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369)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369화(369/439)
369―――――
역습
최상위 천족들의 현 리더인 루는 마음이 무척이나 어지러웠다.
그저 귀환이 늦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자신의 여동생, 샤이엘라가 복귀는커녕 소식까지 완전히 끊어진 채 행방불명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에게 내려진 과업은 은밀하게 이동하여 히스파냐의 남부 지역을 습격하는 것.
전면전이 아닌 기습, 그리고 충격을 주기 위한 행위로 절대 무리하지도 말고 혹 꼬리가 붙으면 무조건 안전한 곳으로 퇴각하라는 말까지 해두었다.
샤이엘라가 싸움에 꽤나 목말라 있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를 교육하는 것에 흥미가 돋아서 하는 것일 뿐 용인들 마냥 싸움 자체에 미친 건 결코 아니었다.
때문에 아니다 싶으면 빠지라는 자신의 명령을 비교적 잘 들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감감 무소식.
‘은밀하게 히스파냐의 소식을 알아봤지만 딱히 남부에서 우리 빛의 후예들을 잡아 죽였다는 이야기는 어디서도 들리지 않았다.’
히스파냐 측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다면 분명 어떻게든 써먹으려 할 터인데.
그러고도 남을 추악한 자들인데 그들조차 침묵하고 있다.
이러면 결국 결론은 하나, 샤이엘라와 그 휘하 천족들이 누군가에 의해 쥐도 새도 모르게 완전히 제거되었다는 소리였다.
‘도대체 누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역시나 용인족의 여인.
이유는 모르겠지만 인간들 편에 서서 자신들과 대적하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숫자는 단 하나, 그러나 용인의 강력함은 천족도 마족도 전부 알고 있는 부분이기에 루는 일단 에카테리나를 가장 먼저 용의자로 생각했다.
하지만 곧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시간이 맞지 않아.’
용이 아니라 왜 ‘용인’ 이겠는가.
전설 속 이야기에서 떠도는 용처럼 거대한 꼬리, 머리에 솟은 뿔, 드문드문 돋아난 비늘까지 있는데 정작 날개는 없는 존재들이라서 그렇다.
몬스터를 제외한다면 지형지물을 무시한 채 하늘을 날 수 있는 건 오직 천족뿐이다.
물론 최고위 마족 중 몇몇이 날개를 지니고 있긴 했으나 그건 전부 자신들이 다 찢어두었으니 이제는 의미가 없는 것이고.
아무튼 시간 계산을 해보면 도저히 맞지가 않았다.
방금 전 도착한 보고에 의하면 신성 프러센의 군대가 당할 때 거기에 속해있던 상위 천족 셋과 중, 하위 천족들이 전부 용인에게 당했다고 한다.
이런저런 목격담으로 봤을 때 동일한 용인족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고,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레 그 용인은 용의선상에서 제외되게 된다.
‘인간 측의 상급 기사 여럿이 미리 진을 치고 있다가 공격했다면 가능성은 있다.
하나라면 몰라도 여럿을 동시에 상대하게 되면 결국 불리할 테니까.
하지만 샤이엘라가 거기에서 빠져나오지 못 할 정도의 실력이 아니고, 인간들이 개입되었다면 더더욱 소식이 널리 퍼져야 정상이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조용해.
마치 히스파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일처럼.’
그러니 당연하게도 히스파냐 역시 아웃.
혹시 요정이나 수인들의 실력자들이라면 또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도대체 그들이 왜, 어떤 이유로 그 자리에 있었는지조차 설명이 되지 않으니 그것도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루는 그러다가 문득, 샤이엘라와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반드시 그 인간 남자를 교육시켜 줄 거예요.’
‘아아, 그 남자는 과연 교육을 받을 때 어떤 비명을 내지를까!’
‘강해요.
강하지만, 조금만 더 노력하면 닿을 수 있어요.’
‘거의 오라버니만큼 강해요.
조심하세요, 인간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으니까.’
이후 조사에 조사를 거쳐보니 그 인간 남자의 이름은 ‘김유현’ 이라고 했다
히스파냐의 기사 작위를 받았다곤 하지만 출생이 히스파냐는 아니라고 하고, 그렇다고 해서 누디아나 신성 프러센도 아니라고 했다.
어떤 이는 바다 건너 아주 먼 곳에서 왔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일단 확실한 건 대륙 사람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강했던 것일까?
이후 이어진 보고에 의하면 그가 상상 그 이상으로 강하다는 걸 알 수 있는 부분이 몇 있었는데 당장 샤이엘라를 패퇴시킨 것이 루에게는 가장 충격적인 부분이었다.
‘인간이 어떻게 거기까지.’
샤이엘라가 방심을 했을 리는 없다.
그건 오라비인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라, 천족 대부분의 생각이기도 했다.
상위 천족에서도 손에 꼽히는 실력자, 거기에 전투 경험이 웬만한 상위 천족의 배는 되는 여인이기에 그런 초보적인 실수를 할 이가 절대 아니었다.
그런 샤이엘라를 패퇴시킬 정도라면 천족 입장에서는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샤이엘라는 자신이 조금만 더 강해진다면 잡을 수 있다고 했고, 최상위 천족이라면 별 무리 없이 해치울 수 있는 실력이라고도 했지.’
인간 하나에 최상위 천족이 붙어야 한다는 건 자존심이 약간 상할 정도.
하지만 그만큼 강한 남자라면 그런 자존심 따위는 언제든 접어주고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현재 천족들은 꽤나 다급한 상황이었다.
자신들이 예상하고 생각하던 것과는 일이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빛의 후예 하면 간이고 쓸개고 다 내어줄 것 같았던 요정과 수인.
하지만 그들은 어느 순간 돌아서서는 빛을 외치던 동족을 쫓아내고 천족들을 적대시 여기는 인간들과 손을 잡아버렸다.
인간들은 또 어떻고?
신성 프러센이야 자신들의 안방이니 그렇다 쳐도 히스파냐는 고사하고 누디아조차 완벽하게 점령하지 못 한 상태다.
자신들에게 완전히 놀아나던 왕이 쫓겨나고 새로운 왕, 그리고 새로운 세력이 들어선 이후 알게 모르게 빛의 교리를 멀리 하려는 기운이 돈 게 치명적이었다.
그보다 더 멀리 떨어진 히스파냐는 두 말할 것도 없이 완벽하게 최악이었다.
오죽하면 동족을 보냈음에도 흔들리기는커녕 천족을 욕하며 오히려 자신들이 빛이고 선이며 정의라고 떠들 정도니 말 다 한 셈.
“···너무 급했다.”
일이 뜻대로 하나도 풀리지 않으니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음이 조급해지니 여유가 없어졌고, 여유가 사라지니 모든 행동과 말에 가시가 돋치고 날이 선 듯 날카롭게 변하고 말았다.
그것들이 그대로 신성 프러센이고 요정들이고 천족 자신들이고 모두에게 여과 없이 그대로 말과 행동에 투영이 되니 분명 빛의 교리라면 당연히 따를 것만 같았던 이들이 ‘이건 내가 상상하던 그 빛이 아닌데.’ 라고 떠들며 등을 돌려 도망치거나 반항하기 시작했다.
깨끗하게 정리될 줄 알았던 누디아의 영토조차 잡음이 많았고, 그걸 처리하느라 신성 프러센의 군 일부가 곳곳에 배치되어야만 했으며 요정들은 물론이고 천족들 자신조차 바쁘게 움직여야만 했다.
덕분에 누디아의 군대는 방어선을 계속 지킬 수 있었고 히스파냐는 누디아에 당도하는데 성공하고 말았다.
그리고 마족들은 그 사이에 또 호시탐탐 뒤를 노리며 눈을 번뜩였고 말이다.
“후우.”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도대체 누군가가 자신들의 모든 일을 망쳐놓은 것일까.
마치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마치 이 안에 배신자라도 있는 것처럼 아주 처음부터 끝까지 제 뜻대로 가지고 오는 그 인물이 도대체 누구일까.
루가 한숨을 내뱉으며 막 두 눈을 감고 고민에 빠지려던 순간이었다.
“루, 들어간다.”
중저음의 목소리와 함께 한 남자가 안으로 들어섰다.
루와 같이 순백의 날개를 여러 개 가진 남자였는데, 두 눈에서 안광이 줄기줄기 솟구치고 있는 중이었다.
“어서 와, 차.”
루의 인사에 ‘차’ 라 불린 남자는 주변을 슬쩍 살피고는 대충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물끄러미 루를 쳐다보며 마치 할 말이 있다는 듯 한 제스처를 취해보였다.
“뭐지?
무슨 일이라도 있나?”
“마족들을 격퇴하던 와중에 잡았다.”
“무슨 소리지?”
“그 년.
네가 예전에 빠져서 잠시 정신줄을 놓았던 그 마족 말이다.”
그러자 루의 표정이 일순간 굳어버렸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 자신의 멍청하고도 멍청했던 짓이 떠오른 것이다.
최상위 천족, 그 중에서도 리더 격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그야말로 천족들의 구심점이라고 할 수 있는 루였지만 그도 한 때는 어긋난 길을 갔던 적이 있었다.
‘릴리트.’
천족과 마족,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어야만 하는 싸움에서 이상하게 피어난 마음.
천하의 그 루조차 최고위 마족, 릴리트를 마주하는 순간 단 한 번도 품었던 적이 없는 욕망이 스멀스멀 피어올랐었다.
왜 그랬는지는 아직까지도 모른다.
여태까지 참고 또 참았던 욕망이 릴리트로 인해 강제로 폭발했던 것인지, 아니면 자기 자신이 릴리트를 핑계로 한순간이었지만 타락한 것인지.
“그 년을 만났을 때 네가 참 많이 실수를 저질렀지.”
“···.”
“심지어 우리 동족의 비밀을 일부 발설하기도 했고 말이야.”
“시끄럽다, 차.”
최상위 천족들만 알고 있는 루의 과오.
그걸 차가 끄집어내니 루는 인상을 팍 찡그리며 표정을 굳혔다.
불쾌하다는 감정을 대놓고 드러내는 루의 모습이 꽤나 신기했는지 차는 피식,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돌려 밖을 바라보고는 ‘끌고 들어와.’ 라고 말했다.
잠시 후,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인 상위 천족 다섯이 한 여인을 끌고 왔다.
여인 역시 몸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아보였지만 그래도 그 매혹적인 외모와 자태를 전부 가릴 수는 없었다.
풀썩!―
“뭐, 둘이 이야기 나눌 시간은 주지.
그 후에 이 년을 어찌 할지 생각하자고.”
차는 키득, 하고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닌 척 하지만 루가 자신들의 리더 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게 아니꼬운 그였다.
과거 마족 여인의 자태에 홀려서 일부라고는 하나 정보를 발설하기도 했고, 그 후에는 힘으로 그냥 싹 밀어버릴 수도 있는 걸 완벽한 그림을 그리겠다고 시간을 질질 끌다가 결국에는 상황을 이렇게나 어려운 순간까지 끌고 온 것도 있으니 좋은 감정이 있을 수가 없었다.
이번에도 굳이 릴리트를 죽이지 않고 생포하여 온 건 바로 루를 자극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면서 루의 틈을 만들어서 그를 뒤로 밀어내고 매우 호전적인 이가 리더의 자리에 올라 그냥 뒤를 보는 것 없이 완전히 밀어버리는 것, 바로 그걸 원하고 있었다.
“···.”
루는 두 눈을 감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벌써부터 백 여 년 전의 과거로 돌아온 듯, 코끝에 맴도는 냄새가 너무나도 향기롭다.
당장이라도 손을 뻗으면 그 보드랍고 매끈한 피부가 만져질 것 같았다.
“오랜만이네?”
감미로운 목소리가 루의 귓가에 슬며시 와 닿는다.
그 소리에 과거의 환상에서 벗어난 루는 눈을 뜨고서 제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여인을 바라본다.
“···릴리트.”
“안녕, 루.”
입고 있던 옷은 여기저기 찢어졌고 몸 곳곳에는 상처가 빼곡하게 들어섰으며 제대로 피조차 닦아내지 않아서 더러워진 얼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족 여인의 그 미친 듯이 아름다운 자태는 결코 가릴 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렇게 흐트러진 모습이 그녀의 아름다움을 더욱 극대화되는 것 같았다.
“···마족들과 함께 후퇴한줄 알았는데.”
“아, 시끄러워.
빌어먹을 병신년 하나 구하려고 하다가 내가 붙잡힌 거니까.”
“바하무트를 말하는 건가?”
“알고 있네?”
“네가 예전에 바하무트에 대해서 엄청난 욕을 했던 적이 있으니까.”
루의 대답에 릴리트는 ‘그런가?’ 하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또 워낙 치명적이었기에 루는 크흠, 하고 헛기침을 내뱉으며 괜스레 예전처럼 그녀의 자태에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하려고 했다.
“뭐야.
예전처럼 헤―하고 좋다고 웃을 줄 알았는데.”
“그 때는 네가 정확히 어떤 존재인지 몰랐으니까.”
“등신.
어떻게 최상위 천족이란 놈이 최고위 마족임을 몰라보고 홀딱 반해서 그런 짓을 했을까?
내가 어이가 없어서, 천족이란 놈이 마족인데도 어쩔 줄 몰라 하고 막 좋아하는 꼴을 볼 때 얼마나 웃겼는지 알아?”
오래 전, 루와 릴리트가 우연히 마주쳤을 때.
서로가 서로의 적임을 알면서도 두 남녀는 제대로 싸우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루가 한 눈에 반해버려 제대로 싸우지 못 한 것이고 릴리트는 그런 루를 가지고 놀기 위해서 일부러 제대로 싸우지 않은 것이고 말이다.
마족임을 알았지만 루는 그녀가 최고위 마족인 릴리트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 했다.
릴리트의 연기에 더해서 그녀의 아름다움에 한 눈에 반한지라 상대를 파악하는 것이 둔해진 게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아직도 기억나네.
히야, 뭐라고 했더라?
손 한 번만 만지게 해준다면 죽이지는 않겠다고 했던가?
그때 내가 얼마나 웃었는지 기억하지?”
“···.”
최상위 천족이 마족을 마주했다.
당연히 자신들의 숙적인 존재를 처단해야 함이 옳았지만 루는 그러는 대신 거래를 하려고 했다.
그 아름다운 꽃을, 한 번만이라도 손에 쥐어보고 싶다고.
그 향기를 한껏 들이마시고 꽃잎 하나를 입술에 물어보고 싶다고.
얼마나 아름다운지, 어찌나 치명적인지 최상위 천족인 자신을 이리도 흔들 수 있는 존재가 있구나 싶어서.
“···옛날이야기는 거기까지 하지.”
루는 평소보다 배는 더 차가워진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완벽해야만 하는 최상위 천족인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약점, 그리고 과오.
그게 다시금 들추어지니 낯이 화끈해지고 괜스레 짜증이 치밀었다.
“왜?
난 상당히 그리운데.
그 때 한바탕 진하게 놀아보려고 했는데 네 잘난 동족들과 여동생들이 쫓아와서 훼방을 놓았잖아.
아아, 그 때 그 년놈들만 아니었어도 마족 최초로 최상위 천족을 먹은 이가 될 수 있었는데.”
“···.”
분명 지금의 상황은 루가 릴리트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데도 말을 하는 걸 보면 역으로 릴리트가 루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벌떡―.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선 루가 성큼성큼 걸어와서 릴리트 앞에 자리한다.
그리고는 잠시 이 규격 외의 치명적인, 맹독과도 같은 아름다움을 지닌 마족 여인을 바라보다가 그 앞에 무릎을 꿇고는 릴리트의 턱을 슬쩍 들어 올린다.
“그때와는 달라.
너희는 우리들의 적이고, 너희가 없다면 우리들은 과업을 더 빠르게, 그리고 확실하게 완수할 수 있다.”
“좋겠네.
그 놈의 과업, 과업.
귀에 딱지가 앉겠어.
처음 만났을 때도 대륙을 싹 다 정화하고 그 위에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 뭐 한다 하더니 아직도 이러고 있네.”
“이게 우리 빛의 후예들의 존재 목적이니까.”
“지랄하지 마.
사는 것들의 존재 목적은 그냥 살기 위해서야.
어느 존재도 죽기 위해서 사는 놈은 없어.”
남자의 손길을 거부하듯 릴리트가 휙!
하고 고개를 돌린다.
루는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입술을 깨물고는 다시 그녀의 턱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한 모습을 보이다가 슬며시 다른 손으로 그녀의 볼을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사악한 여자.”
“···.”
“한 번 마주한 것만으로도 이리 뒤흔들다니, 이건 너무 심한 반칙이잖아.”
루의 손길이 점점 밑으로 향한다.
볼을 시작해 턱을 지나 목을 이어 마침내 여인의 봉긋한 가슴에까지.
그 순간 릴리트는 루의 눈을 바라보았고, 곧 ‘하!’ 하고 탄식을 내뱉었다.
항상 빛이니, 선이니, 정의이니 지껄이는 놈들이면서도 결국 본성은 어쩔 수 없는 건지.
그 안에서 번뜩이는 욕망과 탐욕을 정확히 잡아낸 것이었다.
“유감인데, 네 손길에 흥분할 일 없어.”
“···서큐버스 주제에 그럴 수 있을는지 모르겠군.”
“걱정 마.
이미 계약을 맺어서 그 남자 아니면 느낄 수도 없으니까.”
“뭐?”
루가 반문을 하며 대답을 요구하려는 찰나, 갑작스레 폭음이 들리면서 곧 시뻘건 불길과 번쩍이는 빛이 사방을 덮쳤다.
공격 목적보다는 마치 이쪽의 모든 감각을 차단하겠다는 것처럼 느껴지는 폭발.
천족의 어느 누구도 미처 예상치 못 한 본진 기습이었기에 최상위 천족인 루마저 잠시 허둥거리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사이, 그 폭발 너머에서 여인들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친년!
네가 뭐라고··· 대고 지랄···.”
“···하러 온 주제에··· 말고 얼른··· 터 풀어···!”
―――――――작품 후기―――――――
삐이이이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