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342)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342화(342/439)
342―――――
남쪽의 칠면조 사냥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죠···?’
샤이엘라는 방금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을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자신은 성소 안이 아닌 바깥에서 온갖 일을 맡아왔다.
특히나 동족들 몰래, 특히 잔소리가 심한 제 오라비인 루의 눈길을 피해서 각 종족들의 실력자들이나 마족들에게 찾아가 그들과 싸움을 벌여 쥐도 새도 모르게 해치운 적도 있었다.
머물고 있는 위치는 ‘상위’ 이나 최소한 실전 경험만큼은 최상위 천족들과 비교해도 전혀 꿀릴 것이 없는 이가 바로 샤이엘라였다.
하지만 그런 샤이엘라도 지금만큼은 상황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불가능했다.
분명 자신의 눈앞에 날아든 것은 한 줄기 바람, 그리고 한 줄기 월광뿐이었다.
약간의 과장도 없이, 일말의 축소도 없이 오직 그것만이 전부였는데 다음 벌어진 일은 그게 ‘전부’ 가 아님을 여실히 드러내주었다.
푸화아악!
그녀의 바로 뒤에서 날아오고 있던 천족 몇몇이 그 자리에서 피보라와 함께 사방으로 흩어져 어두운 밤바다 쪽으로 사라졌다.
만약 간발의 차로 샤이엘라가 그걸 피해내지 않았더라면 아마 저 시커먼 바다 속으로 잠기고 있는 육편들은 그녀가 되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모두 지상으로 내려가세요!”
본능적으로 소리치는 샤이엘라.
공중에서는 천족 본연의 힘을 전부 끌어낼 수가 없다.
빛의 후예라고는 해도 하늘까지 자유로이 다닐 수 있는 건 오직 신만이 가능한 일.
그게 아니라면 흉하기 짝이 없는 몬스터들에게나 쉬운 일이었다.
쉬이이익!
하지만 상대는 뻔하다는 듯, 가소롭다는 듯 재차 공격을 가했다.
마법도 아니고 뭔가 엄청난 수를 쓰는 건 더더욱 아니었다.
샤이엘라의 눈에 비치는 그대로, 앞의 시커먼 남자는 그저 검을 휘두르고 있을 뿐이었다.
달빛을 받아 번뜩이는 병기를 반원을 그리며 아주 시원하게 그을 때마다 일대의 마나가 요동치더니 곧 표현할 수 없는 뭔가가 예기를 내뿜으며 자신들에게 들이닥쳤다.
‘무, 무슨!’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당장 날갯짓을 멈추면 곧 닿을 것 같던 지상이 왜 그리도 멀게 느껴지는 건지, 샤이엘라는 1분1초가 몇 십 년은 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촤아악!
차라리 비명이라도 들렸다면 그나마 공포심이 덜 일었을 것이다.
빛의 후예가 추하게 비명을 지른다고 분노라도 내면서 어떻게 그 감정을 희석시킬 수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녀의 귀에 들리는 건 그저 피가 뿜어지고 살과 뼈가 매끈하게 잘려나가는 소리 뿐.
비명은커녕 생명이 빠져나갈 때 마지막으로 내는 숨소리나 탄식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이건 말 그대로, 그냥 잔혹한 사냥꾼에게 학살당하고 있는 중이었다.
“크으윽!”
간신히 지상에 다다른 샤이엘라는 속도를 줄일 생각도 없이 바로 바닥을 굴렀다.
정확히 제 머리를 겨눈 채로 날아든 섬뜩한 기운에 본능적으로 행동한 것이었고 그 기운은 샤이엘라의 머리 대신에 뒤에 떨어져 내리던 천족의 몸통을 그대로 잘라버렸다.
“샤, 샤이엘라님!”
“도대체 무슨 일이···!”
지상에 내려앉는 소리가 채 스물이 될까 말까였다.
몇 번의 공격으로 수십에 달하던 자랑스러운 빛의 후예들 중 절반이 비명 한 번 내지르지 못 하고 공중에서 조각이 나서 고기밥으로 전락한 것이었다.
‘모두 피하세요!
피하라고요!’
라고 샤이엘라는 뒤를 돌아보며 외치고 싶었다.
도망이라는 것을 가장 불명예스럽게 여기는 그녀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싸움’ 에서나 통용되는 것일 뿐이다.
지금처럼 싸움이 아니라 사냥을 당하고 있는 시점에서는 도망치지 않고 버티는 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미련한 짓임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사냥하는 사냥꾼은 그마저도 허락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아.”
짧은 탄식과 함께 하위 천족 여인의 목이 그대로 잘려나갔다.
피분수가 솟구치고 붉은 안개로 인해 아주 잠깐 시야가 가려졌을 무렵.
“어.”
또 다시 탄식이 터져 나오며 이번에는 남성 천족의 허리가 그대로 끊어졌다.
그저 밤하늘에서 히스파냐의 성과 도시에 빛의 심판을 내리려던 하위 천족들로서는 그런 사냥꾼의 움직임을 전혀 포착할 수가 없었다.
수준이 다르고, 격이 다르고, 클라스가 다르다.
저들이 아무리 두 눈을 부릅뜨고 사방을 살핀다고 해봤자 그들이 맞이하는 건 그저 화끈한 감각과 함께 힘없이 스러져가는 제 몸뚱이일 뿐.
남자가 휘두르는 검의 휘광조차 그들은 결코 볼 수가 없었다.
“그만해!”
그나마 샤이엘라만이 그 사냥꾼의 잔혹한 사냥을 어느 정도 멈출 수 있는 정도였다.
남자의 공격이 도망칠 가능성이 높은 하위 천족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걸 눈치 챈 그녀는 루에게서 받은 창을 펼쳐들고는 사냥꾼의 뒤를 쫓았다.
어떻게든 한 명의 동족이라도 더 구하기 위한 몸부림.
그러나 사냥꾼은 그런 샤이엘라를 비웃기라도 하듯 유려한 움직임으로 그녀의 추격을 벗어나서는 어떻게든 자리를 이탈하려고 애쓰는 천족들을 착실히 죽여 나갔다.
심지어 나중에 가서 천족들의 수가 한 자리 수로 접어드니 남자는 슬쩍 노선을 변경했다.
마치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놀 듯, 일부러 날개부터 시작해서 팔, 다리를 하나씩 잘라가며 그 끝에는 몸뚱이만 남아 땅을 굴러다니는 고깃덩이로 만들고 있던 것이었다.
“아아악!
으아아악!”
수십의 천족이 죽은 후에야 비로소 비명이 터져 나왔다.
살려달라고, 너무 아프다고 내지르는 처량한 비명들.
하지만 곧 그 비명들은 섬뜩한 푹!
소리와 함께 침묵으로 변했다.
달은 이미 지금의 참상을 예견했다는 듯 짙은 구름 뒤로 숨은 지 오래.
더해서 오늘은 별조차 보이지 않아 유독 어두운 밤이었다.
그 어둠 속에서 천족들은 그야말로 지옥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었다.
“끄륵!”
마지막 남아있던 천족의 목에서 피거품이 올라오는 것을 끝으로 사냥꾼의 움직임이 멈췄다.
혹시 이제는 더 잔혹한 그림을 보지 않아도 되는가 싶었는지 달이 그제야 제 얼굴을 빼꼼 내밀고, 어떻게 해서든 사냥꾼의 발목을 잡으려고 했던 샤이엘라는 비로소 빛의 후예들을 도륙하던 남자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신은!”
분명 기억한다, 어찌 잊을 수가 있겠는가.
인간의 몸으로 빛의 후예이자 상위 천족 중에서도 최고라고 하는 자신을 꺾은 남자.
날개는 잘려 나가고 온 몸에는 두들겨 맞아 생긴 멍으로 가득해졌었다.
방심하지도 않았었는데 그리 패배했지만 샤이엘라는 절대 분노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로소 상대다운 상대를 만나서, 꺾을 맛이 나는 강자를 만나서 반가울 뿐이었다.
해서 샤이엘라는 그 이후 몸의 치료도 치료지만 실력 향상에 집중했다.
다시금 그 인간 남자와 제대로 싸워보기 위해서.
그 남자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교육하기 위해서!
‘분명 그 때는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닿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었는데···.’
뭔가 잘못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이 상황은 잘못되어도 아주 단단히 잘못되었다.
예상치 못 한 인간 측의 강자였지만 어찌 되었든 그는 인간이었다.
금방 늙고, 금방 다치고, 금방 죽으며 금방 오만해지는 약하디 약한 종족.
빛의 후예인 자신이 더 강해진다면 조금의 무리를 해서 그를 충분히 제압하고 즐거운 교육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샤이엘라는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과한 자신감이나 오만함에서 나온 결론이 아니었다.
당시 그녀는 날개가 잘리고 뒈지게 처맞는 순간에도 상대의 실력을 어느 정도 가늠하는데 성공하고 말았다.
지금은 상대가 더 강하지만, 자신과 그 인간 남자의 간격은 충분히 좁힐 수 있는 거리라고.
방심하지 않고, 오만해지지 않고, 여태 그랬던 것처럼 교육에 대한 열과 성을 보이며 노력한다면 충분히 꺾을 수 있는 존재라고!
“···뭐에요, 당신.”
혹 제 목소리가 긴장으로 떨릴까 샤이엘라는 잠시 숨을 삼킨 후 입을 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천족 사이에서, 최상위 천족들을 제외한다면 거의 최강자라고 할 수 있는 자신 앞에서.
저 남자는 그런 그녀를 비웃듯이, 마치 잡을 수 있으면 잡아 보라는 듯 농락을 하면서 다른 천족들을 하나씩 하나씩 토막을 쳤다.
그 손속에 일말의 자비도 들어가있지 않음을 샤이엘라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자신과 비슷한 부류이지만, 또 자신과는 전혀 다른 부류의 잔혹한 사냥꾼.
아니, 저건 사냥꾼의 범주도 아득히 벗어났다.
굳이 말하자면 눈앞에 있는 남자는 괴물, 이전에 그녀 본인이 그를 괴물이라고 불렀던 건 인간이면서 도저히 인간이 보일 수 없는 실력을 보인 것에 대한 의미의 괴물이었지만 지금은 그 때와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눈앞에 거슬리는 모든 건 다 씹어 먹을 진짜 괴물.
마족 놈들보다도 더 한, 지옥에서 올라왔다고 해도 누구다 다 믿을 수 있는 그런 무시무시한 괴물이다.’
저 남자를 만난다면 그때는 서로 신나게 맞고 때리면서 이야기를 해봐야지.
그리고 교육에 대한 즐거운 토론도 하고 말이야.
라고 생각했던 것이 과거의 샤이엘라였고, 현재의 샤이엘라는 그런 과거의 미친년을 정신 차리라고 아주 비오는 날 먼지가 나도록 패고 싶었다.
저 괴물은 더는 자신이 뭘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아직 한 번도 부딪치지 않았지만, 실전으로 단련된 샤이엘라는 그 점을 직감할 수 있었다.
“싸우지도 않고 꼬리를 내리나?
예전에 내가 봤던 그 천족이 맞는가 싶은데.”
하지만 저 괴물은 단순히 무력만 미친 듯이 강해진 것이 아니었다.
도대체 누구 옆에 붙어있었는지 상대를 도발하는 능력도 아주 탁월하게 성장한 후였다.
“무섭나?
겁먹었어?
네 동족들이 토막이 쳐지는 장면을 보며 웃을 줄 알았는데.
그 때는 제 날개가 뜯겨나가고 피떡이 되도록 맞았는데도 낄낄거리더니 말이야.
아, 혹시 여기에 네 가족이라도 끼어있나?
그러면 참 유감이군.
어떻게 생겼는지 말해봐.
내가 몇 조각 찾아줄 수 있을 지도 모르겠어.”
제아무리 천족이라고 해도 버틸 수 있는 도발과 버틸 수 없는 도발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을 들먹이는 건 분명한 후자였다.
“···인간!”
간신히 붙잡고 있던 이성이 두려움과 긴장감, 그리고 분노가 더해져 결국 끊어진다.
벼락 같이 날아드는 샤이엘라를 지켜보면서 김유현은 탄성을 내뱉었다.
몇 달 사이에 상대가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실력이 성장했던 것.
아마 당시의 자신과 지금의 저 천족이 싸웠다면 고생 좀 했을 거라는 게 김유현의 생각이었다.
물론, 현재의 자신은 이미 저 여인을 아득하게 뛰어넘은.
정말 저 여인의 말대로 괴물로 돌아가 버린 지 오래였지만 말이다.
뻐억!
“컥!”
뭔가가 울컥, 하고 위장에서부터 스멀스멀 피어올라 결국 목구멍을 타고 입 바깥으로 뿜어져 나온다.
김유현의 검은 움직이지 않았고, 그 끝에 샤이엘라의 피 따위는 전혀 묻지 않았지만 그녀는 순간 자신의 몸통이 저 검이 꽂힌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만큼 배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불이 붙은 듯 화끈거렸고 뒤틀리는 듯 한 강렬한 느낌이었다.
주르륵―.
여인의 입가에서 검붉게 죽은피가 흘러나온다.
한 번, 딱 한 번의 공격에 그녀의 몸 내부가 말 그대로 진탕이 되었음을 알려주는 증거.
“···.”
샤이엘라는 멍한 눈빛으로 제 손에 묻은 검붉은 색의 끈적한 액체를 내려다보았다.
전투에 이골이 난 자신이고, 부상은 항상 있는 일이었으며 피를 흘린 적은 당연히 셀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딱 한 번, 정말 딱 한 번 맞은 다음에 내부가 완전히 엉망이 되어서 몸이 버티지 못 하고 피를 뱉어내는 일은 정말 처음 벌어진 것이었다.
어이가 없었지만, 믿을 수 없었지만 지금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현실.
당장 주변에 널린 천족들의 시체며 코끝에 감도는 피비린내가 그 확실한 증거였다.
“하.”
싸우면 무조건 패배한다, 그리고 다른 동족들처럼 잔혹하게 살해당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샤이엘라는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도 차가워지는 걸 느꼈다.
온갖 감정으로 과하게 힘이 들어가 있던 몸에서 천천히 힘을 빼고, 뜨겁게 달아오르던 심장에 숨을 들이부어 차갑게 식힌다.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팽팽한 분위기가 일순간 가라앉자 김유현은 제법이라는 듯 속으로 아주 짧게 감탄사를 토해냈다.
비록 적이긴 하나 지금과 같이 절대 이길 수 없는 상황에 몰리고 거기에 도발까지 당했는데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싸울 준비를 하는 건 어지간한 실전주의자가 아니면 꿈도 꾸지 못 할 일이었던 것이다.
“아쉽군요.”
“뭐가 아쉽다는 거지?”
“당신에게 우리 빛의 후예들의 위대함을, 그리고 교육의 즐거움을 더 알려줄 수 없다는 거요.
내 교육은 아무래도 오늘이 마지막일 것 같네요.”
“유감이네.”
“···그 대신.”
샤이엘라는 천천히 창을 고쳐 쥐며 말을 이었다.
“그 대신, 우리 빛의 후예들이 얼마나 강인한 자들인지 그걸 교육해주겠어요.
동족들을 학살해서 혹 우리들을 쉽게 생각할까 걱정인데, 빛의 후예들은 결코 쉽사리 꺾이지 않는다는 걸 이제부터 당신 머릿속에 똑똑히 각인시켜두겠습니다.”
뭔가 멋지게 말하는 것 같지만 결국 정리하자면 쉽게 죽을 생각은 없다는 소리였다.
김유현은 오히려 그렇게 발악이라도 더 해준다면 환영이라는 뜻으로 선공을 양보하겠다는 듯 검을 살짝 내리고 샤이엘라를 응시했다.
오직 강자만이 보일 수 있는 여유, 그에 샤이엘라는 미소를 짓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빛나는 창과 함께 김유현에게로 쏜살같이 내달렸다.
뻐어어억!
그리고 방금 전보다 몇 배는 더 큰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잠시 후, 완전히 정신을 잃은 듯 눈깔을 뒤집은 채 천족 여인이 그대로 대지 위에 쓰러졌다.
대자로 뻗어버리고 입과 코에서 붉은 피를 쏟아내고 있는 장면은 아무리 천족이라고 해도 썩 괜찮아 보이지는 않은 장면.
김유현은 제 손을 만지작거리며 한숨을 내뱉었다.
‘에카테리나보다 오히려 몸은 튼튼하지 못 하군.’
아직 그는 모를 테지만 용인의 회복력과 신체적인 내구도는 천족이나 마족보다도 한 수 위다.
여태까지 그 용인을 상대로 검을 휘두르고 주먹과 발길질을 날리던 김유현으로서는 당연히 그 기준에 맞춰서 주먹을 휘둘렀을 뿐인데 애초에 하드웨어가 다른 상황이니 샤이엘라가 이렇게 대자로 뻗어버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직 죽지는 않았는데.’
손에 들린 검을 빙글 돌리며 김유현은 고민에 빠졌다.
멋모르고 히스파냐로 들어오려는 비둘기들을 전부 쳐죽이라는 시온의 명령에 따라 아주 착실하게 그 부분을 수행했다.
원래대로라면 이 여인까지 죽여 없애는 것이 맞는 상황이었지만 김유현은 현재 고민에 빠져 있는 상황이었다.
―죄송합니다.
―설마?
―···멀미에 좀 약합니다.
―
미친 듯이 뛰어다니고, 날아다니듯 경공술을 펼치는 김유현이라고 해도 배에 올라 그 파도를 온 몸으로 받아내는 감각은 무림 이후 정말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덕분에 배에 타서 대기하다가 적함이 다가오면 격침한다는 시온의 계획은 그냥 해안선에서 대기하다가 히스파냐 내부로 들어오려는 자들을 전부 죽이면 된다, 식으로 변경.
딱히 문제될 건 없었지만 김유현으로서는 은근히 자존심도 상하고 또 자신 때문에 시온의 계획이 이상한 방향으로 틀어지는 것 같아 신경이 쓰이던 참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포로 심문이나 해볼까.’
시온이라는 사람을 생각해 봤을 때 적을 무조건 죽이는 것보다는 최대한 쓸만한 정보를 전부 뽑아낸 후 죽이는 걸 더 칭찬할 사람이었다.
여태 그와 붙어 다니면서 참 많은 걸 보고 듣고 배운 김유현은 자신의 스타일 대신 시온의 방식대로 한 번 해보기로 했다.
지이익―.
완전히 정신을 잃은 여인의 발목을 붙잡아 질질 끌고 가는 김유현이었다.
―――――――작품 후기―――――――
더 괴롭혀줘!
더 괴롭혀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