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Regeneration Life RAW novel - Chapter (385)
애독자의 갱생 라이프-385화(385/439)
385―――――
아직이다!
아직이야!
“히스파냐의 시온 클라우젠 공자 들어오십니다.”
히스파냐와 누디아의 지휘관들이 모여 있는 연합 지휘 막사.
두 나라의 어느 누구라도 해도 다른 나라의 귀족이 자신들을 지휘하는 꼴은 절대 못 볼 위인들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히스파냐의 볼코 후작, 그리고 누디아의 아이브 기 레스티온은 동등한 위치에서 연합군의 회의를 이끌곤 했다.
비록 그 와중에 볼코 후작이 전사했다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히스파냐의 위치가 낮아진 것은 결코 아니었고 누디아 군의 피해가 크다고 하여 누디아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
“···.”
척, 척―.
하지만, 시온이 들어온다는 말에 히스파냐의 지휘관들은 물론이고 아이브를 포함하여 누디아 측 인사 전원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이제는 명백하게 히스파냐가 누디아보다 더 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무척이나 간단한 일이다.
연합군이 전멸의 위기에 몰린 순간 나타난 히스파냐의 김유현.
그리고 곧 그는 어느 누구도 상상치 못 할 압도적인 무위를 떨치며 신성 프러센의 병사들은 물론이고 요정들, 심지어 천족들까지 단 일검에 모조리 해치웠다.
이미 히스파냐의 원군 덕분에 많은 이득을 보았던 누디아로서는, 절망의 구렁텅이로 떨어지기 직전 나타난 히스파냐의 검이 적들을 참살하는 장면을 바라보며 이제는 정말 힘의 균형이 완전히 깨져버렸음을 직감한 것이었다.
히스파냐의 병사들은 물론이고 누디아의 대부분 병사들마저 김유현의 등장에 환호하며 이제는 정말 이길 수 있다고 굳센 희망과 의지를 갖는 상황.
더해서 그 김유현이 대놓고 시온에게 깍듯한 모습을 보이며, 절대 감당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존재를 히스파냐의 시온 클라우젠은 마음 놓고 대할 수 있다는 것까지 보여주며 화룡점정을 찍기까지 했으니 자리에 모인 이들이 시온에게 예를 취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왜 다들 이러고 계십니까?
어서 앉으세요.
앉아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시온은 가장 먼저 자신이 착석하는 것으로 지금 상황에서 가장 많은 힘을 지닌 이가 다름 아닌 히스파냐, 그것도 시온 클라우젠 자신임을 은근히 강조했다.
“전장 정리가 다 되었다고요, 루드비히.”
“그렇습니다.
피해도 집계되었고 부상자들은 현재 후방에서 치료를 받으며 빈자리는 예비대로 곧 채워질 겁니다.”
“오늘 전투에서 정말 고생이 많았습니다.
특히나 누디아의 분들이 분전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강렬했습니다.
누디아 측이 버티지 못 했다면 김유현 경이 도착하기도 전에 적들의 공격에 모조리 쓸려나갔을 것입니다.”
오늘 전투에서 누디아는 진형의 좌측에서부터 중앙 일부까지 맡았다.
오합지졸 수준은 아니지만 히스파냐에 비해서 전쟁 피로도도 더 높고 숙련된 병사들이 히스파냐보다 더 많이 전사하고 더 많이 부상을 입은지라 공세보다는 방어에 치중한 것이었다.
원래라면 히스파냐를 먼저 언급했을 테지만, 그렇게 해서 알게 모르게 히스파냐의 공이 더 큼을 강조했을 테지만 이번에는 그리하지 않았다.
시온은 누디아를 먼저 언급하여 그들의 체면과 자존심을 살려주면서 히스파냐아 누디아에 비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고 할 지언 정 괜한 분란을 조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분명히 한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시온 클라우젠님.
저희 누디아도 오늘 전투에서 히스파냐 군사들의 용맹함을 다시 한 번 목도할 수 있었습니다.
적들의 공세가 거센 와중에도 결국에는 적들을 밀어붙이는 걸 이 자리에 모인 모든 누디아 지휘관들이 보았으니까요.”
아이브의 말에 누디아 지휘관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뜻을 내비쳤다.
막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여겼던 도중에 일부라고는 하지만 우측이 적 대열을 돌파하는 모습까지 보였으니 그들 입장에서는 히스파냐의 병사들이 정말 대단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저, 그런데.
시온 클라우젠님.
혹 그 분은 여기 참석치 않으셨는지···.”
어지간해서는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아이브가 그렇게 질문을 해온다.
그녀가 언급하는 그 분이 누구인지는 누가 봐도 뻔하고 뻔한 것.
시온은 안도감과 함께 약간은 아쉬움이 깃든 미소를 짓고 그에 답했다.
“천족들과 싸우느라 무척이나 지쳐서 말입니다.
부상을 당하기도 했고요.”
“부상 말입니까?”
“큰 부상은 아닙니다.
그냥 가볍게 다쳐서 피만 조금 난 그런 부상이죠.
다만 혹시나 나중의 전투에서 걸리적거리기라도 하면 절대 안 되니 휴식을 취하라고 일부러 막사로 보냈습니다만, 혹 김유현 경한테 뭔가 하실 말씀이라도 있었습니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이요.”
한 번 휘둘러 적을 쓸어버리고, 연합군으로서는 감히 상상도 못 하던 일을 혼자서 해냈다.
특히나 아군들을 격살하던 천족 여인을 접전 끝에 살해한 일은 이 자리에 모인 이들에게 있어서 거의 구원자로 보일 정도의 결정적인 공이었다.
“이미 감사 인사라던가, 환호는 조금 전까지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소란스럽거나 괜스레 자신을 띄워주는 걸 딱히 즐기는 인물이 아니니 일부러 자리를 피한 모양이에요.
그렇게 알고 자리에 모인 분들이 양해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좋게 좋게 말하고는 있지만 결국 시온이 말하는 바는 명백하다.
괜히 김유현 귀찮게 만들어서 서로 인상 쓰게 하는 일은 만들지 말자, 라고 말이다.
“루드비히.
지금 상황에서 언제쯤 반격이 가능하겠습니까?”
“히스파냐 군은 재정비가 반 이상 진행되었습니다.
곧 히스파냐에서 출발한 예비대가 이곳으로 도착한다는 전령이 도착했으니 늦어도 사흘 안으로는 출병 가능합니다.”
“누디아는 어떻습니까?”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적들을 추격하고 싶지만 피해가 커서요.
사흘에서 나흘 정도는 필요할 듯 싶은데, 괜찮나요?”
아이브의 질문에 시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흘에서 늦어도 나흘 정도라면 충분한 시간, 자신의 예상 범주에 들어가 있던 것이다.
그동안 자신은 그 이후에 있을 일에 대한 준비를 하면 될 뿐이었다.
“적들은 분명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을 여전히 죄인이니, 타락한 자들이라고 보는 자들이니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나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당장 빈자리가 생기는 부분은 누디아 각지에서 자원하는 광신도들로 채울 수도 있는 법이고, 그보다 더 한 일을 생각한다면 죄 없는 일반 왕국민들을 방패로 내세울 수도 있겠죠.”
“아무리 그릇된 신념의 신성 프러센이라지만 그런 짓까지 하겠습니까?
그래도 나름 빛을 따른다고 하는 자들인데···.”
“상황이 급박해지면 인간이란 참 편협해지고 또 자기 합리화가 심해지는 존재입니다.
이건 모두 빛을 위한 것이라면서, 빛을 믿지 않는 자들에게 빛을 위하여 죽을 길을 알려주겠다며 억지로 그리 할 수도 있지요.
모든 것이 가능한 게 바로 지금의 전쟁입니다.
잊지 마세요.”
시온의 차가운 경고에 히스파냐와 누디아 측 인사들이 입을 다물었다.
당장 천족들이 나타나 자신들의 병사들을 말 그대로 곤죽을 만들며 죽여 놓고 있던 상황에서 궁지에 몰린 그들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이제는 자신들도 알 수가 없어졌으니까.
“오늘 격전이 있었으니 모두가 피곤할 겁니다.
병사들에게 휴식 여건을 보장해주시길 바랍니다.
다만 틈을 노린 기습이 있을 수도 있으니 경계만큼은 평소보다도 더 철저해야 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오늘 간신히 얻은 승리를 날려버리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시온 클라우젠 공자님.”
“저희도 오늘은 이쯤 하도록 하죠.
다들 오늘 전투로 인해 피곤하실 테니.
고생 많으셨고, 앞으로도 힘냅시다.
이 땅에서 거짓된 자들을, 위선자들을 몰아내기까지 계속 함께 나아가는 겁니다.”
사령관의 전사, 히스파냐 병사들의 분전, 결정적으로 김유현의 등장.모든 것이 누디아의 입지는 자연스레 좁아지게 만들고 반대로 히스파냐의 입지는 넓히는 것이었기에 시온은 이제는 별 거리낌 없이 누디아 측에도 그렇게 주문할 수 있었다.
물론 누디아의 대부분 이들도 그런 시온의 말에 별 거부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무의식적으로 히스파냐의 우위를 인정했고 말이다.
“···.”
“···.”
하마터면 완전히 전멸할 뻔 했던 전투로 인해 지휘관들의 피로감도 극에 달한 상황.
시온의 말이 있은 후 히스파냐와 누디아의 대부분 이들은 지휘 막사를 벗어나 휴식을 취하러 떠나고 자리에 남은 건 시온과 리시키다, 루드비히, 그리고 아이브 뿐이었다.
“시온 클라우젠님.
하나 여쭙고 싶은 게 있는데.”
“왜 바로 공격을 하지 않고 시간을 주느냐, 필승이라고 믿던 자들의 그 강력한 믿음이 깨졌는데 왜 그 틈을 노리지 않느냐, 그런 질문을 할 것 같은데.
내 말이 맞나요?”
“···네.”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 이런 질문이 나올 걸 예상하고 있었으면서 뻔히 기다렸다.
아이브는 바로 그런 점이 싫었고, 동시에 무척이나 무서웠다.
질문을 예상하고 있다는 건 대답까지 다 준비하고 있다는 것.
이미 다 준비를 하고 들어올 준비만 하고 있는 이를 상대한다는 건 그게 적이든 아군이든 무척이나 꺼려지게 하는 일이었다.
“이미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김유현 경에게 부상이 있고, 병사들도 오늘의 격전으로 엄청난 사상자 발생에 피로도가 극에 달해있다고.”
“···.”
하지만 이번에는 아이브의 뜻대로 해주지 않는 시온이었다.
그냥 뻔한 대답,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대답을 할 뿐이었다.
아이브는 정말 그게 다냐는 시선으로 시온을 쳐다보았지만 상대는 정말 그게 다라는 듯 두 눈을 깜빡이며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휴우.”
결국 아이브는 한숨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눈앞의 이 남자가 말을 하지 않는다면, 응당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그게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최소한 자신들에게 손해가 될 만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김유현 경의 부상을 너무 대놓고 알린 거 아닙니까?
민감한 사항일 텐데.”
아이브가 나서는 모습을 본 후 루드비히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 거대한 무리 안에 적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첩자가 없을 거라고는 어느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그런 때에 비록 가벼운 부상이라곤 하나 어찌 되었든 연합군이 보유한 최고의 검인 김유현이 다쳤다는 소식은 이쪽에는 악재, 그리고 저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이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지, 루드비히.
하지만 중요한 정보는 결국 언젠가 풀어지기 마련이야.
또한 숨겨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면 차라리 이렇게 공개해서 괜한 오해를 하지 않도록 해야지.
만약 김유현의 부상을 숨겼다면 지금 당장 그를 선두에 세우고 누디아 땅을 회복하자는 의견이 득세했을 거다.
그렇게 되었다면 이쪽이 부담해야 하는 위험이 배로 커지지.”
루드비히는 그런 시온의 대답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그는 며칠 뒤에 있을 반격에 대비해서 곧 도착할 예비대들을 배치하겠다고 말한 후 먼저 지휘 막사를 나섰다.
볼코 후작이 전사한 이후로 사령관직은 공식적으로는 공석이나 실질적인 모든 업무는 이미 시온이 맡아서 보는 중이었고, 그의 부관이었던 루드비히는 자연스럽게 시온의 직책을 이어 받은 형태가 되어 있었다.
그가 다른 가문도 아니고 레데넨 후작가, 이번에 전사한 볼코 후작의 아들이니 히스파냐의 어느 귀족도, 지휘관도 그의 부사령관직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고 말이다.
이후 시온은 지휘 막사를 나서서 자신의 막사로 돌아갔다.
거기까지 쫓아온 리시키다는 조심스레 주변을 살핀 후 입을 열었다.
“주인님.
아이브 기 레스티온을 비롯한 누디아의 인사들은 그렇다 치고 히스파냐의 지휘관들, 심지어 루드비히 공자까지 왜 속이시는 거죠?
김유현 경은 다치지 않았잖아요.”
아마 리시키다의 이 말을 들었다면 루드비히도, 아이브도, 그리고 두 국가의 모든 지휘관들도 무척이나 당황했을 것이다.
김유현이 부상 하나 없이 멀쩡하다면 이대로 천족을 공격해도 괜찮을 텐데 왜 굳이 시간을 주느냐고, 여태까지 가장 강력하게 빛의 후예들을 비난하던 당신이 왜 망설이냐고 외치면서.
“리시.”
“네, 주인님.”
“이런 거대한 전쟁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뭔지 아니?”
“···주인님께서 무슨 대답을 원하시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설명해주시면 안 될까요?”
두 눈을 깜빡이며 그렇게 대답하는 리시키다의 모습은 꼭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보였다.
시온은 그런 제 호위기사의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답을 해주기로 했다.
“사람들의 제어할 수 없는 광기다.”
“광기요?”
“그래.
그것도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정의가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을 때 가지는 광기.
그건 아군도, 적군도 가리지 않고 다 옮겨 붙어서 결국 전부를 좀먹은 거대한 불꽃이 되기 마련이지.
난 그걸 경계하고자 할 뿐이야.”
“하지만 이미 주인님께서는 히스파냐의 왕국민들에게 빛의 교리에 대한 적의를 불태우게 만드셨는데.
저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아요.”
“그래, 말 그대로 적의를 불태웠지.
저들의 술수에 넘어가지 말고 우리들의 땅, 우리들의 자존심, 우리들의 것을 지켜야 한다고 외치면서.
싸우자는 의지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그 이상을 넘어서서 광기에 다다르게 되면 그 칼날은 반드시 사방으로 휘둘러지기 마련이거든.”
만약 더 심각한 상황을 만들고 싶었다면 그리 할 수 있었다.
히스파냐에 숨어있는 빛의 교도들을 찾아서 직접 죽이고 목을 매달았을 것이다.
하지만 시온은 그리 하지 않았고, 전장으로 떠나면서 바네사 여왕에게 신신당부를 해두었다.
빛의 교리에 대해서, 천족들에게 대해서 적의는 가지되 통제가 불가능한 광기까지 번지는 건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지금도 그렇다, 승리를 했고, 적들을 싹 쓸어버릴 수 있는 무기를 쥐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죽고 다친 동료들의 복수를 하고 싶을 것이고, 제 나라를 침략한 자들을 죽이고 싶을 것이다.
적들도 마찬가지다.
감히 자신들의 군세를 깨트리고 또한 최상위 천족을 살해한 죄인이자 타락한 자들에게 엄벌을 내리고 싶을 것이다.
광기와 광기, 그 둘이 부딪치면 그 피해는 상상 그 이상이다.
심지어 한 세력이 끝장난다고 해도 그 광기는 애먼 곳으로 번져 억울한 피해자를 수도 없이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 광기를 아군한테는 훨씬 더 차갑고 냉철한 이성과 신념으로, 그리고 적들에게는 믿음을 넘어서는 의심을 가지게 만들 수 있다.
김유현이 내게 가져온 선물.
바로 그 천족을 이용해서.’
샤이엘라도 물론 좋은 카드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고 강력한 것이 바로 자신의 손 안에 들어왔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이, 시온은 그 카드를 아주 제대로 이용해 먹을 생각이었다.
천족들이 한 것처럼, 그들이 자신들의 과업을 이루기 위해 행했던 방법 그대로.
시온은 아주 똑같이 돌려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광기로 피가 넘쳐흐르는 게 아니라 그들에 대한 조롱으로 조소만이 넘치게 만들 계획이었다.
‘어려울 것 없어.
이 소설의 천족들, 그리고 빛의 교리는 결국 지구의 종교와 흡사하니까.’
천족들에게는 자신들만의 구절이라는 것이 있다.
인간이나 수인은 물론이고 요정들에게도 절대 가르쳐주지 않는 그런 구절들.
그것들은 당연하게 작가 본인이 만든 게 아니라, 종교의 구절들을 인용한 것들이다.
시온이 그것들을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그런 구절이 나올 때마다 댓글 창에 등판하여 때 아닌 종교 토론을 벌이던 몇몇 독자들 때문이었다.
‘샤 님은 최상위 천족에서 그나마 온건하신 몇 안 되는 분이세요.
천족들은 설령 빛의 교도라고 해도 인간들이라 하면 심드렁하게 여기는데, 그 분은 그 인간마저 안쓰럽게 보시는 분이죠.
물론 마음이 약하다는 건 절대 아니에요.’
샤이엘라의 설명이 시온에게는 결정적인 힌트가 되었다.
그녀가 천족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그냥 행동하며 그들이 빛을 대변하는 존재들이 아니라는 증거가 된다면, 샤는 그 빛이 다른 곳에 있을 수도 있음을 대변하는 새로운 천족이 될 것이다.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니, 어둠이 빛을 이기지 못 하였다.”
대놓고 시온을 경계하던 천족 여인의 얼굴에, 잠깐이지만 빈틈이 드러났다.
“핍박을 받아도 버린바 되지 아니하며 거꾸러뜨림을 당하여도 망하지 아니하리.”
그리고 이후 조금 어려워서 가물가물했던 구절까지 말하니 샤는 그대로 다급한 표정이 되고 말았다.
그걸 보며 시온은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이 여자가 새로운 빛의 교리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걸.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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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조심하세요!