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297)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297화(297/439)
297―――――
거짓말은 성의있게 연극은 막장답게
“생각보다 루드비히가 잘 해주고 있는 모양이네.”
리시키다가 전한 소식을 접하며 시온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솔직히 소설에서는 항상 과도한 자신감에 너무 자기애가 넘치던 캐릭터라 능력은 괜찮은데 빈틈이 많아서 허우적거리다가 결국 일찌감치 리타이어 하던 녀석이었다.
혹시라도 이번 보급 관리에 있어 허점을 드러내면 빠르게 손절할 각을 재기 위해 일부러 볼코 후작에게 추천을 한 것인데 다행히도 1인분은 해주고 있는 모양이었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뭘 원하기는 미안한 상황이니 시온은 가끔 가다가 보급 물품을 실은 짐마차에 장난질을 칠 거라고, 그리고 그렇게 할 때마다 아군 측만 알 수 있는 표시를 해둘 거라고 미리 말을 해줬다.
‘원래라면 애들 장난도 아니고, 명예롭지 못 하다는 개소리나 할 놈이었지만.’
루드비히는 그저 ‘···대단하네.’ 라는 말을 내뱉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그 부분을 아주 제대로 활용해서 성가신 적들의 후방 부대 중 하나를 궤멸시키기까지 했으니 많은 이득을 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더해서 실전 경험이 거의 없었던 루드비히가 아무런 문제없이 지휘권을 행사하며 시온이 준비해둔 함정에 맞춰서 군의 움직임을 짰다는 건 시온에게나 볼코 후작에게나 청신호였다.
“아닌 척 하지만 볼코 후작님도 무척이나 좋아하셨습니다.”
“이제 사람 구실을 하게 생겼으니 어떤 부모가 기뻐하지 않겠어?
나도 기쁘다, 기뻐.”
시온이 예상하고 있는 적은 천족, 급진파 요정들, 그리고 빛의 뜻인지 교리를 외치며 달려드는 광신도들 무리였다.
특히나 신성 프러센은 거의 전부를 상대해야 한다고 봐도 무방했고 누디아도 절반 정도는 거의 완벽하게 비둘기들에게 점령당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천족이나 요정들이 극악무도한 흉악범이고 광신도들은 잡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잡범도 쓰레기 짓을 하는 건 마찬가지니 전부 잡아서 족쳐야 하는 상황.
거기에 이미 다른 부분에서 할 일이 태산인 김유현이나 다른 이들을 써먹는 건 옳지 못 했다.
‘공이 집중되면 역으로 적도 많이 생긴다.
특히나 혼란의 시기 직후 그런 이유로 쓱싹하고 잘려나간 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결정적인 공은 김유현과 자신이 세우되, 적절하게 보상을 나눠먹을 수 있을 정도로 다른 자잘한 부분을 다른 이들과 나누어둔다.
그래야 차후 문제가 터져 나올 때 그들이 자신들의 공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쪽의 편을 들어서 싸워줄 것이었다.
‘영원히 히스파냐만 믿어서도 안 되니까.
내 살 길은 내가 찾는 거지.’
누디아로 들어선 지도 벌써 보름이 다 되어간다.
붙잡은 포로들에게서 얻은 정보에 의하면 히스파냐에서 궤멸된 1군이 딱 누디아 서쪽에서 차출한 정병의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당연히 서쪽을 지나는 동안 별 다른 저항은 없었고 누디아의 북쪽과 중앙으로 나아가는 가도 부근에 다다랐을 때 히스파냐는 진군을 멈췄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보급선이 너무 길어지고, 적들의 혼란을 야기하기 위해 일부러 뒤에 남겨둔 누디아 귀족들이 뒤를 잡을 수도 있으니 딱 이 정도가 적당했다.
“도대체 여기 인간들은 뭐하는 거람?
왜 안 덤벼?”
“그러게요.
릴리트 언니 말대로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냐앙!
하지만 이 근처에서 뭐 별 다른 게 발견된 게 없는 걸?”
릴리트와 루시아, 리아는 현재 상황에 대해서 도저히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히스파냐는 바로 달려와서 누디아 군을 박살냈는데 정작 누디아는 서쪽이 완전히 관통되다시피 한 상황에서도 여태까지 다시금 정규군을 보내지 않았던 것이었다.
“···혹시 또 모르잖아요?
무슨 꿍꿍이를 꾸밀지.”
트리샤는 차를 홀짝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시온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제 말이 맞나요?’ 라고 묻는 모양새였다.
“트리샤 말대로, 분명 뭔가 있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을 리가 없으니까.
딱히 전투라고 부를 만한 것도 없이 그대로 여기까지 허락하긴 했다만 아무튼 적이 침략한 상황에서 더 침묵해서 좋을 게 없어.”
“하지만 아직도 침묵하고 있잖아?”
“뭔가 준비하고 있다는 소리죠.
여기까지 우리들을 끌어들여서 뭔가 수를 내기 위함이라던가, 아니면 더 큰 연극을 위한 더 큰 무대를 원했다던가.”
누디아의 국왕은 이미 아랫도리부터 시작해서 머리통까지 요정들의 꼭두각시가 된 지 오래다.
정상적인 사고를 할 리도 없고, 그 밑에 있는 광신도 귀족들도 제정신으로 나랏일을 돌볼 위인들은 결코 되지 못 한다.
그나마 에텔모 기 레스티온 재상이나 그 밑의 이성적인 이들이 아무런 대책도 없는 전쟁을 막고 있는 모양이었지만 왕명이 있으니 결국 한 번 이상은 싸우게 될 것이다.
다만 그 싸움이 언제, 어디서 일어나느냐가 중요한 법이었다.
“주인님.
하나 여쭙고 싶은 게 있어요.”
“뭔데?”
“왜 히스파냐에서처럼 북쪽 야만··· 아, 죄송해요.
북쪽 전사들을 퍼트려서 누디아를 마비시키지 않는 거죠?
서쪽의 정규군까지 반 이상이 사라진 마당에 어려울 건 없었을 텐데요.”
“그 전사들을 정말 마음대로 하라고 풀어줬다가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하는 소리야, 리시?
과거이긴 하지만 너도 한 때는 누디아 사람이었잖아.”
시온이 은근한 기색으로 질문을 던졌다.
사실 누디아를 공격하면서 조금 불편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는데, 비록 지금은 자신 옆에서 그 어떤 이보다도 더 충실한 리시키다였지만 결국 그녀는 누디아 출신이었다.
과거이긴 하나 어찌 되었든 제 고향이 적의 침략에 불바다가 되는 건 어떻게 생각할지, 그것으로 인해 혹 괴로워하거나 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아요.”
하지만 리시키다는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그 표정에는, 몸짓에는 거짓이 아닌 진실 된 기운만 잔뜩 묻어나고 있었다.
“제게는 이제 주인님 곁이 전부에요.
이미 오래 전에 전쟁 고아였기에 가족은 없었고, 오직 절 구해준 이를 위해서 기사가 된 저를 그들이 먼저 쳐냈으니.
저를 먼저 버렸으니 저도 그들을 버렸습니다.
말씀드렸잖아요.
주인님 곁이 제게 남은 마지막 안식처이자 보금자리라고.”
“···그래.
그렇게 말했지.
널 의심한 건 아니지만 내 질문이 불편했다면 사과하마, 리시.”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주인님이 한 번은 그런 질문을 해주셔야 제대로 된 대답을 드릴 수 있는데, 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밝게 미소를 짓는 리시키다의 기습 공격에 시온은 ‘크흠.’ 하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갑자기 저번에 리시키다가 보여주었던 시녀복이 떠오르니 릴리트가 앞에 있는데도 눈치없이 고개를 치켜든 친구를 진정시켜야만 했다.
“···와.
내가 맹수 새끼를 키웠구나.”
하지만 릴리트는 이미 시온과 리시키다 사이에 흘렀던 순간적이지만 굉장히 뜨거웠던 분위기를 다 감지한 후였다.
그녀는 리시키다를 곁눈질로 살피면서 ‘무서운 녀석!’ 이라고 중얼거린 후 홱!
소리가 날 정도로 고개를 돌려 시온을 노려보았다.
“너 진짜 죽어.”
“···분명 누디아로 행군하기 전에 진짜 엄청 채워드렸습니다만.”
“시끄러워.
그 전 날에 맛있는 거 이미 다 애들이 뺏어먹고 난 남은 거 먹은 건데 배가 차겠어?
고생은 내가 다 했는데 보상은 다른 여자들 주고 말이야.”
“그건 불···.”
“불가항력이라고 대답하는 순간 성 불구자로 만들어 드리는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화사하게 미소를 짓는 릴리트가 주먹을 쥐며 뭔가를 산산조각 내는 포즈를 취해 보인다.
시온은 그녀의 경고에 흠칫, 놀라서는 반사적으로 다리를 오므릴 정도였다.
“크흠!
아, 아무튼.
리시?
왜 북쪽 전사들을 내보내지 않는 거냐고 했지?”
“네, 네.
주인님.”
“여전히 히스파냐의 많은 이들이 그들을 영 못미더운 시선으로 보고 있어.
그들의 활약은 활약이지만 잔혹한 모습도 같이 봤으니 분명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겠지.
그런데 누디아 본토에서까지 그게 보이면 누디아 측에 좋은 명분만 주는 꼴이야.”
“야만족과 연합을 맺은 마족 추종자 무리?”
“정답입니다, 릴리트님.”
북쪽 전사들이 잘 하는 거?
상대방을 죽이고 약탈하는 것.
그리고 싸우는 것.
그 셋을 누디아에서 전부 보이는 순간 누디아 입장에서 보기에 잔혹한 학살자들이 군대를 이끌고 왔으니 우리도 죽을 때까지 싸울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를 형성하게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누디아 스스로 분열되어서 함부로 움직이지 못 하게 하고, 그럼으로 인해서 결국 요정들이 제 발로 걸어 나오는 상황을 원하는 시온에게 별 달갑지 않은 소식.
‘슬슬 뾰족귀 녀석들이 더는 안 되겠다 싶어서 나설 때가 되었을 텐데?’
히스파냐가 승리하고, 누디아가 패함으로써 빼앗긴 명분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다.
자신들이 나서서 ‘여기 빛의 뜻을 따르는 우리들이 앞에 서서 싸움을 멈추는데 왜 자꾸 히스파냐는 그 이상으로 혼란과 피를 가져오려 하는가?’ 라고 말이다.
분명 전쟁을 먼저 일으킨 건 누디아 쪽이지만 여태 조용하던 요정이 짜잔!
하고 등장하게 되면 자연스레 사람들의 관심은 그곳으로 쏠리기 마련.
그들의 말에 홀라당 넘어가서 정말 누디아가 뭔가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히스파냐를 쳤고, 그걸 막은 악의 세력이 히스파냐를 꼬드겨 역으로 누디아를 침략하니 어쩔 수 없이 요정이 나섰다!
따위의 대본으로는 충분한 상황이었다.
“시온 공자님.”
그리고 시온의 예상은 역시나 빗나가는 법이 없었다.
슬쩍 막사 안으로 들어선 김유현이 정확히 시온을 바라보며 조금은 걱정스럽다는 듯 말을 이었다.
“나가봐야겠습니다.”
“손님들 오셨지?”
“예.”
“귀 뾰족하고?”
“···예.”
그래, 내 그럴 줄 알았다.
시온은 속으로 그리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막사 바깥은 이미 군사들이 만들어내는 소란으로 가득했는데 히스파냐 군 앞에 갑작스레 나타난 한 무리의 누디아 세력, 정확히는 그 앞에 서있는 요정들 때문이었다.
“뭐지?”
“갑자기 요정이 왜?”
다행히 아직까지는 요정에 대해서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는 병사들이다.
지휘부 인사들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어서 요정들이 이번 전쟁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게 주의하라고 일러두었던 것이 효과를 발휘한 듯 했다.
시온은 슬쩍 히스파냐 군의 분위기를 살피며 사령관 막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기에는 한차 제 아들이 잘 싸우고 있다는 소식에 뿌듯해하다가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지 모를 요정들의 등장에 얼굴빛이 어두운 볼코 후작이 기다리고 있었다.
“왔군.”
“왔네요.”
“이제 어떻게 나올 거라고 생각하나?”
“뻔한 거 아니겠습니까?
자신들의 대외적인 모습을 활용해서 이 전쟁의 무의미함을 알리고 바로 전쟁을 끝내지 않으면 누가 되었든 빛을 따르는 이가 아니라 마족들을 추종하는 세력이라고 압박하려고 하겠죠.”
“누가 되었든, 이 아니라 그냥 우리 히스파냐를 노릴 것 같은데.”
“방어자에게 유리한 조건이니 공격자인 저희가 불리한 건 맞습니다.
아직까지는요.”
시온과 볼코 후작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요정 중 하나가 말을 몰아서는 히스파냐 군영 근처까지 도달했다.
그리고는 요정이란 존재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시온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인간들이 말 그대로 은쟁반 위에 옥구슬 굴러가는 듯 한 감미로운 목소리라고 느낄 수밖에 없는 목소리로 요정이 입을 열었다.
“그대들에게 빛의 따스함이 가득하기를.
싸움을 잠깐 멈추고 잠시 대화를 나누고자 합니다, 히스파냐의 인간들이여.
대화에 나서주시겠습니까?”
그렇게 큰 목소리가 아님에도 무슨 확성기라도 가져다 댄 듯 울려 퍼지는 목소리.
히스파냐 측의 병사들이 멍하니 요정을 바라보다가 반사적으로 지휘부 막사 쪽을, 정확히는 사령관 막사가 있는 곳을 거의 동시에 바라본다.
이런 식으로 나오니 볼코 후작이라도 해도 ‘응, 까고 앉아있는 소리 하시네.’ 라며 화살을 날리기에는 무척이나 모호했다.
“가보죠.”
“괜찮겠나?”
“죽기 전에 말 몇 마디 하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겠습니까?”
시온이 그렇게 나오니 볼코 후작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간단하게 준비를 마친 후 말에 올랐다.
그 뒤를 시온이, 김유현이, 리시키다가, 그리고 지휘부 인사 몇과 호위 기사들이 따르며 앞에 나서 있던 요정을 향해 다가갔다.
앞서 나왔던 요정 역시 히스파냐 측의 움직임을 감지하곤 손을 들어 신호를 보냈다.
그에 요정 무리에서 또 다시 몇이 떨어져 나와 히스파냐 쪽과 비슷한 속도로 말을 움직여 서로의 본대와는 떨어진 곳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누디아 측에서 요정들이 나올 줄은 미처 ‘예상’ 못 했는데 말이지요.”
일부러 예상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는 볼코 후작이었다.
하지만 요정들은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잠시 후에는 한 여인이 그들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당신이 인간 측 지휘관인가?”
“···?”
뭐지, 이 다짜고짜 반말부터 까시는 친절함은?
시온은 물론이고 볼코 후작이나 리시키다, 호위 기사들 모두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이었다.
김유현은 그냥 차갑게 굳은 얼굴로 응시만 하고 있었고 말이다.
“나는 핀츠 모아덴.
숲의 의지를 잇는 자다.”
잠깐만, 숲의 의지를 잇는 자?
시온은 급히 그녀가 등에 메고 있는 활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세세한 부분까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확실히 소설에서 묘사되던 것처럼 보랏빛을 띠는 활대에 왠지 모르게 청아한 느낌이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정말 ‘숲의 의지를 잇는 자’ 가 맞는 듯 했다.
‘인간에는 성흔, 수인들에게는 번개의 선택을 받은 이, 그리고 요정들에게는 숲의 의지를 잇는 자.
각각 천족들의 말을 빌리자면 신이 머물다가 간 흔적이라고 하지.
그리고 불행하게도 그 숲의 의지를 잇는 자는 천족 발닦개나 하고 있었고 말이야.’
그러니까 급진파 요정들의 수장이자 자신의 인생 평화에 큰 걸림돌이라는 그 미친 요정이 바로 눈앞의 저 시건방진 여자라는 소리였다.
시온은 지금 당장이라도 김유현에게 ‘가라, 김유현!
전술핵 박치기!’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누디아고 요정이고 전부 똘똘 뭉치게 되고 반대로 히스파냐는 정말 마족 추종자 세력이 아니냐는 의심을 벗을 수가 없으니 지양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그대에게 전할 말이 있어 인간들의 싸움에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게 뭡니까?”
“이 전쟁을 더 지속해서는 안 된다.
돌아가라.
이 모든 싸움이 더럽고 추악한 자들의 수작이라는 첩보가 있었다.”
첩보는 무슨 얼어 죽을 놈의 첩보.
그리고 여기서 정말 제대로 한 판 붙으면 누디아 왕성까지도 한 번에 도달할 수 있는데 여기서 물러나라고 하면 어느 사람이 ‘아, 예.
물러나지요!’ 라고 작별 인사를 하겠는가.
“히스파냐로 돌아가라, 이겁니까?”
“그렇다.”
“이유는?”
“이미 말했다.
더 싸우면 악의 뜻대로 움직이는 거다.”
“누디아가 히스파냐를 공격하여 일어난 인간들의 일일 뿐인데?”
“그것도 누디아가 속아서 그랬던 것이다.
더 싸우면 피해가 커지고 빈틈이 생길 뿐이니 그만 두는 것을 나는 강력히 청하겠다.”
그에 볼코 후작은 환장하겠다는 듯 고개를 젓고는 시온을 바라보았다.
저 미친 것들을 도대체 어떻게 하면 되겠냐는, 그냥 칼 뽑아들고 다 죽이고 싶다는 반응.
시온은 자신이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치고는 후작을 대신하여 입을 열었다.
“현재 상황이 여기까지 치달은 건, 결국 빛의 교리에서 말하는 악이나 그림자가, 그리고 그들을 추종하는 자들이 만들어낸 연극에 모두가 놀아났다는 소리군요.”
“맞다, 정확하다.
더는 이 무의미한 전쟁을···.”
“그러면 그 연극에서 요정들이 참 많이도 해 처먹었다는 것도 그들의 계략 때문입니까?”
아니면.
“아니면, 혹 여러분도 한 패인 겁니까?”
―――――――작품 후기―――――――
혹시 님들 킹갓배신타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