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382)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382화(382/439)
382―――――
아직이다!
아직이야!
전투는 오래 가지 않았다.
아니, 애당초 오래 갈 수가 없는 싸움이었다.
개미떼들이 싸우고 있는 공간에 홍수가 밀어닥친 게 딱 적당한 표현일 정도로, 김유현의 등장은 말 그대로 압도적이었던 것이다.
신성 프러센의 기사들과 병사들이 제아무리 빛에 대한 믿음이 높다고 해도.
요정들과 천족들의 과업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고 해도 김유현의 검 앞에서는 전부 쓸모없는 짓일 뿐이었다.
전방이고 후방이고 모조리 붕괴된 신성 프러센 군은 여태까지 단 한 번도 보인 적 없는 추태까지 보이며 아무렇게나 퇴각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정한 진형을 갖추면서 후퇴해도 피해가 계속 생길 판국에 진은 물론이고 규율조파 깨져 도망가기에 바쁜 자들은 그저 딱 좋은 먹잇감일 뿐이었다.
스릉―.
검을 재차 회수한 김유현은 이대로 에카테리나와 샤이엘라를 끌고 가서 저들을 전부 정리할까 고민도 했다.
여전히 사람을 죽이는 건 딱히 유쾌한 일이 아니었지만 저들을 살려 보냄으로 인해 혹 또 다시 자신의 사람들이 다친다면 그때는 자신의 한심함을 증오할 것이 뻔한 상황.
히스파냐와 누디아의 병사들도 많이 지친 마당에 자신이 나서지 않는다면 저들을 격멸할 이가 없다고 판단한 그가 막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였다.
“김유현.”
익숙한 목소리에 김유현은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새카만 갈기를 자랑하는 흑마 위에 앉아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 참혹한 전장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미청년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쯤 해둬.
오늘은 추격하지 않아도 돼.”
“···괜찮겠습니까?
적들을 완전히 꺾은 바로 지금이 전부 격멸할 좋은 순간인데.”
“물론 좋은 순간인 건 맞지.
하지만 이 이상 나서면 일이 조금 꼬일 수도 있어서.”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까지가 딱 좋다는 거야.
히스파냐와 누디아의 저항.
그리고 영웅의 등장으로 뒤집어진 전황.
거기에 괜한 살육이 들어가서 좋을 게 없다는 거지.”
단순히 승리하는 것만 생각했다면 시온이 굳이 김유현을 남부로 보내지도 않았을 것이고, 루시아나 트리샤, 리아를 중앙에 남겨두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 번 명분을 잃으면 이겨도 손해고 패배하면 정말 남는 게 아무 것도 없다.
하지만 그 명분을 끝까지 잡고 있으면 이길 때마다 아군이 늘어나고 패배해도 이탈자가 적다.
시온은 바로 그 부분을 이용해서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들을 계속 불린 것이고 동시에 천족을 따르는 자들을 계속 분열시키고 있었다.
“지금의 너는 연합군을 구한 영웅이어야 하지, 질서 없이 퇴각하는 적들을 추적해서 무자비하게 살육하는 학살자로 보이면 안 된다는 거다.
그건 이득보다 손해가 더 많아.”
“하지만 적들을 이대로 놓아주면···.”
“다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창칼이 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미 녹슬고 부러진 창칼을 겁낼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군에서 사기란 매우 중요하다.
김유현의 등장으로 인해 최상위 천족들이 박살나고, 용인이 미쳐 날뛰는 상황에서 그 어떤 병사가 제정신을 유지하고 사기를 북돋으며 싸우자고 외칠 수 있겠는가.
패닉에 빠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 판국에 말이다.
‘완전히 무너진 군대.
그보다는 천족들의 주둥아리를 조심해야지.’
어쩌면 천족은 내심 김유현이 아군들을 학살해주기를 원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군의 사기가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그걸 다시 끌어낼 수 있는 건 적에 대한 분노를 키우고 동시에 적을 깎아내려 싸울 만 하다는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것.
연합군의 영웅이라는 김유현을 어떻게든 학살자로 몰아서, 더 나아가 마족 추종자나 아예 인간으로 위장한 최고위 마족이라고 몬다면 흩어진 민심과 사기를 다시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그건 안 되지.
안 되고말고.’
김유현은 언제까지나 연합군의 영웅, 수호자로 남아야만 한다.
거기에 약간의 흠집이라도 가할 수만 있다면 천족들이나 요정들, 그리고 광신도들은 옳다구나 하고 계속해서 물어뜯을 것이고 그리 되면 이쪽은 또 그거 신경 쓴다고 온갖 수를 계산하고 신경을 써줘야만 했다.
“김유현.
솔직히 말해봐.
너 안 힘들지?”
“솔직히 답하자면 그렇습니다.
강한 적들이 좀 있기는 했지만 힘들다고 말할 수준까지는 아니었으니까요.”
“그러면 힘든 척 해.”
“···예?”
갑작스러운 시온의 주문에 김유현이 이건 또 무슨 소리냐는 반응이다.
힘든 척을 하라니?
오히려 멀쩡하지 않아도 멀쩡한 척을 해서 사기를 올리는 게 더 좋은 방법이 아니었던가?
“이 전쟁은 너나 나 혼자서 할 게 아니야.
모두가 싸우고, 모두가 저항해야만 괜히 딴 생각 안 먹고 이 싸움에만 집중할 수 있어.
믿을 수 있는 방패가 생기면 좋지만, 거기에 너무 의존하게 만들어서는 안 돼.
인간이란 게 원래 의지하다가도 배신하는 법이니까.”
“···.”
배신이라는 단어에 김유현이 눈에 띄게 반응하는 걸 시온은 놓치지 않았다.
실제로 김유현은 무림에서 자신을 믿는다고 외치던 자들에게 배신을 당한 전적이 있다.
그로 인해 사랑하던 여인을 잃고,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허우적거리기도 했고 말이다.
“너라는 방패를, 그리고 검을 아끼고 아끼다가 최후의 순간에 꺼내 쓰는 비장의 무기로 인식하게 해야지, 아무 때나 막 뽑아서 휘두를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하면 안 된다는 거다.
오늘 이런 활약을 펼쳤는데도 아무런 이상이 없어 보이면 아마 병사들이 더 큰 기대를 하게 될걸?
아, 저 남자는 이것보다 더 한 일도 할 수 있다.
우리들을 대신하여 더 많이 싸울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말이야.”
“···.”
“그러면 안 되지.
오늘과 같이 큰일에서 큰 활약을 한 건 맞지만 너도 엄청나게 지쳤다.
나중의 더 큰 싸움에서 다른 사람들이 오늘처럼 제 몫을 해주지 않으면 나라는 강자도 결국 꺾일 수 있다.
그러니까 너희는 오늘보다 더 열심히 싸우고, 더 강하게 적들을 미워하고 경계해야만 한다.
이런 마음을 심어줘야 한다는 소리다.”
시온의 말에 김유현은 아, 하고 탄식을 내뱉다가 시온을 쳐다본다.
그리고는 조금 망설이다가 이렇게 말을 꺼내놓았다.
“시온 공자님의 말씀은 이해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간사하고 또 얄팍한지도 잘 알고 있고요.
하지만 당장 눈앞의 적들을 전부 치워버리면 그럴 일도 없지 않겠습니까?
더는 이쪽을 몰아세울 적이 없어질 텐데요.”
그 말에 시온은 속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이 녀석은 매번 고생만 하고, 똥만 치우느라 잘 모르는 모양인데, 원래 일이란 그 과정보다 사후 처리가 훨씬 더 고되고 좆같은 법이다.
당장 눈앞의 짐만 치우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후 같이 그 짐을 치우던 이가 역으로 짐이 되어 드러눕게 되는 경우가 무척이나 허다하다는 것이다.
‘일종의 병신 보존 법칙이라고 해야 할까?’
적이 물러난 빈자리는 반드시 한 때는 아군이었던 자가 차지하기 마련이다.
적이라는 병신들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었는데 그걸 그래도 아군이라고 믿었던 놈들이 대타로 병신 짓을 하기 시작하면 그만큼 열 받고 속 터지는 일도 없다.
“다시 말하지만 이 자리는 너만이 싸울 수 있는, 너만이 싸워야 하는 그런 전장이 아니야.
모두가 선택한 싸움, 모두가 의지를 가지고 참전한 전장이지.
중요한 순간에는 무조건 네가 나선다.
하지만 오직 너만 있으면 다 된다는 그런 느낌을 줘서는 안 돼.
인간이란 원래 그런 존재이니까.
처음에는 감사하던 일도 나중가면 권리인 줄 알고 받아먹거든.
그러다가 다 빨아먹은 것 같다 싶으면 바로 내치지.”
“···.”
시온의 말은 정확히 김유현의 과거를 토대로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저 싸워주고 이겨주면 될 것이라고 여겼던 무림 세계에서의 김유현.
그러나 사람들은 그렇게 순수하지도 않고, 착하지도 않으며 그를 생각해주지도 않는다.
어디까지나 자신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 그게 바로 인간이라는 동물이다.
물론 예외가 있긴 하지만, 지금 그건 중요치 않으니 넘어가기로 하고.
“쉽게 말하자면, 이 싸움을 여기 있는 모두가 자신의 일, 자신의 과거, 그리고 자신의 공훈이자 자신의 영광으로 기억하게 하자는 거다.
나중에 혹 어떤 미친놈이 이걸 가지고 트집을 잡거나, 아니면 적들이 또 이상한 헛소리를 할 때, 여기 있는 자들이 그런가?
하고 넘어가는 갈대가 아니라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냐고 무한한 적개심을 보이면서 너를 위한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지.”
덤으로 나를 위한 울타리도 만들어지고 말이야.
그 마지막 말은 속으로만 중얼거리면서 시온은 말에서 내려 김유현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
김유현은 그런 시온을 바라보면서, 이런 말을 해주었던 이가 과연 자신 곁에 몇이나 있었을까 한 번 생각해보았다.
남을 위해 희생하라는 말을 하던 자들, 그게 의무라는 말을 하던 이들은 참 많았지만 너를 위하라는, 너부터 생각하라는 그런 말을 했던 이는 정말로 거의 없지 않았나 싶다.
아마도, 아마도 시온까지 합친다고 해도 딱 둘이 끝이지 않았을까.
‘정말 사형이랑 비슷한 분이군.’
어쩌면 그런 느낌 때문에 사람을 잘 믿지 않는 성격이 된 자신이 저 시온 클라우젠이라는 귀족 남자만큼은 믿고 따르는 게 아닐까 싶다.
남보다는 자신을, 그리고 자신의 사람들을 챙기는 게 항상 먼저인 사람.
비록 그게 누구에게는 지극히 개인적이라느니, 이기적이라느니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말이나 행동에 있어 확신을 가지고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사람.
김유현 자신은 그러지 못 했고, 그로 인해 많은 이들이 고통스러워했던 것을 생각하면 자신과는 전혀 다른 시온에게 상당한 호기심과 호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그보다, 못 보던 얼굴이 있는데.”
시온의 말에 김유현은 아, 하고 탄식을 내뱉고는 자신의 뒤쪽으로 다가온 샤이엘라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일전에 저와 한 번 부딪쳤던 전적이 있는 상위 천족, 샤이엘라입니다.
아마도 리시키다 경은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리시?”
“아, 네.
맞아요.
그 때 당시 여왕께서 아직 왕녀 신분에 계실 때 히스파냐 쪽으로 오고 있던 천족이었어요.”
리시키다가 그렇게 답하자 시온은 슬쩍 한쪽 눈을 찡그리고는 그 천족을 바라본다.
샤이엘라라는 이름은 소설에서 한 두 번 언급되고 다시는 등장하지 않은 캐릭터.
덕분에 알고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고 봐야 했고 이렇게 되면 전적으로 김유현의 판단과 생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유현님께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샤이엘라라고 합니다, 시온 클라우젠 공자님.”
“···.”
시온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샤이엘라는 마치 인간들 사이에서 아주 잘 지내던 평범한 이종족처럼 그렇게 인사를 해왔다.
그녀와 한바탕 거하게 싸운 적이 있는 리시키다는 극도의 경계심을 보이면서 시온의 곁을 지키고 있었는데, 샤이엘라는 그 모습을 보고는 손을 내저었다.
“무슨 걱정을 하시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미 유현님께도 말씀드렸지만, 시온 클라우젠 공자님께서 원하신다면 저희 빛의 후예들이 정확히 무슨 생각으로 여태까지 어떤 일을 벌여왔는지 전부 설명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이미 천족들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어떤 일을 해왔는지는 시온도 알고 있다.
그렇다는 건 이 상위 천족 여인이 거짓말을 하는지, 아니면 정말 투항한 것인지 알 수 있고.
시온은 김유현을 바라보며 이 여자의 투항을 정말 믿어도 되겠냐는 뜻으로 고갯짓을 했고, 그에 김유현은 조금은 골치가 아프다는 듯 이마를 긁적이며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믿어도 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아무래도 이 여자랑 뭔가 이상한 일이 있었던 모양인데.’
실제로 소설에서 김유현은 천족 여인과도 연인 기류가 흐르기는 했었다.
물론 본격 주인공 개고생 소설답게 그녀는 결국 종족의 과업을 완수하는 길을 택했고, 김유현은 당연히 자신을 막으려던 그녀를 죽이고 만다.
정말이지 행복할래야 행복할 수가 없는 인생을 살았던 김유현.
때문에 시온은 그가 알게 모르게 평온한 삶을, 그리고 그 삶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원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걸 이리저리 이용해서 결국 여기까지 끌고 왔고 말이다.
“뭐, 당신과 그 잘난 천족들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는 것으로 하죠.”
“알겠어요.”
은근한 어조로 천족을 내리깎는 말을 했는데도 샤이엘라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응당 천족이라면 빛의 후예를 다른 이도 아니고 인간 따위가 평한다고 뭐라 말이라도 해야 하는데, 정말 연기를 잘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천족이라는 위치마저 다 버릴 정도로 김유현한테 빠진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주인님, 전장 정리가 얼추 끝난 것 같아요.”
“그래?”
적들이 물러나고, 아군들이 부상자를 후송하고 아군과 적군들의 전사자들을 처리하는 일이 대강 마무리 분위기에 접어들었다.
바로 이 순간을 노리고 있던 시온은 멍하니 서서 자신이 한 일을 바라보고 있던 김유현을 불렀다.
“김유현.”
“네, 공자님.”
“저번에도 말했지만 전쟁에서 무고한 자는 없어.
남 신경 쓰다가 네 사람 다치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약한 생각하지 말고, 바보 같은 말 하지 마라.
넌 지금 저기 나자빠진 자들을 학살한 괴물이라던가, 원수가 아니라 우리 히스파냐와 누디아를 구한 영웅이야.
그것만 생각해.
네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사람들은 동정을 하는 게 아니라 빈틈을 보인다고 우습게 여긴다.
그리고 이용하려고 들 거야.
멍청한 것들이 구원 받을 때는 좋다고 소리 질러놓고 나중에 가면 사실은 괴물이니 마족이니 떠들 수도 있다는 거지.”
그리 말한 후 시온은 미리 대기시켜두었던 말을 내밀었다.
일부러 가장 근사한 백마를 준비하여 김유현에게 안장 위로 오르라고 한 것.
그리고는 일부러 김유현을 자신보다 더 앞으로 세웠다.
“김유현 경!
김유현 경!”
가장 먼저 그를 알아본 히스파냐 동부 지역의 병사들이 환호한다.
얼마 전 누디아의 병사들을 상대로 말 그대로 무쌍을 찍었던 그가 이번에는 신성 프러센 군을 상대로 하여 그야말로 재앙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만약 신이 있다면, 거짓된 빛을 벌하고 그 빛에 의해 고통 받던 이들을 구원하기 위해서 김유현이라는 영웅을 보냈다고 생각해도 충분할 정도였다.
“히스파냐의 검!
히스파냐의 검!”
뒤를 이어서 히스파냐의 기사들과 모든 병사들이 그리 외치며 힘차게 환호성을 내지른다.
조금 전까지 처참했던 전장에서 살아남고, 그런 이유로 무척이나 피곤하고 지쳤을 이들이지만 자신들을 그 지옥에서 구원해준 영웅의 등장은 그것마저 잊을 정도로 벅차는 것이었다.
“거짓된 자들을 심판하는 검!
위선자들을 단죄하는 빛!”
누디아도 그의 활약을 아주 똑똑히 보았다.
검 한 자루로 전황을 아예 완전히 뒤엎어버렸으며 아군을 학살하던 그 무시무시한 천족들을 그냥 말 그대로 힘으로 짓눌렀다.
저 남자가 과거 자신의 동료들을 참살하기는 했지만, 이제는 누디아의 적이라기보다는 자신들을 구해준 영웅이라 칭하는 것이 옳은 일, 그리고 모두에게 좋은 일일 것이다.
“김유현 경!
김유현 경!”
심지어 그 뒤로 천족 여인과, 용인이 뒤따르고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아마 이 자리에 모인 많은 이들이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빛의 후예들에 대한 이야기만큼이나 사람들이 또 많이 듣고 자란 전설.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다는 종족인 천족과, 마족을 제외하면 가장 강하자는 용인족마저 따르는 위대한 인간 영웅에 대한 그런 이야기 말이다.
“···.”
김유현은 그런 병사들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슬쩍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시온을 바라본다.
자신이 어떻게 해야 좋겠느냐는, 시온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답답한 질문을 던지면서.
‘밥상 차려주면 좀 먹어, 제발.
유현아.
언제까지 형이 숟가락 떠서 입 안으로 넣어줘야 하냐.’
짝짝짝!―
시온이 박수를 치자, 주변의 지휘관 모두가 박수를 친다.
그에 병사들 모두가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내지르며 오만방자하게 굴던 거짓되고 위선된 빛을 처단한 영웅의 등장을 축하한다.
김유현은 멍하니 주변을 바라보다가 이내 가벼운 미소를 짓고는 시온이 원하는 대로, 그리고 저들이 원하는 대로 영웅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작품 후기―――――――
추천은 항상 환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