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80)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80화(280/439)
280―――――
새로운 영웅은 언제나 환영이야!
“왜 그 여자를 놓아준 것이지?”
누디아의 잔존 세력을 완전히 말소하고 히스파냐 본대의 근처에 도달한 북쪽 전사들.
그들의 수장인 쟌이 몇몇 전사들을 이끌고 시온 앞에 오자마자 한 말은 바로 그것이었다.
아무래도 누디아 1군 이탈자들을 전부 해치우기 위해 넓게 퍼트린 전사들에 의해 소식이 닿은 모양인데, 그들을 호위하고 있는 이들이 다름 아닌 히스파냐 측 인원들인 걸 보고는 탈출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놓아주었다는 걸 알아차린 듯 했다.
“그 년 때문에 적의 수장을 놓쳤다.
그러니 대신 그년을 잡아 족쳐야 했단 말이다.”
“쟌.”
“심지어 듣자하니 그년이 시온, 그대를 위험하게 만들었던 작전을 짰던 년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산 그년의 피부를 산 채로 벗기고 그 껍질을 씹어도 모자랐다.
그런데 왜···.”
여기가 부족의 전사들만이 있는 장소라면 그녀가 어떤 말을 해도 그냥 듣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 일단 적이라고 규정된 자들은 어떻게 처분을 해도 상관없었으니까.
특히나 그 적이 중요한 사람에게 해를 가했다면 그 가족까지 죽여 없애는 것이 북쪽 전사들의 당연한 행동 원칙이었다.
하지만 지금 쟌이 당도한 곳은 히스파냐의 본대다.
여전히 북쪽의 부족들을 야만족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고, 더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이들도 있지만 전에 있었던 전투에서 북쪽 전사들은 완벽한 유인 섬멸 작전을 위해서 적의 머리를 창에 꽂고 다니고 이리저리 도망치는 적들을 마치 재미난 사냥이라도 즐기듯 신나게 몰다가 말 그대로 학살을 하며 이 싸움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취했다.
‘덕분에 히스파냐 본대의 북쪽 전사들 바라보는 눈길이 그리 곱지만은 않아.’
그나마 같이 싸웠던 전우이기에 별 말 없이 그냥 눈살 좀 찌푸리며 애써 못 들은 척 하고 있는 중이지, 만약 그것마저 아니었다면 당장 ‘야만스럽다!
역시 야만족!’ 이라는 말이 튀어 나왔고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졌을 것이다.
때문에 시온은 쟌의 입에서 어떤 무서운 말들이 또 나오기 전에 재빠르게 그녀의 입을 틀어막기로 했다.
“내 결정에 토 달지 않기로 분명 약속했던 것 같은데?”
“하지만!”
“북쪽 전사들이 그렇게 입이 가벼울 리 없잖아.
그렇지?”
다른 여인들이었다면 껴안거나, 아니면 입술을 삼켜버리는 것으로 대신했을 테지만 쟌은 북쪽 전사들의 반이 포함되어 있는 칼타의 수장이다.
심지어 에오스와 쟌의 사이가 상당히 좋아지면서 칼타와 아이기오르의 구분이 모호해진 이때에 그녀를 너무 격 없이 대하면 자칫 다른 전사들의 반발을 살 수도 있는 일이었다.
때문에 시온은 쟌과 단단히 약속을 해두었다.
이번 전쟁에서 실컷 날뛰게 해주고 공과 명예 모두를 취하게 해주는 대신 자신의 말을 전적으로 믿고 따르라는 그런 약속.
다 좋은데 가끔 가다가 아예 핀이 완전히 뽑혀서 제어 불가능이 될 때가 있는 쟌이라 시온은 그 약속에 만약 그걸 어긴다면 둘 사이의 관계를 진지하게 부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다고 협박까지 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끄으응.”
쟌도 그 부분을 잊지 않았는지 시온의 말에 바로 입을 다물고는 침음을 내뱉었다.
하지만 다른 이도 아니고 시온에게 꽤나 날카로운 비수를 꽂았던 상대인 아이브를 놓아준 것이 못내 불만이었는지 그녀는 시온을 따라서 그의 막사 안으로 들어서고 나서도 굳은 얼굴을 펼 줄 몰랐다.
“진정하시죠, 쟌 님.
저도 썩 기분이 좋지는 않습니다만 주인님의 뜻이랍니다.”
조용히 차를 준비하던 리시키다가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는 찻잔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전장에서는 훌륭한 기사인 그녀이지만 이렇게 검을 뽑을 필요가 없게 되면 자처해서 시녀 역할까지 같이 하고 있는 리시키다였다.
그 이유가 또 참 황당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일 만 했는데, 다른 여인을 붙였다가는 괜히 또 다른 경쟁자만 생길 것 같아 시온 주변의 여인들이 합의를 보고 리시키다에게 그 일들을 일임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리시키다도 자신의 주인이 시온인만큼 강력하게 그 업무를 자신이 해야 한다고 어필했었기에 싫은 기색은커녕 원했던 것이 이루어지니 무척이나 좋아했고 말이다.
“냐앙.
지금이라도 가서 죽일 수 있는데.
시온, 그냥 그 여자 죽이면 안 돼?”
“참아요, 리아.
시온이 그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거예요.”
“저렇게 살려줬는데도 허튼 짓을 하면 그 때는 정말 죽여 버리면 그만이에요.”
리아의 말에 루시아와 트리샤가 순서대로 답을 내놓았다.
물론 모두가 하나 같이 차갑게 굳어있는 얼굴이긴 했지만 시온이 그렇게 결정을 내렸으니 더는 왈가왈부하지 않겠다는 모양새였다.
“휴우.
그대들 전부가 이리 나오면 나만 나쁜 여인이 되지 않는가.
정말이지, 나 혼자 북쪽의 사람이라고 너무 멀리 하는 건 아니겠지?”
“냐앙?
뭐라는 거야.
네가 북쪽 인간이라고 멀리하면 나는 수인이라고 멀리 해야 하는 거 아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냐앙!”
“그건 또 그렇네요.
후훗!”
미소를 지으면서 루시아가 찻잔을 내민다.
그에 쟌은 다시 한 번 침음을 내뱉고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찻잔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후르르륵!
꿀꺽!―
“···.”
“···.”
“···.”
“···뭐냐, 왜들 그렇게 보느냐.”
그러자 시온을 제외한 모두가 ‘아니, 그걸 지금 몰라서 묻는 거예요?’ 라는 듯 쟌을 쳐다보며 황당하다는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분명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누가 봐도 ‘저건 뜨거운 것’ 이라고 말할 차를 쟌은 무슨 냉수라도 들이키듯 그냥 원샷으로 마셔버린 것이었다.
“냐앙.
혹시 목구멍에 무슨 문제 있냐.
냐아앙?”
“혹시 안에 내 불꽃과 같은 뜨거운 걸 품고 있어서 뜨겁다는 걸 모른다거나 말이에요.”
“쟈, 쟌님?
괜찮나요?
엄청 뜨거울 텐데···.”
“응?
아, 이것 말이냐?”
쟌은 그렇게 말하며 빈 찻잔을 리시키다에게 내밀었다.
다른 건 모르겠고 일단 차 맛이 썩 괜찮았다는 듯 미소까지 지으면서 말이다.
“한 잔 더 부탁한다.
처음에는 이렇게 쓴 걸 왜 먹나 싶었는데 확실히 몇 번 마시다보니 왜 마시는 지 알 것 같아.
아주 좋군.
뭔가 마음이 상쾌해지는 것이 마치 부족원들을 다치게 하고 말을 잡아먹던 몬스터 놈의 허리를 분질러버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냐, 냐앙?”
“다, 다른 비유는 없나요?”
“음?
글쎄.
아, 몬스터의 피보다 훨씬 좋았다.
이 정도면 되는 건가?”
“···.”
“냐아앙···.”
문화적 차이는 존중하자, 애들아.
시온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제 몫의 차를 홀짝였다.
아이브를 놓아준 건 어디까지나 철저하게 계산되고 또 노림수를 가진 행동이었다.
다른 놈들은 붙잡아도 그냥 짐이고 죽인다고 해서 딱히 득이 될 것도 없다.
하지만 아이브 기 레스티온은 누디아의 재상이자 히스파냐의 후작들도 후하게 평가하는 에텔모 기 레스티온의 외동딸이다.
누디아에서 가지는 사회적 위치는 말할 것도 없고 본인의 재능도 뛰어난 축에 속한다.
당장 여러 첩보들을 모아서 알아보니 누디아에서 나름 많은 활약을 했고 이번에 패배를 당하자마자 바로 날카로운 역공으로 히스파냐의 본대를 괴롭히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모로 생각한 결과, 죽이는 것보다는 이용할 수 있는 때까지 이용하기로 했다.
아이브가 이대로 돌아가서 시온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다시금 전쟁 준비를 해도 딱히 상관은 없다.
어차피 시온 자신은 반드시 누디아로 향해 그 방어선을 뚫을 것이고 요정들이 여태 벌인 짓들을 공개적으로 발표할 것이며 그들과 누디아의 왕실, 그리고 여러 귀족들이 합심하여 추악한 수를 꾸미고 있었다고 모두에게 알릴 생각이다.
그럼으로 인해 그들에 대한 환상을 깨는 것과 동시에 더 나아가 천족이라는 존재 역시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항상 밝고 깨끗하며 항상 선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심어둔다.
‘아이브도 내가 결국 누디아를 뚫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야.
그리고 생각하겠지.
과연 어떤 길을 선택해야 그래도 누디아의 남은 것을 지키고 보존할 수 있을지.’
그저 누디아에 충성만 하는 무인이 아니다.
무엇이 향후 누디아의 존속에 더 필요한지, 그걸 냉철하게 따져서 포기해야 할 것과 반드시 손에 쥐고 가야 할 것을 생각하는 책사 형 캐릭터다.
거기에 더해서 은근히 자존심도 센 여자인지라 이렇게 목숨을 구명 당했으니 최소한 그에 맞는 셈을 치르기 위해 시온이 말한 일부라도 할 여인이었다.
시온은 바로 그 점을 이용해서 아이브를 살려서 누디아로 되돌려 보냈던 것이다.
“그보다 시온.
본대는 언제 움직일 생각이냐?”
“조금 더 휴식을 취하고 움직여야지.
어찌 되었든 대규모 전투를 치른 후라 바로 움직여서 도움이 될 건 없어.”
“하지만, 그대의 부친 되는 이가 한창 싸우고 있다고 하지 않았더냐?
그렇다면 빨리 가봐야 할 터인데···.”
“그건 걱정 마.
거기에 딱 알맞은 녀석을 보내놓았으니까.”
“알맞은 녀석?”
“네 동생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의 남자.”
장난스러운 대답에 쟌은 ‘아하!’ 하고 탄성을 내뱉더니 갑자기 푸핫!
하고 웃음을 내뱉었다.
그 무서운 여인이었던 쟌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니 곁에 앉아있던 다른 여인들이 에에?
하고 꽤나 놀라면서 그녀가 웃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덤이었다.
“왜 웃는 건데?”
“아아, 그 편지 말이다.
그걸 에오스한테 전해준 그 날이 생각나서.”
“···어땠기에?”
그 편지를 쓴 놈이 김유현이 아니라 사실 시온 자신이고.
김유현은 그냥 끙끙거리면서 정말 괜찮겠습니까, 라는 말을 수 십 번은 했었다.
이러니 에오스가 그 편지를 받은 날 무슨 일이 있었기에 쟌이 저러는 것인지 시온이 조금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남자!
라고 소리를 지르더군.”
“···억.”
차를 한 모금 마시다가 그대로 내뿜을 뻔 했다.
시온이 연신 콜록거리면서 다급히 물을 찾자 리시키다는 재빠르게 옆에 놓여있던 빈 잔에 물을 따라서는 그에게 내밀었다.
“크흠, 큼.
비, 빌어먹을 남자라고 소리쳤다고?”
“그래.
그리고는 편지를 막 구기더구나.”
“···.”
시펄, 이게 설마 안 통했나?
당연히 통할 줄 알았는데?
등줄기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시온은 재빠르게 김유현에게 내놓을 핑계거리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북쪽의 부족들과 히스파냐의 문자가 조금씩 달라 뜻이 이상하게 전달되었다거나, 아니면 편지가 훼손되어서 내용의 반만 날아갔다는 그런 핑계로···.
“그리고 이렇게 말했지.
안 그래도 슬슬 생각나던 참에 이렇게 편지를 써버리면 당장 보러 달려가고 싶어지지 않냐고 말이다.
아하하하!”
어오, 심장이야.
그래, 그럴 줄 알았지.
이게 당연히 먹혀야지!
시온은 쿵쾅거리던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다시금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자신들이 재촉을 한다고 해서 대규모 회전을 치른 군대가 쉽게 움직일 수 있는 건 아니다.
보채지 않아도 알아서 빠른 시간 안으로 정비를 마치고 클라우젠 방향으로 이동할 것이니 자신들은 그냥 조용히 어딘가에 처박혀서 시간을 보내면 되었다.
창칼 꼬나 쥐고 덤벼드는 적보다 뒤에 서서 훈수만 두는 아군이 더 미운 법이라는 걸 시온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아,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응?”
“사실 현재 우리 전사들 사이에 에오스가 숨어있다.
그녀를 호위하는 전사들 몇 말고는 다른 녀석들도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지.”
“푸억!
컥!
콜록, 콜록!”
결국 마시던 차를 끝내 목구멍 너머로 삼키지 못 하고 사례가 들린 시온이었다.
쟌 하나만으로 충분한 상황이었고 북쪽에 최소한 실력자 하나는 남겨두어야 했는데 왜 갑자기 에오스가, 그것도 이쪽에 전혀 알리고 있지 않다가 이제 와서 ‘사실은 따라왔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란 말인가!
“놀랐군.
그럴 만하다.
에오스도 바로 그걸 노린다고 했다.
그 목석같은 남자가 그런 편지를 보냈으니 응당 자신도 이런 반전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이다.”
“아니, 하··· 됐다.”
다행히도 현재 북쪽에는 월랑족 부족장인 하운드, 그리고 호비족의 대모인 파울가가 가있다.
그들이 있으니 급진파 요정들의 술수로 몬스터들에 의해 북쪽의 부족들은 물론이고 왕국 북쪽이 쑥대밭이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었다.
‘그래, 차라리 잘 됐어.
김유현에게도 보여줘야지.
네가 고생한 만큼 네 사람들은 더 웃을 수 있고.
네 손에 적의 피가 많이 묻으면 묻을수록 네 사람들이 흘려야 할 피는 점점 적어진다는 사실을 말이야.
괜히 어중간하게 가다가 또 멘탈 바스라지면 진짜 주옥 되는 수가 있어.’
사실 김유현에게 조금은 미안하기도 한 것이 그야말로 싸움에 미친년이자 백사병 그 자체인 에카테리나를 데리고 누디아와 싸우게 했다는 부분이었다.
듣자하니 그 미친년을 이용하기 위해 김유현이 ‘내 말대로 해주면 너랑 한 달 더 싸워줌.’ 이라는 조건을 달았다는데 딱히 싸움이라는 것에 흥미가 없는 김유현으로서는 상당히 마음을 써준 부분이었다.
김유현이 알게 모르게 시온 자신을 신경 쓰고 있다는 부분이었으니 당연히 그에 대한 보상을 확실하게 해주는 편이 좋았다.
다른 건 몰라도 일단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온이었다.
―
얼마 전까지만 해도 클라우젠을 돌파하기 위해 누디아의 군세가 꽉 차있던 너른 들판.
현재 그 위에는 사방에 널브러진 시체들과 여기저기 고인 피 웅덩이, 그리고 주인을 잃은 신체 일부가 나뒹구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서, 소설 속 주인공은 입술을 살짝 깨문 채로 한 여인과 엄청난 속도로 공수를 나누며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카가가각!
“끄으응.”
“뭐야.
지친 건 아니겠지?
설마 이런 약한 놈들을 상대로 힘이 빠졌다고 하지는 마.”
“저들 때문에 지친 게 아니라 바로 네년 때문에 지친 거다.
도대체 뭐가 좋다고 이렇게 싸움에 목숨을 거는 거지?
이미 내게 패한 것만 200번이 훨씬 넘을 텐데.”
“우리 일족에게 있어서 승리란 혼자 살아남는 것이고, 패배란 혼자서 죽는 거야.
그런데 난 아직도 살아있으니 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널 죽이고 나 혼자 산 것도 아니니 이긴 것도 아니잖아?
그러니까 싸워야지.
목숨을 걸고서 싸우는 게 아니라, 그냥 싸움 자체가 끝나지 않았기에 이 목숨이 붙어있는 거야.”
“···정말이지, 멍청하기 짝이 없는 종족이군.”
“동감.
하지만 어쩌겠어?
이게 우리들의 본능인데.
그게 싫다면 날 죽이면 되잖아?
항상 이겨놓고 날 죽이지도 않으면서 왜 자꾸 불만을 이야기하지?”
그렇게 외치며 에카테리나가 손톱을 휘둘렀다.
까아앙!
하는 굉음과 함께 불똥이 사방으로 튀며 주변의 마나가 험하게 뒤틀린다.
‘그러게 말이다.
내가 왜 널 죽이지 않고 있을까.’
시온 때문에?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때문만은 아니다.
나름 제멋대로 산 자신이었고 다른 누군가의 눈치를 본 적도 없다.
최소한 검을 뽑아서 휘두를 때만큼은 그 어떤 이보다도 차갑고 냉정한 것이 바로 김유현, 바로 자신이었다.
그런데도 자신은 지루하게 반복되는 이 용인족과의 싸움에서 끝내 그녀를 죽이지 않았다.
죽이지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죽이지 않는 것.
아마도 그 이유는···.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써먹어야지.
―
언젠가 시온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김유현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이 에카테리나라는 용인족 여인이 생각보다도 더 쓸모가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
“···.”
두 남녀가 한 편의 화려한 섬광 궤적을 그리며 춤을 추는 듯 움직인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침묵을 지키고 있던 리히텐 변경백과 라이온 기사단장은 어이가 없음을 넘어서서 그냥 할 말이 없었다.
‘도, 도대체 저런 괴물들이 어디서···?’
하늘을 찌를 듯 솟구치던 누디아의 기세를 단 한 시간 만에 박살낸 건 바로 저 둘이었다.
남자의 검이 번뜩이면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수많은 이들의 숨결이 스러졌고 여인의 팔과 다리, 그리고 꼬리가 휘둘러질 때마다 비명과 함께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튀었다.
실력자, 라는 말을 붙이기도 미안할 정도.
말 그대로 ‘자연재해’ 라고 불러야 할 위력을 선보인 두 남녀를 바라보며 리히텐 변경백은 저도 모르게 이렇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아들아.
친구··· 잘 사귀어야 한단다.’
―――――――작품 후기―――――――
3일 연속 3연참 완료!
추천 수가 많았기에 약속한 대로 또 3연참 들고 왔습니다!
앞으로도 추천만 넣어주신다면 연참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그리고···.
헬렌의 일러가 나왔습니다!
매번 일러 뽑아오는 작가에게 추천으로 화답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