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328)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328화(328/439)
328―――――
역시 너희가 가장 추하다
누디아와의 전쟁이 끝난 후 히스파냐는 약 한 달 동안 아주 평화로웠다.
특히 수인들과 요정들이 제 세상에서 나와 본격적으로 교류를 하면서 히스파냐는 뜻하지 않은 활기참을 누리고 있었는데 인간들과 친해지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이 첫인상, 그리고 선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던 두 종족이 각각 괜찮은 물건들을 가지고 나온 것이었다.
수인들은 여태 인간들이 거의 잡지 못 했던 몬스터들의 부산물을.
요정들은 귀족들에게 무척이나 인기가 많다는 각종 찻잎을 가지고 인간 세상으로 나왔다.
여태까지 적은 아니라고 해도 상당히 불편한 이웃임은 틀림없었던 이들.
서로 아직은 낯설고 어색하다고 해도 알게 모르게 조금씩 진전되고 있는 우호 관계는 분명 히스파냐 왕실과 귀족들에게 있어 긍정적인 신호였다.
때문에 이들은 이런 우호적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 회의를 거치면서 수인들과 요정들의 마음을 계속 유지토록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그 회의의 주제가 바뀌었는데, 썩 좋은 내용이 아니었다.
히스파냐의 평화로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평화와 번영, 정의를 표명하던 빛의 교리를 중심으로 하는 신성 프러센 측이었다.
“분위기가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
“돌아온 교역선의 선원이나 상인들의 말에 따르면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이상해졌다고.”
“많은 부분이 있지만 특히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빛의 교리를 부르짖고 천족들을 애타게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도대체 신성 프러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누디아와 참 많은 전쟁을 치렀으니 그들과 사이가 엉망이 되었다면 이리 걱정하지도 않았다.
신성 프러센과의 관계가 이리 최악으로 치달을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던 일.
빛의 교도들에게 무슨 험한 일이 생겨도, 주교 급들을 히스파냐가 은근히 압박해도 신성 프러센은 다만 특사를 보내서 유감을 표명할 뿐 다른 큰 압박을 가한 적은 없었다.
그나마 얼마 전에 있었던 성전 당시 참전을 하지 않는다면 수많은 빛의 교도들이 무척이나 실망할 것이라고 간접적으로 위협을 가했던 정도가 가장 큰 사건이었다고 할까.
“피해 규모는 조사했는가?”
“예, 여왕 전하.
다만 무사히 신성 프러센을 벗어난 이들이 말한 수치를 종합한 것이며 아직 돌아오지 않은 배들도 있기에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괜찮으니 말해보도록.”
“일단 정박하고 있다가 완전히 전소된 교역선이 17척, 입항하는 와중에 나포되어 끌려간 것으로 파악되는 배가 12척, 출항하는 와중에 또 붙잡힌 배가 9척, 그 외에 대기하다가 공격을 받은 배들이 21척입니다.”
“···피해 규모가 상당하군요.”
교역선은 고깃배마냥 조그마한 배가 절대 아니다.
비록 먼 바다보다는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는 걸 가장 선호한다고 해도 수심이 얕은 곳에서는 더 먼 바다로 나가야 하고, 해적들의 공격에 대비하여 항상 일정한 수 이상의 선원에 그들이 소모할 식수와 식량, 그리고 교역을 위한 물건들을 실어야 하니 배가 엄청나게 커지게 된다.
그런 배들이 해적들에게 당한 것도 아니고 여태 평화롭게 교역만 잘 하던 신성 프러센 측에 50척이 훨씬 넘게 공격당했고 그 중 반이 훨씬 넘는 수가 불살라졌다.
당연히 선원들의 행방은 묘연, 아마 불에 타죽었거나 물에 빠져 죽었거나, 그도 아니라면 신성 프러센 측에 붙잡혀 그 끝을 알 수 없는 상태일 것이었다.
‘···도대체 왜.
설마 히스파냐가 여태 빛의 교도들을 압박한 것에 대한 복수란 말인가?
하지만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결국 신성 프러센도 손해를 감당해야만 하는데, 어째서?’
바네사는 입술을 깨물며 신성 프러센의 의도를 알아내고자 노력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역시나 특사를 보내는 일이었다.
하지만 각각 육로와 해로를 통해서 신성 프러센으로 향한 이들은 곧 돌아올 수밖에 없었는데, 신성 프러센이 자국으로 통하는 모든 출입구를 막아버렸다는 소식이 전해져서였다.
단순히 교역을 끊은 것이 아니라 아예 모든 소통의 창구를 막아버린 격.
혹시나 해서 누디아 쪽에 사람을 보내보니 그들 역시 히스파냐와 다를 것이 없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그 뒤를 이어서 너무나 엄청난 말이 전해졌다.
‘누디아의 동부가 심상치가 않다니.
전쟁 이후 분열된 국론을 하나로 모으려고 노력하며 그래도 나름 귀족들을 규합하고 기틀을 다시 잡고 있던 누디아가 갑자기 왜?’
동부에서 대규모 소요 사태가 벌어졌는데, 그 주축이 귀족들이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동부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방대한 영토 내에 있는 귀족령들이 반기를 들었다.
자세한 소식은 더 많은 첩보들이 도착해야 알 수 있을 테지만 어찌 되었든 누디아가 흔들리는 건 히스파냐 입장에서 마냥 좋다고 할 수는 없는 부분이었다.
“여왕 전하.
아무래도 누디아 측에서 영토를 준다고 할 때 거절했던 것이 아쉽게 되었습니다.
누디아가 이리 흔들릴 줄 알았다면 다시는 되찾을 엄두도 못 낼 땅일 텐데 말입니다.”
어느 귀족 하나가 슬그머니 제 의견을 낸다.
표정이나 목소리에는 무척이나 아쉽다는 감정이 깃들어 있었지만, 그가 지금 상황에서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는 이미 바네사의 눈에 훤히 보이는 중이었다.
‘네가 은근슬쩍 시온 클라우젠 공자의 결정에 의문을 표하는 거구나.’
바네사가 시온을 총애하는 걸 알게 모르게 불편히 여기는 이들이 상당수 있었다.
주로 히스파냐의 서부와 중앙 지역에 머무는 귀족 영주들이 주축이었는데, 그들 대부분이 시온과 딱히 관련된 부분이 없는지라 그의 힘이 커지는 걸 내심 경계하는 모양이었다.
‘주제도 모르고 어디 감히.’
바로 고함을 내지르며 입 닥치라고 일갈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이런 공적인 자리에서 그를 너무 총애하는 모습을 보이면 역으로 시온의 적만 더 늘려주는 꼴이었으니 자신은 반드시 중립을 유지해야만 했다.
그게 비록 겉으로만 보이는 얄팍한 속임수라고 해도, 최소한 중립을 지키려 한다는 모양새 정도는 보여야만 귀족들도 명분을 잡지 못 할 것이다.
“어리석은 소리.”
그때, 바네사의 옆에 앉아있던 남자가 얼굴을 찌푸린 채로 입을 열었다.
히스파냐 3후작의 일원이자 거의 모든 전쟁에 참여한 군의 핵심 인물인 볼코 레데넨 후작.
평소라면 이런 회의에서 입을 잘 열지 않는 이가 나선 것이었다.
“누디아 동부에서 소요 사태가 일면 혼란이 일 테고, 그 혼란은 자연스레 고향과 집을 잃는 자들을 만들 것입니다.
그러면 그들이 과연 어디로 향할 것 같습니까?”
“그건···.”
“땅을 차지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요.
그걸 지켜내는 게 중요한 법이지.
시온 클라우젠 공자는 그 땅을 받아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판단한 겁니다.”
여왕의 앞이기에 타 귀족들에게 예의를 차리는 모습이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위압적인 모습의 볼코 후작이었다.
덕분에 의견을 낸 귀족은 깨갱, 하고 입을 다물고 말았다.
“쯔쯧.”
정치적으로 볼코 후작과 대립 관계를 이루고 있는 호아킨 후작 역시 혀를 찰 정도였다.
나설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는데, 클라우젠 쪽 사람이 없다고 해서 그 틈을 좋다고 노리려던 꼴이 하수의 티가 나도 너무 났다.
“여왕 전하.
일단 누디아 쪽에 보낸 사신이 도착해야 자세한 사정을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렇겠군.
신성 프러센과 꽤나 가까운 곳이었으니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게 제일 빠르겠어.”
지금쯤이면 히스파냐에서 보낸 사신이 누디아에 도착했을 것이다.
그곳에서 소식을 전달 받아 자세한 내막을 파악한 후 일의 향방을 결정해야 할 듯 싶었다.
그 때, 갑자기 시종장이 급한 발걸음을 떼서는 바네사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뭔가를 귓가에 속삭이니 그녀는 인상을 살짝 찡그리고는 입을 연다.
“신성 프러센에서 사람이 왔다고?”
“본인 말로는 그렇다고 합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신성 프러센이 모든 길을 봉쇄하고 이쪽의 모든 사람을 막았는데 그들이 언제 사람을 보냈단 말이냐.
특사를 보냈다는 소식도 없었는데.”
“그에 대한 부분은 만나서 설명토록 하겠답니다.
왕실 기사들이 조사해본 결과 신성 프러센의 왕실에서 직접 내려주는 증표도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이다.”
시종장의 말에 바네사는 수상하기 짝이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일단 신성 프러센에서 왔다고 하는 이를 한 번 만나보기로 결정했다.
정말 신성 프러센의 사람이 맞다면 현재 상황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답을 얻고 더 좋은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다만 그들이 여태 벌인 일들이 있기에 왕실 기사들을 주변에 배치하고 비상사태에 언제든 대비할 수 있도록 만전의 준비를 갖춘 후에 그를 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시종장의 뒤를 따라 남성 하나가 회의실 안으로 들어섰다.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어 생김새를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그 틈 사이로 흘러나와 있는 금발은 황금이라도 녹인 듯 반짝거리고 있었다.
“신성 프러센에서 왔다고 하는 이는, 후드를 벗고 정체를 밝혀라.
정녕 신성 프러센에서 온 사람이라고 하면 어떻게 비밀리에 히스파냐까지 왔으며, 그대가 신성 프러센의 사람임을 여태 밝히지 않고 있다가 왕궁에까지 와서 그 사실을 밝힌 부분에 대해 설명해야 할 것이다.”
“···.”
바네사의 차가운 경고에도 남자는 입을 열지 않았고, 후드를 벗지도 않았다.
그러자 왕실 기사들이 일제히 검 손잡이 위에 손을 올리며 위협을 가했고 바네사를 대신하여 호아킨 후작이 불쾌하다는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히스파냐에 찾아온 이는 어서 여왕의 질문에 답하라.
무례하기 짝이 없구나.”
“···후드를 벗으라···?”
남자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천천히 손을 올려 후드를 붙잡았다.
그리고는 머리를 가리고 있던 부분을 걷어냄과 동시에, 아예 끈을 풀어 위에 걸치고 있던 옷까지 천천히 벗어던지고는 여태 감추고 있던 제 모습을 모두에게 드러냈다.
“어, 어어···?”
“무슨···.”
사르르륵―.
잔잔하고 가벼운 미풍이 불어온다.
창문이 열려있어서 들어오는 바람 따위가 아니라, 순백의 날개가 펄럭이며 만들어내는 바람.
후드를 벗어 바닥에 내려놓은 남자, 천족 중에서도 상위에 해당하는 리치엘은 여태 숨기고 있던 제 날개를 당당히 드러내며 자신의 자태를 인간들에게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인간 왕국, 히스파냐가 원하는 대로 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되었는가?”
“처, 천족!”
“빛의 후예!”
자리에 있던 귀족들 중 몇이 황홀하다는 기색을 숨기지 못 하며 그렇게 입을 연다.
빛의 교도들인 그들에게 있어 그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천족의 등장은 거의 신의 재림이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광경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빛의 교리에 관심이 없던 이들도 그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 하는 건 매한가지였다.
황금을 녹여 만든 머리칼에 정말 신이 손수 빚어낸 것 같은 아름다움을 지닌 얼굴, 완벽한 균형을 가지고 있는 몸과 그 뒤에서 가볍게 펄럭이고 있는 잡티 하나 없는 새하얀 날개까지.
왜 빛의 교도들이 ‘천족’ 하면 그렇게 미쳐 날뛰는지 이해가 절로 갈 정도였다.
“···아아, 누디아에 갔다는 친우는 죄인들이 많아 눈물을 흘렸다는데.
그래도 나는 그 정도가 아니기를 바랐건만, 이곳에도 한숨이 절로 튀어나올 정도로 죄를 지은 자가 많구나.”
그 천족이, 리치엘이 그렇게 중얼거리자 한창 그 아름다움에 취해있던 귀족들이 제정신을 차리고는 바짝 긴장한 얼굴로 그를 바라본다.
다른 이도 아니고 천족, 빛의 교도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존재라는 자의 입에서 나오는 저 말이 어떤 폭풍을 불고 올지 뻔히 보이는 게 그 이유였다.
“천족이여.”
귀족들이 일대 대혼란을 겪고 있던 찰나, 한 여인의 침착한 목소리가 그들을 붙잡아 세웠다.
입을 연 것만으로 주변 분위기를 환기시킨 인물은 히스파냐의 주인이자 이 자리에 모인 모든 귀족들의 군주인 바네사였다.
“비록 그대들이 고결한 빛의 후예들이라고는 하나 이곳은 인간들의 왕국 히스파냐, 그것도 가장 중심이 되는 곳이다.
손님으로 왔다면 응당 손님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야 함이 천족이라는 존재들로서 옳은 행동이지 않겠는가?”
헛소리 말고 예의를 지키며 용건부터 제대로 말하는 소리였다.
그걸 바로 알아차린 리치엘은 미소를 짓고는 그래주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히스파냐의 여왕에게 인사를 올립니다.
나는 빛을 인도하는 자들의 앞에 서있는 자로, 동족들에게는 리치엘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
“그리고 지금은, 유감스럽게도 이 히스파냐의 모든 인간들에게 경고를 하러 왔습니다.”
“경고?”
바네사의 반문에 리치엘은 아주 천천히, 그러면서 무척이나 우아한 발걸음으로 앞에 나섰다.
원래대로라면 바로 왕실 기사들이 그를 막아 세워야했지만 천족이라는 존재를 처음 마주하는 이들, 더해서 도저히 이 세상의 존재라고 보기 힘든 자태에서 나오는 압박감에 그들 자신도 모르게 몸이 굳어져버린 모양이었다.
“여태껏 우리들을 따라 빛의 뜻을 널리 알리던 이들이 말하길, 누디아보다도 더욱 힘들었던 곳이 히스파냐라고 하더군요.
뭐, 충분히 이해합니다.
성소에서 가장 먼 곳, 반대편에 있는 곳이니 그만큼 빛이 도달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요.”
“···.”
“그대들이 빛의 교도들을 자꾸만 멀리하는 것도 그 빛이 너무 강렬해서, 그 따스함이 아직은 낯설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해서 우리 동족들 중 그 어느 누구도 히스파냐에 대해서 어떤 걱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말입니다.”
얼마 전까지는 말입니다, 라는 말이 핵심임을 자리에 모인 모든 귀족들이 안다.
이 다음에 나오는 말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그 말에 따라서 향후 자신들의 행동 방향이 결정될 것임을, 모두가 눈치 채고 있었다.
“사실은 그게 아님을.
히스파냐가 단순히 빛과 멀리 떨어져서가 아니라, 그 빛을 스스로 멀리하려고 있다는 걸 우리 빛의 후예들이 알고 나서 부터는 걱정이 되더군요.”
“헛소리!”
가장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쪽은 볼코 후작이었다.
빛의 교리에 대해서 단 1의 관심도 없는, 오직 인간 스스로의 힘만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믿는 그에게 천족이니 빛이니 하는 모든 소리는 죄다 개소리에 불과한 것들이었다.
“빛을 멀리한다?
천족, 리치엘이여.
그 말은 우리 히스파냐가 마족과 같은 자들이라도 된다는 겁니까?”
“그렇게 말한 적은 없습니다, 인간이여.
그런데 왜 그리 흥분하는 겁니까?
마치 거짓말을 하다가 들킨 아이처럼 말이죠.
···아아, 성전에 나섰다가 싸우지도 않고 몸을 돌린 과거가 생각나서 괜히 부끄러운 겁니까?”
“제 집에 일이 생겼는데 밖의 일에 신경을 쓸 수 있는 이는 없습니다.”
히스파냐 내부에 있는 빛의 교도들 중 온건한 이들은 그 당시 일에 그럴 수 있다며 이해하는 뜻까지 내비쳤던 일이다.
국왕의 판단에 의해 나라 안에 일이 생겼을 경우 계승권을 지니고 있는 이와 나라의 주력이 되는 군대를 소집하는 건 당연한 부분이었으니까.
더해서 당시 현장에 있던 바네사와 볼코 후작은 비록 신성 프러센과 마찰이 있긴 했어도 결국 그들의 수긍을 받아냈고 이후 그들도 제 나라로 돌아갔으니 큰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천족들의 눈에 보기에, 그 행동은 물어뜯기 딱 좋은 과거사였다.
“제 집에 일이 생겼음에도 모두를 위해서 눈을 감고, 이를 악물고서 행하는 것이 대의입니다.
내가 듣기에 히스파냐의 여러분들은 그 대의를 저버리고 그냥 물러난 겁쟁이들로 보이는데 말이지요.”
―――――――작품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