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356)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356화(356/439)
356―――――
정의의 전장으로!
“방어 지원이 아니라 공격을 하자니?”
볼코 후작은 왕궁에서 돌아오자마자 회의를 소집한 시온에게서 상당히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온 것 인지, 시온이 회의에서 언급한 이후 히스파냐 2군의 행보는 바로 공격 대형으로 전개하여 신성 프러센 쪽으로 육박해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누디아 군의 지원은 없고, 북쪽 전사들도 남쪽으로 내려가기에 전투는 오롯이 히스파냐의 2군 만이 감당해야 한다는 말에 볼코 후작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 했다.
“시온 클라우젠 공자님, 도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저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누디아를 도와 신성 프러센을 막는 것 아니었습니까?”
“누디아 측이 같이 돕는다면 또 모르겠습니다만 아군만으로 단독 공격을 하는 건 무리수 같습니다.
적들은 누디아 군을 여기까지 몰아낸 신성 프러센이며 요정들도 끼어있고 무엇보다 빛의 후예들이···.”
“비둘기.”
시온이 한 귀족의 말을 끊으며 그렇게 말한다.
굉장히 차가운 눈동자, 그리고 배는 더 차가운 목소리로.
“빛의 후예도 아니고, 천족도 아닙니다.
이제부터 그들은 비둘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똥이나 찍찍 싸면서 평화와 선의 존재이니 뭐니 하는 것들이죠.
그 치들이 정말 빛의 후예들이라면 우리가 믿는 그 빛이 당장 저들에게 심판을 내렸을 겁니다.”
그 말에 귀족들은 잠시 눈치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히스파냐 측 병사들은 이제 빛의 교리라던가 천족보다는 자랑스러운 제 나라를 위해서 맞서 싸울 것이라고 공공연히 떠들고 있는 상황.
그에 맞춰서 지휘관들 역시 천족들을 띄워주기보다는 반대로 깎아내리는 것이 필요했다.
“그리고 여러분들의 말씀은 틀렸습니다.
우리들은 이 누디아 땅에 저들을 도와 버티려고 온 게 아닙니다.
이기려고, 승리하려고, 저 거짓된 자들에게 진정한 빛이 무엇인지, 정의가 무엇인지 알려주러 온 자들.
그래, 저들이 말하는 ‘대행자’ 가 바로 우리들인 것입니다.”
“대행자, 말입니까?”
“항상 빛이 어쩌고 하면서 지껄이다가 싹 변해서 뒤통수를 치는 저들과 맞서 싸우는 우리들이야말로 빛이고 정의가 아니면 뭐겠습니까?
이건 우리들의 성전인 겁니다.
침략에 맞서 싸우는 방어전으로 끝날 일이 아니란 것이죠.
우리들은 저 타락한 자들을 몰아내고, 신성 프러센의 땅에 승리의 깃발을 꽂을 것입니다.”
누디아를 도와서 방어전만 펼치다보면 적이 지쳐 떨어져 나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 분명히 있을 것이다.
여태까지의 전쟁은 그런 식으로 진행되었으니까.
하지만 이번 전쟁은 다르다.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 아니면 적 둘 중 하나가 완전히 패망하려 사라질 때까지 끝나지 않는 싸움이다.
“시온 클라우젠 부사령관.”
“네, 사령관님.”
“그렇게 결정을 내린 이유가 있겠지.
뭔가?
그대가 그런 생각을 한 이유 말일세.”
볼코 후작은 자신에게, 그리고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요구했다.
총사령관으로서 군의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기 위해서, 그리고 시온이 직접 제 입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면서 군의 전체적인 부분이 자신에게서 그에게로 넘어가는 그림을 그려주기 위해서 말이다.
“첫 번째 이유로, 적들의 전력이 많이 이탈했습니다.
아무래도 후방에 무슨 문제가 생긴 듯 한데 점점 밀려나던 누디아 군이 방어선을 사수하고 있는 게 그런 이유죠.”
“적들의 함정일 확률도 있을 터인데.”
“물론 그렇습니다만 굳이 바로 밀어낼 수 있는 방어선을 두고 속임수를 쓰는 건 시간 낭비이고 인력 낭비이며 또한 자원 낭비입니다.
저들의 목적은 빠르게 누디아를 꿰뚫고 히스파냐까지 밀고 들어와 자신들의 헛소리로 우리들을 심판하겠다는 것, 그게 전부이니까요.”
상당히 논리적인 반박에 볼코 후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의 빛을 내비쳤다.
자신 같아도 당장 뚫을 수 있는 방어선을 앞에 두고 병력을 뒤로 빼면서 다른 병력의 손해를 감수하는 멍청한 짓은 결코 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두 번째 이유.
적의 기세가 주제를 모르고 너무 치솟았습니다.
이걸 한 번 꺾지 않으면 우리들도 힘들 겁니다.
그리고 적의 기세를 꺾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세를 막는 게 아니라 역으로 공격하여 적에게 상처를 주는 겁니다.
치명상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여태까지 공격만 하던 자는 역으로 공격을 당하면 어느 누구든 당황하기 마련이니까 말이죠.”
“적들에게로 완전히 넘어간 흐름을 되찾아 오겠다는 소리인가?”
“그렇습니다.
이대로 시간을 끌어봤자 결국 그 흐름에 지배당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아군 피해도 계속 누적이 될 것이고 누디아는 말할 것도 없겠죠.”
당장 전투에서조차 그 흐름이 주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잘 싸우고 있던 군대가 갑자기 역풍이 강하게 불어 앞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 조금 어렵다거나 눈을 뜨기가 약간만 불편해져도 그대로 진형이 무너지기도 한다.
완전히 패퇴하기 직전의 병사들이 적장 하나가 죽었다는 소식에 갑자기 역전의 용사로 돌변하여 고함을 지으며 적들을 깨트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보다 더 큰 의미의 ‘전쟁’에서 그 흐름을 가져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이 자리에 모인 이들에게 더 강조하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세 번째로, 우리까지 방어에 집중하면 결국 누디아 군은 딱히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건 무척이나 중요한 부분이었다.
히스파냐 2군은 독자적인 군사 활동보다는 누디아를 돕고, 또 누디아의 도움을 받으면서 활동하는 것을 예상하고 넘어온 것이다.
아무리 군의 규모가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연속되는 전투로 그 전력이 차즘차즘 깎여나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역으로 완전히 격퇴당하는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누디아 군대와의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상황.
헌데 시온의 입에서 누디아의 군대가 딱히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니 당연히 지휘부 인사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온은 이 자리에 있는 그 어떤 이보다도 누디아 군대를 많이 경험했으니까.
그렇기에 저들이 도움이 될 존재들인지, 아니면 짐만도 못 한 어중이떠중이들인지 바로 파악이 가능했으니까.
“부사령관님.
누디아 군대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거야말로 큰일 아닙니까?”
“당장 지원은 고사하고 방어선이 뚫리면 이곳 누디아 왕성까지는 빠르면 이틀입니다.
그 후로는 누디아 서부까지 직행이니 히스파냐도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회군이라도 해야 하는 겁니까?”
단순히 누디아 군대가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에 별의별 의견이 다 나온다.
큰일 아니냐, 히스파냐가 걱정이다, 회군하여 방어에 주력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 따위.
시온은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볼코 후작과 딱 시선이 마주쳤다.
그는 시온을 바라보며 두 눈을 감고 가볍게 한숨을 내뱉는 것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 했을 건 아닐 텐데 굳이 그런 말을 왜 했냐고 말이다.
‘당연히 해야지.
이 잘난 인간들의 경쟁심을, 그리고 허영심을 부추기려면.’
기본적으로 남보다 위에 있는 자들은 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 한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그렇게 높이 올라가려는 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당연히 공을 세우는 것.
특히나 전공은 그 어떤 공적보다도 더 가치 있는 것이니 모두가 위험하다고 인식을 하면서도 가능만 하다면 어떻게든 챙기려고 안달을 하는 부분이다.
“여러분.
우리 히스파냐가 그 누디아 군을 가르칠 수 있다면 어쩌시겠습니까?”
“···예?”
“부사령관님?”
“그게 무슨 말씀···.”
“우리들이 누구입니까.
자랑스러운 히스파냐의 전사들입니다.
왕국민들의 간절한 염원, 빛이라고 주장하며 정작 그 빛을 더럽혔던 자들을 처단하고 그 성소에 진정한 승리의 깃발을 꽂으며 이 세상에서 비로소 추악하고 더러운 것을 몰아내었다고 외칠 수 있는 것.
바로 그 부분을 행하기 위하여 여기에 온 것입니다.”
이미 히스파냐 내부에서는 빛의 교리가 뭐 어떻게 입을 열어볼 분위기가 아니다.
왕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빛의 교리의 흔적을 전부 지우며 이리 타락하고 추악한 자들의 모든 흔적을 지워야 한다고 날뛰고 있는 상황.
당연히 여기 모여 있는 귀족들도 나중에 역풍을 맞지 않으려면 당연히 빛의 교리, 하면 바로 사나운 기세를 드러내며 극렬 반대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했다.
시온은 바로 그 부분을 백 퍼센트, 아니 천 퍼센트 이용할 생각이었다.
“아쉽게도 누디아는 우리보다 안타까운 상황에 있습니다.
이미 해로운 빛을 너무 많이 쬐어서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믿지 못 하고, 이미 저들이 빛이 아님을 스스로 드러냈음에도 그걸 받아들이지 못 하고 있지요.
싸울 용기도 있고 내 목숨, 내 가족, 내 고형, 내 나라를 지킬 의지도 있는데 정작 확신이 없는 겁니다.
내가 정말 저들에게 창칼을 내지를 자격이 있나?
저들이 정말 빛이 아닌 건가?
하는 그런 의문으로 인해 말입니다.”
그렇게 말한 후 시온은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직후 미리 시온과 입이 맞춰져 있던 한 귀족이 바로 고성을 내지른다.
“어리석기는!
당장 저 추악한 자들이 누디아의 땅을 불태우고 사람들을 해치고 있는데도 그런 얼토당토않은 소리나 하고 있다는 것입니까?
한심하기 그지없군요!
저런 치들과 한때 열심히 싸웠던 제 자신이 다 초라해집니다!”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상황이 전쟁 초기도 아니고 싸울 만큼 싸웠을 테고, 당할 만큼 당했을 텐데 아직도 헤매고 있단 말입니까?
누디아의 수준이 참 많이도 떨어졌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히스파냐에게 몇 번이고 패하다보니 아예 정신줄을 놓은 모양이지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의 흉을 보면서 덤으로 자신들의 자존심 높일 때만큼 즐거운 때는 없으며 또한 그만큼 모두가 단결되는 경우도 없다.
심지어 그 남이 얼마 전까지 치고받고 싸우며 혈투를 벌였던 라이벌이었다고 한다면 더더욱!
“그런 자들에게 확신을 줄 이들이 필요합니다.
비록 같은 인간이나 불의를 보고 불의라고 외칠 수 있는, 악을 보고 악이라고 말할 수 있는, 빛이 아닌 자들을 빛이 아니라고 당당히 밝힐 수 있는 그런 이들 말입니다.
그 선두에 우리가 서는 것입니다.
여전히 헤매고만 있는 누디아의 병사들을 바로 우리들이 인도하는 겁니다.”
“인도라 하신다면?”
“보여주는 겁니다.
신성이니 뭐니 하는 저것들도 결국 패한다는 사실을.
거짓된 자들에게 더는 기도도 통하지 않고, 빛의 가호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묻는 겁니다.
그래도 우리 히스파냐와 싸우던 너희들이 이 정도로 추락했냐고, 너희들의 나라가 이렇게나 고통 받고 있는데 우리들보다 뒤에 서서 구경만 할 거냐고.
이 땅에서 우리들이 전공과 명예 전부를 챙겨가도 좋냐고 말입니다.”
이미 누디아를 몇 번이고 박살내면서 자신감을 얻은 귀족들, 그리고 병사들이다.
이제는 그걸 뛰어넘어 누디아의 어리석은 자들에게 우리들의 이 찬란하고도 영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자고 시온은 속삭였다.
뽐내고 싶잖아, 저들의 감탄과 찬사를 받고 싶잖아.
한 때는 적이었던, 한 때는 경쟁자였던, 한 때는 히스파냐를 위협하던 자들에게서.
그들 스스로 히스파냐가 자신들보다 한 수 위라는 사실을 듣고 싶잖아!
“이미 면밀히 조사한 결과, 그리고 누디아 왕실의 정보까지 취합한 결과 적의 주력이 갑자기 발길을 돌려 후방으로 이동했다는 소식입니다.
아무래도 뒤에서 무슨 문제가 터진 듯 한데, 애당초 거짓된 교리와 추악한 거짓으로 점철된 자들이었으니 당연한 일이겠죠.”
거기에 더해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 적의 기세는 많이 줄어들었고 전력도 나뉘어서 한 판 해볼 만한 상황까지 딱 만들어졌다.
출발 전부터 사기는 진작 최고 상태를 유지하도록 다듬었고 마음속에는 적들에 대한 적의를 가득 채웠으며 더해서 한 때는 적이었던 누디아에게 그야말로 구원자 그 자체가 될 수 있다는 달콤한 말까지 흘려주었다.
이 정도면 귀족들은 물론이고 병사들도 충분히 혹하게 된다.
단순히 의무감만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너희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가 될 수 있고 또 얼마나 유리한 상황에 있는 것인지 계속 강조하는 것이다.
“우리들이 누디아를 도와서 방어선을 지키는 것.
물론 그게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리 해서는 이 전쟁을 끝낼 수가 없습니다.
더해서 누디아 군은 영원히 안개 속에 갇힌 것 마냥 헤맬 것이고 우리 히스파냐 없이는 스스로 버틸 수조차 없을 지도 모릅니다.
계속된 패전으로 인해서 다 잃어버린 저들에게 우리들이 알려줍시다.
승리란 이렇게 거두는 것이라고, 너희의 땅을 되찾고 싶다면 이렇게 싸우라고.
우리 히스파냐의 뒤를 따라 이 영광스러운 전쟁에 진정한 의미로 참전하라고!
우리들이 우리 스스로를 증명할, 정의의 전장으로 나서라고 말입니다!”
전쟁터는 오히려 정치판보다 단순하다.
이길 수 있다면, 이겨야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거기에 만세에 길이 빛날 영광을 보여준다면 금상첨화다.
“어쩔 수 없군요!
누디아에게 진정한 전투란 무엇인지 보여줘야겠습니다!”
“하도 패배만 하더니 겁쟁이가 된 놈들!
우리들이 제대로 알려줍시다!”
귀족들의 허영심까지 자극되니 순식간에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이미 적들과 싸우기로 결의가 되어 있는 병사들의 지휘관이라는 자리.
공을 세우고 싶다는 욕구, 거기에 이길 확률이 매우 높다는 희망.
더해서 전쟁 영웅인 시온 클라우젠이라는 남자가 더해주는 안정성까지.
여기서 ‘그래도 위험하니 싸우는 건 위험하지 않을까요?’ 하고 말하는 건 스스로의 주가를 나락을 떨어트리겠다는 소리와 다름이 없었다.
‘당장 병사들 사이에서도 누디아 겁쟁이들에게 제대로 히스파냐의 결심과, 그로 인한 힘을 보여줘야 한다는 말들이 돌도록 조치를 취해두었거든.
귀족들이 그 반응을 지켜보면서 몸 사리다가는 병사들한테 단체로 반발 받기 십상이지.
더해서 기사들도 거의 다 넘어갔고.
명예를 잃은 귀족에게 남은 건 다른 귀족들에게 받는 조롱뿐이니 그게 싫어서라도 외쳐야지.’
시온이 미쳤다고 귀족들 앞에서만 이러고 있겠는가?
이미 입담 좋은 몇몇 병사들을 매수하여 지금 회의장에서 돌고 있는 이야기들을 대충 비슷하게 풀어놓으라고 지시한 후였다.
막기만 하다가는 그냥 소모전을 치르다가 누디아와 함께 죽을 뿐이다.
차라리 싸워서 적들을 몰아내고 우리 스스로가 위대한 승리자가 되는 건 어떻겠느냐.
저들이 말하는 심판자가 우리가 되고, 대행자가 우리가 되며, 성전을 일으키는 건 우리가 되는 것이다.
‘정의를 집행한다!
아아, 이 얼마나 사내 가슴을 진동시키는 단어란 말인가!’
적들이 빛에 미쳐 거대한 전쟁을 일으켰다.
거기에 맞서 싸우려면 이쪽도 당연히 미쳐야 한다.
저들의 논리를 반박하여 우리가 더 타당하다고 외치고, 저들이 말하는 타락을 역으로 이용하여 사실 배신한 자, 타락한 자는 너희 스스로라는 프레임을 뒤집어씌운다.
‘이미 전쟁을 일으킨 순간 너희는 공공의 적이 된 거다.
계속 이기는 한 너희가 정의라고 고집이라도 부릴 수 있겠지만, 패배하여 너희들이 말하는 빛이 역시나 너희들이 말하는 죄인들에게 밀려나는 순간 그 빛은 더 이상 빛이 아닌 거야.’
그러니 더더욱 이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천족들 대다수와 요정들이 마족들 잡겠다고 후방으로 빠진 이 타이밍을.
한 번의 승리 이후 다시 지지부진한 대치가 계속된다고 해도, 분노한 적들에 의해 반격을 당한다고 해도.
“가즈아아!”
“증명하기 위한 싸움터로!
정의의 전장으로!”
그리하여 누디아의 그 어떤 이도 보여주지 못 했던 찬란함을.
히스파냐의 2군이 누디아의 병사들에게 보여주면서 전장으로 내달린다.
너희 같은 겁쟁이 따위는 그냥 집이나 지키는 개가 되어라.
우리들은 저들이 배신한 빛을 손에 쥐고 달리며 저들이 말하는 거짓된 정의가 아닌, 진짜 의미의 정의를 집행하는 진정한 빛의 후예가 될 것이다!
“···.”
“···.”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누디아의 병사들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뭔가를 느꼈다.
속에서 뭔가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기도 하고, 슬며시 부아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저들은 뭘 믿고 저리 당당한 걸까, 왜 저리도 빛이 나는 걸까.
분명 여태까지 싸운 건 우리들이고, 이 땅은 우리들의 나라이니 당연히 우리가 저렇게 당당한 모습을 가져야 하는데, 왜 너희가.
히스파냐 따위가!
언제든 우리 누디아가 앞지를 수 있는 평범한 이웃 나라였던 너희가 왜!
파지직!
다 꺼져가던 불꽃에 경쟁심이라는 기름이 들이부어지는 순간이었다.
―――――――작품 후기―――――――
3편 올려봤습니다 코 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