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73)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73화(273/439)
273―――――
건드리지 말아야 할 두 가지
“모두 모였습니까?”
요정 남성의 말에 주변에 모여 있던 그의 일족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라면 움직이기 편하면서도 고귀함을 느끼게 해준다는 요정들의 복장을 하고 있어야 할 이들이 전부 두꺼운 털옷을 뒤집어쓴 채 그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얼마 전 전해진 소식인데 드디어 누디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합니다.
때에 맞춰서 우리들도 활동을 해야 여전히 빛의 뜻 안에 안기기를 거부하는 이 히스파냐를 안전하게 빛의 품으로 인도할 수 있습니다.”
“누디아에 있던 동지들이 다행히 제 때에 맞춰서 바람을 넣어준 모양이군요.”
“이미 누디아 왕실은 동지들 손에 있습니다.
한 번 흔들면 아주 폭풍에 휘말린 것처럼 흔들려줄 것이니 우리야 좋은 일이지요.”
그렇게 말하며 요정들은 주변을 슬쩍 살폈다.
자신들의 고향마냥 나무와 풀, 꽃 등으로 우거진 초록색의 연속이 아닌.
보이는 건 그저 눈과 얼음만이 전부인 설산이 바로 그들이 서있는 곳이었다.
“이런 황량한 땅에서도 몬스터들이 살아가다니.
역시 이해를 할 수가 없는 존재들입니다.”
“빛의 후예들께서 그런 이유로 이 땅에 오직 고귀하고 깨끗한 것들만이 걸어 다닐 수 있도록 하시고자 함이 아니겠습니까.”
“우리들은 그런 분들의 뜻을 함께 하는 명예로운 존재들이고 말이지요.”
요정들은 그리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살에 이는 혹독한 칼바람과 눈보라가 고통스러웠지만 모두가 향후 이 대륙을 위한 희생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이 정도 고생은 오히려 반갑게 여기는 눈치였다.
“동쪽에서 변고가 일었으니 이제는 북쪽에서 눈보라와 얼음폭풍이 휘날리면 됩니다.”
“남쪽은···.”
“아쉽게도 거기는 이상한 인간 하나가 바로 정리를 해버려서 말이죠.
거기는 포기해야 할 듯 싶습니다.
하지만 북쪽은 다르지요.
여기는 상대가 말이 통하는 같은 인간들이 아니라.”
요정 남성은 어제 갓 잡은 새끼 몬스터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오직 본성에만 이끌리는 저급한 몬스터가 상대이니 말입니다.”
이들이 원하는 건 히스파냐의 승리도, 그렇다고 해서 누디아의 승리도 아니었다.
전쟁이 최대한 길게 늘어지고, 서로가 너무나도 피로하여 도저히 더는 싸울 수가 없을 때까지 치고 박고 싸우며 종국에는 승자 없는 싸움이 되기를 원했다.
그래야 삶이 힘들어지고, 현재에 만족할 수 없게 되고, 그렇게 되어서 결국에는 비로소 빛의 뜻만이 유일한 진리임을 깨닫게 만드는 것이었다.
“준비는 끝났겠지요?”
“네.
유인책으로 쓸 새끼들을 최대한 많이 붙잡았습니다.
아마 지금쯤 새끼들의 흔적을 쫓아 산맥을 이 잡듯 뒤지고 있을 테지요.”
“험한 곳에서 살아가는 존재일수록 오직 본능만으로 꿈틀거리기 마련이죠.
그저 우리가 남긴 흔적을 좇아 졸졸 따라오다가 결국에는 스스로 이 험준한 곳을 벗어나 저 땅으로 들어갈 겁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북쪽 땅 전부를 짓밟는 몬스터 대침공의 서막이 될 것이다.
특히 동족들에게 각별한 몬스터들의 새끼들로 엄선하여 데리고 왔으니 몬스터들도 처음에는 새끼들을 구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 다음에는 동족들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종국에는 지금 자신들이 지내는 곳보다 더 따스하고 더 살기 좋은 땅을 찾기 위해서 밑으로, 밑으로 내려갈 것이었다.
“세상 모든 것들이 봐야 합니다.
마족과 얽히게 되면, 설사 그게 진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이 모든 끔찍한 일들을 다 당한다는 것을!
그래서 오직 빛만이 진리이고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믿고, 받들며, 따르게 만들어야 합니다.”
“동지의 말이 옳습니다.”
요정들은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는 이 지옥 같은 곳에서 곧 빠져나가 다시금 빛이 들어오는 따스한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시작합시다.”
“야만인들을 시작으로, 왕국의 북쪽을 완전히 망가트리면 되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일단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끝나는 겁니다.”
그래, 어서 여기 일을 끝내고 돌아가야만 했다.
요즘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자꾸만 이상한 일들이 동족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단다.
정체불명의 습격자가 많은 수의 마을을 공격해서 생존자 단 몇 명을 남겨두고 싸그리 불태웠다고 한다.
그런데 도대체 그 정체를 알 수가 없었던 나머지 몇몇 부족들 입에서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황당한 이야기들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멍청한 것들!
어디 의심할 게 없어서 빛의 후예들을 의심한단 말이냐!’
당장 여기 있는 요정들뿐만 아니라 고향에 있던 다른 동지들도 바로 반발했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해서 위대하신 분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말라고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의심은 계속되었다.
만약 천족의 짓이 아니라면 마족, 아니면 인간이나 이종족의 짓, 그도 아니라면 결국 같은 요정들의 짓이라는 건데.
‘마족이라고 하면 결국 빛의 후예들이 남겨주신 유산이 알고 보니 헛것이었다는 걸 인정하는 셈이 되는 게 문제였다.
그것 때문에 마족들의 짓이라는 말은 어느 누구도 할 수가 없었어.’
천족들의 것에 흠결이 있을 수가 없다는 게 천족들에게 미친 듯이 열광하는 급진파 요정들의 평소 논리였다.
그런 상황에서 마족이라고 의심하는 건 즉 천족들에게 그런 흠결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는 꼴이었으니 어쩔 수 없이 마족의 짓이라고 하는 건 논외로 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렇다고 인간들이나 이종족들의 짓이라고 하자니 여태 그들보다 훨씬 우월하다고 자랑하던 요정족 전체의 자존심에 금이 가는 일이었다.
노예상들에게 요정들이 가끔 끌려가긴 했지만 그런 이들은 대부분 아주 조그마한 마을, 기껏 해야 수십이 살아가고 전투가 가능한 인원들은 두 자릿수도 채 안 되는 곳이었다.
이번처럼 단순히 경계 인원만 수십이 되는 곳은 아예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결국 급진파 요정들은 예전의 분쟁으로 인해 다른 부족의 누군가가 공격을 한 게 아니겠냐, 라고 말했지만 그럴 의도였다면 마을 한 두 개로 끝나야 하는 일이 마을만 수 십, 죽은 요정만 수백을 훨씬 넘길 정도로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다른 곳에서 터져 나온 의견이었다.
―여태 마족들의 접근을 막아주던 장치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실력이 있고, 그 장치의 결점을 알고 있으며 우리 요정들을 가뿐하게 제압할 수 있는 상대는 결국 하나이지 않습니까!
―
그 말에 생각보다 더 많은 요정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족하면 무조건 믿고 따르는 것도 급진파 측에만 한정된 이야기였을 뿐, 지금의 요정들은 자신들의 잘남에 취해서 이제는 빛의 후예들조차 중요시 여기지 않고 있었다.
거기에 기름이 부어지고 누군가가 그런 말로 붙을 붙이니 순식간에 활활 타오르는 건 정해진 수순이었다.
‘멍청한 것들!
결국 우리들을 이끄는 건 빛이거늘 스스로 빛난다고 착각하여 빛을 저버리려고 하다니, 우매한 것들이야!
동족이라고 해서 어떻게든 계몽시키려고 했는데 기어코!’
이를 악물었지만 말을 들어먹을 동족들이 아니었다.
백 명이 모이면 백 명이 서로 다른 뜻을 낸다고 하지 않았던가.
자신에 대한 자존심과 자기애가 너무 넘쳐나서 탈인 종족.
급진파 요정들은 그런 동족들에게 반드시 믿고 따라야 할 빛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의 아름다움에 취해 바로 앞이 낭떠러지인데도 그냥 걸어나갈 종족이었던 것이다.
“동지들이여.
우리들도 빛의 뜻을 따라 실행하겠습니다!”
자신들이 위대한 일의 시작을 함께 하는 선봉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북쪽 머나먼 곳까지 온 요정들은 칼바람을 뚫어내며 몬스터들을 유인하기 시작했다.
저 멀리 보이는 북쪽의 너른 평원 속에 요정들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종족들이 도착했다는 건 전혀 모른 채로 말이다.
“할머니.”
“···.”
“할머니!”
“녀석도.
이 할미 귀 안 먹었다.
조용히 이야기하거라.”
“정말 그 인간이 원하는 대로 해주실 생각이신 건가요?”
“어머나.
이 녀석 좀 보게?
여기까지 와서 그런 소리를 할 생각이냐?”
파울가는 주변을 둘러보며 미소를 짓고는 그리 말했다.
떠나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면 또 모를까, 이미 북부에 도착해서 현지 적응 훈련까지 하고 있는 마당에 갑자기 이 이야기는 또 왜 하는 것인지.
자꾸 투덜거리지 말고 제대로 한 번 이야기해보라는 듯 파울가는 제 손녀를 지그시 바라본다.
그러자 차후 호비족의 대모로 유력하다는 일족의 실력자이자 파울가의 손녀인 라프라가 입술을 삐죽이며 입을 열었다.
“원래 할머니는 인간들을 항상 달갑게 여기지 않으셨잖아요.
그런데···.”
“그런데, 이번에는 달라도 너무 달라서 좀 이상하다.
이거냐?”
“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상해요.
할머니 같지가 않다고 해야 하나.”
라프라의 투덜거림에 파울가는 미소를 지었다.
제 손녀의 그런 반응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 그녀의 등을 토닥인 호비족의 대모는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에게 나긋한 목소리로 답했다.
“너도 언젠가 이 자리에 오르면 알게 될 거다.
사사로운 감정은 잠시 접어두고, 부족을 위해 때로는 네가 생각하던 것과는 정반대의 일을 해야 한다는 걸 말이다.”
“그게 그 시온이라는 인간의 말대로 해주는 것인가요?”
“굳이 말하자면 그렇겠구나.”
“어째서요?”
손녀의 질문에 할머니는 ‘당연한 거 아니냐?’ 라는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잘 생겼잖냐?”
“···할머니!”
“아이고, 제발.
라프라.
이 할미 귀 멀쩡하다니까?
나이만 좀 먹었지 아직도 팔팔하단 말이다!
제발 소리 좀 지르지 마렴!”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하시잖아요!”
“할미가 손녀 앞에서 장난도 못 치는 거냐?
하여튼 제 어미를 닮아서 쌀쌀맞아!”
손녀 라프라처럼 한바탕 투덜거린 파울가는 얼굴에서 장난기를 걷어내었다.
“그 인간의 눈동자를 봤니?”
“···잘 못 봤어요.”
“나중에 네가 부족을 대표하는 자리에 앉게 되면 반드시 상대를 잘 살피는 것이 좋을 거다.
그렇지 않으면 네가 흔들리고, 네가 흔들리면 부족이 휘둘린다.
명심하거라.”
“네, 네.
할머니.”
파울가의 진지한 모습에 라프라는 그녀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답했다.
“난 봤단다.
그 인간.
시온 클라우젠이라는 남자의 눈을.
진실을 말하고 있든 거짓을 말하고 있든 흔들림 따위는 찾아볼 수가 없는, 그저 확신만 가득 찬 눈빛을 말이다.
요정들처럼 이유도 없는 자신감이나 재수 없는 고귀함, 내지는 도도함 따위가 아니었어.
이미 모든 일을 다 짜놓고 거기에 조금 뭔가를 곁들이듯 우리 수인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처럼 보였지.
그때 이 할미는 확신했단다.
아, 저 남자와는 척을 지면 정말 부족이 힘들어지겠구나.
저 남자는 적과 아군을 가려서 아군이라 판단되면 자리를 만들어주고, 적이라고 생각되면 전부 빼앗을 그런 상대구나, 라는 그런 확신 말이다.”
“···그런 인간이라면 차라리 그 때 없애시는 편이 낫지 않으셨겠어요?”
“너도 보지 않았느냐.
이미 묘은족과는 사위, 장인어른 하는 관계.
거기에 월랑족들의 마음까지 말 몇 마디로 사서는 꽤나 잘 굴리고 있었지.
적이 되면 피곤한 인간이다.
차라리 아군으로 데리고서 우리도 이용 당해주고, 때로는 이용하면 그만인 관계야.
괜히 척을 질 필요는 없단다, 라프라.”
“···.”
“그런 인간들을 조심해야 하는 법이다.
은혜는 안 갚을 것 같아도 원수는 무조건, 더해서 몇 배로 크게 갚는 그런 인간들.
알겠니, 라프라?
적과 아군을 잘 가려야 하는 법이란다.”
“할머니 말씀으로는 그 시온 클라우젠이라는 인간이 적으로 두어서는 절대 안 될 그런 남자라는 말씀이시군요.”
라프라의 말에 파울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엄청나게 끈끈한 유대감을 가지는 그런 사이는 아니어도, 최소한 앞에서만큼은 서로 웃으면서 악수를 나눌 수 있는 정도로 말이다.
“대모!
대모!”
다급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호비족과 함께 북쪽으로 왔었던 월랑족의 부족장, 하운드가 털이 휘날리도록 질주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 인간의 말이 맞았어요!
몬스터들이 몰려오고 있어!
그런데 더 웃긴 게 뭔지 압니까?”
“뭔데 그리 물에 빠진 개 마냥 그러는 건지.”
“듣고 놀라지나 마쇼!
요정들이요!
요정들이 인간들의 왕국 쪽으로 몬스터들을 유인하고 있단 말이요!
이게 도대체 무슨 지랄인지, 나 원!”
하운드의 말에 파울가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간다.
이 빌어먹을 뾰족귀들이 또 무슨 짓을 꾸미는 건가 싶었는데, 저번에 시온이 말했던 내용이 머릿속에서 떠오른 것이었다.
‘요정들이 수인들에게 뒤집어씌우려는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수인들과 요정들의 사이는 물과 기름이라고 해도 모자랄 정도.
그 때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이렇게 직접 눈앞에서 그 잘나신 요정들의 헛짓거리를 마주하니 갑자기 의심의 불길이 확 치밀어 올랐다.
“···단순히 몬스터 사냥만 좀 할 줄 알았는데.”
“어째 상당히 재미있는 뭔가가 될 것 같습니다?
파울가님.”
월랑족의 부족장과 호비족의 대모는 서로 마주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째 오늘 부족의 쓸 만한 전사들은 물론이고 미래를 맡아줄 조금은 어린 녀석들까지 데리고 나온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녀석은.”
“포식자의 사냥감이 될 뿐이다.”
―
“···예?
아니, 배, 백작님.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그리핀 기수 중 리더를 맡고 있는 맥클스키가 당황한 목소리로 그렇게 입을 열었다.
시온이 자리를 비운 사이 그리핀 부대의 명령권을 지니고 있는 인물은 클라우젠의 주인이자 변경백인 리히텐 클라우젠.
당연히 그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이었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명령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었다.
“다음 출격 때 이들을 투입하게.”
“저, 저기.
백작님?
저희들은 공중에서 활동하는 이들인데 그 분들을 투입하려면 어찌 되었든 대지 위로 내려가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오히려 공중에서 투입했으면 하는데.”
“예?”
“적들에게 보다 더 큰 충격을 주기 위한 방법이야.
눈으로 보는 것만큼, 피부로 느끼는 것만큼 확실한 건 또 없겠지.”
맥클스키는 여전히 어어, 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 하고 있었지만 일단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다른 이도 아니도 리히텐 변경백이 농담이나 장난을 할 리는 없고, 워낙 진지한 얼굴로 저런 말을 하고 있으니 뭐라고 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시온 공자님께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거냐고 묻고는 싶은데.’
이상한 소문이 스리슬쩍 도는 건 꽤나 많은 이들도 알고 있다.
하지만 다른 곳도 아니고 클라우젠 안이니 딱히 아무 말도 않고 있었을 뿐이다.
‘환장하겠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 두 남녀를··· 말이 좋아 투입이지, 그냥 던지기 아닌가?’
어쩌겠는가, 명령권자가 하라면 할 수밖에 없겠는가.
맥클스키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작전 준비에 들어갔다.
―저 살아있습니다.
―
북부 전사들이 내놓은 서신의 첫 마디는 그것이었다.
리히텐 변경백은 안도의 한숨을 채 내뱉기도 전에 다음으로 쓰여 있는 것에 으응?
하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 했다.
―조만간 클라우젠으로 두 남녀가 갈 겁니다.
한 명은 아버지도 잘 아는 남자이니 걱정 마시고 오는 대로 준비시켜서 그리핀으로 공중 투입하세요.
―제대로 된 충격을 주기 위해서는 때로 과한 등장도 필요한 법입니다.
―
그리고 그 서신에는 쓰여 있지 않았지만, 그 글을 쓴 주인공은 이렇게 중얼거렸었다.
“비록 전쟁이라고는 하지만 내가 반인륜적인 것까지는 진짜 참아보려고 했어.
그런데 선을 넘네?
대량살상무기를 쓰게 만드네?
은혜를 화살로 갚아?
이런 개새끼들.”
―――――――작품 후기―――――――
은혜를 포탄으로 갚아?
개새끼들!
―포화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