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92)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92화(292/439)
292―――――
앞으로 내딛는 발걸음
“···진짜 죽을 뻔 했네.”
살아있다는 안도감을 느끼며 시온은 정원 한 구석에 앉아 한숨을 내뱉었다.
어제 늦은 오후부터 시작해서 새벽까지, 도대체 얼마나 시달린 건지 머릿속이 그냥 하얗게 변한 것 같았다.
공평하게 제비뽑기로 순서를 정했으니 거기에 따르는 불만 사항은 없을 거라면서, 가장 먼저 시온에게 달려든 이는 의외로 루시아였다.
‘제가 처음이네요!
우후후!’
그러면서 다음 사람한테는 미안하지만 시작부터 아주 제대로 할 거라고 경고 사격을 한 그녀는 작정을 한 듯 시온을 넘어트리며 여인들의 대반격 포문을 열었다.
요즘도 무투술 단련에 여념이 없는 듯 전보다도 훨씬 더 탄탄해지고 육감적인 몸매로 변한 루시아의 선제공격은 꽤나 무시무시했다.
‘주, 주인님!’
이후 순번은 리시키다, 그녀는 평소의 기사복장은 때려치우고 또 어디서 구했는지 시녀복을 입고 와서 방심하고 있던 시온의 심장에 영 좋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기사일 때 부르던 주인님 호칭은 그저 충성스러운 신하를 보는 것 같았는데, 저런 복장을 하고서 주인님, 주인님 그러니 갑자기 장르가 이상하게 변하는 듯 했다.
‘이 몸 등장이에요, 시온님!’
리시키다 이후 들어선 여인은 트리샤.
시녀복을 입고서 리시키다가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면 트리샤는 아예 시작부터 무지막지했다.
아예 방으로 들어올 때부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로 돌격해온 것이었다.
‘미친!’ 이라고 시온이 외치며 좀 쉬는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트리샤는 오늘만큼은 시온에게 선택권이 없는 날이라고 하며 그대로 그의 위에 올라탔다.
정말 시온의 진을 빠지게 할 목적임을 증명하듯 트리샤는 성흔까지 미약하게나마 불러서 제 모든 것을 불사르며 앙앙!
거리고 엉덩이를 흔들었다.
덕분에 루시아, 리시키다에 이어서 잠깐의 쉬는 시간도 없이 또 단백질을 뽑히고 마는 시온이었다.
‘아니, 다 좋으니까 일단 좀 쉬자고···!’
체력도 체력이지만, 자신의 똘똘이가 무슨 틀면 나오는 수도꼭지도 아니고, 왕창 썼으면 조금이라도 모으고 채우는 시간을 줘야 하지 않겠는가.
‘냐앙!
때껄룩 등장이다냥!’
이제는 아예 떼껄룩이란 단어를 제2의 이름처럼 쓰는 리아였다.
그녀는 평소의 몸에 착 붙는 가죽옷을 입고서 왔지만, 그 안에 속옷을 입지 않는 것으로 승부를 보았고 결정적으로 딱 젖꼭지 부분과 가랑이 사이는 미리 칼로 찌개고 오는 철저한 준비성까지 보인 덕분에 시온에게는 또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주는데 성공하고야 말았다.
‘하으으!’
살짝 갈라진 틈으로 젖꼭지와 균열을 공략하며 시온은 이 앙큼한 고양이가 꽤나 머리를 잘 썼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여인들이 아예 오늘 뽕을 뽑을 생각으로 달려드는 건 아닐까 하며 그는 마지막 손님을 맞이하고야 말았다.
‘분하군.
그래도 중간 정도는 뽑을 줄 알았다.’
‘···쟌.
그 복장은···.’
‘왜, 왜 그러냐.
이게 왕국 귀족들이 입는 잠옷이라고 들었다만.’
항상 털이 달린 북쪽에서의 외투를 걸치고 그 안에는 활동하기 좋은 복장을 하고 다니던 쟌.
그렇기에 시온은 갑작스레 반투명한 원피스 형태의 잠옷을 입고 등장한 쟌의 모습에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아 벌렁거리던 심장을 다시 부여잡아야만 했다.
‘젠장··· 심장에 몇 번이나 무리가 오는 거냐고···.’
물론 무리가 오는 심장과는 달리 똘똘이는 눈치 없이 또 고개를 번쩍 들었지만 말이다.
덕분에 쟌이 얼마나 육감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는지, 시온은 다시 한 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허리 꺾는 여인이 이렇게나 귀여울 수도 있다는 걸 알 수도 있었다.
‘아으아아!
흐아아앙!’
‘허억!
컥!’
‘하으으··· 그, 그래도 끝을 냈다···.
목적은··· 달성했어.’
쟌의 마지막 일격을 결국 허용하고 말았다.
쾅!
하고 여인의 품속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며 시온은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 이후로 기억나는 건 가쁜 숨을 고르는 쟌과 ‘드디어 쓰러졌어요?’ ‘드, 드디어 주인님을!’ ‘사냥 성공이다냐앙!’ 등의 말들이었다.
“그리고 눈 떠보니 나 혼자 방에 누워서 졸도한 상태였지.”
원래는 여인들 모두가 단순히 관계만 원하는 게 아니라 시온의 품에 안겨서 하루를 보내는 걸 원했었지만 이번에는 시온을 쓰러트리는 게 목적이다 보니 빠르게 임무를 완수하고 빠진 모양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복수라도 해볼까 생각했지만 그래도 여인들이 다들 착해서 딱 이정도로 끝내준 게 다행인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쟌이나 트리샤가 이렇게 어울려서 뭔가를 같이 했다는 게 시온으로서는 무척이나 감동스러웠다고 할까.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잖아.’
농담이 아니라 진짜 죽을 뻔 했다.
체력에 딸려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정말 ‘복상사’ 라는 것이 무엇인지 희미하게 알았다.
만약 릴리트까지 있었다면 그때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걱정이 자동으로 될 정도였다.
‘···젠장, 그러고 보니 릴리트님도 분명 헬렌부터 시작해서 어제 일까지 전부 다 아셨을 텐데.’
그래도 헬렌 때까지는 릴리트도 어떻게 이해를 하려고 했을 거다.
고양이가 주변에 몇 마리인데 생선 가게에서 생선이 하나라도 없어지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문제는 바로 어제, 상황 모르는 그녀가 본다면 그야말로 파티라도 한 수준으로 거하게 일을 벌였으니 아마 지금쯤 이를 갈며 미친 듯이 클라우젠으로 달려오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릴리트가 돌아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며 시온이 한숨을 내뱉는 순간이었다.
“끄으응···.”
갑자기 또 다른 앓는 소리가 들리며 누군가가 정원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으로 고개를 돌린 시온은 의외의 인물이 거기에 서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거기에는 김유현이 자리하고 있었다.
“김유현?”
“아, 시온 공자님.”
“뭐야.
난 그렇다 치고 넌 왜 그리 지친 얼굴이냐?”
시온의 질문에 김유현은 반사적으로 입을 열었다가 아, 하고 탄식을 내뱉더니 입을 닫았다.
뭔가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남자의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뭔데, 저놈은.’
잠시 김유현을 쳐다보던 시온은 일단 자신 옆에 와서 앉으라는 뜻으로 손짓을 해보였다.
그러자 김유현은 별 말 없이 걸음을 옮겨서는 시온의 맞은편에 엉덩이를 붙였다.
“···.”
“···.”
에카테리나와 싸울 때도 저렇게 지친 표정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저 괴물 같은 주인공을 지치게 하려면 최소한 최상위 천족들이 떼거지로 달라붙거나 아니면 칠익들이 무더기로 덤벼들어야 할 터인데.
시온은 잠시 김유현의 몰골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뭔가 육체적으로 지친 것 같지는 않은데.’
다른 건 몰라도 일단 신체 하나만큼은 먼치킨 그 자체인 남자다.
성격에 하자라고 하면 하자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에 반해서 신체 능력은 하자라고 부를 수 있는 게 없다고 할 정도였다.
당연히 몸이 피로해서 저러는 건 절대 아닐 테고 그러면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그러다가 시온은 어제 쟌이 했던 말을 떠올릴 수 있었다.
김유현은 제 동생이 맡고 있다, 어쩌고 식의 말이었는데 그걸 떠올린 시온은 속으로 ‘오호?’ 하고 탄성을 내뱉으며 장난기가 가득한 눈길로 김유현을 바라보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먼저 말을 할 놈은 절대 아니지.’
저 주인공 놈의 입을 여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이쪽이 대화의 포문을 열면, 그 분위기에 휩쓸려서 분명 제 이야기를 할 것이었다.
“어제 죽을 뻔 했다.”
“예?”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죽을 뻔 했다고 하니 김유현이 놀라는 건 당연한 일.
전쟁터도 아니고 시온의 집이라고 할 수 있는 클라우젠 변경백령에서 왜 저런 말이 나왔을까 싶었던 김유현은 곧 이어진 상대방의 말에 두 눈만 껌뻑일 수밖에 없었다.
“여자들이 어찌나 달려들던지.
있는 거 없는 거 전부 뽑히느라 영혼까지 다 털린 기분이야.”
“아···.”
“솔직히 좋긴 좋은데, 이것도 정도란 법이 있어야지.
농담 하나 안 보태고 정말 죽을 뻔 했단 말이야.
뭐, 죽는 방식이 그나마 나쁘지 않았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겠지만.”
“그랬습니까.”
김유현은 그렇게 말하곤 잠시 뭔가를 고민하듯 제 턱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결심을 했다는 듯 입술을 꾹 깨물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시온 공자님.
그, 질문 좀 하고 싶습니다만.”
“그런걸 뭐 허락 받고 하냐.”
“그게, 질문 내용이 좀 이상할 수도 있어서 말입니다.”
“뭔데 그러는데.
듣고 판단할게.”
“···여자와의 관계 말입니다.
그, 마음으로 하는 교류도 그렇고, 육체적으로 하는 교류까지 포함해서 물어보고자 하는데요.”
역시나 시온이 던진 미끼를 덜컥 물은 김유현이었다.
시온이 여인들과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니 거기에 대해서 딱히 거부감이 없다고 판단하고서 묻고 싶은 것을 질문하는 듯 했다.
“에오스랑 무슨 일 있었어?”
“그건 아닙니다.
그냥, 그냥··· 어제 밤에.”
“왜.
뭔가 상당히 불만족스럽다니?”
“절대 아닙니다.”
그래도 남자의 자존심은 있는지 바로 부정을 하는 주인공이었다.
더해서 살짝 굳은 표정은 절대 시온이 생각하는 그런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 했고 말이다.
“에오스가 갑자기 너무 적극적으로 나와서요.
도대체 공자님이 쓴 서신이 얼마나 특별했기에 그러는 것입니까?”
“내 서신이 특별한 게 아니라, 네가 특별해서 그러는 거지.
이 멍청한 놈아.”
“에?”
“이렇게 보면 찬바람 폴폴 날리고, 북쪽 전사들보다도 더 냉정한 놈이 갑자기 편지에 사랑 이야기를 가득 써서 보내놓고 또 정작 대면을 하니 부끄러워한다고 생각했겠지.
그 이중적인 모습에 에오스가 더 큰 호감을 느낀 것일 테고 말이야.”
“그게 그렇게 됩니까?”
그러면 그게 그렇게 되겠지.
설마 미쳤다고 에오스 정도의 여자가 호감도, 관심도 없는 남자에게 그렇게 좋다고 달라붙어서는 네놈이 지칠 때까지 몰아붙였겠니?
시온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끄응, 하고 기지개를 켰다.
“이제는 정말로 네 소중한 사람이 된 거야.
네가 목숨을 다해서라도 지켜야 하는 것이 생긴 거지.
그러니까 더더욱 힘든 싸움을 해야 한다는 소리고.”
“···뭔가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만 하는 삶은 이제 그만하고 싶었다고 여겼었는데.
아무래도 인간으로서 그렇게 사는 건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다들 뭔가를 지키기 위해 싸워.
세상 그 어떤 낮은 사람도, 어떤 높은 사람도 다 그렇지.
다만 거기서 지키느냐, 아니면 뺏기느냐로 갈릴 뿐이야.”
“···.”
“난 그래서 싸운다.
내 것, 내 사람 지키기 위해.
다른 놈들 건 다른 놈들이 지켜야지.
내가 그런 것까지 신경 써주다가는 나와 내 사람들이 다쳐.
죄책감?
까고 잡수는 소리.
그건 힘이 없고 의지가 없어서 지켜야 할 걸 빼앗긴 놈들이 지껄이는 핑계거리야.”
시온은 그렇게 말하곤 잠시 두 눈을 감고 몸을 뒤로 숙였다.
김유현 스스로가 조금 더 생각하고, 조금 더 확실하게 결정할 때를 주기 위해서 일부러 시온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하고 있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너한테는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겠네.”
“예?”
“네가 아니었다면 곤란했을 때가 많아.
네가 없었다면 분명 내 주변의 누군가가 다치거나 죽었을 수도 있었겠지.
다른 이들은 나를 영웅이라고 부르지만, 그 영웅을 구하는 진짜 영웅은 바로 너야.
김유현.”
“···오히려 저는 공자님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내게?
라고 말하듯 시온이 슬쩍 고개를 내려서 김유현을 바라본다.
시온의 시선에 김유현은 아주 작은 미소를 짓고는 말을 이었다.
“공자님이 아니었다면 그저 과거의 잘못만 되씹으며 멍하니 서 있다가 몰려오는 파도에 휩쓸렸겠죠.
그 파도에 또 내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걸 지켜만 봐야 했을 수도 있고 말입니다.”
“···.”
“알고 있습니다.
그 파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배가 필요하고, 그 배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든 해야 하며 배를 띄워도 전부를 구할 수는 없다는 것을.
거기에서 어떤 이들은 자신과 상관도 없는 이들을 구하는 성인군자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성인군자가 되는 게 쉬운 일이겠어?”
“성인군자가 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만큼이나 제 사람들을 위해서 냉정하고 과감하게 행동할 수 있는 것도 쉬운 건 아닙니다.
저는 그걸 하지 못 했기에 결국 아무 것도 하지 못 했지만 공자님은 그걸 해냈기에 결국 모든 것을 해내실 수 있었죠.”
“···.”
“물론 앞으로도 그러실 테고 말입니다.”
오랜만에, 아니 어쩌면 처음으로 듣는 김유현의 진심이었다.
항상 히로인들 속만 썩이던 주인공 놈이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렇게 솔직하게 나오는 것일까 싶은 시온은 일단 별것 아니라는 듯 코웃음을 치곤 입을 열었다.
“그렇게 치켜세우지 않아도 알아서 챙겨줄 테니 걱정 마.”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말이죠.”
원래라면 장난을 잘 치지 않는 김유현도 슬슬 시온에게 옮아서인지 농담도 어느 정도 하게 되었다.
“그보다 이제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똑같아.
빼앗거나, 지키거나 둘 중 하나지.”
“···.”
“물론 그 안에 보통의 사람들은 상상조차 못 한 상당히 더럽고 추한 뭔가가 있을 테고.”
“공자님은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겁니까?”
약간은 날카로운 김유현의 질문에 시온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원래 나쁜 놈이 다른 나쁜 놈의 머릿속을 잘 읽는 법이거든.”
―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러다가 누디아를 잃으면 우리들의 계획도 물거품이 됩니다.”
“더는 위대한 존재들을 위해서 노력하고 싶어도 활동을 할 수가 없고 말이죠.”
“어떻게든 무슨 수를 써야 합니다.
이대로는···.”
한창 뭔가를 열정적으로 논의하고 있던 요정들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그들의 뒤로 또 다른 요정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게 된 이상 더는 방도가 없어.
정면으로 승부를 볼 수밖에.”
“예?
하, 하지만···.”
“누디아가 분열되면 결국 우리들만 손해야.
여기서 어떻게든 누디아를 하나로 뭉치게 해서 히스파냐와 싸우게 해야 해.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그 무대에 스스로 올라가야만 한다.”
상석에 앉은 요정은 제 활을 굳게 쥐며 중얼거렸다.
동시에 활에서 초록색의 문자들이 떠오르며 웅, 하고 공명음을 토해냈다.
―――――――작품 후기―――――――
일단 바네사와 아이브가 접전이군요!
바네사 일러?
아이브 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