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76)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76화(276/439)
276―――――
일곱 번은 너무 많소
“으아아아!”
“우아악!”
“미, 밀지 마!
뒤에 불이라고!
밀지 마아아!”
진형이 딱 고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안에서 보면 적의 공격과 방어, 그리고 아군의 공격과 방어에 따라 매우 유동적이다.
적이 힘껏 부딪치면 뒤로 밀려나주면서 충격을 흡수해야 하고, 반대로 공격에 나설 때에는 추진력을 얻기 위해 뒤쪽에서 앞을 밀어주어야 한다.
따라서 진형 내부에서도 ‘공간’ 이라는 것은 반드시 있어야만 했다.
“젠장!
붙지 마!
붙지 말라고!”
“좁습니다!
너무 좁아요!
병사들이 칼을 휘두르는 것조차 불가능합니다!”
히스파냐 군은 공간을 충분히 이용하면서 밀어붙일 때와 살짝 빼야 할 때를 조절했다.
하지만 누디아 군은 앞에는 히스파냐의 본대, 좌우측에는 다가가기만 해도 녹아버릴 것 같은 거대한 불꽃으로 막혀있었다.
유일한 공간이자 퇴로인 후방은 역시나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북쪽 전사들 때문에 마음대로 공간을 넓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포, 포위되었습니다.”
“사령관님, 어떻게 합니까!
사령관님!”
“아군 기병들과 기사들을 불러 모아라!
후방으로 길을 뚫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보병들에게 길을 터라고 해!
막아서면 아군이라고 해도 밀어버려도 좋다!”
이미 단단하게 진형을 잡은 방진에 기병들의 돌격은 엄청난 피해를 야기한다.
때문에 누디아 측 사령관은 차라리 그들의 말머리를 돌려 뒤쪽에서 예전처럼 빈틈을 노리는 북쪽 전사들과 싸우게 하고 그 틈을 이용해서 보병들을 조금씩 이 불길의 감옥에서 빼낼 생각이었다.
명령이 하달되자 기동력도 잃은 채 고정 표적이 되어가던 누디아의 기병들과 기사들이 간신히 만들어진 길을 이용해서 뒤쪽으로 이동한다.
물론 나 살겠다고 버티는 보병들이나 기병들의 뒤를 따라 물러서려고 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그런 병사들은 예외 없이 주변에게 붙잡혀 자리를 지키게 되었다.
“이탈하지 마라!
너희 하나가 빠지면 옆의 동료 둘이, 앞뒤의 동료 둘이 죽는다!
너희 하나 때문에 넷이 죽어야 한단 말이다!”
“아군 기사들이 퇴로를 확보할 때까지 버텨라!
도망치면 죽지만 버티면 산다!
버텨!”
콰앙!
쾅!
챙!
챙강!
보병들의 싸움은 어디까지나 진형 싸움이다.
여기서 밀리면 백병전이고 뭐고 그냥 한쪽이 패주하다가 몰살당할 뿐이다.
때문에 누디아의 사령관부터 말단 지휘관까지, 모두가 진형 유지를 외치며 병사들을 독려하기에 바빴다.
지휘관인 자신들 역시 물러서지 않는 것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사령관님.”
“아이브님!
기사들과 함께 퇴로 확보에 나서는 게 아니었습니까?”
“조금 전의 히스파냐 측 기병들과 부딪칠 때 말이 다쳐서요.
더는 싸울 수 없을 것 같네요.”
“허면 그냥···.”
“설마 기사들과 함께 여기를 빠져나가서 본대 구조가 불가능하면 도망치라, 라는 말씀을 하실 생각은 아니시죠?
전 레스티온 가문의 사람입니다.
너무 무르게 보지는 마세요.”
“···미안합니다.”
사령관의 짧은 사과에 아이브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상황은요?”
“좋지 않아요.
일단 기병들과 기사들을 뒤로 돌려 방금 내보냈습니다만.”
“이미 한바탕 돌격에 전투까지 치른 터라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겠죠.”
그 말에 1군 사령관은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그들이 역으로 북쪽의 전사들에게 밀려서 패주하거나 전멸한다면, 그때는 정말 누디아 군 최악의 학살극이 벌어질 것이었다.
“일단 진형 싸움에서는 조금 버틸 수 있을 거예요.
공간이 너무 좁지만, 버틸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니 아군 기사들에게 희망을 걸어보는 게···.”
꽈아아앙!
“으아아악!”
“우아악!”
갑자기 굉음과 함께 앞쪽에서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잠시 후에는 무슨 파도에 허물어지는 모래성 마냥 누디아 군의 앞줄부터 마구잡이로 허물어져 내렸다.
“이건 또 무슨!
무슨 일이야!
보고를 해라, 보고를!”
“사령관님!
저, 적 보병 진형 사이로 놈들이 발리스타를 쏘고 있습니다!”
“뭣?
가, 갑자기 공성 병기는 또 언제 준비를···!”
그 보고에 아이브는 적들이 잠시 침묵했던 그 시간동안 공성 병기를 준비했다는 사실을 눈치 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자신들에게 그런 부분이 발견되지 않았는가?
그렇게 생각해보니 또 답은 아주 간단하게 도출되었다.
“시온 클라우젠···.”
그의 죽음에만 귀를 기울이고 소식이 언제 전해질까 초조해했다.
당연히 정보원들 역시 거기에만 집중했고, 그 와중에 히스파냐 측은 그 틈을 이용해서 은밀하게 공성 병기를 준비한 것이었다.
심지어 투석기가 아닌 발리스타만 굳이 준비했다는 건 그저 공성전만을 위함이 아닐 것이다.
바로 이런 상황, 적이 함부로 달려들지 못 하며 기병들이나 기사들이 측면을 노릴 수도 없는 이 시점에 아주 유용하게 써먹기 위해서 말이다!
투웅!
퉁!
퍼석!
콰앙!
애초에 공성 목적을 지니고 만들어진 거대한 노포다.
제아무리 보병들의 방진이 단단하다고 해도 그 견고함을 성에 비유할 수 없고, 당연히 날아오는 저 거대한 화살들은 사람이고 방패고 꿰뚫어버리거나, 그러지는 못 해도 그 충격으로 진형 전체를 박살내며 간신히 이루고 있던 전장의 균형을 무너트렸다.
‘단순히 공성용이 아니라 사람을 노리는 쪽으로까지··· 도대체, 당신이란 남자는···!’
적이지만 감탄스러웠고, 절로 몸이 떨릴 정도로 두려웠다.
도대체 어디까지 지혜를 짜낸 것인지 이제는 예상조차 되지 않았다.
화살에 맞는 순간 이걸 이렇게 써먹어야지, 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아니, 아니다.
오히려 화살에 맞는 것조차 계산에 들어갔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완벽한 그림을 그릴 수는 없다!
“무너집니다!
진형이 무너집니다!”
“망할 놈들아!
버텨, 버텨!”
“방패 들어!
다리에 힘 줘!
무너지면 끝이다!”
“너 하나 살자고 내빼면 수십이 죽는다!
뒤 보지 마!
앞만 봐!”
엄청난 속도로 내달리며 당장이라도 자신들을 으깨버릴 듯 달려드는 기병들이 주는 압박감은 두말할 것도 없이 무시무시한 수준이다.
그와는 조금 다르지만, 완벽하게 진형을 갖추고 천천히 다가오며 숨통을 조여 오는 보병들의 방진도 상대에게 엄청난 압박감을 줄 수 있었다.
이미 함정에 빠졌다는 불안감에 듣도 보도 못 한 거대한 불꽃의 벽.
아군 기병들과 기사들은 후방의 퇴로를 뚫는다고 빠졌지만 일반 병사들이 보기에는 그저 자신들보다 더 중요한 전력인 기병들을 전장에서 이탈시키는 그림으로만 비쳐질 뿐이었다.
결정적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던 진형까지 허물어지자 조금씩 균열이 가고 있던 누디아 군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도망쳐!
도망쳐!”
한 번 무너진 진형과 싸우고자 하는 마음은 어지간해서는 쉽게 회복할 수 없다.
전투에서 패배하고 후퇴하는 와중에 진형을 제대로 짜서 뒤로 물러섰다거나, 패잔병들을 규합해서 다시 진을 짰다는 등의 이야기들이 괜히 찬사를 받는 게 아니다.
보병들의 방진은 그 견고함으로는 움직이는 성벽이라고도 불렸지만 일단 무너지면 어지간해서는 복구가 힘들었다.
그리고 그 무너진 성벽 사이로, 본격적인 히스파냐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쳐라!”
“와아아!”
진형 싸움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개인별 싸움이지만, 이렇게 상대 진형이 무너지고 이탈자가 속출할 때는 이보다 더 한 쐐기는 없다.
“우아악!”
“젠장, 젠장!
빌어먹을 놈들!
물러서지 말란 말이야!
어차피 뚫리면 다 죽는··· 끄어억!”
군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현장 지휘관들이 여기저기서 피를 토하며 살해당한다.
이렇게 진형이 무너지게 되면 누가 일반 병사이고, 누가 현장 지휘관인지 금방 파악이 되니 히스파냐 군 입장에서는 ‘나 잡아 잡수쇼.’ 라고 광고를 하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끝났네.”
수레에 앉아서 시온은 그 장면을 전부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리시키다가, 그리고 뒤에는 리아, 조금 떨어진 곳에는 루시아가 대기 중이었다.
트리샤는 성흔을 사용하기 위해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어찌 되었든 시온 곁에 있다는 건 동일한 상황.
보통 때라면 당장 나가서 실력 발휘라도 해보라고 말했을 테지만 하필이면 시온 자신이 얼마 전 부상을 입으면서 여인들 전원이 절대 그의 곁을 떠날 수가 없다고 발악을 한 것이었다.
‘하긴··· 솔직히 그때 이게 없었으면 정말 죽을 뻔 했지.’
시온은 예전에 루시아가 선물해주었던 망토를 만지작거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단순한 화살이 아니라 마나까지 머금은, 그야말로 총알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의 무시무시한 위력을 보였다.
화살에 맞는 순간 반사적으로 팔을 앞으로 내밀었고, 망토자락이 같이 딸려오면서 대마법 주문이 새겨진 망토와 화살이 머금은 마나가 충돌하여 그나마 파괴력이 줄어들었다.
그래도 결국 팔이 꿰뚫리고 가슴에까지 화살촉 일부가 박히는 중상을 입었지만 그 부분은 다행히 루시아의 치료 마법으로 바로 멀쩡해질 수 있었다.
‘덕분에 팔자에도 없는 중상이니, 죽은 사람이니 연기도 했고 말이야.
시펄 놈들.’
처음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히스파냐의 영웅이 일어섰다!
정도로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죽었다느니 운신할 수가 없다느니 하는 지금의 이 상황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시온은 그걸 기회로 삼고 연막작전을 펼쳤다.
물론 쟌이나 리히텐 변경백, 그리고 바네사에게는 사실을 알려 그들이 놀랄 일은 만들지 않았고 말이다.
꽤나 조심스럽게 움직이던 누디아의 1군을 여기까지 유인하는데 성공했고, 마치 히스파냐의 본대가 혼란에 빠진 것처럼 연기까지 하며 완벽하게 덫을 놓았다.
저들은 모르겠지만 북쪽의 전사들과 그 말들이 보통의 기수들로서는 감히 상상도 못 할 수준으로 내달릴 수 있다는 것까지 계산하여 누디아의 뒤를 잡았다.
그야말로 외통수, 다 되었다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이 치명적인 패배로 직결된다는 것을 저들에게 알려준 시온의 특강이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김유현이 정색했다는 게 참 반가운 소식이란 말이야.’
우리의 그 쌀쌀맞은 주인공이 진심으로 정색을 하며 화를 냈다는 사실은 사실 시온에게 있어 그 어떤 소식보다도 더 반가운 것이었다.
단순히 말뿐만이 아니라 감정에서도 이제 완벽하게 자신을 따르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해준 게 참으로 웃기게도, 너희란 말이지.’
시온은 그렇게 생각하며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는 기사들과 병사들이 굳은 표정으로 그 어떤 기습에서도 시온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의지를 품고 있었고, 다른 이들은 몸 상태도 그리 좋지 않은데 굳이 전장에 나서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자신을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끄응.”
거기에 추임새 형식으로 살짝 불편하다는 침음까지 내뱉어주면 금상첨화.
물론 상처는 아주 말끔하게 치유 된지 오래였지만 이렇게 부상을 당했음에도 군과 함께 한다는 느낌과 함께 보통의 병사들은 치료 마법 근처에도 다가갈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하여 조금 더 왕국민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나아가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시온이 생각한 방향으로 주변의 병사들은 두 눈 가득 존경심을 반짝이며 시온을 쳐다보고 있는 중이었다.
삐이이익!―
삐이익!
이때, 북쪽 전사들의 공격 신호를 알리는 화살들이 솟구쳐 올랐다.
아무래도 퇴로를 확보하기 위해 뒤쪽으로 돌아나갔던 누디아의 기병 및 기사들과 전투를 시작한 모양.
“막바지군.”
슬쩍 볼코 후작이 얼굴을 내비쳤다.
시온이 부상을 당한 이후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지만 그 역시도 다른 이들 못지않게 가슴을 졸였던 이 중 하나였다.
아직 제대로 된 전투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군대의 사기가 반 토막 날 뻔 했으니 말이다.
“어떻게 되겠나?”
“무슨 말씀이신지?”
“이 너머에서 벌어질 싸움 말이다.
북쪽의 전사들이 한 번 대승을 거두었다고는 하지만 그럼으로 인해 전략도 노출되었고, 무엇보다 저들은 반드시 적들을 몰아내고 아군을 구해야 한다는 의지로 가득 찬 이들이다.”
“저항이 거셀 것이라는 말씀이군요.”
“본대의 피해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들의 피해 또한 적은 것이 좋으니까.
입은 피해를 부풀려서 그 핑계로 괜히 왕국에 무리한 요구를 하면 내 속이 다 뒤틀릴 것 같다.”
아무래도 볼코 후작은 아직 북쪽 전사들을 완전히 믿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온이 나서기 전까지 히스파냐와 북쪽 부족들은 항상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며 공격자와 방어자의 위치에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볼코 후작은 전형적인 무인이기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가신 적이었던 자들을 왕국 영토에 들이고, 그들에게 전공을 세우게까지 하는 이 상황이 크게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했다.
“정말 저자들을 네가 제어할 수 있는 게 확실하냐?
즉위식 때 저 야만족들의 수장이라는 여인이 여왕께 명예직을 받고 왕국과의 관계 개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저 싸움꾼들의 성질머리가 어디 가는 게 아니다.”
“최소한 제가 살아있는 동안은 그럴 거라고 감히 보장하겠습니다.”
시온의 말에 볼코 후작의 눈매가 묘하게 일그러진다.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은 북쪽의 전사들이 왕국에 결코 적대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는 건 정말 확신이 있기에 그냥 말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다르게 보자면 단순히 시온이 살아있는 동안만 유지가 되고 그 후에는 알아서들 하쇼, 라는 말과도 비슷했던 것이다.
“왜 그렇게 쳐다보십니까?”
“···.”
“설마 제가 죽은 후에는 아무런 대안도 마련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셨습니까?”
“크흠.
그런 건 아니고···.”
“볼코 후작님의 걱정이 맞습니다.”
그러자 볼코 후작이 ‘···이놈이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라는 표정으로 시온을 바라본다.
“제가 내놓은 방안들은, 어디까지나 제가 살아있는 동안만의 것입니다.
당장 저 북쪽 부족들과의 관계도 제가 죽고 난 후에는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지요.
그건 저도 모르고, 솔직히 말씀드려서 거기까지 신경 쓸 필요성도 느끼지 못 했습니다.”
“뭐라고?”
순간 볼코 후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에게서 시온에 대한 분노가 피어오르자 옆에 있던 리시키다가 바로 검 손잡이를 붙잡았지만 시온은 고개를 내저으며 그녀를 제지했다.
“히스파냐가 저 하나 없다고 망할 나라입니까?”
“···무슨 소리지?”
“제가 죽는다고 해서 그냥 무너질 곳이 아니다, 이겁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다리를 놓아주고 뼈대를 잡아주는 역할일 뿐, 그 이후는 히스파냐의 또 다른 실력자들이 해나가야 할 일입니다.”
“···.”
“전 딱 제가 있는 동안만의 일을 생각하겠습니다.
제 뒤를 맡아줄 히스파냐의 뛰어난 인재들을 믿으니까요.
볼코 후작님은 어떠십니까?
아직도 후배들을 믿지 못 하셔서 직접 전장으로 칼을 빼들고 들어가시고 싶습니까?”
볼코 후작은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대신 시온을 묘한 눈길로 바라보며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전 믿겠습니다.
제 뒤에 설 이들을.
그러니 다만 그들이 걸어 나가야 할 방향만 제시해주고, 저는 뒤로 빠질 생각입니다.
저도 나중에 가면 좀 쉬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후배들이 활약할 때는 내어주어야 하니 말입니다.”
“···정말이지, 너 같은 놈이 어쩌다가 클라우젠에서 튀어나왔는지 하늘도 모를 거다.”
볼코 후작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요동치던 감정을 순식간에 가라앉혔다.
시온은 후작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당연히 하늘도 모르죠.
하늘보다 더 위대하신 빌어먹을 작가님 덕에 왔으니까.’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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