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33)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33화(33/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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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으로 가는 길에 도적을 만난다거나!
혹은 그 비슷한 것들을 만나는 그런 스토리!
위험에 빠진 여인을 구하고 영웅이 되는 누군가!
그게 바로 마차 여행!
이라고 누군가가 떠든다면 시온은 그대로 죽탱 한 대를 후려갈길 생각이었다.
미쳤다고 왕성으로 향하는 가도 한 복판에서 수금을 하시는 도적 나으리들이 있겠는가.
상단도 정규병에 가까운 호위병들을 대동하며 아예 높으신 분들은 사병의 호위를 받는다.
애초에 그 정도로 나라가 망가졌다면 왕국이라는 이름조차 제대로 달고 있지 못 할 것이다.
‘지루해··· 폰이 그립기는 또 처음이다.’
마차, 도시, 마차, 어느 귀족의 영지, 다시 마차, 다시 도시, 또 다시 마차.
마치 군 시절 치장 창고, 교보재 창고, 부식 창고를 전전하던 자신의 인생 같았다.
시온은 슬쩍 마차 안을 살폈다.
릴리트는 이미 아까 전부터 자신의 무릎 위에 머리를 대고 잠들어 있었고, 루시아는 마나를 다루는 수련을 한다며 한 시간이 넘도록 말없이 집중 중이었다.
리시키다는 애초에 밖에서 말을 타고 가고 있으니 제외하고, 마지막으로 주인공 김유현은···.
철거덕―.
철거덕―.
검집에서 검이 뽑히다가 들어가고, 다시 들어갔다가 나오기를 반복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저건 그냥 김유현이라는 인간의 멍 때릴 때 하던 버릇이었다.
“···.”
철거덕―.
철거덕―.
‘살벌한 놈.
저러고 있느니 안 그래도 무서운 놈이 더 무섭네.
꿈에 나올까 두렵다, 두려워.’
눈깔에 힘 풀고 있으니 진짜 미친놈 같다.
저 상태로 얼굴에 피 좀 묻히고 검 좀 휘두르면 완벽한 살귀였다.
아니면 칼춤 추시는 연쇄 살인마?
“공자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시온은 슬쩍 마차의 창을 열었다.
리시키다가 그 옆에 바짝 붙어서는 안의 인원들에게 방해가 될까,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내일 오전쯤이면 왕성 앞에 다다른다고 합니다.
하여 오늘은 이쯤에서 쉬어 갈까 했는데.”
“했는데?”
“다른 기사 분들이 저 귀족의 성이 있는 도시는 되도록 피해가고 싶다고 하셔서.”
그 말에 시온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날짜와 거리를 대충 가늠해보고는 탄성을 내뱉었다.
이 근처가 ‘그 새끼’ 집이었구나.
‘레데넨 후작가.’
상당히 불같은 성격을 자랑하시는 무장을 여럿 배출해낸 귀족 가문.
문제는 사람 성능이 에이스와 폐급을 오가는 지라 극과 극이 확연히 구분되는 곳.
바로 그곳에서 김유현은 소설 중반부까지 부딪치는 꼴통을 만나게 된다.
“리시키다.
레데넨 후작가의 영지 근처에 다른 귀족들 영지는 더 없지 않나?”
“그렇다고 합니다만.”
“마차에서 또 자기는 좀 그렇고, 레데넨 후작가면 그래도 아버지와 안면이 좀 있는 곳이니 인사도 할 겸 좀 찾아가는 편이 낫겠다고 기사들에게 알려.”
“네, 알겠습니다.”
불행 중 다행은 레데넨의 현 가주인 볼코 레데넨은 사람 축에 속한다는 것이었다.
리히텐 변경백과 안면이 있는 사이.
물론 끈끈한 우정의 랄부 프렌드는 결코 아니다.
차라리 서로를 꽤나 의식하는 경쟁자라면 또 모를까.
문제는 그 자식 새끼였다.
‘이름이 상당히 인상적이어서 기억한다.
루드비히 레데넨.
자칭 왕국의 미래를 이끌 기사.’
오해 말자.
자칭이다.
타칭이 아니다.
심지어 저걸 남들 앞에서 자신을 소개할 때 대놓고 써먹는다.
듣는 사람 손발이 다 오그라들 정도인데 정작 본인은 그걸 모른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란 거다.
제 잘난 맛에 사는 놈인데 남들을 깔보고 무시하는 데에 아주 도가 튼 놈이었다.
이 부분 때문에 김유현과는 초장부터 삐걱였고, 히스파냐가 위기에 쳐했을 때도 서로 으르렁거리며 견제하기에 바빴다.
‘그나마 그 놈 실력이 영 아니어서 일찍 리타이어했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마나 쓰는 시온 클라우젠이 될 뻔 했어.’
아마 이 말을 들으면 루드비히가 상당히 기분 더러워 했을 것이다.
김유현과도 사이가 안 좋았지만, 루드비히는 시온 클라우젠과는 더더욱 사이가 좋지 않았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일단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첫사랑이었던 타 귀족 가문의 영애가 시온에게 한 눈에 반해서는 그를 개무시하게 만들었다는 것.
‘쓸데없이 잘 생긴 놈.
설마 작가가 노린 건가 싶기도 하고···.’
묘하게 얼굴로 여자는 많이 끌고 다녔다는 설정이 붙어있는 시온 클라우젠.
설마 마나 감응력과 외모가 반비례라도 한다는 건가.
그러는 사이 마차는 레데넨 후작가로 진입했다.
확실히 왕국에서 열 손 가락 안에 꼽는 대귀족 가문이어서 그런지 초장부터 그 위세가 남다른 곳이었다.
부잣집은 망해도 3년은 버틴다고, 히스파냐가 박살이 날 때도 어느 정도 버티던 가문이었다.
물론 사익, 트리샤 페이커에 의해 그야말로 쑥 풍년이 되고 말지만.
“뭐야, 여기 어디야?”
“레데넨 후작가라고, 오늘 잠시 머물 곳이랍니다.”
“흐음.
여기 상당히 괜찮은 놈들이 많은가봐.
짙은 마나가 잔뜩 느껴지네.”
김유현 역시 전의 그 멍한 눈길은 거둔 채 번뜩이는 눈빛으로 창 바깥을 둘러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 역시 여기저기서 느껴지는 괜찮은 기사들의 존재감에 흥미를 느낀 모양이었다.
물론 저 둘에게 있어 기사들은 딱 ‘잡아먹기 좋은 경험치’ 에 불과했다.
“자, 여러분.
집중해주세요.
집중.”
“?”
“레데넨 후작가의 성으로 가기 전에 당부드릴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그게 뭔데?”
“첫 번째, 당황하지 마세요.
다 진심으로 그러는 거니까.”
“에?”
“두 번째.
놀라지 마세요.
원래 그런 놈입니다.”
밑도 끝도 없는 당부였다.
도대체 이게 뭔 소리인지, 릴리트는 물론이고 루시아나 옆에서 말을 타고 가던 리시키다.
심지어 김유현까지도 고개를 갸웃거려야만 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레데넨 후작가의 성 안으로 들어선 후 밝혀지게 되었다.
“레데넨 후작가에 오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아아, 저는 히스파냐의 미래를 이끌 완벽한 기사 후보생, 루드비히 레데넨이라고 합니다.
아아, 맞아요.
이 가문의 후계자죠.”
“···.”
당황하지 마라.
다 진심으로 그러는 거다.
시온의 말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일행들이었다.
아니, 자신을 왕국의 미래를 책임질 완벽한 기사라고 말하는 것도 웃긴 상황에서 ‘이 가문의 후계자죠.’ 라고 말할 때는 미소까지 지으면서 쉿!
하고 자빠졌다.
혹시 웃으라고 하는 농담, 아니면 그냥 손님이 찾아오면 한 번씩 해보는 설정이었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루드비히는 그냥 일상이 저런 청년이었다.
제 잘난 맛에, 제 멋짐에 폭발하여 하루를 살아가는 남자!
“그런데 불청객이 끼어있군?”
조금 전의 그 느글느글한 모습은 어디로 내다버리고 갑자기 살벌한 기운을 내뿜는 루드비히.
그리고는 그 앞에 서서 팔짱을 낀 채 물끄러미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서는 마치 아랫사람을 대하듯 고개를 살짝 위로 올리고는 깔보는 느낌이 강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제는 하다하다 변경백님의 공까지 가로채서는 네 것으로 만드나?
정말이지, 실력 없는 아들을 둔 그 분이 불쌍해지려 하는군.”
“···?”
다짜고짜 시비질에 모욕적인 발언까지.
너무나 갑작스러운 상황에 ‘혹시 서로 친해서 저렇게 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다음 이어진 시온의 반응으로, 그건 아님이 확실해졌다.
“레데넨 후작가의 후계자면 품위 좀 지키지, 루드비히.”
“하!
네놈이 그렇게 말하니 웃기는데?
할 줄 아는 거라곤 변경백령에 틀어박혀서 여자나 후릴 생각이나 하는 주제에!
품위?
네가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었나?”
놀라지 마라, 원래 그런 놈이다.
그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되는 일행들이었다.
시온은 이미 충분이 이런 사태를 예견했기에 무덤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없지.”
“···뭐?”
“자격 없다고.
내가 어떤 놈인지는 잘 아니까 자격도 없다는 거 잘 안다고.”
박수도 양 손이 부딪쳐야 짝 소리가 난다는데, 저렇게 바로 회피를 해버리니 있는 힘껏 손을 내려친 루드비히만 우스운 꼴이 되고 말았다.
한 쪽이 나이에 맞지 않는 치기를 부리며 시비를 걸었는데, 상대는 애들 장난에 놀아나지 않겠다는 듯 자연스럽게 그걸 흘려버렸으니 말이다.
‘이 놈 봐라?’
루드비히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여태 자신이 도발하면 노발대발 하면서 화를 내던 시온 클라우젠이었다.
원하는 반응이 나오면 루드비히는 ‘불만 있으면 검으로 증명하던가.’ 라고 한 마디를 했고, 그렇게 되면 시온 클라우젠은 알아서 입을 다물곤 했다.
그럴 때마다 자신은 시온에게 싸움을 겁내는 겁쟁이 놈이라고 차마 반박할 수 없는 모욕을 줬고, 분노로 덜덜 거리는 시온을 바라보는 것이 꽤나 큰 인생의 낙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온 클라우젠의 반응이 평소와 달랐다.
이제는 더 자신의 장난에 놀아나지 않겠다는 듯 아예 부딪칠 건수를 없애려는 모양.
‘어림도 없는 짓을!’
그렇게 나온다고 해서 자신이 ‘어어.’ 하고 물러설 줄 알았다면 큰 오산이다.
어차피 자신은 시온 클라우젠을 격침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검술로 한 번 겨뤄보자고 하면, 매번 그는 낑낑대며 겁먹은 강아지마냥 물러섰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었다.
“명색이 왕국의 방패인 클라우젠 변경백의 장자란 놈이 바로 수긍하기는.
나였다면 검이라도 들고 그걸로 누가 옳고 그른지 가리자고 했을 거다, 시온 클라우젠.”
“···.”
“아쉽군.
네가 검을 다루는 걸 좋아했다면···.”
“좋아하지는 않아.
그래도 쓸 줄은 알지.
그런 의미에서 검이나 한 번 섞어볼까?”
“뭐?”
순간 루드비히는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 시온 클라우젠이, 얼굴만 번지르르하지 겁 많고 검을 무서워하는 그 애송이가!
지금 자신에게 검을 나눠보자고 말하고 앉아있다.
레데넨 후작가의 이 루드비히에게, 왕국의 미래를 책임질 기사에게 말이다!
“···갑자기 무슨 의도지?”
상대가 워낙 급격히 변한 모습을 보이니 아무리 루드비히라도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혹시 그 짧은 사이에 뭔가 큰 성취를 이끌어낸 것이 아닐까?
검술이 갑작스레 일취월장해서 근거 있는 자신감이 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듣자하니 전쟁에서 공을 세웠다는데, 혹시 그것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 나름 전쟁 영웅인데 너무 무시해서 말이야.
내가 누디아와의 전쟁에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고나 하는 소리인지 모르겠어, 루드비히 레데넨.”
“···.”
그 말에 루드비히는 속으로 비웃음을 흘렸다.
다른 놈도 아니고 그 시온 클라우젠이 전쟁에 나서서 직접 누디아와 싸웠다고?
단순한 검술 대련조차 겁먹어서 피하던 놈이?
이제야 상황 파악이 좀 되는 루드비히였다.
지금 눈앞의 저 얼굴만 번지르르한 놈은, 아비의 손에 이끌려 전장으로 나아갔다가 운 좋게 승리를 쟁취하곤 마치 그게 자신이 노력해서 얻은 것인냥 으스대고 있었다.
‘멍청한 놈.
그러면 그렇지.
전장에 직접 나섰다고 해서 조금은 긴장했는데 역시나였어.’
주관적으로 봐도, 객관적으로 봐도 자신은 분명 뛰어난 기사 후보생이다.
이미 웬만한 하급 기사와는 충분히 싸울 수 있는 자신이 아니던가!
시온 클라우젠은 오늘 제대로 임자를 만난 날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저 놈이 전쟁 영웅이 되어서 왕성으로 간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었는데 마침 잘 됐어.
여기서 놈의 그 자존심을 나락까지 떨어트려야겠군.’
그리 결심한 루드비히는 혹 시온 클라우젠이 자신의 속마음을 눈치 채고 달아날까 살짝 고민하는 듯 한 몸짓을 취하다가 어쩔 수 없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뭐, 네가 그리 원한다면 어쩔 수 없지.
따라와.
어차피 방으로 올라가서 쉬기 전에 샤워를 할 텐데 그 전에 땀을 빼야지.”
“동감이야, 루드비히.”
멍청한 놈, 저 레이디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에서 제대로 박살을 내주마!
루드비히는 상상만으로도 짜릿해지는 쾌감에 몸을 전율했다.
상당히 지적인 분위기에 언뜻 보면 차갑게 보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여인.
루시아를 바라보며 루드비히는 어서 이 건방진 놈을 깡그리 제압해주고 있는 폼 없는 폼 전부 다 잡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자, 그러면 시작해보실까.”
연무장은 그리 멀지 않았기에 시온과 루드비히는 바로 목검을 맞대게 되었다.
시온은 슬쩍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일단 가장 긴장한 것 같은 루시아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마나를 다루지 못 한다면 단순한 검술 대련에서조차 밀리는 것이 이세계.
따라서 그를 걱정하는 것은 그녀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릴리트는 후드를 뒤집어쓴 터라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아마 루시아와 비슷한 반응일 것이고.
김유현은···.
‘넌 그런 표정 짓지 마라.
징그럽다.
시발, 징그럽다고!’
힘도 없는 주제에 자존심 지키겠다는 남자의 모습을 이해한 건지.
김유현은 아주 조금 찝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면 어디, 네가 전쟁터에서 썼을 그 검술 좀 볼까.”
루드비히의 놀림에 비슷한 말에 시온은 속으로 상대를 비웃었다.
지금 그는 분명 제 스스로 ‘실전 검술’을 운운했다.
그 말이 시온에게는 이제부터 무슨 짓을 해도 된다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승패를 가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상대방의 목에 검을 겨누면 그걸로 종료.
이의 있나?”
당연한 소리를 한다.
이의가 있을 리가 있나.
이미 그 말을 한 시점에서 루드비히는 시온에게 패한 건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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