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345)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345화(345/439)
345―――――
좋지 않다
누차 강조했던 부분이지만 시온은 죽을 생각은 물론이고 패배할 생각도 없었다.
여기까지 와서 실패한다면 여태 자신이 밟고 온 사람들을 볼 낯이 없는 건 아니고, 그냥 자신이 한심스러워서 미쳐버릴 것만 같은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시간이 좀 걸릴 것 같고, 그동안 여기 사람들도 고생 좀 꽤나 할 테니···.’
민심 관리는 필수 중의 필수, 특히나 미리 쌓아둔 인맥 확인은 더더욱 필수였다.
2군이 잠시 휴식에 들어간 동안 시온은 클라우젠을 돌면서 향후 자신에게 힘을 보태주거나 도움이 될 만한 이들을 찾아가 인사를 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예로 들자면.
“기사단장.”
“시온 공자님.”
중년의 나이이기는 해도 아직 검 끝이 매서운 클라우젠 백작가의 기사단장, 라이온.
백작가의 기사단에서 리히텐 변경백과 시온 다음으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사람인지라 그의 마음을 확실히 붙잡아두는 것이 백작가의 무력 부분을 잡음 없이 쥘 수 있는 길이었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이제는 부사령관이 되어서 신성 프러센과 싸우러 가신다죠.”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부사령관이라고 해봤자 그저 볼코 후작님을 잘 모시면 되는 것뿐이니 딱히 힘들 것도 없지요.”
“너무 겸손하신 것도 때로는 독이 된답니다.
부사령관 자리가 그리 별 것 없었다면 당장 변경백께서 그렇게 웃지도 않으셨을 겁니다.”
“···아버지께서 웃으셨다고요?”
“예.
변경백 본인은 공자님 또래 때 변경백 자리에 오르기 위해 온갖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는데 아들은 그 나이에 부사령관까지 해보고 아주 부럽다고 하셨습니다.”
이것도 다 노력해서 얻은 자리입니다!
그러니 그런 말씀 마시죠!
시온은 속으로 웃으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동시에 라이온 기사단장에게 들으니 확실히 자신이 이룬 위업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했다.
당장 루드비히만 봐도 20대 초반의 귀족 가문 공자가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알 수 있다.
전대 가주에게 자신이 장차 그 가문을 이끌 최고의 후계자임을 증명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만 하는 것이 그들의 숙명.
혹시라도 가주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가문을 위한다는 이유 하에 후계자 자리에서 밀려나 비참한 말로를 보내야 할 수도 있었다.
그만큼 귀족 가문의 후계자들은 피 말리는 후계 싸움을 해야만 했는데 지금 시온은 그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오히려 가주가 자리를 넘겨주고 싶어 안달이 난 상황이었던 것이다.
“가문의 기사들도 예전과는 다르게 이제 시온 공자님께 아주 열광하고 있습니다.
여태까지 보인 모든 게 지금의 완벽함을 갖추기 위한, 스스로를 낮춘 행동이었음을 알고 나니 공자님의 혜안과 철저한 준비성에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사실 그런 일은 전혀 없었지만 아주 여유롭게 받아 넘기는 시온이었다.
과거 이 몸뚱이의 지랄 맞음과 병신 짓거리들이 스스로를 낮춘 행동이니 혜안이니 준비성이니 따위와는 연관이 전혀 없었지만 굳이 그 부분을 바로 잡아줄 필요는 없었다.
착각은 그 어떤 말보다도 더욱 이쪽을 믿게 해주는 마술과도 같았으니까.
“변경백께는 죄송한 말씀이나 저도 솔직히 공자님이 하루 빨리 변경백 자리를 이어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라이온 기사단장?”
“저도 나중에 당당하게 말하고 싶거든요.
내가 왕국의 영웅이셨던 시온 클라우젠 변경백을 지근거리에서 모셨던 기사단장이었다!
라고 말입니다.”
“아버지께서 섭섭해 하시겠습니다.”
“아하하!
오히려 놀리시더군요.
공자님께서 도통 받아줄 생각이 없으니 저도 다 늙어서 그 전에 기사단장직 내놓고 나갈 거라고 말입니다!”
라이온 기사단장의 말에 시온은 그를 따라서 미소를 지었다.
이후 그는 기사단장을 따라서 클라우젠 백작가의 기사들이 훈련하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한 가문의 후계자로서 응당 보여줘야 하는 행사임과 동시에 기사들을 신경 쓰고 있다는 부분을 내심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했으니 중요한 일정이었다.
―그대들은 그대들의 의무를 다하고 있으라.
나도 왕국의 영웅으로서 해야 할 일을 전부 마치고 당당하게 그대들 앞에 서겠다!
―
낯 뜨거운 말도 한 번 해주는 게 기사들의 마음을 사는 데에 그야말로 ‘직빵’.
그렇게 기사단 민심을 확인한 시온은 발걸음을 옮기다가 저 멀리 다가오는 한 노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맞아, 저 노인도 있었지.’
라이도와 동년배, 정확히는 그보다도 더 나이가 있는 사람.
그래도 중년이라고 부를 수 있는 라이온 기사단장이나 리히텐 변경백과는 달리 정말 ‘노년’ 이라고 불러야 맞는 모습을 지닌 집사는 자신 쪽으로 다가오는 시온을 발견하고는 우아한 몸짓으로 인사를 해보였다.
“시온 공자님.
클라우젠에 도착하셨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같이 오신 손님이 많아 업무가 워낙 바빴습니다.
먼저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야 했는데 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
이렇게만 보면 숙련된 집사로만 보이지만 한때는 왕가 비밀 수호 기사단으로 활동하며 실력자라고 불렸던 노인이다.
심지어 최근 들어서도 주전자와 찻잔 대신 검을 들고서 적들을 썰어버리던, 라이도와 비슷하게 무시무시한 집사, 세바스찬이었다.
‘이제 나한테 정체가 다 알려졌는데도 아직도 저러고 다니다니.
참 프로페셔널하시네.’
깔끔한 정장에 잡티 없는 새하얀 장갑, 깔끔히 정리되어 있는 콧수염.
정말 완벽한 집사의 오점 하나 없는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세바스찬의 모습에 시온은 저도 모르게 엄지 척을 해주고 싶었다.
“집에 돌아오기는 했습니다만 곧 다시 나가봐야 한답니다.”
“바쁘시군요.”
“워낙 나를 찾는 곳이 많아서요.
어쩌겠습니까?
이게 제가 선택한 길인데.”
그 말에 세바스찬은 허허, 하고 웃음을 내뱉고 말았다.
불과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사람이 아예 바뀌어 버렸다.
정말 철이 들고 성장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저런 청년이었는데 제 모습을 가까운 이들에게조차 숨기고 스스로까지 속이고 있던 것인지 이제는 그조차 알 수 없을 정도.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더는 클라우젠 변경백령에 대한 걱정은 없다는 것이었다.
선왕은 물론이고 현 국왕인 바네사조차 은근히 기대고 있는 사람인데 클라우젠 변경백령을 이끌지 못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헛소리였다.
“그동안 참 고생이 많았습니다, 세바스찬.”
시온이 뭔가 묘해지는 분위기의 말을 하자 집사는 살짝 눈을 크게 뜨고는 시온의 다음 말을 기다린다.
그동안, 이라는 말은 이제 그만 해도 된다는 말을 위한 포석.
그게 아니면 앞으로도 더 고생해달라는 부탁을 위한 말이었으니까 말이다.
“해서 하는 말인데, 이후로도 여태 그래왔던 것처럼 클라우젠 가문을 맡아서 그대의 능력을 펼쳐주기를, 의무를 다 해주기를 바라겠습니다.”
“···집사로서의 능력과 의무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세바스찬으로서의 능력과 의무를 말하는 겁니다.”
집사 세바스찬, 그리고 전(前) 왕가 비밀 수호 기사단 세바스찬.
그 모든 부분에서 노력해달라는 말임을 노인은 바로 눈치 챘다.
여태 단 한 번도 저런 말을 한 적이 없었는데, 이리 말할 정도라면 확실히 이제부터 저 남자가 향하는 전장이 얼마나 힘든 곳이고 클라우젠이 맞이할 전쟁의 여파가 얼마나 클지 대충은 감이 잡히는 세바스찬이었다.
“공자님께서는 참으로 걱정도 많으십니다.
저는 이곳에서 제 몸이 다 썩어 더는 움직일 수 없다고 스스로 판단된다거나, 아니면 가주 분들의 명령이 아니라면 계속 머물면서 일할 겁니다.
혹 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셔도 공자님께서 변경백 자리에 오르지 않는 이상 저를 쫓아내실 수는 없으니 제 의무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아마 이 말을 원래의 시온 클라우젠이 들었다면 단순히 자신을 변경백이 아니라고 무시하는 것이냐며 소리를 질러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시온은 세바스찬이 정확히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전부 알고 있었기에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제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누디아 왕실은 정말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결국 바수라 백작령을 최후 근거지로 삼아서 저항할 계획일 거다.
왕이 제 나라를 떠나는 것만큼 보기 흉한 것도 없고, 아직 곳곳에서 저항하고 있는 이들을 그나마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누디아 땅이 훨씬 더 유리해.’
아이브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히스파냐 땅으로 넘어가는 것만큼은 피하려고 할 것이다.
두 국가가 해묵은 감정을 털어내고 서로 손을 잡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소리를 하긴 했지만 바로 얼마 전까지 서로에게 창칼을 겨누고 싸웠던 히스파냐와 누디아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누디아의 왕실과 핵심 귀족 세력, 그 외에 피난민들이 들이닥친다면.
윗대가리들이 무슨 말을 해도 결국 그 밑의 사람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을 것이고 오려 잡음과 불협화음만 생길 게 불 보듯 훤한 미래였다.
‘즉, 전선은 누디아 중앙을 한계로 정해야 한다.
서쪽이 밀리면 결국 히스파냐로 도망치자는 의견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으니 더더욱 그래야 해.’
전쟁은 어디까지나 누디아 땅에서 이어지고 끝을 맺어야만 한다.
그들에게는 참으로 안된 말이나 어차피 원래대로라면 단 한 명의 생존자도 없이 전부 타다 만 잿더미가 되어 휘날리게 되는 게 그들의 미래다.
시온 입장에서는 그런 죽은 목숨들을 살려주는 셈이었으니 최소한 들고 있는 보따리 정도는 그에게 내놓는 것이 당연한 순리라고 그는 생각했다.
“주인님?”
갑자기 앞에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시온은 탄식을 내뱉었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느라 조금 전에 리시키다가 당도해서는 자신을 부르며 기다리고 있던 모양이었는데 그걸 미처 눈치 채지 못 했던 모양.
“걱정이 많으신 얼굴이네요.”
“걱정이라기보다는 그냥···.”
시온이 대충 아무 말이나 던지려고 했지만 리시키다의 표정이 영 좋지가 않았다.
때로는 강한 척보다 사실을 말하고 오히려 그를 이용해 안심을 시키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었고 바로 그 때가 지금이라고 시온은 생각했다.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걱정이라고 해야겠지.
다만 그 걱정의 이유가 리시, 네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달라.
난 그저 내 생각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조금씩 꼬이는 것에 대한 걱정을 하는 거지, 아예 망할까 걱정하는 건 아니니까.”
“그런가요?”
그 말에 리시키다는 잔잔한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저는 걱정 안 해요.
여태까지 주인님이 하셨던 일을 모두 봤던 저니까.
세상 어느 누구도 감히 하지 못 할 일들은 전브 해내신 분이 바로 제 주인님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다행이네.
혹 리시도 걱정이라고 하면 어쩌나 싶었거든.”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전에 걱정거리가 생기긴 했어요.”
역시 거짓말을 못 하는 여인답게 표정 관리가 엉성하다 싶었다.
그래, 이 소녀틱한 여기사가 이번에는 또 무슨 걱정거리를 가지고 왔나 한 번 들어볼까.
시온이 그렇게 생각하며 다음 말을 해보라는 듯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니 리시키다는 으음, 하고 고민이라는 빛을 내보이더니 갑자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홱, 홱―.
‘이 여자 왜 이래?’
소리가 날 정도로 성의 복도 이곳저곳,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샅샅이 훑는 리시키다.
이 여기사가 갑자기 왜 이러나, 혹시 성 안에 신성 프러센이나 천족의 끄나풀을 발견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닌가 싶어서 시온이 왜 그러냐고 막 입을 열려는 찰나였다.
포옥―.
“···?”
갑자기 자신의 품에 가볍게 안겨드는 리시키다를 바라보며 시온은 어?
하고 탄식을 내뱉었다.
참고로 리시키다는 호위기사라는 위치를 어느 정도 자각하고 있기에 시온이 먼저 다가오지 않는 이상 제 속내를 비치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딱 자신과 시온 둘 만이 있는 방 안이 마지노선이었고 말이다.
지금처럼 완전 개방된 장소에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부딪친 적은 장담컨대 단 한 번도 없었다.
“리시?”
“자, 잠시만 이렇게 있어주세요.
잠깐이면 돼요.”
“아니, 너 갑자기 왜 이러는···.”
“죄, 죄송해요.
주인님.
하지만 어쩔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도대체 뭐가 어쩔 수가 없다는 건데?”
설명이라도 속 시원히 해준다면 차라리 낫겠는데, 리시키다가 그저 품에 안겨서 ‘으으으!’ 하고 연신 비명만 질러대니 시온은 도대체 이 여기사가 왜 이러는지, 혹 뭘 잘못 먹은 건 아닌지 정말 별의별 생각을 다 하는 중이었다.
“···.”
“···.”
덕분에 시온은 복도 끝에서 이쪽을 몰래 주시하고 있는 두 여인의 시선을 미처 눈치 채지 못 하고 말았다.
“갑자기 짜증나는군.”
“갑자기 짜증은 왜?”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은 도저히 못 하겠다고, 만에 하나 다른 이들에게 보이기라도 하면 시온이 곤란해진다느니 뭐라느니 하면서 버티고 서있던 여인이 아닌가.”
“그래서?”
“그런데 저리 잘만 하고 있지 않나.
마치 우리 보란 듯이!”
쟌의 투덜거림에 릴리트는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냐는 눈빛이었다.
자신은 그냥 원할 때마다 시온을 껴안고는 헤헤 웃었기에 ‘우리 보란 듯이’ 라는 말이 잘 와 닿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쟌 입장에서는 항상 시온과 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시온도 시온이지만 자신도 나름 북쪽 부족들을 이끄는 수장 ‘테무친’ 이니 아무데서나 저렇게 애정 행각을 할 정도로 언행에 자유로움이 있는 게 아니었다.
‘뭐, 나름 재미있었으니까 됐어.’
자신이 시온과의 육체적인 관계에 특히 목을 맨다면 리시키다는 그런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사소한 부딪침 하나하나에 꽤나 민감하게 반응하는 여인이었다.
겉보기에는 냉정하기 짝이 없는 여기사 같은데 그 안에는 아주 여린 소녀 감성이 자리하고 있음을 릴리트는 꽤나 전부터 파악하고 있었다.
해서 일부러 그녀의 등을 떠밀어 그런 작고 소소하면서도 무척이나 큰 행복을 네 손으로 쟁취하라고 속삭였고 처음에는 어찌 그런 무례를 범할 수가 있냐고 울먹거리던 리시키다도 결국 릴리트의 ‘너 그러다가 다른 여자들한테 밀린다?’ 라는 말에 완전히 넘어가 버렸다.
‘나야 어차피 얼마 전에도 시온이랑 재미나게 놀았으니까··· 이번에는 마음 좀 곱게 써서 양보라도 해줘야지.’
다른 여인들이라면 은근한 경쟁 구도로 들어갔을 테지만 이번 상대는 쟌이다.
매번 시온 옆에 붙어있는 다른 이들과는 달리 제 또 다른 자리를 위해서 북쪽으로 돌아가 제 의무를 다 하던 여자.
그러면서 시온에게는 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었으니 릴리트 입장에서는 시온이 클라우젠의 여러 인사들에 대한 민심 관리를 해주듯 여인들 민심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원래라면 하도 애들이 많아서 시끌벅적해야 하는데 여럿이 빠져서 조금은 나눠줄 수도 있거든.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제대로 가져가렴.’
릴리트는 그렇게 생각하며 은근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렇게 툴툴거리지 마.
내가 아주 좋은 거 가르쳐주려고 하는데.”
“무슨 소리지?”
“내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지?”
“마족이라는 건 알고 있다.”
“더 자세히.
내가 마족이면서 동시에 무엇인지 말이야.”
“···몽마들의 여왕이라고도 했나?”
“맞아.
이성들의 마음을 홀려서 거기에서 힘을 취하는 특이한 종족들의 여왕이지.
그래서 우리 동족들은 이성의 마음을 훔치는 데에 일가견이 있지.
그래서 하는 말인데, 도와줄게.”
그 말에 쟌은 두 눈을 껌뻑이며 자신이 뭘 잘못 들었나 싶었다.
적대적 관계는 아니어도 모든 여인들은 좋든 싫든 결국 경쟁 관계에 놓여있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자신을 도와주겠다고 릴리트가 나서니 살짝 당황한 모양.
“별 거 없어.
그냥 리시가 저렇게 시간 끌어주는 동안 지금 당장 나와 시온 방으로 가면 돼.
들어가서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다 끝날걸?”
“갑자기 무슨··· 그대가 왜 날 돕는다는 거지?”
“목말라 죽으려는 사람에게 물을 주는 이유가 중요해?
딱히 독을 타서 죽이는 것도 아니고, 그냥 시원한 냉수 주면서 마시라고 하는 건데 그런 거 따질 거야?
싫으면 내가 마셔버린다?”
릴리트의 말이 쟌의 저돌적인 부분을 건드리고 지나간다.
그 도발에 쟌이 그건 절대 싫다는 듯 고개를 젓자 릴리트는 미소를 짓고는 말을 이었다.
“마침 조금 후면 저녁 시간이거든.
거기에 맞춰서 내가 다 준비해줄 테니까 안심하고 이 언니만 따라오면 돼요―.”
“···.”
갑자기 언니가 생겨버린 것이 못내 불만족스러운 쟌이었지만 어찌 되었든 자신을 돕겠다는 이는 시온의 명백한 첫 번째 여인이자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릴리트.
지금 상황에서 도움이 필요한 건 자신인지라 그녀는 일단 넘어가는 셈 치고 그녀를 따르기로 했다.
―――――――작품 후기―――――――
추천은 항상 큰 힘이 됩니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