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332)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332화(332/439)
332―――――
누가 빛입니까?
“···그리 되었다니.
히스파냐의 용기 있는 행보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군요.”
마법 수정 너머로 비치는, 아직 앳된 모습이 남아있는 소년.
모르는 이가 본다면 어느 귀족가의 자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의 정체는 이번에 새로이 누디아의 왕좌에 오른 이였다.
비록 나이는 아직 어리지만, 그래도 왕가의 혈통임을 스스로 증명하듯 어지간한 성인은 감히 말도 못 붙일 위엄을 지니고 있는 소년이었다.
“누디아의 상황은 어떠한지.”
“좋지 않습니다.
동부는 소요 사태가 계속 일어나고, 신성 프러센 쪽에서 조금씩 움직임이 보고되고 있는데 전부가 군 병력의 움직임이라고 하더군요.”
그 말에 바네사는 쯧, 하고 혀를 찼다.
히스파냐의 국왕과 누디아의 국왕이 마법 수정으로 이렇게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는, 일명 핫라인 (hotline) 이라 불리는 역사적인 일을 가능하게 한 건 시온과 아이브가 합심하여 이루어낸 결과물이었다.
다만 이게 처음은 아니고, 과거부터 두 국가가 관련된 일을 더 빨리 처리하기 위해 최소한 마법 수정을 이용한 대화를 하는 방식이 논의되기는 했었다.
하지만 두 국가가 서로를 경계하면서 거기에서 얻는 이득이 있는 귀족들의 반대가 심했다.
그리고 먼저 통신을 요청하는 쪽이 왠지 모르게 지고 들어가는 것 같아 서로 무슨 일이 있어도 사신을 보내는 정도로 만족할 뿐 마법 수정을 이용하는 걸 두 왕실 모두가 멀리 했기에 흐지부지 되었던 일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워낙 급박한 만큼 이제 자존심을 챙기기보다는 서로의 소식과 의견을 하루라도 더 빨리 전달해야 했고, 이런 의견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 시온이 아이브가 내어준 마법 수정을 차라리 히스파냐와 누디아의 핫라인 용도로 사용하자고 의견을 낸 것이었다.
아이브 역시 그런 시온의 말에 차라리 그게 훨씬 더 좋겠다고 수긍한 후 시온이 바쁘게 히스파냐 왕성으로 이동하는 사이 누디아 국왕의 허락을 맡아내는 데에 성공했다.
이후에는 시온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바네사의 허락까지 받아내었고 말이다.
“···솔직하군요.”
“먼저 평화의 손길을 내밀어 놓고 정보를 숨기는 미련한 짓은 하지 않을 겁니다, 히스파냐의 여왕이여.”
소년의 티를 다 벗지 못한 이가 그래도 한 나라의 군주라고 노력하는 모습에 바네사는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그녀는 서로가 서로를 도울 만전의 준비를 다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누디아 측은 곧 세상이 진실을 알게 될 것이라며 그 전까지만 자신들을 악이니 어둠이니 하는 것들을 참아내자고 말했다.
“···내 평생 저런 모습은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볼코 후작보다도 더 나이가 많은 호아킨 후작이 조금은 당황스럽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완전한 평화보다는 적당한 긴장 상태가 모든 발전 형태에 있어서 효과적이다.
경쟁 상대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단순히 군사력 부분만 아니라 왕국민들의 정서에서도 나타나니 그 호아킨 후작조차 누디아와 이런 사이까지 진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적은 없었다.
더해서 두 왕실간의 자존심 싸움이 엄청나다는 것도 한쪽 이유를 차지했다.
누가 먼저 마법 수정으로 통신을 요청하면 아쉬운 게 있어서, 뭔가 필요해서 하는 것이라고 스스로도 생각하니 당연히 양측이 모두 마법 통신을 이용하기를 꺼려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수십 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하던 일을, 너는 단 며칠 만에 해버리는구나.”
“원래 긴급 상황 시에는 그런 부분을 과감히 넘기고 일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정말이지 나는 시온 클라우젠, 자네가 점점 무서워지는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호아킨 후작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과거 소년일 적에는 세상물정 하나도 모르던 애송이 중의 애송이에서.
지금은 정치판에서 굴러먹던 자신보다도 더 능구렁이가 되어서 세 치 혀로 좌중을 아주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그 천족까지 한 번에 격침시켜버렸다.
시온은 그런 호아킨 후작의 중얼거림에 미소로 답한 후, 아까부터 자신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귀족들을 한 번 싹 훑어주었다.
평소라면 시온의 눈길에 좋다고 눈을 반짝일 자들이었지만, 그 중 몇몇은 연신 침을 꼴깍이며 그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아주 무던히 애를 쓰고 있었다.
“아까 전에는 신나서 떠들던 사람들이, 지금은 아주 조용하군요.”
하지만 그들은, 시온의 날 선 목소리 한 방에 무너지고 말았다.
바네사 여왕이 누디아 국왕과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중이었지만, 왠지 시간을 끄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무엇보다 시온이 뭐라고 말을 하던 딱히 개의치 않는다는 느낌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서운하면서도, 제 부족함을 절실히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오늘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그래서 다들 합심하여 히스파냐를 위해서 싸웠을 텐데 찰나의 생각을 이기지 못 하고 그 반대의 언행을 보였으니 말입니다.”
“···.”
“···.”
귀족들, 특히 서부 출신인 자들은 식은땀을 흘려야만 했다.
당장 클라우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동부 귀족들, 그리고 저번에 에라더 왕자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갑자기 바네사를 지지한 덕에 부유함에 사회적 위치까지 올라 더욱 견고해진 남쪽의 귀족들, 심지어 북쪽 부족과의 교역으로 인해 많은 이득을 얻고 있던 북쪽 사람들까지 그들을 못마땅한 기색으로 노려보는 중이었다.
결정적으로 후작이 되기 전부터 이미 시온과 꽤나 친근한 모습을 보이던 에스티아 후작.
전쟁터를 같이 다니면서 전우라는 개념으로 뭉쳐졌을 볼코 후작.
두 후작만큼은 아니어도 나름 시온을 좋게 보고 있는 호아킨 후작까지.
‘천족 비둘기가 있을 때에는 너희가 무슨 천군만마라도 얻은 줄 알았지?
등신 머저리들.
그게 그놈들이 원하던 그림인 줄도 모르고 좋다고 달려들기는.’
저것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시온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솔직히 지금 당장 같아서는 모조리 붙잡아 붙일 수 있는 죄목이란 죄목은 전부 붙여서 감방에 처넣고 영지와 재산을 모조리 몰수한 다음에 자신 편을 들어줄 유력한 귀족들에게 ‘선물’ 로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그러면 너무 반감이 심해져.’
미워도 다시 한 번, 혹은 삼세판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사이다도 좋고 단호한 것도 좋지만 원래 인간관계가 너무 단순하면 냉혹하다고 생각하고, 냉혹하다고 이야기가 퍼지면 온갖 말도 안 되는 괴기한 소문이 퍼지기 마련이다.
천족들이 원하는 그림은 분열, 그렇게 해서 서로 싸우고 서로 저놈이 죄인이라고 해서 빛의 군세가 들어왔을 때 ‘그냥 둘 다 범인하자!’ 라고 외치며 불꽃을 휘두를 수 있는 것.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벌써부터 박살을 내고 들어가면 아직 숨어서 눈치를 보고 있는 자들이 지레짐작을 하고 돌아설 확률이 너무 높았다.
‘그래도 원래 다들 한 번은, 보여주기 식이라고 해도 한 번 정도는 봐준다.’
시온이 착해서, 혹은 마음이 약해서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당장이라도 싹 쓸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더 아름답고 더 환상적인 그림을 위해서 칙칙한 색의 물감도 버리지 않고 아껴두는 것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자면 그만큼 빛의 긍정적인 부분을 따르고 있었다는 소리이고.
그만큼 마음속에 올바른 부분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이니 조금은 안심이 됩니다.
그 좋은 부분으로 이제부터 히스파냐에만 충실하다면 더욱 좋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호아킨 후작님?”
일부러 자신과 사이가 덜 가까운 호아킨 후작을 지목하여 묻는 시온이었다.
3후작 중에서 그나마 시온 클라우젠을 견제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던 호아킨 구첸 후작마저 넘어가면 이제는 왕국의 실세가 누구냐는 말에 어느 누구라도 이렇게 대답할 것이었다.
클라우젠 변경백령의 젊은 주인, 시온 클라우젠이라고 말이다.
“···자네 말이 맞아.
비록 빛의 교리를 무겁게 여겨 빛의 후예라는 자들에게 잠깐 휘둘리기는 했으나 그만큼 밝은 면이 있다는 소리이니 그 마음을 히스파냐로 돌려주면 이 나라에 큰 이득이 되겠지.
그렇지들 않은가?”
호아킨 후작의 말에 귀족들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여기서 ‘아뇨?
저희는 살아도 죽어도 빛을 따르는 개가 될 겁니다!’ 라고 외칠 놈은 없을 테니 시온은 일단 여기서 만족하기로 했다.
‘지금 이 자리’ 에서는 말이다.
“···후우.”
이때 바네사가 한숨을 내뱉으며 누디아와의 연락이 끝났다는 말을 대신했다.
자리에 모여 있던 귀족들이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리듯 바네사를 응시했고, 히스파냐의 여왕은 자신과 누디아 국왕이 나눈 이야기들을 해주었다.
“누디아는 신성 프러센의 동향을 계속 주시하고 특이사항이 생길 시 우리 히스파냐에 바로 알려주기로 했다.
그동안 우리 히스파냐는 누디아 측을 지원하기로 답을 했다.”
“신성 프러센에 대항해서···.”
“다들 바보 같은 생각 따위는 하지도 말기를 바란다.
신성 프러센, 아니 천족들이 우리 히스파냐와 누디아, 두 국가에 이리 적대적인 모습을 보였으니 이제 빛의 교리이니, 빛의 후예가 주는 의미는 전부 다 사라졌다.
남은 건 우리들을 악이니, 죄인이라고 칭하는 자들뿐이다.”
“···.”
“여태까지의 그대들이 생각하던 건 잊어라.
이제는 우리 히스파냐와 우리들을 적대시 여기는 자들.
그것만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빛의 교리에 그리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바네사.
더해서 성전에 참전했다가 천족의 방문에 하마터면 곤란한 상황에 빠질 뻔 했던 그녀였기에 지금과 같이 단호한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바네사는 잠시 말을 멈추고는 시온을 쳐다보았다.
하마터면 천족에게 휘둘려 자칫 제대로 저항해보기도 전에 분열부터 되는 불상사를 시온이 막아주었고 역공을 가하여 오히려 천족의 빈틈을 제대로 파고드는 데에 성공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자신보다 그 시온이 입을 열어 귀족들을 주도하는 게 분위기 상으로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그녀는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것이었다.
“···여왕 전하의 말씀이 참으로 옳습니다, 여러분.”
바네사가 자리를 내주었으니 일단 그녀를 한 번 띄워주는 것으로 시작을 한다.
“애당초 천족이 왕궁까지 찾아와서는 방금 전처럼 고압적인 태도를 보인 것부터가 우리 히스파냐를 어떻게든 적으로 돌리려고 했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거기에서 우리들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면 우리들은 왕국과 왕실에 충성하지 않은 죄인이 되는 것이니 그걸로 다른 압박을 가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아아.”
“흐음··· 확실히···.”
아아, 는 뭐고 확실히, 는 또 뭔데.
그냥 다 개소리야, 이것들아.
시온은 속으로 낄낄거리며 별 영양가 없는 말도 분위기와 자리에 따라서 얼마나 다르게 전해질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느끼는 중이었다.
지금 자신이 하는 말은 결국 ‘우리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
모든 건 천족 탓이다.’ 라는 내용.
그 내용 외에는 딱히 영양가가 1도 없는, 겉만 번지르르한 말이었다.
듣는 이가 어떤 생각으로, 어떤 기분으로 그 말을 듣고 있느냐가 중요할 뿐이었다.
‘결국 사람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말보다 자신에게 유리하고, 자신이 믿고 싶어 하는 말에 더 귀를 기울이기 마련이지.
소설에서는 천족들의 말이 그런 식이었기에 많은 수의 귀족들이 나라에 등을 돌리고 조금이라도 살 길이 보이는 천족들에게로 투항했다.’
사방에서 도저히 자신들의 힘으로는 어쩌지 못할 재앙들이 몰려 닥친다면.
결국 더 큰 뭔가에 기대어서 미래를 구걸할 수밖에 없는 것이 생명체의 본능이다.
누디아는 불타 사라지고, 북쪽은 몬스터 천지에 남쪽은 약탈이 자행되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왕성은 완전히 소멸되었다면 귀족들이 돌아서는 건 별 고민할 가치도 없는 일.
“우리들은 악이 아닙니다.
어둠 또한 아닙니다.
우리들은 어디까지나 빛을 향해 조금이라도 손이 닿고 싶은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그 길이 무척이나 고되고 또 먼 여정임에도 어떻게든 그 뒤를 따르고 있었습니다.
그 빛에 닿아서, 우리 스스로가 왕국민들을 안내할 수 있는 또 다른 조그마한 빛이 되기 위해서 말입니다.”
“···!”
“그런데, 그 빛이 갑자기 우리들을 저버렸습니다.
원하는 것도 없이, 그냥 그 빛을 따라서 걷고 또 걸었을 뿐인데 갑자기 우리더러 어둠에 빠진 자들이라고 합니다.
천족은, 빛의 후예들이라는 자들은 그렇게 세상에 말할 겁니다.
그러면 여러분들에게 묻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정말 빛을 배신하고 어둠으로 빠져들려던 분들입니까?
우리 뒤에서 우리들을 보며 따라오고 있을 왕국민들을 그냥 내버려둔 채, 정말 그들을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으로 몰아넣으려던 괴물인 겁니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시온의 귀에 꽤나 익숙한 목소리가 바로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거기에는 이전에 남부에서 새로 손을 잡은 이시크 백작가의 주인.
브레멘 백작이 결연한 표정을 지은 채 시온을 응시하고 있는 중이었다.
“비록 빛의 교리와 조금은 다른 방식이었겠지만, 우리들은 그래도 나름대로의 빛을 정해놓고, 그걸 따르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우리들에게 죄가 있다면 그저 신성 프러센과 조금 달랐다는 것.
그게 전부입니다.
여기 있는 모두가 히스파냐의 귀족으로서, 권리를 누리기에 책임을 져야 하는 자로서 살아왔습니다.
틀립니까, 귀족 여러분?”
물론 이 자리에 그런 놈들도 있을 것이다.
귀족이도 귀족이 아닌 놈, 책임은 회피하고 권리만 누리려는 놈.
빛의 교리가 좋네 빛의 뜻이 옳네 지껄이면서 정작 자꾸만 어둠 쪽으로 발을 돌리는 놈까지.
겉과 속이 다른 건 인간을 따르기가 어렵다는 말이 있을 만큼 당장 왕궁에 있는 귀족들이 정말 무슨 마음을 품고 있는지는 브레멘 백작은 물론이고 시온조차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다수가 모인 자리에서 그걸 용감하게 밝힐 놈은 하나도 없다.
괜히 나서서 밟혀 죽고 싶지 않다면, 당연히 그럴 것이다.
그러기에, 저 말에 어느 누구도 고개를 내젓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다.
“만약 내게 죄가 있다면.”
여태 입을 다물고 있던 볼코 후작이 천천히 입을 연다.
“그건 그저 이 히스파냐를 위해서 피를 보고, 피를 흘렸다는 것뿐.
내가 나 스스로에게 떳떳한데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후작님.”
“역시 그렇습니다.”
볼코 후작의 뒤를 이어 동부 귀족들도 가담한다.
시온은 바로 그 때를 노려 딱 말을 이어나갔다.
“···모두가 죄를 한 번씩은 지었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악한 건 아닙니다.
우리가 잘못된 게 아닙니다.
우리들도 결국 우리들의 빛을 위해서 노력한 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신성 프러센은.
그리고 그 빛의 후예들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누가 옳습니까?
여태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가 갑작스레 나타나서 우리들이 여태 걷고 있던 길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저자들이 옳습니까?
아니면 우리 뒤의 왕국민들을 위해서, 그리고 앞서 가시는 여왕 전하를 위해서 진흙탕이고 오물이고 가리지 않고 나아가던 우리들이 옳습니까?”
“우리들입니다.”
“우리 히스파냐입니다.”
“다시 묻겠습니다.
누가 선입니까?
누가 정의입니까?
누가 빛입니까?
저들입니까?
멀리서 방관만 하고 있다가 나타나서 한다는 말이 죄이니 심판이니 떠드는 저 치들입니까?”
우리는 아무런 잘못이 없어.
다 저놈들 탓이야.
저놈들, 나쁜 놈들 때문이야.
그 말이 마음속에서 울려 퍼지자 귀족들은 순식간에 너나할 것 없이 소리쳤다.
우리들이 선이라고, 우리들이 정의라고, 우리들이 빛이라고.
아무것도 모르는 신성 프러센은, 천족들은 여태 했던 것처럼 그저 침묵하라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천족과 히스파냐 사이에서 고민하던 이들이 이제는 열렬한 히스파냐의 충성스러운 귀족들이 되어 성토를 하고 있는 상황.
분위기에 휩쓸리고, 감정에 휩쓸리고, 단 한 사람의 언변에 휩쓸리는 건 정말 순식간이었다.
―――――――작품 후기―――――――
주말 잘 보내세요!
추천은 궁극기 쿨 줄여주는 거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