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72)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72화(272/439)
272―――――
건드리지 말아야 할 두 가지
“적 마법 확인!”
“위치 탐지 중!
바로 반격을!”
마법의 흐름을 읽자마자 바로 클라우젠에 소속되어 있던 마법사들이 탐지에 나서고 곧이어 그 위치에 요격 마법을 시전 한다.
대단한 실력을 지닌 마법사 정도가 아니라면 마법을 시전 하고서 수식을 그리고 계산을 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니 그동안 그 변화를 감지하고 적 마법사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
그게 전쟁에 투입되는 마법사들의 실력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었다.
그리고 클라우젠 변경백령은 오랜 세월동안 외침으로부터 히스파냐를 지키던 실력자들의 땅.
즉 알짜배기라 부를 수 있는 자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는 소리였다.
“확인 완료!
위치 공유!”
“요격 마법은 바로!”
곧이어 누디아 측의 마법사들이 있는 지점으로 클라우젠의 요격 마법이 날아갔다.
물론 누디아도 바보는 아닌지라 슬쩍 마나를 흘리고 위치를 옮긴 이후였지만 그만큼 그들도 마법을 제대로 쓸 수 없으니 어찌 되었든 클라우젠이 공격을 막은 셈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해자를 메우지 못 하게 해라!
해자만 지키면 놈들도 어쩔 도리가 없다!”
“아군 측 3번 투석기 손상!
운용할 수 없습니다!”
“뒤로 빼서 기술자들에게 맡겨라!
수리조차 불가하다면 분해해서 예비 부품으로 활용하도록!”
공격 측만 거대한 무기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다.
방어 측 역시 공성 병기에 맞서 수성 병기를 활용하며 때에 따라서는 공성 병기보다도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더해서 그걸 운용하는 이들이 고도로 숙련된 병사들이라면, 적보다 훨씬 더 많은 공격으로 성과 해자에 접근하는 이들을 모조리 쓸어버릴 수도 있었다.
“예비대를 투입해라!”
“거세게 몰아쳐라!
더 몰아쳐!”
“물러서지 마라!”
누디아 측도 이번 전투에 사활을 건 듯 대기하고 있던 예비대를 벌써 2번이나 투입했다.
클라우젠 입장에서는 하루에만 자그마치 3번의 파상 공세를 막아야 하는 일이었기에 모두가 힘이 들 수도 있었지만 과거서부터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했던 터라 아직까지는 버틸 만한 듯 보였다.
“투입!
투입!”
“진형을 맞춰서 진격해라!
겁먹지 마라!
흩어지면 화살에 다 죽는다!”
“적 마법사들 위치 확인!
대응 들어가겠습니다!”
누디아의 예비대들이 속속 대오를 맞춰서 성 쪽으로 접근하는 순간이었다.
캬아아악!―
하늘에서 들리는 괴성에 누디아 측의 지휘관들은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수는 얼마 되지 않지만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괴로운 그리핀들이 공격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병력을 머리 위를 돌면서 언제든지 괴롭힐 수 있다고 협박이라도 하는 모양새를 보였던 것이었다.
“대응부대!
대응부대!”
“조준!
조준!”
“마법사들, 대기해라!”
공격 첫 날, 누디아가 클라우젠을 공격하자 그리핀 부대가 날아올라 누디아의 후방에 마법 공격을 떨어트리며 꽤나 많은 피해를 입혔다.
그 후 그리핀들에게 단단히 데인 누디아는 항상 일정 수 이상의 궁병들과 마법사 서넛을 대기시키며 그리핀을 하나라도 떨어트리기 위해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여태까지 알려진 사실들과 모인 정보들로 봤을 때 그리핀의 숫자는 셋에서 다섯 정도.
하나라도 전력에서 이탈시키면 엄청난 이득이었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워워!
그만 내려가자.
이 이상 가면 위험해.”
누디아의 대웅 때문에 남부에서 엄청난 활약을 했던 그리핀 부대도 이번에는 첫날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공을 세우지 못 하고 있었다.
일단 마법 스크롤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럴 만한 가치를 지닌 쪽으로 내려가서 공격을 해야 했는데, 아무리 기수들의 눈이 좋다고 하더라도 목표를 확인은 해야만 했다.
미끼이거나 아무런 가치가 없는 곳에 그 귀한 마법 스크롤을 쓰자니 너무 손해이고, 그렇다고 다른 공격 방식을 생각하자니 그 무게로 인해 그리핀들의 속도가 너무 낮아지는 게 문제였다.
더군다나 시야를 확보하려면 고도를 낮춰야 하는데 자칫 마법이나 화살이 닿는 거리까지 갈 수도 있었기에 섣부르게 움직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핀들을 이용해 잠시 시선을 끌고 시간을 늦추기는 했으나 결국 누디아의 예비대는 1차 공격대와 적절한 타이밍에 교대하여 다시금 클라우젠의 성 앞으로 밀고 들어갔다.
“앞으로!”
“방패 들어!
물러서지 마라!
죽더라도 해자만큼은 메우고 죽는다!”
누디아 군은 해자를 메우기 위해 갖은 수를 동원했다.
저 높은 성벽이나 단단한 성문보다도 더 문제인 것이 바로 해자이다.
저걸 메우지 않는 이상 성 가까이로 그 어떤 병사도 붙을 수가 없으니 도저히 승부를 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꼬박 하루 동안 계속된 공성전은 공격 측과 수비 측 모두에게 엄청난 부담과 피로를 주었고 결국 이번에도 이렇다 할 결정적인 치명상을 주지 못 한 채 전투가 끝났다.
“적이 물러납니다!”
“화살 아껴!
쏘지 마라!”
“예비대는 바로 교대해서 성벽을 사수하고 나머지는 어서 재정비하도록.”
여태 싸우던 규모와는 차원이 다른, 누디아 측의 엄청난 공세 앞에서도 클라우젠은 잘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곧 원군이 당도하면 역으로 저들을 몰아붙일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또 한 번 히스파냐의 든든한 방패로서 전설을 한 줄 추가하는 셈이니 기사이고 말단 병사고 모두가 노력해서 여기까지 무리 없이 끌고 온 것이었다.
“···뭐라고?”
원래라면 영지의 모든 이들이 훨씬 더 잘 버텨주고 있음에 미소를 지어야 할 리히텐 변경백.
하지만 지금 그는 갑자기 날아든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 하다가 그럴 리가 없다는 듯 다급히 고개를 내저었다.
“갑자기 그 무슨 뜬금없는 말을!
시온이 왜 전사를 하나?
그 아이가 갑자기 왜!”
“정확한 건 아니지만 그런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합니다.
왕국 안으로 들어간 누디아 군이 지나간 곳에서 그런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는데 도하를 하던 본대를 기습하여 그 와중에 시온 공자께서 화살을 맞고···.”
“본대에 연락을 취해보았나?”
“해봤습니다만 답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뭔가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는 모양인지 아무리 마법 통신을 보내도 수신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라이온 기사단장의 말에 리히텐 변경백은 갑자기 눈앞에 하얗게 변하는 느낌이 들었다.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며 식은땀이 흐르고, 자리에 서있을 수가 없어서 의자를 짚으며 그대로 허물어지듯 자리에 앉고 말았다.
“백작 각하!”
“···아직 확실시 된 건 없다.
동요하지 마라.
이건 우리를 흔들기 위한 저들의 수작일 수도 있다.
소문은 소문으로만 받아들여라.
알겠나, 기사단장?”
“예, 옙!”
이만 물러가라는 리히텐 변경백의 손짓에 라이온 기사단장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서 자리를 떠났다.
직후 리히텐 변경백은 마구 흔들리는 손으로 역시나 이리저리 흔들리는 숨을 간신히 내뱉으며 이마를 짚고는 두 눈을 감았다.
“아니겠지.”
그래, 절대 아닐 것이다.
그럴 리가 없다.
갑자기 자신의 아들이, 그 아이가 왜 죽는단 말인가.
시온의 주변에 있는 이들은 자신이 생각해도 하나 같이 괴물 같은 실력을 지닌 이들 뿐이다.
그런 사람들의 보호를 받는 시온이 해를 입었을 리 없다.
‘동요하면 안 된다.
이미 이렇게 은밀히 소문이 퍼지고 있다는 것도 적들의 노림수일 것이다.’
자신와 클라우젠 영지는 어디까지나 방패 역할에만 충실하면 된다.
설사 시온이 다쳤다거나 정말 최악의 경우로 전사했다고 해도 클라우젠이 흔들려서는 안 되며 그럴 이유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심호흡을 해보는 리헤텐 변경백.
하지만 아무리 마음을 추스르려고 해도 그게 잘 되지 않아 무척이나 곤혹스러웠다.
자꾸 심장이 두근거리고 머릿속에는 불길한 생각만이 가득해진다.
누디아의 그 엄청난 공세를 맞이하면서도 여태까지 단 한 번도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았던 변경백의 머릿속에 처음으로 어둡고 슬픈 미래가 들어찼다.
‘진정해라, 내가 흔들리면 안 된다.
다른 이는 다 흔들려도 나만큼은 안 돼.’
으득―.
리히텐 변경백은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며 잡념을 털어버렸다.
지금 당장은 눈앞에 몰려든 적들을 상대하여 이겨내는 것만이 중요했다.
진실을 알아가는 것, 그리고 정말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일어나서 복수를 해야 한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나중의 일이다.
자신은 지금 이 싸움에만 집중한다.
그게 이 나라와 제 영지를 위한 길이니 당연한 것이다.
“백작 각하!”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기사 하나가 급한 목소리로 리히텐 변경백을 찾는다.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표정을 정리하고 피가 흐르던 입술을 대충 손등으로 훑어낸 그가 들어오라는 명을 내리니 기사가 안으로 들어선다.
“각하.
이상한 이들이 찾아왔습니다.”
“···이상한 이들?”
“적인지 아군인지조차 불분명한 이들입니다.
무척이나 남루한 복장에···.”
그 말에 리헤텐 변경백은 그들이 이번만큼은 왕국의 확실한 아군이라고 알려주었다.
변경백 자신도 북쪽의 전사들과 직접 대면한 적이 없으니 알 수는 없었지만 일전에 시온이 설명한 바에 따르면 거지꼴을 한 모양새로 당당히 찾아오면 그게 곧 북쪽의 전사들이라고 했었던 적이 있다.
‘시온이 그들을 이번 전쟁에 끌어들였다고 했었지.’
뜬금없는 혼인 동맹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만 해도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벌였을까 당황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곧 히스파냐 입장에서 최악의 적 중 하나였던 이들이 어느 순간 썩 괜찮은 우군이 되었음을 보며 시온의 결정이 예상 외로 나쁘지 않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던 리히텐 변경백이었다.
“헌데 그들이 여기는 갑자기 왜?”
“서신을 하나 가지고 왔습니다.
꼭 백작 각하께 보여드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내게?”
리히텐 변경백은 잠시 그 서신의 내용이 뭘까 생각하다가 그들을 직접 데리고 오라고 명령했다.
―
“테무친.”
“···.”
“테무친.”
“듣고 있다.”
“말씀하신 대로 전령을 변경백령 영지로 보냈습니다.”
“추적당할 위험은?”
“없습니다.
테무친께서 강조하셨던 부분이기에 가장 뛰어난 전사에게 서신을 맡겼고 역시나 또 다른 실력자들로 호위하게 했습니다.”
“···잘했다.”
분명 쟌의 입에서 나온 말은 잘 했다, 라는 칭찬 같아 보였지만.
“···.”
오히려 소식을 전한 전사는 들어올 때보다도 더 긴장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목 언저리까지 날아든 칼날 앞에 애써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테, 테무친께서 잘했다, 라는 말씀을 하시다니.’
저건 좋은 징조가 아니다.
오히려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기 전, 테무친이라고 불리는 저 여인이 마지막으로 적에게 남기는 일종의 도발, 혹은 선전포고와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잘했다.
목을 잘라주마.
혹은 잘 말했어, 허리를 접어주마.
이런 식으로 말이다.
‘차라리 고생했다.
혹은 알겠다, 가 속 편하지!’
전사는 숨소리까지 죽이며 쟌의 입에서 다음 명령이 나올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렇게 한동안 살 떨리는 침묵이 계속되다가, 비로소 그 적막을 깨트리고 쟌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물러가도 좋다.”
“아, 에.
예!
감사합니다, 테무친!”
그제야 후다닥, 하고 자리를 벗어나는 북쪽의 전사였다.
그 거칠고 난폭하기 짝이 없는 전사들마저 이리 꼬리를 내리고 잔뜩 위축된 채로 제 눈치만 보게 만드는 여인이 바로 저 북쪽 황량한 땅의 칸, 쟌 테무친이었다.
“···방심했구나.
나도, 그대도.”
적에게 최소한 하루 이상은 움직이지도 못 할 피해를 주었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여기는 저들의 땅이 아니라 적진 한복판이니 상대가 함부로 움직이지 못 할 것이라고, 자신도 시온도 그렇게 예상했었다.
하지만 그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 큰 패배를 당하고서도 저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그날 밤에 진영을 이탈해서 밤새도록 달려 히스파냐의 본대가 도하하고 있다는 지점으로 순식간에 밀고 들어갔다.
이후는 자신들이 누디아에게 한 것과 거의 동일한 상황으로 전개되었다.
본대와 나뉜 병력의 일부를 그대로 밀고 지나가면서 잘게 쪼개고, 그 쪼개진 얼음 부스러기들을 발로 짓뭉개면서 아예 부서트린 것이다.
“병신 머저리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쓸 만한 머리를 가진 녀석이 그래도 하나 이상은 있었던 모양이야.
재미있게도.”
그리고 그 상황에서 시온이 화살을 맞았단다.
보통의 화살도 아니고, 자그마치 팔을 꿰뚫고 가슴까지 박힌 그런 위력의 화살 말이다.
‘그 자리에 내가 없어서 다행이군.’
만약 쟌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눈이 뒤집혀서 그대로 적들을 세상 끝까지라도 추격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함정 따위는 깨부수고, 매복병 따위는 쓸어버리면서, 그렇게 그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놈들을 전부 으깨 죽이고 피 한 방울까지 전부 짜냈을 것이다.
쟌은 슬그머니 제 옆에 놓인 서신을 집어 들었다.
시온에게 내주었던 전서매가 조금 전 날아들었고, 거기에는 클라우젠 측에 은밀하게 이 서신을 전달해달라는 말과 함께 다른 서신이 또 들어 있었다.
마법 통신은 아군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겉으로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쓰고 있지 않다는 말도 함께 덧붙였다.
“···그대에게 다 무슨 뜻이 있겠지.
이렇게 하는 것을 보면 말이야.”
쟌은 궁금한 것이 무척이나 많았지만,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었다.
클라우젠에 사람을 보내고 자신들은 항상 하던대로 적들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한 발 물러나서 혼란 속에 같이 파묻힌 것처럼 연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대가 괜찮다는 걸 알았다고 해서 내 분노가 풀렸다고는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쟌은 전사들이 바치는 전리품이라고 하며 죽은 누디아의 기병들과 기사들에게서 잘라온 귀를 한 움큼 집어 들어서는 그걸 입 안에 넣고 잘근잘근 씹어대기 시작했다.
핏발이 선 눈 속에는 적개심과 분노, 증오, 저주 등 온갖 무시무시한 감정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잘했다.
적의 사기를 떨어트리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인들 못 하겠는가.
그러니까 나도, 더 노력하도록 하마.
누디아의 전사들이여.”
―――――――작품 후기―――――――
아그작, 아그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