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82)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82화(282/439)
282―――――
새로운 영웅은 언제나 환영이야!
“···.”
시온은 슬쩍 주변 일대를 살폈다.
전투가 완전히 끝나고 이틀이나 지났음에도 여전히 이 일대가 전혀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았다.
원래 공성전에 들어갔다가 실패하고 물러날 때는 어지간해서는 병장기나 장비들을 챙기고 전사한 자들의 시체는 모아다가 매장을 하던가 화장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누디아 측은 자신들 진형으로 떨어진 대량살상병기 앞에 그것마저 하지 못 하고 다급하게 전장을 이탈한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부득이 클라우젠 측에서 나서서 전장을 정리해야 하는데, 그것마저 하고 있지 못 한 이유는 바로 저 한가운데에서 미친 듯이 싸우고 있는 두 남녀 때문이었다.
“이틀 밤낮을 저러고 있다고요.”
“그래.
어찌나 험악하게 싸우는지 말리기는커녕 말을 걸 수조차 없더구나.”
“···.”
“라이온 기사단장 마저 괜히 끼어들었다가는 피를 보기 십상이라며 스스로 멈출 때까지 어찌 할 수가 없을 거라고 말할 정도였다.”
아마 세바스찬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을 것이다.
도대체 저런 괴물들이 어디서 나타났는지는 몰라도 일단 멋모르고 끼어들었다가는 그 사이에 끼어서 완전히 갈려나갈 것이라고 말이다.
‘에카테리나라면 주변에 누가 다가오고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싸움에 집중할 수 있다 치지만 김유현은 아닐 텐데?
에카테리나를 상대로 전력을 다 하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
즉 김유현은 자신들을 말리고자 하는 이들이 있었음을 알면서도 일부러 싸움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네가 한 번 말릴 수 있겠느냐?
그래도 김유현이라는 저 남자는 너와 꽤나 친분이 있다고 했으니 네 말은 들을 것 같은데 말이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죠.”
“음?”
“알아서 싸움을 끝낼 겁니다.”
“이미 이틀이나 지났다.
시체들을 더 방치하여 부패하기 시작하면 역병이 돌 수도 있음이야.”
“걱정 마세요, 아버지.
이틀 밤낮으로 싸웠다고 했지요?
아마 2분 안으로 결판이 날 겁니다.”
시온이 그렇게 확신을 하자 리히텐 변경백은 잠시 제 아들을 바라보다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별 말 없이 김유현과 에카테리나를 지켜보았다.
‘김유현이 지능캐는 아니라고 해도 무식하게 힘만 센 단무지(단순무식지랄)도 아니야.’
심지어 본래 소설의 궤도대로 이제 반보다 조금 더 몸을 회복한 것도 아니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힘을 회복하여 본래 몸 상태에 거의 되돌아 왔다고 봐도 무방한 주인공이다.
에카테리나가 백사병이라 불리며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학살병기라도 해도 전성기에 거의 다다른 김유현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런데도 그 김유현이 이틀 밤낮이사 승부를 내지 않고 에카테리나와 싸워주는 데에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분명 뭔가 원하는 게 있어서 저러고 있겠지.
아마 내가 도착했다는 건 김유현도 진작 알고 있을 거야.
아마 지금쯤이면 자신이 생각하던 일에 마무리를 지으려고 하겠지.’
그리고 시온의 예상은 역시나 빗나가지 않았다.
막 2분이 다 된 바로 그 타이밍에, 김유현의 검이 한 마리 용처럼 솟구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에카테리나의 어깨를 베고는 그의 손에서 한 바퀴 회전하여 그대로 백사병의 배를 꿰뚫고 들어갔다.
“커헉!”
붉은 피를 왈칵 토해내며 에카테리나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선다.
용인족 특유의 회복 능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틀 밤낮을 싸우며 그 회복 능력도 거의 한계에 달한 모양인지 이번만큼은 치명상인 그 상처가 제대로 낫고 있지 않았다.
“또 졌군.”
“크흐흑!
그, 그러네.”
우득!
“쿨럭!
커헉!”
김유현이 에카테리나의 배를 꿰뚫은 자신의 검을 거칠게 반바퀴 돌린다.
덕분에 살갗이고 내장이고 전부 박살이 나며 다시금 검붉게 죽은피를 토해내는 에카테리나.
인간은 물론이고 요정이나 수인, 하다못해 마족이나 천족이라고 해도 결코 회생할 수 없는 치명상이었지만 용인족 여인은 그 상처마저 아주 느리게나마 회복하고 있었다.
“하, 하하··· 너.
너 진짜 마음에 든다.
어떻게 이렇게 강할 수 있지?
말도 안 되잖아.
인간인데, 고작 인간인데 어떻게 그리 강할 수 있는 거야?”
“나도 모른다.
그걸 알았다면 이러고 있진 않았겠지.”
쑤우욱!
살과 내장을 파고들었던 검이 뽑혀져 나오며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누디아의 군을 학살하던 남녀가 갑자기 싸우더니 이제 와서는 하나가 죽기 직전까지 몰리자 리히텐 변경백은 물론이고 이쪽을 구경하고 있던 클라우젠의 많은 이들 역시 꽤나 놀라고 당황스러운 듯 했다.
“콜록, 콜록!
하으으···.”
바람이 빠지는 소리와 함께 에카테리나가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연신 피를 토하면서 멍한 눈길로 하늘을 올려다보던 그녀는 가볍게 검을 휘둘러 제 피와 내장 조각을 털어내는 김유현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인간아.”
“왜 부르냐.
미친년.”
“나 안 죽이면, 네가 죽을 때까지 아니면 내가 기어코 죽을 때까지 계속 달려들 거야.”
“그래서?”
“그게 상당히 귀찮을 텐데, 그냥 이쯤 되면 나 죽이는 건 어때?”
“···.”
“솔직히 살면서 여태 치렀던 전투보다 너와 요 한두 달 정도 싸운 게 더 재미있었어.
하지만 넌 딱히 별 감흥이 없는 것 같은데.
흥미를 잃었다면 죽이면 그만이잖아.
왜 자꾸 그러지 않는 거지?
왜 계속 덤벼드는 나를 죽이지 않는 거야?”
에카테리나의 불만 어린 질문에 김유현은 바로 답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피를 훑어낸 검을 검집 안으로 회수하고는 이틀 밤낮을 새느라 찌뿌둥해진 몸을 풀어주면서 주변을 살필 뿐이었다.
“인간아.”
“···.”
“대답 좀 해줘, 인간아.
왜 날 죽이지 않는 거냐고.”
그러자 김유현은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자리에 누워서 움직이지 못 하고 있는 에카테리나를 잠시 무표정한 눈길로 내려다보던 그는 당연한 것을 묻느냐는 듯 입을 열었다.
“내 마음이다.”
“···뭐?”
“죽이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죽이는 거고, 그게 아니라면 죽이지 않는 거지.
뭘 그리 이상하게 여기는 거지?”
“어어··· 그런가?”
“날 죽이고 싶다면 더 강해지면 되는 거고, 정말 내 손에 죽고 싶다면 내가 널 죽일 수밖에 없을 만큼 또 강해지면 되는 거다.
그게 아니라면 입 닥치고 있어.
이걸로 208번 패배한 년이 참 말은 많단 말이야.”
“그걸 또 세고 있었어?
역시 인간.
대단하다니까.”
그렇게 답한 에카테리나는 푸하, 하고 한숨을 내뱉고는 두 눈을 감았다.
“나 한숨 잔다.
싸우고 싶어지면 일어날 테니까 깨우지 마.
뭐, 자는 동안에 죽여도 되지만 되도록 싸우다가 죽여줬으면 해.
인간아.”
“입 다물고 잠이나 쳐 자라.”
“하여튼 왜 이리 쌀쌀맞은지.”
직후 코를 골며 바로 잠에 곯아떨어지는 에카테리나였다.
이틀 밤낮을 김유현이라는 진정한 괴물과 싸웠고, 그 와중 와중마다 다친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체력과 마나를 소진했으며 마지막에 다른 종족이라면 그대로 목숨이 끊어져도 모자람이 없는 치명상을 입었음에도 목숨은 건졌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미친년.”
김유현은 담백하게 욕설을 내뱉은 후 몸을 돌렸다.
그리고 마치 처음부터 시온이 당도했음을 알고 있었다는 듯 입가에 미미한 미소를 지은 채로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왔습니까, 시온 공자.”
“거하게도 벌여놓았네.”
“이런 걸 원한 게 아니었습니까?”
“누디아 군 말고, 저 여자 말이야.”
“아.
저 미친년 말이군요.”
김유현의 입에서 저렇게 욕이 일말의 고민도 없이 나올 정도라면 정말 미친 여자라는 소리다.
시온도 에카테리나가 정말 어느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여인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러려니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겠습니까.
누디아가 물러나는데도 굳이 쫓아가서 사람을 산 채로 찢어죽이더군요.”
“원래 용인이란 게 그러니까.
한 번 피에 젖으면 상대가 전부 죽거나 자신이 완전히 죽을 때까지.
그도 아니라면 전투가 불가능할 때까지 싸우니까.”
“왜 저 여자의 동족들이 멸족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휴우, 한숨을 내뱉는 김유현.
그에 시온은 말 없이 그를 쳐다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나도 궁금해서.
죽일 수 있는 거 아니었나?
방금도 아예 끝장을 낼 수 있었는데.”
“···.”
“배를 그렇게 험하게 쑤셨는데 정작 목을 베지 못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거잖아?
이유를 말해줄 수 있다면 듣고 싶은데 혹시 문제가 있을까?”
“궁금하십니까?”
당연한 걸 묻고 있네.
시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대답했다.
김유현은 그런 시온의 답에 잠시 에카테리나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개똥도 약에 쓰려고 하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언젠가는 써먹을 만한 구석이 있을 지도 모르니 괜히 지금 당장 죽여서 나중에 아쉬운 생각이 들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시온은 속으로 ‘오오.’ 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주변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지만 정작 그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또 이용한다는 것에는 전혀 재능이 없던 소설 속 주인공.
그래서 온갖 고생은 사서하고, 혼자 다 하고, 그러다가 배신당해서 아끼던 사람을 잃는 게 일상이었던 김유현으로서는 꽤나 장족의 발전이었다.
“시온 공자를 보고 생각했습니다.”
“나?”
“항상 상대를 파악하고 공자와 그 주변인들에게 필요하다 싶으면 받아들이는 데에 거리낌이 없던 그 모습 말입니다.
상대가 어떤 꿍꿍이를 가지고 있어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는, 그리고 그 전에 당신의 편으로 돌려서 자신의 수족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어쩌면 여태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던 건 아닐까 했습니다.”
“잘못 생각했다?”
“혼자 짊어질 필요가 없다는 것 말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김유현은 더는 할 말이 없다는 듯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몇 번 마주쳤던 리아나 트리샤에게는 눈인사를, 한 때는 자신이 지키던 여인이었던 루시아에게는 손인사를 한다.
그리고 얼떨결에 맞이한 제자라고 할 수 있는 리시키다에게는 대뜸 ‘검 한 번 잡아보라.’ 라는 말을 해서 주변인들을 놀라게 했지만 바로 치고 받고 싸울 거라고 생각하던 예상과는 달리 리시키다의 검을 잡은 모습을 보고는 ‘훨씬 나아졌네.’ 라고 말하며 그 정도면 되었다는 반응안 보일 뿐이었다.
‘자식··· 이 형 보고 그래도 좋은 거 많이 배웠네.
역시 주인공 아니랄까봐.’
시온은 절로 가슴이 다 뿌듯해지는 느낌이었다.
소설을 보면 정말 답답하다 싶을 정도로 혼자 고생하는 길만 자처하던 김유현.
그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혼자 다 짊어지려고 하니 늘어나는 건 짐, 오해, 욕, 그리고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이들에 대한 압박감뿐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멘탈이 그리 튼튼하지 않았던 놈이 그런 모습을 보이니 당연히 한 번씩은 멘탈이 와르르 부서져 내려서 땅 파고 들어가 있는 사이 다른 곳에서 친우들이 죽어나갔다.
그러면 또 그게 제 탓이었다고 급발진해서 헛짓거리 하다가 또 오해만 쌓이고 욕만 먹는다.
자연스레 배신자가 생기고 그들로 인해 또 주변 사람이 죽거나 다치면 또 제 탓, 또 급발진.
‘누군가를 지키는 게 아니라 같이 싸우자, 내지는 이용하겠다 따위의 생각을 아예 안하던 놈이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어디라도 써먹기 위해 죽여 달라고 비는 수준으로 달려드는 에카테리나를 아직도 살려두고 있는 점은 아주 대단한 발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확실히 시온도 김유현이 에카테리나를 무슨 방법으로든 조금이라도 제어하게 되어서 향후 천족과의 전쟁에서 조커 카드로 기용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그냥 예뻐서 살려둔 걸 수도.’
피에 미치고 싸움에 미친 종족답지 않게 생겨 먹은 건 농담 하나 안 붙이고 요정만큼 아름다운 외관을 지닌 용인족들이었다.
머리에 솟은 뿔이나 엉덩이 쪽에서 흔들리는 꼬리만 뺀다면 말이다.
너 한 눈 팔다가 에오스한테 무슨 일 당할지 모른다, 라는 말을 하며.
시온은 앞서 가던 김유현의 뒤로 달려가서는 그의 팔을 잡아 올렸다.
“···?
시온 공자, 갑자기 왜···.”
“여러분!
여기를 보십쇼!
이 남자야말로 히스파냐의 진정한 영웅입니다!
검 한 자루로 누디아의 대군을 격퇴한 바로 이 남자.
김유현 경 말입니다!”
“시, 시온 공자?”
갑작스러운 시온의 행동에 김유현이 그답지 않게 버둥거리며 왜 이러냐는 듯 그를 쳐다본다.
하지만 시온은 그런 주인공의 말 따위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비록 이 히스파냐갸 그에게는 태어난 곳도, 자란 곳도 아닌.
타국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곳.
그러자 오직 불의를 보고서 참을 수 없다는 뜻 하나 만으로 이전에 있었던 누디아와의 전쟁에서, 그리고 왕성 습격 사건에서, 히스파냐의 성전 원정군에서, 그리고 이 히스파냐를 위협하던 누디아의 대군 앞에서 누구도 믿지 못 할 활약을 한 영웅입니다!”
“어어어?”
김유현은 도대체 이 남자가 왜 이러나 싶었을 것이다.
그냥 자신은 하는 일 시켜서 그냥 검 좀 휘두르고 미친년 교육 좀 시킨 건데.
갑자기 달려들어서는 마치 심판이 챔피언을 알리듯 손을 번쩍 든 채 외치고 있는 것이다!
“김유현 경!
김유현 경!”
역시나 가장 먼저 시온의 외침에 화답한 건 시온의 뜻이라면 나체로 검만 들고 다니라고 해도 따를 리시키다였다.
더해서 김유현과는 살짝 모호하긴 하지만 사제 관계라는 점도 있었으니 그가 자신의 주인에 의해 영웅으로 칭송 받는 장면이 무척이나 멋졌던 모양이었다.
“시온님의 말이 맞아요.
일전에 클라우젠과 누디아의 바수라 사이 간 벌어졌던 전투에서 활약을 했죠.
저도 그걸 똑똑히 봤고 말이에요.”
루시아도 슬쩍 시온의 의견에 동의하며 김유현을 치켜세워준다.
덕분에 김유현만 더 어리둥절해서 ‘어어어?’ 하고 버둥거리는 찰나.
“···확실히.
김유현 경, 그대가 없었다면 클라우젠은 아마 무척이나 힘들고 고된 이틀을 보냈을 것이오.
그보다 더 운이 나빴다면, 누디아의 침략자들에게 여태 지켜온 땅을 빼앗겼을 테지.
늦었지만, 이렇게 감사 인사를 전하겠소이다.”
히스파냐의 동부 지역 중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클라우젠 변경백령.
그 변경백령의 최고 권위자인 리히텐 변경백이 무척이나 정중한 기색으로 고개를 숙인다.
그러자 그를 호위하고 있던 기사들은 재빠르게 허리를 굽히며 자신들의 작은 주인이자 왕국의 영웅이라고 불리는 시온이 직접 ‘영웅’ 이라 칭한 김유현에게 인사를 해보였다.
“흠?”
볼코 후작은 갑작스러운 이 상황이 도대체 뭐나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미 리히텐 변경백에게서 이야기를 들어 알고는 있다.
김유현이라는 남자가 이곳으로 날아와 적의 대군을 마치 종이 구겨버리듯 완전히 망가트려서 집으로 걷어찼다고.
클라우젠은 그의 손에 의해 구원 받았다고 말이다.
“뭐, 이미 왕궁 습격 사건 때 공을 세웠다고 했으니까.
이번 전쟁까지 보면 과연 히스파냐의 어떤 놈이 저 말에 트집을 잡을지 모르겠군.”
그렇게 중얼거린 볼코 후작은 직접 말에서 내려서 리히텐 변경백과 마찬가지로 히스파냐와 전혀 연관이 없는 인물임에도 이 나라를 위해 싸워준 남자에게 경의를 표했다.
“아,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단순히 시온의 부탁으로 클라우젠으로 향하여 적들을 베었던 김유현으로서는.
갑자기 자신을 영웅이라고 부르며 치켜세워주는 이 모든 것이 낯선 모양이었다.
‘미안하다, 유현아.
같이 좀 먹고 살자.
나 혼자만 영웅 행세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빡세다.
이왕 같이 고생할 거 감투도 나눠 쓰면 조금은 기분이 좋잖아?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겉으로는 새로운 영웅의 등장에 감격하는 얼굴로.
속으로는 같이 고생해줄 세계관 최강자의 진정한 성장을 제 일처럼 기뻐하는 마음으로.
시온은 그렇게 김유현의 손을 더욱 높이 들어올렸다.
―――――――작품 후기―――――――
당신이 진정한 챔피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