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68)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68화(268/439)
268―――――
Requiem
“본대가 클라우젠 변경백령의 성으로 1차 공성전을 시작했답니다.”
“결과에 따라 우리들의 운명도 달라지겠군.”
“본대가 이전처럼 몇 천도 아니고 몇 만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아마 길게 가지 못 하고 곧 함락될 겁니다.
공성 병기도 배는 많고 마법사들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너무 과한 파괴는 좋지 않으니 생각 외로 활약치 못 할 걸세.
우리는 어디까지나 마족 추종자들을 보호하는 히스파냐를 공격했다, 라는 취지로 온 것이니까.”
“약탈이나 점령 같은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을 취하면 저희만 손해라는 것이군요.”
히스파냐 안으로 들어선 1군은 몇 번의 전투를 모두 승리로 이끈 후 인근의 도시들을 돌며 자신들은 침략군이 아니라 마족 추종자들의 음모를 분쇄하기 위해 찾아온 이들이라고 말했다.
그 증거로 함부로 도시들을 공격하지 않았는데 사실 공성전에 들어가다가는 자칫 역으로 포위당해서 전멸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런 1군의 활동을 제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근처 귀족령에서 차출된 병력들이 주변을 맴돌며 그들이 뭔가에 함부로 집중하지 못 하도록 견제를 했지만 딱 그 뿐이었다.
1군의 규모가 워낙 커서 기껏 해봐야 수백 정도의 한 줌 병력으로는 싸움도 걸 수 없었던 것이다.
“슬슬 히스파냐의 정규군도 나타날 때가 되었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1군의 지휘부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멀리서 정체불명의 무리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포착되었다.
드디어 히스파냐의 정규군이 나타나고, 본격적으로 회전이 치러지는 것일까 하던 그들은 이내 자신들의 눈앞에 펼쳐진 참상에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
“제가 지금 뭘 잘못 보고 있는 겁니까?”
“아무래도 맞게 보고 있는 것 같은데.”
기사이든 아니면 기병이든 결국 적들을 향해 돌격을 할 때 빛을 발한다.
돌격을 할 때 적들에게 위압감을 주어 스스로 진형이 무너지게 만들도록 유도하기 위해 항상 말이나 사람 모두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어야만 한다.
때문에 기수는 물론이고 말들도 약간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화려하게 꾸며지며 특히 말은 그 크기에 비례해서 충격량이 증가하기에 건장한 몸집을 중요시 여겼다.
그런데 지금 누디아 측의 지휘부들이 보고 있는 장면은, 누디아는 물론이고 히스파냐의 것마저 정면으로 부정하는 장면.
말 그대로 웃음이 나오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던 것이다.
“저게 뭐랍니까?
저게 기병이란 말입니까?”
“기병대에 속한 말단 관리병도 저렇게 입지는 않겠소!
저게 도대체 뭐란 말이오?”
누디아의 1군 앞으로 기병들이 내달려오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돌격을 감행해 전투를 벌일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막상 지휘부의 인사들은 긴장하기보다는 앞에 보이는 무리들의 모습에 기가 막힌 탄식을 내뱉고 말았다.
멀리서 봐도 한 눈에 느껴지는 초라함, 그리고 왜소함.
입고 있는 건 전부가 낡은 털옷에 색깔도 제각각이어서 더더욱 없어 보인다.
갑옷은 물론이고 투구조차 제대로 갖춘 이가 단 한 명도 없는지, 해가 떠있는데도 저들 사이에서 반짝이는 것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말을 타고 달려오긴 하는데 위압감은커녕 오히려 애들 장난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이유는 말들의 크기, 누디아 측의 전마에 비하면 너무나도 작고 초라한 말들이었던 것이다.
“요를레이요를레이!”
“요를레이요를레이요를레이!”
“요를레이요를레이요를레이요를레이!”
심지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는 말을 내지르며 힘차게 달려들던 한 무리의 기병들.
지휘부 측이 방심하지 않고 대기병 진형을 갖추게 하고 공격에 대비하는데, 저 앞에서 갑자기 속도를 줄인 이들이 랜스 대신 갑자기 활을 꺼내든다.
“하?”
그리고는 말이 채 멈추지도 않았는데 그 위에서 시위를 당기곤 살을 매긴다.
말 때문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조준은커녕 당기는 것조차 쉽지가 않은데 말이다.
퉁!
투웅!
틱!
툭!
당연히 저들이 쏜 화살들은 제대로 힘조차 얻지 못 한 채 힘없이 날아들다가 누디아의 보병들이 내세운 방패와 창, 심지어 갑옷 따위에 부딪치곤 바닥으로 떨어졌다.
“히야!”
“히야, 히야!”
그러자 저들은 마치 누디아 측을 도발하듯 주변을 빙빙 돌며 이상한 소리를 더 내다가 이쪽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말머리를 돌려 어딘가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뭐야?”
“저것들 뭔데?”
전투를 예상하고 있던 누디아의 병사들은 당연히 당황했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기병이라 하면 보병들의 최악의 천적이자 언제든 진형을 돌파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존재라고 여겼는데 저들은 애들이 장난이라도 치듯 화살 좀 쏘다가 그대로 내뺀 것이었다.
“도대체 이게 뭐랍니까?”
“아군의 피해는 있습니까?”
“눈 먼 화살, 심지어 달리는 말 위에서 시위조차 제대로 당기지도 못 한 곳에서 나온 화살입니다.
다치고 싶어도 다칠 수가 없을 수준이었죠.”
누디아 측의 지휘부는 멀리 달아나는 듯 싶다가 다시 속도를 줄이곤 또 이상한 소리를 내며 머지않은 곳에서 마치 자신을 잡아보라는 듯 알짱거리는 이들을 노려보았다.
“정말이지, 눈에 확 티가 나는군요.”
“그렇지요.
유인책이 아니고서야 저런 정신 나간 짓을 벌일 리가 없습니다.”
그들의 말을 들으며 멀찍이 서있던 아이브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저렇게 대놓고 유인을 하는데 어떤 멍청한 이가 거기에 홀라당 넘어가서 그 뒤를 쫓겠는가.
차라리 번쩍이는 갑옷과 화려한 투구를 입혀놓고 훌륭한 말까지 이용해 기사들로 위장해서는 1군을 적당한 장소로 유인하는 편이 훨씬 실현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다.
누디아 1군은 어림도 없다는 듯 저들의 유인책을 깡그리 무시한 채 이동을 재개했다.
하지만 곧 그들은 또 다시 행군을 멈추고 진형을 갖출 수밖에 없었는데, 이전과는 또 다른 무리의 기병들이 측면에서 세차게 돌격해온 것이었다.
“이에이!”
“이에이이에이!”
“이에이이에이에이에!”
이번에도 시작된 정체불명의 고함 소리, 그리고 1군을 향해 달려드는 초라한 행색의 기병들.
누디아 측은 혀를 차면서 다시 한 번 진형을 갖출 것을 명령했다.
제아무리 행색이 거지같다곤 하지만 어찌 되었든 기병들이 한 번 행군 대열을 휩쓸고 지나가면 허리가 끊어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
때문에 지휘부는 적절하게 대처를 했고, 곧 단단한 방벽들이 세워지자 1군을 향해 달려들던 자들은 어찌 할 줄 모르겠다는 듯 주변을 맴돌다가 몇몇은 화살을 쏘기도 하고 또 몇몇은 들고 있던 창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별 다른 피해를 줄 수는 없었고, 결국 그들은 조금 전의 습격자들마냥 또 이상한 소리를 내며 어딘가로 내빼기 시작했다.
물론 마치 누디아를 향해 한 번 잡아보라고 유인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고 말이다.
“···빌어먹을 놈들.”
“기수 망신은 아주 다 시키는군.”
가장 먼저 불만이 터져 나온 건 역시나 1군의 기병대에서였다.
말을 타고 전장에 나서는 것을 일종의 특권이라고 여기는 그들에게 저런 초라한 행색에 더 초라한 무기와 말을 타고 자신들에게 도발을 하는 것이 같은 기병이라는 것 자체가 치욕이라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기사들은 일단 잠자코 지켜보고만 있었지만 그들 역시 말을 다루는 자들이 저리 초라한 행색으로 더더욱 초라한 말들을 타고 있는 것이 기병대만큼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저게 기병이라고?
뭐야, 도대체.”
“방금 달려오던 말들 봤어?
얼마나 작던지.”
“난 당나귀를 보는 줄 알았다니까?”
보병들 사이에서는 말들의 돌격을 두려워하던 처음의 모습은 없어지고 처음 상대는 이상한 자들의 행색과 모습을 비웃는 소리가 더 많이 들려왔다.
적에 대한 비웃음이니 딱히 문제가 될 건 없었지만 말을 다룬다는 일종의 특권 의식에 빠져있던 이들에게는 자칫 자신들도 우습게 여겨질까 우려가 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해가 질 때가 되니 상황이 또 달라졌다.
밤을 새서 이동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적당한 곳에서 숙영을 해야 하는데 진영 건설에 들어갈 때마다 귀신 같이 알아차린 정체불명의 기병들이 또 몰려들어서는 장난질을 치듯 활을 쏘거나 누디아의 1군이 도저히 작업이 집중할 수 없도록 주변을 또 빙빙 돌았다.
“도저히 안 되겠군.
기병대는 출전 준비하라.
적들이 진영 근처에 다가오지 못 하게 격퇴하되 절대 도망가는 놈들의 꼬리를 붙잡지 말도록 해!”
드디어 명령이 떨어지자 누디아 1군의 기병대는 반드시 저 허접하기 짝이 없는 자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겠다는 생각을 품었다.
같은 기병대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것조차 치욕인 적들, 그들을 일격에 쓸어버리고 아군들에게 말을 타는 자들이란, 그들이 낼 수 있는 위력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각인시켜둘 의지도 함께 품었고 말이다.
“하얏!
하아!”
두두두두!―.
누디아의 진영에서 한 무리의 기병들이 달려 나와서는 재빠르게 진형을 잡는다.
그리고 단숨에 적들을 쓸어버리기 위해 일제히 돌격을 감행하니 당황한 히스파냐 측 기병들이 대열조차 제대로 이루지 않은 채 황급히 말머리를 돌려 날아난다.
“잡아!”
“저놈들을 제거해야 아군이 앞으로 편해진다!”
그렇게 말하면서 누디아의 기병들은 더욱 속도를 높였다.
물론 혹시나 있을지 모를 매복에 대비해서 양옆의 날개는 주변을 살피도록 했고 또 언제든 반전해서 아군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되돌아갈 준비도 되어 있었다.
하지만 딱히 매복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고, 적들은 역시나 그 초라한 말들 때문인지 꽤나 멀었던 거리가 좁혀지며 당장 창만 내뻗어도 닿을 것 같은 거리에까지 들어왔다.
“끼햐아아!”
비명인지 괴성인지 모를 소리를 내지르며 미친 듯이 달아나는 적들.
그 모습이 어찌나 안쓰러우면서도 또 우스운지 누디아의 기병들은 아무리 봐도 저들이 정규군이라고는 생각이 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싸우기 위해서 조직된 것은 맞나 싶을 정도였다.
“대장님!
아군과 거리가 꽤 많이 벌어졌습니다!”
“정지!
정지!”
부하의 말에 지휘관이 정지 명령을 내리자마자 바로 자리에서 멈추는 기병대들.
거의 다 잡은 적들이었지만 이 이상 쫓는다면 아군과 거리가 벌어져 서로가 각개격파 당할 위험이 있었기에 이들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돌아왔다.
마음 같아서는 같은 기병대라고 하는 것도 부끄러운 자들을 전부 잡아 죽이고 싶었지만 전쟁에서는 아군의 빈틈을 절대 드러내서는 안 되니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기병대의 무서움을 보여주었으니 저들도 함부로 다가오지 못 할 겁니다.”
“조금 전 보아하니 거의 다 잡을 뻔 했는데 매복을 걱정하여 쫓아내는 것으로 만족했지만 다음에는 어림도 없지요.”
지휘부 인사들의 말대로 더는 아군에게 달려드는 적들은 보이지 않았다.
하마터면 그대로 머리채를 붙잡혀 엄청난 피해를 볼 뻔 했으니 더는 덤벼들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숙영에 들어간 누디아 1군은 다음날 새벽, 마치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완전히 잊어버린 듯 또 다시 자신들 앞에 나타난 히스파냐의 기병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요호우!”
“요호우효오후!”
“효오후요호우효오후!”
덕분에 꼭두새벽부터 또 다시 긴장 상태를 유지하느라 병사들 중 태반이 제대로 쉬지도 못 한 채 하루를 시작해야만 했다.
전날에는 허접한 군대였을지 몰라도 하룻밤 사이에 어떤 다른 군대가 와서 군영을 쓸어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니 항상 긴장해야 했던 것이 그 이유였다.
“출진!
출진!”
결국 이번에도 1군 측 기병대가 나서서 그들을 추격해야만 했다.
어제처럼 쫓아내는 것도 좋겠지만, 역시나 최선은 저자들을 잡아서 모조리 해치우는 것.
두두두두두!―.
말발굽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고 그 뒤를 이어 위풍당당한 누디아 측 기병대가 볼품없기 짝이 없는 히스파냐 측의 기병들을 붙잡기 위해 미친 듯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잡힐 듯 말 듯, 간발의 차로 도망가는 저들은 정말 꽁지가 빠지도록 말을 달렸고 또 다시 1군은 매복을 우려하여 추격을 멈추고 말았다.
“이런 젠장!”
“개 같은 새끼들!”
차라리 잡을 수나 없었으면 이렇게 화를 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적들과 맞붙으면 피해가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리 아쉽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정말 간발의 차로 놓치고 말았고, 심지어 그 상대는 볼품없고 초라하며 행색이 그야말로 구질구질한 자들.
붙기만 하면 애들 팔목 비틀 듯 아주 쉽게 제압해서 모조리 낙마시킬 수 있는데 그걸 못 하고 있으니 저들의 반응에 점점 날이 설 수밖에 없었다.
“쯧.
역시 저들 가지고는 무리인가.”
“아주 어릴 적부터 마상 전투를 준비한 저희들과는 조금 다른 이들 아닙니까.”
그런 와중에 기사들은 은근히 기병들의 실력이 모자란 것 같다며 웃어대고.
보병들은 자꾸만 적들을 놓치는 아군 기병들에게 실망도 하고 눈총도 주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자신들이 봐도 정말 초라해 보이는 적들인데 왜 그걸 못 잡고 자꾸 군 전체를 피곤하게 만드냐고, 혹시 일부러 싸우지 않는 건 아니냐고 말이다.
결국 오전에 또 다시 그 거지꼴을 한 기병들이 들이닥쳤을 때, 이번에는 기사들이 단단히 벼르고 추격전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매복을 대비하야 기병들이 같이 출전하여 기사들의 옆과 뒤를 봐주기로 되어 있었으니 이제는 걱정 없이 적들을 추격할 수 있었다.
“쫓아라!”
“돌격!
돌격!”
기병들 간의 싸움은 항상 속도에서 나온다.
기수와 말이 한 몸이 되어 움직이고, 한 몸이 되어 돌격할 때 비로소 최상의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어 적들을 일망타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세에서 밀리면 제아무리 상대가 같은 기사라고 해도 결국 밀리기 마련이다.
“끼햐아아!”
“끼햐아아아아아!”
결국 달려들던 히스파냐의 기병들이 냅다 말머리를 돌려 또 달아난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림도 없다는 듯 누디아 측은 정말 엄청난 기세로 속도를 올렸다.
매복에 대한 걱정도 줄었고, 설사 있다고 해도 그냥 분쇄해버릴 수도 있으니 이참에 저 성가신 자들을 한꺼번에 잡아 죽일 생각으로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거의 다 잡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면 저 성가신 자들을 전부 죽일 수 있다!
누디아의 모든 이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엇?”
서로의 얼굴까지 선명히 보일 정도로 가까워진 그 때.
갑자기 적들의 기병들이 달리던 말 위에서 몸을 돌려서는 일제히 시위를 당긴다.
그냥 무시할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자칫 갑옷의 틈 사이로 살이 들어와 부상을 입힐 수도 있었다.
다들 순간적으로 망설임이 생기자 추격 속도가 일순간 줄어들었고, 동시에 거지 꼴의 기병들은 당겼던 시위를 놓으며 화살을 쏘아 보냈다.
“···이런 빌어먹을!”
선두에 서있다가 놀라서 속도를 줄이던 기사들은 욕을 내뱉었다.
당연히 피해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날아드는 화살들은 전부가 힘이 없어서 그냥 갑옷이나 투구에 툭!
하고 부딪치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저들이 시위를 당겼던 이유가 기습이 아니라 이렇게 자신들을 속이고, 그 덕에 속도가 줄어들면 그 순간을 이용해서 자리를 이탈하려고 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된 기사들이었다.
“저 망나니 새끼들!”
“젠장, 젠장!”
거의 다 잡았는데, 정말 바로 코앞까지 들이닥쳤는데.
말들도 생물인지라 속도를 줄였다가 다시 내기는 무척이나 힘겨운 것이었다.
결국 기사들까지 동원된 추격 섬멸은 단 하나의 적도 잡지 못 하는 대실패로 이어졌다.
기병들은 물론이고 기사들까지 모조리 개망신을 당한 것이었다.
“개자식들!”
본대로 돌아온 후 기사들이고 기병들이고 가리지 않고 욕설을 퍼부으며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서는 분노와 치욕감으로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저따위 허접한 자들에게, 자국의 군대 앞에서 이런 개망신을 당했으니 그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할 정도였다.
지휘부가 어떻게든 흥분한 이들을 달래보려고 애썼지만, 전쟁 한복판에서는 그게 가장 어려운 것임을 세상 어느 누구도 잘 알 것이었다.
며칠 후, 1군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아이브가 최선을 다해서 마련해둔 길로 후발대에서 차출된 지원 병력이 도착한 것이었다.
몇 번의 교전으로 인해 어찌 되었든 피해가 발생하고, 완벽한 적진에서 활동한다는 부담감으로 인해 조금은 움츠러들었던 1군도 지원이 닿자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그리고 그 원군은 1군에게 꽤나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전달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