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344)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344화(344/439)
344―――――
좋지 않다
길을 재촉한 히스파냐 2군은 마침내 클라우젠 변경백령에 도달했다.
여기서 이틀 동안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한 후, 이제는 정말 전장이라고 볼 수 있는 누디아의 영토로 들어갈 계획이었다.
―누디아의 동부가 넘어가기 직전이라고 한다.
그나마 아이브 기 레스티온이 나서서 거의 닷새동안 버텼다고 하지만 애초에 힘 싸움에서 밀리니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지.
―
왕성에서 날아드는 소식들은 하나 같이 별로인 것들뿐이었다.
그래도 누디아에 멀쩡한 왕이 들어서고 아이브와 같은 뛰어난 여인이 자리를 잡았으니 여태 누디아의 행보에 실망하여 몸을 숨겼던 실력자들도 조금은 나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도 닷새가 한계였다니.
못 해도 일주일, 히스파냐의 2군이 누디아 땅으로 진입하기 전까지는 어떻게 버티지 않을까 싶었던 시온은 입술을 슬며시 깨물었다.
‘동부가 완전히 밀리면 당연히 왕실은 파천(播遷)을 결행하기 마련이다.
동부가 완전히 장악되면 왕성이 위치한 중앙과는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니까.
남부도 엉망이고, 북쪽으로 가봤자 더 도망칠 곳도 없으니 결국 누디아 왕실이 향할 곳은···.’
누디아의 서쪽, 히스파냐와 인접한 바로 이곳이 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왕이 파천하면 자연스레 그 왕실을 따르는 왕국민들도 전쟁을 피해서 피난길에 오르기 마련이고 결국 누디아의 서쪽으로 수많은 이들이 몰리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피난민들은 말 그대로 피난민이다.
그 어떤 것보다도 자신들의 생명과 주변 사람들의 생명이 중요한 이들.
여태까지는 그들 스스로 잘 지키던 규칙이 생존 앞에서는 전부 무의미해진다.
혼란은 극에 달할 것이고 그 혼란 속에서 피난민으로 위장한 적들이 몰래 숨어들 것이라고 시온은 백 퍼센트, 아니 천 퍼센트 확신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예견해서 누디아 측의 조건을 거절했던 것이다.
만약 누디아의 서쪽을 히스파냐가 받았더라면 당장 그 때는 좋았을지 몰라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없느니만 못 한 짐 덩어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으리라.
“벌써부터 피난민들이 모이고 있다고요.”
시온의 반문에 리히텐 변경백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이마를 꾹꾹 눌러댔다.
이 자리에 단순히 시온만 있는 게 아니라 볼코 후작, 그리고 2군의 지휘부 인사들, 더해서 쟌과 에오스까지 있음에도 저런 모습을 보인다면 정말 상황이 난감하다는 증거였다.
“차라리 히스파냐 왕국민들이 피난을 왔다면 고민 없이 받아들였을 것이다.
자국민들이기도 하고, 만에 하나 그들이 뭔가 범죄를 저지를 경우 히스파냐의 이름으로 처벌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까.
하지만 누디아의 피난민들은 다르다.
얼마 전까지는 우리 히스파냐와 대립하던 국가의 사람들, 지금은 비록 우방국이라고 해도 서로가 마음 속 깊이 가지고 있는 불신은 나도 어찌할 수가 없는 부분이지.”
“영지민들은 물론이고 동부의 많은 왕국민들이 불편하게 생각하겠군요.”
“불편하게만 생각하면 다행이다.
적의를 갖고 무슨 일을 벌여서 서로 간에 불화만 키울까 그게 제일 걱정인 부분이지.”
누디아와 가장 인접했기에 누디아를 가장 불편하게 여기는 이들이 클라우젠 변경백령의 사람들, 그리고 히스파냐 동부의 왕국민들이다.
그런 이들에게 갑자기 누디아의 피난민들을 받아들인다고 말한다면 도대체 어느 누가 ‘아, 그렇군요.
저희가 따뜻하게 맞아주겠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겉으로는 그럴 수 있어도 속에서는 다른 생각을 할 것이고 겉과 속이 다르다면 결국 나중에 한 번 큰 홍역을 치르기 마련이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피난민들을 받아들이면 당연히 문제가 생길 것이다.
히스파냐 사람이 그 주체일 수도 있고, 반대로 누디아의 사람이 그럴 수도 있다.
그 상황에서 우리 히스파냐의 뜻대로 누디아 피난민들을 처벌한다면 그 기회를 노리지 않고 불화를 조장하려는 움직임이 보일 수도 있어.”
“···이래나 저러나 결국 전부 문제라는 것이군.”
처음 피난민들 받아들이는 게 좋지 않겠냐고 의견을 내놓았던 볼코 후작도 리히텐 변경백의 말들에 이제는 완전히 의견을 철회하고 돌아선 후였다.
결국 자신들은 어디까지나 이 히스파냐를 위해서 전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괜히 히스파냐에 해만 될 것 같은 이들을 받아들여서 후방에 문제가 생긴다면 당연히 그들을 받아들이지 말자고 말을 할 것이었다.
“하지만 리히텐 변경백님.
피난민을 받지 않고 쫓아낸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문제가 있지 않겠습니까?
당장 누디아 왕실 반응은 그렇다 치고 그래도 협조적으로 움직이려던 피난민들이 돌변해서 골치 아픈 존재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이견을 낸 건 시온이 아닌 의외로 루드비히였다.
사실 이것도 시온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클라우젠으로 오는 동안 시온은 루드비히를 붙잡고서 이번 전쟁으로 변할 풍경과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서 말해준 것이었다.
사람이란 것이 한 번 이야기를 들으면 나중에 한 번쯤은 그 이야기를 써먹게 된다는 걸 시온은 알고 있었고, 여태 단 한 번도 중심에 서보지 못 했던 이 기사를 위해서 장치를 마련해둔 것이었다.
‘너도 슬슬 눈도장 좀 콱 박아둬야지.
그래야 활약할 곳도 더 많이 생기고 나중에 내 편 들어줄 든든한 우군 하나가 더 생기는 거니까!’
지연, 또는 인맥이라는 것은 쌓는 것보다는 스스로 만드는 편이 훨씬 더 좋았다.
서로 동등한 관계로 시작하면 단순히 거래 수준으로 나아갈 뿐이지만 밑에 있던 사람에게 받침대를 밀어 넣어주고 위로 차근차근 올려준다면 훨씬 더 바람직한 관계가 형성되기 마련.
물론 뒤통수를 칠 수도 있으니 사람 본심을 잘 파악하면서 밀어주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루드비히 녀석은 눈치가 좀 부족하고 겉멋이 조금 있기는 해도 막 배신 때리고 입을 털 그런 놈은 아니야.
대충 감투 하나 씌워주면 그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더 노력할 캐릭터다.’
심지어 루드비히는 레데넨 후작가의 딱 하나뿐인 후계자다.
레데넨 후작가는 히스파냐 왕국에 딱 셋 있는 후작가이자 개국 공신 가문으로 특히 왕국 내의 기사들과 병사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곳이었다.
집안부터가 그리 빵빵한데 그 가문을 이어받아 차기 후작이 될 사람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그거야말로 최고 중의 최고로 아름다운 그림이 아니겠는가!
‘소설에서는 김유현한테 어떻게든 이겨보겠다고 뇌절 좀 하면서 욕먹다가 막판에 사람 되어 죽었다지만 이번에는 그래서는 안 돼.
후작가가 얼마나 중요한 곳인데 유일한 핏줄이 뎅겅!
하고 끊기면 국가적 손해잖아?’
사실 후작가 하나를 완벽하게 제 편으로 두겠다는 흑심에서 나온 것이었지만, 어찌 되었든 후작가 하나가 증발하면 국가적 손해는 맞으니 넘어가도록 하자.
“흠.”
루드비히의 말을 듣자 리히텐 변경백은 확실히 그것도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라고 중얼거리며 탄식을 내뱉었다.
이번 전쟁은 단순히 싸우기만 하면 되는 일이 아닌, 여태 자신들의 편이라고 생각했던 신성 프러센과 빛의 교리, 더해서 천족들을 상대해야 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었기에 무엇보다 여기에 남은 민심을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
자칫 그들에게 부정적인 모습만 강조되어 보이게 되면 그들이 내부의 적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리히텐 변경백은 잘 알고 있었다.
“확실히··· 루드비히 공자의 말도 일리는 있군요.
아무리 누디아의 사람들이라고 해도 결국 우리 히스파냐와 함께 신성 프러센에 대항하기로 한 이들.
그들을 소홀히 대했다가는 무슨 반발을 살지 모르는 상황은 분명합니다.”
“결국 돌고 돌아 원점이라는 소리군.
리히텐 변경백.
좋은 수가 없습니까?
후방에 위험 상황을 만들어두고 본대가 떠날 수는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우리 2군에는 동부의 전력이 거의 다 들어갔다고 봐야 하니 결국 클라우젠이 또 방패 역할을 해야 한다는 소리.
혹 이곳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 2군도 곤란해질 겁니다.”
볼코 후작의 말에 리히텐 변경백은 한숨을 내뱉었다.
당장 이렇게 앉아서 고민을 한다고 해도 솔직히 별 뾰족한 수가 생기는 건 아니었다.
아직 피난민들이 본격적으로 몰려와서 히스파냐 영토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문전성시를 이루는 건 아니었고 누디아 왕실이 왕성을 벗어나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다만 앞으로의 상황을 보면서 미리 일어날 일에 대비하고자 할 뿐이었다.
“일단은.”
시온이 자리에서 일어나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피난민 문제는 어차피 어떤 선택을 하던 결국 홍역을 치를 수밖에 없는 문제였기에 지금 상황에서 최선의 방책을 찾으려고 해봤자 시간 낭비에 별 의미 없는 탁상공론이었다.
그보다는 차라리 누디아가 자체적으로 그 피난민들을 히스파냐 쪽으로 가게 하지 않고 누디아의 땅에 붙잡아두면서 어떻게든 이용하게 만들 방법을 찾는 게 나을 것이었다.
“일단은 2군이 여기까지 오느라 어느 정도 체력을 소진했으니 푹 쉬는 편이 나을 겁니다.
여기 있는 분들도 다 마찬가지죠.
당장 하루는 푹 쉬고 한결 깔끔해진 생각으로 내일 다시 모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도록 합시다.”
가장 먼저 2군 사령관인 볼코 후작이 자리에서 일어섰고 그 뒤를 따라서 지휘부 인사들도 전부 일어서서는 회의실을 벗어났다.
당장 시온의 말대로 오늘이 정말 푹 쉴 수 있는 마지막 날, 내일은 또 작전 회의로 하루 종일 회의실에서 있어야 할 것이고 그 다음 날 아침에는 누디아로 진군해야만 했다.
“···넌 안 나가나, 루드비히?”
“부사령관인 너를 보좌하는 게 내 임무인데 부관이 어디를 가라고.”
“지금은 공식적으로 휴식 시간이야.
여기서 힘 빼지 말고 오늘은 가서 쉬어.
내일부터 다시 미친 듯이 바빠질 테니까.”
시온의 말에 루드비히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리히텐 변경백을 향해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제 아버지의 뒤를 따라서 밖으로 나섰다.
“쟌.
너도 좀 나가있지 그래?”
“···그대와 할 말이 있어서 남으려고 했는데.”
“그렇긴 한데, 잠시 아버지와 할 이야기가 좀 있어서 그래.”
“가족끼리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소리인가?”
“맞아.
가족끼리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지.”
“···나도 시온, 그대의 가족 아닌가?
나중에 부부가 될 사이니까···.”
“자자, 언니.
헛소리 말고 좀 나가자?
눈치 없게 뭐하는 거야.”
다행히도 쟌을 제압해주는 에오스였다.
그녀가 나서서 제 언니를 붙잡아준 덕분에 쟌은 별 저항 없이 그대로 회의실 밖으로 끌려나가게 되었고 곧 회의실에는 리히텐 변경백과 시온, 단 둘만이 남게 되었다.
“···.”
“···.”
침묵, 침묵, 그리고 침묵.
바로 입을 열 것 같았던 리히텐 변경백은 뭐가 그리 고민인 듯 테이블만 톡톡 두드리며 말을 아끼고 있는 중이었다.
원래는 리히텐 변경백의 말을 기다릴 생각이었지만 아무래도 자신이 먼저 나서서 그의 입을 열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시온은 뒷목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아마 가장 피곤한 싸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피곤하다, 라.
가장 힘든 싸움이 아니라 피곤하다는 것이냐?”
“원래 가장 힘들 때 가장 피곤하다고 말하기도 하는 법이죠.
둘이 비슷한 거 아니겠습니까?”
“말장난은 관두거라.
힘든 것과 피곤한 것은 비슷하면서도 주는 느낌 자체가 다르다.”
“···.”
“솔직히 말하거라.
정말 피곤할 뿐이냐, 아니면 힘든 것이냐.
이건 네 아비로서 내 아들에게 묻는 질문이다.
그러니 숨기는 것 하나 없이 똑바로 말하거라.”
처음 시온 클라우젠의 몸으로 들어오고서 그의 잘못을 추궁할 때 받았던 리히텐 변경백의 목소리, 그리고 눈빛이 기억난다.
그때도 지금과 같은 추궁의 눈빛이었지만 목소리가 주는 느낌은 달랐다.
예전의 목소리는 차갑게 굳어있었다면, 지금은 제 아들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
시온은 잠시동안 리히텐 변경백을 바라보았다.
만약 제 아들의 입에서 부정적인 대답이 나오기라도 하면 영지까지 내버려두고 시온과 함께 전장으로 나설 것 같은 분위기였다.
2군이 대패하고 누디아가 완전히 넘어간다면 어차피 다음은 클라우젠, 그 다음은 히스파냐다.
하나만 죽는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니라면 차라리 순서대로 죽을 바에 다 함께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할만도 했다.
“···아덴 클라우젠.”
하지만 시온은 절대 패배할 생각도, 죽을 생각도 없었다.
애당초 그런 미래 따위는 그의 머릿속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자신이 죽는다면 그건 딱 두 가지 경우, 늙어서 죽거나 복상사하는 것뿐이었다.
“아덴.
그렇게 문 뒤에서 엿듣고 있으면 안 된다고 이 형이 말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
달칵―.
시온의 말에 살짝 열려있던 회의실 문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그제야 리히텐 변경백은 회의실 밖에서 자신의 작은 아들이 제 형을 기다리며 서있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들어와.”
“···.”
“형 화낸다?
어서 들어와서 이리 오도록, 아덴 클라우젠.”
달칵!
도도도도!
시온의 경고에 예전의 극히 차가웠던 형의 모습이 떠오른 듯 어린 아이가 다급히 회의실 안으로 달려와서는 시온 앞에 선다.
비록 어미는 다르나 같은 피를 받았기에 시온과 조금씩 닮은 구석이 있는 아덴.
그와는 다르게 마나를 다루는 데 꽤나 소질이 있었기에 원래라면 배다른 형의 온갖 시기와 질투심으로 인해 고통 받다가 결국 스스로 가문을 박차고 나가는 불행한 소년.
꼴깍―.
그 어린 아이가 형 앞에 서서 바짝 긴장한 얼굴로 시온을 올려다본다.
1년 전부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그야말로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이 된 자신의 형.
이제는 자신을 저주하거나 미워하고 증오하는 게 아니라 동생으로서 대해주던 그가 화를 낼 것이라고 말하니 혹 자신과 형의 관계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까 겁이 난 모양이었다.
“아덴 클라우젠.”
“네, 네.
형님!
아, 아니.
형!”
“내가 누구지?”
“···네?”
“네 형이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 거야.
내가 누구인지, 아는 대로 답해보렴.”
“그, 그게···.”
“대답 잘 하면, 나중에 이틀 동안 같이 공놀이를 해주마.
어때?”
상당히 훌륭한 거래였기에 아덴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잠시 낑낑거리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버지의 장자, 그리고 제 형.
이 클라우젠의 사람이요.
자랑스러운 우리 클라우젠 변경백령의 차기 변경백이요.”
“그래.
그리고 또?”
“여태까지 많은 공을 세웠고 여왕님께서도 칭찬하시고, 다른 귀족들도 칭송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뭐라고 부르지, 아덴?”
“영웅이요.
왕국의 영웅, 이 히스파냐의 젊은 영웅.
시온 클라우젠이요.”
그래, 바로 그거야.
시온은 미소를 지으면서 아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제 앞에 앉아서 두 아들을 바라보고 있는 한 명의 아버지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들으셨습니까, 아버지?
저는 이 클라우젠의, 자랑스러운 변경백령의 장자이가 후계자이고 차기 변경백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공을 세워 선왕께는 물론이고 현재의 여왕께도 인정을 받았습니다.
공을 세우면 물어뜯기 바쁜 귀족들조차 이제는 그럴 엄두를 내지 못 합니다.”
“···.”
“왕국의 영웅, 제가 바로 그 영웅입니다.
그러니까, 전 패배하지도 않고 죽지도 않습니다.
조금 피곤할 수도 있고, 아주 조금은 힘들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 뿐입니다.
저는 패배할 생각 따위 조금도 없습니다.
전 삼류도 아니고, 이류도 아니고, 일류조차 넘어선 놈입니다.”
힘들 때 우는 놈은 삼류다.
힘들 때 참는 놈은 이류다.
힘을 때 웃는 놈은 일류다.
그리고.
머리를 써서 애초에 힘든 상황에 쳐하지 않는 놈이야말로 진정한 최고다.
―――――――작품 후기―――――――
시온의 일러가···.
작업 들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