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352)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352화(352/439)
352―――――
정의의 전장으로!
꼭두새벽부터 클라우젠 영지는 아주 바쁘게 돌아가는 중이었다.
아침 해가 떠오르기 전에 행군 준비를 마치고 이동을 시작해야 했기에 2군 뿐만 아니라 클라우젠의 병사들은 물론이고 영지민들까지 그 준비를 돕고 있던 것이었다.
그동안 이들을 따라오며 그래도 맛난 요리를 해주던 이들도 이제는 위험할 수 있기에 전부 돌아왔던 길로 되돌아가고, 이제 병사들은 정말 전쟁의 무게를 다시금 느끼게 될 차례였다.
“몸 조심히 잘 다녀 오거라.”
“다녀오겠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도 잘 계시고요.”
시온의 말에 레오나 백작 부인이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자신을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이 익숙지 않다는 감정이 전부 사라진 모양.
몸을 돌린 시온은 옆에 졸린 것을 참으며 입술을 깨물고 있는 어린 동생을 바라보았다.
“아덴, 저번에 형이 했던 말 기억하고 있겠지?”
“형님이, 형이 없는 동안 제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잘 지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했어요!”
“그래.
왕국의 영웅이라는 이 시온 클라우젠이 동생이 집 정도는 당연히 잘 지킬 수 있겠지.
난 우리 동생 믿고 다녀올 테니 그동안 열심히 할 수 있지?”
“네!”
아이의 우렁찬 대답에 리히텐 변경백도, 레오나 백작 부인도, 그리고 시온도 미소를 짓는다.
인사를 마친 후 말에 오른 시온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말을 몰아 2군으로 향했다.
그 뒤로 호위기사인 리시키다와 마법사 복장의 릴리트가 합류하고, 잠시 후에는 완전 무장을 갖춘 루드비히가 뒤에 자리했다.
“루드비히 공자, 준비는 다 되었습니까?”
“네, 2군 전원이 조금 전 행군 준비를 마쳤습니다.
아마 사령관님의 훈시 이후에···.”
“2군 말고 당신 말입니다.
루드비히 레데넨 공자.
이번 전쟁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그야말로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는 위험한 곳이에요.”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고는 있으나 시온이 여태 이런 말을 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때문에 루드비히는 움찔, 하고 몸을 떨기는 했으나 그래도 항상 꿈꿔왔던 기사의 모습이 있었기에 그 감정을 바로 떨쳐버릴 수 있었다.
“나라를 위해 죽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영광입니다.”
“···또 바보 같은 소리 하네요.”
쯧, 하고 혀를 차며 시온은 고개를 내저었다.
당연히 이런 반응을 예상했던 릴리트는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고 리시키다는 미소만 지었다.
덕분에 당황한 건 멋진 말을 한 루드비히였고 말이다.
“나라를 위해 당신이 죽는 게 아니라 나라를 위해 적이 죽게 만들어야죠.
그게 진정한 기사의 길입니다.
그게 가장 명예롭고 영광스러운 길입니다.”
“···아.”
시온의 말에 뭔가 또 깨달은 게 있다는 듯 탄식을 내뱉는 루드비히.
그는 열심히 말을 달려 시온의 뒤를 따르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왕국의 영웅은 다릅니다.
제 생각의 한계를 아주 가뿐하게 부숴주시는군요.”
“루드비히 공자가 너무 딱딱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만?”
“아하하!”
은근히 루드비히를 놀리는 말이었지만 이전처럼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다.
그게 시온은 부사령관이고 자신은 그의 부관이기에 보이는 단순한 예의인지, 아니면 정말 깨달은 바가 있어 거기에 핀잔을 주어도 그냥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 것이냐?”
볼코 후작은 그런 제 아들의 웃음소리를 멀리서부터 들었는지 시온 일행이 다가오자 그렇게 질문을 던졌다.
원래 제 아들은 얼마 전만 해도 시온을 무시하다가 그의 변화에 큰 충격을 받고서 두문불출하기도 했고 그의 변화를 쉬이 받아들이지 못 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모습이 많이 희석된 듯 하여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제 부관에게 좋은 말 좀 해주었더니 그게 퍽 마음에 드는 모양입니다.”
“무슨 좋은 말이었는지 조금은 궁금해지지만 갈 길이 바쁘다.
어쩌겠는가, 부사령관?
나와 함께 중군을 맡겠는가?
아니면 전처럼 선두에 서겠는가.
그도 아니면 후미를 맡을 수도 있다.”
“제가 어디로 갈지 사령관님께서도 이미 잘 아실 듯 한데요.”
후미는 어디까지나 적진을 이탈할 때 동정심을 살 수 있는 자리다.
지금처럼 진격을 할 때는 괜히 병사들의 고운 시선을 받을 수가 없는 곳이니 시온이 원하는 자리는 애초부터 정해져 있었다.
볼코 후작 또한 지금과 같이 진군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위치가 선두 자리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히스파냐의 깃발을 시온 측 병사에게 내어주라 명령을 내렸다.
그렇게 병사들이 완전히 준비를 마치고, 볼코 후작은 말을 몰아 그 길고 긴 대열을 지나며 아주 간소화한 훈시로 그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별 건 없었다.
그저 이제부터는 너희들이 빛이고, 선이고, 정의이니 우리 히스파냐를 위협하는 어둠이자 악이고 불의인 저들을 저들의 땅으로 처박아주고 우리들이 우리들의 손으로 이룬 이 영광과 평화를 마음껏 만끽하자고 말이다.
“명심들 하라.
세상 그 어떤 빛도 너희들을 죽이겠다고 달려들지는 않아.
그런 의미에서, 너희들을 보면 죽이려고 달려들 신성 프러센은, 빛의 교도들은, 천족들은!
빛이 아닌 거다!
그러니 의심 한 톨 가지지 말고 싸우고 승리해라.
너희들의 빛은, 다른 빛으로 그 모습을 비추는 게 아니라 너희가 직접 밝히는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볼코 후작이 진군을 뜻하는 기를 올렸다.
2만에 넘어가는 히스파냐의 최정예군이 마침내 본국을 지나 누디아의 땅으로, 저번처럼 그들을 공격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들을 도우기 위해서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
“···.”
막 출발한 히스파냐 군의 모습을 면밀히 관찰하는 몇몇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 모든 장면을 눈에 담은 후 몇몇은 어딘가로 향하고, 또 몇몇은 손짓을 하며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모양새를 취했다.
샤샥, 샤삭―.
자리에 모여 있던 자들이 미리 준비한 허름한 옷으로 갈아입고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나온 피난민들로 위장을 마친다.
그리고는 얼마 후에 서서히 히스파냐와 누디아의 국경으로 몰려들 피난민들 대열에 섞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
히스파냐의 2군이 누디아 영토로 진입한 지 딱 나흘 째 되었다.
그동안 동부와 남부에서 피난을 온 누디아의 사람들과 몇 번을 마주쳤고 그들에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대충의 상황을 파악할 수는 있었다.
가장 우려스러웠던 부분은 웅크리고 있던 빛의 교도들이 신성 프러센의 진격에 발을 맞춰 소요 사태를 일으키고 중요한 지점마다 몰래 침투하여 불을 내거나 혼란을 주는 등 치명적인 피해를 가하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그런 놈들이 저 피난민 무리에도 분명 끼어있을 텐데.”
볼코 후작은 그 이야기를 듣고는 피난민 무리들이 혹여나 2군 행렬에 끼어들거나, 아니면 너무 과하게 접근하는 것을 기사들과 기병들을 동원하여 철저히 막았다.
만에 하나 저들 사이에 정말 그런 광신도들이 끼어있다면 분명 히스파냐 측 군대의 진군을 방해하려고 온갖 수를 쓸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그리핀들이 이럴 때 참 유용하군, 부사령관.”
“그냥 앞에서 보는 것과 공중에서 보는 것은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니 말입니다.”
“천족들이 비행이 가능하다고 하여 더는 그리핀들을 제대로 운용할 수 없을 줄 알았어.”
“이전처럼 직접적인 전투는 불가능해도 군을 간접적으로 도울 수는 있습니다.
지금처럼요.”
바수라 백작령에서 미리 보낸 길잡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도 곳곳에서 몰려드는 피난민들의 행렬을 전부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시온은 미리 데리고 온 그리핀 2마리들을 전개하여 2군 측 방향으로 다가오는 피난민 무리들을 사전에 확인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머지 3마리는 클라우젠에 남겨두고 혹 국경을 함부로 넘는 이들이 없나 철저하게 감시해야만 했고 말이다.
“그보다 참 감개무량합니다.”
“무슨 소리냐, 루드비히?”
“우리가 저번에 누디아로 들어왔을 때에는 누디아 사람들의 눈에 경계심과 적의가 가득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그 반대입니다.
그런 부정적인 기운들은 전부 사라지고, 대신 그 안에 뭔가를 잔뜩 기대하는 기운만 가득하니 말입니다.”
“원래 세상이란 게 그렇고 전쟁이란 게 그렇다.
적도 아군으로 만들어주고, 아군을 적으로 변하게 해버리는 게 바로 그 둘이란 말이다.”
그러니 제 아들이 기사놀음 한다고 명예니 뭐니 하는 것들을 불만족스럽게 쳐다보던 볼코 후작이었다.
세상은 명예보다는 실리를 추구하고, 전쟁에서는 비겁함보다는 순수함이 더 큰 죄악으로 받아들여지는 곳이다.
만약 그가 시온에게 영향을 받고서도 그놈의 기사놀음, 명예인지 뭔지 하는 것에 집착을 했더라면 칼집으로 흠씬 두들겨패준 다음에 그냥 성에 가둬버리고 나왔을 것이었다.
이 때, 공중 정찰을 맡고 있던 그리핀 중 한 마리인 ‘헬캣’ 이 가볍게 대지에 안착했다.
동시에 그 위에서 기수인 맥클스키가 훌쩍 뛰어내려서는 지휘부 인사들에게 다가왔다.
“사령관님, 정찰보고 드립니다.
앞쪽에서 한 무리의 누디아 군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수는 많지 않으나 전부가 기사들, 혹은 기병들이며 움직이는 모양새로 보아 꽤나 훈련이 된 이들로 확인됩니다.”
“···아무래도 중요한 분이 끼어있는 모양인데.”
“제가 보기에도 그렇습니다.”
“어차피 잠시 휴식을 취해야 하니 여기서 대기토록 하지.
손님들도 맞이할 겸.”
히스파냐 군이 잠시 이동을 멈추고 휴식에 들어간 지 얼마 후.
누디아의 고위 귀족이라는 한 중년 남성이 호위 기사들과 다수의 기병들을 이끌고 그들 사이로 들어왔다.
그는 잠시 지휘부 인사들을 둘러보다가 볼코 후작, 그리고 시온을 확인하곤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왜 그러는 겁니까?”
“아아, 다행이라서 말입니다.
누디아의 여러 사람들이 가장 경계하던 뛰어난 분들이 원군을 이끌고 왔으니 이제 좀 마음이 놓입니다.”
누디아의 귀족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는 누디아 국왕과 아이브의 명령에 따라 히스파냐 2군을 최대한 빨리 왕성 근처로 안내하라는 명령을 받아서였다고 설명했다.
원래 가도를 이용하면 되겠지만 현재 피난민들도 많고 무엇보다 광신도들이 밤사이에 가도를 파헤치고 구덩이를 파서 길을 엉망으로 만들었기에 만약 군대가 그리로 들어온다면 꽤나 고생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 말들을 가만히 듣고 있던 시온은 어쩌면 무척이나 민감할 수도 있는 부분을 대놓고 질문해버렸다.
“실례지만 누디아의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그건···.”
누디아 귀족은 차마 제 입으로 그런 말을 하기는 무척 난감하다는 모양새.
다른 것도 아니고 결국 누디아의 현재 상황, 그야말로 난장판에 엉망인 나라꼴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적이라고 여기며 싸웠던 이들에게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누디아와 히스파냐가 서로 남남이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
둘이 사이좋게 손잡고 뒈지던가, 아니면 같이 살던가 둘 중 하나였다.
“우리 히스파냐는 누디아의 소식을 듣고 정예들을 꾸려 여기까지 왔습니다.
누디아의 뒤를 칠 수 있었다면 얼마든지 그리 했을 텐데도 그런 것 하나 없었다면 이쪽의 진심은 충분히 보인 것일 터, 누디아도 이제는 친우로서 모습을 보이시죠.”
“···.”
시온의 정중한 어조로 하는 ‘경고’ 에 누디아 귀족은 침음을 내뱉었다.
어차피 자신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곧 소식을 들을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한숨을 내뱉고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동부와 중앙 지역을 잇는 방어선이 최후의 보루입니다.
거기가 뚫리면 바로 왕성이지요.
하여 조금 전 회의에 들어갔습니다.”
“회의라 한다면?”
“서쪽의 바수라 백작령으로 일단 피신하여 상황을 다시 살피는 게 어떻겠냐는 내용이었습니다.
결과는 저도 모릅니다.
그 전에 왕성을 나와 여러분들을 맞이하게 되었으니까요.”
“동부는 이미 시작부터 반 넘게 넘어갔다고 들었습니다.
허면 남부는요?”
“남부는··· 하.”
그는 갑자기 분노와 짜증이 가득 담긴 숨을 내뱉더니 짧게 욕설을 내뱉었다.
생각만 해도 열이 받는다는 모습에 시온은 그쪽도 상황이 절대 좋지 못 하다는 부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군요.”
“아닙니다.
그보다 말씀이나 마저 해주시죠.”
“남부는 초기에만 봐도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신성 프러센의 주력은 동부에 집중되었으니 남부가 버텨준다면 동부도 밀리지 않을 수 있었지요.
그런데 그건 우리들의 착각이었고, 신성 프러센 입장에서는 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리 한 것이었습니다.”
“혹시 빛의 교도들이.
이제는 광신도라고 불러야 할 이들이 움직인 겁니까?”
시온의 질문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댔다.
아직도 생각만 하면 화가 미친다는 모습의 그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작은 마을부터 시작하여 큰 도시고, 성이고, 항구고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소요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심지어 어찌나 조직적으로 움직이던지 군량 창고를 주로 하여 병참 쪽을 습격하기 시작하더군요.
급히 병사들이 진압에 나서려고 했습니다만 그 안에 광신도들만 있는 게 아니라 요정들과 신성 프러센의 몇몇 이들이 같이 자리하면서 조직적으로 대항하고 또 반격하여 역으로 격퇴하는 능력까지 갖추게 한 이후였습니다.”
“···.”
딱 특수부대들이 하는 짓을 그대로 하고 있었다.
현지에 파견되어 현지인들을 이용해 쓸 만한 전력으로 바꾸고 아군이 본격적으로 투입되기 전까지 적들의 발목을 붙잡고 질질 늘어지며 뭘 제대로 해보지 못 하게 하는 전략.
아마도 누디아 입장에서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지극히 평범했던 왕국민이 갑자기 돌변하여 창칼을 휘두르고 빛의 교리를 외치며 불길을 사방에 옮기고 다니는 것에 꽤나 당황했을 것이었다.
그래도 그들의 모국은 누디아고 지금 그 누디아가 신성 프러센에게, 빛의 교리를 믿는 자들에게 공격을 받고 있는데 설마 모국을 배신하고 그들에게 붙을까 생각했는데 그 일이 일어났으니까.
누디아가 망하든 말든 관심은 없고 그저 빛, 빛, 빛!
만 외치며 완전히 미쳐 눈깔이 돌아가서는 헛소리를 하고 자빠졌으니까 말이다.
‘염병.
이렇게 되면 그놈들이 히스파냐 안에 숨어들어가서 똑같은 짓을 할 수 있다는 건데.’
그나마 다행이라면 히스파냐는 누디아만큼 빛의 교리에 심취한 이들이 적다는 것.
더해서 시온이 사전에 빛의 교리에 대한 거부감을 잔뜩 불러일으키고 왕국민들에게 애국심과 국뽕을 아주 한계까지 주입하여 터지기 직전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었다.
그 뽕이 다 하기 전에 어떻게든 이 전쟁, 이 광신도들을 끝내야만 했다.
머뭇대다가는 약빨 다해서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빛!
하고 외칠 수도 있음이었다.
“그런 이유로 남부는 완전히 넘어간 건 아니나 동부보다도 더더욱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현재 어떻게 연락을 해보려고 해도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조차 알 수가 없어서 중앙 왕실의 명령으로도 통제가 되지 않는 곳입니다.”
누디아 귀족의 말에 시온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이곳이 신성 프러센과 인접했기에, 그리고 전 국왕이 상상 이상의 병신이었기에 광신도들이 곳곳에 아주 넘쳐날 것이라고 예상은 했었다.
다만 아이브와 새로운 국왕이 나서서 어떻게 조금이라도 대처를 할 줄 알았는데 역시나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였는지 자신이 기대했던 것의 반도 채 미치지 못 하는 형국.
‘별 수 있나.
결국 이쪽이 고생해야지.’
한 가지 다행인 점을 꼽자면, 방어선이 버티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그 방어선이 버티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
시온은 고개를 돌려 뒤쪽에 자리하고 있는 릴리트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느낀 것인지 시온과 딱 눈이 마주한 릴리트는 무척이나 매혹적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시온과 릴리트가 원하던 대로 얼추 상황이 변해가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