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91)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91화(291/439)
291―――――
앞으로 내딛는 발걸음
클라우젠 변경백령을 돌아온 이후, 시온은 헬렌이 요구한 거래 조건에 성실히 응했다.
물론 다른 여인들이 달라붙기는 했지만 헬렌이 나서서 ‘향후 시온 공자와 저 사이에 중요한 거래를 해야 합니다.’ 라고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니 다들 ‘아, 그런가요?’ 라고 알아서들 물러섰다.
과연 그들이 정말 속아 넘어간 건지, 아니면 다 알면서도 일부로 속아주는 척 하는 건지 시온은 그걸 알 수가 없었기에 상당히 걱정스러운 눈치였다.
당장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이 어디선가 ‘이 자식이 또 막 빼주네!’ 라는 릴리트의 외침이 들리는 것 같았는데 다른 여인들까지 거기에 합류한다면 정말 큰일 나는 수가 있었다.
“시온 공자님, 어서요.
또 애태우시면 저 정말 토라질 지도 몰라요.”
하지만 시온의 손을 잡고 제 방으로 거의 끌고 가다시피 하는 헬렌을 보며 그는 결국 이 앙큼한 요정 여인에게 굴복하고 말았다.
겨우 얻은 상대방의 마음인데 하루 정도는 걱정 없이 거기에 취하게 해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 생각하며 시온은 아주 활활 불타오르는 점심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아앙!
아으앙!”
어떤 애무를 하던, 어느 체위로 하던 헬렌의 얼굴에서는 행복하다는 기운이 떠날 줄 몰랐다.
단 한 번도 보지 못 했던 여인의 그 환한 미소는 어떤 강력한 미약보다도 더 높은 효과를 남자에게 보였다.
이 여인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자신의 것으로 덮어놓겠다는 듯 시온은 헬렌의 보드라운 피부를 만지고 쓰다듬으며 핥고 빨아댔다.
목덜미, 어깨, 손가락, 옆구리, 배, 사타구니, 허벅지, 종아리, 발끝까지.
마치 과거 이 여인에게 손을 댔던 남자들의 그 역겨운 흔적을 완전히 지워주겠다는 듯.
“조금 더 세게 하셔도 상관없어요···.”
여인의 몸이 놀랄까 부드럽게 가슴을 주무르고 있으면 헬렌은 그렇게 속삭였다.
그야말로 억지로 참아내고 있던 기름 한 통을 통째로 들이붓는 말이었기에 시온은 사양하지 않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당장이라도 터트릴 듯 가슴을 움켜쥐고, 거칠게 젖꼭지를 빨고 깨물며, 구멍을 손가락으로 마구 쑤시고 균열을 꾹꾹 눌러 담듯 핥아주었다.
“히윽!
학!
하악!
조, 조오오아아!
너무 좋아아아아!”
평소의 그 조용하고 이지적이며 냉정한 모습은 다 어디로 버리고.
헬렌은 마치 마족 쪽의 몽마 마냥 연신 달콤한 숨결을 할딱이며 흐드러져 내렸다.
종국에는 아예 시온의 위에 올라타서는 제 스스로 엉덩이를 흔들며 열심히 위로 올랐다가 아래로 떨어지기를 반복했는데 다른 종족도 아니고 그 고귀하다는 요정이 제 위에서 이러고 있다 생각하니 아무리 정을 토해내도 좀처럼 죽을 생각이 없는 시온이었다.
비록 헬렌이 요구한 7번을 전부 다 채우기 전에 헬렌 본인이 먼저 지쳐 나가떨어지긴 했지만 이른 점심시간부터 늦은 오후 때까지 두 남녀는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로 온기를 나누며 침대 위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제 슬슬 가보셔야겠죠?”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지.
당장 내일 모레면 진군 준비를 갖추고 누디아의 영토로 진격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시온 공자님은 그냥 남아계실 수 없냐고 묻는다면, 제가 바보가 되겠고요.”
“진군하자고 주장한 놈이 갑자기 거기에서 빠지면 되겠어?
그리고 쌓인 명성이 있고 누린 권력이 있으니 응당 그에 대한 책임도 져야지.”
“···.”
시온의 말에 헬렌은 침묵으로 답했다.
하지만 아마 그녀도 이미 자신의 입에서 이런 대답이 나올 줄 알고 있었을 거라고 시온은 생각했다.
품속의 이 요정이 얼마나 명석한 여인인지는 시온 본인이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
당장 버려진 노예의 몸에서 상단을 꾸려 왕성에서 제일가는 규모로 키워낸 건 헬렌의 지혜가 가장 큰 이유로 작용했으니까 말이다.
“이번에도 별일 없이 돌아오실 거죠?”
“그래.
무조건 그럴 거니까 제발 이번에는 누디아까지 쫓아오지 마.
이번에도 내게 발견되서 망정이었지, 다른 더러운 놈들에게 발견되었으면 어떻게 할 뻔 했어.”
“걱정 끼쳐드렸다면 죄송해요.”
“알면 됐다.
이 미련한 요정아.”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시온이 가볍게 헬렌의 엉덩이를 때렸다.
그러자 헬렌은 ‘아얏!’ 하고 조그마한 비명을 지르더니 갑자기 시온을 홱, 돌아본다.
“왜?”
“···갑자기 또 하고 싶어지잖아요.”
워워, 진정해라.
이 여자야.
이쪽보다 먼저 나가떨어진 게 누구인데 그런 말을 하는 걸까?
시온이 그런 뜻을 담아서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헬렌을 바라보니 그녀는 풋, 하고 웃움을 내뱉고는 자신도 다 알고 있다고 답했다.
“걱정 마세요.
이제는 정말 시온 공자님만 믿고 살아갈 거니까.
공자님이 살아 돌아오신다고 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러는 거고, 저를 아껴주신다 했으니 저는 영원히 그렇게 믿고 받아들이며 죽는 날까지 당신을 마음에 품고 살아갈 거랍니다.”
“···갑자기 부담을 왜 이리 팍팍 주고 그러냐.”
그런 말 하면 마치 돌아오지 못 할 길을 가는 것 같은 플래그 세우는 것 같잖아.
괜히 불안해지는 헬렌의 말에 시온은 그녀의 뾰족한 귀를 슬쩍 잡아당겼다.
“귀, 귀는 만지지 마세요!”
“···뭐야.
리아도 그러던데 너도 귀가 약점이야?”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냥 다른 종족들이 이 귀만 보면 거기로 시선을 쏟아서 그런 것···.”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시온은 그렇게 생각하며 가볍게 헬렌의 뾰족한 귀를 앙, 하고 입술로 물었다.
그러자 헬렌이 ‘흐익!’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더니 바르르 몸을 떤다.
“으, 으아아··· 이, 이상해요.
그, 그러지 마요···.”
“약점 파악 완료.”
“너, 너무해요···.”
“원래 거래하는 사이에서 이런 약점은 들키는 쪽이 잘못이라고 하지.”
시온의 말에 헬렌은 ‘그건 또 그러네요.’ 라고 답하며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잠시동안 시온의 품에 안겨 있다가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저도 내일이면 다시 돌아가 봐야겠네요.”
“원래는 오늘 보낼 생각이었어.
당장 상단 걱정은 안 돼?”
“비록 제가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었지만 제가 없으면 아예 망가지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았어요.
최소한 상단이 굴러갈 정도는 되니까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된답니다.”
“그래도 빨리 가봐.
원래 대가리가 없으면 그 어떤 조직도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진다.”
시온은 그리 말하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당장 나가면 할 일이 또 태산이었는데, 그 중 무엇보다 힘들고 또 머리가 아픈 것은 역시나 리시키다나 루시아, 리아, 트리샤, 그리고 쟌 등의 여인들에게 설명을 하는 것이었다.
“돌아가면 요정들 움직임이랑 북쪽 소식에 집중해.
어디서든 어떤 소식이 날아올 것 같거든.”
“이미 전해졌을 지도 모르죠.
제가 자리를 비운지 일주일이 넘었으니까요.”
“돌아가는 데에 또 시간이 걸릴 테고.”
“···그러네요.
죄송해요, 공자님.
제가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해서···.”
“그런 짓을 해서 이렇게 있을 수 있는 거잖아?”
슬쩍 여인의 볼에 입을 맞춰주니 터질 듯 붉게 변하는 헬렌이었다.
그러고는 ‘으아아!’ 하고 부끄러워 죽겠다는 듯 이불을 뒤집어쓰면서도 눈은 내놓은 채 시온을 빤히 쳐다보는 중이었다.
“헬렌.
혹시 고소공포증 있어?”
“네?”
“그러니까, 높은 곳에 가면 속이 뒤집힌다거나 아니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거나.”
헬렌은 고개를 내저으며 시온의 질문에 부정의 뜻을 나타내었다.
그러자 시온이 ‘그러면 됐어.
돌아가는 길은 일주일보다는 훨씬 더 빠를 거야.’ 라고 답하며 그녀의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요.”
“왜 몰라.
너도 알잖아?
이 영지에 뭐가 있는지.
네가 그 녀석들의 식사를 마련해주기도 했는데?”
“···아, 그리핀들 말씀하시는 것이군요?”
“그래.
이렇게라도 써먹어야 그 녀석들 먹인 보람이 있지.”
그 말에 헬렌은 풋, 하고 웃음을 내뱉고 말았다.
남쪽에서는 그야말로 엄청난 전쟁병기라고 일컬어지던 그리핀들이 정작 그 창단자인 시온에게는 이동 수단 정도로 이용되어도 충분하다는 평을 듣는 게 재밌어서였다.
“쉬고 있어.
난 남은 일들이 많아서.”
“시온 공자님은 안 쉬시나요?
저랑 똑같이 피곤하실 텐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체력 하나는 좋아서.
내 걱정 말고 네 몸이나 잘 추슬러.”
그렇게 답한 후 시온은 방을 나섰다.
말 그대로 내일 모레면 누디아로 진군할 확률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었으니 히스파냐 군이 준비하는 것처럼 자신도 슬슬 준비 작업에 들어가야 했다.
‘과연 누디아에 숨어있는 뾰족귀 녀석들이 어떤 방법으로 이 난관을 헤쳐 나가려고 할까.’
그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어떻게든 반격의 수를 마련하고 있을 것이다.
더해서 그들에게 뭐라도 받아먹은 누디아의 귀족들 역시 히스파냐와 어떻게든 적대적인 분위기를 이어가서 자신들의 허물을 가리고 오롯이 히스파냐에게만 자국의 분노가 쏟아지게 할려고 할 것이 확실했다.
이미 마족의 군세는 신성 프러센 측에 의해 분쇄되었다.
그들만의 전력으로는 이렇게 빠르고 강하게 마족들을 몰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시온은 이미 소식을 들은 순간부터 확신하고 있었다.
천족들이 시작부터 직접적인 개입을 했다거나.
그게 아니라면 다른 수로 신성 프러센을 도왔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시간이 너무 끌리면 안 돼.
누디아가 반으로 나뉘면 자연스레 그 반에 포함되어 있는 전력이 비둘기들 손에 넘어간다.
인간들 전력으로 최소한 신성 프러센의 군대와 싸워서 버틸 수는 있어야 해.
알짜배기들은 김유현과 다른 이들이 처리한다고 해도 나머지 부스러기 정도는 인간들이 알아서 좀 막아줘야지.’
자신 곁에 아무리 많은 수의 실력자들이 있다고 해도.
결국 그들 역시 피와 살로 이루어진 생명체라는 걸 벗어날 수 없다.
계속 싸우다보면 지치고, 지친 상태로 더 싸우다보면 당연히 다치며, 다친 몸으로 더 싸우면 결국에는 치명상을 허용하고 죽을 수도 있다.
소설에서 김유현도 바로 그 부분 때문에 많은 고생을 했었다
심지어 당시에는 지금과 달리 누디아는 이미 박살, 히스파냐는 온갖 혼란으로 완전히 마비, 더해서 네임드들은 거의 대부분이 삭제되었기에 지금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란다, 비둘기 새끼들아.”
전지전능하신 작가놈 님께서 네놈들을 단죄하기 위해 날 보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확실한 건 내 살길을 너희가 막고 있으니 그 뚝배기를 깨는 건 정당방위다, 이놈들아!
시온은 그렇게 생각하며 군의 준비가 어디까지 갔는지 확인하려고 했다.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여인들에 의해 두 팔과 몸을 붙잡히기 전까지는 말이다.
“깩!”
“드디어 나왔네.
냐아앙.”
“주인님 미워요.”
“아니, 도대체 얼마나 하는 거예요?
아까 들어갔는데 이제야 나온 거야?
대낮부터?”
“···너무해.
저랑은 많이 하지도 않았으면서.”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뒤에는 각각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루시아와 눈매가 날카롭게 변한 리아, 그리고 눈 속에서 질투심이 막 피어오르려고 하는 리시키다와 트리샤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몸속의 단백질이란 단백질은 전부 강탈당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어떻게든 이 지옥에서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어딜 도망가려고.”
이번에는 앞에서 쟌이 불쑥 나타나서는 그의 얼굴을 붙잡았다.
“···저기.
일단 다들 진정하고···.”
가만히 있다가는 정말 어딘가로 끌려가서 흉흉한 일을 당할 것 같았다.
때문에 시온은 필사적으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붙잡은 이 여인들을 떼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시온의 미소조차 통하지가 않았다.
“전쟁이라 해서.
그대가 힘들 거라고 판단해서 모두가 참고 있었다.
그런데 그대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우리들도 딱히 참을 필요가 없다는 게 아닌가?”
쟌의 말에 다른 여인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미 시온이 어떤 말을 하든, 무슨 반응을 보이든 꿈쩍하지 말자고 서로 합의까지 보고서 이렇게 들이닥친 모양이었다.
“이미 그대의 아버지께는 내가 말씀드리고 왔다.
오늘 하루는 그대가 쉴 것이라고.
그러니 괜히 사람을 보내서 피곤하게 하지 말아달라고 말이다.”
“주인님.
아직 오후니까 시간은 많아요.
그렇죠?”
“미리 순서까지 정해왔어요.
한꺼번에 달려들 생각은 없으니까 걱정 마세요.”
“냐앙.
릴리트 언니가 없는 게 조금 그렇지만 어차피 그 언니는 혼자서 잘만 잡아먹으니까.”
“이번에는 우리끼리 포식 좀 하자고요.
헬렌 상단주님은 충분히 먹었을 테니까.”
갸아아악!
살려줘, 살려줘, 이 여편네들아!
시온은 그렇게 외치며 발버둥을 치려고 했지만 여기서 시온보다 전투력이 약하다고 할 수 있는 이는 불행하게도 단 한 명도 없었다.
마치 제단 위로 끌려가는 인간 제물마냥 시온은 여인들에게 둘러싸여 방으로 끌려갔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는 어떻게든 탈출하려고 해봤지만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
심지어 그가 유일하게 믿고 있던 카드는 이미 쟌에 의해 봉쇄된 후였다.
“김유현을 찾을 생각은 마라.
이미 내가 동생에게 부탁해서 그와 오붓한 시간 좀 가지는 건 어떻겠냐고 바람을 잡고 왔으니까 말이다.”
―
“···?”
한창 에오스와 이야기를 나누던 김유현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이 주변에 있는 것이라곤 오직 앞에 앉아있는 에오스 뿐, 다른 건 없었다.
“김유현?”
“···아, 미안합니다.
갑자기 어디선가 날 애타게 부르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린 것 같아서.”
“그래요?
난 아무 소리도 안 들렸는데.”
에오스는 그렇게 답하고는 차를 홀짝였다.
사실 여전히 이 차라는 것에 아직은 익숙지 않았지만 다른 이도 아니고 눈앞의 남자, 김유현이 직접 타서 내어준 것이었기에 그런 티를 절대 내지 않으며 오히려 즐기는 듯 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보다 서신은 잘 받았어요.”
“아, 예···.”
“뭐에요?
당신.
지금 이렇게 보면 그런 당당한 글을 쓸 것 같지는 않은데 또 검을 들면 사람이 완전히 바뀌어서는 눈앞에 뭐가 있든 전부 치워버리고 뚫고 나가겠다는 사람 같고.”
“···그냥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다고 해두죠.”
“그렇게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사람 치고 속이 멀쩡한 이는 없었죠.”
다시금 앞에 놓인 찻잔을 입가로 가져가며 에오스는 김유현을 바라보았다.
이쯤 되면 슬슬 남자로서 여인에게 할 말이 나올 텐데, 이 남자는 서신에서는 그런 화끈한 말들을 써넣고는 정작 대면하고 있으니 부끄러워하는 듯 한 눈치였다.
‘아, 귀여워.’
덕분에 에오스는 오히려 더욱 그에게 호감이 가는 중이었다.
엄청난 실력자에, 거기에서 나오는 화끈함에, 그런데 정작 자신이 호감을 품은 사람 앞에서는 저런 모습까지 보이는 것 전부가 다 마음에 들었다.
‘그래도 너무 이러면 재미없으니까.’
에오스는 찻잔을 내려놓고는 은근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부족들의 혼란도 전부 사라졌고, 덕분에 부족원들을 챙기느라 혼인은 생각지도 못 하던 언니나 나도 이제는 정말 배우자를 들일 때가 되었어요.
언니야 이미 정해진 혼약자가 있지만, 나는 아닌지라 현재 부족의 내로라하는 전사들이 은근히 구애를 하려고 애쓰는 중이죠.”
“···.”
“나도 정말 혼기를 놓치기 전에 배우자를 정해야겠죠.
그 상대가 어떤 전사보다도 더 강하고 더 뛰어나면서도, 동시에 나를 많이 위해주는 사람이면 좋겠네요.”
그렇게 말하며 은근히 김유현을 바라보는 에오스.
김유현은 그녀의 반응에 볼을 긁적이며 잠시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딱 지금이 제 본심을 확실히 전할 수 있는 때인데, 정작 입을 열려고 하니 또 그렇다.
덕분에 답답해진 쪽은 에오스.
들어오라고 손짓까지 하는데 정작 남자 쪽은 아직도 갈팡질팡하고 있으니 여인으로서 이보다 더 답답한 상황도 없었다.
‘난 언니처럼 아무것도 모르는게 아니거든요.’
이 먹음직스러운 남자를 어떻게 잡아먹을까.
에오스는 얼굴 가득 미소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작품 후기―――――――
에오스는 쟌과 달리 알 거 다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