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330)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330화(330/439)
330―――――
역시 너희가 가장 추하다
“···!”
“··· ···!”
시온은 회의실 안에서 들려오는 말소리들을 들으며 가만히 서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시종장은 작게 헛기침을 하곤 슬쩍 입을 열었다.
“시온 클라우젠 공자님.
여왕 전하께 도착했다는 걸 알리는 것이···.”
“아뇨.
조금 더 듣고 싶네요.
과연 제가 없을 때 무슨 말들이 오고 가는지.”
원래 사람이란 게 다른 사람들이 제 뒷담하고 앉아있을 때 정확히 무슨 내용으로 까고 있을지 알고 싶은 게 본능 아니겠는가.
더해서 어떤 놈이 배신을 하고, 어떤 사람이 끝까지 자신 옆에 있어주느냐도 이번 기회에 한 번 확인하고 싶기도 했고 말이다.
‘살생부 들어가는 거지.’
자신을 리치엘이라 한 천족은 역시나 예상대로 시온을 주 공격 대상으로 찍었다.
그가 히스파냐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기도 하고, 그만큼 적들도 많을 수밖에 없다는 걸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 뒤로 몇몇 귀족들이 은근히 천족이라는 듬직한 방패 뒤에 숨어서 시온 자신에 대한 은근한 공격들을 이어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왕국의 영웅이니, 빛이 내려준 선물이니 할 때는 언제고 자리에 없다고 바로 등을 돌리고 수군거리는 꼴은 정말이지 딱 정치판의 모습 그대로였다.
콰앙!
물론 시온을 끝까지 믿어주는 이들도 확실히 존재했다.
지금처럼 온 분노를 쏟아내서 탁자를 내려치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 바네사부터, 볼코 후작을 위시한 나머지 후작들도 시온을 공격하는 데에 손을 거들지 않았다.
“그대들도 닥쳐라.
어리석게도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조차 구분치 못하는 것들.”
아마 바네사의 저 말은 시온을 공격하는 천족들에게 동조하는 꼴을 보이고 있는 귀족들에게 하는 거친 말일 것이다.
시온으로서는 바네사가 이렇게나 자신을 신뢰하고 있다는 부분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동시에 저렇게 흥분하면 결국 상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질질 끌려가게 되는 부분에 안타까운 탄식을 내뱉어야만 했다.
‘그래도 우리 여왕님, 서운하거나 섭섭한 건 없게 해주시네.
내가 일을 워낙 잘 해둬서.’
능력 있고, 충성심도 드러내고, 거기에 무엇보다 최고로 잘난 외모까지.
윗사람에게 사랑을 받지 않을 수가 없는, 시온의 가히 완벽한 사회생활이었다.
“···곧 신성 프러센 측 빛의 군세가 그들과 함께 누디아로 향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진실이 밝혀지고, 죄 또한 세상에 드러날 것입니다.
히스파냐는···.”
그보다 이것들, 아까부터 자꾸 중요한 부분을 의도적으로 누락한다.
말만 곱상하게 하고 있을 뿐, 결국 협박을 하고 있는 주제에 그 협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자꾸만 빠트린다.
마치 그 부분을 드러내면 자신들도 역풍을 맞으니 다른 이야기로 계속 재빠르게 화제를 전환해서 그곳으로 향할 시선을 막아버리겠다는 듯 말이다.
‘그러면 안 돼.
협박하는 주제에 또 좋은 놈 코스프레 하는 것도 실력인데, 그걸 그냥 혀 좀 놀리는 것 가지고 대충대충 넘어가려고 하면 안 되고말고.’
시온은 미소를 짓고는 일부러 자신의 목소리가 회의실 안까지 들리도록 아주 큰 목소리로 외쳤다.
“진실이 드러나고, 죄가 드러나면 그 다음, 그 다음은?
왜 자꾸 중요한 부분을 빼먹으실까.”
그러면서 옆에 서있던 시종장을 바라본다.
이제 바네사에게 자신이 와있었음을 고하라는 뜻
시종장은 눈치가 나쁜 사람이 아니었고, 그는 바로 시온이 원하는 대로 해주었다.
“여왕이시여.
시온 클라우젠 공자가 아까 전부터 당도하여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부러 ‘아까 전’을 강조하는 시종장.여태까지 천족 쪽으로 흐르던 분위기를 단 한 번에 뒤집을 수 있는 단어 선택이었다.
시온은 시종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살짝 열린 문을 힘차게 젖히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시온 클라우젠!”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시온이 당도할 줄 미처 몰랐다는 반응의 바네사.
당연한 것이, 시온은 바로 이런 그림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자신의 동선을 원래 상황보다 더 늦은 방식으로 왕성 측에 전하고 있었다.
자신이 없는 사이에 은근히 시온 클라우젠이란 존재를 적으로 돌리라는 천족의 속삭임.
그리고 거기에 바로 넘어가서 줏대 없이 흔들리는 배신자 새끼들을 솎아내기 위해.
“왕성으로 오는 길을 좀 재촉했습니다.
여왕님을 놀라게 해드리고 싶어 그런 것이니 너무 타박치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오히려··· 오히려, 아주 잘 왔다고 하겠다.
시온 클라우젠.”
바네사는 그렇게 말하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부터는 자신이 뒤를 받쳐줄 테니 저 건방진 천족 나부랭이를 씹어 먹어달라는 뜻.
시온은 그에 당연한 말을 한다는 듯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존귀하신 분을 뵙습니다.
제가 바로 시온 클라우젠입니다, 리치엘님.”
“···확실히, 보통 인간은 아니로군요.
여태까지 나왔던 이야기들을 전부 들으면서도 얌전히 밖에서 기다렸다는 말입니까?”
“나설 때를 잘 노려야 하는 법이니까요.
인간이든, 다른 종족이든.”
그리고 그 다른 종족에 천족 또한 끼어있다고 경고하는 부분을, 시온은 리치엘을 응시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잘 되었군요.
그렇지 않아도 당신을 만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이미 저에 대한 천족의 생각은 밖에서 다 들었습니다.
그러면 대답을 하면 되겠군요.”
“그렇군요.
자, 어디 한 번 해보세요.
도대체 당신은 뭡니까?
뭐기에 악을 추종하는 자들의 음모를 단 하나도 빠짐없이 분쇄하였으며, 그런데도 굳이 누디아와의 거대한 전쟁을 선택해서 엄청난 피를 흐르게 하고 부정적인 감정들을 넘쳐흐르게 했는지.”
사실 저 질문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들이다.
무슨 대답을 하던 천족들은 어떻게든 자신을 깎아내리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은 과연 무슨 대답을 해야 하느냐?
간단하다.
나 혼자 죽는 게 아니라 다 같이 뒈지는 그림을 그려서, 그 ‘같이 죽어야 하는 자들’ 이 죽고 싶지 않아서라도 자신 편을 들게 만들면 그만이다.
“뻔한 질문, 그리고 뻔한 대답을 하게 되어서 참으로 유감이라는 말부터 일단 하겠습니다.
어떻게 그 많은 음모들을 분쇄하였냐고요?
다 보여서 였습니다.
도대체 누가 생각한 건지 웃음도 나오지 않는 허접하기 짝이 없는 것들.
그걸 확인하고, 처리하는 내내 웃음이 터지는 걸 아주 참느라 곤혹이었죠.
원래 악이란 게 다 그렇지 않습니까?
정말 철저하게 꾸미거나, 아니면 완전히 멍청하게 일을 저지르거나.
제가 보기에 여태까지의 일들은 후자.
정말 멍청하기 짝이 없는 헛짓거리들이었죠.”
“···.”
그냥 내가 잘나서 다 막은 거임, 이라는 대답.
시온은 더해서 사실 모든 일의 원흉이라고 할 수 있는 천족들을 대놓고 까 내렸다.
허접하기 짝이 없는, 멍청한, 헛짓거리에 불과한 것들.
이 자리에 있는 그 어떤 이들도 아직 천족들이 그 모든 일들과 연관되어 있다는 부분을 모르니 현재 시온이 한 말은 그저 악을 비난하는 말로 들렸을 것이다.
물론 리치엘에게는 천족과 빛의 뜻을 욕하는 조롱으로 들렸을 테고 말이다.
“···그대가 그만큼 대단한 인물이라면, 왜 누디아와의 전쟁에서 그런 악한 것들이 끼어있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도 않고 일을 벌인 겁니까?
마치 대규모 전쟁을 벌여 피를 보고 싶어 하는 인간처럼 말입니다.”
“저는 싸우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걸어온 싸움을 피하는 겁쟁이는 아닙니다.
인간이라면 응당 당연한 행동 아닙니까?
한 대 맞았는데, 그걸 그냥 웃으면서 넘어간다니.”
“그러면서 빛의 교리와 우리 천족들까지 의심하는 말도 했었고 말이죠.”
그래, 그 말을 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렸겠구나.
빛의 교도들에게 있어서 그 부분은 결코 묵인하고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일 테니.
빛의 교리를 받아들이지 않는 건 그 사람의 마음일지 몰라도, 그 뜻을 가짜 혹은 이미 다른 뜻을 품고 있는 게 아니냐고 말하는 건 거의 선전포고나 다름없었으니까 말이다.
“제가 그랬었나요?
흠, 기억이 잘 나지는 않습니다만 그러면 그렇다고 해보죠.
허면 저는 어떤 죄를 지은 것이고, 어떤 벌을 받게 되는 겁니까?
누디아로 향하고 있다는, 그리고 히스파냐로 이어서 들이닥칠 그 심판자들이, 그 빛의 군세가 과연 뭘 하느냐 이 말입니다.”
“···적절한 처분을 내릴 겁니다.”
“그러니까 그 적절한 처분이 뭐냐, 이겁니다.
평화니 뭐니 하면서 인간 왕국간의 전쟁까지 간섭하는 당신들이 설마 목숨을 빼앗는 짓은 하지 않을 것 같은데.
아닙니까?”
“···.”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그런데, 누디아 동부의 반은 빛의 편에 섰다고 해도 나머지 반은, 그리고 누디아 국왕과 그 곁의 귀족들은 결코 고개를 숙일 수 없다고 들었는데, 그러면 그들은 어떤 미래를 맞이하는 겁니까?”
민감한 부분은 이쪽만 있는게 아니다.
분명 저쪽도 숨기고 싶은 부분이 있다.
빛의 뜻에 대항하는 자들이 맞이하는 최후, 바로 불길에 내던져져 재가 되는 것.
하지만 소설의 원래 내용처럼 누디아고 히스파냐고 전부 무너진 게 아니라 꽤나 멀쩡히 살아있기에 천족이든 신성 프러센이든 어떻게든 균열을 일으킨 후에 쳐들어가고 싶을 것이다.
그 균열을 일으키는 데에 무엇보다 좋은 것은 역시나 ‘범인 찾기’.
누가 어떤 죄를 저질렀으니 그 사람이 나쁜 놈이고, 그 사람 때문에 너희가 고통 받는 것이라고 입을 털어서 안에서부터 서로 물어뜯게 만드는 것이었다.
‘범인 찾기 좋지.
진짜 죽을 때까지 물어뜯게 만들 수 있으니까.
책임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들인 만큼 그 책임을 진다는 말에 또 엄청난 중압감을 느끼니까.
그런데?’
그런데, 알고 보니 이놈도 범인이고, 저놈도 범인이면?
그래서 범인을 찾아서 그 하나를 조질 수 있는 게 아니라 전부 다 조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범인은 죽여야 한다!
라고 외쳤는데 그 말을 들은 전부가 정색을 한다면?
“제가 빛의 교리를 좀 살펴봤었는데, 빛을 따르지 않는 자들은 모두 한 줌 재가 되어 다음 세대를 위한 거름이 될 거라고 하더군요.
이게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러면, 누디아의 사람들은 모두 그 잿더미가 되는 겁니까?”
“···아닙니다.”
“아닙니까?
다시 한 번 확실하게 말해주세요, 위대한 빛의 후예여.
단 한 치의 거짓말도 하지 않는다는 종족들이라고 스스로 말하니 설마 거짓말을 하지는 않겠죠.”
“···.”
“빛의 앞에 고개를 숙이고 스스로 모든 죄를 밝히라는 그 말에 죄가 없다며, 따를 수 없다며 버티는 자들한테 가는 건 따스한 빛입니까?
아니면, 시뻘건 불꽃입니까?”
리치엘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짐을 시온은 놓치지 않았다.
세상을 완전히 불태워 재로 가득한 곳으로 만든다는 건 오직 천족들과, 극소수의 빛의 교도들만 알고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그것을, 다른 이도 아니고 시온 클라우젠이 마치 ‘그렇지 않을까요?’ 식으로 예상하고 있으니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다.
“···죄가 중한 자는 합당한 벌이 있을 겁니다.”
“아아, 네.
한마디로 너는 빛, 너는 불꽃을 받는다 이거군요.
그런데 이상합니다.
빛의 교리에서 절대 악과 불의와는 타협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러면 전부 공평하게 불태워야 할 텐데요.
이놈은 빛, 이놈은 불꽃이라는 말이 상당히 이상하게 들립니다.”
“그건···.”
“음, 생각해보니 저도 아예 무죄라고 할 수는 없겠군요.
어찌 되었든 악의 농간에 넘어가 결국 대륙에 피를 불러왔으니까.
그러면 저도 불꽃에서 활활 타올라 한 줌 재가 되겠군요.
아아, 죽기 전에 이 말을 해야겠습니다.
저 혼자만 그런 게 아니에요.
히스파냐의 여러 귀족들과, 북쪽의 부족들과, 서쪽에 있는 수인들, 그리고 이번에 새로이 합류한 요정들도 저와 뜻을 함께 했습니다.
그러니까 빛의 뜻에 따라서 불꽃에 들어가 웃으면서 죽으면 되겠군요!
그렇지요?”
자폭 같아 보이지만, 이건 자폭이 아니다.
나 이 스위치 누를 거예요?
라고 누르는 순간, 역으로 다른 곳의 폭탄을 터트리는 꼴이다.
줄줄이 다 엮어서, 너희들이 원하는 그 불꽃에 들어가면 되는 거냐고 묻는다.
“잠깐!
시온 클라우젠.
그 부분은···.”
“아닙니까?
빛의 뜻에 의심을 품은 건 그들 다 마찬가지인데, 당신들의 말대로라면 우리 모두가 죄인이니 결국 다 벌하겠다는 말이 아닙니까.
그게 아니라면 고개는 왜 숙이라고 하고, 빛의 군세이니 심판자는 왜 받아들이라고 합니까?”
“그런 게 아닙니다.
우리 빛의 세력은 어디까지나 미래의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그래.
이상향을 위해서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상향이요.
미래의 더 나은 세상이요.
아, 그거 참 좋은 말씀입니다.
그러면 질문 하나.”
천족들이 미처 눈치 채지 못한 부분이 하나 있다.
새로운 세상, 더 나은 미래, 이상향을 원하는 자들은 항상 현실이 고달프기 마련이다.
그래서 새로운 세상이니, 더 나은 미래니 하면서 거기에 매달리게 된다.
당장 오늘 배가 고파 죽을 것 같다면 모두가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미래를 이상향으로 여긴다.
“지금의 여왕께서 그 미래에 지극히 평범한 여인으로 살아야 한다면.
여기 모인 귀족 분들이 그 세상에서는 제 손으로 밭을 갈고 직접 불을 떼며 화려하지 않고 조용한 삶을 살아야 한다면.
그건 저 분들에게 있어서 좋은 미래입니까, 아니면 안 오느니 만도 못한 미래입니까?”
그런데, 이미 이 세상에 나름 만족하는 이들이 그들의 예상보다 많다면?
천족들이 원하던 대로 클라우젠이 무너지지도 않았고, 북쪽에서 몬스터들이 들끓지도 않으며 남쪽은 평화롭고 모호한 관계에 있던 수인, 요정들과 다시 관계가 개선된 이 세상에서 그냥 남은 삶을 가족들과 함께 보내고 싶은 이들이 그렇지 않은 자들보다 훨씬 많다면?
‘너희는 더 나은 미래를 선물해주는 고마운 존재가 아니라, 지금의 만족스러운 삶을 강제로 가져가는 강도 놈들이 되는 거지.
아무리 미래가 더 좋다고 해도 그 미래에서 내가 지금보다 더 못 살 수도 있는데 그 불확실성을 가지고 누가 현재를 스킵하고 싶겠어?’
성소에만 처박혀 있어서, 제 잘난 맛에 사는 요정들을 너무 믿어서, 그냥 빛이면 다 옳고 모든 사람들이 무조건 따를 것이라고 하는 광신도들 주변에 있어서 였을까.
마족들을 완전히 악의 화신으로 만들 정도로 능했던 천족들은 말 그대로 감을 잃어버렸다.
정말 세상을 상대로 사기를 칠 생각이었다면, 잘 속아주는 놈들 옆에 서서 계속 속아 넘어가는 장면을 바라보며 낄낄댈 것이 아니라, 어지간해서는 잘 속지 않을 이들을 상대로 계속 흔들어서 기어코 자신들의 달콤한 말에 넘어가게 만들어야 했다.
‘혀를 놀려서 그 상대의 마음을 돌리면 내 편이 되지만, 그게 안 먹히면 바로 원수가 되니까.
사기도 열과 성을 다해서 쳐야 사기라 불릴 수 있는 거지, 안 그러면 그냥 혀 놀리다가 혀 뽑혀 뒈지는 황천길 가는 지름길일 뿐이다.’
천족들은 인간들이, 그리고 대륙의 모든 것들이 추하다고 말하며 그 추한 것들에게 아름다운 마지막을 선사하고 그 재 위에서 더 값진 것들이 자라야 한다고 하지만.
그 추한 세상에서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그리며 살아가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 하는 천족들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추하고 추한 존재들일 지도 몰랐다.
“돌아가시죠, 천족.
우리들은 어두운 세상을 은은하게 밝혀주며 앞으로의 방향을 알려주는 빛을 원했지, 앞뒤 분간도 되지 않게 불꽃을 퍼트리고서 가야할 곳을 강제하는 불길을 원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추한 자가 더 추한 자에게 내놓는 축객령이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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