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374)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374화(374/439)
374―――――
역습
“왕실 기사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대장!”
“다행이군.
모두 자리를 지켜라.
감히 왕성 안에서 이리 큰 소란을 피우는 자들에게 우리 히스파냐의 빛과 정의로 단죄의 철퇴를 가하는 거다.”
왕실 기사단만큼은 아니어도 웬만한 기사들보다 월등한 실력을 지닌 왕성 방위군 소속의 기사들은 이 이상 적이 발걸음을 내딛지 못 하도록 길을 막았다.
하필이면 왕성의 번잡한 지역에서 대형 화재가 일어났고 남쪽의 주택 단지가 그 불길에 휩싸이며 많은 이들이 이미 목숨을 잃은 후였다.
그런 미친 짓을 벌인 자에게 절로 이가 갈리지만, 지금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은 사람들을 피신시키고 진화 작업을 하고 있는 병사들을 엄호하는 것.
더해서 이번 일의 원흉이 나타난다면 친히 히스파냐의 이름으로 깨끗하게 베어 죽여 그 죗값을 묻는 것이었다.
파스스―.
“···뭐야.”
한 기사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슬그머니 손을 뻗는다.
제 손 끝에 내려앉는 한 마리의 반딧불을 바라보며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곳이라면 모를까, 왕성에서 반딧불이 있었던가?
‘그러고 보니 색이 다른 반딧불보다 조금··· 붉은 거 같은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고, 그 뒤를 이어서 왠지 모르게 등골이 싸늘하다고 느끼는 찰나.
예쁘게 반짝이고 있던 반딧불이 갑자기 반짝, 하고 섬광을 토해내는가 싶더니 이내 굉음과 함께 주변 일대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콰아앙!
콰콰쾅!
화륵!―
“우아아악!”
“진압, 진압!
불이 더 옮겨 붙으면 큰일이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 잡아야 해!”
덕분에 한참 진화 작업에 열중하고 있던 병사들은 또 다시 물을 퍼 나르며 바쁘게 움직여야만 했고 왕성의 거주민들도 그들을 도와 불을 끄는 일에 매진했다.
심지어 마법사들까지 동원되어 진화 작업에 투입되는 상황을 바라보며, 그 불길만큼이나 시뻘건 머리를 지닌 여인이 천천히 어딘가로 사라졌다.
또각, 또각―.
여전히 불길이 거세게 타오르고 있는데도 여인은 전혀 거리낌 없이 그 불꽃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당장이라도 그 거센 화마에 집어삼켜져 한 줌 재가 될 것 같았지만, 그녀는 마치 산책이라도 하듯 너무나 편안한 얼굴이었다.
더해서 그 불길들도 마치 길을 피해주듯 뒤로 물러서고 제 크기를 줄여주었다.
“···.”
마침내 한 공터에 다다른 여인은 슬쩍 주변을 둘러보고는 냉소를 머금으며 입을 열었다.
“같잖은 짓 그만 두고 나와.”
“···.”
“도망갈 생각이면 세상 끝까지 쫓아가서 죽여 버릴 거고, 여기서 싸울 생각이면 산 채로 잡아서 눈깔부터 하나씩 지져줄 거야.
저항 안 하고 항복한다면 아프지 않게 한 방에 태워주고.”
“···.”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타오르는 듯 새빨간 여인, 트리샤는 이죽거리면서 상대를 도발했다.
설마, 설마 했는데 정말 자신과 똑같은 능력을 지닌 성흔 보유자일 줄이야.
이러면 핑계 하나 붙일 것도 없이 무조건 자신의 실력으로 승패가 결정 날 것이다.
패배하면 죽는 거고 승리하면 시온에게 무조건 칭찬을 받는 일이다.
그러니까, 상대방은 반드시 자신의 손에 죽어야만 했다.
“여자 복도 없지.
어떻게 만나는 여자마다 세상 미친년만 만나는 걸까.”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남자는 제 후드를 뒤로 넘기며 입을 열었다.
트리샤와 비슷하게 붉은 머리칼에 역시나 주황색 눈동자를 지닌 남자의 정체는 엔리와 함께 왕성에 들어온 성흔 보유자, 류.
그는 가볍게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본격적으로 싸우기 전에 앞서 자신의 상대가 대충 어떤 여인인지 파악해보았다.
‘겉보기에는 별 특이할 것 없는 여자, 하지만 내 불길을 지나쳐서 온 걸 보아하니 나나 엔리와 같은 성흔 보유자다.
그것도 나와 무척이나 흡사한 능력을 지닌 성흔.’
제 안에 있던 불길이 속삭여 온다.
눈앞의 저 여자, 너보다 더 미쳤으면 미친 존재이지 결코 덜하지는 않은 년이라고.
아무리 같은 성흔 보유자라고 하지만 불길들이 알아서 물러설 정도라면 분명 만만치 않은 강적이 될 거라고 말이다.
‘새롭지도 않아.
다들 이미 단단히 미쳐버린 상태였으니까.
저 여자라고 다르겠어?’
그리 중얼거린 류는 싸우기 전에 앞서 일단 예의상 한 번 물어보기로 했다.
제 힘이 얼마나 강한지, 그 원천이 마법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성스러운 것임을 알면서도 왜 자신보다 약한 자의 노예가 되어서 고생을 자처하느냐고.
이왕 그 힘을 쓸 거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 마음에 차지 않는 세상들을 전부 불태우고 쓸어버려 우리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그 세상의 새로운 시작이 되는 게 낫지 않겠냐고.
“···.”
트리샤는 그런 류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마치 그의 말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는 듯, 내용이 꽤나 구미가 당긴다는 듯이 말이다.
그걸 바라보며 류는 방심하지 않되 그래도 넘어올 가능성이 조금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성흔은 자신과 같이 할 줄 아는 거라곤 그냥 숲을 불태워서 농지를 만드는 일 밖에 없는 놈마저 이리 대단한 존재로 완전히 뒤바꿔준 선물이었고 신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증거였다.
그걸 가지고 있다면 응당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휘두르는 것이 당연하고, 그걸 이용해서 어느 누구도 자신을 함부로 할 수 없도록 하는 게 당연하다고 류는 여겼다.
“개좆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하지만, 아무래도 눈앞의 여인에게는 정말 개좆같은 소리, 딱 그뿐이었던 모양이다.
쿠과과과과!―
거대한 불꽃의 파도가 넘실거리며 그대로 류를 향해 쏟아져 들어간다.
이미 이 일대는 전부 류에 의해서 전소된 상태이니 이렇게 대놓고 공격을 해도 다른 이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 없다고 판단한 트리샤였다.
“···미친년.”
그렇게 중얼거리며 류는 훌쩍 뒤로 물라나면서 자신이 사용하기 가장 알맞은 형태로 바꿔둔 반딧불들을 그 앞으로 흩뿌렸다.
자리에 들어간 그 조그마한 불꽃들은 곧 거대한 파도가 육박해 오는 순간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면서 역으로 그 불길들이 류가 아닌 트리샤에게로 향하도록 만들었다.
트리샤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제 앞에 닥친 상황을 마주했다.
여태 자신의 공격을 그냥 반으로 갈라내는 괴물이 있거나, 아니면 공격을 피하는 여인, 그도 아니면 먼저 선공을 해서 시작부터 그녀가 성흔을 다루지 못 하게 하는 고양이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똑같이 불꽃을 만들고 폭발을 일으켜서 방향을 바꾸고 그 불길을 전부 합쳐 자신에게로 밀어냈던 상대는 저 남자가 처음이었다.
원래라면 피하는 게 맞다.
불꽃은 막는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게 결코 아니다.
설사 그 자리에 굳건히 서서 버틴다고 해도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쌓이게 된다.
그런 이유로 김유현도 트리샤의 불을 상당히 껄끄럽게 여기며 되도록 그녀가 내보이는 불지옥에 갇히는 걸 피했다.
하지만 트리샤는, 자신과 똑같이 불을 휘두르는 저 남자에게서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여기서 공격을 피한다면 자신이 밀리는 걸 증명하는 꼴이었고 그건 제 자존심이 용납지 않는 부분.
화륵!
제 주변에 불길을 두른 트리샤는 무슨 비를 맞는 것 마냥 거대한 불길들을 그대로 몸으로 받아내었다.
그녀 주변에서 타오르고 있던 불길들이 순식간에 죽어버리고, 곧 이리저리 합쳐진 불꽃들이 그 자리를 채우며 한 편의 지옥도를 그려낸다.
“아주 제대로 미친 여자군.”
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상대가 자신처럼 불꽃을 다루는 성흔이라고 해도 결국 서로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라는 것은 반드시 존재한다.
그 한계를 초과하면 제아무리 위대한 성흔이라고 해도, 그 단단한 성흔 보유자의 육체라고 해도 부서지고, 타오르며, 깨지기 마련이다.
당장 자신도 엔리한테 한 번 까불었다가 그녀의 주먹질 한 방에 기절하지 않았던가.
‘네 불꽃이 뜨겁다는 걸 알면 다른 불꽃도 그만큼 뜨겁다는 걸 알아야지.’
그러는 사이 트리샤를 향해 날아들었던 불꽃들이 금방 줄어들었다.
불과 불이 만나면 원래 더 큰 하나의 불이 되어서 날뛰기 마련인데, 마치 전혀 다른 세력이 싸우듯 결국 한쪽을 다른 한 쪽이 잡아먹은 것이었다.
“용케 버텼네.
역시 성흔이 좋긴 좋아.
그렇지?”
“좋기는.
맨날 쫑알쫑알, 아주 시끄러워 죽겠어.”
온몸에서 새하얀 연기를 뿜어내며 불길이 아닌, 열기만으로 이미 다 타버린 겉옷을 대충 벗어던지는 트리샤.
항상 옷을 태워먹는 것이 일상이었던지라 루시아가 거금을 들여서 열과 불길에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재질로 속옷을 만들어주었던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오오.
좋은 구경거리네.”
여인의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나자 류는 마치 그녀를 도발하듯 환호성을 내뱉었다.
원래 여인이라면 제 몸을 낯선 이에게 보여주었다고 생각하면 흥분하기 마련이니까.
그렇게 흥분하고 분노해서 없던 빈틈도 보일 수 있으니까.
류는 그리 생각하며 혹 눈앞의 저 여인이 그런 약점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는, 역시나 미쳐도 아주 단단히 미친 여자였다.
“말했잖아.
눈깔을 뽑아서 지져줄 생각이라고.
네가 뭘 봤는지조차 기억 안 나게 해줄게.”
“···.”
농담이나 협박이 아니다.
저건 정말 자신이 그냥 하겠다는 일을 말하는 듯 덤덤히 나오는 말.
두 눈동자에서 광기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음을 확인한 류는 혀를 차며 다시금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저 여자, 화력은 강하지만 제어가 약하다.
당장 불꽃을 마음대로 조종하지 못 하고 그냥 내뿜기만 하는 것부터 이제 겨우 발아한 씨앗 수준이라는 거지.’
그에 반하여 자신은 진작부터 천족들에게 발견되어 자신의 능력을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조절할 수 있도록 훈련에 훈련을 거쳤다.
왕성을 공격하던 방식처럼 반딧불로 보이는 이 조그마한 불꽃 속에 웬만한 마법보다 더 강력한 폭발을 담을 수 있고, 쏟아지는 화살처럼 불꽃들을 산개키셨다가 다시 한 번에 불러들여 거대한 창으로도 만들 수 있었다.
파사사사!―
공중을 뒤덮는 수 천 개의 불똥들이 트리샤를 향해 날아든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그녀는 앞에 서있던 류를 바라보고는 마치 동귀어진이라도 하겠다는 모양새처럼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약점을 알아차린 건가?’
범위 공격은 피할 수 없는 사각 지대를 만들어 적이 강제적으로 데미지를 입게 만드는 것.
그렇다면 그 공격을 피하는 방법은 결국 하나, 시전자의 곁으로 가서 적이 그 공격을 강제로 취소하게 만들든, 아니면 그 공격을 같이 뒤집어쓰는 것이었다.
때문에 류도 이 공격의 약점 정도는 잘 알고 있다.
다만 그 전에, 자신에게 달라붙는 얌체 짓을 하려는 적에게 이 불꽃들을 쑤셔넣고 그대로 폭발시키면 될 뿐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트리샤가 재빠르게 류에게로 달라붙는 듯 싶었지만 곧 류의 불꽃이 훨씬 더 빠르게 트리샤에게로 향했고 결국 그녀는 제 목적을 달성하지 못 한 채 등과 한쪽 팔에 이글거리는 불꽃들로 아주 도배가 되다시피 하고 말았다.
“펑.”
퍼엉!
펑!
쾅!
크고 작은 폭발들이 일며 거기에서 일어난 불꽃이 순식간에 여인 하나를 집어삼킨다.
매캐한 연기, 뭔가 타는 듯 한 냄새가 사방으로 퍼지고 끝난 게 아닐까 생각하던 류는 순간 머리에서 느껴지는 싸늘한 감각에 급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어느 틈에?’
분명 저 여자는 폭발에 휘말렸다.
그걸 자신이 느꼈고, 자신의 성흔이 느꼈다.
죽었을 수도 있고, 죽지 않았다고 해도 상당한 부상, 혹은 내부에 심각한 데미지를 입은 채 물러서려고 할 것이다.
“뒈져!”
하지만 트리샤는 류가 바라는 대로, 물러서줄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다.
분명 데미지는 들어갔고, 그래서 등과 팔에 불길이 붙은 채였지만 트리샤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다른 한 손에 불길이 뚝뚝 떨어지는 시뻘건 모습을 한 상태로 류를 노렸다.
“미친!”
저 여자는 단순히 성흔을 통해 불꽃을 조종하는 게 아닌, 그녀 스스로 거대한 하나의 불꽃이 되어 그대로 육박해오고 있다.
마치 다른 건 모르겠고 일단 눈앞에 있는 적의 존재부터 깔끔하게 전소시켜버리겠다는 것처럼, 말 그대로 뒤는 없고 오직 앞만 보는 공격이었다.
아무리 불꽃을 다룬다고 해도 좀 적당히 화끈해야지, 저건 화끈하다고 할 수준을 이미 아득히 벗어나서 그냥 미쳤다고 보는 편이 훨씬 더 옳았다.
‘어차피 공격만 들어가면 다 된다는 건가?
멍청하기는.
아무리 성흔 보유자라고 해도 심각할 수준의 피해를 받으면 결국 인간처럼 죽을 뿐이다.’
가볍게 땅을 박차며, 그 타이밍에 제 발 밑에 은밀하게 함정을 깔아두는 류.
트리샤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는 순간 미리 기다리고 있던, 불길로 이루어진 넝쿨들이 그녀의 발목을 붙잡으며 순간적으로 그녀의 움직임을 봉쇄했고 트리샤가 그것들을 떨쳐내려 하는 순간 다시금 사방에서 수많은 불덩어리들이 그녀를 향해 날아들었다.
콰앙!
쾅!
퍼엉!
폭음이 들리면서 일대가 완벽한 화염 폭풍에 휩싸인다.
보통의 사람은 물론이고 어지간한 실력자라고 해도 한 번에 한 줌 잿더미가 되어 그대로 세상에서 사라질 법한 불꽃이었지만 류는 방심하지 않았다.
심장을 찌르고, 목을 잘라내지 않는 이상 결국 자신과 같은 성흔 보유자는 천족이나 마족, 용인과 다를 게 없는 괴물들.
여태까지의 공격은 확실히 마무리를 짓기 위한 일환일 뿐이었다.
화르르!
무엇보다 상대는 자신과 같이 불길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여인이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저 여자도 충분히 그걸 되받아 칠 수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지금 막 그의 눈에 보인 것처럼 제 성흔을 이용하여 불꽃이 더는 자신에게로 육박하지 못 하도록 막아내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다.
‘안 되겠어.
이대로는 승부가 안 나.’
여기서 시간을 끌면 더 많은 적들이 몰려들 것이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더 많은 적들을 죽이고 자신도 함께 죽는 게 아니라, 이들에게 진정한 공포가 무엇인지, 진정한 죄인이 누구이며 그 죄인들에게 어떤 벌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려주는 것이었다.
한쪽 팔이 완전히 망가졌는지 추욱 늘어트린 채 남은 한 손으로 자신의 불길을 휘감아 다른 곳으로 내돌리고 있는 트리샤를 노리고 류가 달려들었다.
저게 함정일 수도 있었지만, 이미 상당한 데미지를 입은 그녀와는 달리 자신은 멀쩡하다.
그까짓 함정 따위 무시하던가, 하다못해 좀 당해주고 그대로 심장을 꿰뚫을 수만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류는 생각했다.
“흡!”
불길을 가르고 들어와 막 자신을 마주한 트리샤의 가슴께로 주먹을 꽂아넣는 류.
이대로 적중만 한다면 그대로 가슴에 바람구멍이 생기며 절명할 것이었기에 그는 딱히 얻을 것 없는 이 싸움을 빨리 끝내고 하던 일을 마저 다 하고 싶었다.
···화르르르륵!
‘···?’
갑자기 그의 안에서 잠자코 있던 성흔이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기 전까지 말이다.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물으려 했으나, 그 대답은 성흔이 아니라 바로 앞에 있던 트리샤가 대신 해주었다.
···콰지지직!
콰직!
순간 류는 제 눈을 의심해야만 했다.
갑작스레 여인의 몸에서 한 줄기 노란 빛이 번쩍이더니 불꽃을 바깥쪽으로 밀어내고 마치 제 주인을 감싸듯 원을 그리기 시작한 것.
단순히 자신과 같은 불꽃이라고만 여겼던 여인의 눈동자 속에서 벼락이 친다.
자신과 똑같이 불꽃을 일으키던 여인, 그래서 상대방의 성흔이 제 것과 거의 같은 성흔이라고 생각하고 그에 맞춰 최대한 상대해왔는데.
“둘?”
미처 확인하지 못 했다.
아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저 시뻘건 불길 속에 샛노란 벼락이 제 존재를 숨기고 있었을 줄은.
자신의 공격을 다 맞으면서까지, 몸에 극심한 부상을 입으면서까지 그녀가 노리고 있던 게 바로 지금과 같은, 상대방이 스스로 들어와 주는 상황이었을 줄은!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