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69)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69화(269/439)
269―――――
Requiem
“히스파냐 본대가 이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습니다.
첩자들이 보낸 소식에 의하면 병력 소집이 늦어 이제 겨우 출발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여태 우리와 교전했던 그 기병들은···.”
“아마 정규군이 도착하기 전까지 시간을 끌며 이쪽의 힘을 빼두기 위한 연막작전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당장 저희가 1군 쪽으로 다가오며 정찰병들을 풀어서 일대를 확인했는데도 딱히 근처에서 매복을 했던 흔적은 발견하지 못 했습니다.”
지원군을 이끌고 온 이의 말에 1군 사령관은 흐음, 하고 침음을 내뱉었다.
설마, 설마 했는데 아무래도 자신의 예상이 맞았던 모양이다.
‘유인이나 매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시간을 벌기 위해서 급조된 병력.
하지만 나중에 가면 분명 성가신 존재들이 될 수도 있으니 빠르게 해치워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옆에서 생각에 잠겨있는 아이브를 바라보았다.
재상의 딸이라는 건 둘째 치고 그동안 비밀리에 누디아의 이곳저곳에서 활약할 정도로 젊은 나이에 걸맞지 않은 재능을 가진 여인.
약간의 과장을 보태서 히스파냐에 시온 클라우젠이 있다면 누디아에는 아이브 기 레스티온이 있다고 할 정도로 뛰어난 머리를 지닌 든든한 우군이었다.
그녀 역시 처음에는 유인책이라던가, 매복이 있다고 확신하는 눈치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흔적조차 발견되지 않으니 뭔가 긴가민가한 상태였다.
더해서 히스파냐의 본대가 이제 겨우 출발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아이브도 침음을 내뱉으며 너무 조심하고 있었구나, 라고 후회할 정도였다.
“···아무래도 저희가 너무 긴장하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설마 히스파냐가 그걸 노리고 이런 식으로 발목을 잡았을 줄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하지만 방심해서 좋을 건 없을 겁니다.
조금 더 과감하게 움직이되, 항상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 좋겠어요.
사령관님.”
아이브의 말에 1군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원군으로 인해 규모가 훨씬 커진 1군을 이끌고 속도를 높여 히스파냐의 내부를 들쑤시기 시작했다.
그러자 1군을 괴롭히던 기병들은 더욱 더 바쁘게 움직이며 누디아 군의 발목을 어떻게든 더 붙잡으려고 애를 썼다.
처음에는 그들이 뭔가 꿍꿍이를 가지고 저런 것인가 싶었는데 히스파냐의 소식을 들으니 저 움직임 모두가 어떻게든 제 나라를 지키기 위한 자들의 애처로운 몸짓 정도로 보일 뿐이었다.
마침내 누디아 1군이 중앙 가도 근처까지 이르자 그들도 더는 안 되겠다는 듯 전보다 배는 더 커진 규모로 마치 정말 1군을 공격하기라도 하겠다는 듯 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수가 몇 배로 불어난 기병들은 마치 어서 덤벼보라는 듯 1군의 주변을 빙빙 돌며 그들의 신경을 계속 거슬리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한 번 정리를 해야겠습니다.”
“그렇지요.
저리 볼품없는 자들이라고 해도 또 보급 부대를 상대로는 최고의 약탈 부대가 될 수도 있으니 지금 이때에 정리를 해두어야 합니다.”
“전투가 몇 없었으니 병사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라도 말이죠.”
“기사들이나 기병들도 진짜 싸움을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후방의 안전 도모, 사기 진작, 그리고 불만을 잠재워야 하는 것까지.
여러 필요한 것들을 저 군대 같지도 않은 군대를 쳐부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지휘부도 이번만큼은 정말 끝장을 보자는 것에 뜻이 모였다.
“하지만 방심은 하지 말도록.
놈들이 이번에는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 반드시 주변 상황을 잘 읽고 대처해야 한다.”
사령관이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주의를 준다.
그에 각각 보병 쪽 지휘를 맡은 이들과 기병 및 기사들의 지휘를 맡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꾸 자신들에게 혼란을 야기하는 자들을 깨끗이 정리하기 위해 움직였다.
“이번에야말로 저 성가신 놈들을, 같은 기수라는 것조차 망신 그 자체인 놈들을 전부 쓸어버린다!
오늘만큼은 끝까지 추격한다.
반드시 다 잡아 죽여라!”
이미 망신을 당해서 머리끝까지 화가 나있고 약이 잔뜩 오른 기사들과 기병대가 두 눈 가득 살기를 번뜩이며 말에 오른다.
그리고는 바람과 같이 내달리며 저 앞에서 마치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듯 한 히스파냐의 기병들에게로 육박해 들어갔다.
“이야아아아!”
이번에는 이쪽도 물러설 수가 없다는 듯, 행색은 초라해도 고함 소리만큼은 큰 자들이 누디아와 마찬가지로 말을 내달리며 서로가 서로에게 부딪쳐 들어갔다.
콰앙!
쾅!
퍼억!
챙강!
쇠와 쇠가 부딪치는 소리보다는 말과 말이 부닥치는 소리.
그리고 둔탁한 충격음과 사람들이 공중에 붕 떠올랐다가 낙마하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사방에서 고함과 악을 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가장 먼저 적을 돌파해 그 사이를 꿰뚫고 나온 건 역시나 누디아의 기사들이었다.
“됐다!”
“보병들은 진형을 맞춰서 진격해라!”
기병들의 기동력이 좋다고는 하지만 저렇게 진형이 깨지고 뒤까지 잡히면 그냥 표적으로 잡히기 딱 좋은 값 비싼 먹잇감에 불과하다.
심지어 기동력까지 잃었다면 보병 하나로 기병 하나를 잡을 수 있는,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교환비를 낼 수 있는 상황.
누디아의 보병들은 한창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다가가는 속도를 높였다.
자신들은 그냥 군대가 아니라 마족 추종자들을 벌하기 위해 온 빛의 집행자라는 자부심에 여태까지 자신들을 골려먹던 자들이 아군의 기병들에게 발목을 붙잡혀 허둥대고 있는 장면을 보니 당장 달려가서 그들을 거들고 공을 세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 것이었다.
“호이호이!”
“호이호이호이호이!”
한창 싸우고 있던 히스파냐의 기병들 사이에서 고성이 들려왔다.
그러자 그들은 바로 말머리를 돌려서는 전장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분명 격전이었음에도 나름 잘 버틴 것인지 수가 크게 줄지는 않았지만, 그렇지 않아도 허접해 보이던 모습이 무기나 모자, 심지어 옷까지 버리고 도망가니 더더욱 초라해 보였다.
“쫓아라!
추격해라!”
“여기서 끝장을 본다!”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기사들과 기병들이 일제히 그 뒤에 따라 붙었다.
보병들도 비록 무리가 좀 가긴 하겠지만 조금 더 속도를 높이며 혹여나 아군 기병들이 매복에 걸리면 바로 뒤를 봐주기 위해 움직였다.
그때, 도망치던 히스파냐의 기병들이 또 다시 몸을 돌리고는 시위를 당긴다.
저번처럼 추격자들을 뿌리치기 위해 일종의 속임수를 쓰려는 모양.
누디아의 기사들은 이미 그 따위 속임수는 더 통하지 않는다고 외치며 박차를 가했다.
피잉!
핑!
퍽!
푹!
“꺽!”
“크윽!”
그 때, 몇몇 기사들과 기병들이 목이나 얼굴, 혹은 겨드랑이 쪽을 부여잡곤 비틀거리다가 결국 대열에서 이탈하고 말았다.
전부 눈 먼 화살에 힘조차 없는 것인 줄 알았는데 저들 입장에서는 운이 좋아서, 누디아 입장에서는 운이 좋지 않아서 제대로 날아간 화살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탈한 동료들은 후방의 본대에게 맡긴다!”
“저 더러운 것들을 싹 쓸어버려야 해!”
이미 약이 오를 대로 오른 상황에 옆의 동료들이 화살에 쓰러지기까지 하니 더욱 눈이 돌아가서는 미친 듯이 속도를 올린다.
본대와 거리가 너무 벌어진 것을 파악한 지휘부 측 귀족들이 진정을 시킬까 고민도 해보았지만 아군이 쓰러진 와중에 또 이대로 군을 물리면 단순히 불만 정도로 상황이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그들도 하루 빨리 저 귀찮은 놈들을 붙잡아 전멸시키고 마음 편히 진격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기에 굳이 이들을 말리지 않았다.
오히려 당장 눈앞에 뭐가 있든 간에 전부 쓸어버릴 수 있다는 이 의지, 분위기에 휩쓸려 함성을 지르며 앞으로 달리고 또 달릴 뿐이었다.
“···사령관님.
기사들과 기병들이 너무 앞서나갑니다!”
“알고 있습니다.
지금 즉시 신호를···.”
다급히 본대에서 깃발을 올리고 나팔도 불어보았지만, 전장의 흥분은 거기에 내던져진 사람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게 하는데 충분하고도 남았다.
그렇지 않아도 보병들이 슬슬 지쳐 가는데 오히려 저들은 더욱 속도를 높이고 있으니 우려가 점점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한편, 정신없이 히스파냐 측의 기병들을 쫓던 기사들은 적들이 갑자기 서로를 바라보며 뭔가를 외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유다이!”
“유다이유다이!”
저게 도대체 무슨 헛소리일까,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터트리려는 찰나.
누디아 측의 기병들은 마치 한 폭의 그림이라도 보는 것처럼 질서정연하게 옆으로 촤악!
하고 퍼져나가는 적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에, 자신들이 쫓던 자들의 행색과 비슷한 복장의 또 다른 기병들 또한 시야에 담을 수 있었다.
“함정?”
“어찌 할까요!”
“별 수 없다!
뚫는다!
어차피 돌격을 이용한 힘 싸움에서는 우리가 유리해!”
초라한 기수들과 작고 볼품없는 말들.
누디아 측의 기사들과 기병들은 비록 적들이 매복을 했다지만 단 한 번의 돌격으로 저따위 허접한 군세는 순식간에 무너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삐이이이!―
난데없이 괴상한 소리가 하늘 가득 울려 퍼진다.
촉 대신 이상한 둥근 뭔가를 단 화살이 허공으로 솟구치는 것을 시작으로, 여태까지 자신들이 쫓고 있던 자들이 돌아서서는 일사분란하게 누디아의 측면을 잡는다.
‘저렇게 전환이 빠르다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말을 달리는 것조차 힘겨워보이던 놈들이?’
투웅!
퉁!
퉁!
앞에 자리하고 있던 자들이 또 다시 시위를 당기고 화살을 날리는 순간.
누디아 측은 뭔가 잘못되어도 아주 단단히 잘못 되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여태까지와는 전혀 다른 소리, 그야말로 대기를 찢어발기며 날아오는 묵직한 쇠의 소리와 함께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 했던 죽음의 기운이 드리워진 것이었다.
퍼퍼퍼퍽!
퍼퍽!
“끄아악!”
“푸억!”
전처럼 애들 장난 수준의 공격이 아니다.
지금 저들이 쏘아 보내는 건 귀신 같이 갑옷의 약점만을 노리고 날아드는 화살들.
순식간에 전열이 붕괴되고 낙마한 기수들이나 넘어진 말들로 인해 진행로까지 막히니 그 어떤 이라도 속도를 더는 낼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기수는 물론이고 말까지 부상을 당하니 당연히 속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곧 누디아 측은 순식간에 기동력을 잃고 움직이는 표적 수준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파스스스!
그러자 그들의 측면 들판에서, 말과 사람이 함께 몸을 일으킨다.
기수를 등 위에 태운 그대로 숲에 엎드려 몸을 숨기고 있던 말들이 마치 엄청나게 훈련된 정예병마냥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더니 그대로 누디아 측의 뒤를 잡는다.
속도를 잃은 채 한 자리에 뭉쳐 방황하는 누디아 측 인원들.
그들을 노리는 건 측면, 그리고 뒤에서 달려드는 기병들과 앞을 가로막고 있는 또 다른 기병들이었다.
“사령관님!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앞쪽에서 비명 소리가!”
“그렇게 신호를 보냈건만!
서둘러라!
아군 기병들과 기사들이 쓸려나가면 그 때는 모두가 안전치 못 한단 말이다!”
어떻게든 싸움터로 이동해서 아군의 뒤를 봐주어야 한다.
하다못해 퇴각하는 이들의 피신처 정도는 되어야만 한다.
여기서 기수들을 전부 잃었다가는 이 거대한 군대가 그저 느리게 움직이는 먹음직스러운 사냥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게 된다.
“사령관님!
안 됩니다!
이러다가는 본대도 같이 휩쓸려요!”
하지만 아이브는 그런 1군의 사령관을 막으며 말을 이었다.
“저기!
저기를 보세요!”
“어느 틈에?”
분명 본대 주변에 정찰병들을 배치해두었다.
혹 다가오는 적들이 없는지 확실히 살펴두기 위해서.
그런데 도대체 언제, 어느 틈에 측면과 뒤를 잡은 것인지 또 다른 무리의 기병들이 괴성을 내지르며 주변을 빙빙 돌고 있었던 것이다.
“아군이 다급하게 움직여서 진형이 길게 늘어지면 반드시 허리를 끊으려 할 겁니다!
한 번 잘리기 시작하면 그 다음은 더 쉽고, 그 다음은 훨씬 더 쉽습니다!
여기서 함부로 움직여서는 모두가 죽을 뿐이에요!”
“그러면 앞서 나간 아군은!”
“한 덩어리가 되어서 나아가야 해요.
큰 얼음은 물에서 녹지 않고 버틸 수 있어도 한 번 잘리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녹아 사라지는 법입니다!
정신 차리세요!
이러다가는 몰살입니다!”
이미 앞에서 비명 소리와 말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가득해지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아군을 지원해야 했지만, 만약 섣부르게 움직였다가는 주변을 빙빙 돌며 이쪽의 진영을 파고들어서 반으로 가르며, 종국에는 아예 사방으로 깨트려 흩어지게 하려는 자들이 득실거렸기에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사각형 방진은 절대 안 됩니다.
모서리가 가장 취약해요.
원형 방진을 짜고 조금씩 앞쪽으로 진형을 넓혀서 퇴각하는 아군들을 받아들이고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사령관님은 병사들이 동요하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세요.
제가 가서 아군 기사들과 기병들을 건져올게요!”
피해가 상당하겠지만 아군 기병들이 함정에 빠졌다면 십중팔구 기동력을 잃은 채 한 곳에서 집중적으로 공격을 당할 것이 확실했다.
그렇게 되면 피할 곳도 없는, 말 그대로 몰살당할 확률이 매우 높으니 아이브로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들을 최대한 받아들여야만 했다.
‘분명 히스파냐의 본대는 이제야 출발했다고 모든 첩자들이 공통적으로 보고한 사항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정말이지, 이것도 당신 작품이겠지요, 시온 클라우젠 공자?’
이 한 번의 괴멸적인 타격을 위해서 일주일에 가까운 시간 동안 속임수를 쓴 것이라니.
아이브는 지독하다 싶을 정도로 대단한 전략에 피가 나도록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크억!”
“죽여!
보잘 것 없는 놈들이다!
이 정도 놈들은··· 꺼헉!”
중견 지휘관으로 보이던 누디아 측 기사의 머리통이 그대로 뭉개졌다.
투구 째로 으스러진 머리에서는 피와 뇌수가 줄줄 흘러내리며 절명한 이가 거꾸로 처박혀서는 말 아래로 굴러 떨어지자 여인은 대충 철퇴를 휘둘러 피를 훑어내었다.
“테무친.
어쩔까요.”
딱히 대단해 보이는 갑옷이나 장식 따위는 없는 행색의 사내들.
그러나 눈동자나 몸에서 풍겨져 나오는 분위기는 걸어 다니는, 아니 말을 타고 다니는 살인병기라도 해도 믿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이미 누디아의 피를 잔뜩 머금은 칼과 도끼, 철퇴를 들고 있는 그들이었지만 여전히 전투와 살육에 목이 마른 자들 마냥 눈에서 시퍼런 안광이 쏟아지고 있었다.
“늘 하던 대로.”
그런 전사들의 수장이자 저 머나먼 북쪽 땅의 강자.
쟌 테무친은 다음 목표를 눈으로 찾으며 말했다.
“포로는 필요 없다.
보이는 족족 죽이고, 귀를 잘라와.”
―――――――작품 후기―――――――
추천을 주시면 궁극기 쿨이 더 빠르게 찬다고 합니다···.!
저는 항상 추천이 고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