어한다고 들었는데.”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게 잘못된 일임을 알면서도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건 옳지 않음을 아는 이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는 많지요.
그래서 수인들과 계속해서 어느 정도의 교류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고 말입니다.”
“말은 정말 인간답게 잘 하네요.
인간들은 혀가 항상 최고의 무기라도 하던데 말이에요.”
“라프라.”
파울가가 슬쩍 주의를 주지만 시온은 별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 말이 사실이기도 하고, 현재 목소리나 표정으로 보았을 때 라프라는 시온을 도발하거나 자극하기 위해서 저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딱히 그 말 외에는 할 게 없어서, 이상해진 분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그것 밖에 없어서 그러는 것이었다.
“알겠으니까 그만 해요.
누가 보면 인간들에게 사과 좀 받겠다고 전부 몰려들어서 협박이라도 한 줄 알겠어.”
그렇게 말한 라프라는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뭐라고 구시렁거리면서 잽싸게 옆에 놓인 고기를 들고는 ‘와앙!’ 하고 물어뜯는다.
더는 시온에게, 그리고 인간들에게 적대적인 모습을 최소한 이 자리에서만큼은 보이지 않겠다는 라프라만의 뜻이었고, 그 뜻을 알아차린 호비족들도 더는 눈치를 보지 않고 제 앞에 놓인 시온의 선물을 마음껏 즐기기 시작했다.
역시 저기압일 때는 고기 앞으로 가라는 말이 틀린 것이 아니었다.
“아, 그리고 수인 여러분들께 한 가지 좋은 소식을 알려드릴까 합니다.”
“좋은 소식?”
“네.
수인의 여러 전사 분들이 수련을 위해서 날씨도 험한 때에 굳이 나가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방법이 있다고 하더군요.
제 말이 맞습니까?”
“맞아.
아마 우리 월랑족이나 저기 묘은족, 그리고 호비족들도 비슷한 방식을 가지고 있을 거야.
몸이 편해지면 마음이 풀어지고, 마음이 풀어지면 약해지는 법이거든.”
하운드가 가장 먼저 나서서 대답을 해주고 뒤를 이어서 파울가가 고개를 끄덕이며 확실하게 마무리를 지어준다.
그에 시온은 속으로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수인 분들이 최근 들어 활동이 좀 뜸해지면서 요정들이나 몇몇 멍청한 인간들이 여러분을 가볍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해서 한 가지 정보를 드릴까 하는데, 여기서 북쪽으로 올라가시면 히스파냐의 영토 너머에 또 다른 땅이 있다는 건 아시겠지요?”
“물론이다.
우리들도 산을 통해서 몇 번 오고 간 적이 있지.”
“기억나네요.
거기서 생존 훈련인지 뭔지 하겠다고 고생 좀 했었죠.”
“땅굴 파서 거기서 잠자고, 살겠다고 뭐든 먹고 말이야.
그땐 그랬지.
그런데 갑자기 북쪽 이야기는 왜 하는 거지, 시온 공자?”
“아아, 그 북쪽에서 요즘 몬스터들이 갑자기 대량으로 출현하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해서 말입니다.
거기에 거주하고 있는 부족들이 그런 소식을 보내왔더군요.
그리고 무척이나 걱정된다는 말도 함께.”
당연한 말이지만 북쪽 부족들이 걱정된다고 말한 적은 전혀 없다.
오히려 몬스터들이 많이 생겨서 싸울 일이 많아졌다고 좋아한다면 또 모를까.
다만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그 상황에서 다수의 전사들이 자리를 비운 상태라면 제아무리 북쪽의 거친 사람들이라고 해도 힘들기 마련이다.
시온 입장에서 북쪽의 전사들이 반드시 누디아 전선에 필요한 마당에 그들의 본진이 몬스터들에게 짓밟힌다면 나중에 문제가 커질 수도 있었다.
“거기서 몬스터들을 상대로 수인들의 강함을 알려주면 인간들은 물론이고 요정들도 다시 한 번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얌전히 지낸다고 해서 무시할 수 있는 종족이 아니라고.
항상 뒤에서 두 눈을 번뜩이며 목을 노리는 수인들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뜻도 안 맞고, 원하는 바도 다른 이들을 한 곳에 뭉치게 해서 같이 싸우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 아니다.
필요한 곳에 배치해서 서로가 이득이라고 생각되는 일만 하게 해주고, 그 안에서 또 자신만이 챙길 수 있는 이득을 보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방법 아니겠는가.
“···괜찮은데?
그렇지 않아도 이번 겨울 때 이제 막 전사가 된 애송이들 데리고 험한 곳으로 가볼까 했는데.
몬스터들이 몰려든다면 월랑족은 환영이지.”
“저도 조금 기대되네요.”
라프라까지 슬쩍 나서니 수인들이 또 기대감 어린 눈빛을 반짝인다.
요정들처럼 자존심이 강하나 그들과는 다르게 일단 행동부터가 먼저인 종족답게.
그리고 호쾌한 그들답게 바로 싸울 생각부터 하는 것이었다.
“원하신다면 제가 사람을 보내서 북쪽 귀족들에게 알려두겠습니다.
여러분들을 막지 말고 오히려 도우라는 내용으로 말이죠.
여러분들이 몬스터를 막아준다면 히스파냐는 당연히 이득이고, 수인 분들은 단순하지만 확실하게 여러분들의 힘을 뽐낼 수 있으니 말입니다.”
“나쁠 건 없지.
우리 수인들이 좋아하는 게 이렇게 마음껏 먹는 것과 또 마음껏 사냥하는 것이니까!
캬하하하!”
끝났네.
이걸로 믿음직한 싸움꾼들 또 구했어.
시온은 웃으면서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저들이 이런 명언을 알지 못 하는 것에 대해 감사히 여겼다.
―세상에 공짜 점심 따위는 없다.
―――――――작품 후기―――――――
누가 점심을 사준다고 하면 일단 메뉴를 묻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