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302)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302화(302/439)
302―――――
이제 누가 악역이지?
“···!”
“··· ···!”
당장이라도 정의의 철퇴를 받아라!
라고 외치며 달려들 것 같던 누디아 군은 허둥거리며 요정들이 아무리 보채도 쉽사리 움직일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병사들은 언제든 움직일 수 있는데 그 상관인 자들이 어찌 해야 할지 눈치를 살피느라 완전히 마비가 된 것이었다.
“시온 클라우젠 공자님.
차라리 이 때 들이치면 어떻겠습니까?”
지휘부 쪽 귀족들이 그런 의견을 보내왔다.
잘못된 판단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 이미 저쪽은 싸우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쪽이 움직이지 않아도 알아서 공격을 해올 자들이었다.
그런 적이 갑자기 허둥거리며 어찌 할 줄을 모르고 있으니 이때에 들이친다면 지휘 체계가 완전히 마비된 상태에서 군대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집단으로 전락하여 그야말로 완전히 산산조각이 날 것이었다.
“아뇨.
기다리세요.”
하지만 시온은 그들을 말리며 상황을 더 살폈다.
자신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결국 저들은 싸움을 포기할 것이다.
요정들이 빛의 뜻이니 뭐니 하면서 아무리 지껄여도 결국 물러선다는 소리다.
‘뻔하지.
겉으로는 빛이니 정의니 하지만 결국 이득을 좇는 이들인데.’
자신이 알던 세상과 소설 속 세상의 차이점을 한 가지만 들라, 라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시온은 이런 상황에서는 아마 이게 아닐까 하고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왕의 말 하나에 정말 세상이 바뀔 수 있는 것.’
대통령이라든지, 아니면 정당이니 뭐 이런 것도 없이 그냥 왕의 말이 최고인 것.
그리고 그 왕이 바뀌면 왕국의 모든 것도 180도 틀어져서 다르게 돌아갈 수 있는 것.
그런 의미에서 현재 저기 있는 누디아의 귀족들은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가 없는 상황 직전에 다다랐을 것이다.
왕의 명령으로 전투에 나섰는데 그 왕이 갑자기 폐위되고 새로운 왕이 들어섰다.
그리고 새로 내려진 왕명은 히스파냐와의 모든 적대적 행위를 엄금한다.
또한 이제부터 요정들과 긴밀한 관계를 보이는 자들은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극형에 쳐하겠다, 따위의 것이 될 것이다.
‘아이브 성격 상 그러고도 남지.’
그녀는 왕에게 그저 충성만 다하는 그런 단순한 여인이 아니다.
정말 그런 1차원적인 상대였다면 시온에게 한 방 먹일 생각도, 그리고 시온 자신이 그렇게 멀쩡히 살려서 보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이브는 시온이, 그리고 히스파냐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할 것이다.
단순히 누디아에 대한 복수, 혹은 요정들에 대한 경고 따위가 아니다.
그들은 히스파냐 내부의 흔들림을 완전히 잠재우려고 하는 것이다.
빛이니 뜻이니 교리이니 다 떠나서 결국 믿을 수 있는 건 같은 나라에 사는 같은 사람이라고.
당장 그렇게나 고귀하다는 요정조차 너희를 잡아먹으려는 괴물들과 한 패거리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괜히 이상한 거 믿다가 봉변당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에 집중하라고 말이다.
‘더해서 아이브도 딱히 빛의 교리에 대해서 긍정적인 사람은 아니었고.’
나라가 종교를 받아주는 건 어디까지나 이득이 된다고 판단될 때만이다.
지금 누디아에서 빛의 교리가 이득을 준다고 하기에는, 이미 너무 어긋나버렸다.
당장 귀족들은 그걸 정치적으로 이용해 제 이득을 취하려고 하며 왕국민들은 뭐가 옳고 그른지도 파악하지 못 하고 결정적으로 외부 세력이 그를 이용하여 내부에 개입해 결국 사태를 여기까지 악화시켰으니 이제는 삼키면 죽는 ‘쥐약’ 이 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브와 쿠데타 세력의 주축은 히스파냐의 거센 공격을 직접 마주했다.
잘 훈련된 정병들조차 가볍게 씹어 먹는 지략의 클라우젠의 후계자와, 단신으로 본대를 상대하여 말 그대로 학살극을 벌인 또 다른 영웅.
여전히 허상이라고만 생각되는 빛의 교리와 히스파냐의 관계 개선에서 굳이 선택을 하라고 한다면, 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답을 내놓을 지는 뻔한 것이었다.
“주인님!
저기!”
“···뭐야.
쟤네 어디 간다니?”
릴리트가 황당하다는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침략자들에게 정의를 내려주겠다고 하던 이들이 다급히 뒤로 물러나서는 회군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었다.
히스파냐의 추격을 걱정하여 일부 병력이 남았다고는 하지만 저 정도로는 본격적인 회전을 벌이기는 불가능한 상황.
분명 뭔가 일이 생겨 다급히 군을 돌리는 것이 확실했다.
“···!”
“··· ···!”
덕분에 난감해진 쪽은 요정 무리.
누디아 군과 함께 섞여 싸울 생각으로 온 그들에게 인간들의 갑작스러운 회군은 미처 예상치 못 했던 부분인 모양이었다.
‘귀족들이 자신들 말 좀 들어준다고 정말 빛의 교도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지?’
천만의 말씀.
그들은 다만 그로 인해서 얻는 것이 있으니 그러는 척 했을 뿐이다.
일반 왕국민들이야 정말 빛의 교리가 옳고 좋아 보이니 따랐다 하지만 있는 자들에게 그런 말들은 단순히 사람들 이끄는데 더 좋은 이유가 되었기에 받아들였던 것.
그것을 따라서 얻는 이득보다 빠르게 손절해서 그나마 지킬 수 있는 게 더 많다고 판단된다면 바로 내다버리고 뒤도 안 돌아보고서 미련 없이 떠날 이들이었다.
물론 그 사이에 정말 중증 광신도가 있을 수도 있다.
이렇게 물러서는 자들에게 실망하여 제 영지에 처박혀 있다가 후일 천족들이 몰려올 때 옳다구나, 하고 들러붙어서 빛의 뜻을 외치는 그런 자들.
‘그건 나중에 또 차차 정리해야지.
지금은 일단···.’
시온은 아까부터 옆에서 대기 중이던 북쪽 전사 하나를 불렀다.
그는 시온에게서 뭔가를 전달받고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말을 달려 나갔다.
‘살아서 돌아가는 걸 감사히 여겨.’
만약 누디아 왕성에서 벌어진 일들을 듣고도 저들이 싸우겠다고 들덤볐다면.
아마 이곳이 저들의 공동묘지가 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시온이었다.
이미 이 일대에 수많은 북쪽 전사들이 매복을 한 채 명령만 떨어지면 바로 측면과 후방을 들이쳐서 학살의 장으로 만들 준비를 다 마쳤던 것이다.
“···뭔가 확실히 일이 생긴 모양인데.
더 정확한 정보는 그리핀들이 와야 알 수 있겠어.”
“아마 이대로 천천히 왕성 방향으로 진군하셔도 될 겁니다, 볼코 후작님.”
“정말 그래도 되겠나?”
“한번 쯤 대규모 회전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아마 새로운 누디아는 그럴 생각이 없을 겁니다.
괜히 이길 가능성이 적은 상대를 적으로 만들 바에 그 적의 적을 욕하면서 친구는 아니더라도 같이 욕하는 사이 정도로 진전시키려 할 테니 말입니다.”
“···도대체 네가 인간인지, 아니면 예언가라도 되는 것인지 헛갈릴 지경이야.”
그렇게 말하며 볼코 후작은 한동안 멈춰서있던 본대에 다시금 진군 명령을 내렸다.
어느 순간부터 누가 총사령관이고 누가 참모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딱히 상관쓰지는 않았다.
어차피 이제 자신과 자신 시대의 이들은 슬슬 물러나고, 그 후배들에게 모든 것을 맡긴 채 노후를 보내야 할 시기가 다가왔으니까.
‘그래도 늦지 않게 괜찮은 녀석이 나와 줘서 다행이군.
마음 놓고 쉴 수 있겠어.’
자신의 아들이자 레데넨 후작가의 후계자인 루드비히에게는 조금 미안한 말이겠지만.
볼코 후작은 시온 클라우젠이 이후 자신의 뒤를 이어 왕을 대신해 히스파냐의 군권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
“후작 각하.
앞쪽에 누디아 측 전령입니다.”
왕성으로 천천히 진군하던 와중에 먼저 앞서 나가고 있던 선두 측에서 그런 보고가 전해다.
그에 볼코 후작은 진군을 멈추고는 왕성의 끄트머리가 살짝 보이는 곳에 큼지막한 막사를 설치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잠시 후에는 누디아 측 전령이 히스파냐 본대 측에 도착했는데 그가 전한 소식은 히스파냐 입장에서 꽤나 흥미로운 것이었다.
“히스파냐 측 사령관에게 저희 측 입장을 전하겠습니다.
잠시 후 누디아의 새로운 국왕 전하를 대신하여 이후 두 국가 간의 미래를 논하기 위한 협상을 맡을 이가 당도할 것이니 잠시 걸음을 멈춰주시길 요청 드리겠습니다.”
“새로운 국왕 전하?”
“그렇습니다.”
숨길 생각도 없다는 듯 전령은 당당한 목소리로 그렇게 답했다.
그가 떠나자 볼코 후작은 기가 막히다는 듯 옆에 서있던 시온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손바닥 뒤집기도 아니고 힘으로 왕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데 너는 마치 옆집이 저녁에 수프를 끓일 거라고 말이라도 하듯 그걸 맞추는구나.”
“수프를 끓여야 하는데 불이 시원찮으면 당연히 불을 다시 피우는 법이고, 솥이 망가졌다면 새 솥을 구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솔직히 말해봐라.
너 정말 클라우젠 사람이 맞는 것이냐?”
클라우젠 사람이면서 클라우젠 사람이 아니지.
속으로 깔깔 웃으며 시온은 누디아 측에서 아직 혼란스러운 왕실을 대신해 협상의 대표자로 올 사람을 기다렸다.
물론 그 대표자가 자신도 익히 잘 알고 있는 여인이 될 것이라는 점은 뻔한 것이었고 말이다.
“어서 오세요, 아이브 기 레스티온.”
“···마치 제가 올 줄 알고 있었다는 모습이네요.”
그래서 시온은 막사 안으로 아이브가 들어섰을 때, 귀한 손님을 대접하는 것처럼 무척이나 여유로운 몸짓으로 그녀를 맞이할 수 있었다.
“소식은 들었습니다.
썩어버린 왕을 쫓아내는 데에 성공했다고요?”
“···네.
그리고 거기서 요정 여인도 하나 발견했죠.
입을 꾹 다물고 있어서 아직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지만, 사지를 다 잘라내고 속을 다 파헤치는 한이 있더라도 요정들이 우리 누디아에 무슨 짓을 했는지 전부 알아낼 겁니다.”
요정들이 단순히 가면을 뒤집어쓰고 빛의 뜻이니 뭐니 하면서 속삭인 것만이 아니라 여인까지 바쳐서 왕의 가랑이 사이에서 놀게 만들면서 그의 뜻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도록 종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아이브는 요정들에 대한 반감이 극도로 올라간 상태였다.
그들이 왜 그런 짓을 벌였는지, 왜 히스파냐와 누디아의 사이를 그렇게도 멀어지고 반목하게 만들려고 했던 것인지 이제는 중요치 않았다.
이제 누디아에게, 그리고 아이브에게 중요한 것은 요정들이 자신들을 이용하려고 했다는 점.
왕궁에까지 마수를 뻗쳐 자신들 마음대로 모든 것을 움직이려고 했다는 점.
히스파냐를 자극하고 누디아에 바람을 넣어서 서로에게 큰 피해를 야기한 점.
하나, 하나가 국가 입장에서는 당장 산 채로 잡아서 껍질을 벗겨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너무 흥분하지는 마요, 아이브.
그들이 요정 전부의 뜻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그들과는 정 반대의 길을 걸으며 인간들과 협력하겠다고 밝힌 요정들도 있으니까.”
“···그건 히스파냐만 가능한 일이겠죠.”
“흠?”
“누디아는 요정들에게 이용당했다, 그걸 공표하게 만든 분이 그런 위로를 하다니요.
절 놀리시는 건가요?
이제 인간들에게 좋은 뜻을 지닌 요정들도 좋든 싫든 히스파냐에만 손을 내밀겠죠.
누디아는 한동안 요정이라 하면 이를 갈 테니까.
정확히 알 수 없던 적을 추려내고 아군이 될 만한 이들을 히스파냐가 완벽히 끌어안았다는 점을 제가 모를 줄 아나요?”
확실히 머리 하나는 좋은 여자다.
시온은 제법이네,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뒤에 남겨두었던 입에 발린 말들은 치워냈다.
상대방이 한 두 마디의 말장난에 넘어갈 위인이 아니니 괜한 짓으로 적대감을 키울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뭐, 히스파냐와 누디아의 사이가 좋아지고 그 사이에서 요정들의 진짜 모습을 발견한다면 누디아도 다시금 그들에게 신뢰와 호감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난 생각한답니다.”
“···.”
물론 절로 얄미워지는 말을 하는 건 잊지 않은 시온이었지만 말이다.
“자, 이제 슬슬 누디아 측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누디아가 요정들에게 속아 히스파냐를 의심하고 갑작스러운 침략을 한 부분은 인정하겠습니다.
우리가 어리석었기에 속아 넘어가고 말았어요.”
“오호.”
정확히는 자신들이 먼저 나서서 히스파냐를 압박하기 위해 벌인 일.
거기에 요정들이 살짝 숟가락만 얹으려고 한 것인데 이제는 그걸 전부 요정들에게 뒤집어씌우고 그들 잘못이라고 말을 바꾸는 누디아였다.
‘마음에 들어.’
그래.
사람이 어떻게 남 탓을 안 하고 살 수 있겠는가.
적당한 남 탓은 몸과 마음 모두에 이롭다는 과학적 근거는 물론 없지만 아마 그러지 않을까, 하고 믿는 시온으로서 새로운 누디아 국왕의 뜻은, 그리고 아이브의 뜻은 무척이나 바람직해보였다.
“그에 대한 사과의 뜻을 전달하는 사절단을 곧 히스파냐에 정식으로 파견할 것입니다.
아울러 누디아의 새로운 국왕 전하께서 친히 쓰신 서신도 같이 전해질 것이고요.
앞으로는 두 나라가 정말 괜한 것으로 싸우지 않고 함께 발전하는 모습을 갖추기를 원한다는 뜻입니다.”
“선례를 보자면 여태 그런 적이 몇 번 있었는데도 클라우젠과 바수라 사이에 영지전은 계속해서 발생했는데요.”
정규전은 아니지만 서로의 상태나 전쟁 점검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서 신경전을 치렀던 적이 엄청나게 많은 클라우젠과 바수라였다.
물론 지금은 바수라 백작령이 ‘백작령’ 이라는 이름조차 떼어내야 할 정도로 기울어서 조용해진 상태였지만 말이다.
“···당연히 이렇게 맨입으로 믿어달라고 하지도, 물러나달라고 하지도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드리겠습니다.
히스파냐에게.”
무엇을?
이라는 시온의 표정에 아이브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다가 말을 이었다.
“바수라 백작령을 히스파냐 측에 넘겨드리겠다, 이 말입니다.”
“흐음?”
이건 조금 예상 외인데.
시온은 그렇게 생각하며 아이브를 바라보았다.
거액의 배상금을 문다거나 혼인 동맹 형식으로 인질을 보낸다거나.
딱 그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던 시온에게 바수라 백작령은 미처 생각지 못 한 부분.
당장 땅덩이를 넘겨주면 나중에 히스파냐가 완전히 기울고 누디아가 중흥기를 맞이하지 않는 이상 다시는 찾기 어려울 텐데 그걸 이리도 쉽게 내어주겠다니 살짝 위화감이 들려고 했다.
“표정을 보아하니 무슨 꿍꿍이가 있지 않냐고 걱정하시는 모양이네요.”
“조그마한 땅 한 뼘 더 차지하겠다고 두 나라가 싸우던 게 몇 십 년 전이랍니다.”
“전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마음을 보일 거면 조금씩 보이는 게 아니라 아예 통 크게 내어줄 거 다 내어주고 진심을 전하라고요.
괜히 어물쩍거려 히스파냐의 의심을 살 바에 누디아 측이 이렇게까지 나올 정도로 평화를 원한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해요, 시온 클라우젠 공자.”
아무래도 히스파냐에서 1군이 궤멸된 것이나 본대가 많은 손상을 입은 부분.
더해서 빛의 교리에 비로소 의구심을 품은 자들과 여전히 빛을 믿는 자들이 서로 반목하며 으르렁거리고 있는 부분을 신경 쓰고 있는 듯 했다.
이대로 괜히 자존심 지키다가 히스파냐 측까지 설득하지 못 하고 전쟁이 재개된다면 기껏 바꾼 왕좌의 주인이 바로 힘을 잃고 또 다른 반란 앞에 내던져질 수도 있음이었다.
“바수라 백작령이라.”
“나쁘지 않은, 오히려 히스파냐 측으로서는 거부하기 힘든 부분일 텐데요.
클라우젠처럼 바수라도 누디아로 통하는 길목에 위치한 중요한 곳이에요.
거기까지 히스파냐의 영향력이 커진다면 차후 두 국가 간의 사이가 어긋날 때 군사적 압박을 가하기가 매우 수월할 겁니다.”
“···.”
“우리 누디아가 이 정도로 다급하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네요.”
저 말에 두 가지 뜻이 있음을.
무척이나 다급하니 부디 여기서 끝내달라는 부탁과, 정녕 이렇게 끝내지 않겠다면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우리들도 악귀가 되어서 끝까지 싸울 거라는 약간의 협박임을 시온은 잘 알고 있었다.
‘어차피 이번에도 협상 전권은 나한테 있으니까.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생각을 마친 시온은 긴장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브를 향해 입을 열었다.
“좋아요, 아이브 기 레스티온.
히스파냐는 이 이상의 진군을 멈추고 본국으로 돌아갈 준비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후, 좋아요.
그러면 바수라 백작령에서 바로 자국 측 사람들을 빼낼···.”
“단, 여기에 조건을 하나 달겠습니다.”
조건을 하나 단다는 말에 아이브의 인상이 살짝 일그러졌다.
이 정도 저자세로 나왔다면 충분하다고 여겼는데, 또 무엇을 요구하려고 한단 말인가.
그런 뜻으로 아이브가 조금은 굳은 표정을 짓던 찰나.
잠시 후 시온의 입에서 들린 말은 아이브를 그대로 당황하게 만드는데 충분하고도 남았다.
“누디아 측이 내어주겠다는 바수라 백작령은, 받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작품 후기―――――――
요즘 또 역류성 식도염이 확 도진 것 같습니다···.
오늘도 저녁 식사 후 갑자기 가슴이 뻐근해지더니 칼로 찌르듯 아파지더군요···.
연참은 다음에 또 하겠습니다···.!
한동안 정상 연재 하면서 페이스 조절 좀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