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94)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94화(294/439)
294―――――
거짓말은 성의있게 연극은 막장답게
“당장 히스파냐와 관계를 개선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이미 국경을 넘어서 진군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건 마족 추종자들을 몰아내기 위해 싸웠던 우리들을 역으로 집어삼키겠다는 의도!
우리 또한 맞서 싸워야 합니다!
빛을 따르는지 그림자에 먹혔는지조차 불분명한 자들과 협상을 할 수는 없습니다!”
“1군은 궤멸되었고 본대도 막심한 피해를 입고 겨우 돌아왔습니다.
병력이야 모을 수 있다고 해도 절대 그들만큼의 힘은 낼 수가 없습니다.
추려내 보낸 정병들이지 않았습니까?”
“우리 누디아는 빛의 교리를 받들며 그 뜻을 따르는 국가입니다.
왕실에서 나서서 빛의 교리를 함부로 대하는 저 히스파냐와는 다른 곳이니 그 추잡한 자들과 함부로 얽힐 수는 없습니다!”
아이브는 그 말에 절로 구역질이 치밀었다.
누디아가 신성 프러센도 아니고 왜 그놈의 빛의 뜻, 교리를 외치는 거란 말인가.
심지어 그걸 정말 좋은 뜻으로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뭔 말 같지도 않은 명분으로 써먹기만 하다가 일이 불리해지니 바로 태세를 전환하는 꼴은 정말이지 꼴사나웠다.
당장이라도 개소리 말고 이 나라를 위한 진정한 길이 무엇인지 생각하라고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현재 자신은 포로로 붙잡혔다가 히스파냐 측에 의해 풀어난 상태라서 함부로 입을 열기도 무척이나 모호한 상황이었다.
괜히 협상 논의를 입 밖으로 내놓았다가는 자칫 저 미친놈들에게 ‘혹시 히스파냐와 무슨 거래를 한 거 아닙니까!’ 라는 개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현재 전과 같은 위상을 지니지 못 한 자신의 아버지이자 이 나라의 재상인 에텔모의 이름을 깎아먹기 위해서라도 때는 지금이다 하고 다른 귀족들까지 뜻을 같이 해서 자신을 물어뜯으며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할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다행인 점이 있다면, 이번 패배로 확실히 정신을 차린 이들이 많다는 거야.’
단순히 시온 하나만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차라리 낫다.
갑작스레 등장하여 한 여인과 함께 군대를 상대했던 남자 덕분에 모두가 큰 충격을 받고 빛의 뜻이니 교리 따위에서 벗어난 이들이 생겨났다.
“절대 불가합니다.
단순히 히스파냐의 시온 클라우젠 만도 문제인데 이번에 새로이 나타난 또 다른 검사가 그 위력을 보이지 않았습니까?
단신으로 군대를 상대했습니다.
본대가 단 한 명에게, 심지어 기사도 아니었다는 인물에게 패퇴했는데 이걸 어떻게 감당하려고 합니까?”
“그거야 군대가 갑작스러운 기습에, 상당히 피로한 상태이지 않았습니까?
무엇보다 마법사들이 한창 공성전에 투입되어서 마법 공격을 시전하지 못 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러니까!
결국 또 클라우젠에 패했다는 것입니다.
공성전에 신경을 집중한 사이 적들이 내보낸 결사대에 의해 측면이 와해되었고 병사들이 겁을 먹고 진형이 붕괴되니 우리 측의 상급 기사들도 나서볼 때를 가지지 못 하고 후퇴한 거란 말입니다!”
“···.”
도대체 무슨 개소리냐는 표정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정체불명의 남자와 싸워볼 만 했으면 왜 자국 기사들이 물러섰겠는가.
당연히 자신들조차 감당이 안 될 수준의 괴물이니 물러섰겠지.
그리고 뭘 모르는 것 같은데 잘 짜인 방진 앞에서는 제아무리 상급기사라고 해도 몇 번 칼 휘두르다가 포위되어서 소모전에 걸리고 결국 버티고 버티다가 지쳐 죽을 뿐이다.
하지만 그 남자는 기어코 방진을 뚫고 그걸 완전히 와해시켜버렸다.
이미 그것만으로도 그는 상급 기사들을 가뿐히 뛰어넘는 실력자, 말 그대로 괴물과 같은 존재라는 소리였다.
‘싸움에 대해서, 전쟁에 대해서 쥐뿔도 모르는 것들이 입만 살아서는!’
아마 그런 말이 아이브나 이번 전쟁을 경험한 이들, 그리고 빛의 교리에 회의적인 생각을 품은 귀족들의 머릿속에 피어오른 공통된 생각이었을 것이다.
검이라도 빼어들고 저 머리가 빈 것들을 싹 다 잡아 죽이고 누디아의 살길을 모색하는 편이 최고일 테지만, 하필이면 빌어먹을 누디아의 왕이란 놈이 등장해서는 ‘싸울 방법을 찾으라.’ 라는 말을 내놓으며 저들에게 정당성까지 부여해주었다.
아이브를 위시한 이들에게는 환장할 노릇이었지만 반대로 요정들의 뜻대로 놀아나는 귀족들에게는 아주 좋은 상황이었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아이브님.”
“저라고 저들이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별 수가 있나요?
결국 우리는 패해서 돌아온 이들이니 협상을 하자고 외치는 건 겁쟁이라는 소리를 듣기 딱 좋은 상황이죠.”
“에텔모님께서 쓰러진 이상 현재 이쪽의 중심을 잡아주실 분은 아이브님 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아이브님의 실력은 누디아의 웬만한 이들은 다 알고 있으니 국왕께 제대로 말씀을 드린다면 생각을 바꾸시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아이브는 고개를 내저으며 불가능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자신이 말을 해서 들어먹을 작자였다면 진작 자신의 아버지가 막았을 것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 제어가 되던 그 국왕이란 남자는 결국 어느 순간부터 완전히 정신이 나가버려서는 누디아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뭔가를 움직이는 노예가 되어버렸다.
현 상황에 말로 할 수 없는 답답함을 느낀 것인지 에텔모도 홧병으로 쓰러진 상황.
아이브는 머리를 감싸쥐고 도대체 이 상황을 어찌 타개해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설마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죽어나가라고 날 살려보냈나?’
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하지만 아이브는 곧 고개를 내젓고는 생각을 가다듬었다.
분명 시온 클라우젠이 굳이 반대 의견을 묵살하면서까지 자신을 되돌려 보낸 이유.
히스파냐만 알고 있어도 되는 정보를 자신에게까지 알려준 데에는 그만한 뭔가를 기대해서, 그리고 그녀가 그렇게 움직여주기를 기대해서였을 것이다.
‘설마, 아니죠?
나보고 그런 미친 짓을 벌이라고요?’
결정적으로 드는 생각은 단 하나.
이 미친것들이 정말 나라를 통째로 말아먹기 전에 싸그리 잡아 족치고 나라를 바꾼 다음 히스파냐와 협상을 하는 것뿐.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국왕은 싸우기를 원하고 있으니 결국 그 길은 반란이자 역모였다.
‘누디아를 분열시켜서 집어삼키려는 목적?
···아니야.
그럴 목적이었다면 쉴 틈도 없이 누디아를 몰아치면서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겠지.’
패잔병을 규합하는 시간을 일부러 줄 정도로 시온이라는 남자가, 그리고 히스파냐의 군대가 만만치 않다고 아이브는 생각했다.
그런데도 히스파냐 측이 느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 분명 누디아에 뭔가 원하는 것이 있다는 소리였다.
환장하겠네, 머리가 쪼개질 것 같아.
아이브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이를 악물고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일에, 미친것들이 말도 안 되는 명분을 집어넣고 고집을 피우며 빛의 뜻이니 하는 개소리를 지껄이고 있다.
최종 결정권자는 애초에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그들을 부추기고 유일하게 말로서 그들을 제지할 수 있었던 사람은 화병으로 쓰러져서는 일어나지 못 하고 있는 상태.
‘적이 원하는 방식으로 따라가주면 안 되는 법이지만···.’
아이브 입장에서 시온 클라우젠은 좋게 봐도 라이벌, 아니면 영원한 적이었다.
그가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면 결국 그 남자와 히스파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는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리 움직이지 않는다면 정말 이 누디아라는 나라가 통째로 무너지게 생겼으니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사실 따져보자면, 시온 클라우젠보다는 당장 귀족 회의에서 빛의 교리이니 뜻이라고 설교를 하며 헛소리를 지껄이는 작자들이 아이브 입장에서는 더욱 죽이고 싶은 적이었다.
신성 프러센도 아닌데 왜 자꾸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정말 시온의 말대로 저들이 요정들에게 넘어가서 나라와 왕국민 생각들은 안하고 그 말도 안 되는 광명 생각만 하는 것인가 의심까지 들었다.
‘의무를 잊어버린 자에게 권리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아이브는 고민 끝에 결국 결정을 내렸다.
비록 일이 실패하면 그 끝이 차마 말로는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할 것이고.
설사 성공한다고 해도 결국 히스파냐와 시온 클라우젠에게 가장 큰 이득을 가져다 줄 테지만.
최소한 이 나라만큼은 살려야했으니 별 다른 수가 그녀에게는 없었다.
“잠시 이리로.”
레스티온 가문을 지지하며 재상을 따르는 귀족들을 불러모은 아이브.
그들 중 대부분이 이번 전쟁에 참전했다가 시온 클라우젠의 지략과 김유현의 무력에 완전히 무너졌던 이들임을 알아차린 아이브는 설득이 조금 더 쉬울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이브님?”
“···이제부터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고요.
지금이라도 제 입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와도 따를 수 있다는 분이 아니라면, 지금 나가주셨으면 해요.”
“예···?
무슨 말인지 저희는 잘···.”
“듣고만 있어도 반역죄로 끌려가서 모진 고문을 당할 수 있을 테니까요.”
시온이 풀어둔 독약이, 멍청한 광신도들에 의해 그대로 풀어지는 순간이었다.
―
사박, 사박―.
히스파냐 왕국의 북서쪽에 위치한 거대한 숲.
요정들이 많이 기거하는 곳이라 왕국 측도 일부러 찾지 않는 이곳에 뜻하지 않은 손님들이 찾아들고 있는 중이었다.
“여기가 정말 맞나, 하운드?”
“그 소리 딱 세 번만 더 해라.
그러면 100번 채우니까.
이 빌어먹을 놈아.”
“아니, 아무리 봐도 길을 잃은 것 같으니 이러는 거 아니겠나.”
“제발 그 입 좀 닥쳐.
입만 다물면 정말 대왕 소리 듣겠네.”
요정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종족으로는 첫 손에 꼽힐 정도라는 수인.
그 수인들의 대표라 할 수 있는 거스 대왕과 하운드 부족장, 그리고 파울가 대모가 호위도 없이 이 숲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둘이 참 사이좋네.
이참에 서로 재혼이라도 하지?
둘이서 말이야.”
“대모, 제발 부탁인데 그런 끔찍한 말 마쇼.”
“맞아, 파울가.
나도 월랑족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정들의 구역에 들어선 것을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세 남녀 수인들은 시끌벅적 떠들며 숲을 나도는 중이었다.
사사삭!―
그리고 당연하게도, 숲에서만큼은 그 어떤 종족보다도 빠르며 조용하고 은밀하게 적을 사살할 수 있는 요정들이 어느 순간부터 그들 주변을 포위한 상태였다.
“···아, 또 떠드느라 놓칠 뻔 했네.”
“이제야 눈치 챈 거냐?
아무튼 월랑족들이란.
쯧.”
“이 빌어 처먹을 늙은 고양이가 진짜···!”
“둘 다 조용히.
이러다가 정말 고슴도치 되어서 죽고 싶지 않으면 말일세.”
파울가의 말에 거스 대왕과 하운드 부족장은 입을 다물고는 자세를 바로 하고 주변을 살폈다.
새소리도, 벌레 소리도, 하다못해 바람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것이 아예 이 일대에 아주 알차게도 꽉꽉 들어찬 모양이었다.
“그대들의 장로들과 이야기를 하기 위해 찾아왔다만, 무슨 일이 있는 겐가?
다들 필요 이상으로 날이 서있는 게 느껴지는데.”
“···.”
“대답은 하지 않아도 좋겠지만 최소한 얼굴은 보여주게나.
그래도 그쪽들의 체면을 세워주고자 수인들의 핵심 인물이 전부 다 찾아왔는데.”
스컥―!
갑자기 한 줄기 칼바람이 일며 파울가의 바로 옆에 있던 나무가 밑동부터 깔끔하게 잘려서는 옆으로 쓰러진다.
가볍게 손을 튕기며 손톱을 안쪽으로 숨긴 파울가는 다시금 말을 이었다.
“이렇게 아랫것들이 예의도 모르고 막 대하려고 하면 어르신 분들이 버릇이 없다고 하면서 손수 예절 교육을 할지도 모른단 말이야.”
나이를 먹고 늙어도 여전히 맹수는 맹수임을 증명하듯, 파울가의 기세는 매섭기 그지없었다.
거스 대왕과 하운드는 그런 대모의 모습에 ‘역시 무서운 할멈.’ 이라고 중얼거리며 만약 저들이 이쪽을 공격한다면 얼마든지 반격해주겠다는 듯 자세를 취했다.
“···장로님들을 뵈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야겠습니다.
호비족의 대모, 파울가시여.”
흐르는 바람처럼 근원지를 모를 어딘가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에 파울가는 귀를 쫑긋거리며 말했다.
“내 분명 말하지 않았나.
아랫것들에게 할 말이 아니라고 말이야.”
“···요정들의 영역에까지 와서 소란을 피우신 분들에게 응당 들어야 할 대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대모.”
“흐음.”
그 말에 파울가는 슬쩍 뒤를 보았다.
이제부터는 자네가 나서면 될 것 같다 싶은 뜻이었고, 그에 바통을 이어 받은 건 역시나 거스 대왕이었다.
“수인들을 대표해서, 요정들을 대표하는 장로들에게 우리들의 걱정과 우려를 전하려고 찾아왔다.
이 정도면 답이 되었는가?”
“···.”
고민을 하듯 답은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에 하운드가 슬쩍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
“귀가 막혔나?
그래도 너희 요정들 대우하겠다고 수인들 각각의 부족을 대표하는 이들이 호위도 없이 여기까지 몸소 왔다.
그러면 제아무리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해도 최소한의 예의는 보여야 할 텐데, 고작 경계병 따위가 계속 이리 살기를 내보낼 생각인 거냐?”
그렇게 말하며 한 마리의 검은 늑대가 낮게 으르렁거린다.
당장이라도 요정들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튀어가서 목덜미를 물어버리겠다는 듯 한 모습에 거스 대왕도, 파울가도 딱히 말리지 않으며 상황이 순식간에 일촉즉발로 들어가는 순간.
“···.”
샤샥, 사삭―.
갑자기 주변의 기운이 조금씩 변하며 이곳으로 향하던 날카로운 기세가 많이 줄어들었다.
하운드의 경고가 먹혀들었다는 소리였고, 곧 다른 반응도 보일 것이라는 소리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그들 앞에 한 요정이 뚝 하고 떨어져 내렸다.
“불쾌하셨다면 이해해주시길.
요즘 들어서 불미스러운 일들로 인해 각 부족들과 장로님들의 심사가 많이 뒤틀린 상황이라 말입니다.”
“사정이 있으면 미리 말하고 양해를 구하면 되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현재 우리들도 딱히 심사가 좋은 게 아니니 얼른 장로들 앞으로 안내해주었으면 하는데.”
“알겠습니다.”
활을 어깨에 걸친 요정은 따라오라는 듯 손짓을 해보였다.
동시에 이쪽에 집중되던 기세도 이제는 거의 전부가 사라지고, 다시금 숲의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하운드는 슬쩍 입을 열었다.
“확실히 우리들을 경계하는 게 마을을 공격한 쪽으로 우리들을 의심했던 모양이야.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군.”
그러자 거스 대왕은 바보 같은 소리 좀 그만 하라며 타박을 주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요정들의 영역에 와서 그 일을 언급하는 건 어느 누가 봐도 현명하지 않은 짓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는 사이 세 수인을 안내하는 요정은 숲 한가운데를 거침없이 걸으며 때로는 마법진을 해제하고 또 함정 마법도 능숙하게 지나치며 그들을 이끌었다.
과거 요정들과 수인들 간의 분쟁으로 인해 긴급하게 회동을 가졌을 때도 이렇게 단단하게 방어 준비를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도대체 어떤 존재가 이 콧대 높은 요정들을 완전히 깨부수고는 이렇게 긴장하게 만들었을까 궁금해지는 거스 대왕이었다.
“잠시 기다려주시길.”
요정은 그렇게 말하고는 화살을 뽑아들고는 마법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앞으로 쿡, 하고 찍으니 여태 보이지 않던 막이 찢어지며 안으로 들어가는 구멍이 생겨났다.
“들어가시면 됩니다.
다만, 여기는 요정들의 땅이니 무례한 언행은 자제하여 주시길.”
“잔소리 안 해도 최소한의 예의는 안다, 이것들아.”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또 으르렁거리는 하운드.
그 반응에 슬그머니 엄지를 치켜세운 거스 대왕은 쯔쯧, 하고 혀를 차며 안으로 먼저 들어가는 파울가를 따라서 요정 장로들이 기다리고 있을 곳으로 향했다.
―――――――작품 후기―――――――
추천을 구걸하기 전에는 한 편 더 올려야 한다고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