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376)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376화(376/439)
376―――――
역습
김유현이라는 캐릭터가 상당히 고구마인 때가 많아서 때때로 독자들이 잊는 부분이 있었다.
소설이 비록 시원시원한 극강의 사이다를 지향하는 글은 아니었지만 주인공인 김유현은 분명한 ‘먼치킨’ 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당장 김유현 옆에서 날아다니고 있는 저 검을 봐라.
무림 세계에서는 썼다 하면 보는 사람마다 눈깔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라는 어검술.
어지간한 고수는 감히 꿈도 못 꾼다는 경지를 김유현은 진작 달성하고 저렇게 마음대로 어검술을 사용할 정도였다.
그뿐인가?
그가 소화해내는 내공, 즉 마나는 또 어떻고?
괜히 주인공이 아니다, 괜히 먼치킨이 아니다.
무림 세계 막판에 검 한 번 휘둘러서 마교를 정리했다는 건 결코 농담이 아니었다.
“위선자들.”
자신들을 정파이니 뭐니 지껄이던 자들에게 소중한 이들을 잃었던 경험이 있는 김유현이다.
당연히 천족들처럼 지극히 가식적인 모습, 위선적인 자세를 자긴 이들에게 적개심을 활활 불태우기 마련.
“···!”
“··· ···!”
지상에서의 소란이 지금 김유현에게는 그 어떤 음악보다도 아름다운 소리였다.
이제부터 자신이 보여줄 장면은, 저들이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기억할 모습이자 그들에게 선물되는 지옥도의 한 장면이었으니까.
우우우웅―.
마나를 잔뜩 머금은 검이 웅혼한 소리를 낸다.
어서 적들에게 제 주인의 분노를 쏟아내고 싶다는 듯, 정말 오랜만에 미쳐 날뛰고 싶다는 듯 거세게 김유현을 흔들고 보챈다.
“···.”
대지에 새겨진 더 긴 상흔은 오직 그만이 알아보기 위한 경계선.
아군이 휩쓸릴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직접 검을 휘둘러 손수 표시를 해둔 것이었다.
그 경계를 넘어섰음을 확인한 김유현에게 이제 더는 망설일 것이 없었다.
검신에 튕겨져 나오는 햇빛이 섬뜩하게 빛나며 부서지듯 반짝인다.
김유현은 자신의 발밑에서 멍하니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광신도들을 향해, 첫 번째로 검을 내질렀다.
쩌엉―.
처음 신성 프러센의 군대가 들은 것은, 마치 유리가 깨지는 듯 한 소리였다.
그리고 그 직후, 그들은 제 눈앞의 모든 것과 모든 세상이 처음에는 시퍼렇게, 그리고 그 다음에는 새하얗게 빛나는 것 같다는 생의 마지막 생각을 하며 빛에 그대로 삼켜졌다.
쿠과과과···.
“···.”
한참 히스파냐와 누디아의 병사들을 학살하던 릴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 했다.
공중에서 한 번, 단 한 번 검을 휘둘렀을 뿐인데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신성 프러센 군의 상당수가 그대로 사라진 것이다.
비명 한 번 내지 못 하고, 그 흔한 피조차 단 한 방울도 흘리지 못 했다.
정말 말 그대로, 그냥 전부 깨끗하게 재로 화(化) 해버렸다.
“무, 무슨···.”
하지만 신성 프러센과 천족들의 수난은 이제 시작이었다.
그대로 땅에 떨어지며 그 서슬 퍼런 검을 대지에 꽂아 넣는 순간, 일대의 모든 신성 프러센 병사들이 그 충격에 휘말려 사방팔방으로 튀어나갔다.
일부는 아예 그 자리에서 몸이 터져버렸고, 또 일부는 신체 일부가 그대로 시퍼런 불꽃에 타오르기 시작했는데 정작 그 당사자들은 제 몸이 타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머리도, 몸도 눈앞의 상황을 이성적으로 전혀 받아들이지 못 했는지 일어난 일들이었다.
휙―.
천천히 몸을 일으킨 김유현은 일대에 거대한 마나 폭풍을 만들어낸 후 한 손으로는 검을 뽑으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경계선의 반대쪽, 한창 히스파냐와 누디아의 진형으로 밀고 들어간 적들을 가리켰다.
···쐐애액!―
그러자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천천히 끝을 그들에게로 돌리는 허공의 검 한 자루.
곧 처음 등장한 그 순간 그랬던 것처럼 바람을 가르며 날아들었고, 그대로 신성 프러센의 병사들을 모조리 꿰뚫어 죽이기 시작했다.
퍼억!
퍽!
“꺼억!”
“크아아악!”
아무리 두꺼운 갑옷을 입고 있다고 해도, 아무리 마나를 잘 다룬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상대가 인간이든, 요정이든, 심지어 천족이든 검은 가리지 않고 모조리 바람구멍을 내주며 일대에 피바람을 불게 하는 중이었다.
“와아아아!”
“김유현 경!
김유현 경!”
“왕국의 검이 당도했다!”
“밀어붙여!”
바로 이때가 적들을 향해 다시금 창칼을 세워야 할 때임을 병사들이 모를 리가 없다.
그들은 자신들을 거세게 몰아붙이던 신성 프러센 군을, 빛의 광신도들을 역으로 밀어내며 김유현이 직접 만들어낸 선 너머로 내쫓기 시작했다.
“도, 도대체 이게 뭐냐고!
크윽!
캬악!”
쟌과 리시키다를 상대하고 있던 상위 천족은 귀신 같이 목이나 심장 부근을 노리고 지나가는 정체불명의 검 때문에 도저히 싸움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휘두르는 사람 하나 없이 검이 제 혼자 움직이는 것도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인데, 그 검이 마치 이성을 가지고 생각이라도 하는 존재마냥 쟌과 리시키다가 공격을 하면 빈틈을 노리며 날아들고, 반대로 자신이 두 여인을 공격하면 일부러 뻔한 공격을 하며 자신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니 그로서는 도저히 뭘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다.
조금 전까지 제 옆에서 자신을 든든하게 지원해주던 중위 천족들은 순식간에 그 검에게 목을 베이고 심장을 꿰뚫려 절명한지 오래.
그나마 그가 상위 천족이니 이 정도 버티는 것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아마 그도 동족들과 똑같이 피를 쏟으며 그대로 허물어졌을 것이었다.
후웅!
우웅!
하지만 그런 천족의 저항에 오히려 검은 마치 그를 비웃듯 요상한 소리를 내었다.
어서 발버둥을 더 쳐보라는 듯, 자신의 주인과 자신을 더 즐겁게 해보라는 듯이.
“크아아아악!”
이대로 가면 몰리고 몰려서 결국 짐승처럼 사냥당할 것이라는 걸 알아차린 그는 뒤에서 칼을 맞을 각오를 하고 자신에게 날아오던 검을 향해 공격을 찔러 넣었다.
인간이니까, 어떻게 한 두 번의 공격만 버텨낸다면 저 검을 깨부수고 이 자리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능하다고 여겼다.
웅―.
아마 김유현이 펼치는 어검술이 말까지 할 수 있었다면 이리 말했을 것이다.
머저리 새끼.
‘아?’
자신과 마찬가지로 쏜살 같이 날아들던 검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버린다.
그 모양새가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다고 증명하듯, 아주 유려한 움직임으로 진로를 꺾어 신성 프러센의 병사들을 말 그대로 꿰어 죽이기 시작한 것이다.
‘미, 미친···.’
살아있는 생물체도 아니고 고작 검 따위에게 속아 넘어간 것도 충격적이었지만.
그는 다음 이어질 비극에 짧은 탄식을 내뱉으며 자신의 최후를 직감했다.
푸욱!
푹!
푸쉬쉭!―
등에서부터 시작되어 가슴을 뚫고 나온 두 자루의 검.
그곳에서부터 붉은 피가 뿜어져 나오며 옅은 피안개를 만들다가 점점 사라져간다.
상위 천족으로서 당연히 이 전장에서 주제도 모르고 달려드는 죄인들을 심판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는 비명조차 제대로 내지르지 못 한 채 꺽꺽, 소리만 낼 뿐이었다.
“심장은 내가 찔렀어, 리시키다.”
“맞아요.
하지만 심장을 찌르든 폐를 찌르든 죽는 건 마찬가지에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승부는 원점이다 이건가?”
서로의 몰골은 엉망이라고 부를 수 있었지만 입가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밝은 미소를 지은 채 쟌이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리시키다는 당연한 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말이다.
“처음 만났을 때에는 왕국의 여느 기사들처럼 고지식하고 딱딱하게 보이기만 했는데, 시온의 영향을 받아서인가?
이제는 꽤나 재미있는 여인이 되었단 말이지?”
“칭찬 감사드려요.
세상에서 가장 귀하신 주인님께 걸맞은 기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랍니다.”
“그 말, 진심이 아닌 것 같은데?
‘기사’ 만 되고자 하는 게 아닌 것 같단 말이야.”
푸확!
쟌은 그렇게 말하며 상위 천족의 몸통에 꽂혀있던 검을 사정없이 뽑아냈다.
그에 리시키다 역시 상대방의 폐를 완전히 갈라놓았던 검을 회수해냈다.
푸쉬쉬···.
가득 차 있던 공기와 피가 뿜어져 나오는 소리와 함께, 천족이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후우, 한숨을 뱉은 쟌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당장 무너질 듯 엉망이 되었던 진형은 어느 순간 복구되어 있었는데, 검격 한 번으로 만들어진 경계 안쪽은 미친 듯이 날아다니는 검 한 자루가, 그리고 그 너머는 괴물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싶을 정도로 날뛰면서 말 그대로 학살을 벌이고 있는 한 남자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솔직히 이런 말을 하자니 조금 자존심이 상하기는 하지만.”
도저히 김유현의 저 위용을 눈으로도, 머리로도, 그리고 자신의 실력으로도 이해할 수가 없었던 쟌은 이곳이 전장이라는 것도 잠시 잊은 채 그렇게 중얼거렸다.
“예전에 저 남자와 칼을 맞대었을 때 도대체 내가 어떻게 살았을까 궁금해질 정도야.”
“쟌님만 그런 게 아니에요.”
“너도?”
“네.
심지어 죽여달라는 식으로 방어까지 포기한 채 달려든 적이 있거든요.
그 순간에도 김유현 경이 저를 봐주고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어요.
저건···.”
도대체 자신들은 어떻게 살아남은 것일까.
쟌과 리시키다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호흡을 고르고는 다시 전장의 한가운데로 나아갔다.
그렇게 어느 정도 여유를 찾은 히스파냐와 누디아와는 달리, 신나게 들이치고 있던 신성 프러센 측은 아주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승기를 굳혀가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웬 인간 남자 하나가 뚝 떨어지더니 말 그대로 ‘재앙’을 불러일으키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마, 말도 안 돼!
저, 저게 도대체!”
시온에게 일격을 당해 패배를 당하는 순간에도 빛의 뜻을 부르짖으며 흔들리지 않았던 자들이 바로 신성 프러센의 성기사들, 그리고 병사들이다.
광신도라고 불러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그 그릇된 신념이 확고한 자들.
그런 신성 프러센의 병사들조차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은 보통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인식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었다.
“아아···!”
비명 한 번 내지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바로 앞에서 검이 휘둘러진 것도 아닌데, 시퍼런 섬광 한 번이 번뜩이면 인지하지도 못 하는 사이 그대로 생명이 끊어져 허물어질 뿐이었다.
신성 프러센의 병사들만이 두려워하는 건 결코 아니었다.
인간들이라 하면 그저 하등한 존재로만 여기던 요정들, 그리고 그 누구보다 과업을 완수하는 데에 있어서 열정적인 천족들까지.
그들 모두가 김유현이라는 괴물 앞에서는 그저 공포에 질린 짐승이 되어버릴 뿐이었다.
너희를 전부 쳐죽이리라.
그 분노가, 그 살기가 당장 앞에서 벼락처럼 내려치는 것 같아 중위 천족들마저 자리에 못 박힌 채로 움직이지 못 하고 있었다.
“모두 정신 차려, 정신 차려!”
그나마 몇 없는 상위 천족들이 애써서 그들을 독려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말 그대로 초월적인 존재라고 밖에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앞에서 제정신을 차리고 빛을 외치며 달려들 수 있었던 건 그들 상위 천족, 그리고 나쁜 의미로 아주 단단히 빛을 신봉하던 극렬한 광신도들뿐이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이대로 가면 저 정체불명의 인간한테 전부 학살당하고 말아!’
최상위 천족인 릴은 앞에서 아직 돌아오지도 못 했고, 전장에 참여했던 샤는 저번 전투에서 보였던 릴의 잔혹함에 고개를 내저으며 이번 전투에 참전하지 않고 부상병들을 돌보고 있는 중이었다.
소식을 들으면 곧장 그녀도 지원군과 함께 날아오겠지만, 그 전에 저 남자에게 전부가 싹 쓸려버릴 것이라고 직감한 상위 천족, 키류엘라는 죽음을 각오하기로 했다.
어떻게든 저 남자를 가로막아 작은 상처라도 낸다면 완전히 이성을 잃은 자들에게 다시금 빛의 뜻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고, 그리 한다면 패배는 막을 수 없다고 해도 전멸은 면하지 않을까 싶었던 그녀였다.
생각을 마친 키류엘라가 두 자루의 검을 뽑아들고 김유현에게로 날아가려던 순간.
‘아?’
갑자기 뭔가가 하늘에서 내리꽂히며 정확히 자신을 노리고 있다고 느낀 키류엘라는 거의 반사적으로 두 검을 교차시켜 제 목을 향해 날아들던 한 자루의 창을 간신히 막아냈다.
전혀 예상치 못 한 방식의 공격에 감히 자신을 기습한 자의 정체를 확인한 그녀는.
“···아, 아아?”
떨리는 목소리를 주체하지 못 하고 그대로 탄식을 내뱉고 말았다.
키류엘라 자신에게 살기 가득한 공격을 내지른 존재는 그녀도 익히 잘 알고 있는 여인.
자신과 같은 화려한 외모에 등에 달린 순백의 날개, 모두가 천족임을 알려주는 증거.
“샤, 샤이엘라?”
“안녕, 키류엘라.
오랜만이야.”
목소리도, 생김새도, 그리고 검을 타고 넘어 손에까지 전해지는 이 저릿한 힘하며 전부 키류엘라가 알던 샤이엘라가 분명했다.
최상위 천족 ‘루’ 의 여동생이자 상위 천족에서도 가장 뛰어난 천족이라는 그녀가 얼마 전 히스파냐의 남부에서 행방불명되어 제 오라비의 속을 썩이더니 갑자기 이곳, 누디아의 전장에서 모습을 나타낸 것이었다.
카가각!―
불똥이 튀며 조금씩이지만 자신이 밀리고 있음을 알아차린 키류엘라는 다급히 힘을 다해서 샤이엘라의 공격을 한쪽으로 밀어 엇나가게 만들었다.
그 직후 빠르게 거리를 벌린 후 그녀는 반짝거리는 눈동자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샤이엘라를 바라보며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다, 당신이 왜!
뭐하는 거죠, 샤이엘라!
왜, 왜 나를!”
“아아.
너무 그러지 마.
다들 그러고 있잖니?
천족들은 과업을 위해서, 교도들은 그런 천족들을 위해서 싸우고 있잖아.
그리고 나는 교육을 위해서 싸우고 있었고.
그러다가 지금은 개인적인 이유가 있어서, 너희와 싸우는 거야.
오직 그 뿐이지.”
“무슨 소리를··· 무슨 헛소리를!
장난치지 말고 저 남자, 저 남자부터 어떻게 해야 할···.”
키류엘라는 그렇게 말하다 말고 식겁을 하며 다급이 몸을 틀어야만 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그대로 목이 반쯤 잘려나갔을 것이었고, 하마터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이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 싸우고 있던 동료에게 살해당할 뻔 한 그녀는 대경실색을 하며 이를 악물었다.
“탐내지 마.
죽여 버릴 거야.”
“샤이엘라!”
“내 거야.
나만 그럴 수 있어.
저 남자한테 괴롭힘 당하는 건 오직 나만 가능해.
너희 따위는 저 남자의 손에 고통을 당할 권리 따위 없다고.
상상도 하지마, 그 전에 내가 다 쳐죽일 거니까.”
미친 여자!
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키류엘라였다.
솔직히 다른 강자들을 상대로 교육이니 뭐니 하면서 죽기 직전까지 괴롭히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갑자기 왜 돌변해서는 괴롭힘을 당하겠다느니 따위의 개소리를 하고 있는 것인지!
“루 님께서 당신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셨는데!
그 창까지 내어주신 분의 기대를 저버리는 겁니까?”
“···이거?”
샤이엘라는 제 손에 들린 창을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루의 창을 멀리 내던지고 말았다.
“샤, 샤이엘라!”
“가져가.
그리고 오라버니한테 전해줘.
나는 나만의 이유를 찾았으니, 더는 내게 과업을 완수해야 한다는 말은 그만해달라고.
이건 내 말에 대한 증거라고 말이야.
아, 잠깐.”
뭔가 잊었다는 듯 가볍게 박수까지 치며 미소를 지은 샤이엘라가 주변에 나뒹굴고 있던 병사의 창을 집어 든다.
그리고는 그 끝을 예전의 제 동료였던 이에게 돌리며 화사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생각해보니 오라버니한테 내 말 못 전하겠구나?”
“···?”
“내 손에 목이 잘릴 테니까.”
S 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M 이었고, 누구 덕분에 그 성향에 눈을 뜨게 된 천족의 1인 쿠데타였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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