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372)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372화(372/439)
372―――――
역습
“다시, 다시 한 번 말해보도록.
지금 뭐라고 했지?”
“야간에 남아있던 히스파냐 군과 누디아 군이 적들에게 기습을 당했습니다.
한밤중이었고, 안개까지 자욱해서 바로 앞도 분간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말입니다.
또한 저희 전사들 역시 사방에서 적들이 나타나 그들을 돕기는커녕 접근조차 할 수가 없었습니다.”
“더 자세하게, 더 자세하게 말해봐.”
“죄송합니다.
이 이상의 상황은 저도 모릅니다.
저 역시 테무친의 명령에 따라 적들의 기습이 가해지자마자 급하게 소식을 전하러 달려온 거라···.”
그 말에 시온은 반사적으로 옆에 있던 루드비히를 바라보았다.
아직 수천 명이 넘는 히스파냐의 병사들, 그리고 역시나 그 수의 누디아 병사들이 거기에 남아있었다는 것도 마음에 걸렸지만, 무엇보다 볼코 후작이 거기에 있었다는 게 문제.
볼코 후작은 히스파냐의 마지막 부대와 함께 방어선으로 향하기로 했으니 야습이 시작되었을 때도 평소처럼 병사들을 지휘하고 있었을 것이다.
한밤중, 그리고 갑작스레 등장한 짙은 안개.
그 와중에 시작된 기습에서 과연 그가 안전하게 후퇴했으리라고 누가 생각하겠는가.
“···루드비히.”
내색은 안하고 있었지만 루드비히는 나름 아버지를 잘 따르고 또 존경하던 인물이었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 전장에서 공을 세우고 영광을 얻어 당당하게 개선하는 꿈을 항상 꾸던 어린 소년이 지금 시온 옆에 앉아있는 청년이었다.
그런데 제 영웅이, 자신의 아버지가 적들에게 기습을 당했단다.
승패는 고사하고 생사조차 알 수가 없는 상황에 쳐했단다.
과연 그 상황에서 루드비히가 이성을 제대로 지니고 있을까 걱정이 되는 건 당연한 일.
“···.”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 하지만 강하게 쥔 주먹.
드득, 하고 이를 악무는 소리와 분노로 활활 타오르는 눈동자까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시온은 속으로 천족들에 대한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상황에서 만에 하나 루드비히가 병사들을 돌려 방어선에서 도망치고 있을 병사들을 건져야 하지 않겠냐고 의견이라도 내놓는다면 그걸 또 거부하기가 무척이나 난감한 상황이었다.
“부사령관님.”
그래서 루드비히가 마침내 입을 열었을 때, 시온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의 생사조차 모르는 아들의 심정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정말 그런 말을 할까, 그리해서 군의 입장을 난처하게 하고 자신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며 레데넨 후작가의 미래가 좋지 않다는 인식을 다른 귀족들에게 줄까 말이다.
“하루만 더 가면 2차 방어선에 도착합니다.”
“···.”
“시간을 끌어서 먼 거리를 이동 중인 이들에게 좋을 게 없고, 병사들의 휴식 시간도 끝났으니 바로 출발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하지만 루드비히의 입에서 나온 말은, 시온의 예상이나 걱정과는 전혀 다른 것.
그는 여전히 분노와 걱정이라는 불꽃에 활활 타오르고 있는 중이었으나 그 불길이 뜨겁다고, 견딜 수 없다고 미쳐 날뛰기보다는 당장 상황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과거 철없던 어린 시절 꿈꾸던 훌륭한 기사처럼.
제 일보다는 당장 나랏일에 집중하고 감정은 뒤로 치워두어야 한다는 그 자세를, 루드비히 레데넨은 이를 악물며 이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쟌과 에오스는 어떻지?”
“테무친께서도 난전에 휩쓸렸습니다만 아마 괜찮으실 겁니다.
다른 분도 아니고 테무친이니까요.
하지만 제가 떠나기 직전, 에오스 버일러가 부상을 당하셨다는 소리를 얼핏 듣기는 했습니다.”
에오스가 부상을 당했다.
그 말이 전달해주는 충격은 히스파냐 군이 적의 기습에 무너졌다는 소식이나 볼코 후작의 생사를 알 수 없다는 것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다른 이도 아니고 하필이면 에오스란다, 하필이면 에오스, 그 여자가 부상을 입었단다!
‘···크게 다치지만 않았기를 빌어야 하나.’
릴리트의 말이 맞았다.
적들은 이제 소설 내용처럼 여유를 가지지도 않았고, 자신들의 자존심을 먼저 내세우지도 않았으며 저들이 쌓은 이미지가 무너지는 것도 감내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었다.
최상위 천족, 감히 대항할 수조차 없는 존재들을 그냥 다 투입하여서 힘으로 찍어 누르겠다.
그 모습이 결코 선이라고도, 빛이라고도, 정의라고도 부를 수 없는 그런 것이라고 해도.
마치 마족들에 대한 이야기처럼 잔혹하고 처참하며 무시무시한 것이라고 해도 이제 자신들의 과업을 계속해서 방해하는 자들은 전부 죽여 없애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었다.
‘놈들도 여유를 잃었어.
눈깔이 뒤집힌 거야.’
그 눈깔을 뒤집은 남자, 시온은 슬며시 입술을 깨물었다.
속내 시커먼 비둘기들이라고 해도, 자신들이 여태 쌓은 이미지 관리에 워낙 철저했던 이들이라 이렇게 대놓고 학살전을 벌일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치 못 했다.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원래라면 미소를 지으며 좋아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천족들이 여유를 잃는 건 이후 2차 방어선에서 또 한 번 공격이 막히는 순간이라고 예상했던 시온.
결국 참다 참다 못 한 최상위 천족들이 여태 고수하던 방식을 깨고 본격적으로 나설 때 비장의 카드를 투입할 생각이었는데 예상치 못 한 타이밍에 놈들이 방향을 전환한 것이 지금 상황에서 가장 뼈아픈 실책이었다.
심지어 그곳에 볼코 후작이 있었다고 생각하니, 더해서 수천이 훨씬 넘는 히스파냐 병사들과 역시나 많은 수의 누디아 병사들이 휩쓸렸다고 생각하니 절로 침음이 터져 나왔다.
“루드비히 공자.”
“···예, 부사령관님.”
“걱정이 된다면 이곳에서 소수의 병사들을 이끌고 남아 어떻게 여기까지 오는 이들에게서 소식을 듣던가, 아니면 동쪽으로 향해도 됩니다.
전투만 회피한다면 어떻게든 되겠죠.”
“···.”
아마도 루드비히에게는 상당히 끌리는 제안일 것이다.
부사령관이자 자신의 상관인 시온이 먼저 말했으니 자신이 나서서 부탁한 것도 아니고, 전투를 회피할 목적으로 소수의 병사들만 이끌고서 상황을 정리한다면 히스파냐 측에도 딱히 크게 문제가 될 건 없었다.
하지만 루드비히는 끝내 고개를 내저으며 거부의 뜻을 밝혔다.
이 전장에서 자신의 임무는 어디까지나 부사령관인 시온 클라우젠을 보좌하는 것이라고, 그게 사령관인 볼코 레데넨 후작가 직접 내린 명령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알겠습니다, 루드비히.
자리로 돌아가서 다시 출발을 알리세요.
뒤의 상황이 최악임을 알았으니 더 속도를 높여야 할 겁니다.
뒤로 쳐지는 자가 없도록 주의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여기 모인 분들도 전부 상황에 대해서 들으셨으니 긴장하세요.
방어선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전투 준비를 해야 할 겁니다.
적들이 우리의 빈틈을 노리고 날아들었고,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투가 진행될 겁니다.”
시온의 말에 지휘관들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들 모두가 다시금 출발을 알리는 동안, 시온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달려서 여기까지 와 소식을 전해준 북쪽 전사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그대도 고생했다.
이대로 우리와 함께 이동하면서 쉬고 싶다면 잠시 쉬어도 좋아.”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바로 돌아가 봐야 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상황을 전했으니 이후 소식은 전서를 통해서 전달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
돌아간다면 꼭 쟌에게 무슨 일은 없는지, 에오스는 얼마나 다쳤는지 알려달라고 전해주도록.
그리고 무리한 싸움, 무의미한 전투는 무조건 피하라고 전해.
지금부터 상대할 적은 차원이 다른 강자들이라고.
괜히 붙어봤자 희생만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뿐이니 교전은 절대 피하라고 전해.”
“···알겠습니다.
다만 제 말을 과연 곧이곧대로 들으실 지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시온도 걱정하고 있는 부분이었기에 따로 전서를 보낼 생각이었다.
원래라면 방어선에 도착해서 이쪽이 방어선에 도착했다는, 간단한 전서를 보낼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아주 장문의 글을 적어서 보내야만 했다.
전사를 돌려보낸 후, 시온은 병사들과 함께 빠르게 2차 방어선으로 후퇴했다.
방어선이 무너졌다면 적들은 곧장 자신들을 쫓아 히스파냐와 누디아가 협력하여 2차 방어선을 지키는 꼴을 절대 보려고 하지 않을 터.
적들에게 따라잡히기 전에 먼저 강을 건너 안전한 곳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그렇게 한참을 이동하던 와중에, 다시 뒤쪽 행렬에서 소식이 전해졌다.
북쪽 전사들의 전령이 또 하나 도착했다는 것이었다.
“시온 클라우젠님, 테무친의 명을 받고 급히 달려왔습니다.
격전의 와중에 매까지 수습할 여력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전령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어쩐지 전서매가 날아오지 않는다 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지?
그쪽 소식은?”
“전사들이 어떻게든 포위망을 뚫고 아군을 구하려 했으나 중과부적이었습니다.
한밤중, 거기에 안개까지 낀 것이 너무나 치명적으로 작용했습니다.
다행히 적들의 포위망이 완성되기 직전에 그날 밤 후퇴할 계획이었던 병사들은 아군이 버티는 사이에 그곳을 빠져나가는 데에 성공했습니다만 나머지는···.”
“그래서.”
“간신히 구멍을 내고 그곳으로 히스파냐와 누디아의 일부 병사들이 빠져나오기는 했습니다만, 그들 중 일부가 적들의 추적에 살해당하였습니다.
그나마 저희 전사들과 합류하여 안전한 곳까지 피한 이들이 먼저 후퇴한 병사들을 제외하고 천 여 명입니다.”
“···천?”
잘못 들었나 싶었다.
뒤에 남아서 방어선을 지키던 병력이 누디아의 병사들만 만 여 명에 히스파냐도 거의 그에 준하는 병력들이 후방에 남아있었다.
당시 그 중 히스파냐 군 5천이 후퇴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니 그들을 제외한다고 쳐도 만 명이 훨씬 넘는 병력이 거기에 있었다.
그 만 명이 넘는 연합군 중에서 포위망을 빠져나간 건 천 여 명이 전부란다.
단 한 번의 전투로, 만 명이 넘는 이들이 전사했다.
아니, 이건 전사라고 부를 수도 없을 것이다.
살육, 혹은 학살.
그래, 그렇게 부르는 것이 맞는 단어다.
피의 소용돌이, 거기에 휩쓸려서 그 수많은 이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여태까지 온갖 좋고 이로운 것들로 무장했던 자들이, 여유가 없어지고 마음이 뒤틀리니 결국 자신들이 그렇게나 욕하던 마족들과 똑같다는 걸 제대로 증명한 꼴이었다.
“무엇보다 상황이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상황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몸에 날개를 단 이들이 안개가 걷히고 새벽이 되자마자 추격을 해왔습니다.
먼저 후퇴했던 병사들을 따라잡기 위함이라고 판단한 테무친과 버일러께서 그들을 요격하려고 했습니다만 역시나 중과부적, 버일러께서 부상을 입고 테무친께서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면서 시간을 끄는 게 전부였습니다.”
“···지금 상황은 그래서 어떻다는 거지?”
“저희가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두었기에 먼저 후퇴했던 병사들은 비교적 안전히 공격 거리에서 벗어난 걸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부상을 입은 버일러는 그쪽으로 합류한 패잔병들을 규합하여 뒤를 이어 후퇴를 하셨고, 테무친께서 전사들을 이끌고 적들이 함부로 추격할 수 없는 곳까지 유인 중에 있습니다.”
한 마디로 적들은 계속해서 추격을 이어가고, 이쪽은 그걸 피해 도망치고 있다는 소리였다.
저들도 어찌 되었든 생물이고, 백날 돌아다니며 사람 잡아 죽일 수는 없을 테니 승기를 잡았을 때 최대한 움직여 적을 사살하고 사기를 꺾어두는 일에 집중할 것이었다.
쟌은 바로 그걸 알아차리고 북쪽 전사들의 장기인 기동력을 이용하여 계속해서 적들을 유인해 추격을 ‘강요’ 하고 있었고 말이다.
‘천족들이 비둘기마냥 난다고 해도 애당초 닭둘기라 오래 날지는 못 해.
쟌도 그걸 알아차리고 계속해서 시간을 끌고 있는 것 같군.’
부디 그녀가 시간을 더 끌어줘서 적들의 속도가 조금은 줄어들기를 바라는 시온이었다.
이미 받은 피해가 너무나도 큰 상황, 무엇보다 히스파냐는 병사들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을 잃은 듯 했다.
“혹시 볼코 레데넨 후작에 대해서 들은 소식은 없나?
포위망을 뚫고 후퇴에 성공한 이들이 전하는 말이라던가, 아니면 소식이라도.”
“버일러 쪽에 싸우다가 어떻게 빠져나온 히스파냐 병사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반드시 이 소식을 본대 측에 전하라는 볼코 레데넨 후작의 뜻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 분은 어찌 되었다 하지?”
시온의 질문에 전사는 잠시 침음을 내뱉고는 뜸을 들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진형이 무너지면서 거기에 지휘부가 완전히 휩쓸렸다고 합니다.
자신이 빠져나가는 그 순간 적들의 거센 공세에 더는 행방을 알 도리가 없어졌다고 하더군요.”
“···.”
저들 입장에서 더는 포로가 필요 없다.
오히려 자신들의 잔혹함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온몸으로 맞이한 자들이니 완전히 죽여 입을 다물게 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이었다.
그에 더해서 이쪽에 공포감을 조성하기에도 그게 최선일 테고 말이다.
“저희 쪽은 아무래도 전원 전사한 게 아닐까 생각 중입니다.”
그 말에 시온은 두 눈을 감고 천천히 긴 한숨을 내뱉었다.
루드비히도, 그리고 자신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그러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부분이었지만 이렇게 남에게서 직접 듣고 있으니 완전히 엉망이 되는 느낌이었다.
표현하기조차 싫은, 말 그대로 ‘좆같은’ 기분.
딱 그것이었다.
“그대도 돌아갈 생각인가?”
“예.
전선이 워낙 불안하니 먼저 보내셨다는 전서만으로는 부족할 겁니다.
더해서 방어선으로 향하고 있을 병사들에게 방향을 알려주면 좋을 테니 돌아가야 합니다.”
“전사들의 노고와 희생에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해줄 수 있다면 꼭 쟌에게 전해주기를 바라지.”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테무친의 정혼자께서 하는 부탁인데,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전사는 그리 말한 후 얼마 쉬지도 않고 자신이 왔던 길을 향해 말머리를 돌렸다.
저렇게 돌아가는 와중에 적들에게 붙잡혀 모진 고문 끝에 죽임을 당할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 두려워하는 모습은 일체 찾아볼 수가 없었다.
역시 북쪽의 전사들, 거친 황야에서 오직 말을 달리며 살아가던 자들다운 모습이었다.
“어때?
소식은 있어?”
병사들이 출발할 때를 노려 슬쩍 끼어든 후, 다시금 마법사로 위장하는데 성공한 릴리트는 시온에게 다가와서 그렇게 물었다.
시온이 볼코 후작과 꽤나 친근한 사이였음을 알고 있기에, 제 남자를 걱정하여 한 말.
“···그게 그 분의 숙명이겠죠.”
루드비히가 소설 속에서 외쳤던 말, ‘나라를 위해 죽게 되어 기쁘다.’ 라는, 바로 그 말.
아마 볼코 후작도 그렇게 중얼거리며 끝까지 검을 휘둘렀을 것이다.
태생이 무인이었고, 죽을 때까지 그럴 수밖에 없었던 남자.
리히텐 변경백이 인정한 히스파냐의 충신이자 명예를 아는 기사였고 동시에 훌륭한 지휘관이라는 바로 그 귀족은, 그렇게 최후의 최후까지 싸웠으리라.
“적들의 역습이 거세.
그리고 더더욱 심해질 거야.
최상위 천족들은, 나조차도 함부로 승리를 장담키 어려운 놈들이거든.
천족이지만, 동시에 가장 천족답지 않은 자들이야.”
빛을 외치면서 서슴없이 어둠으로 들어가고, 정의를 수호한다면서 불의를 마다치 않는다.
자애로움과 따스함을 속삭이면서도 결국 다가가면 창칼과 철퇴를 휘둘러 피비린내 가득한 모습으로 돌변하는 자들.
그게 바로 최상위 천족, 누구는 가장 고결하고 순수한 빛의 후예라고 부르는 존재들이었다.
“···확실히, 그 역습이 매섭긴 하네요.
그리고 상당히, 아니.
아주 많이 아프고요.”
“시온.”
“하지만, 이쪽이라고 역습을 생각지 못 한 건 아닙니다.”
저들이 언젠가 이렇게 폭발할 것이라고는 예상하고 있었다.
그 거센 불길에 맞서, 그 역습에 역으로 대응하여 다시는 타오르지 못 하게 할 준비는 이미 해두었고, 아마 그곳에서 착착 진행되고 있는 중일 것이다.
“역습은 저들의 것이 아니에요.
그 말, 그건 우리 겁니다, 릴리트님.”
―――――――작품 후기―――――――
시온 일러가···.
완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일러로도 그의 천재적인 외모는 다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