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311)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311화(311/439)
311―――――
한 달
“검은 고목 부족의 일원이 인간 세상의 여왕을 뵙습니다.”
바네사는 이미 요정을 본 적이 있다.
왕궁을 습격했던 이를 심문할 때 한 번, 그리고 하이네스 상단주인 헬렌으로 두 번.
항상 볼 때마다 느낀 점은 이들이 그저 좋은 이들이 아님에도 바라보기만 하고 있어도 그런 생각이 절로 없어질 정도로 외모에서 빛이 날 수준이라는 것이었다.
“···어서 오시오, 요정족의 특사여.”
“시리엔이라고 불러주시면 된답니다.”
“···.”
왕궁을 습격했던 요정은 자신이 죄를 짓고 현장에서 붙잡혔음에도 어찌나 당당하던지.
목소리나 표정에서 흘러나오는 오만함과 자기애는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헬렌이야 워낙 인간 세상에 많이 동화되었는지라 그런 점이 아예 보이지 않았지만.
‘그런 의미에서 이 요정은···.’
바로 얼마 전까지 숲에서 요정으로서 살던 존재임에도, 다른 제 동족들처럼 오만하지 않았다.
최대한 예의를 지키려는 모습이 역력했고 특히나 스스로를 특별하게 여기는 것은 일체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자면 거의 누디아에서 온 사절단 대표와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오만하지 않고서는 숲의 일원이라고 할 수 없다는 말까지 있다는 그 요정족이 이렇게나 예의가 바를 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바네사는 말했다.
“왕성으로 오기 전 시온 클라우젠 공자에 의해 대강의 보고는 들었소.
듣자하니 히스파냐를 적대시 여기던 자들, 그리고 누디아를 이용하려던 자들과 그쪽 분들은 상관이 없다고.”
“여왕님도, 그리고 인간 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요정들은 많은 부족들로 흩어져 생활 중입니다.
동족이기에 되도록 의견을 합하려 장로 제도를 두고 중대한 일이 있을 때마다 모여서 논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오래전부터 이미 그 제도는 망가진 후였습니다.”
“흐음.”
“동족보다 빛의 뜻과 교리를 더 중요시 여기는 자들이 늘어나다가 종국에는 서로 반목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얼마 전에 일어난 요정 측 사건은 그 일에 불길을 더 크게 번지도록 만들었지요.
결국 현재 빛의 뜻을 중요시 여기는 자들과 그에 반대하는 저희 측은 갈라서게 되었습니다.”
시리엔의 말에 바네사가 ‘갈라섰다 함은?’ 이라고 묻는다.
요정으로서 대답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도 시리엔은 한숨을 내뱉고는 그에 답했다.
“그들을 더 이상 우리들과 같은 요정들로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동족보다 다른 것을 우선시하는 선택을 했으니 그들은 더는 숲과 동족을 지키는 자랑스러운 우리 요정이 아닙니다.”
“···.”
“아울러 그들이 혹 히스파냐에 뭔가 적대적인 일을 또 저지르려 한다면 요정들은 히스파냐 측에 협조할 것입니다.
이것은 장로들이 각각의 부족원들 뜻을 모아 내놓은 맹세로 결코 어길 수 없는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
바네사 입장에서, 그리고 히스파냐 입장에서 이건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수확이었다.
이쪽이 먼저 요정들을 압박하지도 않았는데 저들이 알아서 먼저 고개를 숙이고 들어왔다.
심지어 그렇게나 무시하던 인간들에게 맹세까지 언급하면서 말이다.
덕분에 바네사는 어안이 다 벙벙할 지경이었다.
왕국의 서쪽 숲에서 꽤나 방대한 곳을 거처로 삼고 있는 요정들은 인간들과 무척이나 모호한 관계에 놓여있던 종족이었다.
인간들을 무시하면서 저급하다고 말하고, 그러면서 갑자기 인간 세상에 나타나 노예상들을 처단하겠다고 외치며 그 어떤 통보도 없이 왕국민을 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이들이 갑자기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자신들과 상관이 없는 이들이라면 그냥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니 행여나 우리들을 이 일에 관여시키면 그 때는 재미없을 줄 알아라.’ 라고 오만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이렇게 공손한 자세와 목소리로 직접 자신들의 뜻을 조심스레 전하는 장면은 상상도 못 했다는 소리다.
‘인간 왕국과의 관계마저 파탄나면 안 된다.
시리엔.
잘 알겠느냐?’
사실 이건 시온이 불러온 결과물이었다.
김유현을 파견하여 요정들의 마을을 완파하고 요정들을 학살했을 때.
몇몇 요정들에게서 시작된 천족에 대한 의심이 이후에는 모호한 존재에게 의지하기보다는 보다 확실한 아군을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변한 것이었다.
자신들이 아무리 천족을 떠받들며 종자라고 떠들어도 그들이 그걸 증명해준 적은 없다.
오히려 자신들의 사회적 위치를 위한 답 없는 메아리였을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만에 하나 그 천족이란 자들이 정말 자신들에게 뭔가 다른 뜻을 품고 다가온 것이라면 언제까지 빛의 노예로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천족은 우리 요정들에게 그 어떤 감정도 없는 존재들이지만 인간들은 다르다.
우리들을 아니꼽게 보는 것 같아도 또한 은근히 우리들을 선망하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이들의 뒤를 따르는 것도 좋지만 우리들을 원하는 자들의 옆에 서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정체불명의 이가 요정들을 습격한 사건 이후로 세상을 보는 시야가 달라진 것이었다.
그 상황이 시리엔과 같이 인간들에게 호감을 품고 있던 요정들에게는 무척이나 반길만한 것이었고 반대로 천족들을 무조건 따르는 급진파들에게는 최악의 결과였다.
‘빛이라고 하면서 정작 그 빛 뒤에 숨어서 나올 생각이 없는 자들을 추앙할 바에 차라리 우리와 같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이 훨씬 나아.’
시리엔은 그렇게 생각하며 이번에 인간들과의 우호 관계를 공고히 해둘 생각이었다.
만약 자신들의 걱정이 그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면 그냥 천족들의 뜻대로 대륙 평화를 위해서 인간들과 우호적인 분위기를 쌓았다고 하면 그만.
반대로 천족이란 존재가 여태 알려져 있던 모습과 정말 다르다면 은근슬쩍 빛의 후예들의 종자라는 말은 치워버리고 다른 것으로 빈자리를 채우면 된다.
‘속조차 알 수 없는 이들보다는 차라리 인간이 훨씬 나아.’
그녀가 인간에게 호감을 가지는 이유가 100퍼센트 다 좋은 이유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시리엔은 대륙 위의 종족들 중 그나마 믿을 수 있는 이들로 인간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조금은 난감하군.”
“그렇습니까?”
“여태 우리 히스파냐 측에 단 한 번도 이리 다가온 적이 없던 그대들이지 않은가.”
“여태까지는 이런 큰 사건이 없었으니까요.
침묵하면 그저 잊힐 것이라고 생각하며 숲에서 일족의 규율대로 살아왔을 뿐입니다.
하지만 침묵하면 오히려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걸 이번 기회에 깨달았습니다.
인간 왕국도 요정이 이렇게 먼저 나서지 않았다면 필시 의중을 묻기 위해 사람을 보내실 생각이시지 않았습니까?”
그 말에 바네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뜻을 내비쳤다.
요정들이 수상한 짓을 하고 있다는 증거가 명백한 와중에 서쪽에서 살고 있는 요정들을 그냥 무시하고 지나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일단 사람을 보내 그들의 의중을 묻고 히스파냐가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 정도에 따라서 물리적으로 압박까지 가할 생각이었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이들이 이렇게 나와 준 이상 그럴 필요는 없었다.
그저 이들이 내민 손을 잡고서 고맙다는 말과 미소를 보여주고 적당한 제스처만 취해주어도 알아서 히스파냐의 국격이 올라갈 것이다.
‘여태 단 한 번도 인간 왕국에 정식으로 요정을 보낸 적이 없는 이들이 평화와 번영을 언급하며 앞으로 이 관계가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라는 부분은 분명 히스파냐에 큰 이점이 될 것이다.’
필요하다면 개인적인 원수도 나라를 위해서 동료가 될 수 있는 세상이었다.
하물며 동족들의 수상함을 스스로 이야기하고 그들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자들에게 찾아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급하다느니 질이 떨어진다느니 하던 인간 측에 저자세를 보여주는 요정들과 돈독한 사이를 맺는 건 어려울 것이 하나 없는 일이었다.
“요정들은 우리 인간들을 그리 좋지 않게 생각하지 않을 텐데.
정말 괜찮겠나?”
“그 부분은 장로님들이 해결할 일입니다.
그 부분으로서 오히려 스스로의 자격을 증명하시려고 할 테지요.
요정이라고 해서 인간들과 별 다를 것 없습니다.
스스로의 위치를 남들에게 보이고 싶어 하는 분들 덕분에 저와 같은 이들이 오히려 편하답니다.”
다른 요정들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동족들을 농담거리 삼아 미소를 짓는 모습에 바네사는 신기하다는 기운을 감출 수가 없었다.
분명히 요정임에도 요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이 아닐까 싶은 시리엔 덕분에 결국 히스파냐의 여왕은 미소를 지으면서 입을 열고 말았다.
“요정족의 장로 분들이 상당히 좋은 사절을 보냈군.”
“감사합니다, 여왕이시여.”
“세상 모든 요정들이 다 그대와 같다면 인간들이 빛의 후예보다도 아마 그대들을 더 가깝게 여기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야.”
“우후후.
그렇게 말씀하시니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게 말한 시리엔은 이만 물러나겠다는 제스처를 취해보였다.
바네사는 그런 요정 여인을 막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아.’ 하고 탄식을 내뱉고는 입을 열었다.
“바로 서쪽으로 돌아갈 건가?”
“이 기쁜 소식을 알리기 위해서 바로 가는 것이 최고일 테지만, 저도 정말 오랜만에 인간 세상에 나온 것이어서요.
조금은 둘러보다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답니다.”
“나쁘지 않지.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있어야 오해가 옅어지는 법이니.
그러면 머물 곳은 생각해두었는가?”
원래는 머물 곳이 없다면 왕궁에서 조금 지내라고 할까 고민 중인 바네사였다.
인간들에게 무척이나 호의적인 요정 여인을 데리고 있으면서 점점 치솟는 요정들에 대한 반감을 어느 정도는 줄여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으로 튀어나온 말에, 바네사는 무척이나 당황하고 말았다.
“시온 클라우젠님이 저를 초대해주셨습니다.
아마 거기서 잠시 머물지 않을까 생각됩니다만.”
“···뭐라?”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
같은 여자인 자신이 이렇게 보고만 있는데도 질투심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정말 너무나 아름다운 외모의 여인이 시온 클라우젠에게 초대를 받았다고?
바네사는 시리엔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음으로 시온을 떠올렸다.
인간이 확실함에도 정말 인간이 맞을까 싶은 수려한 미남이 바로 시온 클라우젠이다.
눈앞의 요정족 여인과 그가 나란히 서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니 뭔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선남선녀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거의 동시에 갑자기 불길이 확 타올랐다.
‘···아니겠지?’
···그래, 아닐 것이다.
분명 뭔가 은밀하게 나눌 대화가 있어서 그녀를 따로 초대하는 것이겠지.
자신에게는 그 부분에 대한 그 어떤 말도 없이 말이다.
‘이해하자.
이해해야 한다.
그는 내가 가장 믿는 신하이지 않은가.’
말도 안 되는, 바보 같은 생각 말자고 속으로 중얼거리는데 갑자기 다음 장면이 그대로 재생된다.
조용한 방에서 시리엔과 마주 앉아서 은은한 미소를 지은 채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즐기던 시온 클라우젠.
그러다가 갑자기 분위기가 묘해지더니 두 남녀가 입을 맞추고는 남자가 여인을 부드럽게 안아들곤 서서히 침대로···.
‘뭔 생각을 하는 것이야!’
바네사는 바로 고개를 내저으며 정신 차리라는 듯 제 뺨을 가볍게 두드렸다.
덕분에 당황스러워진 쪽은 시리엔이었는데 그녀는 갑자기 여왕이 이상한 짓을 하니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가?
싶어서 걱정스러운 눈치로 바네사를 살피는 중이었다.
“여왕이시여?
혹 무슨 문제라도···.”
“음?
아, 아아!
아무것도 아닐세.
아무 것도 아니야.”
제정신으로 돌아온 바네사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으로 손을 휘휘 내젓는다.
그리고는 즐거운 대화였다며 부디 돌아가는 길이 편안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 정말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여왕이시여.”
“나중에 또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와도 좋아.
그대는 얼마든지 환영이다.
검은 고목 부족의 시리엔이여.”
“감사합니다, 여왕님.”
그 말을 끝으로 시리엔은 짧고도 길었던 여왕과의 만남을 끝냈다.
혹여나 비뚤어진 동족들로 인해 자신들에 대한 적의를 품고 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도 아직 그 정도까진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니야.
이미 일은 그 정도까지 진행되었었어.
다만 그 모든 것을 한 남자가 막아줘서 히스파냐도, 여왕도 마음에 여유가 있을 뿐이지.’
왕궁 습격 사건, 클라우젠 변경백령 사건, 그리고 이후 히스파냐와 누디아의 전쟁.
그 모든 곳에서 활약한 이가 두 남자, 시온 클라우젠과 김유현이라는 인간이었다.
어쩌면 그들이 이후 벌어질 일들에 대한 중요한 열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에 시리엔은 시온 클라우젠의 초대를 기쁘게 받아들였었다.
‘그들과 한 번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
한 명은 인간들이 그렇게나 칭송하는 귀족.
다른 하나는 시작조차 알 수 없는 인물임에도 시온 클라우젠 만큼이나 대단한 인물.’
더해서 헬렌 하이네스가 유일하게 그 차가운 기운을 거둘 때가 바로 시온 클라우젠이라는 남자에 대해 이야기할 때였다.
그녀가 어떤 과거를 지녔는지 시리엔도 대충은 알고 있다.
요정임에도 동족들에게 쫓겨나 무척이나 고달픈 삶을 살아야 했던 요정 여인.
결국에는 동족에 대한 증오로 요정임에도 불구하고 요정으로 살고 있지 않은 존재.
그런 헬렌 하이네스가 매사에 냉정하게 굴면서도 유독 약해지는 구석이 있었으니 시온과 관련된 일이었다.
‘그렇게나 많은 상처를 받고 또 의심도 많은 여인의 마음까지 살 정도라면 보통내기가 아니란 건데.
도대체 어떤 남자인지 조금은 궁금해진단 말이죠.’
시온을 마주한 순간, 시리엔은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결정권을 쥐고 있는 건 바네사 여왕이지만 그 곁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칠 인물은 그 어떤 누구도 아닌 시온 클라우젠임을, 저 남자가 이후 인간 세상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것을.
요정들이 세상에 나와 자유롭게 활동하기 위해서는 조력자가 필수적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시온 클라우젠과 그 주변인들을 가까이 해두면 분명 동족들에게도 좋을 것이 있다고 생각하며 시리엔은 일전에 헬렌이 알려준대로 클라우젠 백작가의 별장으로 향했다.
도중에 혹 요정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아직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하여 철저하게 귀와 얼굴을 가린 채 별장 근처까지 다가간 그녀는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했다.
히스파냐의 영웅이라고 하는 시온 클라우젠이 머무는 이곳의 경계 상태가 어떨지, 은밀하기로는 묘은족보다도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다는 요정의 움직임을 알아차릴 수 있을지.
그게 무척이나 궁금해졌던 것이다.
‘어디 한 번···.’
기척을 완전히 죽인 채, 시리엔은 가볍게 담장을 넘었다.
혹시나 인간들이 눈치를 채지는 않을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거기까지는 무리였던 모양.
딱히 아무런 반응이 없자 ‘너무 큰 기대를 했나?’ 하고 중얼거리며 시리엔이 막 몸을 돌리던 순간이었다.
“뭐냐, 너.”
으스스한 목소리와 함께, 섬뜩한 기운이 등골을 타고 올라 머리를 강하게 후려친다.
시리엔은 거의 본능적으로 뒤쪽으로 몸을 날리며 바짝 긴장한 채로 품에 차고 있던 단검을 뽑아 들었다.
온 몸에 피 칠갑을 한 채 역시나 피투성이가 된 여인 하나를 데리고 있는 남자 하나가 자리에 서서는 시퍼런 안광을 번뜩이며 그녀를 노려보고 있는 중이었다.
―――――――작품 후기―――――――
너도 죽고 싶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