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84)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84화(284/439)
284―――――
앞으로 내딛는 발걸음
―내키지 않겠지만 요정들과 연락은 계속 유지해줘.
그쪽 돌아가는 상황을 알고는 있어야 이쪽도 유동성 있게 대처할 수 있거든.
부탁한다, 헬렌.
―
헬렌은 당연한 걸 말한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부탁한다는 말이 없었어도 자신은 그 남자, 시온 클라우젠의 말을 기꺼이 따랐을 것이다.
그저 하이네스 상단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던 삶을 완전히 바꿔준 이가 바로 시온이다.
복수를 핑계로 이리저리 자신을 이용하기만 하며 종국에는 버리려고 했던 자들과는 반대로, 기꺼이 그 복수에 동참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그 어떤 복수보다도 더 복수다운 복수를 해준 것이 또한 시온이었다.
‘무슨 자격으로 너희를 용서 해.
뭐기에 거기에 용서를 빌어.’
진심으로 자신을 위해 분노해주는 사람.
‘어서 와, 헬렌.’
그리고 진심으로 자신을 위해 손을 내밀어준 사람이었다.
이미 망가졌던 몸과 마음이 썩어 문드러지고 있음에도 포기할 수가 없어서, 용서할 수가 없어서 놓지 못 하고 있던 것들을 그가 전부 놓게 해주었다.
‘나가자.
그 지옥에서, 그 비참한 과거에서.’
헬렌에게 시온 클라우젠이라는 남자가 요정들이 말하는 ‘빛’ 그 자체였다.
자신에게 있어 그는 구원이었고, 유일한 쉼터였으며 하나뿐인 편이었다.
그를 위해서라면 지금 자신이 이룬 모든 것을 한 톨 남김없이 내어줄 수도 있겠다고, 그렇게 해서 그 남자의 곁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헬렌은 그렇게 빛인지 신인지 모를 존재에게 맹세까지 할 수 있었다.
―왕성 분위기 파악해서 알려줘.
좀 많이 바쁠 것 같으니 간단히.
―
누디아와 히스파냐의 전쟁이 시작되고, 시온 클라우젠이 본대와 함께 떠나기 며칠 전.
그는 헬렌을 찾아와서 그런 말을 남기고 이틀 후 전장으로 향했다.
전쟁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자신의 사람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이는 그 모습에 헬렌은 그 위험한 곳으로 향한다고 해도 별 걱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게 시온이라는 남자를 믿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그 어떤 일도 없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얼마 후, 헬렌은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기색으로 다가온 비서를 마주했다.
“상단주님.
동쪽 전선에서 비밀리에 소식 하나가 들어왔습니다.”
“···비밀리에 들어온 소식?”
“네.
상단주님도 꼭 아셔야 할 것 같습니다.”
“도대체 뭐기에 그러는 거죠?”
“시온 클라우젠 공자가 전사한 것 같답니다.”
“···어?”
분명 귀로는 말을 들었는데, 머리가 인식을 못 하고 가슴이 받아들이지를 못 한다.
때문에 헬렌은 비서 앞에서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멍한 얼굴을 보이고 말았다.
“상단주님?”
“어, 아.
미안.
다시 한 번 말해줄래요?
내가 뭘 잘못 들은 것 같아서요.”
“···그, 시온 클라우젠 공자 말입니다.
왕국의 영웅이고 저희 상단에 자주 찾아오시던 분.”
“그런데요?”
“거의 확실하다고 하는 정보인데··· 시온 공자가 전사한 것 같다고···.”
와드득!
순간 헬렌은 제 안의 무언가가 산산조각이 나 사방으로 부서지며 한 줌 먼지처럼 흩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슴이 순간 휑해지더니 상단을 운영하면서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던 머리가 완전히 나가버리곤 온몸에 힘이 쭉 빠지며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사, 상단주님?
괜찮으신가요?”
“···말.”
“네?”
“말, 준비해요.
당장.다, 당장 준비해요.”
“상단주님?
갑자기 그게 무슨···.”
“당장 말 준비하라고!
내 말 안 들려?”
헬렌의 비명에 가까운 고함소리에 그녀의 비서는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제 고용주의 모습에 식겁을 하면서 ‘네, 네!’ 하고 대답을 하곤 얼른 헬렌의 집무실을 나섰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조금이라도 지체한다면 당장 눈앞의 요정 여인이 자신을 찢어죽일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였다.
그리고 얼마 뒤, 한 여인이 말 위에 오른 채 미친 듯이 동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왜 하필 그 사람이야, 왜 하필 그 분이야.
이제야 겨우, 정말 겨우 겨우 만난 사람인데.
세상 모든 이들이 나라는 존재를 짓밟고 비루하게 여길 때 유일하게 내 손을 잡아주고 일으켜준 사람인데.
‘왜 하필 그 분이야, 왜 하필 시온 공자님이야!
아니야, 안 돼.
절대 안 돼!’
거짓 소식일 것이다.
그래, 그럴 리 없어.
전부 거짓말일 거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어.
그 분이 멀쩡히 살아서 활약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 성공적으로 누디아를 몰아내고 클라우젠에서 잠시 쉴 거라고 했으니 거기에 가면 분명 평소처럼 자리에 앉아서 자신이 보내준 정보들을 읽고 있으시겠지.
갑자기 여기는 어쩐 일이냐고 조금은 놀라는 모습을 보이면서 나를 맞이해주실 거야.
상단에서 대기하면서 계속 동쪽의 소식을 주시하는 것도.
잘못된 소식임을 의심하면서 조금 더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도.
그 어떤 이성적인 판단도 헬렌은 할 수가 없었다.
그저 클라우젠으로 하루 빨리 달려가서 시온 클라우젠의 멀쩡한 모습을 눈에 담고.
자신의 복수를 이루어주던 바로 그날, 자신을 안아주던 것처럼 그 품에 안기고 싶었다.
왕성에서 클라우젠까지는 가도를 이용해도 일주일이 넘게 걸린다.
그 먼 거리를 헬렌은 아무 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쉬지도 않고 잠조차 자지 않으며 말을 달렸다.
눈에서 쉴 새 없이 눈물이 흐르고 소나기까지 맞으며 미친 듯이 내달리는 통에 흙먼지가 그 위로 쌓이니 곱던 얼굴이나 행색은 어느 누가 봐도 수상하다고 여길만한 상태가 되었다.
“제발, 제발.
아니라고 해줘요.
나만 버리고 가지 마요.
왜 또 뺏어가는 거예요.
제발.
제발.”
말은 이미 진작 탈진 상태에 빠졌고, 그 위에 탄 헬렌도 일주일이 다 되는 시간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기에 몸 상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중이었다.
만약 멀리까지 정찰을 나왔던 클라우젠의 정찰병에게 발견되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이 날 뻔 했었다.
“···정지!
···어디서 온··· 대답을···.”
“요정··· 그런데 행색이··· 일단 성으로···.”
“···시온 공자··· 혹시 이 여인··· 는 아닌지···.”
“얼른 루시아 좀···.”
띄엄띄엄 들리는 목소리의 마지막에, 무척이나 애타게 원하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헬렌은 자신의 몸이 누군가에게 안겨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다.
원래라면 과거의 일이 생각나 식겁을 하며 정신을 잃는 와중에도 발버둥을 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 필요 없다는 듯, 상관 없다는 듯 그녀는 모든 걸 체념했다.
‘난 이 세상이 정말 싫어요.’
자신의 행복해야 했던 모든 것을 앗아가고서 겨우 하나 남은 희망마저 또 빼앗아갔다.
이제는 정말, 이 비참하고 불행한 삶 따위 더는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헬렌의 마음속에 가득했다.
“도대체 무슨··· 왜 여기에···.”
“···일단 방으로···.”
그냥 이대로 죽어 버렸으면, 그래서 이 미치도록 가슴 아픈 상황을 더 마주하고 싶지 않다고.
헬렌은 그렇게 생각하며 간신히 붙잡고 있던 정신마저 스스로 놓아버렸다.
‘···아.’
문득 헬렌은, 몸도 마음도 차가워지던 바로 조금 전까지와는 달리.
왜인지 모르게 굉장히 따스하고 포근한 뭔가에 안겨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그마치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잠시도 쉬지도 않고, 먹거나 마시지도 않으며 내달린 길.
말이 지치면 그 위에서 뛰어내려서 스스로 달리면서까지 온 길이었다.
‘내, 내가 무슨 짓을···.’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지만, 헬렌은 어떻게든 눈을 뜨려고 안간힘을 썼다.
처음 시온의 소식을 들을 때에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저 그의 멀쩡한 모습을 직접 제 눈에 담겠다고 미친년처럼 달려 나갔던 제 모습이 떠올랐다.
어리석고 또 미련한 짓, 당연히 거짓 소문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두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여야만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난 자신.
그런 바보 같은 행동을 했다는 것에 스스로를 타박했지만 곧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무슨 상관이야.
정말 그 분마저 빼앗아 갔다면 나도 더는···.
“이 미련한 것아.”
차갑게 굳어가던 심장에 확 따스한 기운이 와 닿는 느낌.
여태 귓가에 들리던 그 어떤 감미로운 음악보다도 더 가슴 떨리는 목소리.
헬렌은 빳빳하게 굳어있던 몸을 억지로 돌리며 그 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보려고 애썼다.
“그나마 클라우젠의 정찰병들이 착해서 망정이었지.
만약 누디아 군에게 걸렸으면 어쩌려고 했어?
내가 복수 좀 해주니 너 괴롭히는 놈들은 다 잡아 족칠 거라고 생각이라도 했어?”
쯧, 하고 혀를 차며 뭔가를 들여다보고 있는 남자.
“···아.”
자신의 눈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이미 죽어서 정말 사후세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면.
분명 저 앞에 앉아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건 시온 클라우젠이었다.
“시간을 따져보니 왕성에서 여기까지 쉬지도 않고 달려온 것 같은데.”
“···.”
“급한 문제가 생겼다면 분명 전서구를 보냈다거나 더 급한 일이라면 마법 통신이라도 요청했겠지.
최소한 내가 아는 그 지혜로운 여인, 헬렌이라면 그렇게 했을 거야.”
“···.”
드르륵―.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선 그가 헬렌이 누워있는 침대 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는 멍하니 자신을 쳐다보는 요정 여인의 이마를 검지로 꾹꾹 누르며 말을 이었다.
“조금 실망인데.
너라면 충분히 소문의 진위 여부를 가려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잖아.
이렇게 무턱대고 내가 멀쩡한 모습을 보겠다고 달려올 여인은 아니었잖아?”
“···.”
“그러다가 네가 잘못되었으면 어쩌려고.
이렇게 빈틈 많은 여자였어, 헬렌 하이네스?”
“···그러면.”
피곤에 절어있고, 절망으로 갈라져 잔뜩 목이 쉰 목소리가 헬렌에게서 흘러나왔다.
이미 오는 길 내내 여태 흘린 눈물보다도 더 많은 눈물을 흘려서일까.
더는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잔뜩 흔들리는 눈으로 시온을 바라보면서 헬렌이 입을 열었다.
“제가, 제가 도대체 뭘 어떻게 해요.”
“하지 말았어야지.
날 믿고 기다렸어야지.”
“어떻게요?
제가요?
시온님.
시온님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제가 어떻게 이성을 유지할 수 있죠?
그렇게나 제 몸을 탐하던 괴물조차 저를 버린 마당에, 동족조차 더러운 년이라 부르는 와중에 오직 당신만이 제게 손을 뻗어주고 저를 구원해주었는데.
거기서 어떻게 제가···.”
이렇게 말을 하고는 있지만.
헬렌은 눈앞에 있는 저 남자가, 이 모든 상황이 꿈이나 환상 따위는 아닌 걸 알았고.
그래서 차갑게 굳어가던 몸에 비로소 생기가 돌며 다시금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그래도··· 꿈은 아니네요.”
“어떻게 확신하지?”
“이게 꿈이었다면··· 시온님이 이렇게 타박하지는 않았을 것 같으니까.”
“···.”
“다행이에요.
그 소문이··· 사실이 아니어서.”
바르르 떨리는 손을 간신히 들며, 헬렌이 무척이나 애타는 몸짓을 보인다.
어서 제 손 좀 잡아달라는 듯, 이전처럼 자신을 지켜달라는 듯.
“···혼날 짓을 하니 타박을 하는 거지, 이 미련한 여자야.”
헬렌의 옆에 걸터앉은 시온은 한손으로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고.
다른 한 손으로는 루시아가 말끔히 씻어내어 본래의 지적이면서도 묘하게 가냘픈 느낌을 주는 여인의 얼굴을 조심스레 쓰다듬어주었다.
“나 안 죽었다.”
“네.
알고 있었어요.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왜 그리 미친 듯이 달려온 건데?”
“보고 싶어서요.
이런 모습을, 그냥 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말하는 헬렌의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는 걸 시온은 놓치지 않았다.
아무래도 지금 당장 다시 잠들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지치고, 동시에 긴장이 탁 풀리며 안도감이 찾아든 모양이었지만 그걸 애써 참고 견디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한 숨 자고 나머지는 나중에.
루시아가 살펴보니 극심한 피로에 탈진까지 왔다고 했어.”
“조금만, 조금만 더요.”
“나 어디 안 도망간다.
눈 감았다가 다시 떠보니 다 꿈이었다던가, 아니면 내가 사라졌다.
뭐 그딴 일 없으니까.
‘부탁’ 인데 좀 자라고.
헬렌.”
“···.”
시온이 아무리 말을 해도 요지부동인 헬렌.
여태 그렇게 차가워 보이고 또 지적인 언행을 보이던 여인이 갑자기 아이가 되어서는 지금 잠이 들면 다시는 이 상황이 오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잠들기를 거부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갑자기 이러니 소녀틱한··· 아, 생각해보니 그 엇비슷한 때구나.’
요정 쪽 여인이기에 인간이 보면 현재의 헬렌은 한창 때, 묘령의 여성의 보일 테지만.
헬렌이 노예상들에게 납치를 당할 때를 생각해보면 꼭 그렇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아직 세상의 밝은 부분만 알고 있는 소녀일 때 붙잡혀서 온갖 고초를 당하고 비참한 삶을 살다가 겨우 그 지옥에서 벗어났지만 여기서도 저기서도 버림 받아 오직 복수만을 위해서 살던 여인이 바로 헬렌이다.
겉으로는 차갑고 이지적인 모습만 드러나지만 속은 온갖 상처와 흉터로 얼룩져서는 여전히 잔뜩 겁을 먹고 위축되어 있는 소녀의 때에서 멈춰있는 상태.
그렇게 생각해보면 하이네스라는 상단의 주인이라는 그녀가 소문 하나에 완전히 정신이 나가버려서는 일주일 내내 말을 달려 기어코 클라우젠 근처까지 왔다는 부분도 이해가 되었다.
‘의도치 않게 짐이 하나 늘었는데.’
일단은 이 여자를 먼저 재우는 것이 가장 우선되는 순위.
시온은 헬렌을 내려다보며 계속해서 안심하라는 듯, 눈 떠도 변할 거 하나 없다는 듯 여인의 볼과 이마를 쓰다듬어주며 긴장이 풀리게 만들고, 비로소 극심한 피로감을 느낀 그녀가 더는 버티지 못 하고 스스로 수마에 빠져들게 유도했다.
헬렌이 무슨 쟌이나 에카테리나 같은 괴물 실력자도 아니니 몸에 간 충격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휴식을 취해야만 했다.
그리고 얼마 뒤, 헬렌은 마침내 스르르 두 눈을 감았다.
처음 기절했을 때보다 훨씬 더 안정적으로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에 빠진 모습을 확인한 시온은 한숨을 내뱉으며 혹여나 깰까 발걸음까지 죽인 채 방을 나섰다.
“어떤가요?”
“냐앙.”
다른 여인들은 쉬라는 시온의 말을 들어 기다리고 있지 않았지만.
헬렌과 꽤 많은 시간을 보냈던 루시아나 리아는 은근히 그녀를 걱정하는 눈치였다.
특히나 리아는 오래 전에 자신을 무척이나 애틋한 눈길로 쳐다보던 헬렌을 기억하고 있어 더더욱 마음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잔다.”
별 말 없이 그렇게 답하곤 끄응, 침음을 내뱉는 시온이었다.
원래는 대충 김유현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바로 볼코 후작과 리히텐 변경백, 그리고 지휘부 인사들을 불러 그 다음 일을 논할 생각이었는데 전혀 생각지도 않은 손님이 와서 그 일정이 약간이나마 뒤로 밀리게 되었다.
“혹여나 또 깨서 이상한 짓 안 하게 리아, 네가 좀 보고 있어줘.
난 바로 가서 할 일이 있으니까.”
“냐앙.”
“혹시 괜찮으면 저도 같이 있어도 될까요?”
루시아의 질문에 시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부터 사람을 챙기는 부분에 특히 민감한 루시아로서는 헬렌이라는 요정 여인이 무척이나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주인님.
다른 분들이 전부 회의실에 모이셨다고 합니다.”
조금 뒤에 올라온 리시키다가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에 시온은 가보실까, 하고 중얼거리며 향후 히스파냐의 행보를 결정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는 첫 발걸음을 떼었다.
―――――――작품 후기―――――――
추천은 항상 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