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70)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70화(270/439)
270―――――
Requiem
히스파냐의 기병들.
아니, 북부 전사들의 칼날은 매서웠고 기마술은 거의 신기에 가까웠다.
누디아 측의 공격을 피하며 갑옷의 관절부나 빈틈을 노려서 곡도를 쑤셔 넣거나 강하게 배어냈고, 아니면 철퇴나 도끼를 이용해 갑옷 째로 부숴버리기도 했다.
상대가 버거운 실력자라면 정면에서 승부를 피하고 말의 옆구리에 매달려 상대편의 말을 공격해 몸통을 베어 버리거나 아니면 다리를 잘라내기까지 했다.
히스파냐의 북부 귀족들은 잘 알고 있던 그들의 전법이었지만, 누디아 입장에서는 낯설다 못 해 아예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 한 것.
말 그대로 북쪽의 살에 이는 삭풍과도 같은 잔혹하고도 끔찍한 공격들이었다.
“끄억!”
“지휘관님!
더는 무리입니다!
지금이라도 이탈해야 합니다!
수에서도 밀리고··· 꺽!”
어디선가 날아든 화살이 그대로 부관의 목을 꿰뚫자 기병들과 기사들을 이끌던 귀족들은 어찌 할 바를 모르며 그저 호위를 받으며 분전하는 데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여태 많은 전장을 누볐지만 이렇게 귀신 같이 활을 쏘는 자들은 요정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만나보지 못 했던 것이다.
“역시 히스파냐의 기사들과 다를 건 없군.”
쟌은 자신에게 겁 없이 달려드는 기병 하나를 으깨죽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돌격전에서 자신들이 절대 정규군들을 이길 수 없다는 건 이미 히스파냐를 상대하면서 부족들이 대대로 깨우친 생존법이다.
때문에 기사들의 갑옷을 조사하고 그 약점을 정확히 파악해서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노리는, 그야말로 약점 파괴술이라 불릴 궁술을 연마했다.
심지어 그 어려운 일을, 땅에 서서가 아니라 말에 탄 채로 말이다!
“천천히 몰아붙여서 전부 사냥해라.
생존자도, 포로도 다 필요 없다.”
“예, 테무친!”
북쪽의 전사들은 사냥감을 몰 듯 누디아를 사지로 몰았다.
일부러 한쪽 면의 전력이 약한 듯 슬쩍 풀어주고 그쪽으로 빠져나가면 살 수 있다는 연기를 하니 가장 먼저 누디아의 기병들이 전투를 포기하고 그쪽으로 도주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귀족 몇몇도 더는 안 되겠다고 내뺐고 전장을 지키고 있는 건 기사들과 그래도 이렇게 된 거 싸우다가 죽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다른 귀족들이었다.
“요이요이!”
“요이이요이이!”
그 때, 반대편에서 들리는 신호 소리에 쟌은 인상을 찡그렸다.
한창 재미나게 사냥을 즐기는 중인데, 아무래도 방해꾼이 등장한 모양이었다.
“상황.”
“적들 본대입니다.
우리를 쫓지 않았던 기병들도 남아있고 무엇보다 훈련이 잘 된 보병들이 진형을 갖춰서 가까이까지 접근했다고 합니다.”
“자를 수 있나?”
“몇 번 해봤지만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 말에 쟌은 쯧, 하고 혀를 찼다.
자신들의 고향에 있을 전사들을 전부 데리고 왔다면 적의 본대도 더 크고 더 두터운 포위망을 형성해서 그대로 잡아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향 땅과 부족들을 지켜야 할 전사들을 놔두고 와야 했기에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전장에 합류한 것이 아쉽게 작용하고 있었다.
“포위망은 풀되 전열에서 이탈한 적들을 쫓아라.
무리에서 떨어져나간 사냥감은 챙겨야지.”
“예!
테무친!”
삐이익!―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전투에 한창 열중하던 북부의 전사들이 순식간에 거리를 벌린다.
물론 적들이 함부로 달라붙지 못 하게 화살로 견제를 하면서 괜히 자신들에게 따라붙지 말 것을 강하게 경고한다.
“꺼억!”
그러는 사이, 다른 이들은 말머리를 돌려서 전장에서 이탈한 사냥감들을 끝까지 쫓는다.
전투 초기라면 어떻게든 도망갈 수도 있었겠지만 말들도 생물이기에 당연히 시간이 흐르면 지치고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면에서 북쪽의 말들은 비록 비루하고 초라해 보일지언정 쉽게 지치지 않았다.
덕분에 북쪽의 전사들은 미친 듯이 말을 달려서 기어코 달아나던 적들을 따라잡고야 말았다.
그 후 일어난 일들은, 제대로 된 저항조차 못 해보고 피를 뿜으며 쓰러지는 누디아의 기병들이었다.
“빌어먹을!”
멀리서 아군들이 하나 둘 씩, 마치 사냥꾼에게 잡히는 사냥감처럼 살해되는 것을 지켜보기만 살아남은 자들에게는 꽤나 고역이었다.
비록 저들이 자신들을 두고 도망친 이들이라지만 어찌 되었든 생존을 하면 부대에 복귀해서 다시 전력으로 쓰일 수라도 있을 것이다.
저렇게 이리 저리 몰리다가 화살을 맞고 낙마한다거나 꼬리를 붙잡혀 몸통에 칼날이 쑤셔 박힌다거나 머리 위에 철퇴 따위가 내리꽂히는 장면은 절대 유쾌할 수가 없었다.
“지휘관님!
뒤쪽에 아군 본대가 도착했다고 합니다!”
“대장!
아군이 왔습니다!”
지옥 속에서 가쁘게 숨을 쉬다가 비로소 구원의 동아줄이 내려온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일까.
간신히 버티던 이들은 살았다는 미소를 지으며 또 무슨 이상한 짓을 벌일지 모르는 히스파냐의 기병들, 아니.
히스파냐의 기병들이라고는 절대 부를 수 없는 잔혹함을 지닌 자들을 긴장한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이만 물러나자.
사냥을 더 즐기고 싶다만 전사들도 다친 녀석들이 많이 보이는구나.”
“명 받듭니다, 테무친이여!”
쟌 옆에 위치했던 이가 손을 몇 번 흔드니 그 많은 기병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일부는 쟌을 따라서, 일부는 측면으로, 또 나머지는 주변을 배회하며 허튼 짓을 하면 바로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물어뜯어주겠다는 듯 후방을 위협하면서 말이다.
“아이브님.”
“···가서 살아남은 기사 분들과 기병들을 챙기세요.
말들도 더는 움직일 수 없는 녀석들은 빼고 나머지는 어떻게든 회수합니다.”
기병들의 움직임을 멀리서 지켜보며 아이브는 저들이 비로소 히스파냐의 사람들이 아님을 깨달았다.
저런 이들이 있었다면 과거 누디아와 전투를 치를 때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을 리가 없다.
그런데 굳이 이번 전쟁에 저들이 나타났다는 건 다른 곳에서 다른 누군가를 끌어와서는 이 넓은 사냥터에 맹수를 풀어놓은 것과 다름이 없었다.
전장을 정리한 후 아이브는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1군 사령관을 찾았다.
그런데 그에게 가보니, 전혀 생각지도 못 했던 손님이 와있었다.
“사령관님, 이 분은···.”
“아, 인사드리세요.
방금 전 아군 진형으로 찾아오신 귀한 손님입니다.”
귀한 손님?
아이브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녀는 당혹감과 함께 ‘어째서?’ 라는 표정으로 그 사람, 아니.
‘요정’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레 누디아의 군영을 찾은 요정, 실리엔은 가볍게 눈인사만 해보이고는 꽤나 도도해보이는 몸짓을 해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대들이 빛의 뜻을 세우고, 위대하신 빛의 후예들의 마음을 따라 이 더러운 땅에 왔기에 그분들의 종자를 자처하는 우리들이 불쌍한 너희들을 도와주러 왔다.”
“···그렇습니까?”
누디아에도 요정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히스파냐의 것들 마냥 재수 없고 고귀한 척을 다 하는 것도 다 똑같다.
아이브 역시 그 점을 잘 알고 있었기에, 더해서 방금 전에 엄청난 패전을 겪고 왔기에 저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짜증이 확 일었지만 이곳은 적진이다.
조금이라도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면 고개를 숙여야만 했기에 그녀는 애써 감정을 숨겼다.
“히스파냐의 본대가 얼마 전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그대들도 알고 있겠지?”
“그쪽 첩보를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허면 그들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이 근처까지 도달했다는 건?”
“···그것까지는 미처 몰랐습니다.”
“인간들이 결국 그렇지.
너무 느려.
그렇게 느려서 어디 위대하신 분들의 뜻을 제대로 이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그렇게 빠르신 분들이 왜 이제 와서 이러는 걸까요, 라는 말이 목구멍 바로 밑까지 차오르는 아이브와 1군 사령관이었지만 입술을 앙다물고 참아내고 말았다.
아쉬운 쪽이 먼저 숙여야 할 판이고, 자신들보다 히스파냐의 상황에 더 자세히 알고 있을 이 요정들의 도움은 1군 입장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적들이 조만간 도하 준비를 할 거다.”
“도하 말입니까?
왜 굳이 그런···.”
“평소처럼 다리를 이용하려면 나흘을 돌아가야 하니까.
히스파냐의 본대는 너희들이 피해로 인해 잠시 주저앉아있는 틈을 타서 너희들 몰래 포위를 할 생각인 거다.”
“···!”
그 말에 1군 사령관과 아이브는 꽤나 놀란 눈빛을 띠었다.
현재 1군의 피해는 기동력을 중심으로 하는 기병대가 제일 심각했다.
그래도 기사들은 어느 정도 버티면서 싸운 반면에 그들은 일부는 도망가다가 죽고, 또 일부는 측면에서부터 한꺼번에 공격을 받아 제대로 저항조차 해보지도 못 하고 녹아내린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잠시 피해를 수습하기 위해 본대가 주저앉아있는 틈을 타서 히스파냐의 본대가 도하를 해서 나흘이나 시간을 당긴 후에 이쪽을 들이치면 그때는 앞에서는 히스파냐의 정규군을, 그리고 뒤와 옆에서는 그 무시무시한 정체불명의 기병들을 맞이해야만 했다.
“도착하기 직전에 살펴보니 이미 싸움을 벌이고 있더군.
그들이 누구인지는 아나?”
“히스파냐의 병사들은 확실히 아닌 것 같았습니다만.”
“그렇다.
히스파냐가 북쪽의 인간들을 끌어들였다.
빛의 뜻을 단 하나도 알지 못 하는, 아예 관심도 없는 더럽고 역겨운 것들까지 전쟁에 부른 것이지.”
“···.”
“그대들은 빛의 뜻을 위해 움직이는 자들이다.
의심을 가지지 말고 행동해라.
우리 요정들이 너희들을 도울 테니 그저 힘껏 싸우기만 하면 될 것이다.”
그 싸우는 것도 상황을 봐가면서 해야지, 여기서 뭘 더 어쩌란 것인가.
아이브가 그렇게 말하는 듯 조금은 굳는 표정으로 실리엔을 쳐다보니 그는 피식, 미소를 짓고는 걱정하지 말라며 말을 이었다.
“적들이 도하하는 지점에 이미 내 동지들이 몸을 숨기고 있다.
100명에 달하는 숫자지.
그 정도라면 도하를 위해 선발대와 본대가 떨어졌을 때 기습을 한다면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다.”
본래 군대는 강을 건너기 시작하고 나서 선발대가 막 도하를 마쳤을 때 가장 취약해진다.
본대의 일부가 강을 건너고 있으니 군대가 진형도 제대로 짜지 못 한 채 삼등분이 되어 있는 상태이며 서로가 서로를 지원할 수도 없는 상황에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요정들이 비록 속을 알 수 없는 종족이긴 하지만 빛의 뜻을 위해서라면 무슨 지옥에라도 들어간다고도 했다.
거기에 활 솜씨로는 인간이 따라갈 수 없다고 했으니까 분명 히스파냐의 본대가 도하를 할 때를 노린다면 피해를 줄 수 있을 거야.’
아이브는 재빠르게 계산을 마치고는 1군 사령관을 돌아보았다.
“사령관님.
남은 기병들과 기사들을 전부 동원해야겠습니다.”
“무슨··· 이제 막 간신히 전투에서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입니다.
상당수가 피해를 입었는데 또 다시 바로 투입을 하라니요?”
“기회입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훌륭한 길잡이 분들이 생겼으니 야간에 은밀히, 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북쪽에서 왔다는 저 야만족들은 아직 이 일대 지리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 못 할 테니 야간에까지 함부로 움직이지는 못 할 겁니다.”
방금 전 저들의 움직임으로 어느 정도의 한계점을 파악한 아이브였다.
확실히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하며 말을 다루는 솜씨는 어지간한 기사 정도는 기마술로도 씹어 먹을 수준이 확실해보였다.
‘그런데 그런 자들이, 여태 단 한 번도 야간에는 기습을 하지 않았어.
저녁과 새벽에도 움직이는데 해가 완전히 없는 상태에서는 움직이지 않았단 말이지.’
야간 전투는 주간 전투와는 아예 궤를 달리하는, 전혀 다른 전장이라고 해야 한다.
그리고 서로가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저들에게 조금이라도 상황이 꼬일 수 있는 야간 전투는 되도록 피하고 싶은 전장일 것이다.
만에 하나 조금이라도 삐끗해서 한쪽이 몰아칠 때 다른 한쪽의 지원이 늦어지면 제아무리 기마술에 능통한 자들이라고 해도 속도를 잃고 고정 표적이 될 뿐이니까 말이다.
“전투에 참전하지 않았던 예비 기병대도 있잖아요.
거기에 기사 분들의 피해는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기회입니다.
야간에 은밀히 이동해서 어떻게든 적의 본대에게 피해를 입혀야 해요.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1군 전체가 앞뒤로 포위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본대가 클라우젠을 함락하지도 못 했는데 우리가 무너지면 본대도 더는 공성전을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아이브의 강력한 주장에 1군 사령관도 침음을 내뱉으며 고민에 빠져들었다.
그 말대로 아직 예비대도 남아있고, 기사들은 강력하게 저항하면서 피해를 최소화시켰다.
피로하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겠지만 싸울 수 없느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여전히 자신들 1군의 창끝은 날카로웠고 마음만 먹는다면 어디든 찔러볼 수 있었다.
“빨리 결정해라.
곧 해가 떨어진다.
그대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할 거라면 지금이 기회야.
살펴보니 너희들을 공격한 자들도 수습을 위해서 잠시 물러난 것으로 보였다.”
시간이 흐르면 또 다시 북쪽의 전사들이 주변을 오고가며 발목을 잡을 것이다.
저들도 잠시 군의 수습을 위해서 거리를 벌린 바로 이때가 기회였다.
최악의 패배를 당한 바로 그 날에 설마 최고의 반격을 할 거라곤 저들도 생각지 못 할 수도 있었다.
‘···요정들이 주변을 봐준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1군 사령관도 결정을 내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빠르게 별동대를 보내서 히스파냐의 본대를 기습하고, 그러는 동안 자신들 본대는 이 근처를 돌면서 북쪽 전사들의 시선을 이쪽에 붙잡아둘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바로 준비해라.
솔직히 인간들 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여기서 오랫동안 머물고 싶지 않았는데 잘 되었어.”
실리엔은 제 활을 지고는 먼저 막사를 나가버렸다.
1군 사령관은 이 중요한 임무를 누구에게 맡겨야 할까 고민을 하던 찰나.
“사령관님.
이번에는 제가 가고 싶어요.”
“아이브님?
이건 별동대입니다.
보병들의 진형도 없는 터라 정말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가서 직접 현장을 보고 결정을 내리고 싶습니다.
보내주세요.
아버지도 단순히 제가 안전한 곳에서 전장만 지켜보라는 뜻으로 저를 보내신 게 아니니까요.”
“끄응···.”
아이브의 말에 사령관은 잠시 고민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누디아의 재상이자 멍청하게 빛의 뜻만 외치는 귀족들과는 아예 다른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에텔모 기 레스티온의 외동딸이자 후계자인 여인이다.
혹 그녀가 다친다거나 포로로 붙잡힌다면 그 때는 정말 최악의 일 중 하나가 벌어지는 셈이었지만 아이브는 분명 뛰어난 사람이다.
이득이 되면 되었지, 짐이 될 여인은 결코 아니었다.
당장 자신도 누디아 내부에서 아이브 덕을 본 적이 몇 번 있었으니까 말이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같이 가세요.
대신 조심해야 합니다.
아이브 님의 정체가 우리 군에 알려진 이상 붙잡히게 되면 누군가가 누설할 수도 있으니까요.”
“명심할게요.
히스파냐의 본대에 최대한 피해를 끼치고 올 테니 그동안 본대로 적들의 시선을 이곳에 집중시켜 주세요.”
아이브와 사령관의 이야기가 끝나고, 히스파냐 본대가 도하 준비를 하는 곳으로 한 무리의 누디아 측 병력들이 깊은 밤사이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밤중에 이런 규모의 병력이 움직이는 것, 특히나 그곳이 지리도 정확히 모르는 곳에 적진이라면 더더욱 해서는 안 될 짓이었지만 히스파냐에 살던 요정들이 길잡이를 자처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고 무엇보다 큰 패배를 당하자마자 바로 행동에 들어갔던 터라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이번 작전을 강력히 주장했던 아이브는 만에 하나, 정말 만에 하나의 경우를 생각했다.
자신이 아는 시온 클라우젠이라면 분명 본대 속에, 그리고 그 본대에서도 앞에 설 것 같다는 그런 생각 말이다.
만약 이번 기습에서 그 히스파냐의 영웅에게 부상을 입힌다거나 정말 신이 도와서 그를 죽일 수만 있다면 히스파냐의 사기를 완전히 꺾어버릴 수도 있었다.
‘이미 강하게 맞았으니, 더 세게, 그리고 더 아프게 때려야 이길 수 있어.
병력에게 큰 상처를 주기 보다는 사기나 자존심에 상처를 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누디아의 병사들만 있었다면 꿈에도 못 꿀 일이었지만, 요정들이 자신들을 돕고 있다.
난전의 와중에 시온 클라우젠이 거기에 있고 그 위치를 확인만 한다면 그들이 그 왕국의 영웅을 저격하는 일도 어려운 것은 아닐 것이다.
아이브는 입술을 깨물며 어쩌면 전황을 뒤집을 수도 있는 이번 작전에 사활을 걸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