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364)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364화(364/439)
364―――――
승리를 위한 1보 후퇴
“물어.”
시온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 순간, 가장 당황한 이는 당연히 에카테리나였다.
자신에게 명령조로 말하는 건 어떻게 넘어간다고 치더라도 그 내용이 너무 이상하다.
죽이라는 것도 아니고, 잡아먹으라는 것도 아니고, 물라고?
“···야, 너 지금 뭐라고···.”
“물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깨물라고.”
“지금 나랑 장난이라도 하자는 거야?”
“지금 장난하자고 굳이 너를 여기에 불러서 이러고 있을까?”
평소에는 항상 미소를 짓고 있어서 미처 모르던, 시온이 지을 수 있는 가장 차갑게 굳은 표정을 본 에카테리나는 흠칫하고 몸을 떨었다.
딱히 힘이나 기운으로 자신을 위협한 것도 아니고 그냥 인상 한 번 찡그린 것인데 그게 평소와는 달라도 너무 달라서 용인인 그녀조차 놀란 것이었다.
“리시.
재갈 물려.”
“네?
아, 네!”
혹시나 혀를 깨물지 못 하도록, 그리고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 하도록.
먼저 손수건을 물린 후에 그 위에 재갈을 물린 리시키다는 다 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하고 있어, 에카테리나.
물라니까?”
“정말 물라고?
뭐 질문을 하라는 게 아니라, 그냥 깨물라는 소리야?”
“그래.
아까 보니까 막 물어서 잘만 죽이더구만.
그 정도는 아니어도 충분히 피가 배어나올 정도로, 아주 고통스럽게 해줄 정도로 막 물라고.”
“도대체 왜 그런 짓을··· 아니, 잠깐만.
내가 말했을 텐데?
명령하지 말라고.
그리고 내가 하기 싫다는 건 시키지 말라고.
이 년은 약해도 너무 약한 년이야.
이 년의 피나 살맛은 그냥 밍밍하기 짝이 없다고.
입에 대기도 싫어.”
저런 불만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저 불만에 어떻게 대처하여 어떻게 수그러들게 할지도 전부 생각하고 있었다.
“김유현.”
“응?”
“김유현 오면 진심으로 너와 한 번 붙어보라고 말해줄게.
네가 전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고 말한다면 그 녀석도 조금은 흥미가 동할 걸.”
“이런 멍청한 놈이!
너 따위가 말한다고 김유현, 그 괴물이 그걸 생각이나 할 것 같아?”
“생각하지.
그리고 들어주지.
나 따위가 아니라, 내가 말하는 거니까.”
과한 자신감?
아니다.
에카테리나가 말하는 그 괴물은 반드시 자신의 말을 따를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김유현은 그 사기적인 무력과는 별개로 의외로 귀가 얇았다.
그래서 다른 이들에게 참 많이도 휘둘렸고, 그 때문에 작가는 뭐 이런 고구마 백만 개는 먹은 것 같은 주인공이 다 있냐고 독자들의 집단 반발도 샀었다.
‘아마 작가놈님은 이세계로 떨어져 아무리 개고생을 하고 아무리 성장하여 최고로 강해진다고 해도 결국 지극히 평범했던, 아니 평범함을 넘어 소심했던 한 청년의 모습이 전부 사라질 수는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지도 모르지.’
그 말대로 세상 어떤 사람이 자신의 본성을 완전히 접어두고 딴 사람처럼 살 수 있겠는가.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소심함은 아무리 힘과 재력이 생겨도 없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고 사람을 믿고 싶어 하는 마음은 별의별 사람을 다 만나면서 고생을 해도 잘 지워지지 않을 수도 있다.
김유현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고, 시온은 그런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몇 번 겪으면 거기에 맞춰서 변할 수 있고, 그렇게 해서 멀쩡히 잘 살 수 있다면 그보다도 더 한 변신을 거칠 수도 있다.
“내기할까?
과연 김유현이 내 말을 들어줄지, 안 들어 줄지.”
“···.”
싸움에 워낙 열중하는 종족이기에 용인들은 본능적인 감이 매우 좋다.
그런 의미에서 에카테리나가 시온을 보기에 지금 그는 거짓말을 한다거나, 근거 없는 자신감을 무슨 도박하듯 내보이고 있는 게 결코 아니었다.
확실한 믿음, 그리고 거기에서 나오는 완벽한 자신감, 시온에게서 느껴지는 건 그게 전부였다.
“으읍!
으으읍!”
“어려운 거 없잖아.
그냥 네가 아까 전에 하던 것보다는 약하게, 죽지 않을 정도로 그냥 온몸 곳곳을 깨물면 된다고.
피가 나도 상관없고 좀 세게 깨물어서 살점이 덜렁거려도 상관없어.
어차피 시간 좀 지나면 회복할 테니까.”
“···도대체 왜 깨물라고 하는 건데?”
“내가 말하라고 좋게 말했는데, 싫다고 하잖아.
그러면 당연히 이쪽의 반응을 보여줘야지.
난 분명히 입 열라고 말했어.
이 이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이 시간이 지나면 무슨 말을 해도 들어주지 않을 거라고 했으니까.
무시를 당했는데 가만히 있으면 자존심 상하지.”
사실 에카테리나에게 딱히 문제될 건 없었다.
김유현과 싸우다가 송곳니가 부러져서 아예 그걸 쑥, 하고 뽑아내고 새 이가 자라날 때 간질거리는 걸 잠재우기 위해 나무토막 하나 붙잡고 잘근잘근 씹는 것과 비슷하니까 말이다.
‘상위 천족도 아니고 중위 천족 하나 가지고 괴롭히는 건 딱히 취향이 아니지만···.’
그걸로 김유현이 자신과 정말 진심을 다 해서 한 번이라도 싸워준다면 남는 장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에카테리나는 잠시 시온의 거래 조건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 후 자신에게 크게 안 좋은 점이 없다고 판단한 후 입을 열었다.
“죽지만 않게 물면 된다고?
뭐 다른 거 없이?”
“그래.
그냥 계속 물어.
물고, 물고 또 물어.
이게 김유현이다, 이게 널 자꾸만 무시하는 김유현이다, 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김유현이라고 생각하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물면 깨물어 죽일 것 같은데?”
“···.”
그러면 김유현 생각하지 마.
손을 내저으며 거기까지는 참아달라는 의사를 강력히 어필하는 시온이었다.
“그런데, 팔이나 다리 깨무는 것 가지고는 딱히 저 비둘기가 뭐 반응이 없을 것 같은데.”
“생명에 지장 생기는 부위 빼고는 다 물어.
아주 그냥 돼지새끼처럼 비명을 지르게.”
“오, 그건 조금 재밌겠는데?”
갑자기 에카테리나의 눈동자가 이상하게 반짝거린다.
그에 시온이 ‘이 여자가 또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 거지?’ 라고 쳐다보니 그녀는 제 턱을 만지작거리며 무슨 옛날이야기를 떠올리듯 아련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몬스터들을 제외하고는 결국 다 비슷하다고 들었어.
인간부터 시작해서 요정, 수인, 천족, 마족, 그리고 우리 용인들까지.”
“뭐가 비슷하다고?”
“신체 구조 말이다, 신체 구조.
그러면서 알게 된 건데 우리 용인들은 교미라고 하는 걸 너희 인간들은 뭐라고 했더라, 약간 이상한 단어로 부르던데.
아무튼 거기에서 여인들의 민감한 부위가 있다고 들었거든.”
“···?”
이 미친년이 또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지?
깨물라는 말은 어디까지나 천족 여인의 공포를 유발하기 위함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중위 천족보다 훨씬 강하다는 상위 천족이 에카테리나에게 목을 물어 뜯겨 살점이 한 움큼 뜯겨져 나오고 피분수를 쏟으며 그대로 죽어버렸다.
더해서 다른 천족들은 산 채로 사지가 뽑히거나 허리가 분질러지거나 하는 등의 상상 그 이상으로 참혹한 최후를 눈앞의 용인, 에카테리나에게 당했다.
그런 여인이, 꽁꽁 묶인 채 입에는 재갈까지 물린 자신을 아주 신나게 물어준단다.
죽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고통스러울 것이고 충분히 두려울 것이다.
제아무리 빛의 뜻을 외치며 중요한 건 오직 과업이라고 외치는 빛의 후예들, 천족이라고 해도 당장 조금 전에 동족들을 말 그대로 씹어 드시던 미친 여인이 자신을 깨문다는데 제정신을 유지할 수가가 있을지는 미지수였으니까 말이다.
기껏 기회를 주겠다고 말까지 했는데 그걸 무시하고 버티겠다고 한 비둘기에게 그 정도 고문이면 딱 적당하겠다고 생각한 시온이었다.
‘난 그냥 어디까지나 약간의 신체적 고통에 조금 더 큰 정신적 고통을 줄 생각이었는데.’
어째 이 야생의 도마뱀은 그보다 더 무시무시한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거 이러다간 천족이 아예 미쳐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잠시 고민을 한 시온은 결국 에카테리나를 말리지 않는 길을 선택했다.
‘비둘기, 네가 선택한 길이니 책임도 네가 져야지.’
어디를 어떻게 물리든, 결국 이쪽이 물어보는 것에 대답을 하지 않았으니 받는 벌이다.
자신은 충분한 경고를 해주었으니 그 정도 벌은 받아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시온은 재갈을 물리고 자신의 명령을 기다리는 리시키다를 바라보았다.
“리시?”
“네, 주인님!”
“아무래도 에카테리나가 하루 종일 바쁠 것 같아서 그러는데, 오늘은 네 막사에서 좀 지내야 할 것 같아.
괜찮겠지?”
“네, 물론··· 네?”
시온의 말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대답하던 와중에, 리시키다는 자신이 뭘 잘못 들었나 싶어 거의 고함을 치듯 반문했다.
지금 자신이 들은 게 정말이냐는 눈빛에 시온은 한창 송곳니를 만지작거리는 에카테리나와 으으읍!
하고 공포에 물든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천족 여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막사에 있다가는 좋은 꼴을 못 볼 것 같아서.
혹시 조금 그렇다면 루드비히의 막사로···.”
“아니요!
아니요!
저, 저랑 같이 지내시면 돼요.
네, 그러면 돼요!
무조건 돼요!”
어지간해서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리시키다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을 때 좋은 티조차 내지 않을 정도로 겨울 왕국 같은 여인은 또 아니었다.
마치 처음 생일 선물을 받아보는 듯 한 그녀의 눈빛에 시온은 ‘···이거 혹시 너무 위험한 선 건드린 건 아닐까 몰라.’ 하고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에카테리나.
내일 보자.”
“에휴.
아직 해도 안 떨어졌는데 이런 맛없는 비둘기나 물어뜯고 있어야 한다니.”
“으읍!
으브브븝!”
“가만히 있어.
지금부터 확 물어주기 전에.
야, 시온.
정말이지?
이거 물어주기만 하면 김유현한테 부탁해서 아주 잠깐이라고 해도 진심을 다 해서 나랑 싸우게 해주는 거지?”
“너랑 이제부터 안 볼 사이도 아니고, 너와 김유현 사이의 승부가 나지 않는 이상 계속 볼 텐데 미쳤다고 용인을 속이는 인간이 있을까?
미안하지만 난 잠깐의 이윤을 위해서 후일의 위험을 부담할 정도로 미친놈은 아니야.”
“좋아.
뭐, 그냥 통나무 하나 씹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죽이지는 마라.
어찌 되었든 천족이고, 날개는 시간을 두면 천천히 재생될 테니 써먹을 구석이 아주 많거든.”
그 잔소리는 그쯤 해두라고 투덜거리는 에카테리나였다.
천족들과 싸울 때도 눈깔 돌아가서 미쳐 날뛰지도 않았는데 뭐가 걱정이냐는 말투.
시온은 그런 용인 여자의 말에 ‘가슴에 칼 하나 꽂은 채로 천족 목 물어뜯고, 날개를 잡아뜯고 마지막에는 그 칼을 제 손으로 뽑던 게 가장 문제였어.’ 라고 말하고 싶었다.
다행히 히스파냐나 신성 프러센의 병사들이 그 부분까지는 제대로 보지 못 해서 다행이지, 만약 그 장면을 전부가 봤다면 정말 마족 추종자라고 몰려도 할 말이 없을 수도 있었다.
“믿고 간다.”
“걱정하지 말라고, 좀.
김유현, 그 남자랑 제대로 싸우기 위해서라도 아주 정성을 들여서 깨물어줄 테니까.
아마 내일 되면 네게 없던 사실조차 지어서 만들 정도로 입을 물렁물렁하게 만들어줄게.
어때?”
“네 마음이야 고맙지만 저 여자의 입이 물렁물렁해져도 딱히 들어줄 생각은 없어.
이미 기회를 주었고, 그 기회를 걷어찬 건 본인인데 내가 왜 나중에 가서 그걸 들어주는 수고를 할까.”
“오···.
갑자기 마음에 드네.
그런 부분 좋아.
인간답지 않은 그런 자세.”
킥킥거리며 웃어대던 에카테리나는 갑자기 리시키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갑자기 그녀에게 제 손을 내민다.
“···?”
“뭐하고 있니?
그거 내놓으렴.”
“무슨 말이죠, 에카테리나님?”
“네 허리에 달려있는 거.
그거 좀 달라고.”
에카테리나의 말에 리시키다는 반사적으로 제 허리춤을 내려다본다.
그리고는 ‘아!’ 하고 탄식을 내뱉더니 급히 허리춤에 묶여있던 것을 풀어서는 꽉 끌어안는다.
“뭐해?
달라니까.”
“이건 안 됩니다.
이건 안 돼요.
절대 안 돼.”
“···뭔 헛소리야?”
“절대 못 줘요.
이건 절대 안 돼요.”
“아니, 그게 무슨 대단한 보물이라도 돼?
그냥 평범한 검이잖아.
그냥 잠깐 이 좀 갈려고 하는 거니까 한 몇 분 쓰다가 돌려준다고.
뭐가 문제야?”
에카테리나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듯 버티고 서있는 리시키다를 바라보며 황당하다는 눈치.
검 한 자루가 뭐 얼마나 한다고 저런 반응인지 모르겠다는 그녀였지만 시온은 알고 있었다.
왜 리시키다가 자신의 허리에 있던 검 한 자루에 그렇게 집착하는지.
호위기사는 자신이 지킬 대상에게서 직접 검을 하사받는다.
네가 바로 나의 검이라는, 나를 지키기 위해서만 움직이는, 자신만의 사람이라는 일종의 증명을 받는 셈이었다.
리시키다가 차고 있는 검은 클라우젠 변경백령에서 받은 것이 아닌, 시온에게서 받은 검이다.
그래서 그녀가 검을 정말 소중히 여겼고 시온을 위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된다면 검을 뽑지 않고 항상 잘 갈무리해오곤 했었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시온이었다.
“에카테리나.”
“응?”
그래서 시온은 자신이 차고 있던 검을 대신 주었다.
리시키다의 검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검.
클라우젠 변경백령의 후계자, 차기 변경백을 위해서 바쳐진 명검이었다.
아마 저 검을 만들기 위해 변경백령의 대장장이 수 명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여 만든 결과물을 시온은 너무나도 기꺼이 에카테리나에게 내어주었다.
“···이걸로 정말 이 좀 갈아도 괜찮겠어?
이건 내가 봐도 조금은 귀해 보이는데.”
“싫음 말고.”
“내놔.”
시온의 손에서 재빠르게 검을 채간 에카테리나는 곧 그걸로 제 이를 갈아내기 시작했다.
제 말로는 요즘 들어서 김유현한테 맞고, 그러면서 이를 너무 세게 악물었다가 많이 무뎌졌다며 이걸로 물면 자신이 딱 원하는 만큼의 상처나 출혈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중얼거렸다.
카가각, 카가가각―.
전투보다는 권위를 상징하는 용도의 검이라고 하지만 어찌 되었든 적을 살상하기 위한 병기이니 그 날카로움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에카테리나는 그 검으로 제 이를 조금씩 갈아내고 있었고 그럴 때마다 반대로 시온의 검은 점점 이가 나가는 중이었다.
“끝나면 어디 잘 둬.
나중에 대장장이들한테 좀 봐달라고 하면 되니까.”
“아으아니까 어여 가바.
나하테 마껴두고.”
시퍼런 빛이 번뜩이는 검을 입 안에 쑤셔 넣고서 후비적거리는 장면이 상당히 이상했지만 시온은 별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으로 리시키다를 데리고서 막사를 나섰다.
“···.”
리시키다의 표정이 좋지 않음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시온은 일부러 발걸음을 아주 천천히 떼며 그녀가 말할 타이밍을 만들어주었다.
“···죄송해요.”
“그렇게 사과할 줄 알았어, 리시.
답을 하자면 네가 사과할 필요는 없어.”
“하지만 저 때문에 주인님의 검이···.”
“리시키다 암셸이라는 검보다 가치가 있을까.”
시온이 그렇게 답을 해주며 장난스레 볼을 꼬집어주니 리시키다가 우우, 하고 놀리지 말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입가에서 자꾸만 씰룩이고 있는 미소를 지우지 못 했다.
그 반응이 무척이나 귀여웠기에 남은 볼도 쭈욱, 하고 잡아당기며 장난을 치려는 찰나.
뒤에서 인기척을 느낀 리시키다가 다급히 몸을 돌리고는 자세를 바로 잡는다.
“부사령관님.”
“···아, 무슨 일이죠, 루드비히 공자?”
“전서가 날아왔습니다.
비둘기가 아닌 매인데, 시온 공자님께 보내는 서신이 들어있었습니다.”
히스파냐나 누디아처럼 전서구를 쓰는 게 아니라 매를 쓰는 이들은 북쪽 전사들이다.
하지만 방금 전 쟌과 에오스에게서 소식을 전달 받은 후였기에 그 후 또 전서가 도착했다는 건 조금 이상했다.
그들이 아니라면 또 매를 쓰는 이는 자신과 다른 남자 하나가 전부인데.
루드비히가 내민 전서를 받아든 시온은 그 안에 적혀있는 내용을 확인하곤, 미소를 지었다.
―남부 종료.
지금 출발하겠습니다.
―――――――작품 후기―――――――
지금 만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