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336)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336화(336/439)
336―――――
누가 빛입니까?
팔락―.
섬세한 손길이 책장을 부드러이 넘기며 다음 페이지로의 여정을 이어간다.
잔잔한 미소를 지은 채 한창 독서에 열중하고 있던 남자는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에 살짝 눈을 찡그리면서도 기분 좋게 그 빛을 맞이한다.
그렇지 않아도 찬란한 외모에 은은한 후광까지 더해지니 한 편의 그림이라는 말조차 부족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아름다움이 방 안을 가득 뒤덮는다.
그 모습이 어찌나 황홀한지 옆에 앉아있던 릴리트가 저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을 정도였다.
“···시온.”
결국 참다 참다 못한 릴리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릴리트의 부름에 보고 있던 책에서 고개를 올린 남자가 그녀를 바라보니 릴리트는 큭!
하고 가슴을 부여잡고는 차오르는 욕망을 억누르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왜 그러세요?”
그런 릴리트의 마음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여인네들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드는 미청년, 시온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물었다.
“아니··· 아니다.
자각하지 못 하고 있는 거라면 말해 뭣하나 싶어.”
자각 못 할 리가!
오히려 어떻게 이용해 먹을까 매일매일 새롭고 즐거운 고민을 하는데!
사실 티를 내지 않아서 그렇지, 시온도 이 몸이 가지고 있는 외모가 훌륭하다는 걸, 아니 그런 말로는 부족하다고 할 정도라는 점을 자각하고 있었다.
괜히 예쁘고 잘 생긴 게 늘 새롭고 짜릿하다는 말이 있겠는가.
지금도 일어나서 세안을 마치고 얼굴을 보면 이게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이건 일말의 과장도 없이 작가가 사실 잘 생긴 캐릭터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보다 이제라도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지금요?”
“응.
비둘기 녀석이 왕궁에서 사라진지도 며칠 지났잖아.
처음이야 인간들도 달아올라서 흥분도 하고 막 뜻을 함께 하겠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모르잖아.
갑자기 배신자가 생겨나고, 망설이는 놈이 나타나고, 엉망진창이 될까 걱정이야.”
“확실히 그럴 수도 있죠.
너무 시간이 오래 끌린다면 말이에요.”
일단 히스파냐의 모든 사람들을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여태까지 모든 이들이 나름 열심히, 그리고 그놈의 빛인지 뭔지 하는 길로 나아가면서 살아왔는데 갑자기 그 빛의 후예가 나타나서는 죄인이니 심판이니 운운하니 기가 막힐 수밖에.
아니, 기가 막힌 수준이 아니라 생각해보면 짜증나고, 또 화가 치밀 것이다.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이종족들과도 사이가 많이 개선되어 전례 없던 황금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이때에 왜 하필 그 타이밍에 천족이 나타난단 말인가!
‘국뽕 한 사발 하려는데 그게 아니라고 사발 확 쳐버리면 그것만큼 열 받는 것도 없지.’
나 자신, 그리고 가족들도 훌륭한 선동 방식이지만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서 지역, 더 크게 봐서 아예 국가로 나아가면 훨씬 더 강렬하고 또 열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원래 사람이란 것이 옆의 사람이 불타오르면 그게 또 전이되어 같이 불타는 존재다.
거기서 난 타오르지 않는데?
하고 티를 냈다가는 단순히 타오르지 않는 특이한 놈이 되는 게 아니라 아예 혼자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배신자가 되어서 온갖 고생을 치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너무 조급해할 필요도 없어요, 릴리트님.
이런 때에는 마음이 급해져서 결국 자신이 결코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약점을 보이고 마는 쪽이 지는 거랍니다.”
이건 일종의 치킨 게임이다.
겁을 먹어서 물러서는 순간 바로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지는 거다.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서 여태까지 말과 혀로서 상대가 움찔하여 뒤로 물러서게 만들려고 했던 것인데 그게 통하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 몸을 움직이면 그대로 게임 끝.
‘천족 놈이 그대로 신성 프러센으로 돌아갔을 확률은 거의 제로.( 0)에 수렴하지.
분명 요정이고 수인이고 한 번 흔들어보려고 했을 거야.
직접 찾아갔을 확률도 매우 높고.
다만 미리 수인 영토 쪽으로 보내놓은 리아나 먼저 요정의 숲으로 돌려보낸 시리엔이 조용한 걸 보면 그들이 천족을 따라서 기껏 쌓아둔 인간과의 관계를 허물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그러니까 이쪽이 먼저 겁을 먹고 함부로 행동할 필요는 없다.
행동이라 함은 결국 군사적 행동을 의미하는데 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먼저 다시금 창칼을 잡는 그림은 딱히 이로울 것이 없는, 시온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일.
히스파냐가 창칼을 잡는 게 아니라 창칼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래야 승리에 취해서 한참 웃고 떠들어야 할 이들이 다시금 전쟁터로 나설 때 왕실이나 귀족들이 아니라 자신들을 전쟁으로 끌어들인 자들을 욕하게 된다.
“절대 먼저 싸우겠다는 뜻을, 행동을 보이면 안 됩니다.
그러면 시작부터 말리는 거예요.
신성 프러센도, 머저리 빛의 노예 요정들도, 그리고 비둘기들도 전부 그런 그림을 원할 겁니다.
반드시 저들이 먼저 참지 못 하고, 자신들이 그래도 조금은 유리하다고 믿게 만들어서 저들이 먼저 창과 칼을 붙잡고 나서게 해야 해요.”
“왜 그래야 하는 건데?”
“결국 명분 싸움이죠.
더해서 내부 분위기도 유리한 방향으로 돌려야 하고.”
그냥 전쟁보다 ‘우리가 여태 고생해서 이루어낸 것들을 내놓으라고 위협하는 자들에게 맞서서 그것을 지켜내기 위한 전쟁’ 이라는 이름이 훨씬 더 듣기 좋은 법이다.
싸워야 하는 자들도 그런 이유를 가진 전쟁이라면 평소보다도 더 힘을 다해서 싸울 것이며 뒤에 남아 그 싸움을 지켜봐야 하는 자들도 승리를 더욱 갈망할 것이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오고 잠시 후, 헬렌이 조심스레 고개를 빼꼼 하고 내민다.
이야기 중인 거 같은데 자신이 들어가도 되겠냐는 무언의 질문.
그녀가 릴리트의 눈치를 보면서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릴리트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헬렌에게 들어오라는 말을 해주었다.
“시온 공자님, 방금 전 소식이 하나 들어왔어요.”
“요정들이 보낸 서신인가?”
“네, 얼마 전에 천족 하나가 그들의 숲으로 들어가서 장로들과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아요.”
“결과는 어떻지?”
거의 확실시 여기고 있었지만, 그래도 사람 마음이란 게 ‘혹시’를 걱정하게 된다.
시온이 아주 조금은 긴장한 얼굴을 하자 헬렌은 살포시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걱정하시던 일은 없었다고 하네요.
애당초 요정들을 너무 과하게 따르던 이들은 전부 숲에서 나가버렸고 이전에 있었던 마을 습격 사건으로 인해서 다들 그렇게 반기는 분위기도 아니었다고 하더군요.
시리엔이 직접 보낸 내용이니 믿을 만해요.”
“···다행이네.”
가장 걱정이 되었던 요정들이 그렇게 나와 주었다면 이제 걱정거리는 더 없다.
수인들은 이미 시온이 꽉 붙잡은 후였는데 주는 것 하나 없는 천족과는 달리 시온은 귀족들과 바네사를 설득하여 그들이 원하던 것들을 상당수 안겨준 후였다.
왕국이 여태 허락지 않을 것 같던 자치 구역, 거기에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교역.
무엇보다 수인들과 요정들이 인간들을 믿지 못 하던 가장 큰 이유인 노예 부분 문제를 애당초 시온이 예전부터 확실히 조지고 있던 부분이 아주 좋게 작용했다.
얼마 전에는 과거 노예상이었다가 빛의 교도가 된 이들을 모조리 붙잡아서 직접 처형대 위에 올리기도 했던 것이 두 이종족들에게는 시온을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수인들 중 가장 많은 수를 가지고 있는 묘은족의 수장인 거스 대왕이 내 강력한 지지자이자 그 딸이 인간을 반려로 두고 있고 말이야.’
그러니 수인들이 천족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서 헛짓거리를 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남은 건 리치엘이라는 천족이 마지막 방법으로 직접 왕국민들을 홀리는 식이었는데 이미 그 부분도 시온이 전부 방비를 마친 후였다.
“헬렌, 저번에 내가 부탁한 일들은?”
“엄선하여 뽑은 이들로 왕국 곳곳에 뿌려두었어요.
다들 하이네스 상단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이들이니 배신할 일도 없으니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될 거예요.”
헬렌의 말에 시온은 고개를 내저으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네가 하는 일에 걱정은 하나도 되지 않는다는 무언의 뜻이었고, 헬렌은 그걸 알아차리고는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히며 몸을 배배 꼬았다.
‘···민심 관리인 건 잘 알고 있는데 그래도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가 없네.’
흥!
하고 콧방귀를 끼며 릴리트는 짐짓 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러자 헬렌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바로 고개를 숙이고는 혹 시온의 첫 번째 여인이자 자신으로는 감히 상대하기조차 겁나는 존재인 서큐버스 퀸 릴리트의 심기를 거스른 건 아닐까 무척이나 염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시온은 그 부분에 대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지금 저렇게 행동하는 릴리트의 다음 말을, 그녀의 표정으로 얼추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괜찮네.”
“···네?”
“수완이 꽤나 괜찮다고.
여기 앉아서 대충 이야기는 듣고 있었는데 왕국에 천족 비둘기가 여기저기 나타나면서 이상한 짓을 하고 있지만 결국 더 많은 왕국민들의 입에 묻혀버리고 있다고 들었거든.
그런 부분을 보니 시온에게 도움이 되는 게 확실히 마음에 들어.”
“어··· 가, 감사합니다.”
“시온에게 도움이 된다면 해칠 생각은 없으니 내가 널 잡아먹기라도 할 것처럼 그렇게 무섭게 날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내 말 이해했니?
헬렌?”
일부러 뒤에 헬렌, 이라고 친근한 기색으로 이름을 부르는 릴리트.
잠시 두 눈을 깜빡이고 있던 헬렌은 고개를 돌려서 조심스레 시온을 바라본다.
자신이 정말 이대로 행동해도 되겠냐는 질문에 시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감사합니다.
···릴리트님.”
“응.”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대답을 하는 릴리트의 모습에 헬렌은 미소를 지었다.
단순히 시온에게만이 아니라 첫 번째 여인이자 모든 여인들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릴리트에게도 인정을 받았으니 이제 한 시름 놓았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바로 직후, 리시키다가 급히 방 안으로 들어서며 시온이 그렇게 간절히 기다리던 소식을 전달해주었다.
“주인님!
주인님!
왕궁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급한, 급한 일이 터졌으니 지금 바로 입궁하라는 왕명이라고 합니다!”
“···설마, 시온?”
“아무래도 그 설마가 맞는 모양이네요.
결국 버티지 못 하고 드디어 터진 건가.”
천족도 자신들이 먼저 창칼을 들고 공격을 시작하면 불리한 부분이 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히스파냐는 물론이고 요정들, 수인들, 누디아까지 신성 프러센과 빛의 뜻이 보이는 행동에 의문을 품을 터인데 진짜 공격을 개시한다면 여태까지 쌓아둔 좋은 이미지는 정말 순식간에 날아가 버리게 된다.
그러니 원래라면 어떻게 해서든 시간을 끌어 불안해진 인간 측이 공격을 하게 만들었을 테지만 그 점을 방지하기 위해서 시온이 또 수를 써두었다.
마족들을 미리 움직여 천족들에게 승리를 안겨준 것.
그리하여 천족들에게 ‘우리들의 영원한 숙적이라고 여겼던 놈들이 병신이 되었네?
이제 마족 걱정은 안 해도 되겠는데?’ 라는 자신감을 붙여준 것이었다.
‘비둘기들은 마족을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여겼어.
그런 마족들을 상대로 완전히 승리를 거두었으니 이제 무력 부분에서 완벽하게 자신감이 붙었겠지.
인간, 수인, 요정, 그리고 용인의 연합 정도는 교도들과 휘하 광신도 요정들, 그리고 천족들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말이야.’
물론 이렇게만 보자면 천족 측이 더 유리하기는 하다.
시온이 온갖 노력을 기울여서 네임드들을 살려두기는 했어도 그들은 어디까지나 천족들에게 저항도 제대로 못 해보고 쓸려나가는 일을 막기 위한 방파제일 뿐이다.
연합을 하여 저들과 싸운다고 해도 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전선 유지, 혹은 조금씩 뒤로 물러서면서 그들의 전력을 깎아먹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지연전은 절대 지양해야만 했다.
‘지연전을 펼치면 오히려 우리가 불리해.
당장 배신자가 어디서 어떻게 나올지 모르고, 반대로 적들은 정말 진성 광신도들에 천족들만 있는 상태라 배신하는 놈도 없을 거다.’
아무리 노력해도 방어하는 게 한계,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천족들에게 유리.
그러니 천족들이 더 이상의 농락은 포기하고 그냥 힘으로 밀어붙이자는 결론을 내리고 본격적으로 공격을 퍼부으려는 모양이었다.
그들에게는 참으로 안타깝게도, 이쪽에는 숨겨진 카드가 하나 더 있었지만 말이다.
“시온 공자님.”
왕궁으로 가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가니 김유현이 검은 정복에 검을 든 채 시온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역시 소식을 들었는지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게 긴장해서, 혹은 걱정이 되어서 짓는 표정은 결코 아님을 시온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시온 일행이 별장을 나서서 마차에 올라 왕궁으로 향하는 길.
그런데 한참 잘 나가던 마차가 갑자기 덜컹, 하고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고, 공자님?
한 번 나와 보셔야겠습니다!”
당황한 마부의 목소리에 시온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애당초 위험한 일이 생겼다면 바깥에 있는 김유현과 리시키다가 나섰을 테고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려던 놈들은 순식간에 정리가 되었을 터.
그런데도 밖에서 두 남녀의 검을 뽑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는 건 즉 마차 밖의 일이 크게 걱정할 것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시온 공자님.”
“주인님!”
오히려 두 남녀는 어찌 하면 좋겠냐는 듯 마차 밖으로 나선 시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음에도 시온은 안심하라는 뜻으로 손을 들어 보인 후 자신들 앞에 펼쳐진 그림을 확실히 인지할 수 있었다.
“시온 클라우젠 공자님!”
“왕국의 영웅님!
부디 대답해주세요!”
“우리 히스파냐가, 우리 왕국민들이 정말 죄인인 겁니까?”
“소문 들었습니다.
빛의 후예가 우리들을 죄인이라고 했다는 걸!”
“저희가 죄인인 거예요?
이제 히스파냐는 어떻게 되는 거죠?”
수많은 왕국민들, 그 사이에 조금씩 끼어있는 참전 용사들까지.
클라우젠 백작가의 문장이 찍혀있는 마차를 보고는 여태까지 자신들을 불안하게 만들던 그 소문들의 진위를 듣기 위해서, 그리고 왕국의 영웅이라고 불리는 남자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
그들은 무례를 무릅쓰고 마차 앞을 막아서고는 그렇게 묻고 있던 것이었다.
‘원래는 귀족에게 바로 벌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일이지만··· 저들의 조급함을 이해하지 못 한다면 영웅이라고 불릴 수 없다.
여기서 처신 잘 해야 해.
···아니, 어쩌면 오히려 최고의 기회가 될 지도 모르겠어.’
시온은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소문은 사실입니다.”
“아아···!”
“히스파냐의 왕궁에 빛의 후예가 찾아왔고, 그들은 우리 히스파냐가 여태까지 벌인 일들이 빛의 뜻과 어긋난다고 말하며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에 대한 죄를 물을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죄를 묻는다 하시면···.”
“따스한 빛이 아닌, 그 어떤 것보다도 뜨거울 불꽃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겠지요.”
시온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니 일대에 혼란이 퍼진다.
사람들은 당황한 모습을 숨기지 못 하며 서로 수군거렸고, 덕분에 김유현과 리시키다는 정말 이대로 괜찮겠냐는 듯 시온을 쳐다보았다.
‘이제 시작이지.’
속으로 킥킥,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이어나간다.
“어쩌면 그들 말이 맞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히스파냐가, 우리들이 한 일들이 그들이 보기에는 정말 죄를 지은 것일 수도 있겠지요.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리고, 피를 흘렸으니 말입니다.”
“···.”
“허면 여러분.
여러분들게 묻겠습니다.
우리들이 죄인이라는 그들의 말에, 여러분들은 동의하십니까?
정말 우리들이 죄에 대한 벌을 무겁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가 죄인입니까?
아니면 우리들을 죄인이라고 칭하는 저자들이 죄인입니까?”
시온의 말에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더욱 커진다.
천족에게 죄인이라는 말을 저리 아무렇지도 않게 하니 꽤나 충격적이었던 모양.
하지만 시온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바로 말했다.
“살기 위해서 발버둥친 것이 죄입니까?
아니면, 여태 침묵하다가 나타나서 한다는 말이 죄이니 심판이니 하는 것이 진정한 죄입니까!
우리가 죄인입니까?
우리가 악입니까?
우리가 그림자입니까?
어떻게든 빛으로 나아가겠다고 있는 힘, 없는 힘 다 낸 우리가, 선하게 살아가겠다고 악을 멀리 하던 우리가, 정말 저들이 말하는 대로 죄인이란 말입니까!”
정을 대고, 망치를 내려쳐 쐐기를 박는다.
“아닙니다!
우리는 무고한 자들입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빛이고, 정의이며, 선입니다!
여태 침묵하던 자들에게 우리들을 심판할 권리는, 죄를 물을 권리는 없습니다!
우리가 흘린 눈물이, 땀이, 피가 얼마나 많은지 모르는 자들에게 그럴 권리는 없습니다!”
세상 그 어떤 말보다도 강력하고 매혹적인 마법의 단어.
우리는 잘못한 게 없어, 저들이 잘못한 거야.
나 때문이 아니야.
저들 탓이야.
마음 속 일말의 불안감을 품고 있던 자들에게 그 말은 그 어떤 것보다도 달콤한 말.
그리고 자신들에게 덤터기를 씌우려는 적들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적개심을 가지게 하는 말이었다.
―――――――작품 후기―――――――
김유현 일러가 마음에 드셨나요?
시온 일러는 ···.
고민 중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