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77)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77화(277/439)
277―――――
일곱 번은 너무 많소
두두두두!
“돌격!
돌격!”
“으와아아!”
간신히 아군 뒤로 돌아나온 누디아의 기사들과 기병들이 미처 진형을 짤 시간도 없이 바로 말을 달리며 북쪽 전사들에게로 달려든다.
나름 합당한 이유가 있는 행동이었는데, 자신들처럼 북쪽의 저 전사들 역시 한 번도 쉬지 않고 말을 달려 여기까지 왔으니 사람이고 말이고 전부 지쳐있을 거라는 것.
그래서 그때를 노려 한 번에 밀어붙이고 놈들이 멀찍이 물러나야 본대가 안전하게 뒤로 물러설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굳이 부딪칠 필요 없다!
놈들이 아군 쪽으로 오지 못 하게 만들어!”
“놈들은 분명 우리를 또 유인하려 할 것이다!
속지 말고 거리를 유지하면서 아군의 퇴로 확보에 힘써라!”
얼마 전에 저들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한 적이 있는 이들로서는 함부로 북부 전사들의 뒤를 쫓으며 함정에 빠지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겠다고 자신했다.
“요를레이요를레이!”
“요호우효오후!”
그런 누디아 군을 상대로 북쪽 전사들은 상대를 얕잡아보고 있다는 자신들의 마음을 어필하듯 일부러 우스꽝스러운 소리를 내며 그들이 조금이라도 더 아군 본대와 멀어지도록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그 작전에 당한 전례가 있기에 이번에는 영 쉽지가 않을 듯 했다.
당장 누디아 측 기사들은 크게 원을 그리며 일대를 돌고 있었고 기병들이 그 반대 방향으로 돌며 빈틈으로 적들이 치고 들어오는 자들을 경계했다.
“테무친.
놈들이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습니다.”
“저들에게도 머리란 것이 있다.
속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리고 속은 이들이 저기에 섞여있을 텐데 넘어가면 그게 이상한 법이지.”
“그렇다면···.”
“어디 한 번 해보자.
누가 더 인내심이 많은지.
전사들에게 알려라.
지금부터는 활로 승부를 본다.
어디 고슴도치가 되어 죽을 때까지 저렇게 버틸 수 있나 보자.”
“네, 테무친!”
쟌의 명령을 받은 전사가 동료 전사들에게 이를 전파하기 위해 말을 달린다.
동시에 옆에 있던 또 다른 전사는 화살 넉 대를 차례대로 공중으로 쏘아 올렸다.
삐이이이!
삐이이!
삐이!
삐이이!
누디아 입장에서는 괴이하기 짝이 없는 소리에 불과하지만.
북쪽의 전사들에게는 저 소리가 자신들을 이끄는 수장의 명령과 같았다.
“이이이야!”
“요오오!”
전사들이 칼이나 창 같은 무기를 거두고는 모두가 활을 집어든다.
다른 이들이 이 장면을 봤다면 달리는 말 위에서 어떤 머저리가 활을 쏠 생각을 하냐고 비웃었을 테지만 누디아의 기사들은 이미 저 위력을 충분히 맛보았다.
귀신 같이 갑옷의 빈틈을 노리고 날아드는, 심지어 갑옷이 얇은 쪽은 그대로 관통하기도 하는 그런 위력을 말이다.
그때부터 누디아 측 기사들과 기병들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었다.
적들이 아군 뒤를 잡기 위해 접근하는 것으로 보여 그쪽으로 다가가면, 그들은 갑자기 말머리를 돌리면서 동시에 시위를 당겨 그들에게로 화살을 날렸다.
“꺽!”
“크윽!”
미리 대비를 하고 있었기에 피해가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화살에 맞아 부상자와 낙마하는 이가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한 차례 또 적들을 막아내나 싶었는데, 반대편에서 한 무리의 기병들이 달려들었다.
누디아의 기병들이 기사들을 대신하여 그들을 막아서려고 하는 순간, 그들은 이번에도 잽싸게 말머리를 돌리며 허리를 돌려 그들에게 화살을 쏘아 보냈다.
“크헉!”
“아아악!
내 눈, 내 눈!”
“으으악!”
상대적으로 무장 정도가 덜 해서였을까, 기병대의 피해가 생각보다 더 컸다.
기사들에게 했던 것처럼 누디아 기병들에게 신나게 화살을 퍼부은 자들은 또 이상한 소리를 내지르며 재빠르게 전장을 이탈했다.
바로 직후 또 다시 다른 전사들이 이제 막 뒤로 빠져나오기 시작한 본대의 보병들을 노리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누디아의 기사들은 재빠르게 그들을 막으려고 했지만, 방금 전 속았었다는 경험이 떠오르자 이번에도?
하는 생각에 화살과의 거리를 두려 속도를 늦추고 말았다.
덕분에 거칠 것이 없어진 북쪽 전사들이 일제히 칼을 뽑아들며 보병들에게 달려들자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기사들이 이를 악물며 말의 옆구리를 마구 후려쳤다.
“어서, 어서, 어서!”
“본대가 휩쓸리면 끝이다!”
누디아의 기사들이 이를 악물고 뒤를 쫓아 막 전사들을 공격하려던 순간이었다.
“유후!”
“우효우!”
갑자기 전사들이 일제히 칼을 내던지더니 바로 활을 들곤 시위를 당긴다.
미처 생각지도 못 한 거리에서, 더더욱 생각지도 못 한 전환에 기사들이 당황하며 뭔가 행동을 하기도 전에, 시위에서 화살들이 떠나 그대로 누디아의 기사들에게 날아든다.
퍼억!
퍽!
“커억!”
“끄으윽!”
여전히 피해가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누적이 되어 가고 있다.
무엇보다 아군의 뒤를 봐주기 위해 함부로 자리를 이탈할 수 없는 기사들과 기병들로서는 그저 빙빙 돌다가 저들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라도 어서 응사해, 응사하라고!”
“쏴, 쏴!”
누디아의 기병들이나 소수의 기사들도 활을 들고 다닌다.
그렇기에 북쪽 전사들을 상대로 응사로 항전하려고 했지만 이렇게 달리는 말 등 위에서 상대를 조준하고 시위를 당겨서 쏘아 보낸다는 것 자체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헌데 그런 어려운 일을, 심지어 허리까지 돌려 뒤를 돌아보기까지 하는 일을 저 북쪽의 야만족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행하고 있었다.
“어서 진형을 갖춰라!”
“이놈들아!
멍하니 서있지 말고 어서 뒤를 돌아보고 서!”
기사들과 기병들의 희생으로 계속해서 누디아의 본대가 조금씩 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워낙 혼선이 빚어져 혼란스러운 와중에 여기저기서 온갖 소리까지 들리니 명령이 제대로 전달되기는커녕 옆의 사람 말조차 잘 들리지 않을 지경이었다.
“테무친.
놈들 본대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전사의 말에 쟌은 슬쩍 적들의 상황을 살폈다.
불길 사이로 난 좁은 출구로 계속해서 적의 보병들이 쏟아져 나와 제대로 된 명령 체계가 작동하고 있지 않은 바로 지금이, 몰이사냥을 하기에 최적의 시기였다.
“망구다이를 펼쳐라.”
“예!”
삐이이이!―
신호가 올라가자 여태 대기하고 있던 또 다른 북쪽의 전사들이 일제히 땅에 꽂아두었던 창을 집어 들고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들고 있는 창의 날 부분에 뭔가를 꽂은 채로 말이다.
“저, 저기!
저기!”
“저거 뭐야!”
누디아의 보병들이 그 전사들의 모습을 발견했다.
마치 자신들을 위협하듯 오른쪽을 오고 가며 들고 있는 창에 전 싸움에서 휩쓸린 기사들과 기병들의 머리통을 꽂아둔 그 모습을!
“으, 으아아아···!”
“야, 야만인들!”
누디아의 병사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는 어찌 같은 사람으로서 저럴 수 있냐고 고성을 지르면서도 혹시나 나중에 저 창대에 꽂히는 머리통이 자신의 것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그 와중에 또 다시 적 기병대가 누디아 본대를 노리자 이번에도 기사단과 기병들이 나서서 그들을 가로막고는 곧 북쪽 전사들을 격퇴했다.
하지만 북쪽 전사들도 더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듯 근접전까지 감수하면서 본대로 들이닥치려고 노력했고, 덕분에 이제 겨우 지옥에서 빠져나왔다고 생각했던 누디아의 병사들은 안과는 또 다른 지옥을 맞이해야만 했다.
자신들의 뒤에서는 아군들이 꾸역꾸역 몰려나오고 있고 그 주변에 거대한 불꽃의 벽이 가로막고 있으며, 왼쪽에서는 언제 자신들을 향해 밀고 들어올지 모르는 야만 전사들이 창대에 누디아 사람의 머리통을 꽂은 채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다.
그리고 앞에서는 계속해서 자신들을 죽이려고 달려드는 이들을 기사들과 기병들이 힘겹게 막아내고 있었다.
“으으으!”
살고자 하는 마음이 짙어지니 당연히 사람으로서 도망칠 구멍을 찾게 된다.
진형을 갖추면서도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살 길을 모색하던 병사들은 곧 적 기병들이 아직까지 자신들의 오른쪽까지는 점거하지 못 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아직 히스파냐의 본대는 불길 안쪽에서 다른 아군들과 싸우고 있고, 적 기병대는 왼쪽만 완벽하게 포위했을 뿐 오른쪽까지는 나아가지 못 했다.
하지만 앞에서 싸우고 있는 기사들이나 기병들이 언제까지 버텨줄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더 망설이다가는 완전히 포위되어서 저렇게 창대 위에 머리통이 꽂히는 최후를 맞이할 지도 모른다!
“이이익!”
결국 첫 이탈자가 생겨나고 말았다.
창이고 방패고 다 집어던지고 활로로 보이는 방향으로 냅다 뛰는 한 병사.
그러자 그 옆에 있던 다른 병사들도 하나 둘 씩 진형을 벗어나서 살 길을 찾아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 이 멍청한 놈들아!”
“돌아와!
자리를 지키라고!”
지휘부가 온전히 나왔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사령관과 핵심 지휘부는 안에서 분전 중인 상황.
밖으로 나온 건 몇몇 중간급 지휘관이 전부인 이때에 혼란에 빠진 병사들을 강하게 붙잡을 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 최악의 수로 작용하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서 적의 이탈을 확인한 북쪽 전사들이 일부러 왼쪽에 힘을 집중하여 들이치는 듯 한 모습을 하자 거기에 놀란 누디아 본대가 결국 무더기로 전장을 이탈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저, 저런 멍청한 것들이!”
기껏 저들을 지키기 위해 혈전을 벌이고 있던 기사들이나 기병들에게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
하지만 보병들에게는 당장의 급박한 상황과 망설이면 죽는다는 것만이 머릿속에 가득하니 딱히 선택의 도리가 없었다.
“우, 우리도 갑시다!”
“뛰어!
이대로 가다는 개죽음이야!”
도망치면 살 수 있다, 자리를 지키면 개죽음 당할 뿐이다!
그런 생각으로 너도 나도 진형을 이탈하니 급기야 한꺼번에 수 백 명 씩 달아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몇몇 지휘관들은 바로 이때다 싶어 그들과 함께 섞여서 도망치는 모습까지 보였다.
“···시작이군.”
“히스파냐 측에게 알리겠습니다.”
쟌이 고개를 끄덕이자 옆에 있던 전사가 들고 있던 나팔을 길게 세 번 불었다.
그러자 잠시 후, 누디아 본대를 감싸고 있던 불길들이 마치 한 여름 밤의 꿈이었던 것처럼 일시에 사라졌다.
덕분에 열심히 버티고 있던 누디아의 남은 병사들이 본 장면은 오른쪽을 제외하고는 자신들을 완벽히 포위한 적들과 기껏 먼저 나가서 진형을 새로 꾸릴 줄 알고 있던 자들이 나 혼자 살겠다고 달아나고 있는 장면이었다.
“아아···!”
아이브 역시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껏 앞쪽에 있던 이들이 희생을 하면서 어떻게든 시간을 버는 동안 후열이 빠져나가서 진형을 정비하고 싸울 준비에 들어가기는커녕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을 치고 있다니.
비록 전투에서 패배할지는 몰라도 어떻게든 군을 수습해서 물러날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아이브로서는 끝을 알 수 없는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었다.
누군가의 가담은 또 다른 가담자를 부르고, 반대로 누군가의 이탈은 또 다른 이탈자를 부른다.
그것이 인간으로서 결코 거부할 수 없는 군중 심리였고, 이렇게 전장 한가운데에서 그런 심리는 평소보다도 배는 더 강하게 나타났다.
“사령관님!
아군 진형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집니다!”
“보병들이 도망칩니다!
막을 수가 없어요!”
“사령관님!
사령관님!”
간신히 버티고 있던 누디아의 전열도 결국 무너져 내렸다.
남들이 자신들을 버리고 도망치는데, 내가 왜 옆 사람을 위해서 죽어야하느냐는 지극히 당연한 마음가짐에 방아쇠가 당겨진 것이었다.
“좀 버티는가 싶더니 결국 스스로 무너지는군.”
“이대로 천천히 적들을 무너트리면서 추격하면 될 겁니다, 볼코 후작님.”
“저항하는 자들부터 완전히 쳐 없애라는 것이냐?
그러면 도망친 자들은?”
“차라리 저렇게 싸우다가 죽겠다고 버티는 이들이 덜 불행할 겁니다.”
북쪽 전사들은 끝까지 싸우는 적은 전사로 대접한다.
하지만 싸움을 포기하고 도망치는 이들은 적이 아니라 그저 사냥감으로 볼 뿐이다.
전사들이 사냥감을 어떻게 대하느냐?
도망쳐도 죽이고 포기하고 멈춰 서도 죽이며 살려달라고 빌어도 웃으면서 머리통을 으깰 뿐이다.
저렇게 은밀히 오른쪽을 비워준 이유는, 이미 그 앞에 북쪽 전사들 중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단련된 정예 중의 정예들이 대기 중이기 때문이었다.
사냥감을 유인하는 자들처럼 경무장에 활과 칼 정도로만 무장한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학살전을 벌이기 위해서 온갖 병기로 중무장한 무시무시한 그들이 말이다.
지금 달아나는 저자들은, 차라리 그 자리에 두 다리를 고정한 채로 싸우다가 죽거나 포로로 붙잡힐 걸, 라고 때늦은 후회를 할 것이다.
자신들의 몸통에 화살과 창대가 꽂혀 피를 철철 흘리며 죽어가면서 말이다.
―
“꿇어라!”
“큭!”
아이브는 거칠게 다뤄지며 한 남자 앞으로 끌려가서는 무릎을 꿇게 되었다.
그러자 여태 말없이 수레에 앉아서 전황을 살피던 남자, 시온 클라우젠이 아이브를 내려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군.
체스킹.
아니, 누디아 에텔모 재상의 외동딸 아이브 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시온 클라우젠 공자.”
침음을 내뱉으며 아이브는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전투는 누디아의 완패였다.
심지어 병력의 대부분이 궤멸 당하는 엄청난 피해까지 입었다.
아이브 자신이 미끼가 되는 것으로 간신히 사령관과 약간의 지휘부 인사들을 안전하게 퇴각시키기는 했지만, 결국 살아남아서 국경까지 도망칠 수 있는 이들은 기사들과 기병들이 전부일 것이다.
도망친 보병들은 이리저리 몰리다가 결국 늑대들에게 학살당하는 양떼처럼 스러질 것이었다.
“으아아!”
“아아아!”
지금도 머지않은 곳에서 잔혹하게 살해당하고 있는 누디아 병사들의 비명 소리가 들판에 울려 퍼지다가 잠잠해지기 일쑤였다.
북쪽에서 왔다는 전사들은 무척이나 밝은 얼굴로 일일이 누디아 병사들의 목을 베었으며 도망쳤던 자들은 말에 짓밟히고 창에 등을 꿰뚫리는 등 온갖 참혹한 방법으로 최후를 맞이했다.
“히스파냐 왕성에서 체스로 무승부였지.
우리 둘 말이야.”
“···네.
그랬지요.”
“그리고 이번 전쟁에서 못 다 한 승부를 내게 된 모양이고.”
“그렇··· 네요.”
아이브는 땅에 고개를 박고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제가··· 졌네요.
완전히 패배했어요.”
“흠.”
“승자는 시온 클라우젠 공자, 당신이니··· 처분을 기다리겠습니다.
부디 저를 욕되게 하지 마시고 그저 죽여주시기를 간청 드릴게요.”
누디아의 재상 에텔모라면 히스파냐에서도 나름 알아주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재상의 외동딸이라 하면 능력이나 다른 모든 것을 떠나서 이렇게 붙잡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어마어마한 협상 가치를 가지는 물건이었다.
아이브는 그런 방식으로 자신이 이용되는 것을 막고자 죽음을 청하고 있는 중이었다.
“고개를 들어, 아이브.
그리고 내 말 잘 들어.”
“···.”
“일전에 있었던 히스파냐의 본대를 기습한 것.
분명 아이브 당신의 입김이 어느 정도 작용한 일일 거야.
그렇지?”
“네,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그렇다면 당신 때문에 어찌 되었든 내가 한 방 제대로 당했고 말이야.”
“···그렇··· 죠?”
“그렇다면 그 당시 승점은 2:1, 그리고 이번에 내가 다시 당신을 이겼으니 2:2가 되겠네.”
갑자기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자 아이브가 고개를 들고는 시온을 쳐다본다.
도저히 인간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화사한 미소를 지은 미청년은 아이브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가.”
“···네?”
“가라고.
동점이니까, 승부를 보기 위해서 널 풀어준다는 거야.
아이브 기 레스티온.”
지금 자신이 헛것을 들었나?
아이브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누디아 재상의 외동딸이면 어떤 물건보다도 더욱 협상에서 가치가 있는 물건인데.
이 남자는 딱히 미련이 없다는 듯 바로 풀어주겠단다.
‘마치, 마치 나 따위는 언제든 다시 잡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아아, 나는.
나 따위는 결국 그에게 미치지 못 할 존재였구나.
그를 이길 수 있다고 잠깐이라도 생각했던 나는, 정말이지 미련하기 짝이 없었구나.
아이브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그렇지만 일곱 번은 너무 많아.
일곱 번은 너무 많고!
두 번.
두 번으로 하자!’
누군가의 광팬이었던 시온 덕분에 의도치 않게 목숨이 하나 더 늘은 아이브였다.
―――――――작품 후기―――――――
일곱 번 잡아서 일곱 번 풀어주기는 그 분만 가능하시답니다!
추천 아낌 없이 팍팍 넣어주시면 내일도 3편이 될 수 있어요!
추천 팍팍팍팍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