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89)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89화(289/439)
289―――――
앞으로 내딛는 발걸음
“언니.”
한창 창을 휘두르다 말고, 에오스가 슬쩍 입을 열었다.
그에 쟌은 역시나 검을 멈추고는 갑자기 자신을 부른 제 동생을 쳐다보았다.
“정말 갈 생각이야?”
“무슨 소리냐.”
“히스파냐의 국경 너머로.
누디아를 공격하겠느냐, 이런 소리야.”
“당연한 걸 묻는군, 에오스.”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잖아.”
에오스의 말에 쟌은 검을 고쳐들고는 재빠르게 에오스를 찔러 들어갔다.
무척이나 날카로운 기세에 에오스가 전투 자세를 취하지 않고 있었기에 큰일이 나는 건 아닐까 싶었지만 에오스는 별 무리 없이 창대로 쟌의 공격을 막아냈다.
“여기까지의 우리 부족들 활약은 히스파냐와 거래를 하는 우리들의 미래를 지키기 위함이었다고 할 수 있어.
순전히 공격자에 대한 방어가 전부였던 것이지.”
“그래서?”
후웅!
에오스의 창이 섬뜩한 소리를 내며 정확히 잔의 옆구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창끝으로 찌르는 것이 아닌 창대로 후려치는 공격에 쟌은 굳이 그걸 막기 보다는 흘려보냈다.
“향후 일이 어떻게 진행되든 우리 부족을 탓할 수 있는 쪽은 아무도 없다는 거야.
하지만 히스파냐가 공격에 들어가고, 우리 부족들이 그에 맞춰서 움직인다면···.”
“만에 하나 히스파냐가 패배한다면 우리 부족도 그 책임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누디아라는 나라가 이긴다면, 분명 그렇게 나올 확률이 높아.”
그건 그렇지.
틀린 말은 아니야.
쟌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에오스와 거리를 벌렸다.
“에오스.
넌 이 전쟁에서 히스파냐가 질 것이라고 생각하나?”
“···그건 아니지.
하지만 세상일은 모르는 거라고 하잖아.
우리 둘은 무엇보다 부족들의 미래를 위해서 최악을 생각하고 대비도 해야 해.
언니도 알잖아?”
“알지.
잘 알고 말고.”
그러면 다행이네!
라고 외치며 에오스가 번개 같이 들어왔다.
공기를 찢으며 창날이 바로 앞으로 치닫는 순간, 쟌은 덤덤한 표정으로 그걸 막아내며 동시에 창을 제 쪽으로 끌어당겨 에오스의 무게 중심을 망가트리려고 했다.
하지만 에오스도 쟌에 비견될 만큼의 실력을 지닌 여인.
일부러 창을 놓아주면서 역으로 쟌의 자세가 흐트러지게 만든 다음 더욱 깊숙이 파고 들어 검을 들고 있던 제 언니의 팔을 강하게 후려쳤다.
퍼억!
텅그렁!
챙강!
쟌과 에오스의 손에서 각각 칼과 창이 떨어졌다.
무기가 떨어지든 말든 한쪽이 항복을 선언할 때까지 싸우는 게 북쪽 전사들의 규칙.
원래라면 바로 주먹을 휘두르고 날카로운 발차기를 선보이다가 상대의 빈틈을 발견하면 바로 몸을 잡아서 그대로 바닥에 메다꽂았을 것이다.
“그만 하세요.
이러다가 두 분 몸 상하실라.”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북쪽의 전사들을 말린 건 다름 아닌 루시아.
시온과 김유현 모두와 연이 닿아있는 여인답게 각각 그 두 남자와 꽤나 가까운 관계인 쟌과 에오스가 다치는 장면은 보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내 공격이 더 위력적이었다.”
“더 싸웠으면 언니가 먼저 코피 터졌어.”
다 큰 어른들이 내가 이겼네, 네가 졌네 하고 싸우는 게 상당히 신기했는지 루시아는 둘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만 쿡!
하고 짧은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웃지 마라, 루시아.
난 지금 진지하다.”
“나도 진지해요.”
“아, 죄송해요.
비웃는 게 아니라, 전투에서 보이시던 모습과는 너무 상반되어서요.”
루시아의 말에 어깨를 으쓱인 에오스.
그러다가 그녀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루시아, 혹시 김유현 봤나요?
어제 내가 분명 오늘 좀 더 만나자고 했는데 아침부터 보이지를 않아서요.”
“시온도 마찬가지다.
아까부터 찾았는데 안 보이더군.”
“글쎄요.
아마 또 둘이서 뭔가 하려는 것 같은데.
그렇게 안 보이는데 둘이 은근히 죽이 잘 맞아서요.
한쪽은 머리로, 한쪽은 몸으로 말이죠.”
“남자 둘이 잘 맞는다고 하니 뭔가 떠오르는 게 있군.”
“···그러게요.”
쟌과 에오스의 말에 루시아는 ‘으엥?’ 하고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그럴 리가 없다며 손을 휘휘 내젓고는 다급히 입을 열었다.
“이상한 생각 마세요!
말도 안 돼!”
“···?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그러게, 언니.
루시아?
북쪽의 우리 땅에서는 ‘안다’ 라고 해서 전사들이 맺는 일종의 관계가 있어요.
친구보다도 더 가깝고 더 믿을 수 있는 사이를 지칭하는 관계죠.”
“에?
아, 아아!”
“우리들은 그 안다를 생각한 것이었다.
헌데 루시아, 너는 우리와 생각한 게 조금 다른 것 같은데.
뭘 생각한 거지?”
쟌의 질문에 루시아는 아하하!
하고 웃음을 내뱉으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그렇지 않아도 시온이 이상하게 김유현을 챙기는 게 느껴져서 도대체 저 남자가 왜 그러나 싶었는데 저 두 여자가 둘 사이가 잘 맞는다고 하니 말도 안 되는 상상이 들어서였다.
‘그럴 리가 없지.
시온이 여자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차라리 상대가 자신과 같은 ‘여자’ 라면 경쟁이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루시아는 부디 시온이 말도 안 되는 부분에 눈을 뜨지 않기를 바랐다.
그런데 사실 그게 참 바보 같은 걱정인 것이.
정작 당사자인 시온은 오늘도 다른 여인과 함께 있으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시온은 미리 들고 왔던 류트를 슬쩍 뒤로 밀어두었다.
정말 많은 부분에서 활약해주는 이 류트야말로 자신에게 있어 그 어떤 명검이나 마법 아티펙트 보다도 더 귀중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
헬렌은 한참을 풀밭 위에 앉아서는 멍하니 한 곳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더러운 자들의 손에 의해 다 망가지고 떨어진 꽃,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던 헬렌.
그런 자신에게 뒤에 앉아있던 남자는 마치 헬렌을 위해주듯 한 송이 꽃에 대해서, 모든 것을 이겨내고 비로소 다시 피려하는 그 찬란한 것에 대해서 노래했다.
정말 너무나 가슴이 아픈데, 또 이렇게나 자신을 누군가가 보듬어주고 있다 생각하니 그 고통조차 잊게 만들 정도로 거세게 벅차올랐다.
당장이라도 고맙다고, 나를 이 지옥에서 꺼내주어서, 나를 붙잡아주어서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다가는 제 감정을 주체하지 못 해 바보 같은 실수를 할 것 같았다.
그냥, 그냥 이렇게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렇게 자신의 뒤에서 그가 바라봐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헬렌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지만 자꾸만 가슴 한 켠에서는 욕심이 생겨났다.
괜찮다고 하잖아.
저 분도, 저 주변의 분들도.
나도 그렇게 살고 싶잖아.
나도 그렇게 행복해지고 싶잖아.
도대체, 도대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모르겠어.
나는 도저히··· 도저히 알 수가···.’
그렇게 생각하며 헬렌이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려고 하는 순간.
여태까지 침묵을 유지하던 등 뒤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조금은 이기적이어도 괜찮아.”
“···.”
“항상 주고만 살 수는 없는 게 우리 같은 존재들이니까.”
“···아아.”
결국 헬렌은 두 눈 가득 고여 있던 눈물을 닦아내지 못 하고 그대로 흘려보내고 말았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입가에는 왠지 모르게 밝은 미소가 피어올라있었다.
마치 비로소 고통스럽고 참혹했던 시간을 이겨내고 피어난 한 송이 꽃을 보듯이.
“정말··· 괜찮은가요?
저라고 해도, 이런 저인데도?”
“네가 뭐 어쨌다고.”
“아시잖아요.
저는···.”
“내가 그런 거에 집착하는 놈이었다면 진작 널 멀리했겠지.
여기서 확실히 말해둔다, 헬렌.
난 상관 안 해.
네가 어떤 과거를 지녔든 간에 넌 지금 내게 도움을 주었던 이고, 나를 위해서 여기까지 달려온 여인이야.
그래서 난 오히려 네게 질문을 하고 싶어.
이런 나라도 괜찮겠냐고.
어쩌면 너보다도 더 끔찍한 과거를 지닌 남자일 텐데 이런 나라도 괜찮겠냐고 말이야.”
시온의 질문에 헬렌은 그만 환한 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의 말이 우스우면서도 왠지 모르게 자신을 위로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사박―.
자리에서 일어선 시온이 슬그머니 헬렌의 뒤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마치 연인을 대하듯 가볍게 그녀를 뒤에서부터 안아주었다.
그 몸짓, 손길 하나 하나가 무척이나 조심스러웠기에 헬렌은 혹 그가 지금의 행동으로 인해 자신이 과거를 떠올리는 건 아닐까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챌 수 있었다.
‘확실히 그 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쳐지며 온몸이 떨리지만···.’
자신을 무참히 짓밟았던 그 원수들을 더더욱 무참하게 짓밟아준 이가 현재는 자신을 안아주고 있는 바로 시온 클라우젠이다.
다른 이라면 몰라도, 이 남자는 괜찮아.
나를 지옥에서 꺼내준 사람인데, 그를 위해서라면 이제는 다시 그 지옥으로 돌아가도 괜찮아.
헬렌은 그렇게 생각하며 저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던 몸에서 힘을 뺐다.
그리고는 정말 이래도 될까?
하며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시야에 상대방의 얼굴이 가까워지더니 이내 제 입술에서 따스한 느낌이 가득 피어났다.
“우으···.”
제 몸을 탐하던 자들이 보이던 그런 거칠고 색욕에 찌든 것이 아닌.
마치 부드럽게 자신을 달래주는 듯 한 입맞춤.
헬렌은 그런 상대방을 밀어내거나 자신이 먼저 내빼는 짓은 하지 않았다.
시온이 말했던 대로 조금은 이기적이어도 괜찮아,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비로소 맞이한 이 따뜻하고 감미로운 봄내음을 물씬 느끼며.
아주 오래 전, 자신이 아직 철없던 어린 시절 꿈꾸던 미래가 지금 이렇게 제 눈앞에 펼쳐진 것을 감사하며 눈에 맺혀있던 눈물을 전부 흘려보냈다.
“시온님, 시온님.
정말 괜찮은 거죠?
이렇게 더러운 몸을 가진 저라도··· 동족에게조차 버림 받은 저라고 해도 정말 괜찮으시죠?”
“내 주변 봐서 알잖아.
난 그런 거 신경 안 써.
내게 필요한 존재라면 말이야.”
“그렇다는 건···.”
“너도 내게 필요해.
헬렌.
그러니까 더는 걱정하지도 말고, 겁먹지도 마.”
그 말에 이번에는 헬렌이 몸을 돌려서는 먼저 시온에게 안겨들었다.
그리고는 마치 이런 순간을 너무나 기다려왔다는 듯 약간은 보챈다 싶을 정도로 키스를 요구해온다.
선선한 바람과 따스한 태양, 싱그러운 풀과 향긋한 꽃들 속에서, 그렇게 헬렌은 처음 가져보는 진정한 행복과 위로를 느끼며 ‘아아아.’ 하고 행복에 겨운 신음을 내질렀다.
헬렌을 일으켜 세운 시온은 그녀를 나무쪽으로 밀어붙이고는 입술에서 놀던 제 입술을 점점 밑으로 가져가며 턱 끝을 지나 목덜미를 부드럽게 핥기 시작했다.
“하으으···.”
놀라서 상대방을 밀어내는 대신, 헬렌은 두 손을 뒤에 가만히 둔 채 점점 자신의 밑으로 향하는 시온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시온은 무척이나 능숙하게 드레스의 끈을 풀어내곤 상의가 먼저 흘러내리자 그를 따라서 헬렌의 흰 가슴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흐아앙!”
가벼운 입맞춤이었음에도 물기가 잔뜩 묻은 신음이 터져 나온다.
속옷까지 치워낸 후 한쪽 손으로는 부드럽게 가슴을 애무하면서 다른 손은 빠르게 밑으로 향하여 하의와 속옷 너머 그 안쪽까지 바로 들어간다.
찰박―.
이미 아까 전부터 달아올랐던 모양인지 이미 밑에서는 홍수가 나기 직전의 상황.
육체적 관계를 하기도 전이었지만 이미 정신적으로 엄청난 흥분 상태에 도달한 듯 했다.
“헬렌.
너무 좋아하는 거 같은데?”
“아, 아니에요.
아니야···.”
“요정들은 거짓말 못 한 다고 하던데.”
그렇게 말하며 다시금 목덜미를 가볍게 빨아대는 시온.
동시에 팬티 너머 가슬가슬한 부분을 지나 물기로 촉촉이 젖은 살을 한 번 쓸고 지나가니 헬렌이 ‘핫!’ 이라고 몸을 바르르 떤다.
보기 좋게 풍만한 가슴의 끝자락, 귀여운 분홍 젖꼭지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변하니 시온은 미소를 지으며 목덜미에서 입을 떼어 그대로 그 먹음직스러운 과실을 머금었다.
“아응!
으아앙!
고, 공자님!
거, 거기!”
거기 뭐, 라는 듯 시온은 일부러 아주 살살 젖꼭지를 핥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제 손가락을 문 채 바들바들 몸을 떨며 순식간에 차오르는 이 흥분을 주체할 수가 없다는 듯 신음을 내지르던 헬렌은, 당장이라도 꿀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눈빛을 하다가 결국 참지 못 하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거, 거기 좋아요··· 더, 더 세게···.”
저 말을 들으니 확실히 그녀가 한 때 노예로서 온갖 비참한 일을 당했다는 게 느껴졌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이성이 다가오면 몸이고 마음이고 녹아내려서 반항할 수 없도록 작업을 당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그들에게 화가 나면서, 동시에 이 여인의 몸에 이제는 오직 자신만이 취할 수 있다는 증거를 확실히 남기고 싶다는 욕망이 일었다.
“아으으응!”
젖꼭지를 살짝 깨무니 번개 같이 날아든 쾌감에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헬렌이 버둥거리다가 반사적으로 시온의 머리를 붙잡는다.
하지만 곧 실수했다는 듯 아아, 하고 탄식을 내뱉으며 다시 제 손으로 입을 가리고 흑!
흐끅!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헬렌.”
“흐응, 흐응··· 네, 공자님.”
“하고 싶은 대로 해.
지금 나는 널 잡아먹는 괴물이 아니라, 너와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일 뿐이니까 그 때처럼 무서워하거나 긴장할 필요도 없어.”
“하지만··· 흥아?
아긍!”
이번에는 가랑이 사이를 손바닥으로 빠르게 마찰시키며 과연 이 여인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남자로서의 호기심을 충족시켜본다.
공알을 노리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이 물기 가득한 살과 살기 마찰되는 느낌을 줄 뿐임에도 헬렌은 마치 당장이라도 가버릴 듯 거칠게 숨을 내쉬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아흑!
흑!”
“괜찮다니까.
그놈들은 이제 없어.
여전히 그 지옥이, 그 괴물들이 무섭다면 내게 안겨.
이전처럼 내가 다 없애줄게.
나만 믿고, 내 뒤만 따라오며, 내 안에만 있으면 돼.
헬렌.”
“···흑, 흐긍!
아, 아아!
조, 좋아.
좋아요··· 거, 거기··· 좋아, 너무 좋아···!”
바르르 떨리는 허벅지, 아찔하게 흔들리는 젖가슴과 이미 완전히 녹아버린 눈동자.
부끄러움으로 인해 딱 보기 좋게 물든 얼굴에 손가락을 입에 물고 있는 것까지 정말 보호 본능과 정복욕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요정다운 모습이었다.
생각보다 헬렌의 반응이 꽤나 강렬했기에 시온도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몸이 움직이고 있음을 자각했지만 딱히 멈추지는 않았다.
이렇게 흘러가는 것도, 이런 방법으로 헬렌과 더 가까워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오히려 이렇게 해서 그녀 마음속에 남아있던 과거에 대한 걱정과 그로 인한 말도 안 되는 죄책감을 지워버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아름다워, 헬렌.”
“아아···.”
“네 과거가 어땠든, 네가 누군가에게 꺾였던 꽃이었든.
내 눈에는 그냥 다른 여인들과 똑같이 아름다운 꽃 한 송이일 뿐이야.”
무릎을 굽히며 양 손으로 여인의 속옷을 끌어내린다.
물기로 가득한 천이 밑으로 내려가며 긴 은빛 실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한껏 더운 숨결을 토해내며 움찔거리던 여인의 속살이 훤히 드러났다.
“으으으···.”
헬렌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부끄러워 죽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히 이 여인을 조금은 더 괴롭히고 싶어진 시온은 슬쩍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해줄까, 헬렌?”
“···.”
“네가 해달라는 대로 해줄게.”
그녀가 살짝 손가락 사이를 벌리고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음을 이미 알고 있다.
해서 시온은 일부러 그렇게 질문을 던졌고, 원한다면 말해보라는 식으로 슬쩍 헬렌을 자극했다.
“···주세요.”
그리고 헬렌은, 부끄러워서 말 못 하겠다는 대답이 아니라, 이왕 이렇게 된 거 조금만 더 이기적으로 나가겠다는 생각으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하, 핥아··· 주세요···.”
미소를 지으며 시온은 얼굴을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가져다댔다.
그리고는 혀를 내밀어, 한창 여인이 흘린 꿀로 진탕이 된 속살을 부드럽게 훑고 지나갔다.
“아아, 아아아!
흐아앙!”
츄릅, 츄르륵!―
원래라면 여인들이 부끄러워할까 되도록 소리를 내지 않는 편이었지만.
헬렌의 반응이 워낙 달달해서 시온은 일부러라도 소리를 내보았다.
그러자 여인의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가지는 게 느껴졌고 순식간에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흐응, 흐응!
조, 좋아···.
좋아!
공자님, 시온 공자님··· 세게, 더 세게요.
더 세게 해줘요···!”
가랑이를 좁힌다거나, 손으로 가리는 일 따위는 없었다.
완전히 풀어진 눈동자, 얼굴, 그리고 목소리로 그렇게 매달리며 더욱 다리 사이를 벌리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청순하기 그지 없었던 요정이 순식간에 남자 정기 다 빼먹는 요물이 되는 건 한순간이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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