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383)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383화(383/439)
383―――――
아직이다!
아직이야!
“뭐야, 이 미친년은?”
시온과 김유현 일행이 막사 안으로 들어서자, 혹시나 최상위 천족에게 제 기운이 읽힐까 꼭꼭 숨어 있던 릴리트는 바로 욕설을 박고 말았다.
김유현의 뒤에서 아주 당당히 날개를 펄럭이며 들어온 샤이엘라와 눈이 딱 마주한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조금 전 잡혀 온 쫙쫙 찢어진 비둘기 때문에 상당히 저기압인 와중에, 포로도 아닌 것으로 보이는 천족이 또 들어서니 부아가 치미는 건 당연한 일.
원래라면 릴리트가 보이는 반응을 천족도 보일 테지만 샤이엘라는 잠시 두 눈을 깜빡거리다가 설명을 요구하는 듯 김유현을 바라본다.
“나중에.”
“아, 알겠습니다.
유현님.”
“···유현님?”
릴리트는 이건 또 무슨 상황이냐고 묻는 듯 시온을 바라본다.
그에 시온 ‘저도 잘 모릅니다.’ 라고 아주 솔직하고 쿨하게 대답해버렸다.
덕분에 릴리트는 황망한 표정을 지었지만 어쩌겠는가, 자신도 이제 상황 설명을 들어야 하는데 말이다.
“다 모인 거니, 리시?”
“네, 주인님.”
시온 일행은 릴리트와 리시키다, 쟌, 그리고 김유현 일행은 샤이엘라와 에카테리나.
에오스는 김유현이 일부러 뺐는데 아무래도 지금 당장 설명을 하기에는 김유현 입장에서 무척이나 껄끄러운 부분이 많은 모양이었다.
당장 에카테리나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샤이엘라를 바라보고 있는 걸 보면 그의 결정이 틀린 게 아님이 얼추 증명되는 듯 했다.
쟌은 에오스에게 여기서 듣는 모든 일을 비밀로 하기를 약속하고 자리했고 말이다.
“일단, 시온 공자님의 예상대로 천족들이 누디아 남쪽 항구를 통해서 히스파냐의 남부를 노리고 몰래 들어왔습니다.”
“규모는?”
“여기 있는 샤이엘라와 천족 수십이었습니다.”
“바다를 건너 날아왔다는 소리인가?
아무리 인접했다고 해도 몇 시간은 걸릴 거리인데.”
그에 샤이엘라가 조심스레 손을 든다.
마치 발표를 하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를 보는 것 같아 시온이 잠시 망설이다가 말해보라는 듯 손짓을 해보이자 그녀는 미소를 짓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시온 클라우젠 공자님의 생각을 빌렸습니다.”
“···내 생각?”
“네.
이전에 해적 소탕에서 쓰셨던 그 배.
그리핀들을 태우고 바다를 돌면서 필요할 때마다 하늘로 떠오르게 했던 그런 형식의 배 말이에요.
그걸 이용했습니다.
그 위에 천족들이 타서 밤중에 해안가까지 접근했고, 그런 방식으로 이동거리를 최소한으로 줄였습니다.”
“천족들이라고 해서 무한히 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의 상위 천족들과 최상위 천족들은 누디아 전선에 있으니까.
그렇겠지?”
“맞아요.
정확하세요.”
샤이엘라의 말에 시온은 큽, 하고 짧은 웃음을 내뱉고 말았다.
설마 했는데 정말 그걸 그대로 써먹을 줄은,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따라 해서 나름 비장의 한 수를 날린 것인데 하필이면 김유현한테 딱 걸렸다고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터져 나온 것이었다.
“말씀드리고 보니 궁금하네요.
유현님?
그때 제가 거기 있다는 건 어떻게 아시고 기다리신 건가요?
혹시 뭔가를 느끼셨다거나···.”
“밤이라지만 그래도 월광이 있는데, 아주 하얗고 반짝이는 것이 멀리서부터 오고 있더군.”
“아···.”
설마 야간에 기습을 하겠다고 배 타고 오는데 등화관제도 안 한 거였어?
진짜 우리 세상에서 우리 배 타고 했으면 아마 죽도록 처맞았을 거야.
시온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김유현의 다음 이야기에 대해서 귀를 기울였다.
당연히 그 배에서 날아오른 천족들은 김유현에 의해서 모조리 격추.
하나 둘씩 해서 전부 처리하고 마침내 샤이엘라까지 전부 쓰러트렸단다.
원래는 바로 그 자리에서 싹 다 죽이고 청소까지 마친 다음 바로 시온 쪽으로 출발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났다고 한다.
그건 바로 아직 숨은 쉬고 있는 이 여자를 상대로 정보를 캐내는 것.
마침 자신의 주적이 될 천족에 대해서 알아보기도 해야 했기에 김유현은 대충 그녀를 끌고 가서 본격적으로 심문에 들어갔다고 한다.
“당연히 입을 열지 않더군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약간의 자극을 주었습니다.”
“약간의 자극?
아, 고문했다고?”
“예.”
네게는 약간의 자극이 고문이라는 말이 되는구나.
이런 무서운 놈.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시온은 샤이엘라가 멀쩡히 살아있는 게 신기해졌다.
당장 분근착골만 아니더라도 김유현은 온갖 고문에 대해서 생각 외로 아주 잘 알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무림에서 아직 힘이 없던 때에 모진 고문을 당했었으니까.
더해서 주변인들이 적들에게 붙잡히면 그들에게도 그와 동급의 무시무시한 고문이 가해졌으니 김유현 입장에서는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그 수법 그대로 적들을 붙잡아서 써먹었던 적이 아주 많았다.
“원하는 정보만 말해준다면 편히 죽여주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예상한 대로 절대 입을 열지 않더군요.
해서 점점 강도를 높여가면서 말했습니다.
아는 대로 말하라고, 그러면 편히 죽여주겠다고요.”
“그렇게 모진 고문을 가했다.
그런데 왜 고문을 받은 여자가 이렇게 순종적인 모습이 되어서 너를 따르고 있는 건지 아직 나는 이해가 잘 안 되는데.”
“간단해.
그냥 저 미친 천족은 당하는 걸 좋아하는 거야.”
여태까지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던 에카테리나가 미쳐버리겠다는 듯 고개를 내저으며 입을 열었고, 덕분에 자리에 모여 있던 전원이.
정확히는 김유현과 샤이엘라를 제외한 이들이 황당하다는 기색을 숨기지 못 했다.
지금 자신들이 뭘 잘못 들었나 싶은데, 그건 또 아닌 것 같고.
에카테리나의 말에 따르자면 이 여자가, 빛의 후예라는 이 샤이엘라라는 천족이 성향이 그렇고 그런 쪽이라는 소리인데···.
“말씀을 조금 이상하게 하는군요, 에카테리나.”
“내가 뭐 틀리게 말이라도 했냐?
정확하잖아!”
“틀려요.
저는 다만 교육을 하는 자의 입장에서 교육을 당하는 자의 입장이 더 좋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뿐입니다.”
그게 그거 아니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른 시온이었지만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지금 상황에서 그런 잡다한 문제까지 일일이 신경 쓸 정도로 여유가 많은 편이 아니니까.
이후 샤이엘라는 김유현에게 털어놓았다는 천족의 이야기를 이들에게도 전부 풀어놓았다.
일곱 번의 뿔피리, 세상을 잿더미로 만드는 그들만의 과업.
그것을 위하여 일단 마족부터 재기 불가능으로 만들어 놓는 작업부터 시작하여 성전을 종용토록 하기 위해 마족 추종자들로 위장한 자들이 곳곳에서 사건사고를 일으킨다.
그리하여 가장 수가 많은 인간들이 가장 많은 희생을 치러 마족들을 완전히 꺾고 강력한 라이벌과 가장 귀찮은 종족 둘을 완전히 없애버리거나 재기불능으로 빠트린다.
이후 이종족들과 인간들 사이에 분란을 조장하여 더욱 많은 피가 흐르게 하고, 동시에 급진파 요정들을 투입하여 각 국가의 지도 세력에 들러붙게 해서 정보를 캐내는 일부터 종국에는 마음대로 조종하는 일까지 전부 하도록 만들었다는 부분에 이어.
최종적으로 모든 세상이 혼란에 빠져 모두가 빛을 외치며 구원만을 바랄 때 빛의 후예들이 광명과 함께 나타나서 이 혼란한 세상에 종지부를 찍고 모두가 신세계로 떠나자는 말을 하며 모든 것이 불타 사라지는 결과물까지.
하나, 하나가 거의 어지간한 마족들의 사악한 술수라고 해도 다들 믿을 일이다.
그런데 그걸 다른 이들도 아니고 빛의 후예라는 천족들이 꾸미고 또 실행하려 했으며 일부는 실행이 되기까지 했으니 자리에 모인 이들이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지가지 한다, 가지가지 해.”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얼추 천족들의 일에 대해서 알고 있던 릴리트.
루의 입을 통해 대강의 내용을 들었던 적은 있지만 그녀도 이렇게 상세하게 이야기를 들은 건 처음이었기에 기가 막히다는 반응 외에는 별 다른 걸 내놓을 수가 없었다.
“어이가 없군.
이게 그 잘난 빛의 교도인지 뭔지 하는 자들이 믿는 것들의 실체였다니.
우리 북쪽 땅에까지 와서 그 교리를 전파하겠다고 했을 때 흠씬 두들겨 팬 다음 돌려보낸 게 천만다행이었어.”
불명예스러운 짓을 가장 싫어하는 북쪽 전사답게 쟌은 진절머리를 냈다.
리시키다는 이미 천족과 직접 붙어보며 그들의 의도가 순수하지만 않다는 걸 진작 알고 있었기에 충격이 크지 않은 모양.
‘이 자리에 히스파냐나 누디아의 지휘관들이 있었다면 아주 난리가 났었겠군.’
물론 그들에게도 전부 알릴 것이다.
지휘관들뿐만 아니라 아이브를 비롯한 누디아의 핵심 세력과 누디아 국왕인 사라딘에게.
그리고 히스파냐에서 계속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바네사 여왕에게도 말이다.
다만, 정보를 공유하는데 있어서 당연히 전부를 제공할 수는 없다.
아무리 그들과 한 배를 타고 있다고 해도 이쪽이 전부를 가져가고, 그들은 70퍼센트 정도만 알아가는 게 서로에게 이득이라고 시온은 여기고 있었다.
“리시.”
“네, 주인님.”
“지금쯤이면 루드비히가 히스파냐 군을 얼추 정비했을 거야.
누디아도 마찬가지겠지.
루드비히와 아이브에게 가서 30분 후에 긴급회의를 가지겠다고 전해줄래?”
“알겠습니다!”
리시키다가 막사 밖으로 나선 후, 쟌은 자신도 회의에 참석해야 하니 돌아가서 준비를 하겠다고 말한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쟌까지 막사 바깥으로 나서자 릴리트는 매서운 눈빛으로 샤이엘라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시온.
다 믿으면 안 돼.
어쩌면 저렇게 정보를 누설하는 것도 함정의 일환일 수 있어.”
“함정이 아닙니다.
제 이름, 제 목숨을 걸고 맹세할 수 있습니다, 마족.”
“저렇게 말하는 게 더 수상해!
세상 어떤 천족이 마족을 앞에 두고 저리 평온할 수 있냐고!”
릴리트의 비명에 시온은 어깨를 으쓱였다.
실제로 천족들은 마족 하면 아주 이를 갈았으니 샤이엘라의 저 반응이 수상하다고 외치는 릴리트를 이해하지 못 하는 건 결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에 이 천족은 함정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
심지어 그 정보들은 하나 같이 사실들, 시온이 알고 있는 소설 속 내용과 일치하는 것들이었다.
함정이라 하면 어찌 되었든 자신들의 승리를 목적으로 삼으니 최소한 자신들이 이용할 구석을 남겨두어야 하는데, 이런 식이면 상대편을 이용하거나 혼란을 부추기기는커녕 아군의 다음 행보만 뻔히 광고하는 꼴이었다.
“샤이엘라, 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시온 클라우젠 공자님.”
“하나만 묻지.
네가 그렇게 해서 얻는 게 뭐지?”
“예?”
“네가 우리들에게 이렇게 협조하고, 동족들을 배신하면서까지 얻는 게 뭐냐고.”
뻔한 질문 같지만 아주 중요한 문제다.
정말 이 여자가 배신할 생각이라면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
무엇을 원하는 지, 뭘 생각하고 있기에 상위 천족이라는 위치에 있는 여인이 갑자기 돌아서서는 여기로 합류하게 되었는지.
천족이라도 해도 결국 신과 같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니 흔들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시온은 다만 도대체 뭐가 이 천족을 흔들었고 기어코 넘어트렸는지 알고 싶었다.
“···새로웠으니까요.”
“무슨 소리지?”
“유현님께 받은 모든 형태의 교육이, 그러니까 고통이 새로웠습니다.
저를 지금의 이 불만족스러운 세상에서 구해주고 더 황홀하고 즐거운 곳으로 데려가 주신 분.
그 분이 있는 곳에 함께 가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뿐이랍니다.”
“···.”
“···.”
무슨 엄청나게 신성한 말이라도 했다는 듯 두 손까지 부여잡고 중얼거리는 샤이엘라.
덕분에 시온은 물론이고 릴리트, 에카테리나, 심지어 김유현까지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차라리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는데, 어디를 봐도 절절한 진심만 드러나는 판국이라 더더욱 진절머리가 나고 있는 중이었다.
“···고생 많았네, 김유현.
앞으로도 고생할 것 같고.”
“감사합니다.”
시온의 말에 김유현은 슬쩍 양옆을 쳐다보고는 한숨을 내뱉으며 그리 답했다.
우 에카테리나, 좌 샤이엘라.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귀찮은 상황에서 다른 것 같으면서도 또 비슷한 성향을 지닌 여인들을.
심지어 인간도 아니고 하나는 용인에 하나는 천족이라는 엄청난 여자들을 끼고 살게 생겼으니 시온이라고 해도 약간의 미안함은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저게 바로 주인공의 모순이거늘.
응당 주인공이라 하면 능력 좋고 외모 좋은 여인들이라면 성향은 뒤로 한 채 일단 죄다 몰고 다니는 게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물론 그 중 그나마 정상 범주에 속하는 루시아나 리아를 채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에오스는 남겨줬다, 유현아.
이 정도면 형이 많이 양보해준 거야.’
속으로 그리 중얼거린 후, 시온은 한숨을 푹푹 내뱉는 김유현에게 다른 질문을 던졌다.
“내가 따로 시켰던 일은?
그것도 다 처리하고 온 거겠지?”
“물론입니다.
남부에서 서쪽으로 향하는 것, 거기에서 다시 여기까지 오는 모든 게 문제가 없었는데 샤이엘라가 점점 뒤로 쳐져서 조금 늦은 것이죠.”
“그건 유현님이 너무 빠르신 거 아닐까요.”
“맞아, 맞아.
김유현, 네가 괴물이라고 내가 말한 적 있지?
인간이 맞기는 하냐고!”
그 틈을 못 참고 또 입을 여는 샤이엘라와 에카테리나.
물론 김유현이 슬쩍 고개를 돌리며 시끄럽다는 반응을 보이니 바로 입을 다물었지만.
‘저 정도면 정말 데리고 키우는 수준인데.’
김유현도 주인공이라고 대충 하렘을 찍는 것 같기는 한데, 어째 그 방향이 상당히 이상한 길로 흐르는 것 같았지만 시온은 그 부분까지는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말했다.
“답은.
그들의 대답은 뭐였어?”
“이미 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하긴, 그들이 내가 원하는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면 네가 여기 있지도 않았겠지.”
협박을 하든, 아니면 무력시위를 하든 뭘 해도 했을 김유현이다.
그에게 있어 백 마디 말보다는 한 번의 힘을 보여주는 게 더 편하고 간단했으니까.
“제가 떠난 직후 움직인다고 했으니, 지금쯤 가용 가능한 이들을 전부 끌어 모아 이동을 시작했을 겁니다.
이미 히스파냐 왕성에도 그 소식이 전달되었을 테니 지금쯤이면 왕국 동부에는 충분히 다다랐을 시간이군요.”
“보통의 인간 보병들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이동 속도를 지닌 이들이니까.”
시온의 말에 김유현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남부의 일을 정리하자마자 또 미친 듯이 내달려 당도한 곳은 다름 아닌 왕국의 서쪽.
요정들과 수인들이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거처였던 것이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에게 항복한 샤이엘라를 이용하여 그들이 품고 있던 천족에 대한 환상을 완전히 박살내고야 말았다.
더해서 너희들이 괜히 간 좀 본다고 머뭇거리다가 히스파냐와 누디아가 패하면 눈깔이 뒤집어진 천족들에게 집단 학살을 당할 것이고, 히스파냐가 승리한다고 해도 뒤에서 공짜로 얻은 승리를 즐기다가 괜한 미움을 사서 기껏 얻은 평화가 전부 불살라 사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를 던졌다.
―싸우고 당당하게 너희들의 권리를 주장하라.
인간이라는 종족 뒤에 숨어서 공짜 승리라도 노리고 있는 건가?
―
자존심 긁는 소리 하나는 참 잘하는 김유현이었고, 당연히 인간들보다는 자신들이 그래도 잘났다고 생각하던 수인들과 요정들 사이에서 더는 망설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터져 나왔다.
이미 시온이 작업해둔 수인들의 지도자들, 그리고 천족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있던 요정의 장로들은 그에 바로 움직였고 그 결과 김유현이 서부를 출발할 때쯤에 히스파냐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두 종족의 군세가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먼저 요청하면, 손을 내밀면 너무 오만해져.
오히려 몸이 달아서 오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어야지.’
시온의 생각대로, 괜히 숨 죽이고 있다가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두 종족들이었다.
이제 무대에 주연이고 조연이고 단역이고 전부 들어왔다.
남은 건, 클라이막스로 질주하는 일 뿐이었다.
“릴리트님.”
“응?”
“그 여자 어디 있죠?
김유현이 추락시킨 비둘기요.”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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